형법 제250조 제2항 위헌소원
【판시사항】
자기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를 일반 살인죄를 저지른 자에 비하여 가중처벌하는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50조 제2항 중 ‘자기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조선시대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존속살해죄에 대한 가중처벌은 계속되어 왔고, 그러한 입법의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효를 강조하는 유교적 관념 내지 전통사상이 자리 잡고 있는 점, 존속살해는 그 패륜성에 비추어 일반 살인죄에 비하여 고도의 사회적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가 충분한 점,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이 종래의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서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개정되어 기존에 제기되었던 양형에 있어서의 구체적 불균형의 문제도 해소된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은 자의적 입법으로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서기석의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배우자나 직계비속을 살해하는 경우, 또는 법적인 신분관계는 없으나 가해자와 특별한 은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살해하는 경우 등은 일반 살인죄로 처벌하고, 심지어 직계존속이 치욕 은폐 등의 동기로 영아를 살해하는 경우는 처벌을 감경하는 것과는 달리,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경우 양육이나 보호 여부, 애착관계의 형성 등을 묻지 아니하고 그 형식적 신분관계만으로 가중 처벌하는 것이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적인 가족관계와 조화된다고 보기 어렵고, 범행동기 등을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형의 하한을 높여 합리적인 양형을 어렵게 하며, 비교법적으로도 그 예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서 차별의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50조 제2항 중 ‘자기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1항, 제2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50조 제1항
【참조판례】
헌재 2002. 3. 28. 2000헌바53, 판례집 14-1, 159, 164
【전문】
[당사자]
청 구 인손○욱대리인 변호사 정인봉
당해사건대법원 2011도9250 존속살해
[주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50조 제2항 중 ‘자기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아버지인 피해자가 자주 술에 취하여 어머니를 폭행해온 것에 대해 불만을 가져오던 중 2011. 1. 24. 어머니를 폭행하는 피해자와 몸싸움을 하면서 이를 제지한 후 피해자와 화해하려 하였으나 피해자가 청구인을 폭행하자, 이에 대항하여 다시 피해자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존속살해죄로 징역 10년의유죄판결을선고받고(서울중앙지방법원2011고합91), 항소하여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서울고등법원 2011노1052).
(2)이에 청구인은 상고를 제기하고(대법원 2011도9250), 상고심 계속 중 존속살해를 일반 살인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형법 제250조 제2항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대법원 2011초기394)을 하였으나, 2011. 10. 5. 위헌제청신청이 기각되자 2011. 10. 1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
청구인은 형법 제250조 제2항 전부에 대하여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당해 사건에서 청구인에 적용된 것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50조 제2항 중 ‘자기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로 한정한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50조(살인, 존속살해) ②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관련조항]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50조(살인, 존속살해)①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구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되고,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0조(살인, 존속살해) ②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존속살해와 일반 살인의 법정형에 차이를 두고 있는데, 이는 직계존속을 사회적 특수계급으로서 창설한 것으로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연혁 및 취지
(1)효(孝)를 강조하는 유교적 전통사상이 강했던 조선시대에는 존속살인을 참형, 능지처사형 등 중형이 부과되는 십악(十惡) 중 하나로 규정하였고, 1905. 4. 29. 공포된 대한제국 형법대전에도 제498조에 친속존장 살해죄를 두고, 기수범의 법정형으로 교형(絞刑)을 규정하였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형사령에 의해 일본 형법이 의용되었는데, 일본 형법 제200조에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를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 후 1953년 우리 형법이 제정되면서 제250조 제2항에 일본 형법과 같은 내용이 그대로 계수되어 40여 년간 유지되어 오다가, 1995년 제3차 형법개정 때 존속살해죄를 삭제하자는 주장도 있었으나 존속에 대한 패륜적 범죄를 무겁게 비난하는 것은 우리의 전통적 법률문화이고 다른 범죄의 존속에 대한 가중처벌규정을 두면서 존속살해죄만 법정형이 무겁다는 이유로 삭제하는 것은 체제상 모순된다는 이유로, 존속살해죄를 존치시키되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지나치게 과중하다는 지적을 수용하여 법정형에 ‘7년 이상의 징역’을 추가하였다.
