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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노무현)탄핵

[전원재판부 2004헌나1, 2004. 5. 14.]

【판시사항】

1. 탄핵심판절차에서의 헌법재판소에 의한 판단의 대상
2. 국회의 탄핵소추절차에 적법절차원칙을 직접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헌법 제65조의 탄핵심판절차의 본질
4. 헌법 제65조의 탄핵사유의 의미
5. 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의 헌법적 근거
6. 대통령이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공선법’이라 한다) 제9조의 ‘공무원’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7. 기자회견에서 특정정당을 지지한 대통령의 발언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에 위반되는지 여부(적극)
8. 기자회견에서 특정정당을 지지한 대통령의 발언이 공무원의 선거운동금지를 규정하는 공선법 제60조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9.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대통령의 의무
10.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위반 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적극)
11.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한 행위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적극)
12. 대통령 측근의 권력형 부정부패와 관련하여 대통령의 법위반이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13. 불성실한 직책수행과 경솔한 국정운영으로 인한 정국의 혼란 및 경제파탄이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는지 여부(소극)
14.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의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중대한 법위반의 경우에 한정되는지 여부(적극)
15. ‘법위반의 중대성’에 관한 판단 기준
16. 대통령의 구체적인 법위반행위에 있어서 헌법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인정할 수 없는 이 사건의 경우 파면결정을 할 것인지 여부(소극)
17. 탄핵심판절차에서 소수의견을 밝힐 수 있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헌법재판소는 사법기관으로서 원칙적으로 탄핵소추기관인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소추사유에 의하여 구속을 받는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되지 아니한 소추사유를 판단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그러나 탄핵소추의결서에서 그 위반을 주장하는 ‘법규정의 판단’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원칙적으로 구속을 받지 않으므로, 청구인이 그 위반을 주장한 법규정 외에 다른 관련 법규정에 근거하여 탄핵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를 판단할 수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소추사유의 판단에 있어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에서 분류된 소추사유의 체계에 의하여 구속을 받지 않으므로, 소추사유를 어떠한 연관관계에서 법적으로 고려할 것인가의 문제는 전적으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달려있다.
2. 적법절차원칙이란, 국가공권력이 국민에 대하여 불이익한 결정을 하기에 앞서 국민은 자신의 견해를 진술할 기회를 가짐으로써 절차의 진행과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는 법원리를 말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국회의 탄핵소추절차는 국회와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 사이의 문제이고,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에 의하여 사인으로서의 대통령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으로서의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기관이 국민과의 관계에서 공권력을 행사함에 있어서 준수해야 할 법원칙으로서 형성된 적법절차의 원칙을 국가기관에 대하여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소추절차에는 직접 적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그 외 달리 탄핵소추절차와 관련하여 피소추인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할 것을 요청하는 명문의 규정도 없으므로, 국회의 탄핵소추절차가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었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
3. 헌법 제65조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위반이나 법률위반에 대하여 탄핵소추의 가능성을 규정함으로써, 그들에 의한 헌법위반을 경고하고 사전에 방지하는 기능을 하며, 국민에 의하여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다시 그 권한을 박탈하는 기능을 한다.
즉, 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에 위반한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탄핵심판절차의 목적과 기능인 것이다.
4. 헌법 제65조에 규정된 탄핵사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직무집행에 있어서’의 ‘직무’란, 법제상 소관 직무에 속하는 고유 업무 및 통념상 이와 관련된 업무를 말한다. 따라서 직무상의 행위란, 법령ㆍ조례 또는 행정관행ㆍ관례에 의하여 그 지위의 성질상 필요로 하거나 수반되는 모든 행위나 활동을 의미한다. 헌법은 탄핵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때”로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에는 명문의 헌법규정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형성되어 확립된 불문헌법도 포함된다. ‘법률’이란 단지 형식적 의미의 법률 및 그와 등등한 효력을 가지는 국제조약,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 등을 의미한다.
5. 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공무원의 지위를 규정하는 헌법 제7조 제1항, 자유선거원칙을 규정하는 헌법 제41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 및 정당의 기회균등을 보장하는 헌법 제116조 제1항으로부터 나오는 헌법적 요청이다. 공선법 제9조는 이러한 헌법적 요청을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법규정이다.
6.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이란, 위 헌법적 요청을 실현하기 위하여 선거에서의 중립의무가 부과되어야 하는 모든 공무원 즉, 구체적으로 ‘자유선거원칙’과 ‘선거에서의 정당의 기회균등’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공무원을 의미한다. 그런데 사실상 모든 공무원이 그 직무의 행사를 통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여기서의 공무원이란 원칙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공무원 즉, 좁은 의미의 직업공무원은 물론이고,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통하여 국가에 봉사하는 정치적 공무원을 포함한다. 다만,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은 정당의 대표자이자 선거운동의 주체로서의 지위로 말미암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될 수 없으므로,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선거에 있어서의 정치적 중립성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모든 공직자에게 해당하는 공무원의 기본적 의무이다. 더욱이,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공정한 선거가 실시될 수 있도록 총괄ㆍ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당연히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지는 공직자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로써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에 포함된다.
7. 대통령이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국민의 의사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면, 정당과 후보자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기초로 하는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과정에 개입하여 이를 왜곡시키는 것이며, 동시에 지난 수 년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하여 꾸준히 지속해 온 정당과 후보자의 정치적 활동의 의미를 반감시킴으로써 의회민주주의를 크게 훼손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 대통령의 발언은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반복하여 특정 정당에 대한 자신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나아가 국민들에게 직접 그 정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선거에 임박한 시기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어느 때보다도 요청되는 때에, 공정한 선거관리의 궁극적 책임을 지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 대통령직의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이용하여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은,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로써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것이므로,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위반하였다.
8. 공선법 제58조 제1항은 ‘당선’의 기준을 사용하여 ‘선거운동’의 개념을 정의함으로써, ‘후보자를 특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선거운동의 요건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발언이 이루어진 시기인 2004. 2. 18.과 2004. 2. 24.에는 아직 정당의 후보자가 결정되지 아니하였으므로, 후보자의 특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발언을 한 것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여기서 문제되는 대통령의 발언들은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의 형식으로 수동적이고 비계획적으로 행해진 점을 감안한다면, 대통령의 발언에 선거운동을 향한 능동적 요소와 계획적 요소를 인정할 수 없고, 이에 따라 선거운동의 성격을 인정할 정도로 상당한 목적의사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발언이 특정 후보자나 특정 가능한 후보자들을 당선 또는 낙선시킬 의도로 능동적ㆍ계획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9. 헌법 제66조 제2항 및 제69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의무’는 헌법상 법치국가원리가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구체화된 헌법적 표현이다.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의무’가 이미 법치국가원리에서 파생되는 지극히 당연한 것임에도, 헌법은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라는 대통령의 막중한 지위를 감안하여 제66조 제2항 및 제69조에서 이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의 정신에 의한다면, 대통령은 국민 모두에 대한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인 것이다.
10. 대통령이 현행법을 ‘관권선거시대의 유물’로 폄하하고 법률의 합헌성과 정당성에 대하여 대통령의 지위에서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할 의무와 부합하지 않는다. 물론, 대통령도 정치인으로서 현행 법률의 개선방향에 관한 입장과 소신을 피력할 수는 있으나,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연관관계에서 법률의 개정에 관하여 논의하는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대통령이 선거법위반행위로 말미암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반응으로서 현행 선거법을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법률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모든 공직자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대통령의 이러한 언행은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하는 다른 공직자의 의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국민 전반의 준법정신을 저해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등 법치국가의 실현에 있어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현행법의 정당성과 규범력을 문제삼는 행위는 법치국가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자,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11. 국민투표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안에 대한 결정’ 즉, 특정한 국가정책이나 법안을 그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국민투표의 본질상 ‘대표자에 대한 신임’은 국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우리 헌법에서 대표자의 선출과 그에 대한 신임은 단지 선거의 형태로써 이루어져야 한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국민투표의 형태로 묻고자 하는 것은 헌법 제72조에 의하여 부여받은 국민투표부의권을 위헌적으로 행사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국민투표제도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 위헌적인 재신임 국민투표를 단지 제안만 하였을 뿐 강행하지는 않았으나,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재신임 국민투표를 국민들에게 제안한 것은 그 자체로서 헌법 제72조에 반하는 것으로 헌법을 실현하고 수호해야 할 대통령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12. 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라고 하여, 탄핵사유의 요건을 ‘직무’ 집행으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의 해석상 대통령의 직위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범한 법위반행위만이 소추사유가 될 수 있다. 썬앤문 및 대선캠프 관련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에 관한 소추사유들은 피청구인이 2003. 2. 25.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에 일어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어서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집행과 무관함이 명백하므로, 탄핵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청구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 일어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측근비리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변론절차에서 현출된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청구인이 위 최도술 등의 불법자금 수수 등의 행위를 지시ㆍ방조하였다거나 기타 불법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이 부분 소추사유는 이유없다.
13. 헌법 제69조는 대통령의 취임선서의무를 규정하면서, 대통령으로서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언급하고 있다. 비록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헌법적 의무에 해당하나,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와는 달리, 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있는 성격의 의무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탄핵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때’로 제한하고 있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는 법적인 관점에서 단지 탄핵사유의 존부만을 판단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여부는 그 자체로서 소추사유가 될 수 없어,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14. 헌법재판소법은 제53조 제1항에서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을 당해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은 헌법 제65조 제1항의 탄핵사유가 인정되는 모든 경우에 자동적으로 파면결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문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직무행위로 인한 모든 사소한 법위반을 이유로 파면을 해야 한다면, 이는 피청구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헌법적 징벌의 요청 즉, 법익형량의 원칙에 위반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의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모든 법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단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의 경우를 말한다.
15. ‘법위반이 중대한지’ 또는 ‘파면이 정당화되는지’의 여부는 그 자체로서 인식될 수 없는 것이므로, ‘법위반이 어느 정도로 헌법질서에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을 미치는지의 관점’과 ‘피청구인을 파면하는 경우 초래되는 효과’를 서로 형량하여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지의 여부 즉, 파면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한편,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하는 효과를 가지며, 직무수행의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은 물론이고, 국론의 분열현상 즉,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간의 분열과 반목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에 대한 파면효과가 이와 같이 중대하다면, 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도 이에 상응하는 중대성을 가져야 한다.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이 어떠한 것인지’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하여,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정당화되는 것이다.
16. 이 사건에서 인정되는 대통령의 법위반이 헌법질서에 미치는 효과를 종합하여 본다면, 대통령의 구체적인 법위반행위에 있어서 헌법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평가될 수 없다.
따라서 파면결정을 통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 대통령의 법위반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고, 또한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17. 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에 의하면 헌법재판소 평의는 공개하지 아니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개별 재판관의 의견을 결정문에 표시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평의의 비밀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는 특별규정이 있어야만 가능한데, 탄핵심판에 관해서는 평의의 비밀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법률규정이 없다. 따라서 이 탄핵심판사건에 관해서도 재판관 개개인의 개별적 의견 및 그 의견의 수 등을 결정문에 표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의 견해에 대하여, ‘동법 제36조 제3항은 탄핵심판에 있어 의견을 표시할지 여부를 관여한 재판관의 재량판단에 맡기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므로 반대의견도 표시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었다.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국회

소추위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대리인 변호사 강재섭 외 66인

피청구인 대통령 노무현

대리인 변호사 유현석 외 9인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탄핵소추의 의결 및 탄핵심판의 청구국회는 2004. 3. 12. 제246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유용태ㆍ홍사덕 의원 외 157인이 발의한 ‘대통령(노무현)탄핵소추안’을 상정하여 재적의원 271인 중 193인의 찬성으로 가결하였다. 소추위원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김기춘은 헌법재판소법 제49조 제2항에 따라 소추의결서의 정본을 같은 날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여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을 청구하였다.

피청구인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 전문(全文)은 별지 3.과 같다.

(2) 탄핵소추사유의 요지(가) 국법질서 문란

1) 특정 정당을 지지한 행위 등

가) 피청구인은 ① 2004. 2. 18.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의 합동기자회견에서, “개헌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발언하고, ② 같은 달 24. 방송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4년 제대로 하게 해 줄 것인지 못 견뎌서 내려오게 할 것인지 국민이 분명하게 해줄 것”,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한다.”, “대통령이 뭘 잘 해서 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발언하여,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공선법’이라 함) 제9조 제1항, 제60조 제1항, 제85조 제1항, 제86조 제1항, 제255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① 2003. 12. 19. 이른바 노사모가 주최한 ‘리멤버 1219’ 행사에 참석하여 “시민혁명은 계속되고 있다. 다시 한 번 나서달라.”고 발언하고, ② 2004. 2. 5. 강원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 “‘국참 0415’ 같은 사람들의 정치참여를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허용하고 장려해 주어야 한다.”고 발언하여, 공선법 제9조 제1항, 제59조, 제87조 및 헌법 제69조를 위반하였다.

다) 2004. 2. 27.자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17대 총선 열린우리당 전략기획’이라는 문건에는 총선후보 영입을 위해 ‘당, 정부, 청와대가 함께 참여하는 컨트롤 타워 구성’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고, ‘先당ㆍ中청ㆍ後정’이라는 총선 위주의 국정운영 순위를 매겨놓고 있는바, 이는 청와대의 조직적인 선거개입을 확인하는 것으로서 피청구인이 이와 같이 특정 정당의 총선 전략을 지휘한 것은 공선법 제9조 제1항, 제86조 제1항 제2호를 위반한 것이다.

