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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권리범위확인(실)

[대법원 2014. 3. 20. 선고 2012후4162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특허법 또는 실용신안법이 규정하고 있는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특허발명 또는 등록실용신안의 진보성 여부를 심리·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특허법은 특허가 일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별도로 마련한 특허의 무효심판절차를 거쳐 무효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특허는 일단 등록이 되면 비록 진보성이 없어 당해 특허를 무효로 할 수 있는 사유가 있더라도 특허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확정되지 않는 한 다른 절차에서 그 특허가 무효임을 전제로 판단할 수는 없다.
나아가 특허법이 규정하고 있는 권리범위확인심판은 심판청구인이 그 청구에서 심판의 대상으로 삼은 확인대상발명이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 객관적인 범위에 속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목적을 가진 절차이므로, 그 절차에서 특허발명의 진보성 여부까지 판단하는 것은 특허법이 권리범위확인심판 제도를 두고 있는 목적을 벗어나고 그 제도의 본질에 맞지 않다. 특허법이 심판이라는 동일한 절차 안에 권리범위확인심판과는 별도로 특허무효심판을 규정하여 특허발명의 진보성 여부가 문제 되는 경우 특허무효심판에서 이에 관하여 심리하여 진보성이 부정되면 그 특허를 무효로 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진보성 여부를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까지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본래 특허무효심판의 기능에 속하는 것을 권리범위확인심판에 부여함으로써 특허무효심판의 기능을 상당 부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는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범위를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다만 대법원은 특허의 일부 또는 전부가 출원 당시 공지공용의 것인 경우까지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권리범위를 인정하여 독점적·배타적인 실시권을 부여할 수는 없으므로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도 특허무효의 심결 유무에 관계없이 그 권리범위를 부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이러한 법리를 공지공용의 것이 아니라 그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선행기술에 의하여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는 것뿐이어서 진보성이 부정되는 경우까지 확장할 수는 없다. 위와 같은 법리는 실용신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 특허가 진보성이 없어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함에도 권리범위확인심판을 허용하는 것은 특허권에 관한 분쟁을 실효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아니하고 당사자로 하여금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 심판절차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특허발명을 보호·장려하고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고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특허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권리범위확인심판 제도를 마련한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권리범위확인심판이 특허가 유효함을 전제로 하여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절차이므로 심판절차에서는 특허의 진보성 여부 등 무효사유가 있는지를 선결문제로서 심리한 다음 무효사유가 부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관하여 나아가 심리·판단하도록 심판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진보성이 없다는 이유로 특허발명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특허가 진보성이 없어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라면, 그러한 특허권을 근거로 하여 적극적 또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할 이익이 없다고 보아야 하고, 그러한 청구는 부적법하여 각하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법리는 실용신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참조조문】

특허법 제29조 제2항, 제135조, 실용신안법 제4조 제2항, 제33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3. 7. 26. 선고 81후56 전원합의체 판결(공1983, 1334), 대법원 1991. 3. 12. 선고 90후823 판결(공1991, 1184)(변경), 대법원 1991. 12. 27. 선고 90후1468, 1475 판결(변경), 대법원 1997. 7. 22. 선고 96후1699 판결(변경),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후2583 판결(변경)


【전문】

【원고, 상고인】

한국특장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특허법인 신세기 담당변리사 김종윤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원심판결】

