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1항 등 위헌확인
【판시사항】
가. 대체복무기관을 ‘교정시설’로 한정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이하 ‘대체역법’이라 한다) 시행령 제18조(이하 ‘복무기관조항’이라 한다),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을 ‘36개월’로 한 대체역법 제18조 제1항(이하 ‘기간조항’이라 한다), 대체복무요원으로 하여금 ‘합숙’하여 복무하도록 한 대체역법 제21조 제2항(이하 ‘합숙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나. 대체복무요원의 정당가입을 금지하는 구 대체역법 제24조 제2항 본문 제2호 중 ‘정당에 가입하는 행위’에 관한 부분(이하 ‘정당가입금지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정당가입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법률에서 대체역의 복무형태로 규정한 대체복무요원의 복무 내용과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입법자는 폭넓은 입법형성권을 가진다. 다만 다른 종류의 병역 사이에 병역부담의 형평을 유지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입법형성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복무기관조항, 기간조항 및 합숙조항은 헌법상 의무인 국방의 의무와 헌법상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를 조화시키고,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간에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여, 궁극적으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헌법적 법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체복무에는 군사적 역무와 관련한 것이 모두 제외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신체등급을 고려하여 복무기관을 달리하여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현역병도 희망하는 병과에서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방법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게 해 줄 것을 요구할 구체적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복무기관조항은 복무 장소를 교정시설에 국한하였을 뿐, 대체복무요원이 수행하는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사회복지시설, 병원, 응급구조시설, 공공기관 등 다른 기관에서 복무를 하게 된다 하더라도 부여될 수 있는 업무들을 수행하고 있다.
대체복무의 기간을 현역 복무기간보다 어느 정도 길게 하거나 대체복무의 강도를 현역복무의 경우와 최소한 같게 하거나 그보다 더 무겁고 힘들게 하는 것은 대체역 편입심사의 곤란성 문제를 극복하고 병역기피자의 증가를 막는 수단이 된다. 다만, 대체복무의 기간이나 고역의 정도가 과도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라 하더라도 도저히 이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대체복무제를 유명무실하게 하거나 징벌로 기능하게 할 수 있다. 병역법상 현역 육군의 복무기간과 비교했을 때 기간조항의 복무기간은 1.5배에 해당한다. 현역병은 사격, 화생방, 각개전투, 완전군장행군 등 군사적 역무를 기본으로 하므로 육체적ㆍ정신적으로 크나큰 수고와 인내력이 요구되고, 각종 사고와 위험에 노출된다. 전시 등 국가비상사태 시 현역병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전장에 나서게 되지만, 대체복무요원은 병력동원이나 전시근로소집 대상이 되지 않는다. 특별히 우리나라는 이례적 분단국가로서 남북이 대치하여 정전상태에 있고, 북한의 도발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현역병은 원칙적으로 군부대 안에서 합숙복무를 하고 있으며, 전투 준비와 훈련을 위하여 사실상 24시간 내내 대기 상태에 있어야 하고, 초병으로서 취침 중간에 각 초소와 부대를 방어하는 역할까지 병행하여야 한다. 한편, 자녀가 있는 현역병에게 출퇴근이 가능한 상근예비역 복무 기회를 준 것은 그 제도의 목적, 수행업무, 군 인력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역병 복무의 실질적 강도와 현역 등의 복무를 대신하여 병역을 이행한다는 대체복무제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복무기관조항, 기간조항 및 합숙조항으로 인한 고역의 정도가 지나치게 과도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도저히 대체복무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위 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정당가입금지조항은 대체복무요원의 정당가입을 금지함으로써 대체복무요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업무전념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당은 개인적 정치활동과 달리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정당 관련 표현행위는 직무 내외를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직무와 관련된 표현행위만을 규제’하는 등 기본권을 최소한도로 제한하는 대안을 상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당가입금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정당가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복무기관조항, 기간조항 및 합숙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대체복무제도를 정함에 있어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의 형평성을 확보하여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의 공평한 이행을 조화롭게 보장할 필요가 있으나, 현역복무와의 형평성 확보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대체복무의 기간이나 그 강도를 과도하게 정하여 대체복무 선택을 어렵게 하는 것은 대체복무제도의 도입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 복무기관조항, 기간조항 및 합숙조항은 대체복무제도를 구성하는바, 위 조항들이 상호 결합하였을 때 대체복무요원에게 부과되는 고역의 정도가 과도하여 사실상 징벌로 기능할 우려가 있다면 양심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으므로, 위 조항들의 위헌성을 심사함에 있어서는 이들이 상호 결합하여 발생시키는 기본권 제한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대체복무기간이 현역병과의 형평성 확보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도한지 여부를 심사할 때는 현역병의 병역법상 복무기간이 아닌 실제 복무기간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고, 나아가 복무기간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복무의 내용에 따른 복무의 강도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현행 대체복무제도가 대체복무기관을 교정시설로 한정하고 복무형태는 합숙복무를 강제함으로써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강도가 통상의 현역병과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정해졌음에도 대체복무기간을 육군 현역병의 실제 복무기간인 18개월의 2배로 정한 것은 과도하다.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의 분야로 소방.보건.의료.방재.구호 등의 업무, 사회복지 관련 업무 등을 예시한 바 있고, 대체복무를 교정시설에서의 업무만으로 한정한 나라는 확인되지 않는다. 복무기관조항은 병역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이나 대체복무를 통한 공익에의 기여를 도외시한 것으로 대체복무제도의 취지에 배치된다.
대체복무요원은 ‘36개월’간 ‘합숙복무’를 할 것을 강제 받고 있는바, 보충역 중 복무기간이 36개월인 전문연구요원, 공중보건의사 및 공익법무관은 합숙복무를 하지 않고 있으며, 합숙복무가 강제되는 육군 현역병의 복무기간은 18개월이다. 이로 인해 대체복무요원의 복무는 모든 병역의 형태를 통틀어 가장 긴 기간 합숙의 형태로 거주이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을 제한 받는 복무 방식이 되었다. 또한 합숙조항은 어떠한 예외도 없이 합숙복무를 강제하여 자녀가 있는 대체복무요원에게 더욱 과도한 기본권 제한을 일으킨다.
복무기관조항, 기간조항 및 합숙조항으로 구성된 대체복무제도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병역기피자 증가 억지에 주력한 것으로, 그 고역의 정도가 대체복무와 현역복무의 형평성 확보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도하게 설정되었다. 따라서 위 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이미선의 정당가입금지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대체복무요원의 업무 내용들은 단순하고 기능적이며 반복적인 업무로서, 대체복무요원이 자신들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함으로써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정당가입금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정당가입의 자유를 침해한다.
【심판대상조문】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2020. 6. 30. 대통령령 제30807호로 제정된 것) 제18조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2019. 12. 31. 법률 제16851호로 제정된 것) 제18조 제1항, 제21조 제2항
구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2019. 12. 31. 법률 제16851호로 제정되고, 2023. 10. 31. 법률 제197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조 제2항 본문 제2호 중 ‘정당에 가입하는 행위’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8조 제1항, 제19조, 제37조 제2항, 제39조 제1항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2019. 12. 31. 법률 제16851호로 제정된 것) 제16조, 제19조
병역법(2020. 3. 31. 법률 제17166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항 제17호의2, 제5조 제1항 제6호, 제18조 제2항, 제19조 제1항 제3호, 제63조의2
구 병역법(2021. 4. 13. 법률 제18003호로 개정되고, 2024. 2. 6. 법률 제20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9조의3 제2호
대체역 복무관리규칙(2023. 12. 28. 법무부훈령 제1509호로 개정된 것) 제53조
【참조판례】
가. 헌재 2007. 2. 22. 2005헌마548, 판례집 19-1, 169, 180헌재 2012. 11. 29. 2011헌마318, 판례집 24-2하, 187, 190헌재 2018. 6. 28. 2011헌바379등, 판례집 30-1하, 370, 414헌재 2021. 11. 25. 2020헌마413, 판례집 33-2, 708, 711헌재 2021. 12. 23. 2020헌마1631, 판례집 33-2, 941, 946-947
나. 헌재 2014. 3. 27. 2011헌바42, 판례집 26-1상, 375, 388헌재 2021. 11. 25. 2019헌마534, 판례집 33-2, 663, 672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오○○
대리인 변호사 서채완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이하 연혁에 상관없이 ‘대체역법’이라 한다)에 따른 대체역 편입신청이 인용되어, 대체복무요원으로 소집된 후 교정시설 내 생활관에서 합숙하며 복무하고 있고, 정당에 가입하고자 하였다.