라) 피청구인은 ① 2004. 1. 14. 연두기자회견에서, “개혁을 지지한 사람과 개혁이 불안해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서 갈라졌고, 대선 때 날 지지한 사람들이 열린우리당을 하고 있어 함께 하고 싶다.”고 발언하고, ② 2003. 12. 24. 측근들과의 회동에서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돕는다.”고 발언하여, 공선법 제9조 제1항, 헌법 제8조 제3항, 제11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

마) 피청구인은 국민을 협박하여 특정 정당 지지를 유도하고 총선민심에 영향을 미치는 언행을 반복함으로써 공선법 제237조 제1항 제3호, 헌법 제10조, 제19조, 제24조를 위반하였다.

2) 헌법기관을 경시한 행위 등

가) 피청구인은 2003. 4. 25. 국회인사청문회의 고영구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판정을 묵살함으로써 헌법 제66조 제2항, 제69조, 제78조, 국가정보원법 제7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2003. 5. 8. 대국민 인터넷 서신을 통하여 현직 국회의원들을 ‘뽑아버려야 할 잡초’라는 취지로 표현함으로써 헌법 제66조 제2항, 제69조, 국가공무원법 제63조, 형법 제311조를 위반하였다.

다) 피청구인은 2003. 9. 3.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 해임건의안 의결을 수용하는 것을 해태하여 거부하는 듯한 자세를 취함으로써 헌법 제63조 제1항, 제66조 제2항, 제69조를 위반하였다.

라) 피청구인은 ① 2004. 3. 4.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하여 선거중립의무의 준수를 요청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② 같은 날 현행 선거관련법에 대해 ‘관권선거시대의 유물’이라고 폄하하고, ③ 같은 달 8. 자신의 공선법 제9조 위반행위를 ‘경미한 것’, ‘미약하고 모호한 것’이라고 평가절하 함으로써, 헌법 제40조, 제66조 제2항, 제69조를 위반하였다.

마) 피청구인은 2004. 3. 8. 국회의 탄핵 추진에 대하여 ‘부당한 횡포’라고 발언하여 헌법 제65조 제1항, 제66조 제2항, 제69조를 위반하였다.

바) 피청구인은 2003. 10. 10. 기자회견에서 최도술의 SK비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하여 “수사가 끝나면 무엇이든 간에 이 문제를 포함해 그 동안 축적된 국민 불신에 대해서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발언하고, 같은 달 13. 국회에서 행한 시정연설에서 “국민투표는 법리상 논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면 현행법으로도 가능할 것”, “정책과 결부시키는 방법이 논의되고 있지만 그렇게 안 하는 것이 좋겠고 어떤 조건도 붙이지 않겠다.”, “재신임을 받을 경우 연내에 내각과 청와대를 개편하고 국정쇄신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발언하여, 헌법 제66조 제2항, 제69조, 제72조를 위반하였다.

(나) 권력형 부정부패

1) 썬앤문 관련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

가) 피청구인은 2002. 6. 안희정으로 하여금 썬앤문(대표 문병욱)에 대한 감세청탁을 국세청에 하도록 하여 썬앤문의 세금 171억 원이 23억 원으로 감액되었는바, 이는 형법 제129조 제2항,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를 위반한 것이다.

나) 피청구인은 2002. 11. 9. 서울 리츠칼튼호텔 일식당에서 이광재의 주선으로 문병욱과의 조찬자리에 참석하였고, 피청구인이 조찬을 마치고 나간 직후 이광재는 문병욱으로부터 1억 원을 수수하였는데, 이는 정치자금에관한법률(이하 ‘자금법’이라 함) 제30조, 형법 제32조 위반에 해당한다.

다) 피청구인은 2002. 7. 7. 김해관광호텔에서 문병욱으로부터 돈뭉치 2개(1억 원 정도로 추정)를 받아 수행비서 여택수에게 건네줌으로써 형법 제129조, 국가공무원법 제61조, 자금법 제30조를 위반하였다.

2) 대선캠프 관련 불법정치자금 수수

노무현 대선캠프의 정대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9억 원, 이상수 총무위원장은 7억 원, 이재정 유세본부장은 10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각각 수수, 이를 노무현 대선캠프에 전달하였는데, 피청구인은 여기에 관여하였으므로 자금법 제30조 위반에 해당한다.

3) 측근비리 연루

가) 최도술과 관련된 비리

최도술은 ① 2002. 5. 장수천과 관련한 피청구인의 채무변제를 위해 새천년민주당 부산지역 선거대책위원회 계좌에 남아있던 지방선거 잔금 중 2억 5천만 원을 횡령하여 장수천 대표 선봉술에게 전달하였고, ② 2002. 12.부터 2003. 2. 6. 사이에 장수천 채무변제를 위해 불법자금 5억 원을 모아 선봉술에게 전달하였으며, ③ 2002. 3.부터 같은 해 4. 사이에 피청구인의 대통령후보 경선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차명계좌를 통해 1억 원의 불법자금을 수수하였고, ④ 대통령선거 이후 넥센타이어 등에서 2억 9,650만 원의 불법자금을 수수하였으며, ⑤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삼성 등으로부터 4천7백만 원을 수수하였고, ⑥ 대통령선거 직후 SK로부터 11억 원 가량의 양도성예금증서를 받았는바, 이러한 최도술의 행위는 피청구인의 지시나 묵인이 없으면 불가능하므로, 피청구인의 이러한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61조 제1항, 자금법 제30조,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형법 제129조, 제356조, 제31조, 제32조 위반에 해당한다.

나) 안희정과 관련된 비리

① 2002. 8. 29.부터 2003. 2. 사이에 강금원은 이기명 소유의 땅을 위장 매매하는 방식으로 19억 원의 불법자금을 제공하였고, ② 안희정은 2002. 9.부터 같은 해 12.까지 7억 9천만 원의 불법자금을 모아 선봉술 등에게 전달하였으며, ③ 안희정은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5천만 원, 대통령선거 당시 삼성으로부터 30억 원, 2003. 3.부터 같은 해 8. 사이에 10억 원의 불법자금을 수수하였는데, 피청구인은 이를 지시, 방조하였으므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국가공무원법 제61조 제1항, 자금법 제30조, 형법 제31조, 제32조를 위반한 것이다.

다) 여택수와 관련된 비리

여택수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재직 시 롯데로부터 3억 원의 불법자금을 수수하여 그 가운데 2억 원을 열린우리당에 창당자금으로 제공하였는데, 피청구인은 여기에 관여하였으므로 국가공무원법 제61조 제1항, 자금법 제30조, 형법 제129조, 제31조, 제32조를 위반한 것이다.

라) 양길승과 관련된 비리

청와대 부속실장이던 양길승은 2003. 6.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이원호로부터 향응을 제공받고 수사무마 청탁 등을 하였다는 혐의로 구속되었다.

4) 정계은퇴 공언

피청구인은 2003. 12. 14. 청와대 정당대표 회동에서 피청구인 측의 불법정치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정계를 은퇴할 것이라고 공언하였고, 2004. 3. 8. 현재 검찰수사 결과 7분의 1 수준에 이르고 있는데도 은퇴공약을 무시함으로써 헌법 제69조, 국가공무원법 제63조, 자금법 제30조를 위반하였다.

(다) 국정파탄

피청구인은 국가원수이자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국민을 통합시키고 국가발전과 경제성장에 모든 역량을 결집시킴으로써 국민의 행복추구권 보장과 복리증진을 위하여 성실히 노력하여야 할 헌법상의 책무를 저버린 채, 성장과 분배간의 정책목표에 일관성이 없고, 노사간의 권리의무관계에 대하여는 뚜렷한 정책방향 없이 흔들려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켰으며, 정책당국자간의 혼선과 이념적 갈등을 야기하여 경제 불안을 가중시켜왔고,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권한과 노력을 특정 정당의 총선 승리를 위하여 쏟아 붓는 등 불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여 왔으며, “대통령 못 해 먹겠다.”는 발언을 하거나 재신임국민투표를 제안하고, 정계은퇴를 공언하는 등으로 무책임하고 경솔한 국정운영을 함으로써 국민을 분열시키고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하여 헌법 제10조, 제69조를 위반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1)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했는지의 여부 및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을 선고할 것인지의 여부이다.

(2) 헌법재판소는 사법기관으로서 원칙적으로 탄핵소추기관인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소추사유에 의하여 구속을 받는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되지 아니한 소추사유를 판단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그러나 탄핵소추의결서에서 그 위반을 주장하는 ‘법규정의 판단’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원칙적으로 구속을 받지 않으므로, 청구인이 그 위반을 주장한 법규정 외에 다른 관련 법규정에 근거하여 탄핵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를 판단할 수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소추사유의 판단에 있어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에서 분류된 소추사유의 체계에 의하여 구속을 받지 않으므로, 소추사유를 어떠한 연관관계에서 법적으로 고려할 것인가의 문제는 전적으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달려있다.

2. 소추위원의 주장 및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가. 소추위원의 주장요지

(1) 탄핵사유에는 공무원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조항에 위배된 행위뿐만 아니라 직무집행과 관련된 부도덕이나 정치적 무능력ㆍ정책결정상의 과오도 해당된다. 공무원의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모든’ 행위가 탄핵대상이며 ‘중대한’ 위반행위만이 탄핵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사 탄핵제도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중대한 위반행위’로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헌법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불성실하게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수행하는 것은 다른 위반행위와 달리 헌법이나 법률에 중대하게 위배된 경우임이 명백하다. 한편 대통령의 취임 전 행위도 탄핵대상이 된다.

(2)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있어서의 헌법 또는 법률위반행위가 파면까지 가야 할 중대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권한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회에 부여되어 있고, 헌법재판소의 심판범위는 탄핵소추절차의 합헌성ㆍ적법성 여부와 탄핵소추된 구체적 위반행위 사실의 존재여부에 한정된다.

(3) 피청구인은 대통령 취임전은 물론 취임 이후에도,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의지를 의심케 하고 국론분열을 조장하는 발언 등을 계속 반복적으로 하였다. 또한 수사에 개입하거나 압력을 가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을 저해하였다. 피청구인은 특정 정당을 위한 불법선거운동을 계속해 왔고 이로 인해 2004. 3. 3.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으로서 공선법을 위반했다는 판정과 경고조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경고를 무시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선거법에 관계없이 특정정당을 공개 지원하겠다고 하여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반헌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피청구인은 당선을 전후하여 측근들이 행한 수많은 불법자금수수 및 횡령사건에 직ㆍ간접적으로 관여함으로써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불법정치자금 수수행위 처벌), 형법 제123조(직권남용죄), 제129조(수뢰죄) 등 각종 법률을 위반하였고 일부 측근비리와 관련하여서는 헌법상 불가능한 국민투표에 의한 재신임문제를 주장하였으며, 불법대선자금과 관련하여서는 일정규모가 넘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공언하였으면서도 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헌법 제69조(헌법준수의무) 등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였다.

나아가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무엇보다도 국민통합과 경제발전 및 국민복리의 증진에 힘써야 함에도 이러한 헌법적 책무를 저버린 채 우리 사회내 여러 계층간의 반목과 질시를 조장하는 발언을 하여 국론을 분열시켰으며, ‘성장과 분배’간 정책목표의 불확실성ㆍ정책당국자간 혼선 등으로 경제 불안을 가중시키고, 경기침체 및 대규모 청년실업 등을 초래하여 국민경제와 민생을 도탄에 빠지게 하고 국민에게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극심한 고통과 불행을 안겨줌으로써 헌법 제10조(국민의 행복추구권 보장의무), 제69조(국민복리증진을 위하여 성실히 직책을 수행할 의무)를 위반하였다.

국회는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행복과 나라의 장래를 위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대통령의 실정에 대하여 현행 헌법상 직접적으로 책임을 추궁하고 견제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탄핵소추를 의결한 것이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1) 적법요건에 관하여이 사건에서 국회가 탄핵소추의 사유와 증거가 미비한 상태에서 탄핵소추를 졸속으로 의결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키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의 사유와 증거를 조사하려고 기도하는 것은 탄핵소추권의 남용이다.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은 탄핵소추안의 의결에 참여하지 않는 소속 국회의원들을 출당시키겠다고 협박하였고, 의결에 참가한 국회의원들은 개표소에 커튼이 드리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를 하였으며, 일부는 투표함에 넣기 전 기표내역을 소속 정당 총무에게 보여주어 공개투표를 하였다. 또한 국회의장은 대리투표를 하였다.

국회의장은 교섭단체인 열린우리당의 대표의원과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본회의 개의시각을 오후 2시에서 오전 10시로 변경하였다.

국회의장은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투표에 응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신중히 상황판단을 함이 없이 한나라당, 민주당 및 자민련 소속 국회의원들의 투표가 종료되자 서둘러 일방적으로 투표종료를 선언하여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표결권을 침해하였다.

국회의장은 탄핵소추안 심의과정에서 제안자의 취지 설명 없이 유인물을 배포하고 질의와 토론절차를 생략한 채 표결을 강행함으로써 국회법 제93조를 위반하여 국회의원들의 질의 및 토론권을 침해하였다.

이 사건 탄핵소추의결서에서는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소추사유가 크게 3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국회가 3가지의 탄핵소추사유 각각에 대하여 개별적인 질의ㆍ토론과 표결절차를 거치지 않고 하나의 안건으로 보아 한 차례의 표결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 것은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피청구인은 국회의 탄핵소추절차에서 아무런 고지나 의견제출 기회를 받지 못함으로써 적법절차를 위반하였다.

(2) 본안에 관하여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심판권의 행사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른 견제와 균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대단히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헌법 제65조 제1항의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는 너무 모호하여 어떤 종류의 위법행위를 어떻게 범해야 탄핵할 수 있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헌법의 기본질서와 가치, 그리고 권력기관들을 둘러싼 제도적ㆍ현실적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대통령 탄핵사유는 ‘헌법적 가치와 기본질서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중대하고도 명백한 헌법과 법률 위배’로 한정하는 것이 옳다.

