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일반교통방해·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등)·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판시사항】
[1]
국가보안법 제7조 제3항이 규정한 이적단체의 판단 기준 및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가 이적단체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이적표현물로 인정하기 위한 요건과 그 판단 기준 및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의 ‘2008년 정기 대의원대회’ 자료집, ‘우리민족끼리’ 책자 등이 이적표현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3]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에 규정된 이적표현물에 관한 죄의 법적 성격 및 이적행위를 할 목적의 증명책임 소재(=검사)와 그 증명 방법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가) 어느 단체가 표면적으로는 강령·규약 등에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하는 등의 활동을 목적으로 내걸지 않았더라도 그 단체가 주장하는 내용, 활동 내용, 반국가단체 등과 의사 연락을 통한 연계성 여부 등을 종합해 볼 때, 그 단체가 실질적으로 위와 같은 활동을 그 단체의 목적으로 삼았고 그 단체의 실제 활동에서 그 단체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된다면 그 단체를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3항이 규정하는 이른바 ‘이적단체’로 보아야 한다.
(나)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이하 ‘실천연대’라 한다)의 강령, 규약, 출범식 보도문 등에 나타나는 그 구체적인 강령 내용과 실천연대가 주장하거나 활동하여 온 내용의 상당 부분은 그 실질에서 반국가단체로서의 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하고자 하는 의도의 표현으로 볼 수 있는 점, 실천연대 구성원들의 면면 및 그들이 작성한 문건 등에 비추어 보면 실천연대는 조직 내부적으로 북한의 주체사상과 선군정치를 추종·동조하는 세력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실천연대는 외부적으로도 반국가단체로서의 북한과 직·간접적 의사연락을 통한 연계성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이 가입하여 주도적으로 활동하여 온 위 실천연대가 비록 표면적으로는 정식 사회단체로 관청에 등록하여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이 정한 형식적·절차적 요건까지 구비하여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은 적이 있다 하여도, 그 실질에서는 반국가단체로서의 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삼았고, 실제 활동 또한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이른바 이적단체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 (가) 이적단체의 구성·가입죄를 규정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과
제3항의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라는 위험성 요건을 해석할 때에도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기준에 따라야 할 것은 당연하고, 그 기준을 완화하여 다수의견과 같이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의 기준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그 위험은 위험의 단순한 경향성 또는 개연성이나 추상적 해악의 통상적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 해악의 현실적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되어야 한다.
(나)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는 ‘명백·현존의 위험’ 기준 뿐만 아니라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실질적 해악의 (명백한) 위험’ 기준에 따르더라도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험이 있는 이적단체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2] [다수의견] (가)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표현물의 내용이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어야 하고, 표현물에 이와 같은 이적성이 있는지 여부는 표현물의 전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그 작성의 동기는 물론 표현행위 자체의 태양 및 외부와의 관련사항, 표현행위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나)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의 ‘2008년 정기 대의원대회’ 자료집과 ‘우리민족끼리’ 책자 등은 그 내용이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으로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 (가)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처벌대상이 되는 이적표현물이 되기 위해서는 대법원판례와 다수의견이 요구하는 대한민국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이라는 요건 외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험’을 가진 표현물일 것을 요한다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위험성 요건을 인정하는 기준 역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나)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의 ‘2008년 정기 대의원대회’ 자료집과 ‘우리민족끼리’ 책자 등을 이적표현물이라고 본 다수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고, 이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이 요구하는 위험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표현물로서 이적표현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3] [다수의견] (가)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죄는
제1,
3,
4항에 규정된 이적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하는 것으로서 이른바 목적범임이 명백하다. 목적범에서의 목적은 범죄 성립을 위한 초과주관적 위법요소로서 고의 외에 별도로 요구되는 것이므로, 행위자가 표현물의 이적성을 인식하고
제5항의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인정되지 아니하면 그 구성요건은 충족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므로 행위자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며, 행위자가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하고
제5항의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그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고 추정해서는 아니된다. 이 경우 행위자에게 이적행위 목적이 있음을 증명할 직접증거가 없는 때에는 표현물의 이적성의 징표가 되는 여러 사정들에 더하여 피고인의 경력과 지위, 피고인이 이적표현물과 관련하여
제5항의 행위를 하게 된 경위, 피고인의 이적단체 가입 여부 및 이적표현물과 피고인이 소속한 이적단체의 실질적인 목표 및 활동과의 연관성 등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
(나) 이와 달리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하면서 취득·소지 또는 제작·반포하였다면 그 행위자에게는 위 표현물의 내용과 같은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92. 3. 31. 선고 90도2033 전원합의체 판결을 비롯하여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다른 대법원 판결들을 변경한다.
(다) 피고인이 이적단체인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이하 ‘실천연대’라 한다)의 집행위원 겸 중앙사무처 사무국원으로서 적극 활동하고 있었던 점 및 실천연대의 목표와 노선 및 북한의 상투적인 대남선전선동 활동을 적극적으로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내용 등을 수록한 각 표현물을 소지하여 이를 실천연대 간부로서 활동하는 지침으로 사용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할 때, 피고인은 위 표현물의 내용이 이적성을 담고 있음을 인식하고 위 표현물로써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대한 찬양·고무 등 이적행위를 할 목적으로 위 표현물을 소지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이 규정하는 각종 행위는 모두 사상의 표현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금지하고 처벌하기 위해서는 명백·현존하는 위험을 구체적으로 유발시킬 목적이나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 입증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적표현물에 관한 죄에는 종전 대법원판례 중 이적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기만 하면 바로 이적행위 목적을 인정할 수 있다는 부분도 마저 변경되어야 한다.
[대법관 김영란의 반대의견] 이적표현물 소지죄에서 이적행위 목적이 지니는 특수한 성질에 비추어 이적표현물 소지자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은 향후 그 표현물을 가지고 어떠한 이적행위를 할 계획이나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증명이 되는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이적표현물 소지자가 향후 그 표현물 또는 그 표현물의 내용을 사용하여 어떻게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려 하는 것인지 등이 구체적으로 밝혀져야 한다.
【참조조문】
[1]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3항
[2]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5항
[3]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5항,
형사소송법 제308조
【참조판례】
[1][2]
대법원 1999. 10. 8. 선고 99도2437 판결(공1999하, 2370),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0도987 판결(공2004하, 1377) / [1]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공2008상, 718) / [2]
대법원 2004. 8. 30. 선고 2004도3212 판결(공2004하, 1627),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9163 판결,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8도2912 판결 / [3]
대법원 1992. 3. 31. 선고 90도2033 전원합의체 판결(공1992, 1466)(변경),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5도1035 판결(공1997상, 559)(변경),
대법원 1997. 6. 13. 선고 96도2606 판결(공1997하, 2093)(변경),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6도1327 판결(공1997하, 3705)(변경),
대법원 1999. 12. 7. 선고 98도4398 판결(공2000상, 241)(변경),
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도4101 판결(변경),
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2도2246 판결(변경)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설창일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0. 1. 13. 선고 2009노2229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에 있어서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어느 범죄에 2인 이상이 공동가공하는 경우 공모는 법률상 어떠한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 비록 암묵적으로라도 수인 사이에 의사가 상통하여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진다(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도171 판결 참조). 또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을 폭행·협박하여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에 성립하는 결과적 가중범으로서, 이러한 결과적 가중범의 공동정범은 기본행위를 공동으로 할 의사가 있으면 성립하고 결과를 공동으로 할 의사는 필요 없으므로 행위자가 그 결과를 의도하지 않더라도 그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으면 족하다(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2도919 판결 참조).