청구인은 2022. 8. 8.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관, 복무기간, 금지행위 등에 관하여 규정한 대체역법 제16조 제1항, 제18조 제1항, 제21조 제2항, 구 대체역법 제24조 제2항 제2호, 대체역법 시행령 제18조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대체역법 제16조 제1항 가운데 ‘교정시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체복무기관’에 관한 부분의 위헌성을 다투고 있다. 그러나 위 부분은 대통령령에 의한 구체적인 하위 규범의 시행을 예정하고 있을 뿐, 직접적으로 청구인의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조항은 심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청구인은 구 대체역법 제24조 제2항 본문 제2호와 관련하여 정당에 가입할 수 없는 것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다투고 있으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위 조항 중 ‘정당에 가입하는 행위’에 관한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하기로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은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2019. 12. 31. 법률 제16851호로 제정된 것) 제18조 제1항(이하 ‘기간조항’이라 한다), 제21조 제2항(이하 ‘합숙조항’이라 한다),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2020. 6. 30. 대통령령 제30807호로 제정된 것) 제18조(이하 ‘복무기관조항’이라 하고, 기간조항, 합숙조항과 함께 ‘복무내용조항들’이라 한다), 구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2019. 12. 31. 법률 제16851호로 제정되고, 2023. 10. 31. 법률 제197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조 제2항 본문 제2호 중 ‘정당에 가입하는 행위’에 관한 부분(이하 ‘정당가입금지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은 [별지] 기재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2019. 12. 31. 법률 제16851호로 제정된 것)
제18조(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 ①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은 36개월로 한다.
제21조(대체복무요원의 복무 및 보수 등) ② 대체복무요원은 합숙하여 복무한다.
구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2019. 12. 31. 법률 제16851호로 제정되고, 2023. 10. 31. 법률 제197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조(대체복무요원의 연장복무 등) ② 대체복무요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경고하여야 하며, 경고 횟수가 더하여질 때마다 5일을 연장하여 복무하게 한다. 다만,「병역법」제89조의3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복무기간을 연장하지 아니한다.
2.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에 가입하는 등 정치적 목적을 지닌 행위를 한 경우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2020. 6. 30. 대통령령 제30807호로 제정된 것)
제18조(대체복무기관) 법 제16조 제1항에서 “교정시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체복무기관”이란 다음 각 호의 기관을 말한다.
1. 교도소
2. 구치소
3. 교도소.구치소의 지소(支所)
3. 청구인의 주장
가. 복무내용조항들은 교정시설에서만 장기간의 합숙복무를 강제한다는 점에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양심의 자유,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고문을 받지 아니할 권리, 가족생활을 할 권리,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고, 현역병 및 사회복무요원에 비하여 복무기간을 장기간으로 설정하였다는 점에서 평등권을 침해한다.
나. 대체복무요원에게 직무의 정치적 중립성 등을 확보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대체복무요원의 정당가입을 금지하는 정당가입금지조항은 청구인의 정당의 자유,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
4. 복무내용조항들에 대한 판단
가. 입법연혁
청구인과 같이 ‘현역병입영 대상자’ 또는 ‘보충역’ 처분을 받고서 양심상의 결정을 이유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경우에, 과거 수십 년 동안 병역법(이하 구체적 연혁에 관계없이 ‘병역법’으로 기재하기로 한다) 제88조 제1항 제1호 또는 제2호에 따라 기소되어 대체로 육군 현역병 복무기간에 상당하는 기간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왔다. 이러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의 위헌성이 지속적으로 다투어졌고, 헌법재판소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에 대하여 수차례의 합헌 결정을 하여 왔다(헌재 2004. 8. 26. 2002헌가1; 헌재 2004. 10. 28. 2004헌바61등; 헌재 2011. 8. 30. 2008헌가22등 참조).
그러다가 위 헌법재판소의 최초 합헌 결정 이후 약 14년이 지난 2018. 6. 28. 헌법재판소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본문 제1호 및 제2호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지만, 병역의 종류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법 제5조 제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며, 2019.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헌재 2018. 6. 28. 2011헌바379등 참조).
이에 국회는 2019. 12. 31.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현역 등의 복무를 대신하여 병역을 이행하기 위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하여 대체역법을 제정하였고(제1조), 이 법은 다음날 시행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대체역법에 따른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청구인은 대체역법이 설정한 대체복무기관, 복무기간, 합숙의무가 다시금 청구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복무내용조항들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청구인이 문제 삼은 복무내용조항들 가운데 기간조항 및 합숙조항은 위 대체역법 제정 시에, 복무기관조항은 대체역법의 하위법령인 대체역법 시행령이 제정된 2020. 6. 30.에 제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나. 쟁점의 정리
(1) 청구인은 복무기관조항이 시행령을 통해 대체복무기관을 교정시설로 한정하는 것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2) 대체복무기관을 ‘교정시설’로 한정한 복무기관조항,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을 ‘36개월’로 한 기간조항, 대체복무요원으로 하여금 ‘합숙’하여 복무하도록 한 합숙조항이 대체복무요원에게 과도한 복무 부담을 주고 대체역을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서, 대체복무요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로 한다.
(3) 복무내용조항들이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고문을 받지 아니할 권리, 가족생활을 할 권리,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침해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제10조, 국제인권조약 등에 위반된다는 주장은 교정시설에서 36개월의 기간 동안 합숙의무를 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다양한 양태들을 문제 삼거나 그러한 복무 부여가 과도하다는 주장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므로, 복무내용조항들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하기로 한다.
다. 복무기관조항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국민의 기본권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이는 ‘법률에 근거한 규율’을 요청하는 것으로, 그 형식이 반드시 법률일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도 법률상의 근거는 있어야 한다. 따라서 법률상의 근거가 없거나,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하위법령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헌재 2010. 4. 29. 2007헌마910; 헌재 2018. 5. 31. 2015헌마853; 헌재 2023. 7. 20. 2017헌마1376 참조).
대체역법 제16조 제1항은 ‘대체복무요원은 교정시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체복무기관에서 공익에 필요한 업무에 복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무기.흉기를 사용하거나 이를 관리.단속하는 행위’, ‘인명살상 또는 시설파괴가 수반되거나 그러한 능력 향상을 위한 행위’, ‘그 밖에 제1호 또는 제2호에 따른 행위와 유사한 행위’는 대체업무에 포함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함으로써, 대체복무요원이 복무할 대체복무기관 및 그 기관에서의 업무에 관한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사항을 법률에서 직접 정하고 있다. 곧, 대체역법 제16조 제1항이 구체적인 대체복무기관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을 하위법령인 복무기관조항에 위임하였다 하더라도, 교정시설 등이라고 하여 대체복무기관을 예시하고 있고, 제2항은 대체업무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내용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을 정함에 있어 그 핵심적인 사항은 이미 법률에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복무기관조항은 대체복무기관을 교도소, 구치소, 교도소.구치소의 지소로 규정하고 있어 모법인 대체역법 제16조 제1항의 위임 범위 내에 있음도 분명하다.
