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헌재결정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화면내검색 공유하기 즐겨찾기 저장 인쇄

서훈추천부작위 등 위헌확인

[전원재판부 2004헌마859, 2005. 6. 30., 각하]

【판시사항】

1. 국가에게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예우를 해 줄 헌법상 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
2. 국가보훈처장이 독립유공자(순국선열 및 애국지사)로 인정받기 위한 전제로서 요구되는 서훈추천을 거부한 것에 대하여 행정부작위 헌법소원이 가능한지 여부(소극)
3. 대통령의 영전 미수여 행위에 대해 행정부작위 헌법소원으로 다툴 수 있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헌법은 국가유공자 인정에 관하여 명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전문(前文)에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이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가의 공헌과 희생을 바탕으로 이룩된 것임을 선언한 것이고, 그렇다면 국가는 일제로부터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하여 공헌한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하여는 응분의 예우를 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를 지닌다.
2. 독립유공자의 구체적 인정절차는 입법자가 헌법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 한 입법재량으로 정할 수 있다. 독립유공자 인정의 전 단계로서 상훈법에 따른 서훈추천은 해당 후보자에 대한 공적심사를 거쳐서 이루어지며, 그러한 공적심사의 통과 여부는 해당 후보자가 독립유공자로서 인정될만한 사정이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에 관한 판단에 있어서 국가는 나름대로의 재량을 지닌다. 따라서 국가보훈처장이 서훈추천 신청자에 대한 서훈추천을 하여 주어야 할 헌법적 작위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서훈추천을 거부한 것에 대하여 행정권력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으로서 다툴 수 없다.
3. 영전수여에 앞서 법률상 요구되는 서훈추천이 거부됨에 따라 대통령이 영전수여신청자에 대하여 영전을 수여하지 않은 것은 그 전제가 되는 법적 절차의 미개시에 따른 것일 뿐 대통령이 공권력의 행사를 하여야 함에도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영전 미수여를 다투는 심판청구 역시 행정부작위를 다투는 헌법소원으로서 부적법하다.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윤○삼 외 3인

대리인 법무법인 한결

담당변호사 백승헌 외 1인

피청구인 1. 국가보훈처장

2. 대통령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들은 독립유공자의 유족이라면서 피청구인 국가보훈처장에게 아래와 같이 주장하며 대통령에게 서훈을 추천하여 줄 것을 신청하였다.

청구인 윤○삼은 망 윤○옥의 아들인바, 망 윤○옥이 1930년경 전남운동협의회 농민반에서 활동하는 등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 경찰에 검거되어 1년의 징역을 살았다. 청구인 박○재는 망 박○세의 아들인바, 망 박○세가 전남운동협의회의 후속단체인 재건위원회를 결성하는 등의 항일 활동을 하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2년 6월의 징역을 살았다. 청구인 김○심은 망 정○생의 친조카이자 양자인 망 정○재의 부인인바, 망 정○생이 망 박○세와 함께 위 재건위원회를 결성하고 항일운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복역하였다. 청구인 최○보는 망 최○산의 아들인바, 망 최○산이 1926. 항일운동 단체인 ‘살자회’를 조직하는 등 항일운동을 하다가 2회에 걸쳐 징역 3년과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아 복역하였다.

(2) 피청구인 국가보훈처장은 2004. 8. 9. 망 윤○옥에 대하여는 ‘사망시기 등 활동 이후 행적 불분명’을 이유로, 망 박○세에 대하여는 ‘광복 이후 남로당활동 등의 행적’을 이유로, 망 정○생에 대하여는 ‘광복 이후 행적 불분명’을 이유로, 망 최○산에 대하여는 ‘광복 이후 6.25 당시 부역 등의 행적’을 이유로 포상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한다는 회신(“2004년도 독립유공자 공적심사 결과안내”)을 하였다.

(3) 청구인들은 주위적으로 피청구인 국가보훈처장이 청구인들의 위 망부 등에 대하여 서훈추천을 하지 않은 부작위가 위헌임을, 예비적으로 피청구인 대통령이 이들에 대하여 영전을 수여하지 않은 부작위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2004. 11. 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주위적으로 피청구인 국가보훈처장이 청구인들의 망부 혹은 친족에 대하여 서훈추천을 하지 않은 부작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예비적으로 피청구인 대통령이 이들에 대하여 영전을 수여하지 않고 있는 부작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며, 관련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독립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 제4조(적용대상자) 다음 각 호의 1의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은 이 법에 의한 예우를 받는다.

1. 순국선열: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하여 항거하다가 그 항거로 인하여 순국한 자로서 그 공로로 건국훈장ㆍ건국포장 또는 대통령표창을 받은 자

2. 애국지사: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하여 항거한 사실이 있는 자로서 그 공로로 건국훈장ㆍ건국포장 또는 대통령표창을 받은 자

상훈법 제5조(서훈의 추천) ① 서훈의 추천은 중앙행정기관의 장(대통령직속기관 및 국무총리직속기관의 장을 포함한다), 국회사무총장, 법원행정처장, 헌법재판소사무처장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사무총장이 행한다.

② 제1항에 규정된 추천권자의 소관에 속하지 아니하는 서훈의 추천은 행정자치부장관이 행한다.

③ 서훈의 추천을 하고자 할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적심사를 거쳐야 한다.

제7조(서훈의 확정) 서훈대상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결정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청구인들의 망부 등은 독립운동을 하였으므로 마땅히 건국훈장, 건국포장 등이 수여되어야 함에도 국가보훈처는 망인들의 독립운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 대신, 전혀 근거도 없이 사망시기 등 행적불분명, 광복이후 남로당 행적 등 독립운동과 무관한 사유를 가지고 서훈추천을 하지 않았다. 또 대통령도 망인들에 대한 영전 수여를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청구인들은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법률상의 예우를 누리지 못하는바 이는 다른 국가유공자 유족들과의 관계에서 평등권 침해이며, 망인의 명예가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여 청구인들의 명예까지 훼손된 것으로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받은 것이다.

