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과 국회의장 간의 권한쟁의
【판시사항】
가. 권한쟁의심판절차 계속 중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일부 청구인들에 대하여 심판절차종료를 선언한 사례
나. 탄핵소추안에 대해서도 의안의 철회에 대한 일반 규정인 국회법 제90조가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다.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되었으나 국회법 제130조 제2항에 따른 표결을 위해 본회의의 안건으로 상정된 바 없는 경우, 해당 탄핵소추안이 국회법 제90조 제2항의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라.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2023. 11. 10.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및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하 ‘이 사건 탄핵소추안’이라 한다)의 철회요구를 수리한 행위(이하 ‘이 사건 수리행위’라 한다)가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이 사건 탄핵소추안 철회 동의 여부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소극)
마.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2023. 12. 1. 이 사건 탄핵소추안과 동일한 내용으로 다시 발의된 위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하 ‘재발의 탄핵소추안’이라 한다)을 국회 본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하여 표결을 실시한 후, 이에 대하여 가결을 선포한 행위(이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라 한다)가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절차 계속 중 일부 청구인들이 퇴직(탈당)으로 인해 국회의원직을 상실하였다. 그런데 발의된 의안의 철회 동의 여부에 관한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은 일신전속적인 것으로서, 그에 관련된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절차는 수계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위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국회의원직 상실과 동시에 당연히 그 심판절차가 종료되었다.
나. 국회법 제90조가 해당 조항이 적용되는 의안의 종류나 유형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달리 탄핵소추안의 철회를 허용하는 것이 탄핵소추의 성질에 반한다고 보이지도 아니하므로, 탄핵소추안에 대해서도 의안의 철회에 대한 일반 규정인 국회법 제90조가 적용된다.
다. 국회법 제130조 제1항의 보고는 국회의 구성원인 국회의원들에게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었음을 알리는 것으로, 탄핵소추안을 실제로 회의에서 심의하기 위하여 의사일정에 올리는 상정과 절차적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탄핵소추안도 일반 의안과 마찬가지로, 국회의장이 탄핵소추가 발의되었음을 본회의에 보고하고, 국회법 제130조 제2항에 따른 표결을 위해 이를 본회의의 안건으로 상정한 이후에 비로소 국회법 제90조 제2항의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되었다고 할지라도, 본회의에 상정되어 실제 논의의 대상이 되기 전에는 이를 발의한 국회의원은 본회의의 동의 없이 탄핵소추안을 철회할 수 있다.
라. 피청구인은 이 사건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었음을 본회의에 보고하였을 뿐 이 사건 탄핵소추안을 의사일정에 기재하고 본회의의 안건으로 상정한 바가 없으므로, 이 사건 탄핵소추안은 국회법 제90조 제2항의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이처럼 이 사건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이를 발의한 국회의원이 본회의의 동의 없이 이를 철회할 수 있는 이상, 청구인들에게는 이 사건 탄핵소추안 철회 동의 여부에 대해 심의ㆍ표결할 권한 자체가 발생하지 아니하고, 그 권한의 발생을 전제로 하는 권한의 침해 가능성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수리행위를 다투는 청구는 부적법하다.
마. 청구인들이 이 사건 수리행위로 인한 권한침해를 다툴 수 없게 된 이상, 이 사건 탄핵소추안 철회의 효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국회법 제92조의 ‘부결된 안건’에 적법하게 철회된 안건은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탄핵소추안과 동일한 내용으로 발의된 재발의 탄핵소추안은 적법하게 발의된 의안으로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를 다투는 청구 역시 부적법하다.
【참조조문】
헌법 제65조 제1항, 제2항 본문
국회법(2018. 4. 17. 법률 제15620호로 개정된 것) 제90조 제1항, 제2항, 제92조, 제130조 제1항, 제2항
【참조판례】
가. 헌재 2016. 4. 28. 2015헌라5, 판례집 28-1상, 574, 578
라. 헌재 2019. 4. 11. 2016헌라3, 판례집 31-1, 306, 310-312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별지] 청구인 명단과 같음
피청구인국회의장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클라스한결담당변호사 김진한
【주 문】
1. 청구인 허은아의 권한쟁의심판절차는 2024. 1. 5., 청구인 권은희의 권한쟁의심판절차는 2024. 1. 29. 위 청구인들의 국회의원직 상실로 각 종료되었다.
