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화면내검색 공유하기 즐겨찾기 저장 인쇄

손해배상(기)등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5다56940 판결]

【판시사항】

[1] 장물로서 나중에 제권판결이 선고된 무기명채권의 매수인이 매도인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 매수인이 매입 당시 증권예탁결제원에 채권의 사고신고 접수 여부를, 발행인에게 위조 여부를 각 확인하였다면, 그 채권에 대한 공시최고절차 진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매도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예탁대상유가증권이 아닌 무기명채권의 발행인이 사고신고를 받은 경우, 이를 접수하여 대외적으로 공시하여야 하는지 여부(한정 소극) 및 예탁대상유가증권이 아닌 경우에도 사고신고를 접수하여 관리하는 내부규정을 두고 이에 따라 사고신고를 처리한 경우, 신의칙 위반에 의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한정 소극)

【판결요지】

[1] 매매 당시 제권판결을 위한 공시최고절차가 진행중이던 무기명채권이 나중에 제권판결의 선고로 무효가 된 경우, 하자 없는 완전한 매매목적물을 이전할 급부의무를 부담하는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바, 매수인이 위 채권을 매입할 당시 증권예탁결제원에 채권에 대하여 사고신고가 접수되었는지 여부를 조회하고 발행인에게 위조 여부까지 확인하여 아무런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이상, 매수인은 위 채권의 관할법원에 공시최고절차가 진행중인지 여부까지 조회하여 보아야 할 주의의무가 없으므로, 매수인이 공시최고절차의 진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매도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것은 신의칙과 공평의 원칙에 반한다.
[2] 예탁대상유가증권이 아닌 무기명채권의 발행인이 전 소지인임을 주장하는 자로부터 채권증서를 분실 또는 도난당하였다는 취지의 사고신고를 받았다 하더라도 법령상 근거나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신고인의 일방적 통보에 불과한 위 사고신고를 접수하여 관리하거나 대외적으로 공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고, 다만 발행인이 예탁대상유가증권이 아닌 경우에도 사고신고를 접수하여 관리하는 내부규정을 두고 이를 이행하여 온 경우에는 신의칙상 그에 따른 사고신고처리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으나 그러한 경우에도 내부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사고신고까지 접수하여 관리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는 없으므로(예탁대상유가증권이 아닌 경우에는 발행인이 증권예탁결제원을 통하여 공시를 할 수도 없다.), 발행인의 내부규정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거나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발행인이 내부규정에 따라 사고신고를 처리하였다면 그것이 신의칙 위반에 의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다.

【참조조문】

[1]
민법 제2조,
제390조,
제396조,
제521조,
제524조,
제580조
[2]
민법 제2조,
민법 제750조,
증권거래법 제173조의8 제2항,
제3항


【전문】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5. 8. 25. 선고 2004나5650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의 피고 1, 2에 대한 패소 부분과 피고 한국증권금융 주식회사의 패소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고, 원고의 피고 한국증권금융 주식회사에 대한 상고 및 피고 1, 2의 상고를 각 기각한다.

【이 유】

1. 원고의 상고이유를 본다.
 
