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 위헌확인
【판시사항】
북합의서 위반행위로서 전단등 살포를 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 제3호 및 이에 위반한 경우 처벌하는 같은 법 제25조 중 제24조 제1항 제3호에 관한 부분(이하 이들 조항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형두의 위헌의견
심판대상조항은 표현의 내용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오는바, 국가가 표현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고, 특히 정치적 표현의 내용 중에서도 특정한 견해, 이념, 관점에 기초한 제한은 과잉금지원칙 준수 여부를 심사할 때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최후수단으로 선택되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하는바, 심판대상조항은 전단등 살포를 금지하는 데서 더 나아가 이를 범죄로 규정하면서 징역형 등을 두고 있으며, 그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과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으로 북한의 적대적 조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하고 이로써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이 확보될 것인지, 나아가 남북 간 평화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되어 이를 지향하는 국가의 책무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인지 단언하기 어려운 반면, 심판대상조항이 초래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심판대상조항은 북한의 적대적 조치로 초래되는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해나 심각한 위험 발생의 책임을 전단등 살포 행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법원이 구체적 사건에서 인과관계와 고의의 존부를 판단하여 범죄성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위해나 심각한 위험의 발생이 전적으로 제3자인 북한에 의하여 초래되고 이에 대한 행위자의 지배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전단등 살포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비난가능성이 없는 자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주의원칙에도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의 위헌의견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결과의 발생이 북한의 도발이나 무력행사의 위협 등 북한의 개입으로 실현되는 것이기는 하나, 북한의 개입은 전단등 살포를 원인으로 하여 이루어진 것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결과 발생에 대한 고의와 인과관계를 요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타인의 행위로 인한 결과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구조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비난가능성 있는 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책임주의원칙 위반은 문제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표현의 자유 제한이 표현의 내용과 무관한 내용중립적 규제라고 보기는 어려운바, 심판대상조항은 표현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주된 목적인 국민, 특히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ㆍ신체의 안전 보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형벌권의 행사가 아니더라도, 전단등 살포행위 전에 이를 신고하도록 하고 그 신고에 대해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함으로써, 접경지역 주민 등의 생명ㆍ신체의 안전 보장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이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형벌을 택한 것은 형벌의 보충성 및 최후수단성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정보의 유입과 유통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북한의 특성상, 북한을 자극하여 도발을 일으킬 수 있을 만한 표현의 내용은 상당히 포괄적이므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제한되는 표현 내용이 광범위하며, 이로 인하여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된다. 심판대상조항이 정하는 결과는 북한의 개입을 통해서 실현되는 것인데, 그 개입이 있을 것인지 여부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위자가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위축효과를 초래한다.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평화통일을 지향할 국가의 책무를 달성한다는 공익은 명백하거나 구체적이지 못한 반면, 행위자가 받게 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은 그 표현의 의미와 역할의 중요성에 비해 매우 크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반대의견
심판대상조항은 표현의 내용에 대한 제한이 아니라, 전단등 살포라는 표현 방법에 대한 제한으로 보아야 한다.
국가형벌권 행사는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최후수단으로 선택되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하나, 국민, 특히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매우 중요한 법익의 침해 또는 그 위험을 동등한 정도로 방지하면서도 덜 침해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심판대상조항의 ‘위험’은 그 위험이 임박하고 그 발생이 명백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만 인정되고, 법원이 구체적 사건에서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해 또는 그 심각한 위험의 발생’에 대한 고의의 존부, 그리고 전단등 살포 행위와의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그 처벌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므로, 처벌범위가 무한정 확대된다고 볼 수 없다.
청구인들의 견해는 전단등 살포 외의 다른 방법을 통하여 충분히 표명될 수 있고, 남북간 긴장완화를 시도하는 국면에서 제한된 표현의 자유도 교류협력이 활성화되는 국면에서 확장될 수 있다는 동적인 관점에서 심판대상조항을 이해해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처벌은 남북합의서의 유효한 존속을 전제로 하므로, 전단등 살포를 극도로 경계하는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전단등 살포의 억제를 위해서라도 남북합의서를 준수할 이익이 있고, 북한이 이를 준수하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은 물론, 한반도 전체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문】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63호로 개정된 것) 제24조 제1항 제3호, 제25조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21조, 제37조 제2항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63호로 개정된 것) 제4조, 제24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2항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부칙(2020. 12. 29. 법률 제17763호)
【참조판례】
헌재 1996. 10. 4. 93헌가13등, 판례집 8-2, 212, 222-223
헌재 2000. 7. 20. 98헌바63, 판례집 12-2, 52, 62
헌재 2002. 12. 18. 2000헌마764, 판례집 14-2, 856, 868-869
헌재 2009. 11. 26. 2008헌바58등, 판례집 21-2하, 520, 531-532
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 판례집 24-2상, 590, 605-606
헌재 2013. 3. 21. 2010헌바132등, 판례집 25-1, 180, 200-201
헌재 2016. 9. 29. 2015헌바309등, 판례집 28-2상, 434, 444-445
헌재 2020. 12. 23. 2017헌마416, 판례집 32-2, 684, 703
【전문】
【당 사 자】
사건2020헌마1724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 위헌확인
2020헌마1733(병합)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 제4조 제4호 등 위헌확인
청구인별지 1 청구인 명단과 같음
선고일2023. 9. 26.
【주 문】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63호로 개정된 것) 제24조 제1항 제3호, 제25조 중 제24조 제1항 제3호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2020헌마1724
청구인 이○○은 2003년경부터 북한 접경지역에서 북한으로 전단을 살포하여 왔고, 2005년경에는 이를 위한 대형풍선과 장비를 개발하여 특허등록을 하는 등 전단의 살포를 위한 활동을 지속하였으며, 청구인 박○○는 페트병에 쌀을 담아 바다를 통해 북한에 보내는 등 활동을 하여 왔고, 나머지 청구인들은 북한 인권 개선 등을 목적으로 조직된 법인 또는 비법인사단이다.
