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판시사항】
[1]
민법 제684조 제1항에 따라 수임인이 위임인에게 인도하여야 할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받은 금전 기타 물건’의 범위
[2] 토지의 실소유자로부터 신탁받은 토지의 매도를 위임받은 수임인이 1, 2차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주택조합에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주었으나, 그 후 용도변경이 부결될 경우 매매계약을 무효로 하기로 한 약정에 따라 위 매매계약의 무효를 주장하여 주택조합과 매매대금을 증액하기로 하는 3차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추가 매매대금을 지급받으면서 아파트 사업승인과 관련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확약서 및 가처분 해제 신청서를 작성해 준 사안에서, 수임인은 위 추가 매매대금 중 토지의 ‘정당한 시가’에 상응하는 금원을
민법 제684조 제1항에 따라 위임인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684조 제1항은 “수임인은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받은 금전 기타의 물건 및 그 수취한 과실을 위임인에게 인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임계약이 위임인과 수임인의 신임관계를 기초로 하는 것이라는 점 및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하는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여 볼 때, 위 조항에서 말하는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받은 금전 기타 물건’에는 수임인이 위임사무의 처리와 관련하여 취득한 금전 기타 물건으로서 이를 수임인에게 그대로 보유하게 하는 것이 위임의 신임관계를 해한다고 사회통념상 생각할 수 있는 것도 포함된다.
[2] 토지의 실소유자로부터 신탁받은 토지의 매도를 위임받은 수임인이 1차 매매계약 체결 후 매매대금을 증액하여 2차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수인이 지정한 주택조합에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주었으나, 그 후 1, 2차 매매계약 체결 당시 약정한 “도시계획변경심의 결과 제3종 일반주거지역 아파트 용도로의 변경이 부결될 경우 매매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조항에 따라 1, 2차 매매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매도 토지에 관하여 처분금지가처분결정을 받은 다음 주택조합과 매매대금을 증액하기로 하는 3차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추가 매매대금을 지급받으면서 아파트 사업승인과 관련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확약서 및 가처분 해제 신청서를 작성해 준 사안에서, 1, 2차 매매계약은 해제조건의 성취로 이미 그 효력을 상실하였고, 1, 2차 매매계약이 효력을 상실하여 3차 매매계약을 새로이 체결할 경우 그 때 당시의 ‘정당한 시가’에 따라 매도하여 줄 것을 위임하였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 및 위임의 본지에 부합한다고 할 것인데, 비록 수임인이 가처분을 해제하고 아파트 건축사업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보상금 내지 합의금 명목으로 2차 추가 매매대금을 지급받은 것이라 하더라도, 매매계약 체결 및 가처분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추가 매매대금은 수임인이 위임사무의 처리를 빙자하여 취득한 것으로서 그 중 토지의 ‘정당한 시가’에 상응하는 금원을 수임인이 그대로 보유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위임의 신임관계를 해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수임인은 토지의 ‘정당한 시가’에 상응하는 금원을
민법 제684조 제1항에 따라 위임인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681조,
제684조 제1항
[2]
민법 제105조,
제147조 제2항,
제681조,
제684조 제1항
【전문】
【원고, 상고인】
【피고, 피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9. 12. 10. 선고 2009나31156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금 393,648,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위임계약의 경우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하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위임의 본지는 채무의 내용, 즉 위임계약의 목적과 그 사무의 성질에 따라서 가장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2다41794 판결 참조). 한편, 민법 제684조 제1항은 “수임인은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받은 금전 기타의 물건 및 그 수취한 과실을 위임인에게 인도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임계약이 위임인과 수임인의 신임관계를 기초로 하는 것이라는 점 및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하는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여 볼 때, 위 조항에서 말하는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받은 금전 기타 물건”에는 수임인이 위임사무의 처리와 관련하여 취득한 금전 기타 물건으로서 이를 수임인에게 그대로 보유하게 하는 것이 위임의 신임관계를 해한다고 사회통념상 생각할 수 있는 것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군포시 당동 562 전 340㎡(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에 관하여 1974. 5. 12.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사실, 피고는 2001. 3. 12. 이 사건 토지를 라인공영 주식회사(이하 ‘라인공영’이라 한다)에게 대금 142,800,000원에 매도하였다가 2001. 5.경 125,424,000원(이하 ‘1차 추가 매매대금’이라 한다)을 추가지급받기로 하여 그 매매대금을 268,224,000원으로 증액한 사실(이하 위 각 매매계약을 ‘1차 매매계약 및 2차 매매계약’이라 하고, 이를 통틀어 ‘종전 매매계약’이라 한다), 피고는 2002. 1. 9.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라인공영이 지정한 뉴그린대림지역주택조합(이하 ‘대림주택조합’이라 한다)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으나 2003. 5. 27.에 이르러 종전 매매계약이 무효임을 주장하면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결정을 받아 그 집행을 마친 사실, 피고는 2003. 7. 31. 대림주택조합과 사이에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으로 1,486,726,000원(이하 ‘2차 추가 매매대금’이라 한다)을 추가지급받기로 하는 매매계약(이하 ‘3차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다음 같은 날 대림주택조합으로부터 위 금원을 지급받고 대림주택조합에게 아파트 사업승인과 관련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확약서 및 가처분 해제 신청서를 작성하여 준 사실, 한편 피고와 소외 1, 2는 2001. 11.