(2) 이와 같이 조선시대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존속살해죄에 대한 가중처벌은 계속되어 왔으며, 그러한 입법의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효를 강조하는 유교적 관념 내지 전통사상이 자리 잡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편으로는 우리 형법이 존속살해죄 이외에도 존속상해, 존속폭행, 존속유기 등 여러 존속에 대한 범죄에 대하여도 가중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는 범죄의 객체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이라는 특수한 신분관계에 해당하는 경우 가해자인 직계비속의 패륜성(悖倫性)에 대한 고도의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그 형을 가중하고자 하는 것이다(헌재 2002. 3. 28. 2000헌바53, 판례집 14-1, 159, 161 참조).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평등원칙 위반 여부
(1)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회적 특수계급을 창설하는 것으로 헌법 제11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 제11조 제2항에서의 ‘사회적 특수계급’이란 신분계급 등을 의미하는데(헌재 2011. 3. 31. 2008헌바141등, 판례집 23-1상, 276, 312-313), 이 사건 법률조항은 노예제나 귀족제, 반상제(班常制)와 같은 신분계급을 창설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지 아니함이 명백하다. 그러므로 청구인의 주장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존속을 비속과 차별하여 더욱 보호하는 것이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2)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고, 따라서 합리적 근거 있는 차별 내지 불평등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므로(헌재 2001. 11. 29. 2001헌바4, 판례집 13-2, 678, 690 등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와 같이 비속을 차별 취급하더라도 거기에 합리적 근거가 있다면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3)범죄의 처벌에 관한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그러므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재 1992. 4. 28. 90헌바24, 판례집 4, 225, 229; 헌재 2001. 11. 29. 2001헌바4, 공보 63, 1162 등 참조).
(4)존속살해의 범행은 오래 전부터 보편적 사회질서나 도덕원리, 나아가 인륜에도 반하는 행위로 인식되어 왔고, 그 패륜성에 비추어 일반 살인죄에 비하여 고도의 사회적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따라서 반인륜ㆍ패륜행위를 억제하기 위하여 존속살해죄를 엄벌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존속이 강한 보호를 받게 된다 하더라도 이는 반사적 이익에 불과하므로 이를 반드시 불합리하다고만은 할 수 없으며, 현재 우리의 윤리관에 비추어 볼 때 오히려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비속의 직계존속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봉건적 가족제도의 유산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윤리의 본질적 구성부분을 이루고 있는 가치질서이고, 특히 유교적 사상을 기반으로 전통적 문화를 계승ㆍ발전시켜 온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 그러한 것이 현실인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적정성, 즉 가중처벌의 이유와 그 정도의 타당성 등에 비추어 그 차별적 취급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으므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02. 3. 28. 2000헌바53, 판례집 14-1, 159, 164 참조).
(5)한편, 패륜성으로 인한 가중처벌 자체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패륜성이 부인되거나 상대적으로 가볍게 평가되는 사안에 있어 구체적 타당성에 맞는 양형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법정형이 지나치게 무겁게 규정되어 있다면, 그와 같은 경우는 합리적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1995년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이 종래의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서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개정되었고, 법정형의 하한이 ‘5년 이상의 징역’인 일반 살인죄와의 법정형의 격차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기존에 제기되었던 양형에 있어서의 구체적 불균형의 문제도 해소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개개 사건에서 범행동기나 행위태양 등에 비추어 비난가능성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경우에는 법관의 양형을 통하여 그 책임에 맞는 적정한 형벌을 선고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6)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살인행위 가운데 특별히 비난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는 패륜적 행위를 유형화하여 가중처벌하도록 한 것으로서, 그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을 잃은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서기석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5.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서기석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 위반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힌다.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경우 가중 처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직계비속 또는 배우자와 같은 다른 법적 신분관계에 있는 사람을 살해한 경우, 또는 아무런 법적 신분관계가 없는 사람을 살해한 경우에 비하여 차별 취급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입법 연혁을 보더라도 도덕과 법이 아직 분화되지 않았던 고대로부터 유교적 윤리관념에 비추어 가장 극악한 행위인 십악(十惡)을 가장 중한 죄로 처벌하던 것에서 유래하였고, 이러한 유교윤리는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신분제에 기반한 봉건질서의 유지를 위한 지배이념화하여, 군(君)의 신(臣)에 대한, 부(父)의 자(子)에 대한, 부(夫)의 부(婦)에 대한, 남(男)의 여(女)에 대한 권위와 지배관계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하여 왔다.