2. 나머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들은 이 사건 심판청구 당시 국민의힘 소속 제21대 국회의원들이었다.
나.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68명은 2023. 11. 9.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동관(의안번호 제2125308호), 검사 손준성(의안번호 제2125309호), 검사 이정섭(의안번호 제2125310호)에 대한 탄핵소추안(이하 모두 합하여 ‘이 사건 탄핵소추안’이라 한다)을 발의하였고, 피청구인은 국회법 제130조 제1항에 따라 2023. 11. 9. 14:38경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1차 본회의에 이 사건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었음을 보고한 후, 같은 날 15:54경 본회의의 산회를 선포하였다.
다. 본회의 산회로 인하여 이 사건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탄핵소추 여부에 대한 본회의 표결을 할 수 없게 되자, 이 사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68명은 2023. 11. 10. 11:45경 피청구인에게 이 사건 탄핵소추안의 철회를 요구하였고, 피청구인은 같은 날 12:45경 위 철회요구를 수리하였다.
라. 이에 청구인들은 2023. 11. 13. 피청구인이 이 사건 탄핵소추안 철회요구를 수리한 행위가 청구인들의 권한을 침해한다며 그 무효확인을 구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함과 동시에(2023헌라9), 피청구인의 위 수리행위의 효력정지를 구하고, 장차 이 사건 탄핵소추안과 동일한 내용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될 경우 피청구인이 이를 의안으로 접수하여 본회의에 보고하고, 의사일정 작성, 상정, 표결 등 이후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하였다(2023헌사1265).
마. 한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68명은 2023. 11. 28. 이 사건 탄핵소추안 중 검사 손준성 및 검사 이정섭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동일한 내용으로 검사 손준성(의안번호 제2125635호), 검사 이정섭(의안번호 제2125636호)에 대한 탄핵소추안(이하 모두 합하여 ‘재발의 탄핵소추안’이라 한다)을 다시 발의하였고, 피청구인은 2023. 12. 1.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재발의 탄핵소추안을 안건으로 상정하여 표결을 실시한 후, 이에 대하여 가결을 선포하였다. 이에 따라 청구인들은 2023. 12. 5. 피청구인이 2023. 12. 1.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재발의 탄핵소추안에 대하여 가결을 선포한 행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취지를 추가하는 청구취지변경신청서를 제출하고, 가처분신청취지 중 재발의 탄핵소추안에 관한 절차진행의 금지를 구하는 부분을 피청구인의 재발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가결선포행위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신청취지변경신청서를 제출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피청구인이 2023. 11. 10. 이 사건 탄핵소추안 철회요구를 수리한 행위(이하 ‘이 사건 수리행위’라 한다) 및 피청구인이 2023. 12. 1.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재발의 탄핵소추안을 안건으로 상정하여 표결을 실시한 후, 이에 대하여 가결을 선포한 행위(이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라 한다)가 각각 청구인들의 권한을 침해하여 무효인지 여부이다.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관련조항]
대한민국헌법(1987. 10. 29. 헌법 제10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65조 ① 대통령ㆍ국무총리ㆍ국무위원ㆍ행정각부의 장ㆍ헌법재판소 재판관ㆍ법관ㆍ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ㆍ감사원장ㆍ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그 의결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단서 생략)
국회법(2018. 4. 17. 법률 제15620호로 개정된 것)
제90조(의안ㆍ동의의 철회) ① 의원은 그가 발의한 의안 또는 동의(動議)를 철회할 수 있다. 다만, 2명 이상의 의원이 공동으로 발의한 의안 또는 동의에 대해서는 발의의원 2분의 1 이상이 철회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 철회할 수 있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의원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서 의제가 된 의안 또는 동의를 철회할 때에는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동의(同意)를 받아야 한다.
제92조(일사부재의)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
제130조(탄핵소추의 발의) ① 탄핵소추가 발의되었을 때에는 의장은 발의된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하고, 본회의는 의결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조사하게 할 수 있다.
