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 제78조 제1항 단서 제8호 위헌소원
【판시사항】
1.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하여 필요적으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한 구 도로교통법(2001. 1. 26. 법률 제6392호로 개정되고, 2005. 5. 31. 법률 제754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78조 제1항 단서 중 제8호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직업의 자유 내지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2.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한 운전면허를 필요적으로 취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교통안전과 위험예방을 위하여 음주운전을 방지하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 등을 보호하며 도로교통과 관련한 안전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으므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나아가 음주운전을 효과적으로 단속ㆍ억제하기 위하여는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한 제재가 불가피한 점 등에 비추어 음주측정거부에 대한 제재로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것은 입법목적의 달성에 적절한 방법이다. 한편,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하여 임의적 면허취소를 규정하는 데 그친다면 음주운전단속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음주운전을 방지함으로써 도로교통상의 안전과 위험방지를 기하려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행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점,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여 운전면허가 취소되더라도 그 면허취소 후 결격기간이 법이 정한 운전면허결격기간 중 가장 단기간인 1년에 불과하여 다른 면허취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가볍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하여 반드시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피해최소성의 원칙에 반한
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음주측정거부자가 운전면허를 필요적으로 취소당하여 입는 불이익의 정도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고 있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과중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법익균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권 제한의 입법한계인 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직업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2.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자에 대한 행정제재의 경우 그 음주정도와 경위, 교통사고 유무 등 구체적ㆍ개별적 사정에 비추어 면허의 정지 또는 취소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상당하고, 또한 이미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상한 도주차량운전자의 경우 그 불법에 상응하는 정도의 제재를 가할 필요성 못지않게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구제가 중요하므로 탄력적인 행정제재를 통하여 사고운전자의 자진신고를 유도하여 원활한 피해배상이 이루어지도록 행정제재에 재량의 여지를 둘 필요가 적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음주음전자와 도주차량운전자에 대하여 임의적 면허취소를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해 필요적 면허취소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상 면허취소ㆍ정지 사유 간의 체계를 파괴할 만큼 형평성에서 벗어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심판대상조문】
구 도로교통법(2001. 1. 26. 법률 제6392호로 개정되고, 2005. 5. 31. 법률 제754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78조(면허의 취소ㆍ정지) ① 지방경찰청장은 운전면허(연습운전면허를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받은 사람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때에는 행정자치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의하여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1년의 범위 안에서 그 운전면허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 다만, 제1호ㆍ제2호, 제3호(정기적성검사기간이 경과된 때를 제외한다), 제5호 내지 제8호, 제10호ㆍ제11호ㆍ제13호 및 제14호에 해당하는 때에는 그 운전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
1.~7. 생략
8.제41조 제2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아니한 때
8의2.~17. 생략
②~③ 생략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제15조 제1항
구 도로교통법(2005. 5. 31. 법률 제754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1항ㆍ제2항, 제78조 제1항 제8의2호ㆍ제12호
구 도로교통법(2001. 1. 26. 법률 제6392호로 개정되고, 2005. 5. 31. 법률 제754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78조 제1항 단서 중 제8호 부분
【참조판례】
2003헌바87
2004헌바65
2005헌바91
2001헌바64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한○영
대리인 변호사 배금자 외 1인
당해사건 서울행정법원 2005구단329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취소
【주 문】
구 도로교통법(2001. 1. 26. 법률 제6392호로 개정되고, 2005. 5. 31. 법률 제754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78조 제1항 단서 중 제8호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이 2004. 9. 29. 01:10경 경기 여주군 홍천면 하다리에 있는 ○○골재 앞길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서울 31사○○○○호 개인택시)를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경찰공무원의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유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004. 12. 18. 구 도로교통법(2005. 5. 31. 법률 제754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78조 제1항 단서 제8호에 의하여 청구인의 제1종 보통 자동차운전면허를 취소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2005. 1. 11.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서울행정법원 2005구단329)을 제기하고 2005. 8. 16. 위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2005. 11. 17. 이 사건 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법률 제7171호로 2004. 2. 9. 개정된 도로교통법 제78조 제1항 단서 제8호에 대하여 심판을 청구하고 있으나, 이 조항은 도로교통법이 2001. 1. 26. 법률 제6392호로 개정된 후 2005. 5. 31. 법률 제7545호로 전부 개정되기까지 그 내용에 아무런 변경이 없으므로, 심판대상을 2001. 1. 26. 법률 제6392호로 개정된 이후의 도로교통법으로 특정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구 도로교통법(2001. 1. 26. 법률 제6392호로 개정되고, 2005. 5. 31. 법률 제754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78조 제1항 단서 중 제8호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며, 그 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도로교통법(2001. 1. 26. 법률 제6392호로 개정되고, 2005. 5. 31. 법률 제
754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78조(면허의 취소ㆍ정지) ① 지방경찰청장은 운전면허(연습운전면허를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받은 사람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때에는 행정자치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의하여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1년의 범위안에서 그 운전면허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 다만, …… 제8호 ……에 해당하는 때에는 그 운전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
1.~7. 생략
8. 제41조 제2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아니한 때
8의2.~17. 생략
[관련조항]
[별지] 기재와 같다.
