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 간의 권한쟁의
【판시사항】
가.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이유 없이’의 의미
나. 피청구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과방위’, 그 위원장을 ‘과방위 위원장’이라 한다)이 2023. 3. 21. 피청구인 국회의장에게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하 ‘이 사건 각 법률안’이라 한다)의 본회의 부의를 요구한 행위가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라 한다) 소속 위원인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여 무효인지 여부(소극)
다.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2023. 4. 27.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 본회의 부의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하여 무기명투표로 표결한 후 이에 대해 가결을 선포한 행위(이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여 무효인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국회법 제86조 제3항은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가 그 권한의 범위 내에서 기간 내에 신속하게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입법절차가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조항이다. 그런데 국회법 제86조 제3항은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데 이유가 없을 것’을 법률안에 대해 본회의 부의 요구를 하기 위한 요건으로 정하면서도, ‘이유 없이’의 의미를 상세하게 규정하지 아니한 채, 소관 위원회 내에서 소관 위원회 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하거나,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본회의 부의 요구 여부를 해당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라는 가중된 의결정족수를 통해 의결하도록 하는 절차적 요건을 두고 있다. 이에 더하여 국회법 제86조 제4항은 소관 위원회 위원장의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하여 바로 본회의에 부의하거나,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부의 요구 이후 30일이 지난 후 개회되는 본회의에서 본회의 부의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러한 국회법의 취지와 국회법 제86조 제3항 및 제4항의 내용을 종합하면, 국회법은 법사위의 심사지연에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소관 위원회 내부 또는 소관 위원회와 법사위 사이에 이견이 발생한 경우, 일차적으로 소관 위원회 내에서 간사와의 협의 또는 의결절차를 통해 해결하도록 하고, 그 판단의 당부가 다시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대표의원과의 합의 또는 본회의에서의 표결이라는 국회 내의 절차를 통해 판단되도록 정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국회가 국회법 제86조 제3항 및 제4항이 정하고 있는 절차를 준수하여 법률안을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결정하였다면, 여기에 헌법적 원칙이 현저히 훼손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회 이외의 기관이 그 판단에 개입하는 것은 가급적 자제함이 바람직하다.
또한, ‘이유 없이’ 유무에 대하여 실체적으로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이유’의 유무는 법사위가 ‘법사위의 책임 없는 불가피한 사유로 그 기간을 준수하지 못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나. (1)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는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절차를 준수하여 이루어졌고, 그 정당성이 국회법 제86조 제4항이 정하고 있는 본회의 내에서의 표결절차를 통해 인정되었다. 따라서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에는 국회법을 위반한 위법이 없다. 한편, 법사위는 방송법 등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서는 체계ㆍ자구 심사권한을 벗어나는 내용에 대한 정책적 심사를 하면서 60일의 심사기간을 도과한 것으로 보이고, 달리 국회 내의 사정에 비추어 법사위가 심사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거나 심사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였다고 볼만한 사정도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이유 없이’를 실체적으로 판단하더라도 법사위의 심사지연에는 여전히 이유가 없다.
따라서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2)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되므로, 그 침해를 전제로 하는 이에 대한 무효확인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다. 선행 절차인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에 권한침해 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이상, 그 하자가 후행 절차인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에 승계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고, 직권으로 살펴보아도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는 국회법 제86조 제4항의 절차를 준수한 것으로, 여기에 독자적인 절차나 내용상의 하자가 없다.
따라서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지 아니하고, 그 침해를 전제로 하는 이에 대한 무효확인청구 역시 이유 없다.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형두의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권한침해확인청구에 대한 반대의견 및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무효확인청구와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의 권한침해 및 무효확인청구에 대한 별개의견
가. 신속처리안건의 경우 이유 유무를 따지지 않고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기간을 최대 90일로 정하고 있는 국회법 제85조의2 제3항과 달리, 국회법 제86조 제3항은 ‘법사위의 심사지연에 이유가 없을 것’을 소관 위원회 위원장이 법률안에 대해 본회의 부의 요구를 하기 위한 유의미한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입법절차를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입법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수행하는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국회 내의 각 위원회가 고유의 역할을 통해 입법절차를 균형있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유 없이’를 ‘법사위의 책임이 없는 불가피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 이러한 요건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은 입법자의 의사에 반한다.
또한 법정의견과 같이 법사위의 심사지연에 대한 이유 유무의 판단이 소관 위원회 내에서의 절차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해석할 경우, 소관 위원회가 심사기간이 도과된 법률안들 중 특정 법률안을 임의로 선택하여 본회의에 부의 요구하거나, 개별적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심사기간 도과만을 이유로 법률안을 본회의에 부의 요구할 수 있게 되어, 주요 법안에 대한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권이 형해화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이유 없이’는 ‘60일의 기간 내에 법률안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를 마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 없이’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구체적 판단은 국회법의 취지, 국회의 입법 관행, 당해 법률안의 내용, 법률안에 대한 소관 위원회에서의 구체적인 심사 경위 및 내용, 소관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의결에 이르게 된 경위 등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만, 심사절차를 통해 법사위가 입법절차를 지연시킬 고의나 의도를 가지고 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자체로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법사위가 법률안을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아니한 채 심사기간이 도과하거나, 법사위의 심사 내용이 체계ㆍ자구 심사권의 범위를 벗어났음이 명백하거나, 입법절차를 지연시킬 목적으로 이미 소관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충분한 심사가 이루어진 사항에 대해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심사나 절차를 반복하는 경우에는 그 자체로 심사 지연에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1) 법사위 전체회의 및 법안심사제2소위원회 회의의 회의록에 의하면,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이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를 할 당시 법사위가 체계ㆍ자구 심사권의 범위 내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심사를 계속하고 있었음이 인정된다. 또한 소관 위원회인 과방위에서의 심사 과정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과방위가 이 사건 각 법률안의 주요 쟁점인 이사의 수, 이사회의 구성방법 및 사장의 선임 방식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충분한 심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법사위 단계에서 법률안의 위헌성이나 체계정합성에 대한 심사를 계속하였어야 할 필요성도 인정된다. 나아가 법사위의 심사 당시 일부 위원들이 퇴장하여, 법사위가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볼 때, 법사위가 60일의 기간 내에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를 마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인정되고, 따라서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는 국회법 제86조 제3항을 위반한 것으로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다.
(2) 다만, 종전에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이유 없이’의 의미가 규명된 바가 없는 상황에서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이 나름의 해석을 전제로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로 나아간 데에는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으므로 그 침해의 사유가 헌법적으로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효력을 직접 판단하는 사법적 개입은 가급적 자제할 필요가 있으며, 권한침해를 확인하는 결정만으로도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위헌성을 해명하고 향후 유사한 행위의 반복을 억제하는 데에는 충분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에 대해서 무효임을 확인하지는 아니하기로 한다.