② 본회의가 제1항에 따라 탄핵소추안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기로 의결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탄핵소추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 이 기간 내에 표결하지 아니한 탄핵소추안은 폐기된 것으로 본다.
3. 청구인들의 주장과 피청구인의 답변
가. 청구인들의 주장
국회의장이 탄핵소추안 발의 후 개의된 최초의 본회의에서 탄핵소추 발의를 보고하면, 그 시점부터 국회의원들은 탄핵소추안 자체에 대한 심사나 심의를 개시하게 된다는 점, 탄핵소추안은 오로지 본회의 의결만을 위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이므로, 탄핵소추 발의가 본회의에 보고된 시점부터 법제사법위원회 회부 의결을 해제조건으로 하여 즉시 본회의의 의제가 된 의안으로 볼 수 있다는 점, 국회법 제130조 제2항이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탄핵소추 여부에 대해 토론 없이 곧바로 표결을 실시하도록 정하고 표결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 탄핵소추안이 자동 폐기되도록 정하고 있는 것은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임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이후에 발의자의 일방적인 철회를 인정할 경우 동일 회기 내에 동일한 탄핵소추안을 반복하여 발의하고 철회하는 일이 허용되어 국회법 제90조 및 제92조가 사문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 국가권력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피소추자의 신분과 명예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탄핵소추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그 철회 여부도 신중하게 결정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탄핵소추 발의보고를 한 이후에는 본회의의 동의가 없이는 탄핵소추안을 철회할 수 없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본회의의 동의를 얻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탄핵소추안 철회요구를 수리하였는바, 이는 의안의 철회에 대한 국회법 제90조 제2항의 본회의 동의권을 내용으로 하는 청구인들의 본회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 것으로 무효이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1) 피청구인의 이 사건 수리행위로 인하여 청구인들이 침해당하게 되는 불이익은, 일사부재의 원칙에 의해 동일 회기 내에 이 사건 탄핵소추안과 동일한 내용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내용의 재발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어 입게 되는 불이익인바, 이는 일사부재의 원칙의 규정에 따른 반사적 이익 내지 청구인들의 정치적ㆍ정파적 이익에 대한 침해에 불과하다. 이러한 불이익이 청구인들에게 부여된 헌법상 또는 법률상의 심의ㆍ표결권에 대한 침해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청구인들의 권한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2) 국회법 제90조가 해당 조항이 적용되는 의안의 종류나 유형에 관하여 제한을 두거나 국회법이 달리 탄핵소추안의 철회에 대한 예외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점, 탄핵소추안의 경우에도 철회를 인정함으로써 국회 운영의 효율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탄핵소추안 역시 국회법 제90조의 ‘의안’에 해당하는 것으로 철회가 허용된다.
또한 의제는 ‘의결 여부와 관계없이 당일 회의에서 논의의 대상이 된 안건의 제목’을 의미하는 것으로, 의안이 의사일정에 기재되고 본회의에 상정되어 실제 심의과정에 놓일 때에 비로소 의제로 성립된다. 그런데 탄핵소추안에 관한 국회법 규정은 ‘의제가 되는 것’에 대하여 별도의 특별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탄핵소추 발의보고는 단순히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었음을 본회의와 그 구성원들에게 공지하는 행위에 불과한 것으로 탄핵소추안의 경우에만 보고 시에 의제가 되었다고 볼 근거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의 동의 없이 철회가 가능하다고 할 것인바, 피청구인의 이 사건 수리행위 및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는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4. 청구인 허은아, 권은희의 심판청구에 대한 판단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절차 계속 중 청구인 허은아는 2024. 1. 5., 청구인 권은희는 2024. 1. 29. 퇴직(탈당)으로 인해 국회의원직을 상실하였음은 당 재판소에 현저한 사실이다.
그런데 청구인 허은아, 권은희는 발의된 의안의 철회 동의 여부에 관한 심의ㆍ표결권의 주체인 국회의원의 자격으로서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인바, 국회의원의 이와 같은 권한은 성질상 일신전속적인 것으로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경우 승계되거나 상속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에 관련된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절차 또한 수계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청구인 허은아, 권은희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국회의원직 상실과 동시에 당연히 그 심판절차가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다(헌재 2016. 4. 28. 2015헌라5 참조).