가.  피고 1, 2에 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채권은 장물로서 매매 당시 이미 제권판결을 위한 공시최고절차가 진행중이었으므로 이 사건 채권에는 하자가 내재되어 있었다 할 것이고, 이후 실제로 제권판결이 선고되어 채권이 무효가 됨으로써 그러한 하자는 현실화되었으며, 이로써 원고는 이 사건 채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 할 것인바, 이러한 손해는 매도인으로서 하자 없는 완전한 매매목적물을 이전할 급부의무를 부담하는 위 피고들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위 피고들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다음, 다만 원고는 금융기관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점, 이 사건 채권은 액면금 1억 원 또는 1천만 원의 고액 채권인 점, 이 사건 채권 매수 당시 강도사건이 명동 사채시장에 널리 알려진 직후인 점, 선의취득자인 원고로서는 공시최고기간 내에 권리신고만 하였더라면 피고측의 잘못과는 상관없이 권리를 보전할 수 있었고 당시 원고만이 그러한 권리신고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점에 비추어, 원고로서도 이 사건 채권을 매입함에 있어서나 그 이후에라도 적극적으로 공시최고절차가 진행중인지 확인하고 권리신고를 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보전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하였다는 이유로 위 피고들의 배상책임을 60%로 제한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채권을 매입할 당시 위 피고들의 직원인 이계식을 통하여 증권예탁결제원에 이 사건 채권에 대하여 사고신고가 접수되었는지 여부를 조회하고 발행인인 피고 한국증권금융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에 그 위조 여부까지 확인하였어도 아무런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였다는 것인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기명채권의 매수인인 원고가 더 나아가 당해 채권의 관할 법원에 공시최고절차가 진행중인지 여부까지 조회하여 보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원심이 든 위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원고가 그러한 조치를 취하리라는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사정하에서 원고가 공시최고절차의 진행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위 피고들이 배상할 책임을 제한하는 것은 신의칙과 공평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위 피고들의 배상책임을 제한한 것은 신의칙과 공평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나.  피고 회사에 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이 부분 상고이유는 원심이 피고 회사의 배상책임을 제한한 것이 신의칙과 공평의 원칙상 현저히 불합리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는 것이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심판결 중 피고 회사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인정한 부분은 위법하여 파기를 면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피고들의 상고이유를 본다. 
가.  피고 1, 2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이 사건 채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입은 손해는 매도인으로서 하자 없는 완전한 매매목적물을 이전할 급부의무를 부담하는 위 피고들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위 피고들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다음, 피고들의 면책 항변을 모두 배척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제권판결과 채무불이행책임, 하자담보책임 및 책임제한 등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채증법칙 위배에 의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피고 회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회사의 증권금융채권 발행규정에서 무기명채권에 대한 사고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공시최고사본 또는 공시최고신청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를 첨부하여야 하며 이를 즉시 첨부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에는 신고일로부터 3일 이내에 이를 제출하게 하고 있는바, 이는 사고신고의 정확성을 담보하여 부정확한 사고신고의 남발로 유가증권의 유통성이 저해되는 폐단을 막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보이지만, 다른 한편 이 사건 채권을 발행한 피고 회사로서는 채권의 사고 유무를 적절히 공시함으로써 채권의 매수인으로 하여금 불측의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할 신의칙상 보호의무도 아울러 부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사고신고접수는 위 규정에 따라 그 절차를 이행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나, 사고발생의 진실성을 담보할 만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위 규정에 따른 사고신고요건을 갖추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공시함으로써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한 다음, 이 사건 채권에 대한 강도사건은 사채시장에서의 소문 등으로 금융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피고 회사의 담당직원들도 위 강도사건을 이미 알고 있었으며, 그러한 상황에서 김영완을 대리한 이봉숙이 고위급 국가공무원 및 변호사(위 직원들은 그렇게 오인하였다)와 함께 피고 회사를 방문하여 경찰서장이 발행한 강도피해신고확인원 등을 제시하면서 이 사건 채권의 강취사실을 알리고, 위 채권의 재발행 등 그에 대한 대책을 요청하였다면, 이 사건 채권에 대한 강취사실은 그 진실성이 담보될 만큼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다고 보이고, 따라서 이러한 경우 피고 회사로서는 김영완측이 위 규정에 따른 사고신고를 한 바 없다 하더라도 우선적으로 그 사실을 외부에 공시하는 절차를 취함으로써 제3자로 하여금 불측의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 할 것인데, 이를 이행하지 않은 잘못으로 이 사건 채권에 관하여 사고조회를 한 원고로 하여금 위 채권에 아무런 하자가 없는 것으로 믿게 함으로써 이를 매수하게 하고 또 공시최고기간이 진행중임에도 권리신고를 하지 못하게 하여 결국 이 사건 채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손해를 입게 하였다 할 것이니,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증권거래법상 예탁대상유가증권의 발행인은 유가증권의 압류·가압류 또는 가처분의 명령에 관한 통지를 받거나 도난·분실 또는 멸실된 유가증권에 대한 사고신고(민사소송법에 의한 공시최고 및 제권판결을 포함한다)를 접수한 경우 그 유가증권의 종류 기타 재정경제부령이 정하는 사항을 예탁원에 지체 없이 통지함으로써 예탁원으로 하여금 이를 공표하도록 할 법령상의 의무가 있으나( 증권거래법 제173조의8 제2항, 제3항 참조), 예탁대상유가증권이 아닌 유가증권의 발행인에게는 그러한 의무가 부과되어 있지 아니하고, 한편 무기명채권의 발행인은 만기에 그 소지인에게 채권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그 전 소지인으로부터 도난 또는 분실의 신고가 있었다거나 제권판결을 위한 공시최고의 신청이 있었다는 이유로 상환의무를 면할 수 없는 것이므로( 대법원 1964. 9. 8. 선고 64다464 판결, 1987. 5. 26. 선고 86다카1559 판결 등 참조), 예탁대상유가증권이 아닌 무기명채권의 발행인이 전 소지인임을 주장하는 자로부터 채권증서를 분실 또는 도난당하였다는 취지의 사고신고를 받았다 하더라도 법령상 근거나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신고인의 일방적 통보에 불과한 위 사고신고를 접수하여 관리하거나 대외적으로 공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다만 발행인이 예탁대상유가증권이 아닌 경우에도 사고신고를 접수하여 관리하는 내부규정을 두고 이를 이행하여 온 경우에는 신의칙상 그에 따른 사고신고처리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으나 그러한 경우에도 내부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사고신고까지 접수하여 관리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예탁대상유가증권이 아닌 경우에는 발행인이 증권예탁결제원을 통하여 공시를 할 수도 없다.) 발행인의 내부규정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거나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발행인이 내부규정에 따라 사고신고를 처리하였다면 그것이 신의칙 위반에 의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으로서는 우선 이 사건 채권이 증권거래법상 예탁대상유가증권인지의 여부부터 가려낸 후, 이 사건 채권이 예탁대상유가증권이라면 피고 회사가 법령에서 요하는 의무를 이행하였는지 여부를 심리하여 판단하고, 이 사건 채권이 예탁대상유가증권이 아니라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피고 회사가 신의칙상 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에게 불법행위를 가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이와 달리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만연히 피고 회사에게 신의칙상 의무 위반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것은 무기명채권 발행인의 사고신고 처리 의무에 관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의 피고 1, 2에 대한 패소 부분과 피고 회사의 패소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상고 및 피고 1, 2의 상고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김영란 김황식(주심) 이홍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