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집행방해
【판시사항】
피고인이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인근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 다음, 음주운전 교통사고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甲에게서 조사를 위하여 함께 내려갈 것을 요청받고 거부하다가, 甲이 피고인의 팔을 잡아끌자 뿌리치면서 甲을 밀치고 정강이를 1회 걷어차는 등 폭행하여 甲의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인근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 다음, 음주운전 교통사고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甲에게서 조사를 위하여 함께 내려갈 것을 요청받고 거부하다가, 甲이 피고인의 팔을 잡아끌자 뿌리치면서 甲을 밀치고 정강이를 1회 걷어차는 등 폭행하여 甲의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甲은 피고인에게 임의동행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나, 피고인이 임의동행 요구를 명백히 거절하였는데도 현행범인 체포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강제연행을 위하여 피고인의 팔을 잡아끈 행위는 임의동행의 한계를 넘은 것으로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고, 피고인이 甲의 위법한 직무행위를 제지하기 위하여 그에게 위와 같은 정도의 폭행을 가하였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형법 제136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 제325조,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 제2항
【전문】
【피 고 인】
【항 소 인】
검사
【검 사】
정재현 외 1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덕양 담당변호사 한은석
【원심판결】
청주지법 2015. 11. 25. 선고 2015고단161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원심의 형(벌금 3,000,000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이 사건 공무집행의 적법성 여부에 관하여 직권으로 본다.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5. 6. 6. 16:50경 청주시 흥덕구 신성로에서 (차량번호 생략) 제네시스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공소외 1의 집 대문을 들이박는 교통사고를 내고 차에서 내려 청주시 흥덕구 신성로에 있는 ○○○○유통 옥상으로 갔다.
피고인은 2015. 6. 6. 17:15경 위 ○○○○유통 옥상에서, 교통사고가 났다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소속 경사 공소외 2 등으로부터 교통사고 조사를 해야 하니 내려가라는 말을 듣고 거부하다가 공소외 2가 피고인의 팔을 잡고 내려가려고 하자 이를 뿌리치면서 공소외 2를 밀치고 발로 공소외 2의 정강이를 1회 차는 등 폭행하여 경찰관의 질서유지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
나. 관련 법리
형법 제136조가 규정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고, 여기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함은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 아니라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이러한 적법성이 결여된 직무행위를 하는 공무원에게 대항하여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공무집행방해죄로 다스릴 수는 없다(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도506 판결 참조).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은 “수사에 관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 다만, 강제처분은 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임의수사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바,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하는 것은, 상대방의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되어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 상태에 놓이게 됨에도,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그 밖에 강제성을 띤 동행을 억제할 방법도 없어서 제도적으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임의성이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직 정식의 체포·구속 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체포·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각종의 권리 보장 장치가 제공되지 않는 등 형사소송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의 동행이 이루어졌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그 적법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6. 7. 6. 선고 2005도6810 판결 참조).
다. 인정 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은 2015. 6. 6. 16:50경 청주시 흥덕구 신성로 부근 도로에서 (차량번호 생략) 제네시스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공소외 1의 집 대문을 들이박는 교통사고를 낸 다음, 차에서 내려 인근에 있는 ○○○○유통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2) 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소속 경사 공소외 2는 2015. 6. 6. 17:15경 술을 마신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냈다는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였고, 피고인이 ○○○○유통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위 건물에서 피고인을 찾다가 건물 옥상에서 피고인을 발견하였다.
3) 공소외 2는 피고인에게 교통사고 및 음주운전 조사를 위해 함께 가줄 것을 요청하였는데, 피고인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공소외 2는 피고인에게 재차 함께 내려갈 것을 요청하였음에도 피고인이 이를 거부하자, 피고인의 팔을 손으로 잡으면서 “그만하세요. 이제 내려가시죠.”라고 말하였고, 피고인은 욕설을 하면서 공소외 2의 손을 뿌리쳤다.
4) 공소외 2가 다시 피고인의 팔을 잡아끌자 피고인은 완강하게 팔을 뿌리치고 공소외 2를 밀치면서 발로 정강이를 1회 걷어찼고, 이에 공소외 2는 피고인을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하였다(공소외 2는 당심 법정에서 피고인에 대한 현행범인체포서에는 공무집행방해에 관한 범죄사실만 기재되어 있다고 진술하였다).
라. 판단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경찰관인 공소외 2는 교통사고 및 음주운전 조사를 위해 피고인에게 함께 경찰서로 가자고 함으로써 임의동행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고인이 임의동행 요구를 명백히 거절하였음에도 현행범인 체포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강제연행을 위해 피고인의 팔을 잡아끈 공소외 2의 행위는 임의동행의 한계를 넘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고, 피고인이 공소외 2의 위법한 직무행위를 제지하기 위하여 그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정도의 폭행을 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공소외 2가 음주운전 또는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에 관하여 피고인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한 것도 아니고, 그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제2의 라.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