그렇다면 청구인 허은아의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절차는 2024. 1. 5. 위 청구인의 국회의원직 상실로, 청구인 권은희의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절차는 2024. 1. 29. 위 청구인의 국회의원직 상실로 각 종료되었으므로, 이를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심판절차종료를 선언한다.
5. 청구인 허은아, 권은희를 제외한 나머지 청구인들(이하에서는 청구인 허은아, 권은희를 제외한 나머지 청구인들을 ‘청구인들’이라 칭한다)의 심판청구에 대한 판단
가. 권한쟁의심판청구의 적법요건
헌법재판소법 제61조 제1항은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에 권한의 유무 또는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을 때에는 해당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제1항의 심판청구는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不作爲)가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였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가 적법하려면 실제로 청구인들에게 권한침해가 발생하였거나 적어도 권한침해의 현저한 위험이 인정되어야 한다(헌재 2019. 4. 11. 2016헌라3 참조).
나.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 침해 가능성 인정 여부
(1) 이 사건 수리행위에 대한 판단
(가) 의안의 철회 동의 여부에 대한 심의ㆍ표결권
국회법 제90조는 제1항에서 국회의원이 그가 발의한 의안을 철회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 제2항에서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을 철회할 때에는 본회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의제’는 의결 여부와 관계없이 당일의 회의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는 안건의 제목으로, 의사일정에 기재된 의안이 당일 회의에 상정되어 실제 논의의 대상이 되는 때에 의안이 의제로 성립된다. 따라서 국회법 제90조 제2항의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은 ‘국회법 등이 정하고 있는 형식적 요건을 갖추어 국회에 제출된 의안 중 의사일정에 기재되고 당일 본회의에 상정되어 논의의 대상이 되는 안건’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의안을 발의한 의원은 의안이 본회의에서 의제가 되기 전까지는 철회의 요구만으로 이를 철회할 수 있으나, 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어 의제로 성립된 이후에는 이를 일방적으로 철회할 수 없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에 의한 본회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때 의안의 철회에 대한 본회의의 동의는 독립된 의제로서 의결의 대상이 되므로, 의안이 본회의에서 의제로 성립된 이후에 의안에 대한 철회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국회의원들은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의 철회 동의 여부에 대해 심의 및 표결을 할 수 있는 심의ㆍ표결권을 가진다.
(나) 이 사건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국회법은 제130조 제1항에서 “탄핵소추가 발의되었을 때에는 의장은 발의된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하고, 본회의는 의결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조사하게 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제2항에서 “본회의가 제1항에 따라 탄핵소추안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기로 의결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탄핵소추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 이 기간 내에 표결하지 아니한 탄핵소추안은 폐기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의안이 발의되면 이를 본회의에 보고한 후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하여 심사하도록 하는 통상의 의안 심의절차와 달리, 탄핵소추안의 경우에는 국회법 제130조 제1항 및 제2항이 정하고 있는 절차에 따라 심의 및 표결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국회법은 탄핵소추에 관한 특별규정을 마련함으로써 탄핵소추안에 대한 특수한 의결절차를 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탄핵소추안이 국회법 제90조 제2항의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안의 철회에 관한 국회법 제90조가 탄핵소추안의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적용된다면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시점을 언제로 보아야 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2) 의안의 철회에 대한 국회법 제90조의 규정이 탄핵소추안의 경우에도 적용되는지를 본다. 총 16장으로 구성된 국회법은 제1장에서 총칙, 제6장에서 회의, 제11장에서 탄핵소추에 관해 각각 규정하고 있다. 탄핵소추에 관한 특별규정을 두고 있는 국회법 제11장은 제130조 내지 제134조에서 탄핵소추의 발의, 회부된 탄핵소추사건의 조사, 탄핵소추의 의결, 소추의결서의 송달 등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을 뿐, 발의된 탄핵소추안의 철회에 대해서는 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국회법이 그 밖에 탄핵소추안의 철회에 대한 예외를 마련하고 있지도 아니하다. 따라서 탄핵소추안의 경우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회의에 관한 국회법의 일반규정인 국회법 제90조가 적용되어야 할 것인바, 국회법 제90조가 적용 대상이 되는 의안의 종류나 유형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달리 탄핵소추안의 철회를 허용하는 것이 탄핵소추의 성질에 반한다고 보이지도 아니하므로, 탄핵소추안에 대해서도 의안의 철회에 대한 일반 규정인 국회법 제90조가 적용된다.