따라서 복무기관조항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라. 복무내용조항들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1)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입법자의 입법형성권
헌법 제39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하고, 병역법 제3조 제1항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하므로, 결국 ‘국방의 의무’ 및 ‘병역의무’의 내용과 범위는 입법자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어떠한 내용을 ‘국방의 의무’ 또는 ‘병역의무’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헌재 2018. 6. 28. 2011헌바379등; 헌재 2021. 6. 24. 2018헌마526 참조). 그렇다면 법률에서 대체역의 복무형태로 규정한 대체복무요원의 복무 내용과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도 입법자는 폭넓은 입법형성권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18세 이상의 남자에게 일반적인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있고(병역법 제3조 제1항, 제8조), 장기간 병역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것은 의무복무자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전체 병역 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하여 다른 종류의 병역 사이에 병역부담의 형평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헌재 2021. 6. 24. 2018헌마526 참조). 입법자가 법률로 대체복무요원의 복무 내용과 범위를 정할 때에도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입법형성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복무내용조항들은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현역 등의 복무를 대신하여 병역을 이행하는 대체역으로 편입된 사람을 대체복무요원으로 소집하여 ‘교도소, 구치소, 교도소.구치소의 지소’에서 ‘36개월’동안 ‘합숙’하여 복무하도록 한다. 이로써 헌법상 의무인 국방의 의무와 헌법상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를 조화시키고, 국민개병 제도와 징병제를 근간으로 하는 병역 제도하에서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간에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여,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병역 체계를 유지하고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헌법적 법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나) 수단의 적합성
대체역법 제16조에 따라 교정시설에서 공익에 필요한 업무에 복무하는 것은 집총 등 군사훈련이 수반되지 않는 점, 현역병은 원칙적으로 출퇴근 근무를 할 수 없고 군부대 안에서 합숙복무를 하는 점, 대체복무요원 외에도 병역법상 복무기간이 36개월인 병역들이 있는 점(승선근무예비역, 전문연구요원, 공중보건의사, 공익법무관 등) 등을 고려할 때, 복무내용조항들이 대체복무요원으로 하여금 ‘교도소, 구치소, 교도소.구치소의 지소’에서 ‘36개월’동안 ‘합숙’하여 복무하도록 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일응 기여하고 있는바, 그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다.
(다) 침해의 최소성
1) 복무기관조항
청구인은 복무기관조항이 대체복무요원의 복무 장소로 다양한 시설을 규정하지 아니하고, 오로지 교정시설만을 규정한 것은 대체복무요원에 대한 징벌적 처우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대체역법 제16조 제1항은 대체복무요원으로 하여금 교정시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체복무기관에서 공익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제2항은 이러한 행위에 ‘무기.흉기를 사용하거나 이를 관리.단속하는 행위’, ‘인명살상 또는 시설파괴가 수반되거나 그러한 능력 향상을 위한 행위’ 등을 제외하도록 하였다. 복무기관조항이 대체역법 제16조 제1항에서 예시한 교정시설 외의 다른 형태의 복무기관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교정시설에서 위와 같이 군사적 역무가 배제된 상태로 복무하는 것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자신의 양심을 지키면서도 국민으로서의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공익에 기여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대체복무도 다른 병역처럼 신체등급이나 적성 또는 특기 등을 고려하여 복무기관을 다양하게 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체역을 제외한 여타 병역들은 기본적으로 집총을 전제로 하여 그 복무 내용들이 정해지므로 군사적 역무의 감당 정도에 따라 신체등급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수 있으나, 대체복무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군사적 역무와 관련한 것이 모두 제외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신체등급을 고려하여 복무기관을 달리하여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현역병의 경우 자격.면허.전공분야 등을 고려하여 병과를 부여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최대한 적성에 적합한 병과를 부여함으로써 군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일 뿐, 병역의무자에게 희망하는 병과에서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방법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게 해 줄 것을 요구할 구체적 권리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헌재 2021. 12. 23. 2020헌마1631 참조). 보충역 등 여타 병역의무자들의 경우에도 자신이 복무하고자 하는 장소나 복무 내용을 자유롭게 요구할 수 없다.
한편, 대체복무요원이 수행하는 구체적인 업무 내용을 살펴보면, 복무 장소가 교정시설에 국한되었을 뿐, 사회복지시설, 병원, 응급구조시설, 공공기관 등 다른 기관에서 대체복무요원이 복무를 하게 된다 하더라도 부여될 수 있는 다양한 업무들을 수행하고 있다.
복무규칙 제53조 제1항에 부여되어 있는 대체업무 가운데 환자.장애인 이동 및 생활 보조, 방역, 의약품 분류 보조, 진료 보조 등의 업무(제4호)는 수행하는 장소 또는 돌봐야 하는 대상만이 다를 뿐 노인.장애인.중증환자 등의 보호.치료.요양 등 사회복지 관련 업무나 병원에서의 근무 내용과 다르지 않다. 그 외에도 복무규칙 제53조 제1항은 대체복무요원에게 식자재 운반 및 식재료 준비, 조리.배식, 식당 환경정리, 구매물품.세탁물품.생활용품 등의 분류 및 배부, 기관으로 보내온 물품 분류, 작업.직업훈련 물품 관리 보조, 창고 정리, 도서.신문 분류 및 배부, 도서관 관리, 편지 분류 및 배부, 교육교화행사 준비, 수용자 교육(강의).직업훈련 보조, 수용자 상담.심리치료 프로그램 보조, 구내.외 환경미화, 환경개선작업, 전기.통신.기계(차량 포함) 관리 보조, 시설점검 보조 등의 다양한 업무를 부여하고 있다.
나아가 복무규칙 제53조 제2항에 따르면, 접견실 접견 및 민원 안내 등 업무 보조, 외국인 수용자 통역, 수어 통역, 수용기록물 이관 업무 보조, 외정문.정문 민원 안내 등 업무 보조, 통제실 CCTV 모니터링 등 업무 보조, 화재예방 업무, 소방점검 및 소방물품 관리 보조, 천재지변이나 그 밖의 재해 발생 시 피해복구나 응급용무 보조, 대체복무 행정업무 보조 등의 업무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공공기관이나 응급구조시설 등에서 복무할 경우에 부여될 수 있는 업무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실제 대체복무요원이 수행하는 업무 내용을 살펴볼 때, 교정시설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치게 제한적인 업무가 부여되어 징벌적인 처우를 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 기간조항
가) 대체복무의 기간을 현역 복무기간보다 어느 정도 길게 하거나 대체복무의 강도를 현역복무의 경우와 최소한 같게 하거나 그보다 더 무겁고 힘들게 하는 것은 양심을 가장한 병역기피자가 대체복무 신청을 할 유인을 제거하여, 대체역 편입심사의 곤란성 문제를 극복하고 병역기피자의 증가를 막는 수단이 되므로(헌재 2018. 6. 28. 2011헌바379등 참조), 기간조항이 대체복무요원으로 하여금 현역병의 복무기간보다 더 길게 복무하도록 하는 것 자체는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을 어느 정도까지 완화했을 때 위와 같은 병역기피 등의 문제를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입법자의 정책적 판단을 존중할 필요성이 있다.
다만, 대체복무의 기간이나 고역의 정도가 과도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라 하더라도 도저히 이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대체복무제를 유명무실하게 하거나 징벌로 기능하게 할 수 있으므로(헌재 2018. 6. 28. 2011헌바379등 참조), 기간조항이 설정한 기간의 정도가 과도하여 도저히 이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들 정도로 지나친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나) 청구인은 현역병의 복무기간에 비하여, 기간조항이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을 36개월로 규정한 것은 대체복무요원에 대한 징벌적 처우로서 침해의 최소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현역병 가운데 육군의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된 것은 병역법 제19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국방부장관이 ‘정원 조정의 경우 또는 병 지원율 저하로 복무기간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 6개월 이내에 단축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따른 것이다. 병역법 제18조 제2항에 따르면 현역 육군의 복무기간은 2년, 해군은 2년 2개월, 공군은 2년 3개월이 원칙이다. 이러한 현역병의 복무기간과 비교하였을 때 기간조항이 설정한 36개월의 복무기간은 1.5배에서 1.33배 사이에 해당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체복무요원은 공익 분야에 복무하지만 군사적 역무는 복무 분야에서 배제된다(대체역법 제16조 제2항 참조). 반면 현역병은 군사적 역무를 기본으로 하므로 사격, 화생방, 각개전투, 완전군장행군 등 기본전투기술을 습득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보병, 기갑, 포병, 방공 등의 보직에 따라 육체적.정신적으로 크나큰 수고와 인내력이 요구되기도 하며, 군사 훈련에 수반되는 각종 사고와 위험에 노출된다. 평시의 이러한 차이만으로도 현역병과 대체복무요원 사이의 복무강도의 차이가 상당하나, 전시 등 국가비상사태 시에는 더욱 현격한 차이가 발생한다. 현역병 및 병력동원소집 대상이 된 예비역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생명에 대한 위험을 무릅쓰면서 국가를 위해 희생을 각오하고 전장에 나서게 되지만, 대체복무요원은 병력동원이나 전시근로소집 대상이 되지 아니하고(병역법 제44조, 제53조 제1항 제2호의2 참조), 대체복무요원의 복무를 마친 대체역은 전시근로소집 대상이 될 수는 있으나 무기.흉기를 사용하거나 이를 관리.단속하는 행위, 인명살상 또는 시설파괴가 수반되거나 그러한 능력 향상을 위한 행위 등에서 배제되는 특별한 배려를 받게 된다(병역법 제54조 제2항).