나. 국가보훈처장의 의견

(1) 국가보훈처는 독립유공자로 포상을 받은 사람에 대한 유족등록의 의무가 있으나 포상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 대하여서는 그러한 의무가 부여되지 않으므로, 특정인에 대하여 국가보훈처장이 서훈추천을 하지 않았고 대통령이 영전수여를 하지 않은 것은 기본권의 침해가 없는 단순한 부작위일 뿐이므로 행정부작위를 다투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훈장 등의 서훈은 통치권적 차원에서 고도의 상징성을 지닌 자유재량행위로서 그 본질상 공적이 있다고 하여 반드시 국가가 포상을 하여야 할 법률적 의무가 없으며, 국가에 대하여 포상을 청구할 법률적 권리도 없는 것이다(서울행정법원 2000. 8. 30. 선고 99구28223 판결). 따라서 청구인들이 장래 반사적으로 누릴 수 있는 지위를 예정하여 그것이 인정되지 않는 것을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헌법소원의 요건을 갖춘 것이라 볼 수 없다.

(2) 독립유공자의 공적을 발굴해 포상하기 위해서는 그 활동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활동 당시의 판결문, 수형기록, 신문기사 등의 자료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청구인들의 경우 사실 자료에 의한 입증 문제와 독립운동 활동 이후의 행적불분명이나 신원상의 사유로 인해 포상대상에 불포함되어 서훈추천을 받지 못한 것이므로, 이로 인하여 평등권이나 행복추구권 등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3. 판 단

가. 행정권력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 즉 헌법의 명문규정으로부터 혹은 헌법해석상 도출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인정되어 이에 의거하여 기본권의 주체가 행정행위를 청구할 수 있음에도 공권력의 주체가 그 의무를 해태하는 경우에 허용된다(헌재 1991. 9. 16. 89헌마163, 판례집 3, 505, 513 ; 1995. 5. 25. 90헌마196, 판례집 7-1, 669, 677).

헌법은 국가유공자 인정에 관하여 명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헌법은 전문(前文)에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이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가의 공헌과 희생을 바탕으로 이룩된 것임을 선언한 것이고, 그렇다면 국가는 일제로부터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하여 공헌한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하여는 응분의 예우를 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를 지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그러한 의무는 국가가 독립유공자의 인정절차를 합리적으로 마련하고 독립유공자에 대한 기본적 예우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뜻할 뿐이며, 당사자가 주장하는 특정인을 반드시 독립유공자로 인정하여야 하는 것을 뜻할 수는 없다.

나. 독립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은 위와 같은 헌법적 취지에서 독립유공자(순국선열 및 애국지사)와 그 유족 또는 가족에 대한 예우를 정하고 있다. 그런데 동법은 순국선열이나 애국지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독립운동을 한 공로로 “건국훈장ㆍ건국포장 또는 대통령표창을 받은 자”일 것을 요구한다(제4조). 한편 상훈법은 훈장이나 포장(褒章)의 수여는 공적심사를 거친 후 국가보훈처장 등의 서훈 추천에 따라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상훈법 제5조 제1항, 제7조). 또 대통령표창을 받기 위해서도 중앙행정기관의 장 등의 추천이 필요하다(정부표창규정 제14조).

청구인들은 그들의 망부 혹은 친족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어 유족으로서 독립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상의 혜택을 받고자 국가보훈처장에게 서훈추천을 신청하였으나, 공적심사 결과 위에서 언급된 사유로 서훈추천 대상자에 불포함 된다는 취지의 회신을 받았다.

다. 국가는 독립유공자를 제대로 가려내어 마땅히 그들과 유족 또는 가족들에게 그 공헌도에 상응하는 예우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나, 독립유공자의 구체적 인정절차는 입법자가 헌법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 한 입법재량을 가지는 영역에 해당된다고 볼 것이다. 독립유공자 인정의 전 단계로서 상훈법에 따른 서훈추천은 해당 후보자에 대한 공적심사를 거쳐서 이루어지며, 그러한 공적심사의 통과 여부는 해당 후보자가 독립유공자로서 인정될만한 사정이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에 관한 판단에 있어서 국가는 나름대로의 재량을 지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사자가 독립유공자 등록을 위한 서훈추천 신청을 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서훈추천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

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에서 국가보훈처장이 청구인들의 망부 혹은 친족에 대한 서훈추천을 하여 주어야 할 헌법적 작위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서훈추천을 거부한 것에 대하여 행정권력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으로서 다툴 수 없는 것이다.

라. 헌법 제80조는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훈장 기타의 영전을 수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과 상훈법의 내용을 종합하면, 영전의 수여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재량에 달려 있는 사항이며, 달리 헌법은 국민에게 영전을 수여할 것을 요구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 있어서 대통령에게 특정인에 대한 영전수여를 하여야 할 헌법상 작위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이 사건에서 대통령이 청구인들의 망부 혹은 친족에 대한 영전을 수여하지 않고 있는 것은 영전 수여에 앞서 법률상 요구되는 서훈추천이 거부된 것에 기인한 것이며, 이는 그 전제가 되는 법적 절차의 미개시에 따른 것일 뿐 대통령이 공권력의 행사를 하여야 함에도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청구인들이 대통령의 영전 미수여를 다투는 예비적 심판청구 역시 행정부작위를 다투는 헌법소원으로서 부적법한 것이다.

4. 결 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주심)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상경

(퇴임으로 서명날인 불능)

이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