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화면내검색 공유하기 즐겨찾기 저장 인쇄

채무부존재확인

[대법원 1997. 6. 24. 선고 97다2221 판결]

【판시사항】

도급인이 일방적으로 공사의 완공이 불가능할 정도의 공기 단축을 요구하여 수급인으로 하여금 부득이 이에 응하게 한 경우, 그 단축된 준공기한 위반을 이유로 지체상금을 물게 하는 것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도급인의 지위에 있는 행정기관이 당초의 입찰이나 계약체결시에 약정한 공사기간을 그 후 행정상의 이유로 일방적으로, 수급인이 당초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상당한 기간의 단축을 요구하여 수급인으로 하여금 이에 부득이 응하게 한 경우, 공사기간을 단축할 당시에 있어서의 기성공정률과 그 공사의 완공에 필요한 총기간 및 남은 공사기간 등을 참작하여 그 단축된 기간 내에 공사를 준공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총체적으로 부실공사를 강요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면, 당초의 지체상금에 관한 약정을 그대로 적용하여 그와 같이 준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단축된 준공기한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계산한 지체 일수 전부에 대하여 당초의 약정에 의한 지체상금의 배상을 그대로 물게 하는 것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비추어 허용할 수 없으므로, 준공기한을 앞당기기로 하는 그 합의는 준공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에 해당하는 지체상금 부분에 한하여 무효라고 한 사례.

【참조조문】

민법 제103조, 제398조, 제664조

【참조판례】

대법원 1990. 11. 27. 선고 88다카12759 판결(공1991, 185)


【전문】

【원고,상고인】

정도종합건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관표)

【피고,피상고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1996. 12. 3. 선고 94나401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가.  원심이 인정한 기초사실
(1) 원고는 1992. 12. 30. 피고와의 사이에(실제로는 조달청 대전지청이 계약체결을 대행하였다) 피고가 대전엑스포에 대비하여 발주하는 대전 유성온천 공영개발사업 2단계 공사에 대하여 총공사대금을 금 1,416,669,000원으로 하고, 공사는 착공일로부터 300일이 되는 1993. 10. 25.일에 완료하되(다만 도급계약서에는 형식상 회계 연도 말인 1992. 12. 31.로 기재하였다)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에는 지체 1일마다 공사계약 금액의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지체상금을 공제하기로 하는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위 공사에 착수하였다.
(2) 그 후 1993. 6. 14.에 이르러 위 공사의 일부 설계가 변경되면서 공사비로 금 194,406,000원이 추가되어 공사대금은 합계 금 1,611,075,000원이 되었는데, 1993. 9. 17. 다시 원·피고 합의하에 금 14,792,000원의 공사비를 감액하여 공사대금은 결국 금 1,596,283,000원(1,416,669,000원+194,406,000원-14,792,000원)으로 확정되었다.
(3) 한편 피고는 1993. 1. 15.경 93 대전엑스포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공사의 준공기한을 1993. 6. 30.까지로 단축·변경하는 조치를 취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원고가 공기 부족을 이유로 준공기한 연기를 요청하자 예정 준공일을 1993. 7. 31.로 연기하여 최종적으로 준공기한을 1993. 7. 31.로 확정하였다.
(4) 원고는 그 후 1993. 9. 28. 위 공사를 완료하고, 같은 해 10. 11. 준공검사를 마쳤는데, 피고는 1993. 11. 6. 원고가 약정준공기한 일자인 1993. 7. 31.을 59일 초과하여 공사를 완료하였으므로 공사대금에서 도급계약서상의 지체상금률에 따라 계산한 지체상금 94,180,690원(1,596,283,000원×1/1,000×59, 계산상 원 미만 금액은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버린다)을 상계한다는 통보를 한 후, 1994. 1. 24. 위 지체상금과 동액 상당의 공사비 지급채무를 상계 처리하고 원고에 대한 공사금 지급채무를 종결 처리하였다.
 