국회는 2020. 12. 14. 선전, 증여 등을 목적으로 전단, 물품, 금전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승인받지 아니하고 북한의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부하거나 북한으로 이동시키는 행위를 통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사람을 처벌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법률안’을 의결하였고, 이는 2020. 12. 29. 공포되었다. 청구인들은 위와 같이 개정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중 제4조 제5호, 제6호, 제24조 제1항, 제25조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20. 12. 2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같은 날 위 법률조항들의 효력을 2020헌마1724 헌법소원심판청구 사건의 종국 결정 선고 시까지 정지할 것을 구하는 취지의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하였다(2020헌사1296).
나. 2020헌마1733
청구인 박◇◇은 2011년경부터 대형풍선 등을 이용하여 북한 접경지역에서 북한으로 전단, 물품, 금전 등을 살포하여 왔다. 청구인 박◇◇은 위와 같이 개정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중 제4조 제4호, 제5호, 제6호, 제24조, 제25조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20. 12. 2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다. 개정 법률의 시행
위 개정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은 2021. 3. 30.부터 시행되었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이 심판청구를 한 조항 중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4조 제4호, 제5호, 제6호는 모두 정의조항으로서, 청구인들은 이들 조항이 위헌인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을 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를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 또한 같은 법 제24조 제2항은 통일부장관의 협조의무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조항으로 기본권 제한과 관련이 없으므로 이를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
한편, 청구인들이 이 사건에서 문제삼는 것은 전단등 살포에 관한 것이므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 중 이에 관한 제3호로 심판대상을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63호로 개정된 것, 이하 ‘남북관계발전법’이라 한다) 제24조 제1항 제3호(이하 ‘이 사건 금지조항’이라 한다) 및 제25조 중 제24조 제1항 제3호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처벌조항’이라 하고, 이 사건 금지조항과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은 [별지 2]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63호로 개정된 것)
제24조(남북합의서 위반행위의 금지) ①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켜서는 아니 된다.
3. 전단등 살포
제25조(벌칙) ① 제24조 제1항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제23조 제2항 및 제3항에 따라 남북합의서(제24조 제1항 각 호의 금지행위가 규정된 것에 한정한다)의 효력이 정지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요지
가. 심판대상조항은 개정 과정에서 국회법 제57조의2 안건조정위원회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절차적 하자가 있다.
나. 이 사건 금지조항은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의 의미가 불분명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과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다. ‘전단등 살포’와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고, 접경지역에 조성되는 긴장은 북한이 초래하는 것이다. 기존의 법률로도 충분히 단속 및 규제를 할 수 있음에도 처벌이라는 최후수단을 통하여 전단등 살포를 제재하는 것은 청구인들이 정보를 전달할 자유와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이는 사전검열에 해당하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라. 인도적 고려에 따라 북한 주민들에게 물품을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청구인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마. 심판대상조항은 사실상 북한 정권의 요구에 따라 입법된 것이므로 국민주권주의에 반하고, 청구인들과 같이 북한 인권 개선 등을 요구하는 개인ㆍ단체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못한 채 입법되어 민주주의원칙에 반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4. 판단
가. 제한되는 기본권과 쟁점
(1) 표현의 자유의 침해 여부
(가) 이 사건 금지조항은 정부와 북한 당국간에 문서의 형식으로 체결된 모든 합의, 즉 ‘남북합의서’ 위반행위로서 전단등을 살포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이 사건 처벌조항은 이를 위반한 경우 그 미수범까지 처벌하고 있다. ‘전단등’은 ‘전단, 물품(광고선전물ㆍ인쇄물ㆍ보조기억장치 등을 포함한다), 금전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말하며, ‘살포’는 ‘선전, 증여 등을 목적으로 전단등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하 ‘남북교류협력법’이라 한다) 제13조 또는 제20조에 따른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북한의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부하거나 북한으로 이동(단순히 제3국을 거치는 전단등의 이동을 포함한다)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남북관계발전법 제4조 제3호, 제5호, 제6호).
청구인들이 전단등을 살포하는 목적은 북한 주민에게 전단, 물품, 금전 등을 전달하는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하여 대한민국의 체제나
북한 정권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청구인들이 전단등 살포를 통하여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금지ㆍ처벌하는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전단등 살포를 통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하는바, 위와 같은 위해나 심각한 위험은 북한에 의하여 발생, 초래되는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책임주의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도 살펴본다.
(나) 한편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사전검열에 해당하여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헌법 제21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검열은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으로 그 내용을 심사ㆍ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제도로서, 일반적으로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허가받지 않은 의사 표현의 금지 및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를 말한다(헌재 1996. 10. 4. 93헌가13등 참조).
남북관계발전법상 ‘살포’는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또는 제20조에 따른 ‘승인’을 받지 않고 한 행위로 규정되어 있으나(제4조 제6호), 이는 심판대상조항과의 관계에서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행위라면 금지ㆍ처벌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역할을 할 뿐, 표현물의 제출의무나 행정권의 사전심사절차 등을 일반적으로 예정ㆍ도입하는 것이 아니므로,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규율이 헌법 제21조 제2항이 금지하고 있는 ‘검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헌법 제21조 제2항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나아가 살펴보지 않는다.
(2) 그 밖의 주장
(가) 청구인들이 단순히 식료품이나 의약품, 구호물자 등을 북한의 불특정 다수에게 배부하거나 북한으로 이동시키는 경우에도, 이는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데 궁극적 목적이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이상, 일반적 행동의 자유, 행복추구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않는다. 또한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알 권리는 한반도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청구인들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살펴보지 않는다.