이 사건 탄핵소추는 실질적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상실한 국회가 임기만료를 목전에 두고 국민이 위임한 권한의 범위를 넘어 당리당략과 감정만을 앞세워 한 것이며, 탄핵을 할 정도의 실체적 사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신중한 조사와 숙고, 민주적 토론, 국민에 대한 설득과정 등을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처리되었다.

탄핵소추의 첫째 사유인 ‘선거법 위반’의 경우, 대통령은 정당가입이 허용되는 정치적 공무원으로서 공선법 제9조의 적용대상이 아니며, 그렇지 않더라도 그 발언내용들은 공선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둘째 소추사유인 ‘측근비리’는 상당수가 취임전의 일이며 대통령은 이를 교사하거나 방조하는 등 가담한 일이 없고 그러한 사실이 밝혀진 바도 없어 탄핵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셋째 소추사유인 이른바 ‘국정파탄’ 부분은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사실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의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 잘못은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다.

3. 탄핵소추의 적법여부에 관한 판단가. 국회의 의사절차 자율권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입법기관으로서 의사(議事)와 내부규율 등 국회운영에 관하여 폭넓은 자율권을 가지므로 국회의 의사절차나 입법절차에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그 자율권은 권력분립의 원칙이나 국회의 위상과 기능에 비추어 존중되어야 하며, 따라서 그 자율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국회의 판단에 대하여 다른 국가기관이 개입하여 그 정당성을 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헌법재판소도 그 예외는 아니다(헌재 1998. 7. 14. 98헌라3, 판례집 10-2, 74, 83).

또한, 국회의장은 국회법 제10조에 의거 원칙적으로 의사진행에 관한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본회의의 의사절차에 다툼이 있거나 정상적인 의사진행이 불가능한 경우에 의사진행과 의사결정에 대한 방법을 선택하는 문제는 국회의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으로서, 이러한 국회의장의 의사진행권은 넓게 보아 국회자율권의 일종으로서 그 재량의 한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존중되어야 하므로 헌법재판소도 이에 관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헌재 2000. 2. 24. 99헌라1, 판례집 12-1, 115, 128).

나. 국회에서의 충분한 조사 및 심사가 결여되었다는 주장에 관하여피청구인은 국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하려면 소추의 사유와 그 증거를 충분히 조사하여 헌법재판소가 즉시 탄핵심판의 당부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소추사유와 증거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국회가 탄핵소추를 하기 전에 소추사유에 관하여 충분한 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국회법 제130조 제1항에 의하면 “탄핵소추의 발의가 있은 때에는 …본회의는 의결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조사하게 할 수 있다.”고 하여, 조사의 여부를 국회의 재량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 국회가 별도의 조사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다. 투표의 강제, 투표내역의 공개, 국회의장의 대리투표가 이루어졌다는 주장에 관하여(1)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의 의결에 참여하지 않는 소속 국회의원들을 출당시키겠다.”고 공언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오늘날의 정당민주주의 하에서 허용되는 국회의원의 정당기속의 범위를 넘어 국회의원의 양심에 따른 표결권행사(헌법 제46조 제2항, 국회법 제114조의2)를 실질적으로 방해할 정도의 압력 또는 협박이었다고 볼 수 없다.

(2) 개표소의 가림막이 내려지지 않은 채 투표를 하였다든지, 일부 국회의원들이 기표내역을 소속 정당의 총무에게 보여 주었다든지 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국회 표결의 효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의사절차에 관한 자율권을 가진 국회의 판단을 존중할 사항이라 할 것인데, 국회의장이 투표의 유효성을 인정하여 탄핵소추안의 가결을 선포하였고, 달리 이에 관하여 헌법이나 법률을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다고 볼 뚜렷한 근거나 자료가 없으므로 헌법재판소로서는 그러한 사유만으로 이 사건 탄핵소추안에 대한 투표 및 가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

(3) 국회의장의 대리투표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대리투표라 함은 ‘본인이 기표를 하지 않고 제3자로 하여금 대신하여 투표용지에 기표하도록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나, 국회의장이 국회의 관례에 따라 의장석에서 투표용지에 직접 기표를 하고 기표내용을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도록 투표용지를 접은 후 의사직원에게 전달하여 그로 하여금 투표함에 넣게 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므로, 대리투표에 해당하지 않는다.

라. 본회의 개의시각이 무단 변경되었다는 주장에 관하여국회법은 개의시각과 관련하여 제72조에서 “본회의는 오후 2시(토요일은 오전 10시)에 개의한다. 다만 의장은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그 개의시를 변경할 수 있다.”고 하여 개의시각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협의’는 의견을 교환하고 수렴하는 절차라는 그 성질상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그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종국적으로 국회의장에게 맡겨져 있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의 경우 2004. 3. 12.이 지나면 시한의 경과로 탄핵소추안이 폐기됨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계속된 본회의장 점거로 인하여 국회법에 따른 정상적인 의사진행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점, 2004. 3. 12. 11시 22분경 개의된 본회의에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비롯하여 대다수의 국회의원들이 회의장에 출석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설사 열린우리당의 대표의원과 국회의장이 직접 협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국회법 제72조에 명백히 위반된 흠이 있다거나,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마. 투표의 일방적 종료가 선언되었다는 주장에 관하여피청구인은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투표에 응할 것인지 여부를 무시한 채 국회의장이 일방적으로 투표종료를 선언하였다고 주장하나, 2004. 3. 12. 국회 본회의 회의록에 의하면 당시 의장이 2, 3 차례에 걸쳐 투표를 하지 아니한 국회의원들에게 투표를 할 것을 촉구하면서, 투표를 더 이상 안 하면 투표를 종료할 것이라고 선언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의장이 일방적으로 투표를 종료하여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의 투표권 행사를 방해한 것이라 볼 수 없다.

바. 질의 및 토론절차가 생략되었다는 주장에 관하여피청구인은 국회의장이 이 사건 탄핵소추안 심의과정에서 국회법 제93조에 위반하여 제안자의 취지 설명 없이 유인물을 배포하고 질의와 토론절차를 생략한 채 표결을 강행함으로써 국회의원들의 질의ㆍ토론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한다.

국회법 제93조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아니한 안건에 대해서는 제안자가 그 취지를 설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위 국회 회의록에 의하면 이 사건 탄핵소추안 심의과정에서는 제안자의 취지 설명을 ‘서면’으로 대체한 사실이 인정되는데, 이러한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볼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

다음으로 질의 및 토론절차를 생략한 것에 관하여 본다. 국회법 제93조는 ‘본회의는 안건을 심의함에 있어서 질의ㆍ토론을 거쳐 표결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탄핵소추의 중대성에 비추어 국회 내의 충분한 질의와 토론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지 않은 탄핵소추안에 대하여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탄핵소추의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국회법 제130조 제2항을 탄핵소추에 관한 특별규정인 것으로 보아, ‘탄핵소추의 경우에는 질의와 토론 없이 표결할 것을 규정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국회의 자율권과 법해석을 존중한다면, 이러한 법해석이 자의적이거나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다.

사. 탄핵소추사유별로 의결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관하여탄핵소추의결은 개별 사유별로 이루어지는 것이 국회의원들의 표결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 바람직하나, 우리 국회법상 이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으며, 다만 제110조는 국회의장에게 표결할 안건의 제목을 선포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탄핵소추안의 안건의 제목을 어떻게 잡는가에 따라 표결범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여러 소추사유들을 하나의 안건으로 표결할 것인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표결할 안건의 제목설정권을 가진 국회의장에게 달려있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이 부분 피청구인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

아.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었다는 주장에 관하여피청구인은 이 사건 탄핵소추를 함에 있어서 피청구인에게 혐의사실을 정식으로 고지하지도 않았고 의견 제출의 기회도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적법절차원칙이란, 국가공권력이 국민에 대하여 불이익한 결정을 하기에 앞서 국민은 자신의 견해를 진술할 기회를 가짐으로써 절차의 진행과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는 법원리를 말한다. 국민은 국가공권력의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절차의 주체로서, 자신의 권리와 관계되는 결정에 앞서서 자신의 견해를 진술할 수 있어야만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가 보장될 수 있고 당사자간의 절차적 지위의 대등성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국회의 탄핵소추절차는 국회와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 사이의 문제이고,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에 의하여 사인으로서의 대통령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으로서의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기관이 국민과의 관계에서 공권력을 행사함에 있어서 준수해야 할 법원칙으로서 형성된 적법절차의 원칙을 국가기관에 대하여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소추절차에는 직접 적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그 외 달리 탄핵소추절차와 관련하여 피소추인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할 것을 요청하는 명문의 규정도 없으므로, 국회의 탄핵소추절차가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었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

4. 헌법 제65조의 탄핵심판절차의 본질 및 탄핵사유가. 탄핵심판절차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침해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고 유지하기 위한 제도이다.

헌법 제65조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위반이나 법률위반에 대하여 탄핵소추의 가능성을 규정함으로써, 그들에 의한 헌법위반을 경고하고 사전에 방지하는 기능을 하며, 국민에 의하여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다시 그 권한을 박탈하는 기능을 한다. 즉, 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에 위반한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탄핵심판절차의 목적과 기능인 것이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도 탄핵대상 공무원에 포함시킴으로써, 비록 국민에 의하여 선출되어 직접적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헌법질서의 수호를 위해서는 파면될 수 있으며, 파면결정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상당한 정치적 혼란조차도 국가공동체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치러야 하는 민주주의 비용으로 간주하는 결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제도는 누구든지 법 아래에 있고, 아무리 강한 국가권력의 소유자라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법의 지배 내지 법치국가원리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헌법수호절차로서의 탄핵심판절차의 기능을 이행하도록 하기 위하여, 제65조에서 탄핵소추의 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에 대한 위배’로 명시하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관장하게 함으로써 탄핵절차를 정치적 심판절차가 아니라 규범적 심판절차로 규정하였고, 이에 따라 탄핵제도의 목적이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법위반을 이유로 하는’ 대통령의 파면임을 밝히고 있다.

나. 헌법은 제65조 제1항에서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하여 탄핵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1) 모든 국가기관은 헌법의 구속을 받으며, 특히 입법자는 입법작용에 있어서 헌법을 준수해야 하고, 행정부와 사법부는 각 헌법상 부여받은 국가권력을 행사함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의 구속을 받는다. 헌법 제65조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국가기관이 헌법과 법률의 구속을 받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탄핵사유를 헌법위반에 제한하지 아니하고 헌법과 법률에 대한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다. 행정부ㆍ사법부가 입법자에 의하여 제정된 법률을 준수하는가의 문제는 헌법상의 권력분립원칙을 비롯하여 법치국가원칙을 준수하는지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행정부와 사법부에 의한 법률의 준수는 곧 헌법질서에 대한 준수를 의미하는 것이다.

(2) 여기서 헌법 제65조에 규정된 탄핵사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직무집행에 있어서’의 ‘직무’란, 법제상 소관 직무에 속하는 고유 업무 및 통념상 이와 관련된 업무를 말한다. 따라서 직무상의 행위란, 법령ㆍ조례 또는 행정관행ㆍ관례에 의하여 그 지위의 성질상 필요로 하거나 수반되는 모든 행위나 활동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직무상 행위는 법령에 근거한 행위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지위에서 국정수행과 관련하여 행하는 모든 행위’를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예컨대 각종 단체ㆍ산업현장 등 방문행위, 준공식ㆍ공식만찬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행위, 대통령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국가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방송에 출연하여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는 행위, 기자회견에 응하는 행위 등을 모두 포함한다.

헌법은 탄핵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때”로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에는 명문의 헌법규정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형성되어 확립된 불문헌법도 포함된다. ‘법률’이란 단지 형식적 의미의 법률 및 그와 등등한 효력을 가지는 국제조약,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 등을 의미한다.

5. 피청구인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했는지의 여부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은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을 당해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을 선고할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헌법이 규정하는 탄핵사유가 존재하는지, 즉,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아래에서는 국회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소추사유를 유형별로 나누어 헌법이나 법률의 위반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가. 기자회견에서 특정정당을 지지한 행위(2004. 2. 18.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의 기자회견, 2004. 2. 24.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의 발언)대통령이 2004. 2. 18. 청와대에서 가진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의 기자회견에서 “…개헌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저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발언하였고, 2004. 2. 24. 전국에 중계된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정동영 의장은 100석 정도를 목표로 제시했는데 기대와 달리 소수당으로 남게 된다면 어떻게 정국을 운영할 것인지’ 등 총선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하여, “국민들이 압도적으로 지지를 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 “대통령이 뭘 잘 해서 열린우리당에 표를 줄 수 있는 길이 있으면, 정말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 “대통령을 노무현 뽑았으면 나머지 4년 일 제대로 하게 해 줄 거냐 아니면 흔들어서 못 견뎌서 내려오게 할 거냐라는 선택을 우리 국민들이 분명히 해 주실 것이다.”는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

한편, 소추의결서에 기재되지 아니한 새로운 사실을 탄핵심판절차에서 소추위원이 임의로 추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2004. 3. 11. 대통령의 ‘총선과 재신임의 연계발언’ 부분은 국회 탄핵소추의결서에 적시되지 않은 사실로서 국회의 탄핵의결 이후 소추의원 의견서에 추가된 소추사유이므로, 판단의 대상으로 삼지 않기로 한다.

(1) 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는 공무원의 지위를 규정하는 헌법 제7조 제1항, 자유선거원칙을 규정하는 헌법 제41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 및 정당의 기회균등을 보장하는 헌법 제116조 제1항으로부터 나오는 헌법적 요청이다.