위 법리와 원심이 인정한 판시 각 사정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이 2007. 8. 10. 다른 시위참가자들과 공모공동하여 다중의 위력으로 시위질서 유지의 직무를 집행하는 경찰관을 폭행하여 상해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에 있어서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나. 각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의 점과 관련된 채증법칙 위반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비난하는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다.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 규정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 등에 대하여
형법 제185조 중 ‘육로를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 부분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헌법재판소 2010. 3. 25. 선고 2009헌가2 결정 참조). 따라서 이와 관련된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 각 일반교통방해의 점과 관련된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은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비난하는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라. 국가보안법 제2조에서 정한 반국가단체에 관한 법리오해 등 주장에 대하여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남·북한 관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로서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고, 그 때문에 반국가단체 등을 규율하는 국가보안법의 규범력도 계속 유효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견해이다(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따르면 원심이 같은 취지의 제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국가보안법 제2조에서 정한 반국가단체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마.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가 이적단체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하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3항이 규정하는 이른바 ‘이적단체’라 함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이하 ‘반국가단체 등’이라 한다)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하여 특정 다수인이 결성한 계속적이고 독자적인 결합체를 가리킨다. 이와 같은 이적단체 구성·가입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할 때에는,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한다”는 국가보안법의 목적( 같은 법 제1조 제1항)과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이 법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는 국가보안법 해석·적용의 기본원칙( 같은 법 제1조 제2항), 유추해석이나 확대해석을 금지하는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정신에 비추어서 엄격히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다만, 어느 단체가 표면적으로는 강령·규약 등에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하는 등의 활동을 목적으로 내걸지 않았더라도 그 단체가 주장하는 내용, 활동 내용, 반국가단체 등과 의사 연락을 통한 연계성 여부 등을 종합해 볼 때, 그 단체가 실질적으로 위와 같은 활동을 그 단체의 목적으로 삼았고 그 단체의 실제 활동에서 그 단체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된다면 그 단체를 이적단체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①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이하 ‘실천연대’라 한다)의 강령, 규약, 출범식 보도문 등에 나타나는 그 구체적인 강령 내용 중 ‘반미자주화’, ‘미국의 한반도 지배양식 제거’ 등은 6.15공동선언, 10.4공동선언의 내용과 무관하고 오히려 반국가단체로서의 북한이 일관되게 주장하여 온 내용에 부합하며, 그 밖에 실천연대가 주장하거나 활동하여 온 내용의 상당 부분은 북한의 주체사상, 선군정치, 강성대국론, 핵실험에 대한 찬양·홍보와 그에 기한 사상교육의 시도, 반미자주화를 위한 물리력 행사와 민중 폭력의 당위성 강조 등으로, 이는 결국 그 실질에 있어서 반국가단체로서의 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하고자 하는 의도의 표현으로 볼 수 있는 점, ② 실천연대는 대법원 판결에 의하여 반국가단체로서의 북한과의 연계성을 이유로 이적단체임이 확인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이하 ‘범민련’이라 한다)에 참여한 단체들을 주축으로 구성되어 위 범민련 정신의 실천을 위해 노력할 것을 밝히고 있고, 실천연대의 주요 구성원들은 국가보안법위반 전력자이고 그 주요 직책 역시 대법원 판결에 의하여 이적단체임이 확인된 기수(期數)의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간부였던 자들이 담당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구성원들의 면면 및 그들이 작성한 문건 등에 비추어 보면 실천연대는 조직 내부적으로 북한의 주체사상과 선군정치를 추종·동조하는 세력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실천연대는 남북교류를 빙자하여 북한 대남공작기구 소속원으로부터 ‘미군철수 남북공대위 결성’, ‘선군정치 선전’ 등의 지령을 받아 이에 따라 활동하였고, 매년 대의원대회에서 북한의 방송, 신문, 반제민족민주전선 홈페이지 등에 나타나는 ‘반미자주화 투쟁의 대중화·전국화, 북한의 핵 보유 및 김정일과 선군정치의 업적을 알리는 대중선전활동’ 등 주요 사안별 투쟁지침을 인용·동조하여 그 총노선으로 채택한 후 각종 반미·반정부 투쟁을 전개하여 왔으며, 북한 역시 이에 맞추어 방송을 통해 실천연대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보도하면서 체제선전에 이용하는 등 외부적으로도 반국가단체로서의 북한과 직·간접적 의사연락을 통한 연계성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과 위 법리를 종합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이 가입하여 주도적으로 활동하여 온 실천연대가 비록 표면적으로는 정식 사회단체로 관청에 등록하여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이 정한 형식적·절차적 요건까지 구비하여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은 적이 있다 하여도, 그 실질에 있어서는 반국가단체로서의 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삼았고, 실제 활동 또한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이른바 이적단체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니,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실천연대를 이적단체로 본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적단체 인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바. 이 사건 각 표현물이 이적표현물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하여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표현물의 내용이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어야 하고, 표현물에 이와 같은 이적성이 있는지 여부는 표현물의 전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그 작성의 동기는 물론 표현행위 자체의 태양 및 외부와의 관련사항, 표현행위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9163 판결,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8도2912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인이 소지한 이 사건 각 표현물 중 ① 실천연대 ‘2008년 정기 대의원대회’ 자료집은 전체적으로 반국가단체로서의 북한이 주장하는 선군정치와 핵실험을 찬양·고무하고,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주장하는 북한에 전적으로 동조하며,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친미반통일세력 척결, 국가보안법 철폐 등 상투적인 대남선전선동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내용일 뿐만 아니라, 그 작성 주체 및 경위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적단체인 실천연대가 2008년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2007년도의 활동내용을 보고하고 2008년 한해의 활동목표, 총노선 등을 정하기 위해 작성한 것인 점, ② ‘우리민족끼리’ 책자는 한국이 미제국주의의 식민지에 불과하나 북한은 집단주의와 하나의 당, 뛰어난 지도자에 의해 사회기능이 일관되게 작동하는 사회로서 평등을 이루고 있다고 규정하고, 한국전쟁을 일으킨 미제국주의는 도시빈민 등 이 땅의 만악의 근원이므로 민중이 단결하여 이를 철거하고 또한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통하여 북한이 주장하는 연방제 통일방안의 전제조건을 달성하여 우리민족끼리 통일을 이루어야 하며, 북한의 주체사상은 과학적으로 논증된 세계에 대한 새롭고 위대한 견해이고, 군사문제를 최우선의 원칙으로 혁명과 건설을 풀어나가며 군대를 국사의 근간으로 내세워 사회주의 위업과 자주통일 문제를 전반적으로 밀고 나가는 정치인 선군정치는 미제국주의로부터 북한을 지키는 수단으로 옹호되어야 하고, 김정일은 바른 정치철학을 가지고 이를 훌륭하게 구현하는 지도자라는 등의 내용으로, 대부분 다수의 북한원전의 주장과 표현을 그대로 베끼거나 인용한 것으로, 전체적으로 반국가단체로서의 북한이 주장하는 주체사상, 선군정치, 연방제 통일방안 등을 찬양·동조하고, 반제자주화 투쟁,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등 북한의 상투적인 대남선전선동 활동을 적극적으로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내용일 뿐만 아니라, 이적단체인 실천연대의 상임대표 공소외인이 그 작성자인 점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과 위 법리를 종합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각 표현물은 그 내용이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으로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니,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각 표현물의 이적성을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적표현물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사. 피고인에게 이적행위 목적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하여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죄는 제1, 3, 4항에 규정된 이적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하는 것으로서 이른바 목적범임이 명백하다. 목적범에서의 목적은 범죄 성립을 위한 초과주관적 위법요소로서 고의 외에 별도로 요구되는 것이므로, 행위자가 표현물의 이적성을 인식하고 제5항 소정의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인정되지 아니하면 그 구성요건은 충족되지 아니하는 것이다.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므로 행위자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며, 행위자가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하고 제5항 소정의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그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고 추정해서는 아니된다. 이 경우 행위자에게 이적행위 목적이 있음을 증명할 직접증거가 없는 때에는 앞에서 본 표현물의 이적성의 징표가 되는 여러 사정들에 더하여 피고인의 경력과 지위, 피고인이 이적표현물과 관련하여 제5항 소정의 행위를 하게 된 경위, 피고인의 이적단체 가입 여부 및 이적표현물과 피고인이 소속한 이적단체의 실질적인 목표 및 활동과의 연관성 등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
이와 달리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하면서 취득·소지 또는 제작·반포하였다면 그 행위자에게는 위 표현물의 내용과 같은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92. 3. 31. 선고 90도203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5도1035 판결, 대법원 1997. 6. 13. 선고 96도2606 판결,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6도1327 판결, 대법원 1999. 12. 7. 선고 98도4398 판결, 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도4101 판결, 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2도2246 판결과 그 밖에 이 판결의 견해와 다른 대법원 판결들은 모두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안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
위 법리와 원심판결 및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정들, 즉 피고인은 이적단체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과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에 가입하여 이적표현물을 취득, 소지, 제작, 반포하고 불법적인 집회·시위에 참가하여 시위 진압 경찰관들에게 상해를 가한 범죄사실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확정된 전력이 있는 자로서 이 사건 당시에는 이적단체인 실천연대의 집행위원 겸 중앙사무처 사무국원으로서 적극 활동하고 있었던 점, 실천연대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북한의 주체사상, 선군정치, 강성대국론, 핵실험에 대한 찬양·홍보와 그에 기한 사상교육의 시도, 반미자주화를 위한 물리력 행사와 민중 폭력의 당위성 등을 강조하고 이러한 노선에 따라 각종 반미·반정부 투쟁을 전개해 왔는데, 이 사건 각 표현물은 이러한 실천연대의 목표와 노선 및 북한의 상투적인 대남선전선동 활동을 적극적으로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내용 등을 수록하고 있으며, 피고인은 이 사건 각 표현물을 실천연대 간부로서 활동하는 지침으로 사용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학술연구나 영리 등 목적을 주된 동기로 이 사건 각 표현물을 소지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각 표현물의 내용이 이적성을 담고 있음을 인식하고 이 사건 각 표현물로써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대한 찬양·고무 등 이적행위를 할 목적으로 이 사건 각 표현물을 소지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각 표현물을 소지한 피고인에게 이적행위 목적이 인정된다고 본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적행위 목적의 증명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검사의 상고이유는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비난하는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실천연대의 이적단체성, 이 사건 각 표현물의 이적표현물 해당 여부 및 이적행위 목적에 관한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 이적행위 목적에 관한 대법관 김영란의 반대의견, 북한의 반국가단체성 등에 관한 대법관 박시환의 반대의견 및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북한의 반국가단체성 등에 관한 대법관 양승태,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민일영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다.
4. 실천연대의 이적단체성, 이 사건 각 표현물의 이적표현물 해당 여부 및 이적행위 목적에 관한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
가. 국가보안법 해석의 기본 전제
다수의견이 언급한 바와 같이, 국가보안법은 제1조에서 국가보안법의 목적은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며, 그 법의 적용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고 확대해석하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없도록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규제하고자 하는 행위들은 사상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와 직접 관련된 행위들로서 그 규제가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제한적으로 행하여지지 않는 경우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핵심적 요소라 할 수 있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게 되어 자유민주주의를 보호하기보다는 도리어 이를 해치게 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상 여러 처벌규정의 구성요건을 해석할 때에는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며, 특히 대부분 조항에 명시되어 있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이나 제7조 제5항에 규정되어 있는 “이적행위의 목적” 등 추상적 요건의 해석에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국가보안법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국가보안법 처벌규정의 구성요건 해당 여부에 관하여 불명확한 판단 기준을 허용하게 되면 자의적·선별적 기소와 처벌이 가능하게 되어, 국가보안법이 반대의견, 소수자, 정부정책에 비협조적인 자 등을 억압하고 위축시키는 정권안보 수단으로 오·남용될 위험이 있고, 범죄성립 여부를 입법기관인 국회의 법률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집행기관인 정부나 수사기관·소추기관이 임의로 정하는 결과가 되어 권력분립의 원칙과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하게 된다.