다. 선행 절차인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에 존재하는 권한침해 사유가 헌법적으로 매우 중대하다고 볼 수 없고,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는 선행 절차를 그대로 따르는 피청구인 국회의장 단독의 행위가 아니라 ‘이 사건 각 법률안 본회의 부의의 건’에 대한 본회의에서의 별도의 심의 및 표결 절차를 거친 후 그 결과를 선포하는 행위이므로,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가 국회법 제86조 제3항을 위배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본회의에서의 별도의 심의 및 표결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후행절차인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에 권한침해 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는 국회법 제86조 제4항의 절차를 준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여기에 독자적인 내용상 또는 절차상의 하자도 존재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는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지 아니하며, 그 침해를 전제로 하는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의 무효확인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재판관 이영진의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권한침해확인청구에 대한 반대의견 및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무효확인청구에 대한 보충의견
국회법 제86조 제3항은 소관 위원회의 법률안 심의와 의결이 법률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토론, 이견의 조정을 통해 이루어질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법 제86조 제3항이 입법취지대로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소관 위원회가 법률안에 대한 심의 등 의사운영을 충실히 해야 한다. 이 사건의 반대의견에서 ‘이유 없이’의 의미가 확인된 이상, 앞으로는 소관 위원회 위원장이 국회법 제86조 제3항에 대한 자의적 해석에 근거하여 법사위의 심사지연 법률안에 대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를 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기록에 첨부된 법사위 전체회의의 의사일정에 의하면, 법사위에 회부된 날부터 60일이 도과될 때까지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법률안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국회법 제86조 제3항이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법사위의 심사기간을 60일로 짧게 정하고 있는 것은, 제3의 기관이 국회 내부의 갈등에 반복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허용하는 것으로 국회의 자율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60일의 심사기간을 현실을 반영하여 개정하거나, 국회법 제63조에서 정하고 있는 연석회의를 활용하거나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소관 위원회와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기간을 둘러싼 갈등이 국회 내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참조조문】
국회법(2018. 4. 17. 법률 제15620호로 개정된 것)제86조 제1항, 제2항, 제4항
국회법(2021. 9. 14. 법률 제18453호로 개정된 것) 제86조 제3항, 제5항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1. 국회의원 정점식
2. 국회의원 박형수
3. 국회의원 유상범
4. 국회의원 장동혁
5. 국회의원 전주혜
6. 국회의원 조수진
청구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 소백담당변호사 황정근 외 2인
피청구인1.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대리인 변호사 이범균 외 4인
2. 국회의장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원담당변호사 유선영 외 2인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들은 제21대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의힘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라 한다) 위원들이다.
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라 한다) 내에 설치된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정보법안심사소위’라 한다)는 2022. 11. 29. 제400회 국회(정기회) 과방위 정보법안심사소위 제3차 회의를 개의하여,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및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의결하였다.
다. 2022. 12. 1. 제400회 국회(정기회) 과방위 제11차 전체회의에 위 대안들이 안건으로 상정되자,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 위원들은 국회법 제57조의2 제1항에 따라 안건조정위원회의 구성을 요구하였다. 이에 2022. 12. 1. 제400회 국회(정기회) 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 제1차 회의가 개의되었고, 안건조정위원회는 정보법안심사소위에서 의결한 대안을 위원회의 대안으로 제안하기로 의결하였다.
피청구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하 ‘과방위 위원장’이라 한다)은 2022. 12. 2. 제400회 국회(정기회) 과방위 제12차 전체회의에서 안건조정위원회가 심사보고한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및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과 ‘언론자유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률 개정에 관한 청원’을 통합ㆍ조정한 최종적인 대안(이하 ‘이 사건 각 법률안’이라 한다)에 대한 의결을 거쳐 가결을 선포하였으며, 이 사건 각 법률안은 국회법 제86조 제1항에 따라 같은 날 법사위에 회부되었다.
라. 법사위는 2023. 1. 16. 제402회 국회(임시회) 법사위 제1차 전체회의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을 심의한 후 이를 법사위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이하 ‘제2소위’라 한다)에 회부하였고, 제2소위는 2023. 2. 22. 제403회 국회(임시회) 법사위 제2소위 제1차 회의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일괄 심사를 진행한 후 추가적인 논의를 위해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심사를 계속하기로 하였다.
마. 법사위가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심사를 계속 중이던 2023. 3. 21.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은 법사위가 이유 없이 이 사건 각 법률안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고 있음을 이유로 국회법 제86조 제3항 단서에 따라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각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제404회 국회(임시회) 과방위 제1차 전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하여 무기명투표로 표결하였다. 과방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여 위 안건이 가결되자,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은 이에 대하여 가결을 선포하고, 같은 날 피청구인 국회의장에게 이 사건 각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였다.
바. 이에 청구인들은 2023. 4. 14.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이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각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에 대하여 가결을 선포한 행위 및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장차 개의될 국회 본회의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 본회의 부의의 건’을 본회의 안건으로 부의ㆍ상정할 행위가 청구인들의 권한을 침해한다며 그 무효확인을 구하고, 이 사건 각 법률안이 본회의에 부의ㆍ상정되어 가결되더라도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은 입법과정에 중대한 절차위반이 있는 것이라며 위 법률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취지의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함과 동시에(2023헌라2),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위 가결선포행위의 효력정지를 구하고,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각 법률안 본회의 부의의 건’ 본회의 상정 등 이후 절차 진행의 금지를 구하는 취지의 가처분신청을 하였다(2023헌사386).
사. 한편,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가 있었던 날부터 30일이 경과한 이후의 첫 본회의인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가 2023. 4. 27. 개의되었고, 피청구인 국회의장은 ‘이 사건 각 법률안 본회의 부의의 건’을 본회의의 안건으로 상정하여 국회법 제86조 제4항 단서에 따라 무기명투표로 표결한 후, 총 투표수 177표 중 가(可) 174표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2023. 6. 5.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각 법률안 본회의 부의의 건’ 본회의 상정 등에 관한 청구취지를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2023. 4. 27. ‘이 사건 각 법률안 본회의 부의의 건’을 가결선포한 행위가 청구인들의 권한을 침해하여 무효라는 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변경하고, 법률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취지를 심판대상에서 제외하는 취지로 청구취지를 변경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이 제404회 국회(임시회) 과방위 제1차 전체회의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각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에 대하여 가결을 선포한 행위 및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 본회의 부의의 건’에 대하여 가결을 선포한 행위의 권한침해 및 무효확인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가결선포는 그 자체로는 법사위 소속 위원인 청구인들의 권한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이 피청구인 국회의장에게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를 한 이후에야 비로소 국회법 제86조 제4항에 따른 절차가 진행되어 청구인들의 권한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것이므로, 이 부분 심판대상은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이 피청구인 국회의장에게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한 행위로 특정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은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이 2023. 3. 21. 피청구인 국회의장에게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한 행위(이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라 한다) 및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2023. 4. 27.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 본회의 부의의 건’에 대하여 가결을 선포한 행위(이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권한을 침해하여 무효인지 여부이다.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관련조항]
국회법(2018. 4. 17. 법률 제15620호로 개정된 것)
제86조(체계ㆍ자구의 심사) ①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을 하였을 때에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 경우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간사와 협의하여 심사에서 제안자의 취지 설명과 토론을 생략할 수 있다.
② 의장은 제1항의 심사에 대하여 제85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으며, 법제사법위원회가 이유 없이 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이 경우 제85조 제1항 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해당 호와 관련된 안건에 대하여만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다.
④ 의장은 제3항에 따른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해당 법률안을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하여 바로 본회의에 부의한다. 다만, 제3항에 따른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그 기간이 지난 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본회의에서 해당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
국회법(2021. 9. 14. 법률 제18453호로 개정된 것)
제86조(체계ㆍ자구의 심사) ③ 법제사법위원회가 제1항에 따라 회부된 법률안에 대하여 이유 없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심사대상 법률안의 소관 위원회 위원장은 간사와 협의하여 이의가 없는 경우에는 의장에게 그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를 서면으로 요구한다. 다만,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그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되, 해당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⑤ 법제사법위원회는 제1항에 따라 회부된 법률안에 대하여 체계와 자구의 심사 범위를 벗어나 심사하여서는 아니 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및 피청구인들의 답변
가. 청구인들의 주장 요지
(1) 국회법 제86조 제1항은 소관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친 경우 이를 법사위에 회부하여 ‘체계와 자구에 관한 심사’를 거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법사위 위원들은 법률안의 체계ㆍ자구에 관한 심사를 함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가진다.