(가) 헌법 제7조 제1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하여, 공무원은 특정 정당이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복리를 위하여 직무를 행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국가기관의 지위와 책임은 선거의 영역에서는 ‘선거에서의 국가기관의 중립의무’를 통하여 구체화된다. 국가기관은 모든 국민에 대하여 봉사해야 하며, 이에 따라 정당이나 정치적 세력간의 경쟁에서 중립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러므로 국가기관이 자신을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와 동일시하고 공직에 부여된 영향력과 권위를 사용하여 선거운동에서 특정 정당이

나 후보자의 편에 섬으로써 정치적 세력간의 자유경쟁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곧 헌법 제7조 제1항의 요청인 것이다.

(나) 헌법 제41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은 각 국회의원선거 및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선거의 원칙을 규정하면서 자유선거원칙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으나, 선거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의사형성과정에서 외부로부터의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없이 자신의 판단을 형성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자유선거원칙은 선출된 국가기관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기본적 전제조건으로서 선거의 기본원칙에 포함되는 것이다.

자유선거원칙이란, 유권자의 투표행위가 국가나 사회로부터의 강제나 부당한 압력의 행사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유권자가 자유롭고 공개적인 의사형성과정에서 자신의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유선거원칙은 국가기관에 대해서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와 일체감을 가지고 선거에서 국가기관의 지위에서 그들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금지하는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의미한다.

(다) 선거에 있어서 공무원의 중립의무는 정당의 기회균등의 관점에서도 헌법적으로 요청된다. 정당의 기회균등의 원칙은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보장하는 헌법 제8조 제1항 및 평등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11조의 연관관계에서 도출되는 헌법적 원칙이며, 특히 헌법 제116조 제1항은 “선거운동은…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규정하여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정당의 기회균등의 원칙’을 구체화하고 있다. 정당의 기회균등의 원칙은 국가기관에 대하여 선거에서의 정당간의 경쟁에서 중립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청하므로, 국가기관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선거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한다.

(2) 공선법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 등)의 위반 여부공선법은 제9조에서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여 ‘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가) 대통령이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에 해당하는지의 문제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에 대통령과 같은 정무직 공무원도 포함되는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1) 공선법 제9조헌법 제7조 제1항(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공무

원의 지위), 헌법 제41조, 제67조(자유선거원칙) 및 헌법 제116조(정당의 기회균등의 원칙)로부터 도출되는 헌법적 요청인 ‘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법규정이다. 따라서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이란, 위 헌법적 요청을 실현하기 위하여 선거에서의 중립의무가 부과되어야 하는 모든 공무원 즉, 구체적으로 ‘자유선거원칙’과 ‘선거에서의 정당의 기회균등’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공무원을 의미한다. 그런데 사실상 모든 공무원이 그 직무의 행사를 통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여기서의 공무원이란 원칙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공무원 즉, 좁은 의미의 직업공무원은 물론이고,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통하여 국가에 봉사하는 정치적 공무원(예컨대,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포함한다.

특히 직무의 기능이나 영향력을 이용하여 선거에서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정당간의 경쟁관계를 왜곡할 가능성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에 있어서 더욱 크다고 판단되므로, 대통령,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에게는 다른 공무원보다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특히 요구된다.

2) 공선법 제9조에서 공무원에 대하여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요구한 것은 헌법상 자유선거원칙의 요청, 정당의 기회균등의 원칙 및 헌법 제7조 제1항에 헌법적 근거를 둔 ‘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선거법의 영역에서 공무원에 대하여 단지 구체화한 조항으로서,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의무가 요구될 수 없는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을 제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정당의 대표자이자 선거운동의 주체로서의 지위로 말미암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될 수 없는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은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 국가기관에게 선거에서의 중립의무가 부과되는 것은, 정당이 선거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자유경쟁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의 중립의무에 의하여 보장된 ‘정당간의 자유경쟁’에서 국회의원은 정당의 대표자로서 선거운동의 주역으로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즉, 국가기관은 선거를 실시하고 공명선거를 보장해야 할 기관으로서 선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는 반면, 정당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그 과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3)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의 의미를 공선법상의 다른 규정 또는 다른 법률

과의 연관관계에서 체계적으로 살펴보더라도, 공선법에서의 ‘공무원’의 개념은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의원을 제외한 모든 정무직 공무원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예컨대, 공무원을 원칙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로 규정하는 공선법 제60조 제1항 제4호, 공무원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는 공선법 제86조 제1항 등의 규정들에서 모두 정무직 공무원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공무원법(제2조 등), 정당법(제6조 등) 등 다른 법률들에서도 ‘공무원’이란 용어를 모두 정무직 공무원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4) 따라서 선거에 있어서의 정치적 중립성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모든 공직자에게 해당하는 공무원의 기본적 의무이다. 더욱이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공정한 선거가 실시될 수 있도록 총괄ㆍ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당연히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지는 공직자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로써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에 포함된다.

(나) ‘정치적 헌법기관’으로서의 대통령과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의무’

대통령이 ‘정치적 헌법기관이라는 점’과 ‘선거에 있어서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은 서로 별개의 문제로서 구분되어야 한다.

대통령은 통상 정당의 당원으로서 정당의 추천과 지지를 받아 선거운동을 하고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선출된 후에도 일반적으로 정당의 당원으로 남게 되고, 특정 정당과의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현행 법률도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는 일반 직업공무원과는 달리, 대통령에게는 당원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정당법 제6조 제1호) 정당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여당의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라, 행정권을 총괄하는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공익실현의 의무가 있는 헌법기관이다. 대통령은 지난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한 국민 일부나 정치적 세력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로서 조직된 공동체의 대통령이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의 범위를 초월하여 국민 전체에 대하여 봉사함으로써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대통령의 지위는 선거와 관련하여 공정한 선거관리의 총책임자로서의 지위로 구체화되고, 이에 따라 공선법은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공선법 제60조 제1항 제4호).

따라서 대통령이 정당의 추천과 지원을 통하여 선거에 의하여 선출되는 정

무직 공무원이라는 사실, 대통령에게 정치활동과 정당활동이 허용되어 있다는 사실도 선거에서의 대통령의 정당정치적 중립의무를 부인하는 논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다) 선거에서의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의무’와 ‘정치적 의견표명의 자유’

모든 공직자는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부과 받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동시에 국가에 대하여 자신의 기본권을 주장할 수 있는 국민이자 기본권의 주체이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경우에도 소속정당을 위하여 정당활동을 할 수 있는 사인으로서의 지위와 국민 모두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익실현의 의무가 있는 헌법기관으로서의 대통령의 지위는 개념적으로 구분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선거에 있어서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요청은 대통령의 정치활동의 금지나 정당정치적 무관심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활동이 금지되어 있는 다른 공무원과는 달리, 대통령은 정당의 당원이나 간부로서,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과정에 관여하고 통상적인 정당 활동을 할 수 있으며, 뿐만 아니라 전당대회에 참석하여 정치적 의견표명을 할 수 있고 자신이 소속된 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이 정치인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경우에도, 대통령직의 중요성과 자신의 언행의 정치적 파장에 비추어 그에 상응하는 절제와 자제를 하여야 하며, 국민의 시각에서 볼 때, 직무 외에 정치적으로 활동하는 대통령이 더 이상 자신의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할 수 없으리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대통령의 절대적인 지명도로 말미암아 그의 ‘사인으로서의 기본권행사’와 ‘직무범위 내에서의 활동’의 구분이 불명확하므로, 대통령이 사인으로서의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고 정당활동을 하는 경우에도 그에게 부과된 대통령직의 원활한 수행과 기능유지 즉,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헌법 제7조 제1항의 요청에 부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 및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지위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때에는 원칙적으로 정당정치적 의견표명을 삼가야 하며, 나아가, 대통령이 정당인이나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국가기관인 대통령의 신분에서 선거관련 발언을 하는 경우에는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의무의 구속을 받는다.

(라) 공선법 제9조의 위반행위

공선법 제9조는 “공무원은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여, 선거에서의 공무원

의 중립의무를 실현하기 위하여 금지되어야 할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공선법 제9조는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위반행위로 규정하면서,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시로서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를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위반했는지의 여부는 무엇보다도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의 여부에 있다고 하겠고, 공직자가 공직상 부여되는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국민 또는 주민 모두에 대하여 봉사하고 책임을 지는 그의 과제와 부합하지 않는 방법으로 사용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선거에서 공무원에게 허용되는 정치적 활동의 한계를 넘은 것으로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공무원이 공직자의 지위에서 행동하면서 공직이 부여하는 영향력을 이용하였다면,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고, 이로써 선거에서의 중립의무에 위반한 것이다.

(마) 대통령의 발언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에 위반되는지의 여부

대통령의 발언이 공선법 제9조를 위반했는지의 여부는 발언의 구체적 내용, 그 시기, 빈도수, 구체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대통령이 발언을 통하여 공직상 부여되는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국민 모두에 대하여 봉사하는 그의 지위와 부합하지 않는 방법으로 사용함으로써 선거에 영향을 미쳤는지’의 판단에 달려있다.

1) 여기서 문제되는 기자회견에서의 대통령의 발언은 공직자의 신분으로서 직무수행의 범위 내에서 또는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위 기자회견들은 대통령이 사인이나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신분으로서 가진 것이며,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지위가 부여하는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이용하여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따라서 위 기자회견에서의 대통령의 발언은 헌법 제65조 제1항의 의미에서의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한 행위에 해당한다.

2) 국회의원선거의 경우, 4년이란 임기 중에 드러난 국회의원, 정당, 교섭단체의 전반적인 의정활동이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의 판단자료로서의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특히 공선법에 규정된 본격적인 선거운동기간 중에는, 정당, 교섭단체, 후보자들은 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자신의 정책과 정치적 구상 등을 유권자에게 제시하고 경쟁정당이나 경쟁후보자의 정책을 비판하는 방법 등으로 유권자의 신임과 표를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

게 된다.

그런데 대통령이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국민의 의사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면, 정당과 후보자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기초로 하는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과정에 개입하여 이를 왜곡시키는 것이며, 동시에 지난 수 년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하여 꾸준히 지속해 온 정당과 후보자의 정치적 활동의 의미를 반감시킴으로써 의회민주주의를 크게 훼손시키는 것이다. 민주주의국가에서 선거운동은, 정권을 획득하려는 다수의 정당과 후보자가 그 간의 정치적 활동과 업적을 강조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정책의 타당성을 설득함으로써 유권자의 표를 구하는 자유롭고 공개적인 경쟁인데,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대한 평가를 통하여 유권자의 표를 얻으려는 정당간의 자유경쟁관계는 대통령의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편파적 개입에 의하여 크게 왜곡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 대통령의 발언은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반복하여 특정 정당에 대한 자신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나아가 국민들에게 직접 그 정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위와 같은 발언을 통하여 특정 정당과 일체감을 가지고 자신의 직위에 부여되는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특정 정당에게 유리하게 사용한 것은, 국가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여 국민 모두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그의 과제와 부합하지 않는 방법으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고, 이로써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위반하였다.

3) 선거에 대한 영향력 행사가 인정될 수 있는지의 판단은 또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이 행해진 시기에 따라 다르다. 선거와 시간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없는 시기에 위와 같은 내용의 발언이 행해진 경우에는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적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선거일이 가까워 올수록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욱 많으므로, 이러한 시기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편파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최대한으로 자제해야 한다는 국가기관의 의무가 있다.

언제부터 국가기관의 편파적 행위가 선거에 특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하는 시점을 명확하게 확정할 수는 없으나, 문제된 대통령의 발언이 행해진 시기는 각 2004. 2. 18., 2. 24.로서 2004. 4. 15.의 국회의원선거를 약 2달 남겨놓은 시점으로서, 이 때부터는 이미 사실상 선거운동의 준비작업이 시작되었

다고 볼 수 있고 국가기관의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다는 의미에서 선거의 인접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적어도 이 기간에는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요청된다고 하겠다.

4) 그렇다면 선거에 임박한 시기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어느 때보다도 요청되는 때에, 공정한 선거관리의 궁극적 책임을 지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 대통령직의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이용하여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은,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로써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것이므로,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위반하였다.

(3) 공선법 제60조(공무원의 선거운동금지) 위반여부(가) 선거운동의 개념

공선법은 제58조 제1항에서 ‘선거운동’의 개념을 ‘선거운동이라 함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공선법은 같은 항 단서에서 ‘선거운동으로 보지 아니하는 행위’를 열거하고 있는데,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 입후보와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 지지ㆍ반대의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 통상적인 정당활동이 이에 해당한다.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의하면, 공선법 제58조 제1항의 ‘선거운동’이란, 특정 후보자의 당선 내지 이를 위한 득표에 필요한 모든 행위 또는 특정 후보자의 낙선에 필요한 모든 행위 중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한 것이라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 계획적 행위를 말한다(헌재 1994. 7. 29. 93헌가4등, 판례집 6-2, 15, 33 ; 2001. 8. 30. 2000헌마121등, 판례집 13-2, 263, 274).

선거운동인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은 행위의 ‘목적성’이며, 그 외의 ‘능동성’이나 ‘계획성’ 등은 선거운동의 목적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파악하는 데 기여하는 부차적인 요소이다. 행위자의 ‘목적의지’는 매우 주관적인 요소로서 그 자체로서 확인되기 어렵기 때문에, 행위의 ‘능동성’이나 ‘계획성’의 요소라는 상대적으로 ‘객관화될 수 있는 주관적 요소’를 통하여 행위자의 의도를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나)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1) 공선법 제58조 제1항은 ‘당선’의 기준을 사용하여 ‘선거운동’의 개념을 정의함으로써, ‘후보자를 특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선거운동의 요건으로 삼

고 있다. 따라서 선거운동의 개념은 ‘특정한’ 또는 적어도 ‘특정될 수 있는’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위한 행위여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물론, 특정 정당의 득표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도 필연적으로 그 정당의 추천을 받은 지역구 후보자의 당선을 목표로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도 선거운동의 개념을 충족시킬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발언을 통하여 당선시키고자 하는 정당 후보자가 특정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의 발언이 이루어진 시기인 2004. 2. 18.과 2004. 2. 24.에는 아직 정당의 후보자가 결정되지 아니하였으므로, 후보자의 특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발언을 한 것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또한, 선거운동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특정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목적으로 한다는 행위의 ‘목적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 발언에 대해서는 그러한 목적의사가 인정될 수 없다.