나.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험의 인정기준
(1) 국가보안법은 거의 대부분 처벌조항에 구성요건으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위험의 요소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위험의 의미와 정도를 어떤 기준에 의하여 판정할 것인지가 문제되고 있다.
일찍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앞서 발전되어 온 미국과 유럽 등 국가에서는 판례와 학설을 통하여 사상과 표현의 자유와 그 제한의 한계에 관하여 다양한 기준을 제시해 왔다. 그 제시된 기준들은 해악을 초래할 ‘위험의 경향성 또는 개연성’만 있으면 된다는 기준에서부터 ‘중대한 해악 발생의 명백하고 있을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위험’의 기준, ‘명백하고 현존하는 (급박한) 위험’의 기준,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의 기준 등으로서, 위험 발생 가능성의 정도와 급박성 등에서 단계적으로 구분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2) 이와 같이 국가보안법 적용의 구성요건으로 요구되는 위험의 의미와 기준에 관하여,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 중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전수안의 별개의견에서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하고 현존하는 구체적 위험’의 기준을 제시하였는바, 국가보안법의 목적과 엄격해석의 원칙, 오·남용의 우려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별개의견이 제시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며, 그 이유와 근거에 대하여는 위 별개의견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으므로 여기서 다시 논하지는 않는다.
(3) 한편,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 등에서 제시된 위와 같은 기준들은 여러 국가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 제한의 한계에 관한 기준으로 학설·판례 등에 수용되어 광범위하게 통용되고 있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교과서 등에도 상세히 소개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국가보안법을 해석하거나 판례 등에서 제시되는 위험의 인정 기준을 해석·적용할 때에도 위와 같은 다양한 기준의 단계적 차이를 염두에 두고 상호 구분이 되도록 준별하여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국가보안법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결정과 대법원 판례에서 자주 인용되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라는 기준은 그보다 낮은 단계인 “해악을 발생시킬 경향성 또는 개연성”이라는 기준보다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여야 하므로, 위험의 단순한 경향성이나 막연한 개연성만으로 그 위험을 인정하는 것은 위 한정합헌결정과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어긋나는 법적용이 된다. 또 “중대한 위험 발생의 명백하고 있을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위험”의 기준과는 다른 표현인 “실질적 해악의 (명백한) 위험”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을 보면,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해악의 발생 가능성을 필요로 함과 동시에 그 가능성의 정도에서도 통상의 가능성보다는 한 단계 높은 정도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대법원 판례나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실질적 해악의 (명백한) 위험’의 기준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예상되는 해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그것이 발생할 현실적인 가능성을 증명하여야 하며, 그와 달리 추상적 해악의 통상적 가능성만을 이유로 위험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은 위험의 인정 기준이 형성·발전되어 온 과정과 국가보안법의 입법목적, 엄격해석 원칙 등에 비추어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 실천연대의 이적단체성 여부에 관하여
(1) 이적단체의 구성·가입죄를 규정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과 제3항 역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위험성 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위험성 요건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기준에 따라야 할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 기준을 완화하여 다수의견과 같이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의 기준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그 위험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여러 기준 사이의 단계적 구분을 고려하여 위험의 단순한 경향성 또는 개연성이나 추상적 해악의 통상적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 해악의 현실적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
(2) 이와 같이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기준을 제대로 적용한다면, 우선 인간 내면의 사상 자체는 절대적 자유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그 사상의 내용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이적단체가 요구하는 위험성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며, 주한미군 철수, 반미, 평화협정 체결, 연방제 통일, 국가보안법 폐지 등과 같이 북한의 주장과 일치하거나 이를 추종하는 내용이지만 그 내용 자체로는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한다고 볼 수 없는 주장을 하는 경우 이를 바로 위험성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아 이적단체로 인정할 수는 없다. 나아가 그 사상과 주장의 내용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양립할 수 없는 주장이라 하더라도 무장봉기나 폭력혁명 등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방법을 동원하여 이를 실현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통상적으로 허용되는 설득과 권유의 방법으로 다수의 지지를 획득하여 이를 실현시키려는 경우에는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정도에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사상의 자유는 핵심적 기본권으로 가장 엄격하게 보장되어야 하며, 내심의 사상 그 자체는 그 내용의 반체제성 또는 위험성 여부에 불구하고 절대적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헌법해석 원칙에 따른다면, 그 사상을 평화적으로 외부에 표현하고 설득하는 행위 역시 사상의 자유 자체로부터 연유하는 최소한의 본질적 내용으로서 허용되어야 한다.
(3) 다수의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가입한 실천연대를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라고 보았으나, 위에서 제시한 법리에 따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실천연대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적단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실천연대는,
①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인 2000. 10. 21. ‘민중의 기본권 보장과 양심수 석방 공동대책위원회’, ‘미국과 일본의 전쟁책동 경제침탈 분쇄와 국가보안법 완전철폐 공안탄압 분쇄를 위한 범국민투쟁본부’, ‘미·일의 한반도 전쟁책동 분쇄, 자주평화통일 비상대책위원회’ 등 3개 단체가 통합하여, 6.15공동선언의 실천을 총체적으로 전개함으로써 민족자주와 조국통일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을 표방하며 모임형태로 출범하였다가, 2001. 12. 15. 제1차 정기총회에서 강령을 제정하여 목적을 구체화하고 규약을 개정하여 지휘통솔체계를 확립함으로써 조직으로서의 외관을 갖춘 민간단체로서, 회원은 2,000여 명에 이르고 전국 7곳에 지역조직을 두고 있는 등 결성 초기부터 공개된 합법단체로 활동하였고, 피고인을 포함한 회원들은 모두 신분을 감추지 않고 활동하였다. 한편 실천연대의 구성 단체가 과거 이적단체에 참여한 단체이고 그 구성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로서 이적단체에 참여한 적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실천연대가 불법단체 또는 이적단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② 강령과 규약, 단체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자료, 부설기관인 6.15학원의 강의교재, 각종 행사 등 대내외 의사표현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위 단체의 목적은 6.15공동선언의 내용을 제대로 실천하여 평화적 통일과 민족자주국가 건설을 이룩하기 위한 각종 사업과 활동을 하자는 것인데, 평화적 통일과 민족자주국가를 건설하자는 것 그 자체에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가 되는 요소가 전혀 없고,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6.15공동선언의 내용을 실천하자는 것은 6.15공동선언 자체를 불법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없는 한 완전하게 적법한 활동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③ 위 목적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목표로 제시된 반미자주, 미군철수, 연합·연방제 통일, 진보개혁진영의 연대 등 주장은 사상의 자유와 참정권이 보장된 대한민국 내에서 자유로운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이미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어 온 것으로, 그 중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직접 위해가 된다고 볼 만한 것은 없으며, 그것이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론(NLPDR)에 기초한 자주·민주·통일 투쟁을 통한 민족자주정권의 수립이라는 목표와 같은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인정되지도 아니한다.
④ 그리고 실천연대는 6.15공동선언 기념행사, 통일대토론회, 통일문화제, 거리캠페인 등 6.15공동선언 지지이행을 위한 활동 및 통일문제, 한미관계, 북미관계 등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분야의 연구활동과 같은 합법적 활동을 주로 하였고, 부설기관인 6.15학원은 6.15시대 일꾼양성, 진보적 의식과 남북화해 통일의식의 고양, 연구사업의 활성화를 통한 실천연대 활동의 다변화를 목표로 하는 기관으로서, 현대철학의 흐름 분석, 한국사회의 현실 실증, 남북 간에 합의한 통일정신 교양을 주로 강의하였다.
⑤ 그 과정에서 실천연대는 북한방송 녹취록, 노동신문, 구국전선, 북한영화, 주체사상총서 등 북한자료들을 구해서 그 내용을 인용한 강의교재로 6.15학원에서 청년일꾼 교육작업을 하기도 하였으나, 이는 통일운동과 북한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자료를 사용하여 북한의 사상과 체제 운용방식을 소개하는 정도이고, 나아가 일부 내용 중에는 북한의 주체사상과 선군정치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도 있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지·옹호하는 대다수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도 하나, 그 전체적인 취지는 이를 평가하는 정도에 그칠 뿐 주체사상과 선군정치 또는 대남혁명이론을 적극적으로 선전·전파하려 한다거나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 또는 공격하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
⑥ 또한 실천연대가 사업과정에서 북한 인사와 접촉하는 등 북한과 연계성을 가진 측면이 있기는 하나 이는 통일운동단체로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활동이다. 그리고 북한과의 연계성으로 주장되는 2004. 12. 북경회담은 실천연대의 구성원 중 1인이 참여한 것으로 통일부의 승인 하에 승인받은 목적 범위 내에서 승인받은 상대방과 대화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에 위해가 될 만한 내용이 논의되거나 또는 실천연대가 북한으로부터 어떠한 지시나 명령을 받아 활동한 사실 등 명백·현존하는 위험을 인정할 사정에 대한 증명이 없다.
⑦ 한편 실천연대가 물리력 행사와 민중 폭력의 당위성을 언급하였다는 부분은 그 빈도수와 전체 문맥에서 차지하는 의미·비중 등을 종합해 보면, 이를 적극 주장·선동하는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이론적 타당성을 원론 수준에서 언급한 정도에 불과하며, 이러한 주장이 실천연대의 노선, 강령, 활동의 한 내용이 되었다거나, 그 노선, 강령, 활동 등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⑧ 설령 실천연대의 주장 중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위험성 있는 내용이 있다고 보더라도, 그 주장 실현을 위해 위 단체가 활동을 벌인 것은 청년들을 상대로 한 교육활동, 인터넷 선전활동, 토론회·집회 등의 개최와 참가, 각종 선전물 제작 등을 통한 대내외적 의견표명 등에 불과하고, 무장봉기나 폭력혁명 등 자유민주적 체제가 용인할 수 없는 방법을 사용하였다고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실천연대는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현존하는 위험을 가진 이적단체라고는 볼 수 없다.