(2) 국회법 제86조 제3항은 법사위에 회부된 지 60일이 지난 모든 법률안에 대하여 소관 위원회가 본회의 부의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법사위가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이유 없이’ 심사를 마치지 않은 법률안에 대하여 본회의 부의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의 ‘이유 없이’는 ‘정당한 사유가 없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목적과 기능,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제도의 입법취지 및 위 제도가 헌법과 국회법을 비롯한 전체 국가법 질서에서 가지는 취지, 그 동안의 국회 입법과정의 관행, 다른 법률안들에 대한 법사위의 심사 경위와 관행, 당해 법률안의 내용과 중요성, 당해 법률안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의 필요성과 그 정도 및 그에 대한 심사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기간 등을 비롯하여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3) 법사위는 2023. 1. 16.자 법사위 전체회의와 2023. 2. 22.자 법사위 제2소위 회의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의 위헌성과 체계정합성 등에 대한 심사를 계속 중이었다. 이처럼 법사위가 60일 이내에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것에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은 이 사건 각 법률안이 법사위에 회부된 날부터 60일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만으로 2023. 3. 21.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해 본회의 부의 요구를 하였다. 따라서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는 국회법 제86조 제3항을 위반한 것으로,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여 무효이다.
(4) 피청구인 국회의장은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에 국회법 제86조 제3항을 위배한 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3. 4. 27.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 본회의 부의의 건’을 본회의의 안건으로 상정하여 무기명투표로 표결한 후 이에 대해 가결을 선포하였다. 따라서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 역시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여 무효이다.
나.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답변 요지
(1) 법률안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권한은 법사위에 부여된 고유한 권한이고 입법절차의 핵심이다. 이러한 체계ㆍ자구 심사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이유 없이’는 ‘합리적인 또는 정당한 이유 없이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경우’로 한정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2)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해서는 과방위 단계에서 충실한 심사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점, 양곡관리법이나 간호법과 같은 종전에 본회의 부의 요구된 다른 사건과 비교하여 상당히 이른 시기에 본회의 부의 요구가 이루어졌다는 점, 이 사건 각 법률안의 내용이 최고규범인 헌법에 위반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 법사위가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실질적인 심사를 계속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면,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는 국회법의 취지를 무시한 형식적인 판단에 따라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무효이다.
다.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답변 요지
(1)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이유 없이’는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못한 객관적 이유’를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국회법 제86조 제3항은 ‘이유 없이’에 대한 판단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갈등하고 대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라는 의결 절차를 거치도록 정하고 있다.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가 이러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고, 법사위의 심사지연에 천재지변 등 객관적 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한 이상,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는 국회법 제86조 제3항이 정한 절차를 준수한 것이다.
(2) 국회법 제86조 제4항은 국회의장으로 하여금 소관 위원회 위원장이 국회법상 절차 요건을 갖추어 부의 요구를 하는 경우,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해당 법률안을 바로 본회의에 부의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부의 요구가 있었던 날부터 30일이 지난 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본회의에서 해당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여 본회의 부의 여부를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청구인 국회의장에게는 소관 위원회 위원장의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가 적법한지 여부를 실질적으로 심사할 권한이나,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 여부에 관한 표결 실시 여부를 정할 수 있는 재량이 부여되어 있지 아니한 것이다. 따라서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2023. 4. 27.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가 있은 날부터 30일이 지난 후 처음으로 개의된 본회의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 본회의 부의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무기명투표로 표결한 후 이에 대해 가결을 선포한 것은 국회법 제86조 제4항을 따른 것으로 여기에 독자적인 위법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이는 국회의 의사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이행에 불과한 것으로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본회의 부의 요구에 위법사유가 있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하자가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4. 판단
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
국회법 제86조 제1항은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을 하였을 때에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원칙적으로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를 거쳐야 본회의에 법률안을 부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사위 소속 위원인 청구인들은 법사위의 법률안 심사 단계에서 법률안의 체계와 자구에 대해 심사함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가진다. 그런데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와 이에 따른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각 법률안은 본회의에 부의되었고, 청구인들은 더 이상 법사위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를 진행할 수 없게 되었는바,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와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 것인지를 본다.
나.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에 관한 판단
(1)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의미
(가) 국회는 의안 심의에 관한 국회운영의 원리로 ‘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소관 위원회는 국회법 제58조에 따라 법률안에 대한 심사권을 가진다. 다만, 국회법은 소관 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법률안이 국가 전체의 법률체계에 통일ㆍ조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소관 위원회의 심사를 마친 법률안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이중의 입법 심의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가 지체됨으로써 법률안의 본회의 심의가 지연되는 경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국회에서의 법률안 심의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이에 따라 2012. 5. 25. 법률 제11453호로 개정된 국회법은 제86조 제3항에서 법사위가 법률안에 대하여 이유 없이 회부된 날부터 12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소관 위원회 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하거나 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의장에게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를 서면으로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였다. 이후 2021. 9. 14. 법률 제18453호로 개정된 국회법은 제86조 제3항의 법사위 심사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함과 동시에 제5항에서 법사위가 체계와 자구의 심사 범위를 벗어나 심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였는데, 이러한 개정은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가 소관 위원회의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이 체계ㆍ자구의 심사권한 범위 내에서 기간 내에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법적 결단이 반영된 것이다.
(나) 국회법 제86조 제3항은 “법사위가 제1항에 따라 회부된 법률안에 대하여 이유 없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였을 때”에 소관 위원회 위원장이 국회의장에게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법률안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를 마치지 아니할 것’과 함께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데 이유가 없을 것’을 본회의 부의 요구를 하기 위한 실체적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법 제86조 제3항은 ‘이유 없이’의 의미나 요건을 달리 상세하게 규정하지 아니한 채, 소관 위원회 위원장이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를 할 것인지를 결정함에 있어, 먼저 간사와 협의하도록 하고,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그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되 해당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하는 절차적 요건만을 정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국회법 제86조 제4항은 소관 위원회 위원장의 국회법 제86조 제3항에 따른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의장이 해당 법률안을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하여 바로 본회의에 부의하거나,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본회의 부의 요구 이후 30일이 지난 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본회의에서 해당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 제85조의2 제3항 및 제5항이 법사위가 신속처리대상 안건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를 90일의 기간 내에 마치지 아니하면 이유 유무를 불문하고 그 기간이 끝난 다음 날에 해당 법률안이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회법 제86조 제3항 및 제4항은 법사위가 안건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를 ‘이유 없이’ 60일의 기간 내에 마치지 아니하는 경우 그 ‘이유 없음’ 판단을 위해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 이전에 소관 위원회 위원장의 간사와의 협의 또는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 의결, 국회의장의 교섭단체 대표의원과의 합의 또는 본회의에서의 표결이라는 절차를 두고 있는 것이다.
(다) 앞서 본 국회법의 개정 경위에 더하여, 국회법 제86조 제3항에서 ‘이유 없이’의 요건을 상세히 규정하는 대신 이유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소관 위원회 내의 절차를 정하고 있는 것을 종합하면, 국회법은 법사위가 ‘이유 없이’ 심사를 지연하였다고 볼 것인지 여부를 둘러싸고 소관 위원회 내부 또는 소관 위원회와 법사위 사이에 이견이나 분쟁이 발생한 경우, 일차적으로 소관 위원회 위원장과 간사와의 협의 또는 소관 위원회의 의결이라는 절차를 통해 심사지연의 이유 유무를 판단하도록 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국회법 제86조 제3항은 소관 위원회 위원장이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를 하기 위해서는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라는 가중된 의결정족수를 충족하도록 정함으로써, 소관 위원회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권이 과도하게 제한되는 것을 방지하고, 이유 유무에 대한 일차적인 판단을 소관 위원회 내의 절차에 맡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제도의 남용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또한 국회법 제86조 제4항은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대표의원과의 합의 또는 본회의에서의 표결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법사위의 심사지연에 이유가 없다는 소관 위원회의 의결 결과의 당부가 국회 내의 절차를 통해 판단될 수 있도록 하는 이중의 절차도 마련하고 있다.