가) 선거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유권자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의사형성과정에서 자신의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유권자는 누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책방향을 표방하고 실현하고자 하는가를 알아야 하고,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정책 방향과 입후보자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어야만,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롭게 유권자로서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기자회견 등을 통하여 유권자 결정의 판단기초가 되는 정보, 즉 정당과 후보자에 관한 정보의 제공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기자회견에서의 선거관련 발언을 모두 엄격하게 선거운동으로 규정하는 것은 정치인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특히, 단기의 선거운동기간 중에만 선거운동을 허용하면서 그에 대해서도 선거운동의 주체 및 방법 등에 따른 다양한 규제를 가하고 있는 현행 공선법에서, ‘선거운동’의 개념을 너무 포괄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의 자유가 그만큼 더욱 위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기자회견 등에서의 발언이 그 자체로서 선거운동에 해당하거나 또는 반대로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행위의 태양, 즉 발언의 시기, 내용, 장소,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무엇보다도 ‘기자회견 등의 기회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하고자 하는 상당한 정도의 목적의지가

인정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여기서 발언의 능동성 및 계획성은 ‘목적의지’를 인식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나) 이 사건의 경우, 발언의 시기가 비록 임박한 2004. 4. 15.의 국회의원선거와 시간적인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나, 발언의 내용과 발언이 행해진 구체적 상황에 있어서, 여기서 문제되는 대통령의 발언들은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의 형식으로 수동적이고 비계획적으로 행해진 점을 감안한다면, 대통령의 발언에 선거운동을 향한 능동적 요소와 계획적 요소를 인정할 수 없고, 이에 따라 선거운동의 성격을 인정할 정도로 상당한 목적의지가 있다고 볼 수 없다.

3)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발언이 비록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를 국민에게 호소한 것에는 해당할지라도, 특정 후보자나 특정 가능한 후보자들을 당선 또는 낙선시킬 의도로 능동적ㆍ계획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피청구인의 행위는 공선법 제60조 제1항 또는 그 벌칙조항인 제255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4) 공선법 제85조 제1항, 제86조 제1항 위반 여부

공선법 제85조 제1항은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공무원이 그 소속직원이나 특정기관ㆍ업체 등의 임ㆍ직원을 대상으로 한 선거운동은 그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본바와 같이 피청구인의 위 발언들은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더 나아가 살필 것 없이 공선법 제85조 제1항에 위반되지 않는다.

공선법 제86조 제1항은 공무원의 여러 가지 선거관련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바, 먼저, 그 제1호는 소속직원 또는 선거구민에게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업적을 홍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피청구인의 발언들에 열린우리당의 업적을 홍보하는 내용은 없으므로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제2호 내지 제7호는 구성요건 그 자체로서 피청구인의 발언들과 무관함이 분명하다. 따라서 공선법 제86조 제1항 위반도 인정되지 않는다.

나. 그 밖의 총선과 관련하여 발언한 행위(1) 2003. 12. 19. 리멤버 1219 행사에서의 발언대통령이 2003. 12. 19. 노사모 등 개혁네티즌연대가 주최한 ‘리멤버 1219’ 행사에 참석하여 “여러분의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민혁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존경하는 우리 노사모 회원 여러분, 그리고 시민 여러분, 다시 한 번 나서달라.”고 발언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 발언은, 대통령이 대선 당시 자신을 지지하였던 노사모 등의 단체가 당선 1주년을 축하하기 위하여 피청구인을 초청하여 축하행사를 하던 자리에서 행한 발언으로서, 문제된 발언의 내용을 연설 전체의 맥락에서 살펴보면 행사의 참석자에게 선거개혁(‘돈 안 드는 공명선거’)이나 정치개혁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는 발언이거나 단지 ‘포괄적으로 자신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는 발언으로, 선거와 관련하여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거나 시민단체의 불법적 선거운동을 권유하는 발언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대통령의 위 발언은 허용되는 정치적 의견표명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서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의무에 위반되거나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그 외 다른 법위반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

다만, 대통령의 특정 시민단체에 대한 편파적 행동은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의 집단과 그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의 집단으로 나라가 양분되는 현상을 초래함으로써, 모든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국가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와도 부합하지 않으며, 나아가 정부 전반에 대한 국민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2) 2003. 12. 24. 전직 비서관과의 청와대 오찬에서의 발언대통령이 2003. 12. 24. 국회의원선거에 입후보하기 위하여 퇴임한 전직 비서관등 9명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내년 총선은 한나라당을 하나의 세력으로 하고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한 축으로 하는 구도로 가게 될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는 것은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

대통령 부부가 9명의 전직 청와대 비서관ㆍ행정관들과 가진 청와대 오찬의 경우, 우선 모임의 성격이 대통령의 지위에서 가진 모임이라기보다는 사적인 모임의 성격이 짙고, 위 발언의 내용에 있어서도 대통령이 공직상 부여되는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대통령의 위 발언은 발언의 상대방, 그 경위와 동기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정치적 의견표명의 자유를 행사한 것으로서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의하여 정당화되는 행위이며, 정치적 공무원에게 허용되는 정치적 활동의 한계를 넘지 않은 것이다.

(3) 2004. 1. 14. 연두기자회견에서의 발언2004. 1. 14. 연두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개혁을 지지한 사람과 개혁이 불안해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서 갈라졌고, 대선 때 날 지지한 사람들이

열린우리당을 하고 있어 함께 하고 싶다.”고 발언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 발언은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입당시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서, 법적으로 정당가입이 허용된 대통령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밝히고 그 정당에의 가입여부 및 그 시기에 관하여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대통령이 위 발언을 통하여 선거와 관련하여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이로써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자 한 것이 아니므로, 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하였거나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4) 2004. 2. 5. 강원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의 발언대통령이 2004. 2. 5. 강원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 “국참 0415 같은 사람들의 정치참여를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허용하고 장려해 주어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 발언은 “당선운동을 표명하고 나선 국민참여 0415의 경우 불법 선거 개입의 논란 여지가 있는데 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발언으로서, ‘선거문화를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활동이 장려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정치참여가 법적으로 되도록 넓게 허용되어야 하며, 적어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적 해석을 관대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따라서 위의 발언은 단지 국민의 정치참여 현상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나 선거운동금지에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5) 2004. 2. 27.자 중앙일보에 보도된 “17대 총선 열린우리당 전략 기획”2004. 2. 27.자 중앙일보에 “17대 총선 열린우리당 전략 기획”이라는 대외비 문건에 관하여 보도되었고, 이로써 청와대의 조직적 선거개입의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이 사건의 변론과정에서 드러난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청구인이 열린우리당의 선거전략을 지휘하거나 그에 관여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부분 소추사유는 이유 없다.

(6) 국민을 협박하여 자유선거를 방해한 행위이 부분 소추사유는 구체적 사실을 특정하지도 않은 채, ‘국민을 협박하여 특정 정당의 지지를 유도하고 총선 민심에 영향을 미치는 언행을 반복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선거를 방해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인바, 피청구인의 선거관련 발언들이 일반 공직사회에 파급효를 미쳐 공직자들의 선거중립적 태도에 실질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거나, 피청구인이 수장으로 있는 행정부 조직이 특정 정당을 위하여 선거에 개입하였다거나,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정한 선

거관리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고, 이로써 국민들의 선거에 관한 자유로운 의사형성을 저해ㆍ왜곡하였다거나 자유로운 투표권의 행사를 방해하였다고 볼 여지가 없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선거관련 발언들이 자유선거를 방해하였다거나 선거방해죄에 관한 규정인 공선법 제237조 제1항 제3호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다.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의무(헌법 제66조 제2항 및 제69조)와 관련하여 문제되는 행위(1)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대통령의 의무헌법은 제66조 제2항에서 대통령에게 ‘국가의 독립ㆍ영토의 보전ㆍ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부과하고, 같은 조 제3항에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지우면서, 제69조에서 이에 상응하는 내용의 취임선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69조는 단순히 대통령의 취임선서의무만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헌법 제66조 제2항 및 제3항에 규정된 대통령의 헌법적 책무를 구체화하고 강조하는 실체적 내용을 지닌 규정이다.

헌법 제66조 제2항 및 제69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의무’는 헌법상 법치국가원리가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구체화된 헌법적 표현이다. 헌법의 기본원칙인 법치국가원리의 본질적 요소는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국가의 모든 작용은 ‘헌법’과 국민의 대표로써 구성된 의회의 ‘법률’에 의해야 한다는 것과 국가의 모든 권력행사는 행정에 대해서는 행정재판, 입법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의 형태로써 사법적 통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입법자는 헌법의 구속을 받고, 법을 집행하고 적용하는 행정부와 법원은 헌법과 법률의 구속을 받는다. 따라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할 헌법적 의무를 지고 있다.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의무’가 이미 법치국가원리에서 파생되는 지극히 당연한 것임에도, 헌법은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라는 대통령의 막중한 지위를 감안하여 제66조 제2항 및 제69조에서 이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의 정신에 의한다면, 대통령은 국민 모두에 대한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인 것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뿐만 아니라, 법을 준수하여 현행법에 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나아가 입법자의 객관적 의사를 실현하기 위한 모든 행위를 해야 한다. 행정부의 법존중 의무와 법집행 의무는 행정부가 위헌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법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위헌적인

법률을 법질서로부터 제거하는 권한은 헌법상 단지 헌법재판소에 부여되어 있으므로, 설사 행정부가 특정 법률에 대하여 위헌의 의심이 있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법률의 위헌성이 확인될 때까지는 법을 존중하고 집행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위반 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행위(가) 2004. 3. 4. 노무현 대통령은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하여 자신의 선거개입을 경고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이 번 선관위의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 “이제 우리도 선진민주사회에 걸맞게 제도와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 “과거 대통령이 권력기관을 …동원하던 시절의 선거관련법은 이제 합리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선거법의 해석과 결정도 이러한 달라진 권력문화와 새로운 시대흐름에 맞게 맞춰져야 한다.”고 청와대의 입장을 밝힌 사실이 인정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결정에 대한 2004. 3. 4.자 청와대의 입장이 비록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집약된 의견이라고는 하나, 외부로 표명되는 모든 청와대의 입장은 원칙적으로 대통령의 행위로 귀속되어야 하고, 특히 이 사건의 경우 청와대비서실은 회의의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얻어 보좌관 브리핑을 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청와대 홍보수석의 위 발언은 곧 대통령 자신의 행위로 간주되어야 한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발표한 위 발언내용의 취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면서, 현행 선거법을 ‘관권선거시대의 유물’로 폄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나) 대통령이 현행법을 ‘관권선거시대의 유물’로 폄하하고 법률의 합헌성과 정당성에 대하여 대통령의 지위에서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할 의무와 부합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에 대하여 위헌의 의심이나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법률안을 국회로 환부하여 재의를 요구해야 하며(헌법 제53조 제2항), 대통령이 현행 법률의 합헌성에 대하여 의문을 가진다면, 정부로 하여금 당해 법률의 위헌성여부를 검토케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합헌적인 내용의 법률개정안을 제출하도록 하거나 또는 국회의 지지를 얻어 합헌적으로 법률을 개정하는 방법(헌법 제52조) 등을 통하여 헌법을 실현해야 할 의무를 이행해야지, 국민 앞에서 법률의 유효성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이다. 물론, 대통령도 정치인으로서 현행 법률의 개선방향에 관한 입장과 소신을 피력할 수는 있으나,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연관관계에서 법률의 개정에 관하

여 논의하는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대통령이 선거법위반행위로 말미암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반응으로서 외국의 입법례를 들어가며 현행 선거법을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법률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모든 공직자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대통령의 이러한 언행은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하는 다른 공직자의 의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국민 전반의 준법정신을 저해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등 법치국가의 실현에 있어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법치국가에 대한 대통령의 불투명한 태도 또는 유보적 입장이 국가 전반 및 헌법질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아니할 수 없다. 대통령 스스로가 법을 존중하고 준수하지 않는다면, 다른 공직자는 물론, 국민 누구에게도 법의 준수를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다.

(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현행법의 정당성과 규범력을 문제 삼는 행위는 법치국가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자,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3) 2003. 10. 13.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한 행위국회의 소추의결서는 세 번째 소추사유인 ‘불성실한 직무수행과 경솔한 국정운영’과 관련하여 ‘위헌적인 재신임 국민투표의 제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고, 청구인이 탄핵심판을 청구한 후 제출한 의견서를 통하여 이를 구체화하였으므로, 판단의 대상으로 삼기로 한다.

(가) 대통령이 2003. 10. 13. 국회에서 행한 ‘200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저는 지난주에 국민의 재신임을 받겠다는 선언을 했다.…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국민투표가 옳다고 생각한다. 법리상 논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현행법으로도 ‘국가안보에 관한 사항’을 좀더 폭넓게 해석함으로써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발언하여, 같은 해 12월 중 재신임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제안하였고, 이로 인하여 재신임 국민투표의 헌법적 허용여부에 관한 논란이 야기되었다. 결국, 신임 국민투표의 위헌성에 관한 다툼은 헌법소원의 제기로 인하여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되었으나, 헌법재판소가 헌재 2003. 11. 27. 2003헌마694등 결정에서 5인의 다수의견으로 ‘심판의 대상이 된 대통령의 행위가 법적인 효력이 있는 행위가 아니라 단순한 정치적 계획의 표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심판청구를 부적법한 것으로서 각하하였다.