또한 그 규율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할 배우자 또는 보호하고 교양하여야 할 직계비속을 살해하는 경우, 또는 그와 같은 신분관계는 없으나 가해자를 보호하고 교양하여 존경(尊敬)과 보은(報恩)을 받아 마땅한 사람을 살해하는 경우 등은 일반살인죄로 처벌하거나, 심지어 직계존속이 치욕 은폐 등의 동기로 영아를 살해하는 경우는 처벌을 감경하는 것과는 달리,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경우에는 양육이나 보호 여부, 애착관계의 형성 등 다른 사정은 전혀 묻지 아니하고 그 형식적 신분관계만으로 가중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여전히 봉건적 윤리관념에 그 근거를 두고 있고, 그 차별 목적은 존속과 비속 간의 지배복종관계에 기반한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족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인간의 존엄과 자유로운 인격발현은 헌법의 핵심가치를, 민주적 기본질서는 헌법질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바, 이는 가족생활관계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가족생활관계는 사회생활관계 및 국가생활관계의 구성요소이자 그 기초가 되는 것으로서 가족생활관계에서부터 이러한 헌법적 가치 및 질서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이를 제대로 실현할 수 없다. 결국 헌법이 보장하는 가족제도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인격을 가진 개인으로서 평등하게 존중받는 민주적인 가족관계를 그 내용으로 한다고 할 것인바, 결국 이와 같은 차별 취급은 헌법이 보장하고자 하는 민주적인 가족관계 또는 가족제도와도 조화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직계존속을 살해한 사람을 차별 취급하는 목적이 다수의견이 설시하는 바와 같이 자유롭고 평화로운 공동체생활의 유지를 위한 사회의 기본도덕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더군다나 형법이 형벌이라는 가장 강력하고 최후적인 수단을 통하여 보호하여야 할 보호법익이 된다고 볼 수도 없다.
나. 또한 다수의견은 1995년 개정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7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이 추가됨에 따라 개별 사안에서 합리적인 양형이 가능하다고 설시하고 있다.
그러나 존속살해범죄의 실태에 관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존속살해의 범행동기 중 그 패륜성이 명백한 이욕(利慾)에 의한 경우는 7.1%에 불과하고, 오히려 가해자의 정신이상에 의한 경우가 36.9%, 피해자의 가해자 또는 다른 가족구성원에 대한 학대에 의한 경우가 26.2%를 차지한다. 결국 존속살해범죄에 있어서는 정신이상에 의하여 존속을 살해하는 경우와 함께, 피해자의 가해자 또는 다른 가족구성원에 대한 상습적 학대에 관한 누적된 분노로 인하여 존속을 살해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유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며, 후자의 경우 일반적인 살해범죄에 비하여 결코 그 불법이나 책임이 더 무겁다고 볼 수 없다. 가해자가 장기간 가정폭력ㆍ성폭행 등 지속적인 육체적ㆍ정신적 피해를 당하거나 또는 피해자로부터 실질적인 살해 위협에 시달리는 등 오히려 더 큰 피해자인 경우가 존재하고, 이와 같은 경우 존속은 비속을 둘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를 교화할 기회도 가질 수 있는 것과 달리, 비속은 존속을 전혀 선택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비속에 대하여 형을 가중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결국 존속살해범죄 중에는 일반적인 살해범죄에 비하여 그 불법성이나 책임성이 높은 경우도 존재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범행동기 등도 전혀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형의 하한을 가중하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존속살해죄에 대하여 일단 선고할 수 있는 형을 상향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작량감경사유 외에 별도의 감경사유가 없는 이상 집행유예의 선고가 아예 불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는 도저히 합리성의 범주 내로 포섭하기 어렵다.
형법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를 비롯하여 여러 사항들을 양형의 조건으로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제51조), 사실확정의 단계를 거쳐 ‘양형책임’, 구체적인 ‘선고형’을 정함에 있어 확정된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관계는 형의 가중사유 혹은 감경사유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가 존속으로서 패륜성이 인정되는 경우 살인죄의 양형기준을 정함에 있어 이를 가중사유로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일반살해죄와 구별하여 별도의 법정형을 둘 것은 아니다.
다. 비교법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현재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존속살해만을 가중처벌하는 규정은 그 예를 찾기가 어렵다.
영국과 미국 등 영미법계 국가는 물론 스위스, 덴마크, 노르웨이, 러시아, 중국 등도 존속살해에 관한 가중처벌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독일은 1941년, 오스트리아는 1974년에 존속살인 중벌규정을 폐지하였다. 프랑스,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대만 등 존속살해에 관한 가중처벌을 두고 있는 국가들도 대체로 존속뿐만 아니라 비속 또는 배우자를 살해한 경우 이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함께 두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계수하고 있는 일본의 존속살해 가중처벌규정 또한 1973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내려진 다음, 1995년 다른 존속범죄 가중처벌규정들과 함께 폐지된 바 있다.
라.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차별의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