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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기)

[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2다203911 판결]

【판시사항】

[1]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실규명신청 대상자가 조사대상 사건의 희생자라는 결정을 함에 따라 유족들이 그 결정에 기초하여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경우, 위 위원회 조사보고서가 갖는 증명력 및 내용의 모순 등으로 조사보고서의 사실확정을 수긍하기 곤란한 경우 법원이 취할 조치
[2]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피해자 등의 진실규명신청에 따라 진실규명신청 대상자를 희생자로 확인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고 피해자 등이 그 결정에 기초하여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경우,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및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상당한 기간’의 범위

【참조조문】

[1] 민사소송법 제202조, 제288조, 민법 제750조,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1조, 제2조, 제3조, 제19조, 제23조, 제26조, 제34조, 제36조
[2] 민법 제2조, 제750조, 제766조 제1항,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제8조, 구 회계법(1951. 9. 24. 법률 제217호 재정법 제82조로 폐지) 제32조(현행 국가재정법 제96조 참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19조 제1항, 제22조 제1항, 제26조

【참조판례】

[1][2]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공2013하, 1077)


【전문】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광주고법 2012. 11. 7. 선고 2012나4472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의 목적과 내용, 이에 의하여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정리위원회’라 한다)의 활동 방식, 조사보고서의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에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지만, 조사보고서나 정리위원회의 처분 내용이 법률상 ‘사실의 추정’과 같은 효력을 가지거나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증명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고 조사보고서 중 해당 부분을 개별적으로 검토하는 등 개별 당사자가 해당 사건의 희생자라는 점을 증거에 의하여 확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더구나 조사보고서 자체로 개별 신청대상자 부분에 관하여 판단한 내용에 모순이 있거나 스스로 전제한 결정 기준에 어긋난다고 보이거나, 조사보고서에 희생자 확인이나 추정 결정의 인정 근거로 나온 유족이나 참고인의 진술 내용이 조사보고서의 사실확정과 불일치하거나, 그것이 추측이나 소문을 진술한 것인지 또는 누구로부터 전해 들은 것인지 아니면 직접 목격한 것인지조차 식별할 수 없게 되어 있는 등으로 그 진술의 구체성이나 관련성 또는 증명력이 현저히 부족하여 논리와 경험칙상 조사보고서의 사실확정을 수긍하기 곤란한 점들이 있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참고인 등의 진술 내용을 담은 정리위원회의 원시자료 등에 대한 증거조사 등을 통하여 사실의 진실성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일부 인용하여, 실질적으로 정리위원회가 작성한 조사보고서(갑 제1호증의 2)만을 증거로 망인이 피고 소속 경찰들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후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정리위원회는 망인을 함평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3차 학살 희생자로 확인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였고, 원심은 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를 근거로 함평경찰서 소속 경찰은 1950. 6. 말경부터 같은 7. 중순경까지 함평 지역의 국민보도연맹원 및 좌익혐의자들을 예비 검속하여 함평경찰서와 함평여중 강당에 구금한 사실, 그와 같이 구금된 예비 검속자들은 재판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함평경찰서와 목포경찰서 소속 경찰 등에 의하여 3차례에 걸쳐 학살되었는데, 1차는 1950. 7. 13. 전남 신안군 비금면 인근 해상의 전남도경찰국 경비선에서 사살된 후 바다로 던져졌고, 2차는 같은 해 7. 21. 전남 함평군 학교면 죽정리와 고막리 사이의 얼음재에서 집단 총살되었으며, 3차는 같은 해 7. 23. 전남 함평군 나산면 구산리와 대동면 강운리 사이의 넙태에서 집단 총살되었고, 망인도 3차 학살에서 희생된 사실을 인정하였음을 알 수 있다. 정리위원회가 망인이 희생되었다는 근거로 삼은 자료는 3차 학살의 현장에 있다가 총상을 입은 후 생존한 소외인의 진술이다. 이에 의하면 조사보고서 및 원심 사실인정 내용과 같은 집단사살이 있었다는 점과 망인이 그 희생자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 또한 망인의 시신이 수습되었다는 점에 관하여 다수로부터 그에 부합하고 상호 연관성 있는 구체적인 진술이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소외인 등의 진술의 구체성이나 관련성 또는 증명력에 비추어 조사보고서의 사실확정을 수긍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다 할 것이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증거재판주의의 원칙을 위반한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과거사정리법에 의하여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에 대하여 희생자임을 확인하는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경우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희생자에게 피해가 생긴 날로부터 5년이 지난 때에 완성하고, 국가가 그와 같은 소멸시효 항변을 하는 것이 반드시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사정리법에는, 그 목적과 내용에 비추어, 과거사정리법에 근거한 진실규명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피해자나 유족 등에 의한 국가배상청구소송 등에서 소멸시효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에 반하여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처럼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한 경우라 하더라도 채권자는 그런 사정이 있은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라면 그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766조 제1항이 규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을 수는 없다(위 대법원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망인에 대하여 과거사정리법에 의한 진실규명신청이 있었고 피고 산하 정리위원회도 망인을 희생자로 확인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로서는 그 결정에 기초하여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할 경우 피고가 적어도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할 수 없다.
나아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 이후 과거사정리법의 규정과 정리위원회의 건의 등에 따라 피고가 입법을 통하여 망인의 명예회복과 피해보상 등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리라고 원고들이 기대할 만한 특수한 사정이 있었고, 그런데도 피고가 아무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자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일부터 약 2년 7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비로소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제할 만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망인의 사망 후에도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기 전에는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망인의 사망 여부, 일시 및 장소에 대하여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들은 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야 비로소 국가권력의 지시를 받은 경찰 등이 망인 등을 살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아직 남북이 분단된 상황 아래에서 한국전쟁 중 국가기관의 조직적, 집단적 범죄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원고들에게 통상의 법적 절차에 의해 은폐, 왜곡된 과거의 진실을 밝혀내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도록 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의 사정을 들어, 과거의 은폐되고 왜곡된 진실을 밝혀내어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의 회복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피고가 이제 와서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면서 그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고 신의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기록을 살펴보아도, 망인이 전쟁기간 중에 경찰 등에 의하여 자행된 기본권 침해행위에 의하여 희생되었다는 사유만으로 원고들이 종전 후 50년 이상이 지난 다음 과거사정리법이 제정되고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을 때까지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고, 이 사건이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등 참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그러므로 원심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면서 위와 같은 사유를 든 것은 잘못이지만, 앞에서 본 것처럼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원고들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한 점이 인정되므로 원심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여 배척한 그 결론은 정당하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망인과 그 유족들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위자료 액수를 산정하였음을 알 수 있고, 그 위자료 액수가 지나치게 과다하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원심판결에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결론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신영철 김용덕 김소영(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