이와 같은 군사업무의 특수성과 이러한 군사적 역무가 모두 배제된 대체복무요원의 복무 내용을 비교해 볼 때, 기간조항이 설정한 복무기간이 현역병의 복무기간과 비교하여 도저히 대체역을 선택하기 어렵게 만든다거나 대체역을 선택하였다는 이유로 어떠한 징벌을 가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 현역 외에도 21개월의 복무를 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 등 대체역보다 복무기간이 짧은 병역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체역을 제외한 여타 병역들은 기본적으로 집총을 전제로 하여 그 복무 내용들이 정해지는 데 반하여, 대체복무는 군사적 역무에 관한 것이 복무 내용에서 모두 제외되어 있으므로, 집총이 전제되면서 군 조직 및 인력 운용과 연계된 다른 병역들과 비교했을 때 그 복무기간이 같거나 더 길다는 이유만으로 대체복무요원이 징벌적 처우를 받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라) 대체복무제는 2020. 1. 1. 대체역법의 시행으로 도입되어 시기적으로 시행 초기에 있고, 대체역법 제19조는 국방부장관으로 하여금 현역병의 복무기간이 조정되는 경우에는 병무청장의 요청에 따라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고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을 6개월의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현역병의 복무기간 조정, 현역병과의 형평성, 사회적 인식 변화 등을 고려하여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이 단축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토방위와 관련된 사안에서의 판단은 국가공동체의 존립과 안전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서 복무기간을 36개월로 설정하여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고려한 입법자의 판단이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벗어나서 지나치게 잘못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3) 합숙조항
가) 합숙조항이 대체복무요원의 복무형태를 합숙복무로 규정한 것은 현역병이 원칙적으로 군부대 안에서 합숙복무를 하고 있고 이들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의 형평성을 확보하여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하고 대체역 편입심사의 곤란성과 병역기피자의 증가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대체복무요원은 합숙복무를 하면서도 그 복무기간이 현역병보다 길고 합숙으로 인하여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 여타 기본권들도 함께 제한되므로, 이러한 제한이 지나친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나) 현역병은 군인사법상 군인에 해당하므로(군인사법 제2조 제1호), 엄격한 계급 체계를 따르고(군인사법 제3조), 군인은 이러한 계급 순위에 따른 서열이 있으며(군인사법 제4조),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25조). 이처럼 군인은 엄격한 기강과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요구되므로 경례요령, 군대예절 등을 포함한 제식훈련이 병행될뿐더러, 군형법의 적용대상이 되므로(군형법 제1조 제2항), 군무이탈죄(군형법 제30조), 항명죄(군형법 제44조), 명령위반죄(군형법 제47조), 상관폭행죄(군형법 제48조), 상관모욕죄(군형법 제64조), 무단이탈죄(군형법 제79조) 등의 적용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현역병의 합숙복무는 단지 근무지를 이탈할 수 없고 숙소를 함께 한다는 개념을 넘어서는 특수하고 엄격한 복무형태를 띠게 된다. 현역병은 이와 같은 군인의 신분으로 내무생활을 하면서 전투 준비와 훈련을 위하여 사실상 24시간 내내 대기 상태에 있어야 하고, 군부대를 방어하는 데에는 밤낮을 달리할 수 없으므로 군인들은 초병으로서 취침 중간에 각 초소와 부대를 방어하는 역할까지 병행하여야 하는바(헌재 2021. 11. 25. 2020헌마413 참조), 현역병의 합숙복무는 군사적 역무의 연장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비록 대체복무요원의 복무는 원칙적으로 개별적 사정이 고려되지 못하고 합숙복무를 하면서 그 복무기간이 현역병보다 길다는 사정은 인정되나, 위와 같은 현역병 합숙복무의 실질적 강도와 현역 등의 복무를 대신하여 병역을 이행한다는 대체복무제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대체역법 제1조), 합숙조항이 기본권의 지나친 제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는 국민개병제도와 징병제를 채택함으로써 병역문제와 관련하여 국민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병역부담의 형평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크다. 대체복무제를 포함한 병역의무이행의 형평성 문제는 사회통합과 국가 전체의 역량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 현역을 제외한 사회복무요원 등 보충역의 경우에는 합숙의무가 없어 상대적으로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가 무겁게 보일 수 있으나, 여타 보충역의 경우 군 인력 운용과 연계되어 있고 각각의 의미와 목적이 있어서 대체역과의 사이에서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입법자는 대체복무를 병역회피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하여 복무형태에 대해서도 엄격한 기준을 둔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사회복무요원 등 보충역과 비교했을 때 무거운 복무형태가 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징벌적 처우를 받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한편, 병역법은 가족의 생계유지 어려움 등이 있는 경우에 대체복무요원 소집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정한 예외를 규정함으로써, 대체복무요원이 합숙복무를 하게 되어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어려움 등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 병역법 제63조의2 제1항은 본인이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은 원할 경우 대체복무요원 소집을 하기 전이면 대체복무요원 소집을 면제할 수 있고, 대체복무요원 복무 중이면 소집을 해제할 수 있으며, 같은 조 제2항은 부모.배우자 또는 형제자매 중 전사자.순직자가 있거나 전상(戰傷)이나 공상(公傷)으로 인한 장애인이 있는 경우의 1명은 원할 경우 복무기간을 6개월로 단축할 수 있고, 복무기간을 마친 사람은 소집을 해제하도록 하고 있다.
4) 소결
결국 복무내용조항들로 인한 대체복무의 기간이나 고역의 정도가 지나치게 과도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라 하더라도 도저히 이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복무내용조항들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하는 기본권 제한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라) 법익의 균형성
복무내용조항들로 인하여 대체복무요원들은 교정시설에서 36개월 동안 합숙하여 복무하게 되는바, 이로 인하여 교정시설 외의 시설에서는 복무할 수 없고, 36개월의 비교적 긴 기간 동안 출퇴근이 불가능한 상태로 병역의무를 이행하게 되는 사익 제한이 발생한다.
그러나 복무내용조항들이 설정한 대체복무요원의 복무 장소, 기간 및 형태는, 교정시설에서의 근무 자체가 대체복무제도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 점, 현역병도 복무 장소에 대한 선택권이 없는 점, 현역병의 군사적 역무와 군부대 안에서의 합숙복무는 특수하고 엄격한 사정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이를 통해 복무내용조항들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여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를 조화시키고,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간에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여, 궁극적으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헌법적 법익을 실현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러한 공익이 복무내용조항들로 인한 대체복무요원의 불이익에 비하여 작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복무내용조항들은 법익의 균형성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마) 이상에서 살펴본 내용을 종합하면, 복무내용조항들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5. 정당가입금지조항에 관한 판단
가.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의 쟁점은 대체복무요원의 정당가입을 금지하는 정당가입금지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정당가입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청구인은 위 조항이 양심의 자유 및 사상의 자유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사안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주된 기본권인 정당가입의 자유의 침해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기로 한다.
나. 정당가입금지조항이 정당가입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대체복무요원은 대체역에 편입된 사람으로서 대체역법에 따른 대체복무기관에 소집되어 공익 분야에 복무하는 사람이다(병역법 제2조 제1항 제17호의2). 대체복무요원은 병역의무의 이행자인 동시에 공무원에 준하는 공적 지위를 갖는 사람으로서, 그 지위 및 직무의 성질상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대체복무요원이 정당에 가입할 경우, 국민 전체가 아닌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게 되어 그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고 나아가 정당 활동으로 인하여 대체복무요원이 자신의 직무를 소홀히 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정당가입금지조항은 대체복무요원의 정당가입을 금지함으로써 대체복무요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업무전념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2) 수단의 적합성
개인적 정치활동과 달리 단체를 통한 정치활동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에서 크게 차이가 나고, 특히 헌법상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는 정당의 경우 국가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헌법적 권한을 보유.행사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이에 대한 대체복무요원의 가입을 금지하는 것은 대체복무요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업무전념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유효적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당가입금지조항은 앞서 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합한 수단이다.