(나)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ㆍ국방ㆍ통

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여 대통령에게 국민투표 부의권을 부여하고 있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에게 국민투표의 실시 여부, 시기, 구체적 부의사항, 설문내용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임의적인 국민투표발의권을 독점적으로 부여함으로써, 대통령이 단순히 특정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정책에 대한 추가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거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등, 국민투표를 정치적 무기화하고 정치적으로 남용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부의권을 부여하는 헌법 제72조는 가능하면 대통령에 의한 국민투표의 정치적 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엄격하고 축소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의 대상인 ‘중요정책’에는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임’이 포함되지 않는다.

선거는 ‘인물에 대한 결정’ 즉, 대의제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국민의 대표자에 관한 결정이며, 이에 대하여 국민투표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안에 대한 결정’ 즉, 특정한 국가정책이나 법안을 그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국민투표의 본질상 ‘대표자에 대한 신임’은 국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우리 헌법에서 대표자의 선출과 그에 대한 신임은 단지 선거의 형태로써 이루어져야 한다. 대통령이 이미 지난 선거를 통하여 획득한 자신에 대한 신임을 국민투표의 형식으로 재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제를 헌법이 허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위헌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헌법상 국민에게 자신에 대한 신임을 국민투표의 형식으로 물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특정 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이면서 이에 자신의 신임을 결부시키는 대통령의 행위도 위헌적인 행위로서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물론, 대통령이 특정 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인 결과 그 정책의 실시가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경우, 이를 자신에 대한 불신임으로 간주하여 스스로 물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나, 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이면서 “이를 신임투표로 간주하고자 한다.”는 선언은 국민의 결정행위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고 국민투표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자신에 대한 신임을 묻는 행위로서,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민투표를 통하여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자신의 신임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

(라) 뿐만 아니라, 헌법은 명시적으로 규정된 국민투표 외에 다른 형태의 재신임 국민투표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이 원하거나 또는 국민의 이름으로 실시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국민은 선거와 국민투표를 통하여 국가권력을 직접 행사하게 되며, 국민투표는 국민에 의한 국가권력의 행사방법의 하나로서 명시적인 헌법적 근거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국민투표의 가능성은 국민주권주의나 민주주의원칙과 같은 일반적인 헌법원칙에 근거하여 인정될 수 없으며,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지 않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

(마) 결론적으로,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국민투표의 형태로 묻고자 하는 것은 헌법 제72조에 의하여 부여받은 국민투표부의권을 위헌적으로 행사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국민투표제도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 위헌적인 재신임 국민투표를 단지 제안만 하였을 뿐 강행하지는 않았으나,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재신임 국민투표를 국민들에게 제안한 것은 그 자체로서 헌법 제72조에 반하는 것으로 헌법을 실현하고 수호해야 할 대통령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4) 국회의 견해를 수용하지 않은 행위대통령이 2003. 4. 25. 국회 인사청문회가 고영구 국가정보원장에 대하여 부적격 판정을 하였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아니한 사실, 2003. 9. 3. 국회가 행정자치부장관 해임결의안을 의결하였음에도 이를 즉시 수용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된다.

(가) 대통령은 그의 지휘ㆍ감독을 받는 행정부 구성원을 임명하고 해임할 권한(헌법 제78조)을 가지고 있으므로, 국가정보원장의 임명행위는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서 법적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의 견해를 수용해야 할 의무를 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의 판정을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국회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헌법상 권력분립원칙에 위배되는 등 헌법에 위반한 바가 없다.

(나) 국회는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으나(헌법 제63조), 국회의 해임건의는 대통령을 기속하는 해임결의권이 아니라,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한 해임건의에 불과하다. 우리 헌법 내에서 ‘해임건의권’의 의미는, 임기 중 아무런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대통령 대신에 그를 보좌하는 국무총리ㆍ국무위원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대통령을 간접적이나마 견제하고자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헌법 제63조의 해임

건의권을 법적 구속력 있는 해임결의권으로 해석하는 것은 법문과 부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을 부여하고 있지 않는 현행 헌법상의 권력분립질서와도 조화될 수 없다.

(다) 결국, 대통령이 국회인사청문회의 결정이나 국회의 해임건의를 수용할 것인지의 문제는 대의기관인 국회의 결정을 정치적으로 존중할 것인지의 문제이지 법적인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대통령의 이러한 행위는 헌법이 규정하는 권력분립구조 내에서의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행사에 해당하거나 또는 헌법규범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5) 국회에 대한 비하 발언 등(가) 대통령이 2003. 5. 8.의 대(對)국민 인터넷 서신에서 “농부는 김매기 때가 되면 밭에서 잡초를 뽑아냅니다…사리사욕과 잘못된 집단이기주의에 빠지는 일부 정치인…개혁하라는 국민 대다수의 뜻은 무시하고 개혁의 발목을 잡고 나라의 앞날을 막으려 하는 일부 정치인…”이라는 표현을 한 사실(소추위원측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현직 국회의원들을 ‘뽑아버려야 할 잡초’로 표현한 것이 아니다), 2004. 3. 8. 국회의 탄핵 추진을 ‘부당한 횡포’로 표현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 발언들은 정치적 헌법기관으로서 대통령에게 허용되는 정치적 견해의 표명으로서, 정치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한 것은 아니다.

(나) 2004. 3. 1. ‘3ㆍ1절 85주년 기념사’에서 용산 미국기지의 이전과 관련하여 “간섭, 침략, 의존의 상징이 어엿한 독립국가로서의 대한민국 국민의 품안에 돌아올 것”이라고 한 발언은 탄핵소추의결서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국회의 탄핵의결 이후 사후적으로 추가된 것으로 보아, 판단의 대상으로 삼지 아니한다.

라. 대통령 측근의 권력형 부정부패(1) 직무집행 관련성의 시간적 범위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라고 하여, 탄핵사유의 요건을 ‘직무’ 집행으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의 해석상 대통령의 직위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범한 법위반행위만이 소추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당선 후 취임 시까지의 기간에 이루어진 대통령의 행위도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 비록 이 시기 동안 대통령직인수에관한법률에 따라 법적 신분이 ‘대통령당선자’로 인정되어 대통령직의 인수에 필요한 준비

작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나, 이러한 대통령당선자의 지위와 권한은 대통령의 직무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고, 이 시기 동안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의 위법행위는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므로, 헌법상 탄핵사유에 대한 해석을 달리할 근거가 없다.

(2) 썬앤문 및 대선캠프 관련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이 부분 소추사유들은 피청구인이 2003. 2. 25.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에 일어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어서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집행과 무관함이 명백하므로 나아가 피청구인이 그러한 불법자금 수수 등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살필 것 없이 탄핵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3) 측근비리이 부분 소추사유 중 피청구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 일어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은, 최도술이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삼성 등으로부터 4천 7백만 원을 수수하였다는 부분, 안희정이 2003. 3.부터 같은 해 8.까지 10억 원의 불법자금을 수수하였다는 부분, 여택수 및 양길승에 관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사건 변론절차에서 현출된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청구인이 위 최도술 등의 불법자금 수수 등의 행위를 지시ㆍ방조하였다거나 기타 불법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이 부분 소추사유는 이유 없다.

그 밖의 나머지 소추사유들은 피청구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에 일어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어서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집행과 무관함이 명백하므로 나아가 피청구인이 그러한 불법자금 수수 등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살필 것 없이 탄핵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4) 정계은퇴의 공언피청구인이 2003. 12. 14. 청와대 정당대표 회동에서 피청구인측의 불법정치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정계를 은퇴할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는 정치상황에 대하여 정치적 신의를 걸고 한 발언으로서 법적인 의무나 책임을 발생시키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그러한 발언을 지킬 것인지의 여부는 정치인으로서 정치적ㆍ도의적으로 판단하고 책임질 문제일 뿐이므로 직무집행에 있어서의 헌법 또는 법률위반 행위에 해당할 여지는 없다.

(5) 검찰수사와 관련된 발언피청구인이 2003. 12. 30. 청와대 송년오찬모임에서 “내가 검찰을 죽이려 했다면 두 번 갈아 마실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발언을 하는 등 검찰수사를 간섭ㆍ방해하였다는 소추사유는 소추의결서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사후적으로 추가된 것으로 보아, 이를 판단의 대상으로 삼지 아니한다.

마. 불성실한 직책수행과 경솔한 국정운영으로 인한 정국의 혼란 및 경제파탄(1) 이 부분 소추사유는, 취임 후 지금까지 피청구인은 국민경제와 국정을 파탄시켜 국민들에게 극심한 고통과 불행을 안겨주었으며 그 원인은 대통령의 거듭된 말실수, 이라크 파병선언 후 이라크 반전입장 표명, 위헌적인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 정계은퇴 공언 등 진지성과 일관성을 찾을 수 없는 불성실한 직무수행과 경솔한 국정운영, 모든 노력을 총선에 쏟아 붓는 불법 사전선거운동 등의 부당행위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피청구인은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국가에 의한 기본권 보장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와 헌법 제69조에 명시된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의 성실한 수행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경제파탄’과 관련된 각종 통계지표가 제시되고 있는바, 최근 1년간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청년실업률이 높아지고 정부부채가 증가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경제악화의 책임을 전적으로 피청구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무리라고 할 것이다. 또한 달리 이 사건에서 우리나라 경제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빠졌다거나 국정이 파탄된 것이라고 단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2) 헌법 제69조는 대통령의 취임선서의무를 규정하면서, 대통령으로서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언급하고 있다. 헌법 제69조는 단순히 대통령의 취임선서의 의무만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선서의 내용을 명시적으로 밝힘으로써 동시에 헌법 제66조 제2항 및 제3항에 의하여 대통령의 직무에 부과되는 헌법적 의무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그 내용을 구체화하는 규정이라는 점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다.

비록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헌법적 의무에 해당하나,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와는 달리, 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있는 성격의 의무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대통령이 임기 중 성실하게 의무를 이행했는지의 여부는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다음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단임제를 채택한 현행 헌법 하에서는 대통령은 법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치적

으로도 국민에 대하여 직접적으로는 책임을 질 방법이 없고, 다만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 여부가 간접적으로 그가 소속된 여당에 대하여 정치적인 반사적 이익 또는 불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뿐이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탄핵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때’로 제한하고 있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는 법적인 관점에서 단지 탄핵사유의 존부만을 판단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여부는 그 자체로서 소추사유가 될 수 없어,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바. 소결론(1) 대통령의 2004. 2. 18.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의 기자회견에서의 발언, 2004. 2. 24.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대통령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은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의 중립의무에 위반하였다.

(2) 2004. 3. 4.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행위는 법치국가이념에 위반되어 대통령의 헌법수호의무에 위반하였고, 2003. 10. 13.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행위는 헌법 제72조에 반하는 것으로 헌법수호의무에 위반하였다.

6. 피청구인을 파면할 것인지의 여부가.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의 해석헌법은 제65조 제4항에서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고 규정하고, 헌법재판소법은 제53조 제1항에서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을 당해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의 문제가 발생한다.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은 헌법 제65조 제1항의 탄핵사유가 인정되는 모든 경우에 자동적으로 파면결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문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이러한 해석에 의하면 피청구인의 법위반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법위반의 경중을 가리지 아니하고 헌법재판소가 파면결정을 해야 하는바, 직무행위로 인한 모든 사소한 법위반을 이유로 파면을 해야 한다면, 이는 피청구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헌법적 징벌의 요청 즉, 법익형량의 원칙에 위반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의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모든 법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단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의 경우를 말한다.

나. ‘법위반의 중대성’에 관한 판단 기준(1) ‘법위반이 중대한지’ 또는 ‘파면이 정당화되는지’의 여부는 그 자체로서 인식될 수 없는 것이므로, 결국 파면결정을 할 것인지의 여부는 공직자의 ‘법위반 행위의 중대성’과 ‘파면결정으로 인한 효과’ 사이의 법익형량을 통하여 결정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탄핵심판절차가 헌법의 수호와 유지를 그 본질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위반의 중대성’이란 ‘헌법질서의 수호의 관점에서의 중대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법위반이 어느 정도로 헌법질서에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을 미치는지의 관점’과 다른 한편으로는 ‘피청구인을 파면하는 경우 초래되는 효과’를 서로 형량하여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지의 여부 즉, 파면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2) 그런데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라는 막중한 지위에 있고(헌법 제66조), 국민의 선거에 의하여 선출되어 직접적인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의기관이라는 점에서(헌법 제67조) 다른 탄핵대상 공무원과는 그 정치적 기능과 비중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파면의 효과’에 있어서도 근본적인 차이로 나타난다.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하는 효과를 가지며, 직무수행의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은 물론이고, 국론의 분열현상 즉,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간의 분열과 반목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경우, 국민의 선거에 의하여 부여받은 ‘직접적 민주적 정당성’ 및 ‘직무수행의 계속성에 관한 공익’의 관점이 파면결정을 함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서 고려되어야 하며, 대통령에 대한 파면효과가 이와 같이 중대하다면, 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도 이에 상응하는 중대성을 가져야 한다.

그 결과,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공직자의 경우에는 파면결정으로 인한 효과가 일반적으로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미한 법위반행위에 의해서도 파면이 정당화될 가능성이 큰 반면, 대통령의 경우에는 파면결정의 효과가 지대하기 때문에 파면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압도할 수 있는 중대한 법위반이 존재해야 한다.