(나)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의 개정 당시 본회의 의결 전에 국회법 제57조의2에 따른 안건조정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절차적 하자로 인한 기본권 침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안과 같이 안건조정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경우에 대하여 국회법은 정하고 있지 아니한바, 안건조정위원회가 구성됨을 전제로 한 위와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따로 살펴보지 않는다.
(다) 청구인들은 이 사건 금지조항 중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행위의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어서 어떠한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지 객관적으로 확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이는 결국 심판대상조항의 금지대상이 지나치게 넓어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지적하는 것과 다름없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더 나아가 살펴보지 않는다.
(라)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나, 하위 법령에 어떠한 위임도 하고 있지 않은 심판대상조항에 관하여 포괄위임금지원칙이 적용될 여지는 없으므로(헌재 2000. 7. 20. 98헌바63 참조), 이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않는다.
(마)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국민주권주의, 민주주의원칙,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하나, 헌법의 기본원리 혹은 헌법상 보장된 제도에 위반된다는 점만으로 곧바로 국민의 기본권이 직접 현실적으로 침해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헌재 2016. 3. 31. 2014헌마581등 참조), 이에 대하여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형두의 위헌의견
(1)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가) 심사기준
심판대상조항의 문언을 보면 전단등의 ‘내용’에 관한 명시적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일응 ‘전단등 살포’라는 행위 유형, 즉 표현의 ‘방법’을 규제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청구인들은 자신들의 표현이 ‘북한 주민’이라는 상대방에게 도달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고 여기고 있으며, 제정 경위 등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의 의도는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북한 주민에 대한’ 의사표현을 제한하는 데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를 살펴보는 데 있어서는 ‘표현의 상대방’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를 간과하여서는 안 된다.
그런데 북한 주민의 인터넷 사용이나 외신 청취 등을 통한 정보 취득은 매우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바와 같고, 남북 간 유ㆍ무선 통신이나 대면 교류도 극도로 제한된 현실을 고려하면 표현의 상대방이 ‘북한 주민’인 이상, 그 표현의 방법 내지 수단은 전단등 살포 외의 것을 상정하기 어렵다.
한편, 일반적으로 ‘전단등’에는 남한 등 외부세계의 발전상을 담은 표현물, 북한 정권을 비판하거나 북한의 폐쇄성과 그로 인한 왜곡된 세계관, 북한의 열악한 의료ㆍ경제 상황과 인권실태를 고발하는 내용의 표현물, 식량이나 구호 물품, 현금 등이 포함되므로, 결국 심판대상조항의 궁극적인 의도는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하여 북한 정권이 용인하지 않는 일정한 내용의 표현을 금지하는 데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표현의 내용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3두30833 판결 참조).
모든 국민은 자신의 정치적 의견과 정치사상을 외부에 표현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가지며, 이는 자유민주적 헌법의 근본가치이자 민주정치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헌재 2013. 3. 21. 2010헌바132등 참조). 따라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 그 중에서도 정치적 표현의 내용을 제한하는 것은 엄격한 요건하에서만 허용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표현의 내용 중에서도 북한 정권이 용인하지 않는 표현, 즉 북한에 비판적이거나 북한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표현을 규제하는 것인바, 국가가 이러한 표현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헌재 2002. 12. 18. 2000헌마764 참조). 특히 정치적 표현의 내용 중에서도 특정한 견해, 이념, 관점에 기초한 제한은 과잉금지원칙 준수 여부를 심사할 때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헌재 2020. 12. 23. 2017헌마416 참조).
(나) 입법목적의 정당성
북한 정권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는 민간단체가 북한 지역으로 전단등을 살포하는 데 대하여, 북한은 2014. 10. 10.경 전단을 실은 풍선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여 왔다. 2018. 4. 27. 남북 간에 합의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하 ‘2018년 판문점 선언’이라 한다)에는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라는 내용이 포함되었는데, 북한은 위와 같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전단등 살포가 근절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빌미로 2020. 6. 16.에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는 등 적대적 조치를 이어왔다. 심판대상조항은 위와 같은 남북합의서 위반행위로서 전단등 살포를 억제하기 위하여 입법된 것이다.
전단등 살포에 대하여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여 왔고 북한이 이를 빌미로 적대적 조치를 감행할 경우 접경지역 주민을 비롯한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판대상조항은 ‘전단등 살포’를 금지ㆍ처벌함으로써 남북합의서 위반행위를 억제하고 북한이 도발할 빌미를 차단하여 결과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위와 같이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원인 중 하나를 억제ㆍ차단함으로써 평화통일을 지향하여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달성하려는 목적도 가진다.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국민의 생명ㆍ신체의 안전을 보장하고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통일을 지향하여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것인바,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다) 수단의 적합성
북한이 적대적 조치를 감행하는 데 있어 전단등 살포가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적어도 전단등 살포를 빌미로 하는 북한의 적대적 조치는 억제될 여지가 있으며, 그로 인한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해나 심각한 위험의 발생, 남북 간의 긴장 고조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적합한 수단이다.
(라) 침해의 최소성
1) 심판대상조항은 ‘전단등 살포’를 금지ㆍ처벌함으로써 북한이 도발할 빌미를 차단하면 국민, 특히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 제1항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에는 경찰관이 그 장소에 모인 사람 등에게 경고를 하거나(제1호), 매우 긴급한 경우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필요한 한도에서 억류ㆍ피난시키거나(제2호), 그 장소에 있는 사람 등에게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를 하게 하거나 직접 할 수 있도록(제3호)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전단등 살포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위 법률조항 등을 근거로 전단등 살
포를 제지할 수 있고, 그 제한이 과도하지 않은 이상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6. 2. 25.자 2015다247394 심리불속행 기각판결 등 참조).