2. 청구인의 주장,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비록 교통질서의 확립이 중요하고 음주운전이 위험하기 때문에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자에 대한 행정적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필요적 면허취소가 아닌 임의적 면허취소에 의하더라도 충분히 음주측정 거부 당시의 정황, 경위, 위반행위의 태양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위반의 정도에 상응하게 제재수단을 선택함으로써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음주측정거부에 대하여 필요적으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에게 운전면허취소 뿐 아니라 개인택시운송사업면허까지 취소시키는 등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에 대한 고려를 완전히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필요적 면허취소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최소침해원칙’과 ‘법익균형성’ 등을 요소로 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직업선택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고 행복추구권도 침해한다.
(2) 교통사고 후 도주한 운전자나 주취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한 운전자의 경우 임의적으로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데 반하여,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하여는 필요적으로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음주측정거부자에게 중대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 없는 자의적인 차별로서 헌법상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3) 나아가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하여 필요적으로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행정부에 의한 제재 여부 및 범위에 대한 선택권을 배
제하고 사법부에 의한 행정행위의 적법여부 등에 대한 사후심사권을 봉쇄하는 것이어서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1)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음주측정거부에 대한 행정상의 제재를 임의적 면허취소로 하지 않고 필요적 면허취소로 규정한 것은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입법목적의 달성에 효과적이고 불가피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음주운전으로 인하여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가 입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공익적 중대성과 음주측정거부에 대하여 제재를 가할 공익적 중대성 또한 매우 크다. 반면에 음주측정거부자가 운전면허를 필요적으로 취소당하여 입는 개인적 불이익 내지 그로부터 파생되는 여타의 간접적 피해의 정도는 위와 같은 공익의 중대함에 미치지 못하므로 음주측정 거부행위에 대한 제재로서 운전면허를 반드시 취소하도록 하는 것이 법익간의 균형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2) 자동차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도로교통법상의 의무를 더욱 철저히 준수하여야 할 것이므로, 법이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자동차 등의 운행을 하는 혜택을 누리고 그것을 영업의 수단으로 하는 이익을 일정기간 박탈당함으로써 재산상의 불이익을 입더라도, 음주운전의 방지 및 그 규제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음주측정의 필요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불이익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과중하다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3)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하여 필요적으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상 면허취소ㆍ정지사유간의 체계를 파괴할 만큼 형평성에서 벗어나 입법적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경찰청장의 의견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와 대체로 같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연혁과 입법취지
(1) 입법연혁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이 1961. 12. 31. 법률 제941호로 제정될 당시에는 임의적 면허취소ㆍ정지 규정만을 두었을 뿐 필요적 면허취소 규정은 존재하지 않
다가 그 후 자동차와 교통사고가 증가하면서 교통질서 확립이 사회질서의 기본문제로 부각되자 수차례에 걸친 법개정(1973. 3. 12. 법률 제2591호, 1984. 8. 4. 법률 제3744호, 1991. 12. 14. 법률 제4421호, 1995. 1. 5. 법률 제4872호, 1999. 1. 29. 법률 제5712호, 2001. 1. 26. 법률 제6392호 등)을 통하여 필요적 면허취소 규정을 둠과 아울러 그 사유를 확대하여 왔다. 그 일환으로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한 필요적 면허취소 제도가 1999. 1. 29. 법률 제5712호 개정법률로 도입되었는데(그 이전에는 임의적 정지ㆍ취소사유였음), 1999. 8. 31. 법률 제5999호에 의해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해 임의적 면허취소사유로 하였다가 2001. 1. 26. 법률 제6392호로 개정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다시 필요적 면허취소사유로 회귀한 것이다. 그 이후 현재까지 음주측정거부를 필요적 면허취소사유로 하는 이러한 도로교통법의 태도는 지속되고 있다[다만, 2005. 5. 31. 도로교통법 전부 개정(법률 제7545호)에 따라 제93조 단서 제3호로 조문 위치가 변경되었음].