(3)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이 어떠한 것인지’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 한편으로는 탄핵심판절차가 공직자의 권력남용으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제도라는 관점과 다른 한편

으로는 파면결정이 대통령에게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한다는 관점이 함께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될 것이다. 즉, 탄핵심판절차가 궁극적으로 헌법의 수호에 기여하는 절차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파면결정을 통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 대통령의 법위반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에 비로소 파면결정이 정당화되며,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선거를 통하여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의기관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대통령이 법위반행위를 통하여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한하여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구체적으로, 탄핵심판절차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헌법질서, 즉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본질적 내용은 법치국가원리의 기본요소인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사법권의 독립’과 민주주의원리의 기본요소인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헌재 1990. 4. 2. 89헌가113, 판례집 2, 49, 64), 대통령의 파면을 요청할 정도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위반’이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로서 법치국가원리와 민주국가원리를 구성하는 기본원칙에 대한 적극적인 위반행위를 뜻하는 것이고,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그 외의 행위유형까지도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위 외에도, 예컨대, 뇌물수수, 부정부패, 국가의 이익을 명백히 해하는 행위가 그의 전형적인 예라 할 것이다.

따라서 예컨대, 대통령이 헌법상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하여 뇌물수수, 공금의 횡령 등 부정부패행위를 하는 경우, 공익실현의 의무가 있는 대통령으로서 명백하게 국익을 해하는 활동을 하는 경우,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여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경우, 국가조직을 이용하여 국민을 탄압하는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선거의 영역에서 국가조직을 이용하여 부정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의 조작을 꾀하는 경우에는,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상실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그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하여,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정당화되는 것이다.

다. 이 사건의 경우 파면결정을 할 것인지의 여부(1) 이 사건에서 인정되는 대통령의 법위반 사실의 개요위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대통령의 법위반 사실은 크게 기자회견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중립의무’에 위반한 사실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결정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고 현행 선거법을 폄하하는 발언을 하고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함으로써 법치국가이념 및 헌법 제72조에 반하여 대통령의 헌법수호의무를 위반한 사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2) 법위반의 중대성에 관한 판단(가) 대통령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위반하였고, 이로써 국가기관이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정당간의 경쟁관계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요청에 위반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위반행위가 국가조직을 이용하여 관권개입을 시도하는 등 적극적ㆍ능동적ㆍ계획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기자회견의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응하여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나 정책구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답변의 형식으로 소극적ㆍ수동적ㆍ부수적으로 이루어진 점, 정치활동과 정당활동을 할 수 있는 대통령에게 헌법적으로 허용되는 ‘정치적 의견표명’과 허용되지 않는 ‘선거에서의 중립의무 위반행위’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하며, 종래 ‘어떠한 경우에 선거에서 대통령에게 허용되는 정치적 활동의 한계를 넘은 것인지’에 관한 명확한 법적 해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한다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구성하는 ‘의회제’나 ‘선거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공선법 위반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다고 볼 수 없다.

(나) 준법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통령의 언행은 사소한 것이라도 국민의 법의식과 준법정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현행 선거법을 경시하는 발언을 한 것은 법률을 존중하고 집행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는 가벼운 위반행위라 할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현행 선거법을 ‘관권선거시대의 유물’로 폄하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현행법에 대한 적극적인 위반행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소극적ㆍ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과정에

서 발생한 법위반행위이다. 물론, 이러한 발언이 결과적으로 현행법에 대한 경시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에 위반했다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으나, 위의 발언이 행해진 구체적인 상황을 전반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다거나 법치국가원리를 근본적으로 문제 삼는 중대한 위반행위라 할 수 없다.

(다) 대통령이 헌법의 대통령제와 대의제의 정신에 부합하게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함으로써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는 방법을 통하여 직접민주주의로 도피하려고 하는 행위는 헌법 제72조에 반할 뿐만 아니라 법치국가이념에도 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통령이 단지 위헌적인 재신임 국민투표의 제안만을 하였을 뿐, 이를 강행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고, 한편으로는 헌법 제72조의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재신임의 문제가 포함되는지 등 그 해석과 관련하여 학계에서도 논란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민주주의원리를 구성하는 헌법상 기본원칙에 대한 적극적인 위반행위라 할 수 없고, 이에 따라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중대하다고 볼 수 없다.

(3) 소결론(가) 결국, 대통령의 법위반이 헌법질서에 미치는 효과를 종합하여 본다면, 대통령의 구체적인 법위반행위에 있어서 헌법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평가될 수 없다.

따라서 파면결정을 통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 대통령의 법위반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고, 또한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나) 대통령의 권한과 정치적 권위는 헌법에 의하여 부여받은 것이며, 헌법을 경시하는 대통령은 스스로 자신의 권한과 권위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이다. 특히, 짧은 민주정치의 역사 속에서 국민의 헌법의식이 이제야 비로소 싹트기 시작하였고 헌법을 존중하는 자세가 아직 국민 일반의 의식에 확고히 자리를 잡지 못한 오늘의 상황에서,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확고한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대통령은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로서 자신 스스로가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함은 물론이고, 다른 국가기관이나 일반 국민의 위헌적 또는 위법적 행위에 대하여 단호하게 나섬으로써 법치국가를 실현하고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7. 결 론가. 이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에서 요구하는 탄핵결정에 필요한 재판관 수의 찬성을 얻지 못하였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 제36조 제3항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나. 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에 의하면 헌법재판소 심판의 변론과 결정의 선고는 공개하여야 하지만, 평의는 공개하지 아니하도록 되어 있다. 이 때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평의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평의의 경과뿐만 아니라 재판관 개개인의 개별적 의견 및 그 의견의 수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개별 재판관의 의견을 결정문에 표시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평의의 비밀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는 특별규정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법률의 위헌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에 대해서는 평의의 비밀에 관한 예외를 인정하는 특별규정이 헌법재판소법 제36조 제3항에 있으나, 탄핵심판에 관해서는 평의의 비밀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법률규정이 없다. 따라서 이 탄핵심판사건에 관해서도 재판관 개개인의 개별적 의견 및 그 의견의 수 등을 결정문에 표시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의 견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의 취지는 최종결론에 이르기까지 그 외형적인 진행과정과 교환된 의견 내용에 관하여는 공개하지 아니한다는 평의과정의 비공개를 규정한 것이지, 평의의 결과 확정된 각 관여재판관의 최종적 의견마저 공개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라고 할 수는 없으며, 동법 제36조 제3항은 탄핵심판과 정당해산심판에 있어 일률적으로 의견표시를 강제할 경우 의견표시를 하는 것이 부적절함에도 의견표시를 하여야만 하는 문제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자 하는 고려에 그 바탕을 둔 법규정으로서, 탄핵심판에 있어 의견을 표시할지 여부는 관여한 재판관의 재량판단에 맡기는 의미로 보아 해석해야 할 것이므로 다수의견과 다른 의견도 표시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었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주심) 전효숙 이상경

〔별지 1〕 소추위원의 대리인 명단:생략〔별지 2〕 피청구인 대리인 명단:생략〔별지 3〕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 전문(全文)대통령(노무현) 탄핵소추의결서

주 문

제246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2004. 3. 12)에서 헌법 제65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찬성을 얻어 대통령(노무현)의 탄핵을 소추한다.

피소추자

성 명:노무현(盧武鉉)

직 위:대통령

탄핵소추사유

노무현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을 수호해야 할 국가원수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특정정당을 위한 불법선거운동을 계속해 왔고 이로 인해 2004년 3월 3일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을 위반했다는 판정과 경고조치를 받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숙하기는커녕 오히려 이 경고를 무시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선거법에 관계없이 특정정당을 공개지원 하겠다고 하여 민주헌정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초헌법적이고 초법적인 독재자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회는 이러한 법치주의 부정사태를 방치할 수 없습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본인과 측근들의 극심한 권력형 부정부패로 인해 국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국가적 위기상황을 초래하였고 노무현 대통령의 불성실한 직책수행과 경솔한 국정운영으로 인한 정치불안 때문에 국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러 국민을 극도의 불행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이로써 노무현 대통령은 더 이상 나라를 운영할 자격과 능력이 없음이 극명해졌으므로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행복과 나라의 장래를 위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게 된 것이며, 그 구체적인 세 가지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노무현 대통령은 줄곧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국법질서를 문란케 하고 있습니다.

(가) 2004년 3월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위반으로 결정하였듯이,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2월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 가진 합동회견에서 “개헌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발언함으로써 국민을 겁박하여 특정정당 지지를 유도하였고, 2004년 2월 24일 전국에 생중계된 방송기자클럽 초청 대통령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앞으로 4년 제대로 하게 해 줄 것인지 못 견뎌서 내려오게 할 것인지 국민이 분명하게 해줄 것”이라며,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한다”, 또 “대통령이 뭘 잘 해서 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발언하였는 바, 이것은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9조 제1항(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을 위반한 것임과 동시에 동법 제60조 제1항(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 및 제85조(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금지)와 동법 제86조(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를 위반하여 동법 제255조 제1항 제1호(부정선거운동죄)로 처벌받아야 하는 불법적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합니다.

(나) 2003년 12월 19일 노무현 대통령은 노사모가 주최한 ‘리멤버 1219’ 행사에 참석하여 “시민혁명은 계속되고 있다, 다시 한번 나서달라”고 선동하여 불법선거운동을 독려하였고, 또한 2004년 2월 5일 강원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는 “국참 0415같은 사람들의 정치참여를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허용하고 장려해주어야 된다”고 발언하여 헌법준수 서약을 하고 국법을 수호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법불복종 운동을 조장한 국가문란 행위를 하였으며, 또한 선거운동원이 아닌 제3자에 의한 어떤 형태의 당선ㆍ낙선운동이든 불법선거운동임을 확인한 2001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의 결정대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87조(단체의 선거운동금지)에 위배되는 부정선거운동을 고무한 것으로서 동법 제9조 제1항(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및 제59조(선거운동기간)를 동시에 위반한 것입니다.

(다) 2004년 2월 27일자 중앙일보에 보도된 열린우리당의 총선전략문건에 언급된 ‘당ㆍ정ㆍ청 합동지휘부 구성’, ‘합동지휘부의 영입대상자에 대한 강온설득전략 구사’ 표현 등에서 청와대의 조직적 선거개입이 확인되었는바, 이는 명백한 불법관권선거이며 청와대의 장(長)인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지휘한

책임이 있어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9조 제1항(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및 제86조 제1항 제2호(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 중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의 금지)를 위반하였습니다.

(라) 2004년 1월 14일 연두기자회견에서는 “개혁을 지지한 사람과 개혁이 불안해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서 갈라졌고, 대선때 날 지지한 사람들이 열린우리당을 하고 있어 함께 하고 싶다”고 발언, 민주당을 반개혁 정당으로 규정하였으며 또한 2003년 12월 24일 측근들과의 회동에서 교묘히 사석을 이용하여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돕는다”는 발언을 언론에 유포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2003년 12월 30일 선거의 자유와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공명선거 협조요청’의 공식제재조치를 받는 등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특정정당을 배격하고 말살하는 언행을 반복하여 헌법 제8조 제3항(국가의 정당보호 의무)을 위반하였습니다.

(마)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을 협박하여 특정정당 지지를 유도하고 총선민심에 영향을 미치는 언행을 반복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선거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바, 이것은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37조 제1항 제3호(선거의 자유 방해죄)에 해당하는 위법행위이며 헌법 제24조(국민기본권으로서의 선거권)ㆍ제19조(양심의 자유) 및 제10조(기본권을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위반한 행위입니다.

(바) 노무현 대통령은 위와 같이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입법부 구성을 위한 국회의원 총선거에 무단개입함으로써 헌법의 삼권분립 정신을 파괴하였습니다. 또 2004년 3월 4일 노대통령은 이병완 청와대홍보수석을 통해 선거개입을 경고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하며 유감을 표명하고 앞으로도 계속 특정정당을 공개지원 하겠다고 말하는 등 다른 헌법기관의 적법한 결정을 정면으로 묵살하는 헌법파괴적 행위를 하였습니다. 다른 헌법기관에 대한 노대통령의 이러한 경시태도는 2003년 4월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의 전원일치로 이루어진 고영구 국가정보원장 부적격 판정에 대한 묵살, 현직 국회의원들을 “뽑아버려야 할 잡초”로 매도한 노대통령의 2003년 5월 8일 대(對)국민 인터넷서신, 2003년 9월 3일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 해임결의안 의결 수용에 대한 해태(解怠) 등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최근 2004년 3월 8일에는 노대통령이 국회의 적법한 탄핵추진 자체를 “부당한 횡포”로 폄하한 것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례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2004년

3월 4일 노대통령은 이병완 청와대홍보수석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다른 나라 법률은 치켜세우고 대한민국 선거법은 “관권선거시대의 유물”로 폄하함으로써 자국의 헌정질서와 국법을 수호하고 지키려는 의지가 전혀 없음을 드러냈고 국헌과 국법 자체를 부인하였습니다. 또한 2004년 3월 8일 노대통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의 핵심조항인 제9조 공무원의 중립의무 조항을 어긴 것으로 판시한 위법행위를 “경미한 것”, “미약하고 모호한 것”으로 절하(切下)하였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에 대한 부정과 경시, 헌법과 법률에 대한 무시 등 노대통령의 일련의 초법적 행위는 대한민국 헌정체제의 기본정신인 법치주의 자체를 유린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대한민국 헌법기관의 권위와 민주헌법의 근간인 법치주의와 삼권분립 원칙을 부정하는 노대통령의 일련의 초헌법적 행동은 법 위에 군림하는 독재자의 행보요 민주주의와 민주헌정의 존립자체를 뒤흔드는 위험천만한 헌법파괴 행동으로서 헌법 제66조 제2항(헌법수호 의무)과 헌법 제69조(헌법준수 의무)를 동시에 위반하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과 측근들, 그리고 참모들의 권력형 부정부패로 인해 국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덕적ㆍ법적 정당성을 상실하였습니다. 노대통령과 측근ㆍ참모들은 새천년민주당 대통령후보선출 경선에서 이기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리고 특히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이긴 후에는 노골적으로 불법자금을 모금하고 수수하였으며 일부의 돈은 개인적으로 유용한 자들입니다. 이들은 이와 같은 범죄행각에서 분명해지듯이 국가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덕의식과 준법정신도 결여하고 있습니다.