나.  원심이 인정한 이 사건 공사의 준공기한 단축 합의의 상세한 경위
피고는 이 사건 공사 도급계약을 위한 입찰 설명시 이 사건 공사는 93 대전엑스포에 대비한 공사이므로 대전엑스포에 지장이 없도록 공사가 단기간 내에 완공되어야 한다고 자세히 설명한 바 있는데, 피고측 계약대행자인 조달청 대전지청은 공사 도급계약 체결 후인 1993. 1. 15.경 이 사건 도급공사의 준공기한을 1993. 10. 25.에서 1993. 6. 30.로 변경하여 원고에게 통보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위 공사의 최종 공기를 1993. 6.말로 하는 공정표를 새로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고, 공사선급금보증금납부서나 이행보증보험증권에도 계약 이행기간을 1992. 12. 30.부터 1993. 6. 30.까지로 정하여 위 공사를 하는 것으로 기재하였으나, 1993. 6. 30.까지는 아무래도 공사를 마칠 수 없다고 판단한 원고의 요구로 피고는 1993. 6. 14. 원고와 시설공사 추가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준공기한을 1993. 7. 31.(공사 착공일로부터 214일째에 해당한다)로 변경하기로 상호 합의하고 이에 따라 공사계약보증서상의 준공기일도 위 날짜로 하였으며, 이에 따라 원고는 위 공사 중도기성금 1,081,066,000원을 수령하면서 공사기성 부분 검사원에 준공기일을 위와 같이 변경된 1993. 7. 31.로 기재하였고, 위 공사를 준공하면서 작성된 공사준공검사조서에도 착공일 1992. 12. 30., 준공기한 1993. 7. 31., 준공일 1993. 9. 28.로 각 기재하였다.
 