(2) 입법취지
우리나라에 있어 자동차 및 운전면허소지자의 급증과 국민들의 과음하는 음주습성으로 인하여 음주운전교통사고는 대폭 증가하는 추세로서 그에 따른 인명과 재산의 피해 등 사회적 손실은 막대하여 음주운전 방지와 그 규제에 대한 공익상의 요청이 절실하고 음주운전 규제를 위한 음주측정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상황에서, 도로교통법은 우리의 이러한 교통현실과 국민의 교통질서의식, 문화 등을 감안하여 음주측정을 관철하기 위한 행정적 제재수단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을 둠으로써 음주측정거부자의 운전면허를 필요적으로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교통안전과 위험예방을 위하여 음주운전을 방지함으로써 바람직한 교통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고 건전한 교통질서를 확립하고 궁극적으로는 도로교통에서 일어나는 국민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험과 장해를 방지ㆍ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직업의 자유 내지 일반적 행동의 자유 침해 여부
(가) 헌법재판소의 선례 결정
헌법재판소는 2004. 12. 16. 선고한 2003헌바87 사건(판례집 16-2하, 489)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직업선택의 자유와 행복
추구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합헌 판단을 한 바 있다. 이 사건에서는 그 결론에 있어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할 사정변경은 없으나 그 이유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다시 판단하기로 한다.
(나) 제한되는 기본권과 심사기준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면 운전면허가 필요적으로 취소되는바, 이는 자동차 등의 운전을 필수불가결한 요건으로 하고 있는 일정한 직업군의 사람들에 대하여 종래에 유지하던 직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장래를 향하여 그와 같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며 자동차 운행이 필요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하여 직업을 수행하는 방법에 제한을 가하게 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좁은 의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를 포함하는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항이라고 할 것이고, 한편 자동차 등의 운전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 자에 대하여는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운전면허가 필요적으로 취소됨으로써 적법하게 자동차 등을 운전하지 못하게 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행복추구권의 보호영역 내에 포함된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항이라고 할 것이다(헌재 2005. 4. 28. 2004헌바65, 판례집 17-1, 528, 546; 헌재 2006. 5. 25. 2005헌바91, 판례집 18-1하 98, 105-106 참조). 이러한 기본권 제한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다)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한 운전면허를 필요적으로 취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교통안전과 위험예방을 위하여 음주운전을 방지하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 등을 보호하며 도로교통과 관련한 안전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으므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2) 방법의 적절성
나아가 위와 같이 공익상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음주운전을 효과적으로 단속ㆍ억제하기 위하여는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한 제재가 불가피한 점 등에 비추어 음주측정거부에 대한 제재로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것은 입법목적의 달성에 적절한 방법이라고 할 것이다.
3) 피해의 최소성
어떤 법률의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 어느 정도 적합하다고 하더라도 입법자가 임의적 규정으로 법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일체 배제하는 필요적 규정으로 법의 목적을 실현하려 한다면 이는 비례원칙의 한 요소인 피해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것인바(헌재 2005. 11. 24. 2004헌가28, 판례집 17-2, 378, 388-399), 필요적 면허취소를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피해최소성 원칙에 위반하는 것인지 보기로 한다.
운전면허 취소와 그 취소 후 면허결격기간 등 운전면허제도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에서 보더라도, 교통질서의 확립을 관철하는 방법은 각각 나라마다 교통량, 교통사고발생률, 준법정신, 교통질서에 대한 시민의 의식수준이나 문화풍토 등에 따라 그 규정상 의무이행의 확보 수단과 그 규제의 강도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 입법자는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하여 우리의 교통현실과 국민의 교통질서의식, 문화 등을 감안하여 그에 상응하는 행정적 제재수단으로 필요적 면허취소라는 수단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하여 어떠한 제재조치를 할 것인가의 문제는 교통량, 교통질서에 대한 시민의 준법의식, 음주운전자의 음주측정시 행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입법정책의 문제이다(헌재 2006. 5. 25. 2005헌바91, 판례집 18-1하 98, 107 참조).