접경지역은 군과 경찰 등이 상시 정찰하고 있으므로 전단등 살포 징후가 포착되면 경찰공무원이 출동하여 현장 상황을 파악ㆍ통제할 수 있고, 현장의 경찰관이 전단등 살포 시간, 장소나 방법, 전단등의 수량, 살포 당시의 남북 간 긴장 정도, 살포 전 기자회견 등을 하는 경우 이를 통하여 표명된 전단 내용이나 물품 종류 등 개별ㆍ구체적 상황을 고려하여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나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경고를 하고, 위해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전단등 살포를 직접 제지하는 등 상황에 따라 유연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 제1항 등에 기한 조치는 심판대상조항의 일률적인 금지 및 처벌과 비교하여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 달성에는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덜 침익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전단등 살포를 일률적으로 제한하지 않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옥외집회 및 시위의 신고와 유사한 방식을 도입하여, 전단등을 살포하려는 사람은 관할 경찰서장 등에게 살포 시간, 장소나 방법, 전단등의 수량 등을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고, 관할 경찰서장은 개별ㆍ구체적 상황을 고려하여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나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항공안전법 등 관련 법률에 저촉될 여지가 있는 경우 ‘살포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도록 하며, 살포를 강행하는 경우에는 신고 장소에 출동하여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이 살포를 즉시 제지하고 해산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면(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6조, 제8조, 제20조 참조), 이 또한 덜 침익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2)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최후수단으로 선택되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헌재 2009. 11. 26. 2008헌바58등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전단등 살포를 금지하는 데서 더 나아가 이를 범죄로 규정하면서 징역형 등을 두고 있으며, 그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바, 전단등 살포 그 자체는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나 위험을 발생시킬 만한 직접적 위험성을 지닌 행위로 볼 수 없고, 이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나 심각한 위험이 발생하는지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도발 여부에 달려 있는데도, 전단등 살포를 금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국가의 형벌권을 동원하고, 미수범까지 처벌하여 실제 아무런 위해나 위험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도 국가의 형벌권이 미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전단등 살포 행위로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해나 심각한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처벌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일견 범죄성립 범위를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와 같은 위해나 위험은 북한의 적대적 조치에 의하여 초래되는 것인데, 북한은 내부 사정이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고려한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대응 여부나 그 수위를 결정하여 왔는바, 전단등 살포 행위 시점에서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이 범죄성립에 있어 위와 같은 위해나 위험의 발생을 요구하는 것은 범죄성립 범위를 제한하는 기능을 수행하기보다는, 어떠한 경우에 기수범으로서 처벌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게 하여 오히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심화시킨다.
4)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마) 법익의 균형성
1)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이므로 표현의 자유의 사전적 제한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 제한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여야 한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 참조).
심판대상조항으로 북한 정권이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전단등 살포를 억제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1953. 7. 27.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접경지역에서 도발을 감행하였는데, 전단등 살포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찾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으로 전단등 살포가 금지ㆍ처벌된다고 하여 북한의 적대적 조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하고 이로써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이 확보될 것인지, 나아가 남북 간 평화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되어 이를 지향하는 국가의 책무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인지 단언하기 어렵다.
2) 반면 심판대상조항이 초래하는 표현의 자유의 제한은 매우 중대하다. 표현의 자유는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자유로운 인격 발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의사 형성 및 진리발견의 수단이 되며, 국가와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와 사회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 참조). 정권 유지를 위하여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과 내부의 정보 유통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북한 체제의 특성을 고려하면, 행위자들의 입장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세계의 발전상을 알리고 북한 정권의 모순을 비판하는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매우 절실하고 인격실현에 직결된다고 할 수 있으며,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반드시 허용되어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으로 제한되는 표현은 북한 정권을 비판하거나 북한의 인권 현실을 지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외부세계의 발전상을 전달하는 내용이나 종교 표현물,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문화예술 작품까지도 망라되므로 매우 광범위하다.
한편, 2018년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은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한다고 합의하였는바, 이에 따르면 구체적 내용을 묻지 않고 전단살포가 곧 북한에 대한 적대행위로 간주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또는 제20조에 따른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얻기는 어려우며, 이를 통하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기 어렵다.
3) 이상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이로 인하여 제한되는 사익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어,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
(바)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2) 심판대상조항이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가) 형벌은 범죄에 대한 제재로서 그 본질은 법질서에 의하여 부정적으로 평가된 행위에 대한 비난이다. 일반적으로 범죄는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행위, 즉 행위반가치와 그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의 발생, 즉 결과반가치가 인정되는 경우에 성립하나, 여기서 범죄를 구성하는 핵심적 징표이자 형벌을 통해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법질서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행위에 나아간 것’, 즉 행위반가치에 있다. 법질서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결과의 발생에 대한 책임이 없는 자에게 형벌을 가할 수는 없다는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는 형사법의 기본원리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에 내재하는 원리인 동시에, 국민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자신의 책임에 따라 스스로 행동을 결정할 것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10조의 취지로부터 도출되는 원리이다(헌재 2009. 7. 30. 2008헌가10 참조).