(4) 한걸음 더 나아가 대법원 판례와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실질적 해악의 (명백한) 위험 기준을 적용하여 본다 하더라도, 여전히 실천연대는 이적단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수의견이 그 위험성의 근거로 제시하는 사유들은 실천연대가 북한의 주장과 같은 주장을 하면서 북한이 내세우는 주체사상, 선군정치, 강성대국론, 반미자주화 등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하고, 북한자료들을 인용한 교재 등으로 청년일꾼들을 교육하며,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나 북한을 추종·동조하는 세력들이 주축이 되어 북한과 연계성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엄격하게 보호되어야 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그 내용에 불문하고 적대적 관계에 있는 집단의 주장과 일치하거나 동조하는 주장은 일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며, 실제로 그 내용의 대부분은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직접적으로 상충되는 내용이 아니라는 점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실천연대가 남북의 교류와 협력을 통한 평화적 통일을 목표로 하는 통일운동단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북한과 접촉하고 연계성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측면이고, 북한의 주장에 대하여 일부 긍정적 평가를 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것 역시 통일을 향한 상호 접근과정에서 불가피한 일로서 그 자체로 실질적 위험을 초래하는 일이라고 단정해 버릴 수는 없다.
결국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실질적 해악의 (명백한) 위험 여부는 그 단체의 주장 내용, 북한의 주장에 일치하고 동조하는 부분의 내용, 북한과 연계하고 추진하고자 한 사업의 내용 그 자체에 그러한 위험이 실질적으로 존재하고, 그 주장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실질적인 해악을 초래할 현실적 가능성이 있는 방법을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만 위 기준에서 말하는 실질적 해악의 (명백한) 위험, 즉 구체적인 해악 발생의 현실적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렇지 못할 때에는 위험 발생의 경향성 또는 추상적 가능성에 그치는 것으로서 이를 범죄로 처벌하거나 금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5) 더구나 실천연대는 6.15공동선언이라는 적법한 남북협상의 내용을 실천한다는 측면에서 일단 그 활동이 합법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고, 2005. 8. 19.에는 통일부에 비영리민간단체로 공식등록을 마쳤으며, 2006년과 2007년에는 그 활동의 의미와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아 공익활동에 수여하는 정부보조금까지 지원받았다. 이와 같이 실천연대는 2001년에 단체로 조직을 갖춘 이래 정권이 세 번째 바뀐 시점에 이르기까지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적법 영역 내의 단체로 인정받아 활동하며 정부지원까지 받아온 단체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적법단체로 활동해 온 지 10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그 단체의 활동과 실체가 갑자기 달라졌다는 별다른 징표도 없는 상황에서 이를 정반대의 불법 이적단체로 보아 처벌하기 위해서는 납득할 만한 근거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검사는 실천연대가 원래부터 이적단체였는데 지금까지 그 실체를 알지 못하다가 지금에 와서야 이를 알게 되었다는 것을 밝히든지, 아니면 지금에 와서 실천연대의 실체와 활동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정부와 공안담당기관의 그때그때 기준에 따라 임의적·선별적 처벌을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며, 법적 안정성과 신뢰보호의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무리가 따른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6) 이상의 여러 점을 고려해 보면, 실천연대는 이 반대의견이 주장하는 명백·현존의 위험 기준 뿐만 아니라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실질적 해악의 (명백한) 위험 기준에 따르더라도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험이 있는 이적단체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라. 이 사건 각 표현물의 이적표현물 해당 여부
(1)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에 규정된 이적표현물 소지 등 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먼저 그 표현물이 이적성을 담고 있는 이적표현물이어야 하는데, 이적표현물이 되기 위한 요건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는 대한민국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일 것을 요한다고 하고, 다수의견도 그에 따라 이 사건 각 표현물에 그러한 요건이 갖추어져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적표현물의 처벌조항인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은 제1항· 제3항 또는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서 기타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취득하는 행위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제3항은 제1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4항 역시 제3항에 규정된 단체를 전제로 하고 있어, 결국 제5항은 그 전체가 제1항을 전제로 하여 처벌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제1항에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요건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결국 제5항에 규정된 이적표현물에 관한 죄는 다른 처벌조항들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험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처벌대상이 되는 이적표현물이 되기 위해서는 대법원 판례와 다수의견이 요구하는 대한민국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이라는 요건 외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험’을 가진 표현물일 것을 요한다고 보아야 한다 .
(2) 이와 같이 이적표현물이 되는 데 필요한 위험성 요건을 인정하는 기준 역시 앞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므로, 추상적이거나 막연하게 추정된 위험이나 직접적이고 급박하지 아니한 위험 정도로는 위와 같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그 기준을 양보하여 대법원 판례와 다수의견이 제시하고 있는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의 기준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실질적인 위험 및 명백한 위험의 정도에 이르지 못한 위험의 경향성·개연성 또는 추상적인 위험의 가능성만으로는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3) 다수의견은 이 사건 각 표현물이 주체사상, 선군정치,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등 북한의 주장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이를 찬양·고무·동조하는 점 및 그 작성자와 작성경위 등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이는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으로서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제시한 위험의 인정 기준에 따라 이 사건 표현물이 명백·현존하는 위험 또는 적어도 실질적 해악의 (명백한) 위험을 갖추었는지를 살펴보면, 이는 그러한 기준을 충족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먼저, 실천연대 ‘2008년 정기 대의원대회’ 자료집의 주된 요지는 자주적 평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하여 2000. 6. 15. 남북정상 사이에 채택된 6.15공동선언의 내용을 제대로 실천해 나가자는 것으로서, 이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로 미국의 간섭을 배제하고 미군을 철수시켜 한반도에 자주민주정부를 수립하는 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하여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전쟁을 종결시키는 일,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과 연대하고 역량을 강화하여 총선승리를 위한 투쟁을 전개하는 일 등을 제시하면서, 통일강성대국 건설사업의 추진과 선군정치를 앞세운 북한의 노력이 6.15공동선언에서 지향점으로 삼은 낮은 단계의 통일로 다가가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다. 다음으로 ‘우리민족끼리’ 책자의 내용 요지는 미국은 한국분단과 한국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책임자로서 지금까지도 주한미군과 작전지휘권 등을 통하여 한국을 식민지와 같이 지배하고 있고, 미국의 지배를 벗어나 자주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평화협정 체결, 미군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연방제 통일을 향한 민족대단결, 진보정치 세력의 결집을 통한 민주정부 수립 등 노력을 하여야 하며, 북한은 주체사상에 철학적 기초를 둔 바람직한 사회주의 국가로서 선군정치를 앞세워 미국에 대응하는 투쟁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위 각 표현물의 핵심내용은 남북정상들이 통일을 촉진하기 위하여 채택한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의 내용을 제대로 실천하자는 것으로서 그 자체는 완전히 적법한 내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 그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제시하는 일부 내용 중에는 미군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평화협정 체결, 연방제 통일 등 북한이 주장해 온 것과 같은 주장을 전개하고 있는 측면이 있기는 하나, 그 대부분은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는 무관한 내용이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상충된다고는 보기 힘든 내용이고 대한민국 내에서도 평화롭게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할 내용들이다. 따라서 그로부터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해악 발생의 위험이 명백하거나 급박하게 현존한다고 볼 수는 도저히 없는 것이며, 그 내용 중에 주체사상, 선군정치 등 북한사회와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동조하는 내용이 있다고 하여, 이를 말로써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그러한 해악 발생의 위험이 명백하다거나 현존한다고 할 수는 없다.
나아가 대법원 판례와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실질적 해악의 (명백한) 위험’의 기준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표현물의 내용이 대부분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무관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상충된다고 볼 수 없는 것들이므로 그로부터 국가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해악이 발생할 실질적 위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북한의 주장과 일치되거나 이를 찬성하는 내용 또는 북한사회와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들 역시 말로써 주장함에 그치는 것으로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을 발생시킬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각 표현물을 이적표현물이라고 본 다수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고, 이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이 요구하는 위험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표현물로서 이적표현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
마. 이적행위 목적의 인정 여부
(1)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은 “ 제1항· 제3항 또는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라는 요건을 명시함으로써 이적표현물에 관한 죄를 모두 목적범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이적성이 인정되는 표현물을 취득·소지·반포·판매하더라도 그 행위에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선동·동조할 목적이 있어야만 이를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대법원 판례는 위 이적행위 목적 요건에 관하여, 그 목적은 제1항, 3항, 4항의 행위에 대한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까지는 필요 없고 미필적 인식으로 족한 것이므로 표현물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보아 반국가단체의 활동에 동조하는 등의 이적성을 담고 있는 것임을 인식하고 나아가 그와 같은 행위가 이적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것이며,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하면서 이를 취득·소지·반포·판매하였다면 이적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였다. 즉 대법원 판례는 이적표현물에 관한 죄의 구성요건인 이적행위 목적에 대하여 미필적 인식만으로 충분하다고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 미필적 인식마저 추정된다고 하였다.
(2) 다수의견은 종전 대법원 판례가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하고 행위를 한 것으로부터 이적행위 목적을 추정할 수 있다고 본 것은 부당하며 그러한 추정은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그와 같은 취지로 판시한 종전 대법원 판결들을 변경하고 있다.