즉 국회법은 판단의 주체, 기준, 개별적 사안에 따라 그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불확정개념인 ‘이유 없이’에 대한 판단을 둘러싼 국회의 대립을 막기 위해, 이에 대한 판단이 국회 내부의 절차를 통해 자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면서도, 소관 위원회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제도가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절차적 장치를 함께 두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사위의 심사지연이 이유 없는 것인지 여부’에 대한 소관 위원회의 일차적인 판단과 소관 위원회의 판단을 전제로 한 소관 위원회 위원장의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가 적정한지 여부에 관한 최종적인 판단 및 향후 해당 법률안에 대한 구체적 입법절차는 국회법이 정하고 있는 위와 같은 절차에 의해 정해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국회법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국회가 국회법 제86조 제3항 및 제4항이 정하고 있는 일련의 절차를 준수하여 법률안을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결정을 하였다면, 이러한 결정은 가급적 존중됨이 마땅하고, 절차의 진행과정에서 헌법적 원칙이 현저히 훼손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회 이외의 기관이 그 판단에 개입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
(라) 또한 ‘이유 없이’ 여부에 대하여 실체적으로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정함에 있어서는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입법취지와 앞서 본 국회법의 개정경위를 고려하여야 한다. 각각의 사건에서 국회의 입법 관행, 법사위에 회부된 법률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중요성, 이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의 필요성과 그 정도, 법사위의 심사지연 경위, 소관 위원회의 심사정도, 소관 위원회의 부의 요구 의결 경위 등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을 일일이 고려하여 법사위의 심사기간 경과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국회법 제86조의 전체적인 개정취지에 부합하지 아니한다.
법사위가 종전의 심사 관행에서 벗어나 체계ㆍ자구 심사권의 범위 내에서 법률안에 대한 심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함으로써 입법절차를 효율적으로 진행시키고자 하는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이유’의 유무는 법사위가 ‘법사위의 책임 없는 불가피한 사유로 그 기간을 준수하지 못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여기서 ‘법사위의 책임 없는 불가피한 사유’란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등 국회의 개회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뿐만 아니라, 국회 내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법사위가 체계ㆍ자구 심사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거나 심사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등을 의미한다. 또한 법사위의 심사지연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법사위가 체계ㆍ자구 심사권의 범위 내에서 법률안에 대한 심사를 계속하고 있을 것이 당연한 전제라고 할 것이므로, 법사위가 체계ㆍ자구 심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심사를 하면서 60일의 기간을 도과하였다면 이러한 심사지연은 그 자체로 이유가 없다.
(2) 이 사건에서의 판단
(가) 과방위는 2022. 12. 2. 제400회 국회(정기회) 과방위 제12차 전체회의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을 위원회의 대안으로 제안하기로 의결하였고, 이 사건 각 법률안은 같은 날 국회법 제86조 제1항에 따라 체계ㆍ자구 심사를 위해 법사위에 회부되었다. 법사위는 2023. 1. 16. 제402회 국회(임시회) 법사위 제1차 전체회의에 이 사건 각 법률안을 상정하여 논의한 후 제2소위에 회부하기로 결정하였고, 법사위에 회부된 날부터 60일이 도과한 이후인 2023. 2. 22.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2소위 제1차 회의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해 재차 논의한 후 이에 대한 심사를 계속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법사위에 이 사건 각 법률안이 회부된 날부터 110일째인 2023. 3. 21.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은 법사위가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를 이유 없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마치지 아니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제404회 국회(임시회) 과방위 제1차 전체회의에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각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하였고, 위 안건은 무기명투표로 이루어진 표결에서 과방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되었으며, 이에 따라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은 같은 날 피청구인 국회의장에게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를 하였다.
이처럼 과방위는 국회법 제86조 제3항이 정하고 있는 절차에 따라 ‘무기명투표를 통한 과방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의결’로써 법사위의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심사지연에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고,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은 과방위의 의결을 통해 이루어진 이러한 판단을 전제로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를 하였다. 나아가 피청구인 국회의장은 국회법 제86조 제4항에 따라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가 있은 날부터 30일이 지난 후 개의된 첫 본회의인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 ‘이 사건 각 법률안 본회의 부의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하여 무기명투표 방식으로 표결을 실시하였고,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하여,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법사위의 심사지연에 이유가 없다는 과방위의 판단과 이를 전제로 한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정당성이 국회 내의 표결 절차를 통해 인정되었다.
이와 같이 국회가 국회법 제86조 제3항 및 제4항이 정하고 있는 일련의 절차를 준수하여 이 사건 각 법률안을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결정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헌법적 원칙이 현저히 훼손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없는 이상,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에는 국회법을 위반한 위법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나) 한편, 2023. 1. 16. 제402회 국회(임시회) 법사위 제1차 전체회의 및 2023. 2. 22.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2소위 제1차 회의의 각 회의록의 기재내용을 살펴보면,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는 이미 제1차 전체회의에서 별다른 이견 없이 모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법사위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을 제2소위에 회부하고 계속 심사하기로 결정한 것은 체계ㆍ자구 심사의 범위를 넘어 이 사건 각 법률안의 실질적 내용을 심사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제2소위 제1차 회의의 심사내용도 이 사건 각 법률안에 의할 경우 특정단체들의 의견을 지나치게 많이 수용하게 되고,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가 사장을 결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정관으로 정하는 시청자위원회에서 이사 4명을 추천하도록 한다는 규정에 문제가 있다는 정책적 내용에 관한 것이어서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볼 때, 법사위는 이 사건 각 법률안의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에서 더 나아가 체계ㆍ자구 심사권한을 벗어나는 내용에 대한 정책적 심사를 하면서 60일의 심사기간을 도과하였는바, 이러한 심사지연은 그 자체로 이유 없다고 할 것이고, 달리 국회 내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법사위가 심사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였다거나 심사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였다고 볼만한 사정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이유 없이’를 실체적으로 판단하더라도, 법사위가 자신의 책임 없는 불가피한 사유로 60일의 심사기간 내에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를 마치지 못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에는 여전히 국회법 제86조 제3항을 위반한 위법이 없다.
(3) 소결
이상에서 살펴본 바를 종합해 보면,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는 국회법 제86조 제3항이 정하고 있는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또한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침해를 전제로 하는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무효확인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다.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에 관한 판단
(1) 청구인들은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가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여 무효임을 전제로,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 역시 그 하자가 승계되어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는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무효를 전제로 하는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의 심의ㆍ표결권 침해에 대한 주장은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
또한 직권으로 살펴보아도, 피청구인 국회의장은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가 있은 날부터 30일이 지난 후 개의된 첫 본회의인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 본회의 부의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하여 무기명투표로 표결한 후,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가결을 선포하였는바, 여기에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만한 절차나 내용상의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는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2) 이처럼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가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 이상, 그 침해를 전제로 하는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의 무효확인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형두의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권한침해확인청구에 대한 반대의견 및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무효확인청구와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의 권한침해 및 무효확인청구에 대한 별개의견,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영진의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권한침해확인청구에 대한 반대의견 및 무효확인청구에 대한 별개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6.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형두의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권한침해확인청구에 대한 반대의견 및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무효확인청구와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의 권한침해 및 무효확인청구에 대한 별개의견
가.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권한침해확인청구에 대한 판단
우리는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가 국회법 제86조 제3항에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1)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이유 없이’의 의미
(가) 국회법은 소관 위원회의 심사를 마친 법률안을 본회의에 부의하기 전에 법사위에 회부하여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치도록 함으로써(국회법 제86조 제1항) 법률안이 소관 위원회의 심사와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회부되도록 하는 입법심의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 단계에서의 체계 심사는 법률안 내용의 위헌 여부, 관련 법률과의 저촉 여부, 자체 조항 간의 모순 유무를 심사하는 것이고, 자구 심사는 법규의 정확성, 용어의 적합성 및 통일성 등을 심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사위의 심사범위는 체계와 자구에 한하며 법률안의 내용까지 심사할 수 없음이 원칙이나, 법률안의 내용이 헌법에 위배되는 등 상위법이나 타법과 상충ㆍ저촉될 때에는 일정부분 체계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가 입법절차를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비판도 있으나, 법사위가 체계ㆍ자구 심사 단계에서 법률의 위헌성, 관련 법률과의 저촉 여부 및 균형 유지 여부나 자체 조항 간의 모순 유무 등에 대해 심사함으로써 입법의 완성도를 높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나) 국회법 제86조 제3항은 법사위가 회부된 법률안에 대하여 이유 없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소관 위원회 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하거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여 해당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정하고 있는바, ‘법사위의 심사지연에 이유가 없을 것’은 소관 위원회 위원장이 법률안에 대해 본회의 부의 요구를 하기 위한 객관적 요건 중 하나이다.
