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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결정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민사소송법 제290조 위헌소원

[전원재판부 2010헌바64, 2011. 10. 25.]

【판시사항】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로서 법원이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한 것은 조사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규정한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된 것) 제290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사자가 신청하는 모든 증거를 조사하지 아니하고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것에 대하여만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송절차의 신속ㆍ원활한 진행을 도모하고, 소송과 무관하거나 왜곡된 증거가 제출ㆍ조사됨으로써 부당한 결론이 도출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에 합치하는 공정한 재판실현이라는 헌법적 요청을 구현하려는 데 그 입법목적이 있으므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그 수단 또한 적절하다. 한편, 법원이 증거조사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는, 증거가 쟁점과 무관하거나, 이미 충분한 심증을 얻고 있어 중복된 증거조사가 필요없는 경우 등이 대부분이므로, 법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르지 아니하는 내재적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단서에서는 "당사자의 주장에 관한 유일한 증거인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드시 조사하도록 함으로써 법원이 증거조사를 아니할 수 있는 재량의 한계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할 뿐만 아니라,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이 입게 되는 사익의 침해와 위 공익을 비교해 볼 때 법익의 균형성 요건 역시 충족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문】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290조

【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37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146조, 제147조, 제149조, 제202조, 제288조, 제291조, 제292조, 제293조, 제347조, 제348조

【참조판례】

헌재 2004. 9. 23. 2002헌바46, 판례집 16-2상, 490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박○홍국선

대리인 변호사 김현성

당해사건 대법원 2009마2125 문서제출명령에 대한 이의


[주 문]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290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2007. 10. 20. 서울동부지방법원 2007재가합46호로 재심의 소(재심대상판결 : 서울동부지방법원 1998. 11. 26. 선고 98가합16034 판결)를 제기하였다. 청구인이 주장한 재심사유는 재심대상판결의 유일한 증거였던 청구외 전○팔의 인감증명서가 위조되었다는 것이다.


(2) 서울동부지방법원이 2008. 6. 13. 위 재심의 소를 각하하고, 항소심에서도 2009. 1. 14. 항소기각되자(서울고등법원 2008나61075, 2009. 2. 6. 위 판결이 확정되었음), 2009. 9. 1. 위 서울고등법원 2008나61075 판결을 대상으로 다시 재심의 소를 제기하였으며(서울고등법원 2009재나679), 위 사건이 계속중이던 2009. 12. 2., 최초의 재심대상사건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제출되었던 인감증명서 제5027호 원본(청구외 전○팔의 인감증명서)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였으나 해당 재판부는 위 신청을 기각하였다.


(3) 청구인은 2009. 12. 10. 위 문서제출명령신청기각결정에 대하여 즉시항고하였고(사건번호 대법원 2009마2125), 이에 대한 재판이 계속 중이던 2009. 12. 23. 민사소송법 제290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0. 1. 14. 항고심인 대법원은 위 즉시항고 및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모두 기각하였다.


(4) 이에 청구인은 2010. 1. 27.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기각결정을 송달받은 후, 2010. 1. 2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290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290조(증거신청의 채택여부)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를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조사하지 아니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실에 대한 유일한 증거인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관련조항]

민사소송법 제146조(적시제출주의) 공격 또는 방어의 방법은 소송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제출하여야 한다.

제147조(제출기간의 제한) ① 재판장은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 한 쪽 또는 양 쪽 당사자에 대하여 특정한 사항에 관하여 주장을 제출하거나 증거를 신청할 기간을 정할 수 있다.

② 당사자가 제1항의 기간을 넘긴 때에는 주장을 제출하거나 증거를 신청할 수 없다. 다만, 당사자가 정당한 사유로 그 기간 이내에 제출 또는 신청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소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149조(실기한 공격ㆍ방어방법의 각하) ① 당사자가 제146조의 규정을 어기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공격 또는 방어방법을 뒤늦게 제출함으로써 소송의 완결을 지연시키게 하는 것으로 인정할 때에는 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상대방의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이를 각하할 수 있다.

② 당사자가 제출한 공격 또는 방어방법의 취지가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에, 당사자가 필요한 설명을 하지 아니하거나 설명할 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상대방의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이를 각하할 수 있다.

제202조(자유심증주의)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제288조(불요증사실) 법원에서 당사자가 자백한 사실과 현저한 사실은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 다만, 진실에 어긋나는 자백은 그것이 착오로 말미암은 것임을 증명한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제291조(증거조사의 장애) 법원은 증거조사를 할 수 있을지, 언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증거를 조사하지 아니할 수 있다.

제292조(직권에 의한 증거조사)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에 의하여 심증을 얻을 수 없거나, 그 밖에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

제293조(증거조사의 집중) 증인신문과 당사자신문은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정리한 뒤 집중적으로 하여야 한다.

제347조(제출신청의 허가여부에 대한 재판) ① 법원은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결정으로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그 제출을 명할 수 있다.

②문서제출의 신청이 문서의 일부에 대하여만 이유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그 부분만의 제출을 명하여야 한다.

③제3자에 대하여 문서의 제출을 명하는 경우에는 제3자 또는 그가 지정하는 자를 심문하여야 한다.

④법원은 문서가 제344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그 문서를 제시하도록 명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은 그 문서를 다른 사람이 보도록 하여서는 안된다.

