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권쟁의에대한재정신청(군사법원과 일반 법원의 재판권에 관한 쟁의가 발생하여 피고인이 재판권의 유무에 대한 재정신청을 한 사건)
【판시사항】
군사법원이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군형법 제1조 제4항 각 호에 정한 죄를 범한 일반 국민에 대하여 신분적 재판권을 가지는 경우, 이전 또는 이후에 범한 다른 일반 범죄에 대해서도 재판권을 가지는지 여부(소극) / 일반 국민이 범한 수 개의 죄 가운데 군형법 제1조 제4항 각 호에 정한 죄와 그 밖의 일반 범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보아 하나의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재판권의 소재(=군형법 제1조 제4항 각 호에 정한 죄에 대하여는 군사법원, 일반 범죄에 대하여는 일반 법원) 및 이때 일반 법원이나 군사법원이 사건 전부를 심판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군사법원법 제2조가 ‘신분적 재판권’이라는 제목 아래 제1항에서 ‘군형법 제1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이 ‘범한 죄’에 대하여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조항의 문언해석상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이하 ‘일반 국민’이라 한다)이 군형법 제1조 제4항 각 호에 정한 죄(이하 ‘특정 군사범죄’라 하고, 그 외의 범죄 등을 ‘일반 범죄’라 한다)를 범함으로써 군사법원의 신분적 재판권에 속하게 되면 그 후에 범한 일반 범죄에 대하여도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발생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헌법 제27조 제2항은 어디까지나 ‘중대한 군사상 기밀·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군용물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 국민은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까지 군사법원의 신분적 재판권을 확장할 것은 아니다. 즉, 특정 군사범죄를 범한 일반 국민에게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할 ‘신분’이 생겼더라도, 이는 군형법이 원칙적으로 군인에게 적용되는 것임에도 특정 군사범죄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일반 국민에게 군인에 준하는 신분을 인정하여 군형법을 적용한다는 의미일 뿐, 그 ‘신분’ 취득 후에 범한 다른 모든 죄에 대해서까지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새기는 것은 헌법 제27조 제2항의 정신에 배치된다.
군사법원법 제2조 제2항은 예컨대 군에 입대하기 전에 어떠한 죄를 범한 사람이 군인이 되었다면 군사법원이 그 죄를 범한 군인에 대하여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임이 명백하다. 군사법체계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경우에는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하여야 할 필요성과 합목적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 특정 군사범죄를 범하였다 하여 그 전에 범한 다른 일반 범죄에 대해서까지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고 볼 것은 아니다. 군인 등은 전역 등으로 그 신분을 상실하게 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 재직 중에 범한 죄에 대하여 일반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일반 국민은 특정 군사범죄를 범하여 일단 군사법원의 신분적 재판권에 속하게 되면 그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즉, 일반 국민이 군형법 제1조 제4항 각 호의 죄를 범한 경우에 그 전에 범한 어떠한 죄라도 아무런 제한 없이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한다면 군인보다 오히려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위와 같은 해석은 헌법 제27조의 정신에 부합하지 아니한다.
결론적으로, 군사법원이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특정 군사범죄를 범한 일반 국민에 대하여 신분적 재판권을 가지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해당 특정 군사범죄에 한하는 것이지 이전 또는 이후에 범한 다른 일반 범죄에 대해서까지 재판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일반 국민이 범한 수 개의 죄 가운데 특정 군사범죄와 그 밖의 일반 범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보아 하나의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특정 군사범죄에 대하여는 군사법원이 전속적인 재판권을 가지므로 일반 법원은 이에 대하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 반대로 그 밖의 일반 범죄에 대하여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하는 것도 허용될 수 없다. 이 경우 어느 한 법원에서 기소된 모든 범죄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한다면 재판권이 없는 법원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임의로 재판권을 창설하여 재판권이 없는 범죄에 대한 재판을 하는 것이 되므로, 결국 기소된 사건 전부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지지 아니한 일반 법원이나 군사법원은 사건 전부를 심판할 수 없다.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박상옥의 별개의견] 군형법 및 군사법원법은 헌법 제27조에 기초하여 군인, 군무원 및 그 밖의 일정한 일반 국민에 대하여 군형법을 적용하여 군사법원에 재판권을 인정하고, 아울러 그들이 범한 다른 일반 범죄에 대하여도 군사법원에서 재판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군형법 및 군사법원법의 관련 규정들에 비추어 보면, 군형법상의 범죄 등과 같은 군사 관련 특수한 사유로 인하여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인정되는 경우(이하 이에 해당하는 범죄를 ‘군사 범죄 등’이라 한다)에 이는 고유의 재판권으로서 일반 법원이 행사할 수 없지만, 군사 범죄 등이 아닌 일반 범죄를 범한 경우에 군사법원에 인정되는 재판권은 군사 범죄 등에 관하여 군사법원에서 재판이 이루어짐을 전제로 하여 함께 재판할 수 있도록 인정된 임의적인 것으로서 그에 대한 일반 법원의 재판권이 당연히 소멸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군사 범죄 등이 아닌 일반 범죄의 경우에는 군사법원의 재판권과 일반 법원의 재판권이 병존할 수 있고, 해당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재판권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대법원이 군사법원법 제3조의2에 의한 재정 절차에 의하여 재판권을 행사할 법원을 정할 수 있다.