(3) 침해의 최소성
(가) 교정시설에 근무하는 대체복무요원의 경우, 비록 그 업무가 급식, 물품, 보건위생, 교정.교화, 시설관리에 관한 업무 보조 등에 그친다 하더라도, 그 업무 내용이 수용자 등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에 해당하고 업무처리 과정에서 교정시설이 보유한 각종 행정정보와 개인정보 등에 접근하거나 수용자 등과 접촉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대체복무요원은 정당 활동을 위해 직무를 통하여 얻은 정보를 활용할 수 있으며,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편파적으로 직무를 집행하거나 수용자 등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대체복무요원의 정당가입을 금지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나) 대체복무요원의 정당가입을 허용하되 직무시간 내의 직무와 관련한 정치적 표현행위만을 금지하는 등 기본권을 최소한도로 제한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안을 상정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대체복무요원의 정당 관련 정치적 표현행위가 직무 내의 것인지 직무 외의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설사 대체복무요원이 근무시간 외에 직무와 관련 없는 정당과 관련한 정치적 표현행위를 한다 하더라도, 이를 통해 국민은 대체복무요원의 정치적 입장을 알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대체복무요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유지되기 어렵게 된다. 결국 위와 같은 방법으로는 대체복무요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업무전념성을 보장하는 입법목적을 동등하게 달성할 수 없다.
한편, 정당가입금지조항은 대체복무요원이 ‘정당의 당원이 된다’는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을 뿐이므로, 정당에 대한 지지의사를 선거와 무관하게 개인적인 자리에서 밝히거나 선거에서 지지 정당에 대하여 투표를 하는 등 일정한 범위 내의 정당 관련 활동은 대체복무요원에게도 허용된다(헌재 2014. 3. 27. 2011헌바42 참조). 또한 대체복무요원은 그 복무기간에 한하여 정당가입이 금지될 뿐 복무를 완료하면 다시 정당가입이 허용되므로, 정당가입금지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
(다) 대체복무요원은 대체역으로서 현역과 달리 군이 아닌 교정시설에서 근무하지만,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현역 등의 복무를 대신하여 병역을 이행하는 사람이다(병역법 제5조 제1항 제6호). 따라서 대체복무요원의 정당가입을 허용할지 여부는 현역 등 다른 방식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헌재 2021. 11. 25. 2019헌마534 참조).
현역 군인 및 사회복무요원은 정당가입이 금지되고(군형법 제94조 제1항, 병역법 제33조 제2항 본문 제2호, 제32조의3 제1항), 다른 보충역인 공중보건의사, 공익법무관 및 공중방역수의사 역시 임기제공무원으로서 정당가입이 금지되므로(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제3조 제1항, 공익법무관에 관한 법률 제3조, 공중방역수의사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1항), 대체복무요원에 대해서만 정당가입을 허용할 경우 현역 등 다른 방식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라) 따라서 정당가입금지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4) 법익의 균형성
정당가입금지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대체복무요원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 및 업무전념성 보장이라는 공익은, 그 지위 및 직무의 성질상 정치적 중립성의 준수가 요청되는 대체복무요원이 정당가입을 금지당함에 따라 제한받는 사익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법익의 균형성에 위배되지 않는다.
(5) 소결
정당가입금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정당가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6.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복무내용조항들에 대한 반대의견 및 8.과 같은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이미선의 정당가입금지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7.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복무내용조항들에 대한 반대의견
우리는 대체역법상 대체복무제도를 이루는 복무내용조항들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대체복무제도의 의의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류의 평화적 공존에 대한 간절한 희망과 결단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평화에 대한 이상은 그 실현가능성과 관계없이 인류가 오랫동안 추구하고 존중해온 것임에도(헌재 2018. 6. 28. 2011헌바379등 참조),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은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형사처벌을 받는 방법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오랜 기간 논의되어 왔고, 헌법재판소는 2004. 8. 26.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에 대해 최초의 합헌 결정을 할 당시부터 입법자에게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에 관하여 진지하게 검토할 것을 권고하였다(헌재 2004. 8. 26. 2002헌가1 참조). 이후 헌법재판소는 국내ㆍ외의 상황과 각종 권고 등 오랜 기간의 논의와 숙고를 반영하여 2018. 6. 28. 2011헌바379등 결정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법 제5조 제1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다. 위 2011헌바379등 결정은, 양심적 병역거부 결정이 국가공동체의 다수의 가치와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채 병역거부를 이유로 형벌권을 발동하고 각종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임을 선언하였다.
입법자는 위 2011헌바379등 결정에 따라 2019. 12. 31. 대체역법을 제정하여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였는바, 대체복무제도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하여금 현역 등의 복무 대신 공익 관련 업무에 종사하여 병역의무를 이행하게 함으로써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를 조화시키려는 데에 그 헌법적 의의가 있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신념을 존중하여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한 이상 이들이 대체복무를 통하여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의 형평성을 확보하여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의 공평한 이행을 조화롭게 보장할 필요가 있으나, 현역복무와의 형평성 확보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대체복무의 기간이나 그 강도를 과도하게 정하여 대체복무를 선택하기 어렵게 하는 것은 과거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하던 것과 실질적인 차이가 없는 것으로서 대체복무제도의 도입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그러한 대체복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또 다른 징벌에 불과할 뿐이다(헌재 2018. 6. 28. 2011헌바379등 참조).
나. 복무내용조항들의 양심의 자유 침해 여부
(1) 심사방법
청구인은 대체복무요원으로 하여금 36개월 동안 교정시설에서 합숙하여 복무하도록 하는 현행 대체복무제도가 징벌로 기능하여 청구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복무내용조항들에 대한 위헌 확인을 구하고 있다.
복무내용조항들은 대체복무의 기간(기간조항), 복무분야(복무기관조항), 복무형태(합숙조항) 등 대체복무제도의 주요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바 상호 결합하여 현행 대체복무제도를 구성한다. 위 각 조항별로 위헌성을 심사할 경우 각 조항을 과잉규제로 단정하기 어렵더라도, 복무내용조항들이 상호 결합하였을 때 대체복무요원에게 부과되는 고역의 정도가 과도하여 사실상 징벌로 기능할 우려가 있다면 청구인의 양심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 따라서 대체복무제도를 구성하는 복무내용조항들의 위헌성을 심사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복무내용조항들이 상호 결합하여 발생시키는 기본권 제한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2) 판단
(가)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을 도모하고 대체복무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대체복무의 기간을 현역 복무기간보다 어느 정도 길게 하거나, 대체복무의 강도를 현역복무의 경우와 최소한 같게 하거나 그보다 더 무겁고 힘들게 하여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의 형평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헌재 2018. 6. 28. 2011헌바379등 참조). 복무내용조항들은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간 병역부담의 형평성 확보를 주된 입법목적으로 하는데,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복무내용조항들로 구성된 현행 대체복무제도는 그 고역의 정도가 현역복무와의 형평성 확보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도하게 설정되어 있다. 이는 현행 대체복무제도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병역기피자의 증가를 억지하는 데에 일차적 목적을 두고 대체복무의 선택을 어렵게 함으로써 대체복무가 사실상 징벌로 기능하도록 한 것으로,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나) 먼저 기간조항에 대하여 살펴본다.
1) 기간조항은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이하 ‘대체복무기간’이라 한다)을 36개월로 정하고 있다. 병역법 제18조 제2항에서 정한 현역병의 복무기간이 육군은 2년, 해군은 2년 2개월, 공군은 2년 3개월이므로, 기간조항이 정한 36개월의 대체복무기간은 현역병의 복무기간의 1.5배에서 1.33배 사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병역법 제19조 제1항 제3호는 국방부장관으로 하여금 일정한 절차를 거쳐 현역병의 복무기간을 6개월 이내에서 단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국방부장관은 위 조항에 따라 2011년까지 3개월 단축을 시행하였고, 2018년에 또 다시 3개월 단축을 시행하여 육군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2개월로 복무기간을 단축하였다(당시 병역법상 공군 현역병의 복무기간은 2년 4개월이었다. 이후 2020. 3. 31.자 병역법 개정으로 복무기간이 2년 3개월로 변경된 다음 1개월 추가 단축되어, 공군의 실제 복무기간은 21개월로 최종 단축되었다). 2018년에 시행된 단축은 점진적으로 진행되었는데, 육군 현역병의 경우 2018. 10. 1.자 전역자부터 2주 단위로 1일씩 단축되어 2021. 12. 14.자 전역자(2020. 6. 15.자 입대자)까지 단축이 완료되었다. 현역병의 복무기간이 단축됨에 따라 사회복무요원의 복무기간도 21개월로 단축되었다(병역법 제42조 제1항 제1호 참조).