국회법 제86조 제3항이 ‘이유 없이’라는 요건을 마련하여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법사위가 심사기간을 도과하여 법률안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입법절차를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입법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수행하는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국회 내의 각 위원회가 고유의 역할을 통해 입법절차를 균형 있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신속처리안건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에 대해 정하고 있는 국회법 제85조의2 제3항이 이유 유무를 따지지 않고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기간을 최대 90일로 정하고 있음에 반해, 국회법 제86조 제3항은 60일 이내에 이유 없이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법률안에 대해서만 본회의 부의 요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입법자는 ‘심사지연에 이유가 없을 것’을 소관 위원회 위원장이 법률안을 본회의에 직접 부의 요구하기 위한 유의미한 요건으로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이유 없이’를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국회 내부의 사정에 비추어 법사위가 회의를 개의하거나 심사를 진행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사유 등 법사위의 책임이 없는 불가피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은 ‘이유 없이’라는 요건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으로 입법자의 의사에 반한다.
특히 현재 법사위에 회부된 법률안의 수와 법사위의 심사일정 등을 고려한다면, 법사위가 회부된 모든 법률안에 대해서 60일 이내에 체계ㆍ자구 심사를 마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과 법사위의 심사 관행을 모두 알면서 국회법 제86조 제3항을 마련한 것은 바로 입법자인 국회인바, 입법자의 의사는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국회 내부의 사정상 법사위에서 심사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거나 법사위가 심사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사유 등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불가피한 사유가 없는 한 모든 법률안에 대해서 무조건 60일 이내에 심사를 종료하라는 것이 아니라, 법사위가 법률안에 대한 심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지연시키면서 특정 법률안에 대한 입법절차를 의도적으로 방해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고자 함에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다) 법정의견과 같이 법사위의 심사지연에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일차적인 판단이 소관 위원회에서 무기명투표와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라는 절차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해석할 경우, 소관 위원회는 심사기간이 도과된 다수의 법률안들 중 특정 법률안을 임의적으로 선택하여 선별적으로 본회의에 부의 요구하거나, 법률안에 대한 법사위의 충분한 심사 필요성과 같은 개별적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심사기간 도과만을 이유로 법률안을 본회의에 부의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국회법 제86조 제4항이 본회의에서 해당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여 정하도록 하여 소관 위원회 위원장의 본회의 부의 요구의 당부를 본회의에서 판단할 수 있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국회의 원구성이 불균형한 경우 등에는 본회의에서의 표결 절차를 통해 소관 위원회 위원장의 부의 요구에 대한 실질적 판단이나 통제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국회법 제86조 제3항이 소관 위원회 위원장의 본회의 부의 요구의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는 ‘이유 없이’의 실체적 의미를 간과한 채 이유 유무에 대한 판단이 소관 위원회에서의 의결 및 본회의에서의 표결이라는 국회 내의 절차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해석하는 것은, 주요 법안에 대한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권을 형해화시킬 수 있어 허용되기 어렵다.
(라) 결국 국회법 제86조 제3항이 입법취지에 따라 적절히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심사지연의 정당한 이유’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소관 위원회의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의결권과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권 사이에서의 균형과 조화의 도모라는 본회의 직접 부의 요구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여기서의 ‘이유 없이’는 ‘60일의 기간 내에 법률안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를 마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 없이’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심사지연에 이유가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판단은 소관 위원회의 심사를 마친 법률안에 대해 체계ㆍ자구심사를 거치도록 한 국회법의 취지, 국회의 입법 관행, 당해 법률안의 내용, 법률안에 대한 소관 위원회에서의 구체적인 심사 경위 및 내용, 소관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의결에 이르게 된 경위 등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만 심사절차를 통해 법사위가 입법절차를 지연시킬 고의나 의도를 가지고 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자체로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법사위 회의의 안건으로 법률안을 상정조차 하지 아니하여 이에 대한 심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아니한 채 60일의 심사기간이 도과하거나, 법사위의 심사 내용이 체계ㆍ자구 심사권의 범위를 벗어났음이 명백하거나, 입법절차를 지연시킬 목적으로 이미 소관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충분한 심사가 이루어진 사항에 대해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심사나 절차를 반복하는 경우에는 심사지연에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2)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가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가)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과방위의 심사 및 의결 경위
방송지배구조의 개정과 관련한 21대 국회 과방위 내의 최초의 논의는 2020. 9. 24. 제382회 국회(정기회) 과방위 정보법안심사소위 제2차 회의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회의에서 과방위 소속 위원들은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이하 ‘방송법 등’이라 한다)의 개정 방향과 구체적 개정 내용을 정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에 대체로 의견을 같이 하였다. 이에 과방위는 2021. 2. 23. 제384회 국회(임시회) 과방위 정보법안심사소위 제2차 회의에서 간단한 논의를 거쳐 2021. 2. 24. 제384회 국회(임시회) 과방위 제4차 전체회의에서「방송지배구조」관련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이후 1년 9개월 동안 과방위에서 방송법 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다가, 2022. 11. 24. 제400회 국회(정기회) 과방위 정보법안심사소위 제2차 회의에서 방송법 등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루어졌다. 당시의 회의록의 기재 내용에 의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민정 위원이 “저희 소위원회에서 이 법안에 대해서 심도 깊게 논의를 하면서 때로는 조정도 하고 그래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민주당 위원이기는 하지만.”이라고 발언하는 등,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 역시 방송법 등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면서 각 개정법률안의 공통사항을 추리고 세부사항을 조정하여야 할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로부터 5일 후에 개의된 2022. 11. 29. 제400회 국회(정기회) 과방위 정보법안심사소위 제3차 회의에서 정부 측을 대표하여 출석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이 법은 공영방송 전체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큰 틀의 구조가 잡힌 다음에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발언하였고,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공영방송의 개념 정립이 필요하고 방송법 등의 개정이 미칠 영향력 등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보법안심사소위 소위원장은 위 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되어 있던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들을 각 통합ㆍ조정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위원회의 대안으로 제안하는 안건에 대해 표결을 실시하였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표결에 반대하며 퇴장하였으나, 소위원장은 일부 위원들이 퇴장한 상태로 표결을 진행한 후 위 안건에 대해 가결을 선포하였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2022. 12. 1. 제400회 국회(정기회) 과방위 제11차 전체회의에서 국회법 제57조의2 제1항에 따라 위 법률안들에 대한 안건조정을 신청하여 2022. 12. 1. 제400회 국회(정기회) 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 제1차 회의가 개의되었으나, 안건조정위원회는 약 1시간 50분의 논의를 거친 후 정보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방송법 등 일부개정법률안을 과방위의 위원회 대안으로 제안하기로 의결하였다.
이후 과방위는 2022. 12. 2. 제400회 국회(정기회) 과방위 제12차 전체회의에서 안건조정위원회가 심사보고한 대안인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과 1건의 ‘언론자유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률 개정에 관한 청원’을 통합ㆍ조정한 최종적 대안과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인 이 사건 각 법률안을 위원회의 안으로 제안하기로 최종의결하였으며, 이에 따라 이 사건 각 법률안은 같은 날 법사위에 회부되었다.
(나) 법사위의 심사지연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
1) 먼저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법사위의 심사 과정 및 내용을 살펴본다.