제348조(불복신청) 문서제출의 신청에 관한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2. 청구인의 주장

가.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가 재판의 심리진행이나 진실발견에 중요한 문서이지만 상대방 또는 제3자가 이를 소유(소지)하고 있다면, 증거를 신청한 당사자의 접근성이 제한됨으로 말미암아 해당 소유자(소지자)가 임의로 제출하지 않는 한 문서제출명령신청, 사실조회신청 등 법원에 증거신청을 함으로써만 확인이 가능한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사자가 신청하는 모든 증거신청에 대하여 그 필요성 여부를 ‘당사자의 주장에 관한 유일한 증거인 경우’ 이외에는 오로지 법관의 재량에 맡기고 있는 결과, 당사자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의 신청을 법원이 자의적으로 조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충실한 심리를 통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당사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고 있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재판과정에서 사회적으로나 정보접근 등의 면에서 약자의 지위에 있는 당사자에게 실질적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다. 당해사건에서 청구인이 문서제출명령신청한 대상문서인 인감증명서는 사실상 재심사유가 있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관한 유일한 증거임에도 불구하고, 당해사건의 재판부가 이를 채택하지 아니한 것은 부당하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우리 재판소는 2004. 9. 23. 2002헌바46 결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과 내용이 동일한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제263조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선고하였는바,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과잉금지원칙의 위배 여부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방법의 적절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원으로 하여금 당사자가 신청하는 모든 증거를 조사하지 아니하고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것에 대하여만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송절차의 신속ㆍ원활한 진행을 도모하고, 소송과 무관하거나 왜곡된 증거가 제출ㆍ조사됨으로써 부당한 결론이 도출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만약 청구인의 주장대로 당사자가 신청하는 모든 증거에 대하여 법원이 이를 조사하여야 한다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당사자로서는 쟁점과 무관하거나 심지어 위조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여 그 조사를 요구함으로써 소송결과를 왜곡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패소가능성이 있는 당사자의 경우에는 불필요한 증거에 대하여까지 법원에 조사를 요구함으로써 소송을 최대한 지연시키려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신청하는 모든 증거를 조사하여야 한다면 법원은 불필요한 증거조사를 위하여 막대한 인적ㆍ물적 낭비를 초래하게 되고, 당사자가 당해 소송과 전혀 무관한 제3자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경우에는 그 제3자가 출석 및 진술하게 됨으로써 불이익과 권리침해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민사소송절차의 신속과 심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 중 심리의 진행이나 진실발견과 무관한 증거에 대하여는 이를 조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신속한 재판실현이라는 소송경제와 실체적 진실에 합치하는 공정한 재판실현이라는 헌법적 요청에 부합하는 규정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방법의 적절성을 인정할 수 있다.


(2) 최소침해성 및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에 대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서 법원이 조사를 하도록 한 것으로서, 그 필요성 여부의 판단은 법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재적 한계가 있다. 즉, 그 증거가 소송의 쟁점과 무관하거나 쟁점판단에 무가치하거나 부적절한 경우, 그 사실의 존부가 소송결과에 영향이 없는 경우, 법원이 이미 충분한 심증을 얻고 있는 경우, 동일 사실에 대하여 거듭 증거가 신청된 경우, 경험칙 등에 의하여 법원이 이미 알고 있는 경우 등은 증거조사가 불필요한 예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의 단서에서는 당사자의 주장에 관한 유일한 증거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증거조사의 필요성 여부와 관계없이 이를 반드시 조사하도록 함으로써 법원이 증거조사를 아니할 수 있는 재량의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신속한 재판실현이라는 소송경제와 실체적 진실에 합치하는 공정한 재판실현이라는 헌법적 요청을 달성함에 있어,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과 달리 규정하거나 다른 제도를 통하여 기본권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도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근거한 법원의 소송지휘권 행사로 인한 기본권침해, 즉 심리의 진행이나 실체적 진실발견과 무관한 증거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그에 대한 증거조사가 행하여지지 않는 불이익은 신속한 재판의 확보 및 공정한 재판실현이라는 공익에 비하여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상실한 것이 아니다.


(3)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기본원칙인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이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것이라 할 수 없다.


나. 평등원칙의 위배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원ㆍ피고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구체적 사건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법원의 소송지휘상에 사실상 차이가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 재판소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와 같은 견해는 그 자체로서 타당하다 할 것이다. 또한 위와 같이 공정한 재판 못지않게 소송절차 면에서 신속한 재판을 도모하려는 시도는, 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민사소송법을 통해 소송의 정도에 따른 적절한 시기에 공격방어방법을 제출하지 않으면 정당한 사유를 소명하지 아니하는 한 이를 제출할 수 없도록 하는 등 더욱 강조되어 왔다는 점, 현재 법원의 재판절차에서 역점을 두고 시행하고 있는 공판중심주의를 효율적으로 실현하는 것과도 매우 관련이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선례가 판시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합헌성은 후속 입법례나 재판실무에 의하여 지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달리 위 선례의 판단이 후속 법률들이나 판결들, 현재의 재판실무에 비추어 타당성을 상실하게 되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여부를 판단하는 현재 시점에서 위 선례의 판시내용과 달리 판단해야 할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으므로, 이를 그대로 유지함이 마땅하다 할 것이다.

한편 위 선례에서는 판단되지 아니한 사항으로서 청구인은, 자신이 문서제출명령신청한 대상문서인 인감증명서는 청구인의 주장에 관한 유일한 증거임에도 불구하고 당해사건의 원심 재판부가 이를 채택하지 아니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는 구체적인 재판의 당부를 다투는 것으로서 이 사건 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