대체복무와 현역복무 사이의 형평성을 심사할 때 주된 기준이 되는 것은 현역병 중 복무강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는 육군 현역병의 복무기간 및 복무 내용이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대체역법 제정 당시 육군 현역병의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된다는 것은 이미 확정되어 있었다. 또한 위 복무기간 단축은 점진적으로 진행되어 대체역 편입신청에 관한 사항을 정한 대체역법 제3조의 시행일로서 대체복무제도의 실제 시행일로 볼 수 있는 2020. 6. 30.[대체역법 부칙(2019. 12. 31. 법률 제16851호) 제1조 단서, 대체역법 시행령 부칙(2020. 6. 30. 대통령령 제30807호) 제2조 참조] 직전에 육군 현역병 입대자의 실제 복무기간은 18개월이 되었다. 이와 같은 현역병의 복무기간 단축 과정과 대체역법의 입법 경과에 비추어 보면, 현행 대체복무기간이 현역병과의 형평성 확보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도한지 여부를 심사할 때는 현역병의 병역법상 복무기간이 아닌 실제 복무기간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2) 복무기간은 복무의 난이도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대체복무와 현역복무 사이의 형평성을 확보하여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대체복무기간을 현역병의 복무기간보다 어느 정도 길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체복무기간을 지나치게 길게 설정하여 대체복무의 선택을 어렵게 한다면 대체복무는 사실상 징벌로 기능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대체복무기간 설정이 상당한지 여부를 심사할 때는 복무기간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복무의 내용에 따른 복무의 강도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현행 대체복무제도는 대체복무기관을 교정시설로 한정하고 복무형태는 합숙복무를 강제하고 있다. 대체역법 입법 당시 국방부는 현역병의 군복무와 가장 유사하게 복무할 수 있는 환경으로 교정시설에서의 합숙복무를 제시하면서, 교정시설 운영에 필요한 강도 높은 노동을 수행하고 교정시설에서 합숙을 할 경우 그 복무의 강도가 통상의 현역병의 복무강도보다 높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와 같이 현행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강도는 군사적 역무를 제외하면 통상의 현역병의 복무강도보다 높거나 최소한 같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대체복무의 강도 하에서 대체복무기간을 육군 현역병의 복무기간의 2배로 설정한 것은 군사적 역무가 배제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하다고 볼 수 있고, 대체복무기간이 현역병의 복무기간의 최대 1.5배를 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국제인권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에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과 유엔 종교.신념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2019. 11. 28. 우리 정부에 ‘36개월’의 대체복무기간의 정당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우려를 표명하였고, 2023. 1. 26. 유엔 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정례인권검토에서 회원국들이 우리나라의 대체복무제도와 관련하여 대체복무기간의 단축을 권고하기도 하였다.
물론 국제적 기준이 국가의 안보상황과 실질적 전쟁 위협의 정도, 병력수요 등을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대체복무기간이 현역병의 복무기간의 1.5배를 초과하는 외국의 사례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대체복무의 분야를 교정시설에서의 업무로 한정하면서 동시에 합숙복무를 강요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는데,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대체복무의 강도 하에서 현역병의 복무기간의 2배를 복무하게 하는 것은 그 정도가 지나쳐 사실상 대체복무의 선택을 억지하는 기능을 한다.
대체역법 제정 당시의 입법자료에 따르면, 대체복무기간을 36개월로 정한 데에는 보충역 중 전문연구요원, 공중보건의사 및 공익법무관의 복무기간이 36개월인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보충역은 지원에 의해 편입되어 자신의 특기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서 복무하며, 합숙복무가 강제되어 있지도 않다. 비록 이들 보충역이 군사교육을 받고 전시 등 국가비상사태 시 병력동원소집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복무강도가 대체복무요원의 복무와 비교할 정도의 강도라고는 보기 어렵다.
3) 입법자료에 따르면, 대체역법을 제정할 당시 소방서, 국.공립병원, 사회복지시설 등을 대체복무기관으로 선정할지 여부가 검토되었다. 그러나 대체복무요원에게 위 시설들에서 36개월의 복무를 하게 할 경우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의무소방원의 복무기간[대체역법 제정 당시 의무소방원의 실제 복무기간은 현역병 중 해군의 실제 복무기간과 동일한 20개월이었다(병역법 제25조 제2항 참조)]이나 사회복무요원의 복무기간에 비하여 장기간 복무하게 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위 시설들은 대체복무기관 선정에서 배제되었다.
이는 사회복지시설이나 응급.구조.의료 등의 기관에서 대체복무를 하게 할 경우 36개월이라는 대체복무기간이 지나치게 길 수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교정시설에서 합숙하여 복무하는 현행 대체복무의 강도가 위 시설들에서의 복무에 비해 결코 약하다고 볼 수 없다.
4) 이상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현행 대체복무기간은 복무의 강도를 고려할 때 과도하게 설정되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다) 다음으로 복무기관조항에 대하여 살펴본다.
1) 복무기관조항은 대체복무기관을 교정시설로 국한하여 대체복무의 분야를 교정시설에서의 업무로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체복무요원이 교정시설에서 수행하는 업무는 과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병역법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기관에서 수행하였던 노역 등과 상당 부분 겹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여전히 병역기피자로 보고 대체복무를 병역의무 이행의 한 형태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인식이 남아있음을 부정하기 어려운데, 이와 같이 교정시설만을 유일한 대체복무기관으로 정하여 대체복무요원의 업무를 교정시설에서의 업무로 한정한 점이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에 대한 인식 변화를 저해하는 주요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2) 헌법재판소는 오늘날 국가안보의 개념은 군사적 위협과 같은 전통적 안보 위기뿐만 아니라 자연재난이나 사회재난, 테러 등으로 인한 안보 위기에 대한 대응을 포함하는 포괄적 안보 개념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하면서, 대체복무의 분야로 소방.보건.의료.방재.구호 등의 업무, 노인.장애인.중증환자 등의 보호.치료.요양 등 사회복지 관련 업무 등을 예시하였다(헌재 2018. 6. 28. 2011헌바379등 참조). 대체복무제를 채택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소방업무, 사회복지시설 및 공공기관에서의 업무, 환경미화 등을 대체복무의 분야로 인정하고 있고, 우리나라와 같이 교정시설에서의 업무만으로 한정한 나라는 확인되지 않는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대체역법 입법 당시 소방서, 국.공립병원, 사회복지시설 등을 대체복무기관으로 선정할지 여부가 검토되었으나 모두 선정에서 배제되었다. 그 이유는 대체복무요원이 소방서에서 근무할 경우 36개월의 대체복무기간과 의무소방원의 복무기간과의 차등으로 인한 징벌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고, 국.공립병원이나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할 경우 합숙시설이 없고, 포교활동을 할 우려가 있으며, 이미 사회복무요원이 복무하는 장소에서는 복무기간의 징벌성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고려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무기관조항이 대체복무기관을 교정시설로 한정한 것은, 현역병과의 형평성 내지 현역병의 상대적 박탈감만을 지나치게 고려하여 근무기간을 ‘36개월’의 장기로, 복무형태를 ‘합숙’으로 강제하기 위한 장소로 교정시설을 선택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즉 복무기관조항은 장기의 합숙복무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대체복무제는 다른 나라의 대체복무제와는 다른 기형적인 형태를 띠게 되었다.