가) 법사위 위원장은 2023. 1. 16. 이 사건 각 법률안을 제402회 국회(임시회) 법사위 제1차 전체회의(이하 ‘제1차 심사’라 한다)에 상정하여 심사한 후 충분한 논의를 거칠 필요가 있음을 이유로 제2소위로 회부하였고, 제2소위 위원장은 2023. 2. 22. 제403회 국회(임시회) 법사위 제2소위 제1차 회의(이하 ‘제2차 심사’라 한다)에 이 사건 각 법률안을 상정하여 일괄 심사한 후 추가적인 심사가 요구됨을 이유로 제2소위에서 심사를 계속하기로 결정하였다.
법사위에서의 심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법사위는 제1차 심사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이 법사위에 회부되기까지 절차가 편법적으로 진행되었고, 한국방송공사, 방송문화진흥회, 한국교육방송공사(이하 ‘방송 관련 공사’라 한다)의 이사의 수를 줄이고 시민단체 등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한 것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으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공영방송의 운영을 위한 방송법 등 개정 방향에 대해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각 법률안을 제2소위에 회부하였다. 제2차 심사에서는 이 사건 각 법률안의 개정 방향이 오히려 편파적인 방송지배구조를 만들어 방송의 중립성 확보를 방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가 방송 관련 공사의 사장을 추천한 후 이사회에서 이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법체계상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있다는 점 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입법자에게는 국가권력이나 사회세력으로부터 독립된 방송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함과 동시에 민주주의를 기본원리로 하는 헌법적 요청에 따라 국민의 다양한 의견들이 방송에서 가능한 한 균형 있고 완전하게 표현될 것을 보장하도록 법률을 정할 것이 요청되는바(헌재 2012. 8. 23. 2009헌가27 참조), 방송 관련 공사의 독립성이나 정치적 중립성 확보에 관한 논의는 헌법 제21조 제1항으로부터 도출되는 방송의 자유의 실질적 보장에 관한 것으로 이 사건 각 법률안의 위헌성에 대한 심사에 해당하며, 방송 관련 공사의 사장 선임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는 법률의 체계정합성에 대한 심사에 해당한다.
당시 법사위의 심사 내용 중 일부가 이 사건 각 법률안의 내용에 관한 문제제기나 정치적 주장을 포함하고 있기는 하나, 법률의 위헌성이나 체계정합성에 대한 심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법률의 내용에 대한 심사가 일정 부분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심사 과정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의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법사위의 심사가 체계ㆍ자구 심사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심사 내용 중 일부가 정치적인 주장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심사내용이 전체적으로 체계ㆍ자구 심사권의 범위 내에 있다면 법사위가 그 권한의 범위 내에서 체계ㆍ자구 심사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 당시 법사위는 체계ㆍ자구 심사권의 범위 내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심사를 계속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나) 법사위는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가 이루어진 이후인 2023. 4. 19. 제405회 국회(임시회) 법사위 제2소위 제1차 회의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전문위원의 검토보고 및 대체토론 절차를 진행하였다. 위 공청회는 방송 관련 공사의 이사의 수와 선출 방법, 사장 선임의 구체적 절차 등이 확정된 이후 이루어진 최초의 공청회로, 2인의 진술인이 출석하여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였으며, 진술인들의 진술 후 법사위 위원들은 이 사건 각 법률안이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지, 방송 관련 공사의 이사 추천 시 정치적 중립성, 지역성, 대표성 등을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등에 대해 질의하였다. 공청회가 종료된 이후 이루어진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와 대체토론 과정에서도 이 사건 각 법률안은 방송 관련 공사의 이사회 구성에 있어 특정 단체들의 의견을 지나치게 많이 수용하도록 하여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등, 법사위는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공청회 등을 통해 그 권한의 범위 내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를 계속하였다.
2) 다음으로 법사위가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를 계속하여야 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있었는지를 본다.
가) 이 사건 각 법률안의 주요 쟁점은 방송 관련 공사의 이사의 수, 이사회의 구성 방법 및 사장의 선임 방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쟁점들은 세부적인 사항을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소요되는 비용, 관련자들의 이해관계, 파급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사의 수 증원, 이사 추천권한의 다양화, 일반 국민의 사장 추천 과정 참여 등 전반적인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사의 수를 얼마나 증원할 것인지, 이사의 추천권한을 구체적으로 어느 단체에 부여할 것인지,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등 세부사항에 대한 별도의 조정과 논의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소관 위원회인 과방위에서의 심사 과정에서는 이 사건 각 법률안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과방위가 2020. 9. 24. 제382회 국회(정기회) 과방위 정보법안심사소위 제2차 회의에서 당시 발의되었던 방송법 등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고, 2021. 2. 24. 제384회 국회(임시회) 과방위 제4차 전체회의에서「방송지배구조」관련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이에 관해 심사를 한 사실은 있다. 그러나 2020. 9. 24. 제382회 국회(정기회) 과방위 정보법안심사소위 제2차 회의 당시의 논의는 추상적인 선에 머물렀으며, 2021. 2. 24. 제384회 국회(임시회) 과방위 제4차 전체회의에서 공청회가 개최될 당시에는 이사의 구체적인 수나 이사의 추천 권한이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부여되어 있는지,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가 어떠한 방식으로 구성되는지 등에 대해 확정된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공청회 단계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의 위헌성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없다. 이후 1년 9개월 동안 과방위에서 관련 논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다가 2022. 11. 24. 제400회 국회(정기회) 과방위 정보법안심사소위 제2차 회의에서 방송법 등 일부개정법률안이 상정되어 논의가 재개되었으나, 당시에도 오히려 방송법 등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을 뿐 방송법 등 일부개정법률안의 각 쟁점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는 아니하였다. 특히 2022. 11. 29. 제400회 국회(정기회) 과방위 정보법안심사소위 제3차 회의에서 조승래 정보법안심사소위 소위원장은 “우리가 소위, 전체회의, 법사위, 본회의를 두는, 정치적 절차를 두는 이유가 있어요. 그 이유는 그 과정을 통해서 내용이 의결됐다 하더라도 수정을 거칠 수 있고 합의에 따라 조정할 수 있고 아주 다양한 과정들이 남아 있어요. 그런 과정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염두에 두면서 여기서 모든 것들이 끝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우리가 현재 수준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을 처리하면 되는 거예요”라고 발언한 후,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의결절차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발언 취지에 비추어 보면, 소위원장은 정보법안심사소위에서의 의결 당시까지 이루어진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논의에 다소 미흡한 면이 있기는 하나 입법절차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소위원회에서의 논의를 일단 마무리하되, 추후 법사위 체계ㆍ자구 심사의 과정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수정이나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22. 12. 1. 방송법 등 개정법률안에 대한 이견을 조정하기 위한 제400회 국회(정기회) 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 제1차 회의가 개의되었으나, 각 정당의 방송법 등 개정 관련 입장에 대해서만 반복적으로 언급한 채 1시간 50분 만에 종료되었으며, 2022. 12. 2. 제400회 국회(정기회) 과방위 제12차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 위원들이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반대토론을 계속할 것을 주장하였으나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이 토론을 종결하고 바로 표결을 실시하였다.
이외에 2021. 9. 29. 제391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언론ㆍ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2022. 5. 29.까지 활동한 바가 있으나, 이는 방송법 등뿐만 아니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등 언론과 미디어 관련 법률을 전반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위 특별위원회의 논의 단계에서도 이 사건 각 법률안의 위헌성이나 체계정합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소관 위원회인 과방위의 심사 및 국회 내의 관련 특별위원회에서의 논의를 전체적으로 살펴보아도, 이 사건 각 법률안의 위헌성이나 체계정합성에 대한 충실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나) 법사위가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해 신속하게 심사를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사정도 인정된다. 법사위에서의 체계ㆍ자구 심사절차는 일반 안건의 심사절차와 원칙적으로 차이가 없으며, 대체토론, 찬반토론 등을 거쳐 표결한다. 따라서 이러한 심사절차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법사위 소속 위원들이 대화와 타협을 전제로,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토론과 논의의 과정을 거쳐 세부적인 사항을 조정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하였다.