특허법원 2012. 12. 6. 선고 2012허600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특허법은 특허가 일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별도로 마련한 특허의 무효심판절차를 거쳐 무효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특허는 일단 등록이 되면 비록 진보성이 없어 당해 특허를 무효로 할 수 있는 사유가 있더라도 특허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확정되지 않는 한 다른 절차에서 그 특허가 무효임을 전제로 판단할 수는 없다.
나아가 특허법이 규정하고 있는 권리범위확인심판은 심판청구인이 그 청구에서 심판의 대상으로 삼은 확인대상발명이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 객관적인 범위에 속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목적을 가진 절차이므로, 그 절차에서 특허발명의 진보성 여부까지 판단하는 것은 특허법이 권리범위확인심판 제도를 두고 있는 목적을 벗어나고 그 제도의 본질에 맞지 않다. 특허법이 심판이라는 동일한 절차 안에 권리범위확인심판과는 별도로 특허무효심판을 규정하여 특허발명의 진보성 여부가 문제 되는 경우 특허무효심판에서 이에 관하여 심리하여 진보성이 부정되면 그 특허를 무효로 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진보성 여부를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까지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본래 특허무효심판의 기능에 속하는 것을 권리범위확인심판에 부여함으로써 특허무효심판의 기능을 상당 부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는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범위를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다만 대법원은 특허의 일부 또는 전부가 출원 당시 공지공용의 것인 경우까지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권리범위를 인정하여 독점적·배타적인 실시권을 부여할 수는 없으므로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도 특허무효의 심결 유무에 관계없이 그 권리범위를 부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대법원 1983. 7. 26. 선고 81후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를 공지공용의 것이 아니라 그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선행기술에 의하여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는 것뿐이어서 진보성이 부정되는 경우까지 확장할 수는 없다.
위와 같은 법리는 실용신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와 달리 특허발명 또는 등록실용신안이 신규성은 있으나 진보성이 없는 경우 이에 관한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당연히 그 권리범위를 부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91. 3. 12. 선고 90후823 판결, 대법원 1991. 12. 27. 선고 90후1468, 1475(병합) 판결, 대법원 1997. 7. 22. 선고 96후1699 판결,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후2583 판결 등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실시하고 있는 원심판시 확인대상고안이 명칭을 ‘사료 운반차량용 사료 반송장치’로 하는 이 사건 등록고안(등록번호 생략)의 실용신안등록청구범위(특허심판원 2012. 9. 24.자 2012정83호 심결로 정정된 것) 제1항과 제3항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취지로 판단하면서, 위 각 고안은 진보성이 없어 무효이므로 그 권리범위가 인정될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을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는 진보성이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권리범위를 부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위 법리에 비추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진보성 여부를 심리·판단할 수 있는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은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고영한의 보충의견과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신영철의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은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특허발명 또는 등록실용신안의 진보성 여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찬성할 수 없다.
 
나.  특허권의 권리범위확인심판은 특허가 유효함을 전제로 하여 특허발명의 권리범위를 확인하는 심판절차이다. 특허권의 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는 현존하는 특허권의 범위를 확정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특허에 무효사유가 있어 특허법이 정한 특허무효심판 절차를 거쳐 무효로 된 경우에는 그에 관한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할 이익이 소멸한다(대법원 1996. 9. 10. 선고 94후2223 판결,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후359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특허는 일단 등록된 이상 비록 무효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특허무효심판 절차에서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확정되지 않는 한 대세적(對世的)으로 무효로 되지 아니한다는 법리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고, 그 결과 무효의 심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할 이익이 인정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특허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특허를 받을 수 없는 발명에 대하여 잘못하여 특허등록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특허는 특허의 외양을 하고 있을 뿐 무효사유가 있어 특허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고 그 실체가 인정될 여지도 없어 애당초 그 특허발명의 권리범위를 상정할 수가 없다. 그러한 특허에 대하여 특허무효심판 절차를 거쳐 무효로 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별다른 제한 없이 권리범위확인심판을 허용하게 되면, 특허등록이 형식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실체 없는 특허권을 마치 온전한 특허권인 양 그 권리범위를 확인해 주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 권리범위는 인정할 수 있지만 정작 그 권리는 부정된다고 하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이를 수용하여야 한다고 하는 것은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이 납득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다. 대법원이 일단 등록된 특허라도 신규성이 없어 무효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 그 특허발명의 권리범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것(대법원 1983. 7. 26. 선고 81후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은 바로 이 점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특허발명에 신규성이 없는 경우에는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도 특허무효의 심결 유무에 관계없이 그 권리범위를 부정할 수 있으나, 진보성이 부정되는 경우까지 그와 같이 볼 수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신규성 결여와 진보성 결여는 모두 발명의 구성과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할 것이 요구되는 특허의 무효사유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으므로,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권리범위를 판단하기 위한 전제로서 발명의 신규성을 심리·판단하는 것과 진보성을 심리·판단하는 것 사이에 차등을 둘 이유가 없다.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특허의 신규성 여부는 판단할 수 있다고 하면서 진보성 여부는 판단할 수 없다고 하는 다수의견은 그 논리에 일관성이 결여되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한편 대법원은 특허발명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그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없어 특허가 특허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 특허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등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법리를 선언한 바 있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특허가 특허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라면 특허권의 침해가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이고, 이러한 논리를 특허권의 권리범위확인심판에 대하여 적용하면 특허권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선결문제로서의 의미를 갖는 권리범위의 확인을 청구할 이익도 부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특허가 진보성이 없어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하여 특허권 침해가 인정될 여지가 없음에도 이를 도외시한 채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관하여 심판하는 것은 무효임이 명백한 특허권의 행사를 허용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허가 진보성이 없어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 특허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법리가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등의 청구에서만 존중되어야 하고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볼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이와 같이 특허가 진보성이 없어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함에도 권리범위확인심판을 허용하는 것은 특허권에 관한 분쟁을 실효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아니하고 당사자로 하여금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 심판절차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특허발명을 보호·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고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특허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권리범위확인심판 제도를 마련한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특허발명에 대한 특허무효심판이나 권리범위확인심판은 모두 특허심판원이 담당하므로 권리범위확인심판 절차에서 특허발명의 진보성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는 것은 그 판단 주체의 면에서 보아 문제 될 것이 없다. 오히려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특허가 진보성이 없어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특허권의 권리범위확인을 거절하게 되면,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는 확인대상발명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심결을 하여 확인대상발명이 특허권을 침해한다는 듯한 판단을 하면서 특허무효심판에서는 특허가 진보성이 없어 무효라고 심결을 하여 확인대상발명의 특허권 침해를 부정하는 듯한 판단을 함으로써 상호 모순되는 심결을 한 것과 같은 외관이 작출되는 불합리를 방지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권리범위확인심판이 특허가 유효함을 전제로 하여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절차이므로 그 심판절차에서는 특허의 진보성 여부 등 무효사유가 있는지를 선결문제로서 심리한 다음 그 무효사유가 부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관하여 나아가 심리·판단하도록 그 심판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진보성이 없다는 이유로 특허발명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 특허가 진보성이 없어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라면, 그러한 특허권을 근거로 하여 적극적 또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할 이익이 없다고 보아야 하고, 그러한 청구는 부적법하여 각하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법리는 실용신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은 이 사건 등록고안이 진보성이 없어 특허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여 이 사건 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를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할지 판단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진보성이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권리범위를 부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는바, 이는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진보성 여부를 심리·판단할 수 있는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파기환송함이 상당하다.
 