다수의견의 그와 같은 태도는 타당한 것으로서 그 점에 대하여는 견해를 달리하지 않는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종전 판례의 판시 중 이적행위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 또는 미필적 인식이 있다는 점이 인정(추정이 아닌 인정)되면 목적 요건을 충족한다는 부분에 대하여는 이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판례를 변경한다는 것인지에 관하여는 명확하게 판시하지 않은 채 이 사건에서 여러 가지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이적행위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사실인정을 하고 있다.
(3) 목적범에서 목적으로 규정된 효과 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바로 그 목적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과 그 인식에서 더 나아가서 그 목적하는 효과 발생을 적극적으로 의욕 또는 추구할 때에만 목적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 사이에는 그 목적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증명의 정도 등에서 실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것이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일반적으로 목적범에서, 범죄 구성요건으로 규정된 목적의 달성 가능성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는 것과 목적의 달성을 적극적으로 의욕하고 이를 추구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목적범 중에서도 명예훼손죄의 타인을 비방할 목적, 준강도죄의 체포를 면탈할 목적 등과 같이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행위가 이루어지면 별도의 다른 행위가 없이도 바로 목적으로 규정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 반면에, 문서위조죄의 행사할 목적, 결혼을 위한 약취·유인죄, 판매 목적의 아편 등 소지죄, 누설 목적의 외교기밀 탐지·수집죄 등과 같이 객관적 구성요건 행위 외에 행위자나 제3자의 별개 행위가 추가되어야 목적이 달성되는 경우도 있고, 별도의 행위 없이도 목적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전자의 경우에도 내란목적 살인, 모해 위증 등과 같이 그 목적으로 된 효과가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발생 가능한 효과 중 하나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목적범의 유형에 따라 객관적 구성요건 행위가 있으면 그 목적도 함께 존재할 가능성 또는 개연성의 정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목적범에서 객관적 구성요건 행위가 있으면 그 목적으로 규정된 효과 발생의 가능성을 (미필적으로) 인식한 것만으로 바로 그 목적도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하는 것은 형벌법규 해석의 원칙인 죄형법정주의, 무죄추정의 원칙 또는 증거재판주의 등에 위배되는 것이다. 목적범은 범죄성립의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고의 외에 목적을 별도로 요구하는 것이며, 그 목적은 범죄의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이므로 원칙적으로 검사가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 그 존재를 입증하여야 한다. 그런데 목적범의 목적은 내심의 의사로서 이를 직접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고의 등과 같이 내심의 의사를 인정하는 통상적인 방법에 따라 정황사실 또는 간접사실 등에 의하여 이를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고, 다만 목적범의 유형에 따라 목적의 존재 가능성 또는 개연성의 정도에 상응하여 증명에 필요한 정황사실 또는 간접사실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4) 국가보안법에 목적범으로 규정된 이적표현물에 관한 죄에 있어서도 위와 같은 법리는 마찬가지이다. 이적표현물을 취득·소지·반포·판매하는 경우 그것이 이적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는 것과 그 이적행위를 적극적으로 의욕하고 목적으로 삼는 것은 다른 것이므로, 이적행위의 가능성에 대한 (미필적) 인식만으로 바로 이적행위 목적을 인정하는 종전 판례의 태도는 옳지 못하다.
더구나 이적표현물에 관한 죄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앞에서 본 목적범의 유형 중 객관적 구성요건 행위 외에 행위자나 제3자의 별개 행위가 추가되어야 목적이 달성되는 유형 또는 그 목적으로 된 효과가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발생 가능한 효과 중 하나에 불과한 유형에 해당하므로 행위자의 적극적인 의욕이나 계획이 증거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목적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표현물에 관련된 행위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와 직결된 행위로서 이를 범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기준에 따른 확실한 증명이 더욱 요구되어야 한다.
따라서 적어도 이적표현물에 관한 죄에 있어서는 종전 대법원 판례 중 이적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기만 하면 바로 이적행위 목적을 인정할 수 있다는 부분도 마저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
(5)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에 규정된 이적표현물에 관한 범죄의 구성요건은, ① 제1항에 규정된 반국가단체의 찬양·고무·선전·동조, 국가변란의 선전·선동, 제3항에 규정된 이적단체의 구성·가입, 제4항에 규정된 허위사실의 날조·유포 행위를 할 목적으로 ② 문서·도서 기타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취득하는 것이다. 이를 정리해 보면, 객관적 구성요건 행위는 이적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취득하는 것이고, 주관적 구성요건인 목적의 내용은 반국가단체의 찬양·고무·선전·동조, 국가변란의 선전·선동, 이적단체의 구성·가입, 허위사실의 날조·유포이다.
위 구성요건 행위들 중에서 이적표현물을 반포·판매하는 행위와 위 목적 중 찬양·고무·선전·동조·선동, 허위사실의 날조·유포 사이에는 별도의 행위가 없이도 구성요건 행위 자체에 의하여 목적 달성이 가능한 유형에 해당하고, 반포·판매 행위와 이적단체의 구성·가입 목적 사이에는 별도의 행위가 추가되어야 목적 달성이 가능한 유형에 해당하며, 반포·판매를 제외한 나머지 행위들, 즉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취득과 위 전체 목적 사이에는 찬양·고무·선전·선동 등에 해당하는 별도의 행위가 추가되어야만 목적 달성이 가능한 유형에 해당한다.
따라서 행위자가 이적표현물을 반포·판매한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찬양·고무·선전·선동 등의 이적효과가 함께 달성될 가능성 또는 개연성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나머지 행위들의 경우에는 행위자가 그 이후 찬양·고무·선전·선동 등에 해당하는 이적행위를 추가로 할 의사나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에는 그 구성요건 행위 자체만으로 바로 위 목적들이 달성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 그러므로 반포와 판매의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행위들의 경우에는 검사가 행위자가 그 이후 찬양·고무·선전·선동 등 이적행위로 나아갈 계획이나 의사를 갖고 있었음을 적극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는 한 그 목적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이며, 그러한 계획이나 의사를 가지지 않은 채 다른 목적으로 또는 특별한 목적 없이 이적표현물을 제작·취득·소지하는 등 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바로 찬양·고무·선전·선동 등 이적행위를 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인정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증명책임 원칙과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해서는 대법관 김영란의 반대의견에서도 이적표현물 소지죄의 경우 어떠한 이적행위를 할 계획이나 의사를 갖고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증명되어야 그 목적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는바, 이에 동의한다.
(6) 그리고 찬양·고무·선전·선동 등 이적행위를 할 계획이나 의사를 가지지 아니한 자가 혹시 자신이 이적표현물의 제작·취득·소지 등 행위를 하는 것이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는 것만으로 찬양·고무·선전·선동 등 행위를 할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인정하는 것은 본인이 ‘의욕하지 아니한 목적’을 ‘결과발생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한) 인식’으로 대체하는 것으로서, 고의(인식)의 정도를 넘어서는 초과주관적 요소로서 목적을 별도로 규정한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다.
한편, 이적표현물의 반포·판매의 경우는 별도의 추가행위가 없어도 찬양·고무·선전·선동 등 이적효과가 달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그러한 가능성은 말 그대로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다. 이적표현물을 반포·판매하는 행위의 의도나 목적은 반국가단체의 찬양·고무·선전·선동 외에도 얼마든지 다양하게 있을 수 있다. 우선 당장 몇 가지 예를 들어보아도 학자·사회운동가·통일운동단체·정치인·경제계 인사 등 북한에 관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자에게 정보공급 차원에서 반포하는 경우, 북한사회를 비판하거나 바로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반포하는 경우, 관공서나 학교 등 각종 단체에 비치용 자료로 반포하는 경우, 각종 단체가 회원들에게 참고자료로 반포하는 경우, 단순한 호기심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경우, 서점 등에서 순전한 영업의 일환으로 판매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 특별히 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선전·선동하고자 하는 의사나 목적이 없는 경우에도 그런 이적효과가 부수적으로 수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 행위자 역시 그런 의도하지 아니한 효과가 수반될 수도 있다는 것을 (미필적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그런 효과를 의욕하거나 목표로 삼지도 않은 반포·판매 행위를 그 가능성에 대한 (미필적) 인식만으로 전부 처벌한다는 것 역시 고의(인식) 외에 목적을 따로 규정한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7) 이적표현물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표현물을 제작·취득·소지·반포하는 행위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관계되는 행위이다. 자신의 사상을 외부로 표현하고 타인을 설득하여 이에 동의하도록 만들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이며, 그러한 행동은 사상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에 속하는 부분임과 동시에 그 자체로서 표현의 자유의 중핵을 이룬다. 사상의 자유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의미를 고려하면 사상의 자유와 이를 표현하는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요건이 요구된다. 국가보안법 역시 제1조 제1항에서 그 법의 목적이 국민의 생존·자유의 확보에 있음을 선언하고, 제2항에서는 국가보안법을 적용함에는 법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확대해석하거나 국민의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이 규정하는 각종 행위는 모두 사상의 표현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금지하고 처벌하기 위해서는 명백·현존하는 위험을 구체적으로 유발시킬 목적이나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 입증하여야 한다 . 그러한 증명 없이 본인이 의도하지 아니한 이적효과의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이를 목적범으로 보아 처벌한다면, 이적효과가 부수적으로라도 전혀 수반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적표현물과 관련된 일체의 행위가 범죄로 처벌받게 되는 무리한 결과가 된다. 또 누가 보더라도 이적목적이 없음을 쉽게 인정받을 수 있는 특정신분의 소수를 제외하고는 보통의 일반 국민은 반국가단체와 관련된 자료들에 접근하는 것이 봉쇄되고, 통일·외교·군사 등 국가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일부 계층에 의한 정보와 정책의 독점이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리고 반국가단체와 관련된 자료에 접촉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누구든지 반국가 사범으로 수사와 기소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그 중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자나 소수견해를 가진 자를 선별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 국가보안법은 제1조에 규정된 원칙과는 정반대로 반대의견이나 소수자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오·남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8) 이상의 법리에 따라 피고인의 이 사건 표현물 소지행위에 이적행위의 목적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 관하여 보면, 원심은 제1심을 인용하여 피고인에게 이 사건 표현물이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있고 이를 소지하는 행위가 이적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이적행위 목적이 있었다고 곧바로 인정하였을 뿐, 나아가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용도에 어떤 목적으로 위 표현물들을 사용하려고 한 것인지, 피고인이 어떤 의도로 위 표현물들을 소지하고 있었는지 등을 밝히지도 아니하고, 그 목적의 존재에 관하여 더 이상의 증명이 없는 상태에서 바로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이적행위 목적의 인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바. 결론