도로교통법이 증가하는 교통사고에 대응하여 교통질서를 확립하고자 필요적 면허취소 규정을 두고 이를 계속 확대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신설된 것인데, 특히 음주운전을 방지하고 이를 규제하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음주측정을 관철하기 위한 행정적 제재수단으로서 필요적 면허취소 규정이 필요하다고 보이는 점, 만약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하여 임의적 면허취소를 규정하는 데 그친다면, 실무상 면허취소에 해당할 정도의 과도한 음주를 한 운전자일수록 면허취소의 위험이 수반되는 음주측정에 협조하기보다는 아예 음주측정에 불응하는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위와 같이 음주측정에 불응할 경우 면허취소에 해당하는지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게 되어 음주운전단속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음주운전을 방지함으로써 도로교통상의 안전과 위험방지를 기하려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행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점, 음주측정거부로 인한 행정적 제재가 중대하다는 측면을 감안하여, 실무상 경찰은 음주측정불응자에 대하여 음주측정불응에 따른 불이익을 10분 간격으로 3회 이상 명확히 고지하
고 이러한 고지에도 불구하고 측정을 거부하는 때에 비로소 음주측정거부자로 형사입건하고 있으며, 법원에서는 음주측정 요구 당시 운전자의 외관ㆍ태도ㆍ운전 행태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음주측정불응죄의 구성요건인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엄격히 해석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필요적 면허취소의 대상을 최소화함과 아울러 음주측정 여부에 대한 구체적ㆍ개별적 사정을 참작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여 운전면허가 취소되더라도 그 면허취소 후 결격기간이 법이 정한 운전면허결격기간 중 가장 단기간인 1년에 불과하여 다른 면허취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가볍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하여 반드시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피해최소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
4) 법익의 균형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활동을 함에 있어서는 그 입법에 의하여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 형량할 때 보호되는 공익이 더 커야 한다(헌재 1990. 9. 3. 89헌가95, 판례집 2, 245, 260 참조).
자동차 등의 운전은 언제나 국민의 생명ㆍ신체ㆍ재산에 중대한 침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와 같은 위험이 현실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전ㆍ사후의 여러 가지 다양한 예방조치를 강구하여야 하는 것은 국가가 추구하여야 할 중대한 공익으로서 도로교통에서 일어나는 국민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험과 장해를 방지ㆍ제거하기 위해서는 음주운전을 방지하고 이를 규제할 공익상 필요성이 매우 크다. 반면에 음주측정거부자가 운전면허를 필요적으로 취소당하여 입는 개인적인 불이익 내지 그로부터 파생되는 여타의 간접적 피해의 정도는 위에서 본 공익의 중대함에 결코 미치지 못한다. 또한 음주운전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인 사고 위험성의 심각도에 비추어 볼 때 음주운전행위 및 음주측정 거부행위의 심각한 위험성은 여러 가지 다른 이유에 의하여 현실로 발생하는 경미한 교통사고의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크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음주측정거부자가 운전면허를 필요적으로 취소당하여 입는 불이익의 정도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고 있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과중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법익균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5)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권 제한의 입법한계인 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직업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2) 평등권 침해 여부
(가)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음주측정거부자보다 불법성 등이 훨씬 중대한 음주운전자와 도주차량운전자에 대하여 임의적 면허취소라는 경미한 제재에 그치는 점 등에 비추어 음주측정거부자에게 필요적 면허취소의 제재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나) 심사기준 등
헌법 제11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평등의 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불합리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상대적ㆍ실질적 평등을 뜻하므로,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하는 경우에 한하여 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뿐이다(헌재 1989. 5. 24. 89헌가37등, 판례집 1, 48, 54; 헌재 2001. 5. 31. 99헌바94, 판례집 13-1, 1150, 1163).
도로교통법 등 행정법규 위반자에 대한 행정제재의 종류와 범위를 선택하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당해 행정목적과 위반행위의 태양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 원칙적으로 폭 넓은 입법재량 내지 입법형성권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관련한 평등권 심사의 경우 자의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면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의금지원칙에 관한 심사요건은 ①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을 다르게 취급하고 있는지에 관련된 차별취급의 존재 여부와, ② 이러한 차별취급이 존재한다면 이를 자의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①의 요건에 관련하여 두 개의 비교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한가의 판단은 일반적으로 관련 헌법규정과 당해 법규정의 의미와 목적에 달려 있고, ②의 요건에 관련하여 차별취급의 자의성은 합리적인 이유가 결여된 것을 의미하므로, 차별대우를 정당화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면 차별대우는 자의적인 것이 아니게 된다(헌재 2003. 1. 30. 2001헌바64, 판례집 15-1, 48, 59 참조).