라.  이상의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5.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고영한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특허에 무효사유가 있더라도 특허무효심판 절차에서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확정되지 않는 한 대세적으로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단순히 무효사유가 존재할 뿐 아직 무효로 되지 아니한 특허를 무효심결이 확정되어 무효로 된 특허와 동일하게 취급하여 곧바로 그 권리범위를 부정할 수는 없다. 위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도 특허권침해소송에서 무효사유가 있는 특허권의 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전제로서 그 특허에 무효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이지, 특허에 무효사유가 있다고 하여 바로 그 특허가 무효인 것으로 취급하여야 한다거나 권리범위 자체를 부정하여야 한다는 취지가 아님은 명백하다.
한편 특허권의 권리범위확인심판은 확인대상발명이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 객관적인 범위에 속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제한적 목적을 가진 절차일 뿐 침해금지청구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의 존부와 같은 권리관계까지 확인하거나 확정하는 절차가 아니고,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의 판단이 특허권침해소송이나 특허무효심판에 기속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2002. 1. 11. 선고 99다5932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권리범위확인심판이 특허의 유효를 전제로 하여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그 절차에서 특허의 무효 여부까지 판단하도록 하는 것은 위와 같은 제도의 목적과 본질에 맞지 않다. 나아가 특허법은 특허무효심판 제도와 별개로 권리범위확인심판 제도를 두고 있는데, 권리범위확인심판 및 그에 대한 불복 소송에서 특허무효 여부를 권리범위확인의 전제로서 항상 먼저 심리하여야 한다면, 이는 특허무효심판 절차를 권리범위확인심판의 적법 요건을 심사하는 전심절차로 취급하는 것과 같이 되어 이들을 별개의 독립된 절차로 규정하고 있는 특허법 체계의 근간을 해치는 것이다.
나아가 특허에 무효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특허무효심판과 특허에 관한 권리범위확인심판이 각각 그 목적과 기능을 달리하는 별개의 절차로 병존하고 있는 이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확인대상발명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판단하였다고 해서 그 후 특허무효심판에서 그 특허가 무효라고 판단하는 것과 서로 모순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
 
나.  한편 대법원은 특허권침해소송에서 특허권자의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등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항변이 있는 경우 그 당부를 살피기 위한 전제로서 특허발명의 진보성 여부에 대하여 심리·판단할 수 있다는 법리를 선언한 바 있다(위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런데 특허권침해소송에서 권리남용의 항변을 받아들여 특허권 침해를 부정하는 것은 권리의 부존재나 무효가 아닌 권리행사의 제한사유를 이유로 하여 분쟁 당사자 사이의 권리관계를 판단하는 것이고, 그 판결의 효력도 소송 당사자 사이에서만 미친다. 반면에 권리범위확인심판은 어디까지나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 객관적 범위를 대세적으로 확인하는 제한적인 의미를 가질 뿐 특허권침해를 둘러싼 분쟁 당사자 사이의 권리관계를 최종적으로 확인해주는 것이 아니고, 그 심결이 확정되면 심판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도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대세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특허권침해소송에서 권리남용의 항변의 내용으로서 진보성이 없다는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이는 특허의 대세적 효력을 특허무효심판에 의해서만 부정할 수 있도록 한 특허법의 기본 구조와 상충되지 않지만, 심결에 대세적 효력이 있는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진보성 결여를 이유로 무효사유 주장을 인정하게 되면 이는 위와 같은 특허법의 기본 구조와 상충된다. 그러므로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는 특허권침해소송에서와는 달리 진보성 여부를 특허무효사유로 주장할 수 없고, 이로 인하여 권리범위확인심판과 특허권침해소송에서의 결론이 마치 상반되는 듯이 보인다고 하여 서로 모순된다고 할 수는 없다.
 