(나)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범죄가 성립하려면 전단등 살포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해나 심각한 위험이 발생하여야 하는데, 전단등을 단지 북한의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부하거나 북한으로 이동시키는 행위는 그 자체로 위와 같은 위해나 위험을 초래하여 법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행위라 볼 수 없으며, 이러한 위해나 위험의 발생은 전적으로 북한의 적대적 조치, 즉 보복성 무력행사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행위반가치를 의제하고, 심지어 아무런 위해나 심각한 위험의 발생이 없는 경우에도 미수범으로 처벌하는 심판대상조항은 북한의 적대적 조치로 초래되는 위해나 심각한 위험 발생의 책임을 전단등 살포 행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다)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기수범이 성립하려면 전단등 살포와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해나 심각한 위험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행위자에게 위와 같은 위해나 위험의 발생에 대한 고의가 요구된다는 점에는 의문이 없다.
전단등 살포와 위해나 위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여 행위자에게 기수의 형사책임을 부과하려면 행위자의 결과 발생에 대한 지배가능성을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행위자가 앞서 본 바와 같이 북한을 지휘ㆍ통제하는 것이 아니어서 그들의 적대적 조치를 조종할 수 없는 이상, 단지 평소 북한이 전단등 살포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상존하고 행위자가 이를 예견할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행위자의 결과 발생에 대한 지배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다. 이와 같이 본다면 심판대상조항은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기수범이 성립할 수 없는 범죄를 기수범과 미수범으로 나누어 규정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 모순을 가진 것이 된다.
(라) 법원이 구체적 사건에서 인과관계와 고의의 존부를 판단하여 범죄성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이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해나 심각한 위험의 발생이 전적으로 제3자인 북한에 의하여 초래되고 이에 대한 행위자의 지배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전단등 살포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비난가능성이 없는 자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주의원칙에도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다.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의 위헌의견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찬성하나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 구성을 달리하므로 아래와 같이 의견을 밝힌다.
(1) 책임주의원칙 위반 여부
(가) 심판대상조항의 처벌 대상
심판대상조항은 남북합의서 위반행위로서 전단등 살포 행위를 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사람에 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전단등 살포 행위를 할 것과 그러한 행위로 인해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킬 것을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전단등 살포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다는 점에 대한 고의를 가지고 전단등 살포 행위를 개시한 때 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구체적으로 발생시킨 때 기수에 이른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정하는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는 전단등 살포 행위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고의는 확정적 고의 뿐 아니라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다. 미필적 고의란 결과의 발생이 불확실한 경우, 즉 행위자에 있어서 그 결과발생에 대한 확실한 예견은 없으나 그 가능성은 인정하는 것으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결과발생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이러한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음을 요하므로(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도7507 판결 등 참조), 전단등 살포 행위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러한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으면 고의는 인정될 수 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자의 행위 외에 일정한 결과발생을 요구하므로 전단등 살포 행위와 국민의 생명ㆍ신체에의 위해나 심각한 위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또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미수범의 성립 여부만이 문제되는데, 형법은 미수범의 처벌을 고의범에 한정하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의 미수범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고의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나) 책임주의원칙 위반이 문제되는지 여부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처벌되기 위해서는, 행위자는 전단등 살포 행위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하고, 전단등 살포 행위와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해나 심각한 위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법원은 구체적 사건에서 이러한 고의 또는 인과관계 인정 여부를 살펴 심판대상조항의 적용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결과의 발생이 북한의 도발이나 무력행사의 위협 등 북한의 개입으로 실현되는 것이기는 하나, 이러한 북한의 개입은 전단등 살포 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이루어진 것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결과 발생에 대한 고의와 인과관계를 요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타인의 행위로 인한 결과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구조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비난가능성 있는 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책임주의원칙 위반은 문제되지 아니한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심사기준
1) 심판대상조항의 문언상으로만 보았을 때, 심판대상조항이 표현의 내용과 상관없이 전단등 살포를 통한 모든 표현을 제한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전단등의 ‘살포’는 전단등을 북한의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부하거나 북한으로 이동시키는 행위이고(남북관계발전법 제4조 제6호), 전단등 살포 행위로 인한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해나 심각한 위험 발생’은 북한의 도발이나 무력행사의 위협 등 전단등 살포 행위에 대한 북한의 반응으로 인한 것인데, 북한이 전단등 살포에 대해 반응하는 이유는 전단등에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 즉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표현물이나 남한 등 외부세계의 발전상을 알리는 표현물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즉 전단등 살포 행위자가 전달하려는 내용을 북한이 문제 삼기 때문에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전단등 살포 행위를 제한하려는 것이다. 이는 ‘전단등 살포’라는 행위를 제한하는 심판대상조항의 궁극적인 의도가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한 북한 체제 비판 등의 내용을 담은 표현을 제한하는 데 있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심판대상조항이 그 효과에 있어서 주로 특정 관점에 대하여 그 표현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표현의 자유 제한이 표현의 내용과 무관한 내용중립적 규제라고 보기는 어려운바, 심판대상조항은 표현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2)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 …를 가진다.”라고 하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통해 사회구성원 사이에서 다양한 사상과 의견이 자유롭게 교환되고, 공적 사안들에 관한 공개적인 토론과 자유로운 비판이 이루어지게 된다. 표현의 자유는 국민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자유로운 인격발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의사형성 및 진리발견의 수단이 되며, 국가와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와 사회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 참조). 자유로운 논쟁과 의견의 경합은 민주적 의사형성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이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는 우리 헌법상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므로, 공익을 위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최소한의 제한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표현행위자의 특정 견해, 관점에 근거한 제한은 표현의 내용에 대한 제한 중에서도 가장 심대한 제한이다. 국가가 표현행위를 그 내용에 따라 차별함으로써 특정한 견해나 관점을 선호하거나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고자 하는 가장 핵심적인 것이다. 따라서 표현된 관점을 근거로 한 제한은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엄격한 요건 하에 허용될 수 있을 뿐이다(헌재 2002. 12. 18. 2000헌마764; 헌재 2020. 12. 23. 2017헌마416 등 참조).