2.  이 사건 준공기한의 단축 합의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지의 여부를 본다. 
가.  이 부분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즉, 이 사건 공사는 입찰 당시나 최초 도급계약 당시 모두 착공 후 300일이 되는 1993. 10. 25.을 준공기한으로 예정하고 있었고 이 사건 공사에 필요한 공사기간은 최소한 300일이 소요되는데도 불구하고, 피고가 임의로 준공기한을 1993. 6. 30.로 변경하여 절대적인 공사기간의 부족을 초래하게 한 후 이를 연기해 준다는 명목으로 1993. 7. 31.까지로 준공기한을 변경한 것은 원고가 피고의 강요로, 공사대금을 받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준공기한의 단축에 동의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준공기한 단축에 관한 합의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민법 제103조 소정의 무효인 법률행위이므로 당초의 준공기한인 착공 후 300일 이내에 위 공사를 준공한 원고로서는 피고가 통보한 바와 같은 지체상금을 피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없다 할 것이어서, 원고에게 위 지체상금 채무가 있음을 원인으로 한 피고의 상계는 무효이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상계금액 상당의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즉, 원심은 원심 감정인 소외 1의 감정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공사에 소요되는 가장 적절한 공사기간은 공사기간이 동절기와 겹치는 점 등을 참작할 때 약 279일 내지 298일 정도인 것으로 인정되며, 이에 반하는 원심 감정인 소외 2의 일부 감정 결과는 믿기 어려우나, 원고는 전문건설회사로서 93 대전엑스포에 대비한 이 사건 공사가 조기에 완공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공시기한의 변경에 맞추어 모든 서류를 작성하고 공사대금을 청구·수령해 온 점 등을 참작해 볼 때, 당초의 준공기한을 약 석달 앞당긴 합의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무효의 법률행위라고는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우선 원심은 원고의 주장 취지를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원고가 주장하는 바는 그 청구원인과 관련하여 볼 때, 단순히 이 사건 공사기간의 단축 합의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단축시킨 준공기한 내에 준공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이에 대하여 지체상금까지 부담시키는 것이 사회질서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2) 그러므로 여기서 위와 같은 관점에서 기록에 따라 원심판단의 당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가) 원심도 인정하듯이, 원·피고는 당초의 입찰참가통지나 낙찰 후 도급계약 체결시 이 사건 공사기간을 착공 후 300일로 하여 준공기한을 1993. 10. 25.로 약정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그 후 93 대전엑스포에 지장이 없도록 준공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그나마 이 사건 시설물이 직접 대전엑스포에 제공된다는 것인지, 당초부터 대전엑스포를 예상하여 정한 공사기간이 갑자기 왜 그와 같이 4개월 가량이나 단축되어야 한다는 것인지는 설명되어 있지 아니하다.) 당초의 공사기간 300일을 120일 가량이나 단축한 180일 정도로 하여 준공기한을 같은 해 6. 30.로 원고에게 통보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위와 같은 피고의 준공기한 단축 통보를 명시적으로 승낙한 바는 물론이고 사실상으로도 인정한 바가 없었다. 그 후로도 원고는 준공기한의 변경에 관한 분명한 합의를 거절해 오다가 같은 해 6. 14. 앞서 본 추가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의 요청에 못이겨 부득이 준공기한을 같은 해 7. 31.까지로 우선 합의를 해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원·피고 사이의 이 사건 준공기한 단축의 합의는 피고의 요구에 따라 피고의 일방적인 편의만을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것이다.
(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공사기간을 300일로 예상하여 입찰에 참가하고 공사계획을 수립하여 시공하고 있다가 피고측의 요구로 위와 같이 210일 정도로 단축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 공사에 가장 적절한 공사기간은 원심도 인정하듯이 공사기간이 동절기와 겹치는 점 등을 참작할 때 약 279일 내지 298일 정도라는 것이고, 위 합의 당시에 있어서 이 사건 공사의 기성공정률은 67.1%에 불과한 정도였는데(기록 제62쪽 참조), 여기에다가 피고는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당초의 공사 외에 설계를 변경하여 추가 공사까지 요구하였던 것이다. 이런 점들에 비추어, 위 합의 당시인 1993. 6. 14.에 있어서의 사정으로 보아 우선 이 사건 공사가 단축된 준공기한인 같은 해 7. 31.까지 준공될 수 있는 것인지가 심히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그 준공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총체적으로 부실공사를 강요하는 것이 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할 것이다.
(다) 위와 같이 도급인의 지위에 있는 행정기관인 피고가 당초의 입찰이나 계약체결시에 약정한 공사기간을 그 후 행정상의 이유로 일방적으로, 수급인이 당초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상당한 기간의 단축을 요구하여 수급인인 원고로 하여금 이에 부득이 응하게 한 경우에, 그와 같이 공사기간을 단축할 당시에 있어서의 기성공정률에다가 그 공사의 완공에 필요한 총기간 및 남은 공사기간 등을 참작하여 그 단축된 기간 내에 공사를 준공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총체적으로 부실공사를 강요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면, 당초의 지체상금에 관한 약정을 그대로 적용하여 위와 같이 준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단축된 준공기한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계산한 지체일수 전부에 대하여 당초의 약정에 의한 지체상금의 배상을 그대로 물게 하는 것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비추어 허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준공기한을 앞당기기로 하는 위 합의는 준공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에 해당하는 지체상금 부분에 한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이 사건 공사에 필요한 적절한 공사기간인 약 279일 내지 298일 정도의 공사기간에다가 앞서 본 공사기간 단축 합의 당시인 1993. 6. 14.에 있어서의 기성공정률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공사가 부실공사가 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최선을 다하여 시공할 경우 그를 준공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심리하고 나아가 피고 주장의 위 지체일수 중에서 위와 같이 심리한 결과 인정되는 최소한의 기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일수(앞당긴 준공기한부터 절대적으로 필요한 준공기한까지의 일수)가 얼마가 되는지를 가려내어 보았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이 일수에 대하여까지 당초의 약정에 의한 지체상금을 인정하는 것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앞서 본 바와 같은 피상적인 이유만을 들어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고 만 것은 원고의 주장 취지를 잘못 해석하였거나 사회질서 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를 살필 것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최종영 정귀호(주심) 이돈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