그러나 2023. 1. 16. 법사위의 제1차 심사는 양곡관리법을 제2소위로 회부할 것인지 아니면 전체회의에 계류시킬 것인지에 대한 각 정당 간의 의견 차이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이 모두 퇴장한 상태에서 진행되었고, 2023. 2. 22. 법사위의 제2차 심사 역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이 이미 본회의 부의 요구가 이루어진 간호법 등을 법사위 제2소위의 안건으로 상정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후 모두 퇴장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한다면,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가 국회운영의 기본원리인 대화와 타협의 큰 틀 안에서 국회법이 정하고 있는 대체토론 및 찬반토론 등의 절차를 거쳐 신속하게 이루어지기 어려웠다는 사정이 인정된다.
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를 종합하면, 소관 위원회가 이 사건 각 법률안의 주요 쟁점사항인 이사의 수나 이사회 구성 방법, 사장의 선임 방법의 위헌성이나 체계정합성에 대해 충분히 심사를 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법사위가 이에 대한 심사를 계속하였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고, 달리 법사위가 소관 위원회인 과방위에서 이미 논의를 마친 사항에 대해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심사를 반복하거나 체계ㆍ자구 심사권한의 범위를 넘어서는 심사를 진행하면서 입법절차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었다고 보이지도 아니한다. 여기에 더하여 법사위의 심사 당시 일부 위원들이 퇴장하여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충실한 논의와 토론이 이루어지기 어려웠던 사정까지 고려한다면, 법사위가 60일의 기간 내에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를 마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소결
앞서 본 바와 같이 법사위가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를 60일 안에 마치지 못한 데에는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므로, 이는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회부된 법률안에 대하여 이유 없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였을 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은 이 사건 각 법률안이 법사위에 회부된 날부터 60일이 도과하였음에도 법사위가 이에 대한 심사를 계속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과방위의 의결을 거쳐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를 하였는바, 이는 국회법 제86조 제3항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다.
나.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무효확인청구에 대한 판단
우리는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에 대한 무효확인청구를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기각하여야 한다고 판단한다.
(1)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의 의미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은 “헌법재판소는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피청구인의 처분을 취소하거나 그 무효를 확인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에는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권한쟁의심판에서 청구인의 권한이 침해되었다고 확인될 경우,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에서 그 원인이 되는 피청구인의 처분을 취소하거나 그 무효를 확인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재량을 부여한 취지는, 권한쟁의심판이 헌법적 권한질서의 객관적 확인이라는 객관적 쟁송의 성격과 침해된 청구인의 권한을 구제하는 주관적 쟁송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음을 반영하여,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권한쟁의심판제도의 기초가 되는 권력분립원리의 실질적 실현에 가장 적합한 결정을 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권한쟁의심판에서 피청구인의 처분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권한이 침해된 것으로 확인하는 경우 그러한 처분을 취소하거나 그 무효를 확인할 것인지 여부는, 권한침해 사유의 헌법적 중대성, 침해된 청구인의 권한과 그 원인이 된 피청구인의 처분이 헌법적 권한질서 내에서 가지는 의미,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을 통하여 달성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질서 회복의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헌재 2020. 5. 27. 2019헌라6등 중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별개의견 참조).
(2) 판단
(가) 국회법 제86조 제3항은 법사위가 “회부된 법률안에 대하여 이유 없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였을 때”에 소관 위원회 위원장이 법률안에 대해 본회의 부의 요구를 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이유 없이’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또한 제21대 국회 이전에는 국회법 제86조 제3항에 따라 법률안에 대해 본회의에 직접 부의 요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국회 내에도 ‘이유 없이’에 대한 해석례가 축적되어 있다고 볼 수 없으며, 법률해석기관에 의해 그 의미가 규명된 바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은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이유 없이’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전제로 법사위의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심사지연에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후 국회법 제86조 제3항이 정하고 있는 절차를 갖추어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를 하였는바, 이러한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해석이 합리적 법률해석의 한계를 현저히 일탈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한다면,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는 국회법 제86조 제3항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것이기는 하나 여기에는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달리 헌법상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이러한 권한침해 사유가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무효를 확인하여야 할 정도로 헌법상 중대하다고 볼 수 없다.
(나) 국회법 제86조 제3항은 법률안에 대한 일차적인 심사권한을 가지고 있는 소관 위원회의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권과 법사위의 법률안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권 사이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조항이다. 따라서 법사위의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심사지연이 이유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가급적 국회 안에서 법사위와 소관 상임위원회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하여 소관 위원회에서 충분한 심사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워 법사위가 이 사건 각 법률안의 위헌성이나 체계정합성에 대한 심사를 계속하여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점은 앞서 판단한 바와 같으나, 법사위가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어느 범위까지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해 심사를 하여야 할 것인지는 법사위와 소관 위원회인 과방위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협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영역이다. 더욱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가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이유 없이’의 의미에 대한 확립된 해석이 존재하지 아니한 상황에서 이루어졌음을 고려한다면,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효력을 직접 판단하는 사법적 개입은 가급적 자제할 필요가 있다.
(3)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가 청구인들의 권한을 침해하였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이유 없이’의 의미가 명확해졌고,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가 국회법 제86조 제3항을 위반한 하자가 있다는 점 역시 충분히 해명되었다. 또한 권한침해확인 결정만으로 국가기관으로 하여금 장래에 동일한 사정하에서 동일한 내용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의무가 부과되는 기속력이 인정되므로(헌재 2010. 11. 25. 2009헌라12 참조), 장래에 소관 위원회가 국회법 제86조 제3항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에 근거하여 법사위의 심사지연 법률안에 대해 직접 본회의 부의 요구를 하는 것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청구인들의 권한침해를 확인하는 결정만으로도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통한 헌법적 권한질서 회복의 이익이 달성된다고 할 것이다.
(4) 이와 같이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는 국회법 제86조 제3항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것이나 여기에는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어 그 침해의 사유가 헌법적으로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효력을 직접 판단하는 사법적 개입은 가급적 자제할 필요가 있으며, 권한침해를 확인하는 결정만으로도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위헌성을 해명하고 향후 유사한 행위의 반복을 억제하는 데에는 충분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에 대해서는 그 무효를 확인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다.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의 권한침해 및 무효확인청구에 대한 판단
우리는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의 권한침해 및 무효확인청구를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기각하여야 한다고 판단한다.
(1) 청구인들은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에 국회법을 위반한 하자가 있고 이러한 하자는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에 승계되므로,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 역시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 및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는 법사위가 체계ㆍ자구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이 사건 각 법률안을 본회의 부의하여 본회의에서의 심의 및 의결로 나아가기 위한 일련의 절차이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행 절차인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에 국회법 제86조 제3항을 위배한 권한침해의 사유가 존재하기는 하나 그 사유가 헌법적으로 매우 중대하다고 볼 수는 없고,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는 선행 절차를 그대로 따르는 피청구인 국회의장 단독의 행위가 아니라 ‘이 사건 각 법률안 본회의 부의의 건’에 대한 본회의에서의 별도의 심의 및 표결 절차를 거친 후 그 결과를 선포하는 행위이므로, 선행 절차인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가 국회법 제86조 제3항을 위배하였다는 사유만으로 곧바로 후행 절차인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에 권한침해 사유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국회법 제86조 제4항은 소관 위원회 위원장의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에 국회의장과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국회의장이 그 기간이 지난 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본회의에서 해당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국회의장에게 소관 위원회 위원장의 본회의 부의 요구의 당부나 적법성을 판단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에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실체적 요건을 위배한 위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이러한 위법을 적극적으로 교정하거나 이를 이유로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여부를 본회의의 안건으로 상정하지 아니할 수는 없다. 나아가 피청구인 국회의장은 2023. 4. 27.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 본회의 부의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본회의 부의 요구 이유 설명, 박성중 의원 및 정필모 의원의 토론을 거쳐 무기명투표 방식으로 표결한 후,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의원 과반수가 이에 찬성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를 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에 독자적인 내용상 또는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는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가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 이상, 그 침해를 전제로 하는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의 무효확인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그렇다면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의 권한침해 및 무효확인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7. 재판관 이영진의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권한침해확인청구에 대한 반대의견 및 무효확인청구에 대한 별개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나는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나 무효임을 확인할 수는 없다는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형두의 반대의견 및 별개의견에 동의하면서, 소관 위원회와 법사위 사이의 이견이나 갈등이 국회 내에서 자율적으로 조정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의사운영을 충실히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밝혀두고자 한다.