[대법관 박병대,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의 반대의견] 군사법원법 제2조 제2항이 “군사법원은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사람이 그 신분 취득 전에 범한 죄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진다.”라고 한 것은 군인·군무원 등 행위자의 신분적 지위 자체로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 군형법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사람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제한하여 해석할 것이지 이를 제4항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그러한 해석은 헌법 제27조가 일반 국민에게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할 기본권 등을 보장한 근본정신에 배치되므로 합헌적 제한 해석을 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일반 국민이 군사법원의 재판권 대상인 특정 군사범죄와 일반 법원의 재판권 대상인 일반 범죄를 범하여 형법상 실체적 경합범 관계로 처벌받아야 할 경우라든가 동일한 기회에 여러 가지 물건을 함께 절취하였는데 그 가운데 군용물이 섞여 있어서 전체로서 단순 1죄로 처벌되어야 할 경우 또는 일정 기간 동안 단일한 범의로 여러 번에 걸쳐 절도 범행을 하였지만 전체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거나 상습절도에 해당하여 1죄로 처벌되어야 하는데 범행 목적물에 군용물도 포함되어 있어서 범행 대상 물건에 따라 일반 법원과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나누어야 할지 아니면 하나의 법원에서 함께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할지를 정해야 할 때가 생긴다. 군인 등이 그 신분을 가진 상태에서 특정 군사범죄와 일반 범죄를 범하였는데 전역으로 군인 신분을 벗어난 경우에도 마찬가지 문제가 생긴다.
군사법원법 제3조의2가 규정한 재정신청 제도는 바로 이러한 경우에 어느 법원에서 재판권을 행사할지를 대법원이 결정하도록 한 것이고, 대법원은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자유재량으로 재판권을 행사할 법원을 재정하면 된다. 그러므로 재판 대상인 범죄에 특정 군사범죄와 일반 범죄가 혼재되어 있는 경합범의 경우에도, 범죄별로 재판권을 행사할 법원을 나누도록 할 것인지는 대법원이 재정결정으로 정할 수 있다.
다만 일반 국민이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않을 권리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므로, 군인·군무원 등 본래의 신분적 요소가 아니라 특정 군사범죄를 범하였다고 하는 행위적 요소 때문에 군사법원의 재판권 행사 대상이 된 경우에는 특정 군사범죄 이외의 일반 범죄에 대하여는 일반 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한 것이 헌법 규정이다. 따라서 그 경우에는 대법원이 재정결정을 할 때에도 특정 군사범죄와 일반 범죄를 분리하여 군사법원과 일반 법원에서 따로 재판을 받도록 하거나 특정 군사범죄까지 일괄하여 일반 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정할 수는 있지만, 일반 범죄까지도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되므로 허용될 수 없다.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 누가 어떤 범죄행위를 하였다고 하는 것은 형사재판의 시작임과 동시에 결말이기도 하다. 범죄자가 누구인지를 떠나서는 적정한 형벌을 부과할 수 없으며, 수 개의 범죄행위 역시 이를 구분하여 따로따로 형사법적으로 적정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
일반 법원과 군사법원은 법률심인 상고심 법원을 함께 하는 것 외에는 별도로 조직되어 운영되고 각각 고유한 형사재판권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현행법상 일반 법원과 군사법원의 재판권에 관한 규정은 헌법 제27조 제2항, 제110조 제3항에 근거한 군사법원법 제2조가 있다. 군사법원의 재판권의 대상을 규정하고 있는 군사법원법 제2조는 재판권의 대상을 범죄가 아니라 사람을 기준으로 구분하고 있다. 한 사람의 피고인에 관한 일반 법원과 군사법원 사이의 재판권의 분리를 전제로 한 법령은 찾을 수 없다.
한 사람이 범한 특정 군사범죄와 일반 범죄에 대하여 재판권의 분리는 타당하지 아니하다. 헌법 제27조 제2항, 제110조 제3항과 군사법원법 제2조의 규정 등은 모두 군인 등이 아닌 국민은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에 대한 특별법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상 군사법원이 기소된 모든 범죄에 대하여 재판권을 갖는다.
【참조조문】
헌법 제27조 제1항, 제2항, 제110조, 형법 제37조, 제38조, 제39조, 구 형법(2005. 7. 29. 법률 제76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9조, 군형법 제1조 제1항, 제2항, 제4항, 군형법(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3항,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 제2항, 제3조, 제3조의2
【참조판례】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도8253 판결(변경)
【전문】
【피 고 인】
【신 청 인】
변호인
【변 호 인】
법무법인 피앤케이 담당변호사 김원진 외 3인
【재정대상사건】
서울중앙지법 2016고합215 허위공문서작성 등
【주 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사건 중 각 군용물절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 재판권이 있다.