다음으로 탄핵소추안이 어느 시점에 국회법 제90조 제2항의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이 되는지를 본다. 청구인들은 탄핵소추안에 대한 의결절차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국회의장이 국회법 제130조 제1항에 따라 본회의에 탄핵소추가 발의되었음을 보고한 시점에 이 사건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서 의제가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회법 제130조 제1항의 보고는 국회의 구성원인 국회의원들에게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었음을 알리는 것으로, 탄핵소추안을 실제로 회의에서 심의하기 위하여 의사일정에 올리는 상정과 절차적으로 구분된다. 또한 탄핵소추안의 본회의 보고는 탄핵소추안에 대한 심의기간의 기산점이 되는 것 외에는 국회법상의 다른 의안에 대한 보고와 차이도 없다. 다른 안건과 달리 탄핵소추안의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토론 없이 무기명투표가 이루어지기는 하나, 이는 탄핵소추안에 대한 특수한 의결절차를 정하면서 그 심의기간을 제한하고 있는 국회법 제130조로 인한 절차상의 차이에 불과하다. 본회의 보고 이후 국회의원 개개인이 탄핵소추의 당부에 대한 숙고를 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탄핵소추안에 대한 본회의의 논의가 개시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없고, 달리 탄핵소추안의 경우에만 특별히 본회의 보고만으로 본회의 의제로 성립된다고 볼 근거도 없다.
따라서 탄핵소추안도 일반 의안과 마찬가지로, 국회의장이 국회법 제130조 제1항에 따라 탄핵소추가 발의되었음을 본회의에 보고하고, 국회법 제130조 제2항에 따른 표결을 위해 이를 본회의의 안건으로 상정한 이후에 비로소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이 된다고 할 것인바,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되었다고 할지라도, 본회의에 상정되어 실제 논의의 대상이 되기 전에는 이를 발의한 국회의원은 본회의의 동의 없이 탄핵소추안을 철회할 수 있다.
3) 이 사건 탄핵소추안이 국회법 제90조 제2항의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에 해당하는지를 본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68명이 2023. 11. 9. 이 사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사실, 피청구인이 2023. 11. 9. 14:38경 국회법 제130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인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1차 본회의에 이 사건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었음을 보고한 사실, 이 사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168명 전원이 2023. 11. 10. 11:45경 국회법 제90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탄핵소추안의 철회를 요구한 사실 및 피청구인이 같은 날 12:45경 위 철회요구를 수리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피청구인은 이 사건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었음을 본회의에 보고하였을 뿐 이 사건 탄핵소추안을 의사일정에 기재하고 본회의의 안건으로 상정한 바가 없으므로, 이 사건 탄핵소추안은 국회법 제90조 제2항의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다) 이 사건 수리행위로 인한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 침해 가능성 인정 여부
청구인들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심의ㆍ표결권은 이 사건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에 해당하는 경우에 비로소 국회법 제90조 제2항에 의해 발생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이를 발의한 국회의원이 본회의의 동의 없이 이를 철회할 수 있는 이상, 청구인들에게는 이 사건 탄핵소추안 철회 동의 여부에 대해 심의ㆍ표결할 권한 자체가 발생하지 아니한다. 또한 청구인들에게 이 사건 탄핵소추안 철회 동의 여부에 대해 심의ㆍ표결할 권한이 발생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권한의 발생을 전제로 하는 권한의 침해 가능성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수리행위를 다투는 청구는 부적법하다.