가.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입법기관으로서 의사와 내부규율 등 국회운영에 관하여 다른 국가기관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스스로의 문제를 자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폭넓은 자율권을 가진다. 국회의 자율권은 의회주의사상에 그 뿌리를 두고 권력분립의 원칙에 입각한 것으로, 현대국가의 의회에서는 국회가 갖는 입법ㆍ재정ㆍ견제ㆍ인사기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불가결한 국회기능의 하나이다(헌재 2020. 5. 27. 2019헌라1 참조).
국회의 자율권에는 내부조직에 관한 자율권, 국회규칙의 자율적 제정권(헌법 제64조 제1항), 국회의원 신분에 관한 자율권(헌법 제64조 제2항), 질서유지권 뿐만 아니라 집회 등에 관한 자율권 및 의사에 관한 자율권이 포함된다(헌재 2020. 5. 27. 2019헌라1 참조). 의사에 관한 자율권은 위원회의 운영이나 의사진행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는 것으로, 소관 위원회의 심의,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 본회의에서의 심의 및 표결에 이르는 일련의 절차를 따라 이루어지는 국회의 입법절차에서의 위원장의 위원회 운영과 의사진행, 국회의장의 본회의 운영과 의사진행 역시 국회의 자율권의 내용에 속한다.
나. 상임위원회를 포함한 국회의 위원회는 국회운영에서 논의의 전문화와 효율성을 위하여 구성되는 국회의 내부기관이자, 본회의 심의 전에 회부된 안건을 심사하거나 그 소관에 속하는 의안을 입안하는 국회의 합의체 기관이다. 국회법 제86조 제3항이 법사위가 회부된 법률안에 대하여 이유 없이 회부된 날부터 60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였을 때에 소관 위원회 위원장이 간사와의 협의 또는 소관 위원회에서의 의결을 거쳐 법률안을 본회의에 직접 부의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전문성을 갖춘 위원회 내에서 법률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 및 이해관계의 조정 등이 이루어졌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관 위원회는 법률안 의결 이전에 대화와 토론을 통해 법률안에 대해 충분히 심의하고 각 교섭단체의 의견뿐만 아니라 주무부처나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청취함으로써 법률안의 여러 가지 구체적 사항들을 형량하고 조정하여야 한다. 또한 국회법 제57조의2의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요구가 있는 경우라면, 소수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안건을 효율적으로 심의함으로써 이견이 조정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안건조정위원회의 취지를 고려하여, 안건조정위원회의 운영 및 의사절차의 진행에 있어서는 각 교섭단체 소속 위원들의 발언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이견이 조정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처럼 소관 위원회의 법률안 심의와 의결이 법률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토론, 이견의 조정을 통해 이루어진 경우에야 비로소 국회법 제86조 제3항이 입법자의 의사에 따라 기능하게 된다. 소관 위원회가 법률안 심의 과정에서 소수 의견을 경청하지 아니하거나, 소관 위원회의 의결이 의석수의 불균형에 기대어 일방적인 표결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면, 소관 위원회의 입법절차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하고 있는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입법취지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 사건에서 과방위가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해 충실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형두의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권한침해확인청구에 대한 반대의견에서 밝힌 바와 같다. 비록 권한쟁의심판의 성격과 권력분립원리를 고려하여,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가 청구인들의 권한을 침해함을 확인하는 데서 그치고 무효임을 확인하지는 아니하였으나, 이러한 결정이 피청구인 과방위 위원장의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가 정당하다거나 그 하자가 경미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4인의 재판관은 이 사건에서 종전에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이유 없이’의 의미가 규명된 바가 없었음을 참작하여, 국회법 제86조 제3항을 위배한 권한침해 사유가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무효를 확인할 정도로 헌법상 중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권한침해확인청구에 대한 반대의견에서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의미가 확인된 이상, 향후 소관 위원회 위원장이 ‘이유 없이’의 의미가 불명확함을 이유로 자의적인 해석에 근거하여 법사위의 심사지연 법률안에 대하여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의 ‘권한침해 사유의 헌법적 중대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 또한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권한을 침해하는 선행 입법절차의 하자는, 이러한 흠결이 선행 절차의 효력을 무효로 하거나 후행의 입법절차나 법률안의 효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그 자체로 국회의 입법절차와 그 결과인 법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킨다고 할 것이므로, 국회는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다. 나아가 국회법 제86조 제3항이 법사위의 심사일정이나 국회의 관행 등을 현실적으로 반영하지 못하여 제3의 기관이 국회 내부의 갈등에 반복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두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회의 자율성을 훼손하게 된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2023. 1. 16. 제402회 국회(임시회) 법사위 제1차 전체회의 당시 미상정 및 전체회의에 계류 중인 타위원회 법률안 총 31건 중 법사위에 회부된 날부터 60일이 도과한 법률안은 총 14건, 2023. 2. 16. 제403회 국회(임시회) 법사위 제2차 전체회의 당시 미상정 및 전체회의에 계류 중인 타위원회 법률안 총 134건 중 법사위에 회부된 날부터 60일이 도과한 법률안은 총 115건이다. 2023. 7. 26. 제408회 국회(임시회) 법사위 제2차 전체회의를 보더라도, 당시 미상정 및 전체회의에 계류 중인 타위원회 법률안 총 86건 중 2건을 제외한 84건의 법률안이 법사위에 회부된 날부터 이미 60일을 도과하는 등, 법사위에 회부된 날부터 60일이 도과될 때까지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법률안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국회법 제86조 제3항이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기간으로 정하고 있는 “60일”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였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규범과 현실의 불일치는, 법사위가 심사기간 내에 체계ㆍ자구 심사를 마치지 못한 다수의 법률안에 대해 소관 위원회가 언제든지 국회법 제86조 제3항에 의한 권한을 일방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둠으로써, 소관 위원회와 법사위 사이의 갈등을 야기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소관 위원회와 법사위 사이의 이견이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헌법재판소와 같은 제3의 기관이 개입하는 일이 빈번해지거나, 갈등이 국회 내에서 해결되지 아니한 채 입법절차가 계속 진행되어 법률안에 대한 최종적인 입법절차인 본회의 표결을 거쳐 법률안이 정부에 이송된 이후의 단계에서 대통령이 헌법 제53조 제2항에 따라 법률안을 국회로 환부하여 재의를 요구하는 일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국회가 그 핵심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입법기능을 수행함에 있어 제3의 기관이 사후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는 것은 입법절차 전반, 나아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따라서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60일 이내에’ 부분을 법사위의 심사일정 등 현실을 반영하여 개정함으로써 갈등의 요소를 제거하거나, 심사기간이 도과한 경우 소관 위원회 위원장이 본회의 부의 요구 이전에 법사위 위원장에게 법률안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를 일정 기간 이내에 마칠 것을 촉구하도록 하거나, 국회법 제63조에서 정하고 있는 연석회의와 같이 소관 위원회와 법사위가 협의하여 법률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도록 하거나, 소관 위원회와 법사위 사이의 이견이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별도의 위원회 등을 구성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함으로써, 소관 위원회와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기간을 둘러싼 갈등이 제3자의 개입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회 내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근본적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재판관 유남석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