우선 이 사건에서 음주운전자와 도주차량운전자, 음주측정거부자 모두 도로교통법상의 행정제재 대상인 운전자임에도 그 제재의 정도를 달리 규정하
고 있는 점에 비추어 위 비교집단 사이의 차별취급이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하에서는 차별취급의 자의성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다) 차별취급의 자의성이 있는지 여부
1) 음주운전자와 음주측정거부자 사이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하여 필요적 면허취소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과 달리 법 제78조 제1항 제8의2호에서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이른바 단순 음주운전자에 대하여 임의적 면허취소라는 행정상 제재를 규정하고 있는바, 음주운전자와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하여 위와 같이 행정상 제재를 달리 규정하고 있는 것은 각 규정의 구체적인 행정목적과 그를 달성하기 위한 제재수단의 고려사항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자에 대한 행정제재의 경우 그 음주정도와 경위, 교통사고 유무 등 구체적, 개별적 사정에 비추어 면허의 정지 또는 취소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상당한 반면,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한 행정제재의 경우에는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전치적 조치로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음주운전 단속ㆍ억제 등의 행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고자 다소간의 개별적 사정에 대한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필요적 면허취소라는 강력한 제재를 규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음주운전자와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하여 행정상 제재의 정도를 달리 규정한 것은 합리적 이유에 기인한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상 면허취소ㆍ정지 사유 간의 체계를 파괴할 만큼 형평성에서 벗어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2) 도주차량운전자와 음주측정거부자 사이
교통사고를 야기하여 사람을 사상하였음에도 피해자의 구호조치 등을 취하지 않은 이른바 도주차량운전자에 대하여는 임의적 면허취소라는 행정상 제재 이외에, 형사상 제재로서 피해의 정도에 따라 무거운 형벌을 규정하고 있고, 이는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하여 형사상 제재로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벌을 규정하는 것과 대비된다.
그러나 행정상 제재의 경우 구체적인 행정목적 달성을 위하여 그에 필요한 제재수단을 선택하는 것으로서 불법성이나 비난가능성 등을 핵심으로 하는 형사상 제재와는 그 성격을 달리하는 만큼 행정상 제재를 규정함에 있어 반드시 형사상 제재 정도에 좌우될 필요는 없으며, 나아가 이미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상한 도주차량운전자의 경우 그 불법에 상응하는 정도의 제재를 가할 필요성 못지않게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구제가 중요하므로 탄력적인 행정제
재를 통하여 사고운전자의 자진신고를 유도하여 원활한 피해배상이 이루어지도록 행정제재에 재량의 여지를 둘 필요가 적지 않은 반면, 음주측정거부자의 경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음주운전을 효과적으로 단속ㆍ억제하여야 할 행정목적 등을 고려하여 재량의 여지보다는 필요적 면허취소라는 행정제재를 규정하도록 한 것이므로, 도주차량운전자와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하여 행정제재의 정도를 달리 규정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도주차량운전자와 음주측정거부자 사 이에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한 자의적인 차별취급이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도주차량운전자에 대하여 임의적 면허취소를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해 필요적 면허취소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상 면허취소ㆍ정지 사유 간의 체계를 파괴할 만큼 형평성에서 벗어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3) 소 결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3) 청구인의 기타 주장에 대한 판단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행정상 제재 여부 등에 대한 행정부의 선택권을 배제하고 그 처분의 적법여부 등에 대한 사법부의 사후심사권을 봉쇄하는 것이어서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음주측정거부자에게 필요적 면허취소의 제재를 규정한 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청구인의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별 지】
[별 지] 관련조항
구 도로교통법(2005. 5. 31. 법률 제754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
조 (주취중 운전금지) ①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건설기계관리법 제26조 제1항 단서의 규정에 의한 건설기계외의 건설기계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ㆍ제42조ㆍ제43조 및 제107조의2에서 같다)을 운전하여서는 아니된다.
② 경찰공무원은 교통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을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운전자가 술에 취하였는지의 여부를 측정할 수 있으며, 운전자는 이러한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여야 한다.
③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술에 취하였는지의 여부를 측정한 결과에 불복하는 운전자에 대하여는 그 운전자의 동의를 얻어 혈액채취 등의 방법으로 다시 측정할 수 있다.
④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운전이 금지되는 술에 취한 상태의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78조(면허의 취소ㆍ정지) ① 지방경찰청장은 운전면허(연습운전면허를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받은 사람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때에는 행정자치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의하여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1년의 범위 안에서 그 운전면허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 다만, 제1호ㆍ제2호ㆍ제3호(정기적성검사기간이 경과된 때를 제외한다), 제5호 내지 제8호ㆍ제10호ㆍ제11호ㆍ제13호 및 제14호에 해당하는 때에는 그 운전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
1.~8. 생략
8의2. 제41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한 때
8의3.~11. 생략
12.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상한 후 제50조 제1항 또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필요한 조치 또는 신고를 하지 아니한 때
13~17. 생략
제107조의2(벌칙)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의 형으로 벌한다.
1.제41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한 사람
2.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으로서 제41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아니한 사람
구 도로교통법 시행령(2006. 5. 30. 대통령령 제1949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술에 취한 상태의 기준) 법 제41조의 규정에 의한 술에 취한 상태의 기준은 혈중 알콜농도가 0.05퍼센트 이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