실천연대를 이적단체로 인정하고, 이 사건 각 표현물을 이적표현물로 인정한 후 이를 소지한 피고인에게 이적행위 목적이 있다고 인정하여 피고인의 이 부분 행위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각 해당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으므로 이를 파기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함이 마땅하다. 다수의견은 이와 견해를 달리하고 있어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5. 이적행위 목적에 관한 대법관 김영란의 반대의견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이적표현물 소지죄는 같은 조 제1, 3, 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이적표현물을 소지하는 것으로서 이른바 목적범이다. 목적범은 일정한 목적의 달성을 의욕하는 범죄로서 비록 그 목적의 인식 정도에 관한 한 미필적 인식으로 족하고 간접사실이나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이를 증명할 수 있다고 하여도, 그 이전에 행위자가 의욕한 목적이 어떠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일반적인 목적범에 있어서의 목적, 예컨대 형법 제156조 무고죄의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 형법 제199조 아편흡식기 소지죄의 ‘판매할 목적’, 형법 제231조 사문서위조죄의 ‘행사할 목적’, 형법 제247조 도박개장죄의 ‘영리의 목적’ 등은 외부적 징표를 가지는 특정 행위나 결과를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서 그 목적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백하므로 행위자의 당해 범죄구성요건적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관한 객관적 포섭의 문제만 남게 된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할 목적 등 이적행위 목적은 그와 같은 구체적인 외부적 징표를 수반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내심의 의사를 추론하여서만 파악할 수 있는 추상적인 성격의 것인데다가 본질적으로 헌법상 보장되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법적인 평가를 통해 제약하는 것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더구나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이적표현물 소지행위(취득도 마찬가지이다)는 이적표현물 제작·수입·복사·운반·반포·판매행위 등 그 행위의 실현을 통해 필연적으로 그 표현물의 이적 내용에 대한 대외적 전파나 그 가능성을 수반하는 다른 구성요건적 행위와는 달리 개인의 양심이나 사상·학문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된 사적 영역에 머무른 것일 뿐 대외적 전파가능성을 쉽게 추단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적표현물을 그 소지만으로 처벌하는 이유는 그 표현물을 소지한 자가 이적행위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적행위 목적을 가진 이적표현물 소지행위는 그 목적을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그 표현물의 이적 내용에 대한 전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처벌되고, 이적행위 목적이 없는 이적표현물 소지행위는 그 전파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처벌되지 않는다.
이적표현물 소지죄에서 이적행위 목적이 지니는 이러한 성질에 비추어 볼 때 이적표현물 소지자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은 향후 그 표현물을 가지고 어떠한 이적행위를 할 계획이나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입증이 되는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이적표현물 소지자가 향후 그 표현물 또는 그 표현물의 내용을 사용하여 어떻게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려 하는 것인지, 즉 이적표현물의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교육하거나 강연할 계획이 있는지, 그 내용을 선전하거나 전파하려 한 것인지, 그 표현물 자체를 반포하려 한 것인지, 이적표현물의 내용을 소지자 또는 그가 속한 단체의 활동지침으로 삼으려 한 것인지 등이 구체적으로 밝혀져야 한다. 이러한 점들이 구체적으로 밝혀져야만 이적표현물 소지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적행위를 할 계획이나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거나 입증되지 않은 경우까지 이적표현물을 소지하였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라는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한도를 넘어 지나치게 과도한 규제를 하는 것으로서 양심의 자유나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원심은 피고인의 이른바 ‘운동권’에서의 활동 경력과 실천연대에 가입하여 활동한 내용 등을 토대로,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각 표현물의 내용이 이적성을 담고 있고 그 소지가 찬양·고무 등의 이적행위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이 반국가단체에 대한 찬양·고무 등의 목적으로 위 각 표현물을 소지하였음이 인정된다고 한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든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각 표현물 또는 그 표현물의 내용을 사용하여 어떻게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려 한 것인지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원심의 판단은 이적목적의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그 증명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표현물을 소지한 피고인에게 어떠한 이적행위 목적이 있었는지에 대한 입증이 없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이적행위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함이 마땅하다. 다수의견은 이와 견해를 달리하고 있어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6. 북한의 반국가단체성 등에 관한 대법관 박시환의 반대의견 및 보충의견
가.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북한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의 성격도 동시에 가지고 있으므로 북한은 반국가단체에 해당한다는 종전의 대법원 판례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을 그 자체로 단순히 반국가단체라고 보는 다수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종래의 대법원 판례 등에서 누차 확인해 온 바와 같이, 대한민국과 북한은 1971년의 남북적십자회담 개회 이래 수십 년간 대화와 교류를 꾸준히 지속해 왔으며, 그 폭과 내용이 갈수록 확대되고 실질화되어 1991년에는 UN 동시가입, 그 이후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수시로 이루어지는 장관급·장성급 회담, 상당규모의 민간투자와 경제교역까지 이루어지고 매년 십 수만 명이 왕래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헌법은 전문과 제4조에서 평화통일 원칙을 천명함으로써 통일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와 타협은 필수적인 과정으로 규범화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며, 그 일환으로 1990년에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과 남북협력기금법이 제정되고 2005년에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남북의 교류와 협력은 대한민국의 합법적 법질서 내로 편입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 하에서, 북한이 과거에 대한민국과 전쟁을 치른 적이 있고 아직도 군사대치 상태가 유지되고 있으며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정을 강조하여 북한을 그 자체로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북한과 관련된 일체의 사항을 원칙적으로 반국가단체와 관련된 것으로 보아 국가보안법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다수의견과 대법원 판례의 입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무리한 해석이다. 북한이 실질적으로 국가와 다름없는 체제와 구조를 갖추고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역시 북한을 여느 국가와 크게 다르지 않게 상대하여 각종 교류와 접촉을 하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북한을 대한민국의 전복을 노리고 있는 반국가단체라고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북한이 아직까지 사회주의 헌법과 조선로동당규약을 통하여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사회의 건설 및 적화통일을 목적으로 선언하고 있어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본다 하더라도, 그러한 성격은 북한이 갖고 있는 한쪽 측면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하고, 대한민국과 교류·협력하면서 남북의 공존을 지향하는 부분 역시 또 다른 측면으로서 함께 병존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을 규명할 때에도 북한의 그와 같은 이중적 성격에 맞추어서 보아야 하고, 북한과 관련된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를 전제로 한 규정이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반국가단체적 측면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사항에 한하여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취급하여야 할 것이다. 북한과 관련된 모든 행위에 대하여 북한의 반국가단체적 측면과 연관되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반국가단체와 관련된 행위로 보아 그 행위를 국가보안법의 적용대상으로 삼은 뒤, 남북의 교류·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등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에 위해가 없는 행위임이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면제해 주는 식의 법 적용은 국가보안법의 제정 목적, 국가보안법 제1조 제2항의 엄격적용 원칙, 헌법 제37조의 기본권 보장규정 등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이는 어떤 행위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검사가 그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는 형사소송절차의 기본 원칙에도 어긋나는 해석이다.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에 관하여 위와 같이 제한적으로 해석하지 않는 경우에는, 북한과 관련된 행위를 한 모든 사람, 심지어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료나 경제계의 지도급 인사, 종교문화계 인사 등 누구를 막론하고 일단 반국가단체와 접촉한 자가 되어 국가보안법의 적용대상이 되고, 그 행위가 통치행위에 해당한다거나 국가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험성이 없는 행위라는 점이 증명되지 못하는 경우에는 처벌을 피할 수 없는 처지에 있게 된다. 그 결과 공안담당기관은 북한과 관련을 맺은 모든 사람에 대하여 일단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게 되고, 그 중에서 정부의 정책에 호응하지 않는 반대자 등을 선별적으로 골라 수사와 처벌을 할 수 있는 과도한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소수자·반대자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오·남용될 위험이 다분하다. 더구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가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험을 인정하는 기준 자체도 애매하고 느슨하게 적용되고 있는 현재의 법 집행상황 하에서는 그러한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그러므로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보아 북한과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하여 일단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 다수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고, 북한의 이중적 성격 중에서 반국가단체적 측면에 직접 연결되는 사항에 한하여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을 인정하여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실천연대의 이적단체성, 이 사건 각 표현물의 이적성 등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피고인의 행위가 북한의 반국가단체적 측면과 연관된 것으로서 반국가단체라는 구성요건을 충족하였는지 아니면 통일운동단체의 입장에서 통일을 지향한 교류와 협력의 상대방으로서 북한과 관계를 한 것인지 여부를 가려본 뒤에 그러한 점이 증명된 경우에 한하여 이를 처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험성 판단과 관련하여
국가보안법의 처벌조항에서 구성요건으로 요구하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험”의 요소를 해석함에 있어, 가장 엄격한 기준인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며, 다수의견과 대법원 판례가 제시하는 ‘실질적 해악의 (명백한) 위험’의 기준을 적용할 경우에도 다른 기준들과 차이를 고려하여 구분이 되도록 준별하여 적용함이 타당하다는 점에 관하여는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에 찬성하며, 여기서는 한두 가지 설명을 보충하고자 한다.