3)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 1. 31. 대체역법 제정안에 대한 의견표명에서 대체복무 분야를 교정 분야 외 사회복지, 안전관리 등 다양한 공익 분야로 확대할 것을 권고하였고, 2023. 4. 4. 대체복무요원들이 제기한 진정사건에서도 대체복무기관이 교정시설만으로 한정된 것은 행복추구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았다. 국제 인권 비정부기구(NGO)인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도 2019. 12. 27. 공식 성명을 통해 대체복무기관을 교정시설로 한정한 것은 대체복무요원의 양심의 자유 등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였다.
4)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단순히 병역의무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집총 등 살상과 관련된 행위를 제외한 분야에서 국가공동체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의무를 이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로 하여금 국가공동체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힘들거나 위험한 업무, 예를 들어 소방.보건.의료.방재.구호 등의 공익 관련 업무나 노인.장애인.중증환자 등의 보호.치료.요양 등 사회복지 관련 업무에 종사하도록 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대체복무를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서 떳떳하게 공익에 기여할 수 있게 되어 국가와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키우고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되며, 우리 사회에도 큰 혜택이 될 것이다(헌재 2018. 6. 28. 2011헌바379등 참조).
그럼에도 복무기관조항이 대체복무기관을 교정시설로 한정한 것은 현역병과의 형평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대체복무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 치중함으로써 대체복무의 선택을 억지하는 측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병역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대체복무가 공익에 기여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되는 것을 방해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여전히 불편한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바, 이는 대체복무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라) 다음으로 합숙조항에 대하여 살펴본다.
1) 합숙조항이 대체복무요원의 복무형태를 합숙복무로 정한 것은 현역복무와의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합숙복무 그 자체를 과도한 규제로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대체복무요원은 ‘36개월’간 ‘합숙복무’를 할 것을 강제 받고 있는바, 보충역 중 복무기간이 36개월인 전문연구요원, 공중보건의사 및 공익법무관은 합숙복무를 하지 않고 있으며, 합숙복무가 강제되는 육군 현역병의 복무기간은 18개월이다. 대체복무요원의 복무 분야에서 군사적 역무가 제외되기는 하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육군 현역병의 복무기간의 2배인 36개월간, 보충역과 달리 합숙복무를 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과도하다. 이로 인해 대체복무요원의 복무는 모든 병역의 형태를 통틀어 가장 긴 기간 합숙의 형태로 거주이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을 제한 받는 복무 방식이 되었다. 승선근무예비역의 경우 36개월간 승선근무를 하여야 하나, 이들은 항해사.기관사 면허소지자로서 지원에 의해 편입되어 자신의 특기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서 복무하면서 보수나 근무 내용 면에서 다른 민간인과 큰 차이가 없으므로, 이들의 복무강도를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강도와 비교할 수는 없다.
합숙조항은 대체복무요원의 복무형태를 합숙복무로 한정함으로써 대체복무의 분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2) 한편 합숙조항은 어떠한 예외도 없이 합숙복무를 강제하여 자녀가 있는 대체복무요원에게 더욱 과도한 기본권 제한을 일으킨다.
현역병입영 대상자 중 자녀를 양육하는 사람으로서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하기를 원하는 경우나 현역병으로 복무하고 있는 사람 중 자녀 출산으로 인하여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예비역에 편입할 수 있어 출퇴근 복무가 가능하나, 대체복무요원에 대해서는 이와 같이 출퇴근 복무가 가능한 어떠한 예외도 두고 있지 않다. 물론 상근예비역은 군복무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대체복무요원과는 구별되나, 이들은 모두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 같은 지위에 있다. 각각의 병역의 종류마다 인력운영 상황이나 복무형태, 수행업무 등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자녀가 있는 대체복무요원에 대해 출퇴근 복무를 허용한다고 하여 교정시설에서의 인력운영 상황이나 수행하여야 할 업무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녀가 있는 현역병입영 대상자라 하더라도 박사학위 과정 입학 이상의 학력자와 국내의 의과.치의과.한의과.수의과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 등은 상근예비역 소집 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들어 자녀가 있는 대체복무요원에 대해서도 출퇴근 복무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으나, 대체복무 자체를 현역복무와의 등가성 확보를 위하여 무겁게 입법한 것이라면 자녀가 있는 대체복무요원에 대해서는 자녀가 있는 현역병입영 대상자 또는 현역병에 준하는 배려를 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한다.
3) 이와 같이 대체복무요원에 대하여 36개월간 합숙복무를 강제하면서 출퇴근 복무를 전혀 허용하지 않는 것은 그 규제의 정도가 과도하다.
(마) 다수결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의사결정구조에서 다수와 달리 생각하는 이른바 ‘소수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반영하는 것은 관용과 다원성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참된 정신을 실현하는 길이다(헌재 2018. 6. 28. 2011헌바379등 참조). 대체복무제도는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민주주의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로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하여금 현역 등의 복무 대신 공익 관련 업무에 종사하여 병역의무를 이행하게 함으로써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를 조화시키려는 데에 그 헌법적 의의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현행 대체복무제도는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강도를 통상의 현역병의 복무강도와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설정하였음에도 대체복무기간을 육군 현역병의 복무기간의 2배로 설정하여 지나치게 긴 기간 대체복무를 이행하도록 하고 있고, 합숙복무를 강제하면서 어떠한 예외도 두고 있지 아니한바, 이로 인한 고역의 정도가 과도하다. 또한 대체복무기관을 교정시설로 한정한 것은 병역자원의 효과적인 활용이나 대체복무를 통한 공익에의 기여를 도외시한 것으로 대체복무제도의 취지에 배치된다. 이는 현행 대체복무제도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병역기피자 증가 억지에 주력한 데 따른 것으로, 그 고역의 정도가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간 병역부담의 형평성 확보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도하게 설정됨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하여금 대체복무의 선택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복무내용조항들은 병역기피자의 증가 억지와 현역병의 박탈감 해소에만 치중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사실상 징벌로 기능하는 대체복무제도를 구성함으로써 침해의 최소성에 어긋나고,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의 공평한 이행 사이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여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복무내용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
다. 헌법불합치결정 및 계속 적용 명령의 필요성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위헌결정을 하여야 하지만, 위헌결정을 통하여 법률조항을 법질서에서 제거하는 것이 법적 공백이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법률조항의 잠정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할 수 있다(헌재 2011. 6. 30. 2008헌바166등 참조).
복무내용조항들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할 경우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 복무기관 및 복무형태에 대한 규율이 즉시 사라지게 되어 현재 대체복무요원으로 복무하고 있는 사람들과 앞으로 대체복무요원으로 소집될 사람들에 대해 대체복무제도 자체를 운용할 수 없게 된다.
나아가 입법자는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의 공평한 이행이 조화롭게 보장되도록 복무의 난이도를 고려하여 대체복무기간을 조정하거나, 합숙 가능 여부 내지 복무에 필요한 자격 등을 고려하여 대체복무의 분야 및 복무형태를 다양화하는 대안을 찾는 등 대체복무제도를 개선할 일차적 책임과 재량이 있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와 병무청 산하 대체역심사위원회 등 각계에서 대체복무제도의 개선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바, 입법자는 이러한 각계의 의견을 토대로 여러 정책적 대안을 숙고하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대체복무제도를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복무내용조항들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것이 타당하다.
8.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이미선의 정당가입금지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우리는 정당가입금지조항이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정당가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침해의 최소성
(1) 대체복무요원의 정당가입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정당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복무형태와 수행하는 업무의 특성, 소속 기관에서 갖는 지위와 권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제로 이들이 자신들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함으로써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헌재 2021. 11. 25. 2019헌마534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이미선의 위헌의견 참조).
대체복무요원은 교정시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체복무기관에서 공익에 필요한 업무에 복무한다(대체역법 제16조 제1항). 대체역법 시행령은 대체복무요원으로 하여금 교도소, 구치소, 교도소.구치소의 지소에서 근무하도록 하였고(복무기관조항), 급식, 물품, 보건위생, 교정.교화, 시설관리에 관한 업무 보조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다(대체역법 시행령 제19조). 구체적인 업무 내용을 살펴보면 급식 관련 업무는 식자재 운반 및 식재료 준비, 조리.배식, 식당 환경정리 등을, 물품 관련 업무는 구매물품.보관품.세탁물품.생활용품.생활기구의 분류 및 배부, 창고 정리 등을, 교정교화 관련 업무는 도서.신문 분류 및 배부, 도서관 관리, 교육교화행사 준비 등을, 보건위생 관련 업무는 환자.장애인 이동 및 생활 보조, 방역, 의약품 분류 보조, 진료 보조 등을, 시설관리 관련 업무는 구내.외 환경미화, 환경개선작업 등을 수행하도록 하였다(대체역 복무관리규칙 제53조 제1항). 그 외 대체복무요원은 접견실 접견 및 민원 안내 등 업무 보조, 외국인 수용자 통역, 수어 통역, 수용기록물 이관 업무 보조 등의 대체업무도 수행한다(같은 규칙 제53조 제2항).