다.  또한 심판청구의 이익이 있는지는 직권조사사항이므로, 반대의견과 같이 특허가 진보성이 없어 특허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 그에 관한 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의 이익이 없다고 본다면, 모든 권리범위확인심판 및 이에 대한 불복절차에서 특허심판원이나 특허법원은 당사자의 주장과 관계없이 항상 직권으로 특허가 진보성이 없어 특허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이 명백한지 여부를 심리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특허심판원이나 특허법원에 과도한 심리 부담을 주는 것이 되어 부적절하다. 반대의견과 같이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진보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면 당사자 사이의 분쟁이 사실상 종료되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으나,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의 판단이 특허권침해소송이나 특허무효심판에 기속력을 미치지 못하는 이상 그 판단에 불복한 당사자가 위와 같은 별도의 절차를 통한 분쟁을 계속할 경우에는 오히려 당사자들로 하여금 분쟁해결에 도움이 되지 아니하는 무용한 절차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라.  위와 같은 점들을 종합하여 보면, 반대의견과 같이 특허가 진보성이 없어 특허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라도 그에 관한 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가 심판청구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볼 수는 없고, 이와 같은 법리는 실용신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6.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신영철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지적하는 것처럼, 특허에 무효사유가 있더라도 특허무효심판 절차에서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확정되지 않는 한 특허가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 그 특허에 대하여 예외 없이 무효사유가 없는 특허와 동일한 법적 지위나 효력을 부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없어 특허가 특허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 특허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등의 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이 바로 그러한 예외가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권리남용의 법리를 적용하여 특허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등의 청구를 배척함으로써 마치 특허가 무효로 된 것이나 다름없는 효과를 내고 있다. 마찬가지로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도 특허가 특허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 관한 확인을 거부하여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추구하는 소송경제와 효율성을 권리범위확인심판에도 보완적용하자는 것이 반대의견의 기본취지이다.
특허권의 권리범위확인심판은 권리범위확인의 대상이 되는 특허권이 존재함을 당연한 논리적 전제로 하고 있다. 특허법이 권리범위확인심판 제도와는 별개로 특허무효심판 제도를 두고 있다고 하여 이러한 논리적 전제가 부정될 수는 없다. 이를 무시하면서까지 실체가 없는 특허권에 관하여도 형식적이나마 권리범위확인심판을 허용하는 것이 두 제도를 병치시켜 둔 특허법의 취지라고 볼 수는 없다.
특허에 무효사유가 있음이 명백함에도 이러한 사정을 특허무효심판 절차에 미루어 둔 채 확인대상발명이 그 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 여부에 관한 심결을 하게 되면, 심판의 당사자는 물론 제3자조차 무효로 되어야 할 특허에 일정한 권리범위가 존재한다거나 특허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법률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아니하다. 또한 특허권의 권리범위확인심판은 그 심판의 당사자 이외의 제3자에게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므로 특허에 무효사유가 있음이 명백한지를 심리한 후에 그 권리확정에 나아감이 타당하다. 그렇지 아니하면 심판의 당사자는 물론 제3자조차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를 봉쇄당하게 되어 일반 제3자의 이익을 해치게 된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특허권의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특허가 진보성이 없어 무효로 될 것이 명백한지를 살펴야 한다면 특허심판원이나 법원에 과도한 심리의 부담을 주고 당사자들로 하여금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도록 하게 된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심판청구의 이익의 유무는 직권조사사항이므로, 권리범위확인심판 사건에서 특허심판원이나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 여부와 관계없이 언제나 특허에 무효사유가 있음이 명백한지를 심리·판단하여야 한다. 심판청구의 이익이 있는지를 심리하는 데 부담이 따른다고 하여 그 심리를 생략한 채 아무런 이익도 없는 심판청구를 허용할 수는 없으므로, 그러한 부담을 우려하여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는 특허의 무효사유에 관한 심리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오히려 특허무효심판과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준별하여 권리범위확인심판 절차에서는 특허의 무효 여부를 판단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단일한 분쟁을 여러 개의 소송사건으로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로 시간과 비용의 낭비와 당사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특허심판원이나 법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법리는 실용신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혀 둔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양창수 신영철 민일영 이인복 이상훈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 고영한(주심) 김창석 김신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