(2)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판단
피청구인의 이 사건 수리행위로 인해 청구인들의 권한이 침해될 가능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청구인들이 이 사건 수리행위로 인한 권한침해를 다툴 수 없게 된 이상, 이 사건 탄핵소추안 철회의 효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국회법 제92조의 ‘부결된 안건’에 적법하게 철회된 안건은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탄핵소추안과 동일한 내용으로 발의된 재발의 탄핵소추안은 적법하게 발의된 의안으로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는바,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를 다투는 청구 역시 부적법하다.
6.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 허은아, 권은희의 심판청구는 심판절차종료를 선언하고, 나머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고 그 흠결을 보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헌법재판소법 제40조, 민사소송법 제219조에 의하여 변론 없이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이종석 이은애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별지] 청구인 명단
1. 국회의원 윤재옥
2. 국회의원 강기윤
3. 국회의원 강대식
4. 국회의원 강민국
5. 국회의원 권명호
6. 국회의원 권성동
7. 국회의원 권영세
8. 국회의원 권은희
9. 국회의원 구자근
10. 국회의원 김기현
11. 국회의원 김도읍
12. 국회의원 김미애
13. 국회의원 김상훈
14. 국회의원 김석기
15. 국회의원 김성원
16. 국회의원 김병욱
17. 국회의원 김승수
18. 국회의원 김영선
19. 국회의원 김영식
20. 국회의원 김예지
21. 국회의원 김용판
22. 국회의원 김웅
23. 국회의원 김정재
24. 국회의원 김태호
25. 국회의원 김학용
26. 국회의원 김형동
27. 국회의원 김희곤
28. 국회의원 김희국
29. 국회의원 노용호
30. 국회의원 류성걸
31. 국회의원 박덕흠
32. 국회의원 박대수
33. 국회의원 박대출
34. 국회의원 박성민
35. 국회의원 박성중
36. 국회의원 박수영
37. 국회의원 박정하
38. 국회의원 박진
39. 국회의원 박형수
40. 국회의원 배준영
41. 국회의원 배현진
42. 국회의원 백종헌
43. 국회의원 서범수
44. 국회의원 서병수
45. 국회의원 서일준
46. 국회의원 서정숙
47. 국회의원 성일종
48. 국회의원 송석준
49. 국회의원 송언석
50. 국회의원 안병길
51. 국회의원 안철수
52. 국회의원 양금희
53. 국회의원 엄태영
54. 국회의원 우신구
55. 국회의원 유경준
56. 국회의원 유상범
57. 국회의원 유의동
58. 국회의원 윤두현
59. 국회의원 윤상현
60. 국회의원 윤영석
61. 국회의원 윤주경
62. 국회의원 윤창현
63. 국회의원 윤한홍
64. 국회의원 이달곤
65. 국회의원 이만희
66. 국회의원 이명수
67. 국회의원 이양수
68. 국회의원 이인선
69. 국회의원 이용
70. 국회의원 이용호
71. 국회의원 이종배
72. 국회의원 이종성
73. 국회의원 이주환
74. 국회의원 이채익
75. 국회의원 이철규
76. 국회의원 이태규
77. 국회의원 이헌승
78. 국회의원 임병헌
79. 국회의원 임이자
80. 국회의원 장동혁
81. 국회의원 장제원
82. 국회의원 전봉민
83. 국회의원 전주혜
84. 국회의원 정경희
85. 국회의원 정동만
86. 국회의원 정우택
87. 국회의원 정운천
88. 국회의원 정점식
89. 국회의원 정진석
90. 국회의원 정희용
91. 국회의원 조경태
92. 국회의원 조명희
93. 국회의원 조수진
94. 국회의원 조은희
95. 국회의원 조해진
96. 국회의원 주호영
97. 국회의원 지성호
98. 국회의원 최승재
99. 국회의원 최연숙
100. 국회의원 최영희
101. 국회의원 최재형
102. 국회의원 최춘식
103. 국회의원 최형두
104. 국회의원 추경호
105. 국회의원 태영호
106. 국회의원 하태경
107. 국회의원 한기호
108. 국회의원 한무경
109. 국회의원 허은아
110. 국회의원 홍문표
111. 국회의원 홍석준
청구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 소백
담당변호사 황정근, 최원재, 황수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