위와 같은 업무 내용들은 단순하고 기능적이며 반복적인 업무가 대부분이다. 대체복무요원에게 주어진 권한은 거의 없어서 직무집행에 있어 재량을 갖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직무와 관련되는 중요한 정보에 접근할 기회도 매우 적으며, 대체복무요원이 관리.감독하는 부하직원도 없다. 그렇다면 대체복무요원이 자신들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직무를 통하여 얻은 정보를 정치에 활용하거나 부하직원을 동원하거나 자신의 정치성향에 유리한 방향으로 직무를 집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대체복무요원에 대하여 정당가입 행위를 허용하더라도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그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다.
(2) 정당에 가입하는 것은 일회적인 행위로서 업무 시간 외에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단순한 행위이고, 정당에 가입한다는 것이 반드시 적극적인 정치 활동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닌 이상, 정당가입을 허용하는 것으로 위와 같이 단순하고 기능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대체복무요원이 업무 시간에 업무에 전념하지 못하게 된다고 볼 수 없다.
(3) 단순한 정당가입 행위 하나만으로 대체복무요원은 일률적으로 경고처분, 복무기간 연장처분 및 형사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복무기간 연장은 실질적으로 대체복무요원에 대하여 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일률적 제재는 지나치게 가혹할 수 있다. 정당가입 이후에 나타나는 정치적 목적을 지닌 행위의 내용이나 방법에 따라 금지 여부를 달리하거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경고처분, 복무기간 연장처분 및 형사처벌 외에 다른 완화된 제재수단을 사용하는 방안 등의 대안이 가능함에도 단지 정당가입 행위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위와 같은 제재를 받는 것은 과도한 규제이다.
(4) 여타 병역의무자들 가운데 정당가입이 금지되는 경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체복무요원의 정당가입이 금지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병역의무의 형평성은 모든 기본권 제한에 관하여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각 근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보충역의 일종인 전문연구요원과 산업기능요원의 경우에는 정치적 목적을 지닌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는바, 이는 이들이 사기업에서 근무하고 그 직무의 성질상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체복무요원도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현역, 보충역 등의 복무를 대신하여 병역을 이행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 직무의 성질상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정당가입을 금지하고 있지 않는 위 전문연구요원 및 산업기능요원과 유사함에도, 이와 달리 대체복무요원에 대해 일률적으로 정당가입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된다.
나. 법익의 균형성
대체복무요원에 대하여 정당에 가입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얻어지는 정치적 중립성은 명백하거나 구체적이지 못한 반면, 그로 인하여 대체복무요원이 받게 되는 정당가입의 자유에 대한 제약과 정당가입을 통한 민주적 의사형성과정에 참여하지 못함으로써 받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은 매우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할 수 없다.
다. 소결
그렇다면 정당가입금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정당가입의 자유를 침해한다.
재판관 이종석 이은애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별지] 관련조항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2019. 12. 31. 법률 제16851호로 제정된 것)
제16조(대체복무기관 및 대체복무요원의 업무) ① 「병역법」 제2조 제17호의2에 따른 대체복무요원(이하 “대체복무요원”이라 한다)은 교정시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체복무기관(이하 “대체복무기관”이라 한다)에서 공익에 필요한 업무(이하 “대체업무”라 한다)에 복무하여야 한다.
② 다음 각 호에 따른 행위는 대체업무에 포함되어서는 아니 된다.
1. 무기.흉기를 사용하거나 이를 관리.단속하는 행위
2. 인명살상 또는 시설파괴가 수반되거나 그러한 능력 향상을 위한 행위
3. 그 밖에 제1호 또는 제2호에 따른 행위와 유사한 행위
③ 대체복무요원의 대체업무 수행은 공무 수행으로 본다.
제19조(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 조정) 국방부장관은 현역병의 복무기간이 조정되는 경우에는 병무청장의 요청에 따라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고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을 6개월의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다.
병역법(2020. 3. 31. 법률 제17166호로 개정된 것)
제2조(정의 등) ① 이 법에서 사용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7의2. “대체복무요원”이란 대체역으로 편입된 사람으로서「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대체복무기관에 소집되어 공익 분야에 복무하는 사람을 말한다.
제5조(병역의 종류) ① 병역은 다음 각 호와 같이 구분한다.
6. 대체역: 병역의무자 중「대한민국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현역, 보충역 또는 예비역의 복무를 대신하여 병역을 이행하고 있거나 이행할 의무가 있는 사람으로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체역에 편입된 사람
제18조(현역의 복무) ② 현역병(지원에 의하지 아니하고 임용된 하사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복무기간은 다음과 같다.
1. 육군: 2년
2. 해군: 2년 2개월. 다만, 해병은 2년으로 한다.
3. 공군: 2년 3개월
제19조(현역 복무기간의 조정) ① 국방부장관은 현역의 복무기간을 다음 각 호와 같이 조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제1호와 제3호의 경우에는 미리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3. 정원(定員) 조정의 경우 또는 병 지원율 저하로 복무기간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6개월 이내에서 단축
제63조의2(가사사정으로 인한 대체역의 소집해제 등) ① 대체역으로서 제62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사람은 원할 경우 대체복무요원 소집을 하기 전이면 대체복무요원 소집을 면제할 수 있으며, 대체복무요원 복무 중이면 소집을 해제할 수 있다.
② 대체복무요원으로서 제62조 제1항 제2호에 해당하는 사람은 원할 경우 복무기간을 6개월로 단축할 수 있으며, 복무기간을 마친 사람은 소집을 해제한다.
구 병역법(2021. 4. 13. 법률 제18003호로 개정되고, 2024. 2. 6. 법률 제20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9조의3(사회복무요원 등의 복무의무 위반) 사회복무요원, 예술.체육요원 또는 대체복무요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2. 제33조 제2항 제1호부터 제3호까지, 제3호의2, 제4호, 제33조의10 제2항 제1호부터 제5호까지, 제7호 및「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제24조 제2항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통틀어 4회 이상 경고처분을 받은 경우
대체역 복무관리규칙(2023. 12. 28. 법무부훈령 제1509호로 개정된 것)
제53조(대체업무) ① 영 제19조 제1항에 따른 대체업무의 세부분야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급식: 식자재 운반 및 식재료 준비, 조리.배식, 식당 환경정리 등
2. 물품: 구매물품.보관품.세탁물품.생활용품.생활기구의 분류 및 배부, 기관으로 보내온 물품 분류, 작업.직업훈련 물품 관리 보조, 창고 정리 등
3. 교정교화: 도서.신문 분류 및 배부, 도서관 관리, 편지 분류 및 배부, 교육교화행사 준비, 수용자 교육(강의).직업훈련 보조, 수용자 상담.심리치료 프로그램 보조 등
4. 보건위생: 환자.장애인 이동 및 생활 보조, 방역, 의약품 분류 보조, 진료 보조 등
5. 시설관리: 구내.외 환경미화, 환경개선작업, 전기.통신.기계(차량 포함) 관리 보조, 시설점검 보조 등
② 영 제19조 제2항에 따라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대체업무는 다음과 같다.
1. 접견실 접견 및 민원 안내 등 업무 보조
2. 외국인 수용자 통역, 수어 통역
3. 수용기록물 이관 업무 보조
4. 외정문.정문 민원 안내 등 업무 보조
5. 통제실 CCTV 모니터링 등 업무 보조
6. 신입자.이입자 수용생활 안내 보조
7. 화재예방 업무, 소방점검 및 소방물품 관리 보조
8. 천재지변이나 그 밖의 재해 발생 시 피해복구나 응급용무 보조
9. 대체복무 행정업무(물품관리 포함) 보조
10. 각 과 문서수발 등 업무 보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