(나)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국민의 생명ㆍ신체의 안전을 보장하고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통일을 지향하여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고,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적합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형두의 위헌의견과 같다.
(다)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형벌의 보충성 및 최후수단성 에 반하고, 제한되는 표현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위축효과를 초래한다는 점 등에서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1)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국가권력행사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고 대상자에게는 가혹한 강제력에 해당하므로 그 행사는 최소한의 행위에 국한되어야 한다. 특히 표현된 관점을 근거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형사처벌을 가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함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로 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형사처벌이라는 가장 가혹한 수단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을 반드시 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주된 목적인 국민, 특히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ㆍ신체의 안전 보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형벌권의 행사가 아니더라도, 전단등 살포 행위 전에 이를 신고하도록 하고 그 신고에 대해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함으로써, 접경지역 주민 등의 생명ㆍ신체의 안전 보장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전단등 살포에 의한 표현 행위를 보장하면서, 전단등 살포로 인해 접경지역 주민 등의 생명ㆍ신체의 안전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조치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접경지역 주민 등의 생명ㆍ신체의 안전 보장을 위한 수단으로 형벌을 택한 것은 형벌이 사회생활에 불가결한 법익을 보호함에 있어 최후의 보충적인 수단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형벌의 보충성 및 최후수단성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2) 심판대상조항은 전단등 살포를 통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는바, 이를 초래할 수 있는 표현은 결국 ‘북한 정권이 비방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서 북한이 문제 삼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과 내부의 정보 유통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북한의 특성상, 북한을 자극하여 도발을 일으킬 수 있을 만한 표현의 내용은 상당히 포괄적이다. 이는 형법상 처벌 대상인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표현에 그치지 않고, 북한 정권을 비판하거나 북한의 열악한 인권실태를 알리는 내용, 남한 사회의 일반적 모습을 알리는 내용, 선교 활동,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문화예술 작품의 전달 등을 망라한다. 이러한 표현 내용의 포괄적 통제는 남북기본합의서 등에서 상호 간 그 중지를 합의한 ‘비방’, ‘중상’ 또는 ‘선전ㆍ선동행위’나 ‘적대행위’ 등에 합리적으로 포함될 수 있는 것들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제한되는 표현 내용이 광범위함으로 인하여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된다.
3) 심판대상조항이 정하는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
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 발생’이라는 결과는 북한의 개입을 통해서 실현되는 것이다. 그런데 행위자로서는 전단등 살포 행위시에 자신의 행위로 인해 북한의 개입이 있을 것인지 여부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예측하기 어렵다. 물론 고의와 인과관계 여부는 법원이 구체적 사건에서 판단할 문제이나, 행위자로서는 자신의 전단등 살포 행위가 북한의 도발을 초래할 것인지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 결과발생에 대한 확실한 예견은 없으나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형사처벌의 우려로 인하여 전단등 살포 행위를 주저하고 자제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이 정하는 법익 침해 또는 위험 발생을 행위자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위축효과를 초래한다.
향후 재판절차에서 사후적으로 고의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겠지만, 일단 자신의 표현행위가 심판대상조항의 구성요건 중 일부인 ‘전단등 살포’에 해당되는 것이 확실한 이상, 자신의 표현행위로 수사ㆍ재판절차에 회부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매우 효과적인 위협 기제가 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초래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4)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국민의 생명ㆍ신체의 안전 보장은 중대한 공익에 해당하고, 국가는 남북 간 평화통일을 지향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전단등 살포 행위는 남북 간의 대치상황 하에 정보 접근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북한 주민에게 북한 정권의 실상을 알리고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한 국내외의 관심을 환기시킴으로써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적 사안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등 공적ㆍ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3두30833 판결 참조). 이러한 전단등 살포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다양한 의견 간의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하여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제기하고 건전하게 해소할 가능성을 제한한다. 또한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현대민주주의 사회에서, 그 제한의 의도와 효과의 측면에서 내용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표현의 자유 제한으로 인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접경지역 주민 등의 생명과 신체 안전 보장이라는 공익 못지않게 심판대상조항이 제한하는 표현이 지니는 의미와 역할의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아가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통일은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보장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바탕을 둔 통일이라 할 것인데(헌재 2000. 7. 20. 98헌바63 참조) 전단등 살포 행위를 제한함으로써 평화통일을 지향할 국가의 책무를 달성한다는 공익은 명백하거나 구체적이지 못한 반면, 그로 인하여 표현행위자가 받게 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은 그 표현의 의미와 역할의 중요성에 비해 매우 크다.
5) 이상의 사정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이 접경지역 주민 등의 생명ㆍ신체의 안전 보장을 위한 수단으로 형벌을 택한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고,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가 지나치게 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라)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반대의견이 있다.
6.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반대의견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가. 책임주의원칙 위반 여부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의 ‘심판대상조항은 책임주의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견해와 같다.
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 표현의 자유 제한의 유형
행위자들이 전단등 살포라는 방법을 선택하는 이유는 북한 사회가 가진 극도의 폐쇄성에서 비롯한 것인바, 심판대상조항은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하여 ‘전단등 살포’라는 방법을 통하여 표현을 하는 것을 금지할 뿐, 표현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가하고 있지 않다. 예컨대 전단등의 내용에는 북한 정권이 경계하는 통치체제나 인권 상황, 북한 지도부의 부패와 타락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비판이 포함될 수도 있겠지만, 북한 정권에 대한 찬양이나 정치적 견해와 무관한 과학적 지식이나 종교적 인식에 관한 것이 포함될 수도 있고, 심지어 아무런 명시적 의사 표현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의료ㆍ구호물품이나 달러화를 날려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전단등이 실제 낙하하기 전까지는 북한이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득할 수 없는바, 북한이 표현 내용과 무관하게 전단등을 담은 풍선 등 매개물의 비행을 인식하자마자 가해행위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표현의 내용에 대한 제한이 아니라, 전단등 살포라는 표현 방법에 대한 제한으로 보아야 한다.