경 라인공영에게 그들의 공동소유로 되어 있던 군포시 당동 산 52-20 임야 1,261㎡(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를 매도한 사실, 피고와 라인공영은 이 사건 토지 및 이 사건 임야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매계약 제4조 제2항 단서(이하 ‘이 사건 단서조항’이라 한다)를 통해 2차 도시계획변경심의 결과 3종 일반주거지역 아파트 용도로의 변경이 부결될 경우 위 각 매매계약을 무효로 하기로 약정한 사실, 피고는 대림주택조합을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2004가합11165호로 이 사건 단서 조항에 따라 이 사건 임야에 관한 매매계약이 무효로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소송(이하 ‘관련 소송’이라 한다)을 제기하였으나 신의칙 위반을 이유로 패소판결을 선고받았고,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같은 이유로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아 그 무렵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대해서도 이 사건 임야와 같은 이유로 매매계약의 무효를 주장했을 것으로는 보이나, 관련 소송의 판결 결과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도 무효로 되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대림주택조합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된 바 없으므로,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을 1차 증액하기로 수정하여 체결한 매매계약이 피고의 무효통지로 무효로 처리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하여 이를 배척하는 한편, 2차 추가 매매대금은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가처분을 해제하고 라인공영과 대림주택조합의 아파트 건축사업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보상금 내지 합의금 명목으로 지급받기로 한 것이므로, 피고와 대림주택조합 사이에 1차 추가 매매대금에다가 다시 2차 추가 매매대금을 더한 매매대금에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새로운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원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고 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와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먼저 이 사건 단서조항은 그에 따른 조건이 성취될 경우 이 사건 토지 및 이 사건 임야에 관한 매매계약의 효력을 상실시키기로 하는 해제조건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데, 기록에 의하면 2002. 12. 5. 개최된 군포시 2차 도시계획심의를 통해 이 사건 토지와 이 사건 임야를 포함한 사업부지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되지 못하고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이 결정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종전 매매계약은 해제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이미 그 효력이 상실되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와 소외 1, 2(이하 ‘피고 등’이라 한다)는 이 사건 단서조항에 따라 이 사건 임야에 관한 매매계약이 무효가 되었음을 주장하며 대림주택조합을 상대로 이 사건 임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관련 소송을 제기한 사실, 위 소송에서 법원은 이 사건 임야에 관한 매매계약은 그 효력이 상실되었음을 인정하면서도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이 무효임을 들어 가처분을 신청하였던 것과는 달리 피고 등이 이 사건 임야에 관한 매매계약의 효력에 관하여는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던 점 및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가처분을 해제하는 대가로 대림주택조합으로부터 1,486,726,000원을 추가로 지급받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 등의 청구는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하여 이를 배척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이 사건 임야에 관한 관련 소송에서 피고 등의 청구가 배척되었다는 사정을 들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종전 매매계약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할 것이고,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 역시 종전 매매계약의 효력이 상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차 매매계약이 체결됨으로써 대림주택조합 앞으로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지 아니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종전 매매계약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종전 매매계약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나. 한편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는 실제로는 원고의 소유로서 그 등기명의만이 피고에게 신탁된 것인데,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의 매도를 위임함으로써 등기명의인인 피고가 계약당사자가 되어 라인공영과 사이에 1차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사실관계와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가 원고의 위임에 따라 라인공영과 사이에 1차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부터 이 사건 단서조항에 따라 매매계약의 효력이 소멸할 수 있도록 약정되어 있었던 점, ② 이 사건 토지의 등기명의인인 피고가 계약당사자가 되어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던 만큼 원고는 매수인을 상대로 직접적인 권리행사를 할 수는 없는 상태였고,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처분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전적으로 수임인인 피고의 행위에 의존해야 되는 관계에 있었던 점, ③ 피고는 종전 매매계약의 효력이 상실된 이후 3차 매매계약을 새로이 체결함으로써 종국적으로는 원고의 위임에 따라 이 사건 토지를 처분하는 결과가 되었던 점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1차 매매계약이 그 효력을 상실함으로써 새로운 매매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그때 당시의 “정당한 시가”에 따라 매도하여 줄 것을 피고에게 위임하였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 및 위임의 본지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한편,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가처분을 해제하고 라인공영과 대림주택조합의 아파트 건축사업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보상금 내지 합의금 명목으로 2차 추가 매매대금을 지급받은 것이라 하더라도, 매매계약 체결 및 가처분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위 매매대금은 수임인인 피고가 위임사무의 처리를 빙자하여 취득한 것으로서 그 중 이 사건 토지의 정당한 시가에 상응하는 금원을 수임인인 피고가 그대로 보유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위임의 신임관계를 해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는 이 사건 토지의 정당한 시가에 상응하는 금원을 민법 제68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위임인인 원고에게 반환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원심 제1차 변론기일에서 2009. 7. 16.자 준비서면 진술을 통해 ‘피고는 원고에게 위임계약의 이행으로서 3차 매매계약 체결 당시의 정당한 시가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과 함께 ‘피고가 위임계약에 따른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을 현저히 부당한 저가로 산정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정당한 시가와의 차액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다’는 주장을 한 바 있으므로, 이러한 원고의 주장 속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취지 이외에 수임인의 취득물인도청구권을 행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점에 관한 원고의 주장 취지를 명백히 한 다음, 원고의 의사가 수임인의 취득물인도청구권을 행사하는 취지라면, 이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심리·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을 배척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수임인의 취득물인도청구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원고 주장의 실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나머지 그에 대한 판단을 누락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상고범위 내인 금 393,648,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