지금까지의 대법원 판례와 다수의견이 그 위험성 인정의 주된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은 문제된 단체나 개인이 북한이 일관되게 주장해 온 내용에 부합하는 주장을 하면서 이를 찬양·고무·동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이 빈번히 이루어지는 상황 하에서는 물론이고 일부 인사들이 민간차원의 통일운동이나 남북교류를 시도하던 지난 시절에도, 위와 같은 정도의 사유들로 국가보안법에서 요구하는 위험성을 충족한다고 해석하게 된다면, 북한과 관련된 행위 중 국가보안법에 저촉되지 않는 행위는 찾기 힘들 것이다. 북한과 교류·접촉을 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북쪽의 주장에 동의하는 항목들이 포함되지 않을 수 없고, 남북을 불문하고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에 유익하다고 평가되는 정책에 대하여는 북측과 동일한 주장을 하는 일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을 것인데, 그것이 북한의 주장과 같다는 이유로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국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 및 참정권에 기초한 건전한 정책 제안은 심각하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특히 자주 문제되는 반미 또는 주한미군 철수 주장과 연방제 통일방안 주장에 관하여 좀 더 살펴본다. 먼저, 어느 국가의 국민이 특정 외국에 대하여 반대의 견해를 표시하고 그 외국군대의 주둔에 반대하여 철수를 주장하는 것은 독립된 자주국가의 국민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권리이다. 미국이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정치·경제·군사 등 다방면에서 적지 않은 도움을 주어 온 특별한 우방국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그 미국의 역할과 의도에 대하여 다른 시각을 가지고 다른 평가를 하는 것이 금지되거나 범죄로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지금까지 미국이 우리나라에 큰 도움을 주어온 우방국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관계는 앞으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며, 미국의 역할과 의도를 좋게 볼 것인지 아니면 의심의 눈초리로 볼 것인지, 미국과의 관계가 우리에게 이득이 된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우리에게 해가 된다고 볼 것인지 하는 것 역시 개개 국민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사상과 학문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이다. 복잡다단하고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냉혹하게 움직이는 국제·외교관계의 문제에서 특정 외국과의 관계를 유리·불리, 좋고 나쁨으로 일도양단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국가 간의 관계는 보는 입장이나 측면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시각과 평가가 있을 수 있고 어느 한 쪽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는 문제이므로, 실제로 미국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국가인지 여부 자체가 정답이 있을 수 없는 문제이다. 따라서 모든 국민은 주권자의 입장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판단에 근거하여 특정 외국에 대하여 얼마든지 반대와 찬성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것이며, 가령 그 판단이 잘못된 것이고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 해가 되고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금지하거나 범죄로 취급할 수는 없다. 미국을 반대하는 것이 우리나라와 밀접한 영향권 내에 있는 일본이나 중국을 반대하는 것과 하등 차이가 있을 수 없는 것이며, 일본이나 중국을 반대하는 것이 금지되거나 범죄를 구성하지 않듯이 미국을 반대하는 것 역시 금지되거나 범죄로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유일한 차이가 있다면 북한이 반미의 입장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지만, 어차피 다양한 평가와 시각이 있을 수 있는 국제·외교관계의 문제에서 북한의 입장과 같은 시각을 가지고 이를 주장한다고 하여 그것이 현존·명백하는 위험 또는 실질적 해악의 명백한 위험으로 바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그러한 주장으로 군사·외교적으로 북한에 이득이 되고 우리나라에 불이익이 되는 면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렇다고 하여 주권자인 국민이 국제·외교관계에 관하여 자신의 주장을 펴는 것을 금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국제·외교관계의 문제가 위와 같은 복합된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을 가지고 반미의 주장을 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당장 급박한 현실적 위험을 초래한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 한 국가보안법의 처벌대상이 되는 행위라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오늘날 독립된 주권국가에 외국군대가 주둔하는 경우가 극히 이례적이고 우리나라의 자주국방능력에 결정적인 흠이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상황에서,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것이 금지되어야 한다거나 범죄로 될 수 없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나아가 우리나라 국방력에 문제가 있어 미군이 철수하는 경우 당장 큰 위험이 닥칠 우려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우리 자주국방능력에 대한 개개 국민의 평가 자체를 특정 방향으로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그 또한 헌법상 보장된 생각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이고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토론으로 결정될 문제이다. 따라서 특정 방향의 평가만을 허용하여 그러한 전제 하에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것조차 금지되거나 범죄로 될 수 없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경우에도, 미군철수로 인하여 당장 급박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명백·현존한다거나 또는 실질적 위험의 가능성이 명백하다는 점을 검사가 객관적 자료로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에는 국가보안법이 요구하는 위험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그 역시 처벌할 수 없을 것이다.
다음, 연방제 통일방안에 관하여 본다. 우리 헌법은 전문과 제4조에서 평화통일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분단된 나라가 통일이 되는 방식에는 한 쪽이 다른 쪽에 흡수되는 흡수통일과 양쪽이 대등한 관계로 합쳐 하나로 되는 대등한 통일의 방식이 있을 수 있겠으나, 군사력에 의한 강제적 통일이 아닌 평화적 통일을 전제로 한다면 국력의 차이가 현격하여 한 쪽이 스스로 굴복하여 흡수되어 들어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등한 통일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도 헌법에서 평화통일을 천명하고 있는 이상에는 현실적으로 흡수통일이 아닌 대등한 통일방식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평화적 통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자연히 대등한 통일의 구체적 방법을 모색할 것이고, 그 경우 제일 먼저 떠오르는 방식이 일단 두 국가가 일정 정도 각자 통치체제를 유지한 채 하나로 느슨하게 결합되는 연방제 방식을 거쳐 점차 결합의 정도를 강화하여 단일국가체제로 넘어가는 방식일 것이다. 그 경우 연방의 결합 정도나 연방제의 구체적 내용은 통일의 단계나 구체적 방법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평화적 통일을 추구하는 입장에서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연방제 통일방안을 생각하거나 구체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며, 연방제 통일방안은 그 자체로는 어느 한쪽에 유리하거나 불리하다고 할 측면이 없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구체적 내용에 따라 어느 한 쪽에 유리하고 다른 쪽에 불리할 수도 있겠으나 연방제 방식 자체가 워낙 다양할 수밖에 없으므로 그 유불리는 연방제라는 그 자체에서 연유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어느 누구가 연방제 통일방안을 주장한다고 하여, 그것이 북한이 주장하는 연방제 통일방안과 동일한 내용을 주장하는 것이라거나 북한에 유리하고 대한민국에 불리한 방안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나아가 북한이 주장하는 연방제 방식 그 자체가 대한민국에 불리하여 해악을 끼칠 위험이 있다는 점 역시 구체적으로 증명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한민국과 북한은 2000년도의 남북정상회담에서 6.15공동선언을 채택하여, 남측이 주장하던 남북연합(연합제)과 북측이 제시한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사실상 같은 내용임을 확인하고 이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까지 한 바가 있다. 북한은 그 이전에 1국가 내 2체제의 연방제 안을 주장하였으나, 그 역시 결합의 정도와 완전한 단일국가로 넘어가는 단계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뿐 그 자체로서 남쪽과 북쪽에 대한 유불리의 차이는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북한이 종전에 주장하던 연방제 안의 진입조건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등의 주장을 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연방제 그 자체에 내재하는 속성이 아니라 북한이 전제조건으로 따로 제시한 조건에 불과하므로 연방제 자체만으로 본다면 그 방안이 대한민국에 해악을 끼칠 명백·현존하는 위험을 내포한 방안이라 할 수는 없다. 따라서 6.15공동선언에서 채택한 연합제 또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아닌 1국가 2체제의 연방제를 통일방안으로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그 전제조건으로 대한민국에 해악을 끼칠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는 한 그 연방제 통일방안 주장에 위험성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연방제 자체의 내용이 북한이 주장한 연방제와 동일하다고 하여 바로 위험성이 있는 주장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문제는 연방제 통일방안의 내용으로 대한민국에 해악을 끼치는 내용이나 조건을 포함시킨 경우인데, 이는 연방제 그 자체에 내재하는 속성은 아니므로 그러한 위험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검사가 객관적으로 증명하여야 할 것이며, 그러한 구체적 증명이 없이 북한이 주장하는 것과 동일한 내용의 연방제를 주장한다는 것만으로 바로 위험성이 있는 행위로 처벌대상이 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아가 북한이 연방제의 진입조건으로 제시한다는 국가보안법 폐지와 미군철수 등 역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자체로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는 사항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주장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바로 대한민국에 대한 명백·현존하는 위험이나 실질적 해악의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것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주장과 동일하지 않은 연방제 통일방안 주장은 물론이고, 그것과 같은 내용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주장하거나 북한이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 미군철수 등을 함께 포함하는 연방제 통일방안을 주장하는 행위를 국가보안법의 적용대상으로 삼아 처벌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주장 내용에 더하여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현존하는 위험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 사유를 증명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참정권에 기초하여 나름대로 통일방안을 모색하고 주장하는 건전한 민간통일운동을 정부의 방침에 따라 선별적으로 통제하고 억압하는 수단으로 오·남용될 위험이 있고, 통일운동을 정부가 독점하게 되는 폐단을 초래할 것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의 주장과 같은 주장이라 하더라도 그 자체로서 명백·현존하는 위험 또는 적어도 실질적 해악의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내용이 아닌 한 누구든지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결정하고 외부로 표현할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것인데, 지금까지의 대법원 판례나 다수의견이 취하는 바와 같이 위험 초래의 가능성이 있는 정도만으로 국가보안법이 요구하는 위험성의 요건을 갖춘 것이라고 해석하여, 그 주장하는 자의 과거 전력이나 성향, 정부에 대한 협조 정도 등에 따라 어떤 자가 그러한 주장을 할 때에는 위험성이 없지만 다른 자가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위험성이 있다고 평가하여 이를 처벌하게 된다면, 공안담당기관에게 정부의 정책에 협조하지 않고 다른 입장을 취하거나 정권에 비판적인 활동을 하는 자들을 골라 선별적 처벌을 하는 길을 열어주게 되고, 다수자와 동일한 정도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할 반대자·소수자의 주장을 억압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 너무나 자명하다. 더구나 이 사건에서 실천연대나 피고인이 주장하였다는 내용이 반미, 미군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연방제 통일방안 등 우리나라의 현실 문제에 관심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한번 쯤 생각하고 고민해 볼 만한 주제에 관한 것이라면, 우리의 현실 문제를 고민하고 의견을 표명하는 국민 중 북한과 반대되는 주장 또는 대한민국 정부나 공안담당기관이 허용하는 의견을 가진 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국가보안법의 처벌대상이 될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특히 남북의 정상이 공식회담을 통하여 체결한 6.15공동선언의 핵심내용인 연방제 통일방안을 실천한다는 활동에 대해서까지 북한의 통일전술에 찬양·동조하는 것이라고 의미부여하여 처벌하여야 한다는 해석에 따른다면, 도대체 북한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행위 중에서 처벌의 대상이 되지 못할 행위가 있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국가보안법의 이와 같은 해석적용은 범죄 해당 여부가 법률에 의하여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 시책과 공안담당기관의 주관적 의도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 있는 것으로서, 권력분립과 죄형법정주의의 최소한의 요구마저 충족시키지 못하는 위법한 법 적용이 될 것이다.