(2)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국민, 특히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장하고 평화통일을 지향하여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달성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각 위헌의견과 뜻을 같이 한다.
(3) 침해의 최소성
(가) 국가형벌권 행사는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최후수단으로 선택되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국민, 특히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매우 중요한 법익의 침해 또는 그 위험을 동등한 정도로 방지하면서도 덜 침해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나)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것, 즉, 범죄의 설정과 법정형의 종류 및 범위의 선택은 행위의 사회적 악성과 범죄의 죄질 및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과 법감정,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헌재 2012. 8. 23. 2012헌바173; 헌재 2016. 9. 29. 2015헌바309등 참조).
입법자는 북한의 가해행위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전단등 살포에 대하여 그들이 가지는 강한 거부감이 현실적으로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그 위협이 잠재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가해행위가 발생하기도 하였던 사정, 이로 인하여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국가의 책무를 달성하는 데 실로 큰 부담이 초래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전단등 살포를 금지하면서 이를 처벌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본 것인바,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다) 각 위헌의견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의하여 상황에 맞는 유연한 조치가 가능하므로 대안이 된다고 하나, 이는 위와 같은 방법만으로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워 심판대상조항을 만든 입법연혁에 어긋나고, 과연 전단등 살포 현장에서 북한이라는 제3자의 비이성적 도발에 대한 예상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그에 맞는 ‘유연한 조치’가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불분명하며, 나아가 표현의 자유를 입법에 의하여 제한하는 것보다 경찰권에 의한 제한에 일임하는 것이 덜 침익적인 것이라 단정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또한 각 위헌의견은 행위자에게 전단등 살포 전에 관계 기관에 신고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에 기초하여 관계 기관이 대응하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하나, 이러한 대안이 입법목적 달성에 심판대상조항과 동등한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라) 북한이 내부 체제 단속과 집권세력 우상화에 주력하면 할수록, 접경지역 북한 주민의 동요를 부르고 체제에 대한 불만을 가중할 소지가 있는 전단등 살포에 대하여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점은 변함없는 사실이며, 북한의 가해행위에 동일한 형태의 보복을 가하여 북한의 가해행위를 제압하는 것은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더 위험하게 할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확전의 부담이 큰 것이어서 쉽사리 선택하기 힘들다는 점을 보태어 보면,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심판대상조항보다 덜 침익적인 다른 수단을 상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도 갖추었다.
(4) 법익의 균형성
(가) 표현의 자유가 자유로운 인격발현의 수단이자 의사형성 및 진리발견의 수단이 되는 점, 민주주의 국가와 사회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라는 점은 분명하며,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경우 실제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는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워서 스스로 표현행위를 자제하는 위축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심판대상조항이 금지와 처벌의 대상으로 하는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 경우’에서 ‘위험’은 단순히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고, 위험이 임박하고 그 발생이 명백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만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위험이 임박하고 그 발생이 명백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전단등 살포행위 당시의 남북 간 긴장의 정도나 살포 장소, 살포 방법, 살포 전 기자회견 등을 통하여 표명된 전단에 담긴 내용이나 물품의 종류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판단될 수 있으며, 범죄성립 여부가 문제가 된다면 법원이 구체적 사
안에서 이를 적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나) 한편,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처벌조항은 전단등 살포가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소위 ‘구체적 위험범’에 해당한다.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해 또는 그 심각한 위험의 발생’은 이 범죄의 구성요건요소이므로 행위자가 행위 시에 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용인한 경우에만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법원은 구체적 사건에서 행위자가 행위 당시 위와 같은 고의를 가지고 있었는지 판단할 뿐만 아니라, 실제 전단등 살포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해 또는 그 심각한 위험이 발생하였는가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이 법원이 구체적 사건에서 고의 또는 인과관계를 판단하여 그 처벌 여부를 결정하므로, 처벌범위가 무한정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
특히 북한은 2020. 6. 16.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에 앞서, 2020. 6. 4. 김여정 명의의 담화를 통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은 바 있는데,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곧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해 또는 그 심각한 위험의 발생’으로 볼 수 있는지, 이를 긍정하더라도 행위자가 위와 같은 폭파를 명확히 인식하고 용인하였는지, 북한의 주장과 같이 전단등 살포와 법익 침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모두 의문이며, 법원이 구체적 사안에서 이를 적정하게 판단할 수 있으므로 처벌범위가 무한정 확대될 수는 없다고 본다.
(다) 북한 정권이나 인권 상황, 북한 지도부의 부패와 타락상에 대한 인식과 비판을 드러낼 청구인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지만, 심판대상조항이 표현의 방법만을 제한하고 있는 이상, 청구인들의 견해는 전단등 살포 외의 다른 방법, 예컨대 내ㆍ외신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이나 탈북자들과의 만남 등을 통하여 충분히 표명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비록 북한 주민을 직접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정치적 의사 표현을 통한 인격발현 등의 측면에서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
한편, 남북교류협력법은 정부의 승인하에 남북한 주민의 왕래, 접촉, 교역, 협력사업, 통신 역무의 제공, 방문, 물품의 반출ㆍ반입, 수송장비의 운행 등을 허용하며, 이러한 인적 교류 등을 통하여 북한 주민을 상대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수단이 다양화될 수 있다. 위 법률과 남북관계발전법은 남북한 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교류협력을 촉진하며 이를 토대로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것을 지향하므로 긴장완화를 시도하는 국면에서 제한된 표현의 자유도 교류협력이 활성화되는 국면에서 확장될 수 있다는 동적인 관점에서 심판대상조항을 이해해야 한다.