(가)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2월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의 증인들의 증언에서 드러났듯이 대통령후보 시절 썬앤문 기업의 감세청탁을 받아 국세청에 직접 감세압력을 가해 썬앤문의 세금 171억 원을 23억 원으로 감세해 주게 만든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나)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캠프를 책임졌던 정대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총 9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하여 일부를 대선자금으로 사용하고 일부는 개인적으로 유용하였으며, 이상수 총무위원장은 총 7억 원 이상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하였고, 이재정 유세본부장은 총 10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하고 이를 노무현대선캠프에 전달하여 모두 구속되었습니다.

(다) 최도술, 안희정, 이광재, 양길승, 여택수 등 노대통령 측근들은 줄줄이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하고 각종 뇌물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이들의 비리행위에 직ㆍ간접적으로 관여한 공범관계에 있음이 검찰수사 과정에서 확인되었습니다.

① 지금까지 총 19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진 최도술은 노무현 대통령의 고교동창출신 최측근으로서 2002년 5월 장수천과 관련된 노무현 대통령의 부채를 청산하기 위해 새천년민주당 부산지역 선거대책위원회 계좌에 남아 있던 지방선거 잔금 중 2억 5천만 원을 횡령하여 선봉술 장수천 대표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이 횡령행위는 검찰수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교사에 의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최도술은 남은 장수천 채무변제를 위해 불법자금을 모아 2002년 12월부터 2003년 2월 6일 사이에 총 5억 원을 선봉술에게 전달하였고, 이 결과를 대통령취임 직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하였으며 이에 노대통령은 “알았다”고 대답하였다고 법정에서 진술하였습니다. 최도술은 민주당 대통령후보선출 경선이 있던 2002년 3월부터 4월 사이에 노무현 대통령의 경선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차명계좌를 통해 총 1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특별검사의 수사결과 확인되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공범관계에 있던 최도술은 대통령 취임후 청와대총무비서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삼성 등으로부터 4천 7백만 원을 수수하였으며, 청와대 공식계좌를 통해 불법자금을 세탁하는 파렴치한 범죄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검찰이 이러한 최도술 비리의 꼬리를 잡자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0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의 인도네시아 공식방문 중에 “눈앞이 캄캄했다”고 말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으며, 자신과 연루된 이 범죄를 감추기 위해 위헌적인 재신임국민투표를 기도하여 나라를 뒤흔들고 국민을 협박하였고, 헌법재판소가 이 재신임 국민투표를 사실상 위헌으로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에도 틈만 나면 거듭 재신임 카드로 국민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최도술과 관련된 권력형부정부패의 규모가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크고 자신이 이 부패와 깊이 연루되어 있음을 스스로 고백한 것입니다. 이처럼 노무현 대통령은 최도술에게 공당의 선거자금 횡령을 교사하였고 노대통령 자신의 채무변제를 위해 불법정치자금을 모금한 사실을 인지하였으며, 이런 공범관계에 있는 최도술을 청와대총무비서관으로 임명, 재직케 하여 불법정치자금 수수와 청와대의 공식계좌를 통한 불법자금 세탁을 방조한 것입니다.

② 노무현 대통령의 ‘동업자’이자 분신같은 최측근으로서 지금까지 총 79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진 안희정은 노무현 대통령의 장수천 채무를 갚기 위해 강금원 창신그룹회장과 함께 이기명의 용인땅을 위장매매하는 계획을 수립하였고 이 계획에 따라 강금원은 2002년 8월 29일부터 2003년 2월까지 이기명에게 총 19억 원을 제공하였습니다. 그 뒤 강금원은 계약을 파기하였으나 제공된 금액을 이기명에게 돌려받지 않는 방식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개인채무를 청산케 하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안희정과 강금원으로부터 이런 불법 위장매매 거래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7월 장수천과 관련하여 담보로 제공했다가 강제경매로 진영상가를 잃게 된 선봉술과 오철주가 손해보전을 요구하자 안희정과 최도술에게 “손해보전을 해주라”고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안희정은 2002년 9월부터 동년 12월까지 총 7억 9천만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모금해 선봉술 등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안희정은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선출 경선 당시에도 총 5천만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하여 노무현 대통령의 경선자금으로 사용하였음이 검찰수사 결과 확인되었습니다. 또 검찰은 안희정이 대선 당시 삼성으로부터 총 30억 원의 불법대선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안희정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03년 3월에서 8월 사이 강금원 조카명의의 차명계좌로 6억 원을 입금받았으며 2003년 3월과 8월 부산지역 기업체 2곳으로부터 총 4억 원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안희정은 수수한 불법자금 중 2억 원으로 아파트를 사는 등 개인적으로 유용하기도 하였습니다. 말하자면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시절과 당선자 시절에는 안희정과의 공범관계에서 범죄를 교사하였고, 대통령직무 개시 이후에는 국민 앞에 안희정을 ‘동업자’로 소개하면서 안희정의 불법자금 모금을 방조한 것입니다.

③ 지금까지 총 1억여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진 이광재는 노무현 대통령의 분신같은 최측근으로서 2002년 11월 9일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문병욱 썬앤문회장과 동석한 조찬을 마치고 방을 나간 직후 문병욱으로부터 1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하였습니다.

④ 양길승 청와대부속실장은 2003년 6월 조세포탈, 공갈 및 살인교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이원호 키스관광나이트 사장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고 수사무마 청탁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습니다.

⑤ 지금까지 총 3억 3천만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진 여택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분신같은 수행비서로서 2002년 12월 7일 노무현 대

통령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문병욱으로부터 3천만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하였습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공범관계에 있는 여택수를 취임 이후 청와대행정관으로 재직케 함으로써 롯데로부터 3억 원의 불법자금을 수수토록 방조하였습니다.

⑥ 더욱 충격적인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방조로 여택수 행정관이 이 3억 원의 검은 자금 중 2억 원을 열린우리당에 창당자금으로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여택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휘감독 하에 있는 분신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임의로 창당자금을 제공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불법창당자금 제공과정에서 간접정범 노릇을 한 것입니다. 이 2억 원은 노대통령이 공범으로 간여하여 조성한 불법창당자금중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라)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2월 14일 청와대 정당대표 회동에서 자신의 불법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정계를 은퇴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노대통령측의 불법정치자금 수수규모는 113억 원에 달해 이회창 후보측의 불법자금 823억 원의 10분의 1을 이미 초과하여 7분의 1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것은 수사가 한나라당이 5대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불법대선자금에만 치중된 상황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최근 안희정이 롯데 6억 원, 삼성 30억 원 등 불법대선자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난 것을 기점으로 앞으로 5대 대기업에 대한 수사가 공정하게 진행될 경우 노무현 대통령측의 불법대선자금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더 많은 상처를 입기 전에 자신의 정계은퇴 공약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하야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노대통령은 이미 불법대선자금이 7분의 1에 육박함으로써 국가원수로서의 국민적 신뢰를 완전히 상실할 위험에 처했습니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이런 사태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기는 커녕 부패연루 사실을 감추려는 데에만 급급하여 경솔하게도 대통령으로서의 막중한 직무조차 헌신짝처럼 내던지겠다는 재신임 협박과 정계은퇴 호언을 반복해 왔고 지금은 이상한 불법자금 액수조작으로 수치놀음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불법대선자금의 규모가 노대통령이 스스로 제시한 ‘10분지 1’선 이상인 것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하야하는 길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의 국민적 신뢰 상실은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집행할 최소한의 권위와 지도력이 와해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국민은 대통령의 고백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국회도 이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습니다. 국회는 많은 토론

과 번민 그리고 고뇌 끝에 먼저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고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겠다는 노대통령의 대국민 선언과 다짐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중앙선관위가 판시한 선거법 위반을 “경미한 것”, “미약하고 모호한 것”으로 치부하며 국회의 탄핵논의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반(反)법치주의적 발언을 계속하면서 끝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에 국회는 노대통령이 이처럼 민주헌정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또 자신의 정계은퇴 공약조차 무시하면서 하야하지 않고 버티기 때문에 절박한 심정으로 법적 절차에 따라 탄핵을 소추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마) 나아가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연루된 비리사건을 호도하기 위해서 재신임 국민투표를 한다느니 재신임의 다른 방법을 찾겠다느니 하면서 검찰과 국민을 협박하고 ‘10분지 1선을 넘으면 정계은퇴’니 ‘티코수준’,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이니 하면서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왔습니다. 노대통령은 이렇듯 대통령후보경선자금, 대선자금, 당선축하금, 열린우리당 창당자금 등 4대 불법자금에 대한 수사를 직간접으로 간섭, 방해해온 것입니다. 5대 대기업이 제공한 불법대선자금 수사결과 이회창후보 대선캠프 732억 원 대(對) 노무현후보 대선캠프 36억 원 수수 또는 불법대선자금 전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 823억 원 대 113억 원이라는 액수에서 드러나듯이 4대 불법자금에 대한 수사는 지극히 편파적으로 진행되어 왔고 또한 미진하기 짝이 없으며 ‘빙산의 일각’을 드러낸 창당자금의 경우는 여택수의 개인비리로 얼버무리고 경선자금의 경우는 겨우 초보단계에 있습니다. 또한 야당의원들의 비리는 경미한 사유로도 구속조치하는데 반해서 대통령과 가까운 참모들인 열린우리당의 김원기 대통령정치특보, 신계륜 전 대통령당선자 비서실장, 이호웅 전 노무현후보 대선캠프 조직본부장 등은 무혐의 처리하거나 불구속 입건을 하는 등 면피용수사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모두 노무현 대통령의 수사방해 때문인 것입니다. 검찰수사에 대한 노대통령의 간섭과 방해는 결코 정치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수준에 달했습니다.

(바) 노무현 대통령은 측근비리 및 비리수사 방해와 관련된 도덕적ㆍ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특히 2003년 2월 25일 직무집행 개시 이후에 측근과의 공범관계에서 측근을 통해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고 따라서 “직무집행에서” 법률을 위반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2월 25일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집행 개시 이후에도 안희정, 최도술, 여택수, 양길승 등의 비리범죄를 방조함으로써 형법 제30

조ㆍ제31조ㆍ제32조ㆍ제33조에 걸쳐 명시된 공범과 동법 제34조의 간접정범으로서 이 공범들의 비리범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왔기 때문입니다. 2003년 12월 29일 검찰도 노무현 대통령과 측근들의 공범관계를 인지하고 확인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다만 검찰은 “나름의 결론을 갖고 있으나 대통령의 헌법상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 특권, 직무수행의 계속성, 헌법정신 등에 비춰 그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히면서 불가피하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직접수사와 기소를 유보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공범으로 연루된 부패사건이 드러날 때마다 검찰에게 수사의 방향과 방침을 제시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수사에 영향을 미쳤고 자신의 연루 사실을 덮기 위해 재신임 카드로 국민을 위협하며 경제난 속에서 나라를 뒤흔들어 왔습니다. 측근비리의 공범인 노대통령이 수사를 방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의 권력형 부패사건을 파헤칠 수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일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제 국회가 나서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을 소추할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우리경제가 세계적인 경기호황 속에서도 이례적으로 미국보다 훨씬 낮은 성장률에 머물러 있는 점에서 드러나듯이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경제와 국정을 파탄시켜 민생을 도탄에 빠뜨림으로써 국민에게 IMF위기 때보다 더 극심한 고통과 불행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

(가) 경제학자들은 노무현 집권 1년을 ‘국정실패, 잃어버린 1년’으로 규정하였고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찍었던 국민들조차 노무현 대통령에게 등을 돌려 집권 1년만에 레임덕에 빠지는 기가 막힌 사태를 맞고 있습니다.

(나) 이러한 국정파탄의 근본원인은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경솔한 발언을 위시한 노무현 대통령의 거듭된 말실수와 번복, 이라크파병 선언후 이라크전쟁에 대한 반전입장 표명, 위헌적인 재신임국민투표 제안 및 정계은퇴 공언 등 하등의 진지성과 일관성을 찾아 볼 수 없는 불성실한 직무수행과 경솔한 국정운영,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는 등한히 한 채 모든 노력을 총선에만 쏟아 붓는 이른바 ‘올인전략적’ 불법 사전선거운동 등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노무현 대통령 자신의 부당행위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국가에 의한 기본권보장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10조를 위배하고 헌법 제69조에 명시된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의 성실한 수행’ 의무를 방기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초헌법적ㆍ초법적 태도로 법치주의를 부정하며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경고와 국회의 고유한 권한을 묵살하는 헌정파괴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헌법 제65조에 의해 탄핵소추의 신성한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는 노대통령의 자의적 권력행사로부터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켜내야 할 책무를 지고 있습니다. 국회가 이 책무를 외면한다면 직무유기를 범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이에 유용태ㆍ홍사덕 의원 외 157명의 국회의원은 헌법과 국법질서를 수호하려는 초당적 의지를 모아 대통령의 위법ㆍ위헌행위를 차단하고 침해된 법치주의를 회복하여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행복을 보장하며 특히 제17대 총선을 정상적으로 치르려는 최후의 방도로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탄핵소추를 발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