다. 국가보안법의 위헌성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생각과 표현에 대한 이와 같은 자의적이고 선별적인 처벌 가능성은 권위주의적인 정권의 출현을 가능하게 해 주는 무기가 될 수 있으며,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지난날 독재정권이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반공법과 국가보안법 등 공안관련 법령의 해석 기준이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았던 것에 힘입은 바가 컸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국가보안법에 대하여 오랫동안 위헌성 문제가 제기된 끝에 헌법재판소는 1990. 4. 2. 선고 89헌가113 한정합헌결정으로 국가보안법에 위헌적 요소가 많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그에 따라 1991. 5. 31.자로 개정된 국가보안법에는 대부분의 조항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요건이 추가로 규정되어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그 이후 국가보안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하여 위험성의 요건을 추가한 법 개정 취지를 살려서,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형벌법규의 명확성을 결여한 죄형법정주의 위배, 사상과 학문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침해, 자의적 선별적 법집행을 가능하게 한 평등권 위배, 평화통일 규정 위배 등 위헌적 요소가 배제될 수 있도록 엄격한 기준에 의하여 위험성 요건을 판정하여야 하고, 그 이전과는 실질적으로 다른 법적용의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위 개정된 국가보안법에 신설된 위험성의 요건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라는 기준을 제시하기는 하였으나, 실제로는 그 이전과 아무런 차이 없이 실질적이지도 명백하지도 않은 위험에 대하여도 유죄판결을 해 왔으며, 이 사건 다수의견 역시 그러한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앞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여 충분히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국가보안법의 위헌성을 제거하기 위하여 마련된 개정법의 위험성 요건은 실질적 기능을 하지 못하는 유명무실한 요건으로 되어 버렸다는 점, 우리 법원이 그간의 대법원 판례와 마찬가지로 법 개정 전과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기준을 적용하여 위험성을 쉽게 인정하는 해석 입장을 고수한다면, 개정된 국가보안법 역시 위험성 요건의 적용을 통하여 위헌적 요소를 제거시키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고, 그렇다면 위헌성을 면할 수 없는 현행 국가보안법은 마땅히 폐지 또는 근본적인 개정이 이루어져야 하며, 법원으로서는 다시 한 번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는 것이 합당한 태도라는 점은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4도489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본 대법관이 별개의견으로 밝힌 바와 같다.
라. 맺는 말
우리 법원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대부터 형성해 왔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기준에 관한 구시대적 판례들을 민주화가 이루어진 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국가보안법의 위헌성을 지적한 헌법재판소 결정과 그에 따른 국가보안법의 개정이 이루어진 뒤에도 종전 판례가 제시했던 위험성의 기준에 실질적 변화가 없다는 점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법원이 지금이라도 과거의 판례로부터 과감하게 탈피하여 국가보안법의 해석 및 사상과 표현의 자유 제한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세우지 않는다면, 다시 권위주의 정권이 들어서거나 공안담당기관이 권한을 과도하게 남용하여 국가보안법을 방만하게 적용하는 일이 생기는 경우, 과거의 인혁당 사건이나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비롯한 20건 가까이 되는 사건과 같이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법원의 판결이 법원 스스로의 재심판결에 의하여 무효화되는 치욕스런 일이 다시 되풀이될 가능성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7. 북한의 반국가단체성 등에 관한 대법관 양승태,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민일영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가. 북한의 반국가단체성 등에 관한 대법관 박시환의 반대의견은, 북한은 반국가단체라는 측면과 대한민국과 교류·협력하면서 남북의 공존을 지향하는 부분으로서의 측면이 병존하기 때문에 북한과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하여 일단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 다수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고, 이와 같은 다수의견의 입장을 고수한다면 국가보안법은 위헌으로서 마땅히 폐지 또는 근본적인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그동안 수없이 누적된 판례를 거쳐 최근 선고된 2008. 4. 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북한이 여전히 반국가단체임을 선언하면서, 북한은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원리에 적대적이고 그와 결코 조화될 수 없는 그들의 사회주의 헌법 및 그 헌법까지도 영도하는 조선로동당규약을 통하여 그들의 최종 목적이 대한민국을 주체사상화하고 그 위에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에 있음과 이러한 적화통일의 목표를 위하여 이른바 남한의 민주화와 반외세 투쟁을 적극 지원한다는 정책을 명문으로 선언하고 그에 따른 정책들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그리고 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 이 시점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북한의 실체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증거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 반대의견이 갑자기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을 종전과 달리 보자고 하는 것은 위와 같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의 역사적 의미를 도외시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위 반대의견은 남북한이 UN에 동시 가입되고 그동안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관계가 꾸준히 확대되어 왔으며 이를 위한 법적 뒷받침까지 마련되는 등 현실에 변화가 있음을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물론 분단된 국토 양쪽에서 남북한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긴장의 완화를 이루기 위하여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는 데에는 의문이 없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은 북한을 대화의 상대방 또는 협력의 동반자로 삼아야 한다는 정책적 고려 아래 남북한의 교류를 확대하고 이를 제도적으로도 뒷받침하여 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위와 같이 대법원 판례를 형성함에 있어서 면밀히 검토하여 이미 반영된 것일 뿐만 아니라 현재 북한의 실체에 관하여 어떠한 변화가 생겼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대한민국의 노력과 정책적 고려가 있었다고 하여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을 달리 보아야 할 것은 아니다. 이와 반대의 입장에 선 위 반대의견은 논리를 전도하거나 현실을 지나치게 일방적인 시각에서 평가하는 잘못을 범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위 반대의견 스스로도 북한의 일면에 반국가단체성이 소멸되지 않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데, 국가보안법은 각 개별조문에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등의 구성요건 요소를 통해 반국가단체성과 관련 있는 행위만을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고, 다수의견 또한 구성요건적 행위가 아닌 행위를 북한과 관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처벌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므로, 북한의 이중적 성격 중 반국가단체성과 관련 없는 행위에 대하여는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위 반대의견의 논지는 무의미할 뿐 아니라 다수의견의 취지를 오해한 것이다.
그리고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미 밝힌 것처럼, 북한이 남북관계의 발전에 따라 더 이상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명백한 변화를 보이고 그에 따라 법률이 정비되지 않는 한,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법이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이라거나 그 규범력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이미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하였고 국회 역시 국가보안법을 존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제 와서 또다시 국가보안법에 대하여 위헌론을 제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나.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험성 판단과 관련하여 대법관 박시환의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실천연대가 북한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내용, 즉 반미,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 등을 주장하더라도 그것이 대한민국에 대한 명백·현존하는 위험 또는 실질적 해악의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반미 또는 주한미군 철수 및 연방제 통일 주장 등이 북한의 주장과 같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주장을 하는 단체가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있다고 보자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견의 핵심은 북한이 과거부터 대남 적화통일을 위한 통일전선전술의 일환으로 치밀한 정치적 계산 아래 반미, 주한미군 철수 및 연방제 통일 주장을 하여 왔고, 현재에도 주체사상을 토대로 통일강성대국 건설사업의 추진과 선군정치를 앞세워 대남혁명이론을 선전·전파하려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면서 이를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하기 때문에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도, 다수의견은 원심이 적법하게 제출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한 사실을 토대로 실천연대가 반국가단체로서의 북한의 활동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구성된 이적단체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는 것으로, 이는 북한의 반국가단체성과 관련하여 확립된 법리를 구체적 사실관계에 적용하는 포섭 내지 평가의 문제에 불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위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을 오해한 나머지 근거 없이 비난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다. 끝으로,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은 국가보안법 위반죄에 관한 종래의 대법원 판례 가운데 이적행위 목적과 관련하여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하고 이를 취득·소지·제작·반포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면 이적행위 목적을 추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폐기하고 행위자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선언하는 데 큰 의미가 있으며 여기에는 반대의견도 이의가 없다. 그럼에도 위 반대의견이 이 판결이 가지는 의의에 합당한 관심을 두지 아니한 채 국가보안법과 관련하여 확립된 대법원 판례를 이 판결에서 비난하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점을 아울러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