공산주의의 극복은 위협이나 압박을 통해서가 아니라 공산주의자들과 대화하고 협력(‘접근’)함으로써 그 체제가 스스로 변하도록(‘변화’) 유도해야 한다는 이른바 ‘접근을 통한 변화’ 정책이 독일 통일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하는 견해도 있는 만큼 우리도 통일정책의 틀 안에서 심판대상조항의 의미를 조망해 볼 필요도 있다.
(라) 상기한 바와 같이 침해되는 사익은 제한적인 반면, 국민, 특히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확보라는 공익은 매우 중요하다.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보호는 국가의 존립 이유이자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그 보호 대상에는 접경지역 주민이나 공무원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위를 하는 청구인들 본인이 포함된다. 북한은 과거 전단등의 살포를 자신들의 체제를 정면으로 위협하는 행위로 간주하여 극도로 경계하여 왔으며, 살포가 계속될 경우 살포 원점은 물론 인근 지역에 대한 광범위한 가해행위를 하겠다고 위협하여 왔고, 실제로 총격에 나서기까지 하였다. 그렇다면 국민, 특히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확보하여야 할 공익은 매우 필요하고 절실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평화통일을 지향하여야 할 국가의 책무를 고려할 때, 남북 간 무분별한 접촉이나 연락은 상호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부를 수 있으므로 적정하게 통제될 필요가 있으며, 한반도의 정세와 접촉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관련 당국의 적정한 관여를 통하여 남북 간에 원활한 교류와 협력이 보장될 수 있다.
나아가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기간을 정하여 남북합의서의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고, 국회의 체결ㆍ비준 동의를 얻은 남북합의서에 대하여 위와 같이 그 효력을 정지시키고자 하는 때에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이를 할 수 있는바(남북관계발전법 제23조 제2항, 제3항 참조), 심판대상조항 중 제25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남북합의서의 효력이 정지된 때에는 전단등 살포를 통하여 법익 침해 또는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심판대상조항의 처벌범위에서 제외된다.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처벌은 남북합의서의 유효한 존속을 전제로 하므로, 전단등 살포를 극도로 경계하는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전단등 살포의 억제를 위해서는 남북합의서를 준수할 이익이 있고, 북한이 남북합의서를 준수하여 대남 적대활동을 하지 않거나 억제하는 경우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은 물론, 한반도 전체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는바, 이 점에서도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달성되는 공익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마)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달성되는 공익이 침해되는 사익보다 더 작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5)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유남석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별지 1] 청구인 명단
(2020헌마1724)
1. 이○○
2. 박○○
3. 사단법인 ○○연구원
대표자 박□□
4. ○○센터
대표자 김○○
5. 사단법인 ○○네트워크
대표자 한○○
6. 사단법인 ○○위원회
대표자 허○○
7. 재단법인 ○○연합
대표자 임○○
8. 사단법인 ○○연합
대표자 박△△
9. □□센터
대표자 이□□
10. 사단법인 ○○센터
대표자 강○○
11. 사단법인 ○○
대표자 김□□
12. 사단법인 □□
대표자 손○○
13. 사단법인 ○○협의회
대표자 이△△
14. ○○협회
대표자 이▽▽
15. ○○
대표자 권○○
16. ○○그룹
대표자 이◇◇
17. 사단법인 △△
대표자 강□□
18. ○○ 연합회
대표자 김△△
19. 사단법인 ▽▽
대표자 이◎◎
20. ○○연대
대표자 도○○
21. 사단법인 ○○모임
대표자 김▽▽
22. 사단법인 ◇◇
대표자 현○○
23. 사단법인 □□연구원
대표자 김◇◇
24. 사단법인 ○○회
대표자 최○○
25. 사단법인 ◎◎
대표자 박▽▽
26. 사단법인 △△연구원
대표자 김◎◎
27. □□
대표자 김▷▷
청구인들의 대리인 1. 법무법인 제이앤씨
담당변호사 구충서
2. 법무법인 세창
담당변호사 김현
3. 법무법인(유한) 한별
담당변호사 송수현
4. 법무법인 오킴스
담당변호사 엄태섭
5. 법무법인 을지
담당변호사 이재원
6. 법무법인 산지
담당변호사 최기식
7. 법무법인(유한) 해송
담당변호사 김석기
8. 변호사 문수정
9.변호사 김태훈(청구인들 중 16, 18, 24를 제외한 나머지)
(2020헌마1733)
박◇◇
대리인 1. 홍익법무법인담당변호사 이헌
2. 법무법인 파라클레투스담당변호사 유승수
[별지 2] 관련조항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63호로 개정된 것)
제4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3. “남북합의서”라 함은 정부와 북한 당국간에 문서의 형식으로 체결된 모든 합의를 말한다.
4. “군사분계선 일대”라 함은「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제2조 제7호에 따른 민간인통제선 이북지역을 말한다.
5. “전단등”이라 함은 전단, 물품(광고선전물ㆍ인쇄물ㆍ보조기억장치 등을 포함한다), 금전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말한다.
6. “살포”라 함은 선전, 증여 등을 목적으로 전단등을「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제13조 또는 제20조에 따른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북한의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부하거나 북한으로 이동(단순히 제3국을 거치는 전단등의 이동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제24조(남북합의서 위반행위의 금지) ①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켜서는 아니 된다.
1.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
2.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시각매개물(게시물) 게시
② 통일부장관은 제1항 각 호에서 금지된 행위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협조하여야 한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부칙(2020. 12. 29. 법률 제17763호)
이 법은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