【이 유】
재정신청이유를 판단한다.
1.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제1항),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은 대한민국의 영역 안에서는 중대한 군사상 기밀·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군용물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와 비상계엄이 선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항). 이는 모든 국민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따라 임명된 법관에 의하여 합헌적인 법률이 정한 내용과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고, 나아가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이하 ‘일반 국민’이라 한다)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경우 외에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할 권리가 있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선언한 것이다.
한편 헌법 제110조는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하여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고(제1항), 군사법원의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관할하며(제2항), 군사법원의 조직·권한 및 재판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항). 이와 같이 헌법에 직접 군사법원의 설치 근거를 둔 것은 국군이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는 조직으로서(헌법 제5조 제2항) 평시에도 항상 전시를 대비하여 집단적 병영생활을 하는 군 임무의 특성상 언제 어디서나 신속한 재판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군사법원 체제가 전시에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평시에 미리 조직·운영될 필요성이 있다는 점 및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되어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까지 고려한 주권자인 국민의 결단에 의한 것이다.
2. 헌법 제110조의 위임에 따라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군형법의 적용대상자에 대한 군사법원의 ‘신분적 재판권’을 규정하고, 군형법 제1조는 ‘군인’에게 군형법을 적용하며(제1항, 제2항), 군무원, 군적을 가진 군의 학교의 학생·생도, 사관후보생 등과 소집되어 실역에 복무하고 있는 예비역·보충역 등에 대해서도 군인에 준하여 군형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한편(제3항), 군형법 제1조 제4항 각 호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내국인·외국인에 대해서도 군인에 준하여 군형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4항). 나아가 군사법원법 제2조 제2항은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사람’이 그 신분 취득 전에 범한 죄에 대해서도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먼저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 제1호 및 군형법 제1조 제4항에 의하면, 군사법원은 군형법 제1조 제4항 각 호에 정한 죄(이하 ‘특정 군사범죄’라 하고, 그 외의 범죄 등을 ‘일반 범죄’라 한다)를 범한 내국인·외국인에 대하여 신분적 재판권을 가지는바, 일반 국민이 특정 군사범죄를 범한 이후에 일반 범죄를 범한 경우 그 일반 범죄에 대하여도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군사법원법 제2조가 ‘신분적 재판권’이라는 제목 아래 제1항에서 ‘군형법 제1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이 ‘범한 죄’에 대하여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조항의 문언해석상 일반 국민이 특정 군사범죄를 범함으로써 군사법원의 신분적 재판권에 속하게 되면 그 후에 범한 일반 범죄에 대하여도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발생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헌법 제27조 제2항은 어디까지나 ‘중대한 군사상 기밀·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군용물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 국민은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까지 군사법원의 신분적 재판권을 확장할 것은 아니다. 즉, 특정 군사범죄를 범한 일반 국민에게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할 ‘신분’이 생겼다 하더라도, 이는 군형법이 원칙적으로 군인에게 적용되는 것임에도 특정 군사범죄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일반 국민에게 군인에 준하는 신분을 인정하여 군형법을 적용한다는 의미일 뿐, 그 ‘신분’ 취득 후에 범한 다른 모든 죄에 대해서까지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새기는 것은 헌법 제27조 제2항의 정신에 배치된다.
더욱이 헌법 제27조 제1항에 규정된 국민의 재판청구권은 그 자체가 기본권임과 동시에 헌법에 규정된 다른 기본권들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서 법치국가 원리를 실현하는 초석이라는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헌법 제27조 제2항, 군형법 제1조 제4항,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군사법원이 일반 국민에 대하여 특정 군사범죄에 관한 재판권을 가지는 경우에도 이는 어디까지나 헌법 제27조 제1항이 보장하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의 예외로서 군의 조직과 기능을 보존하는 데에 구체적이고 중대한 위험을 야기하는 특정 군사범죄에 한하여 인정될 따름이라고 보아야 한다. 특히 군사법원에서의 재판은 군판사와 심판관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관할관의 확인 제도가 있는 등 일반 법원의 재판과는 다른 점에서 만약 이와는 달리 위 조항을 확장해석하거나 유추적용한다면 이는 국민의 재판청구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고 법치국가의 원리에 배치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군사법원법 제2조 제2항은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사람이 그 신분 취득 전에 범한 죄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특정 군사범죄를 범한 일반 국민의 경우 그 전에 범한 다른 죄에 대해서도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군사법원법 제2조 제2항은 예컨대 군에 입대하기 전에 어떠한 죄를 범한 사람이 군인이 되었다면 군사법원이 그 죄를 범한 군인에 대하여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임이 명백하다. 앞서 본 군사법체계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경우에는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하여야 할 필요성과 합목적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 특정 군사범죄를 범하였다 하여 그 전에 범한 다른 일반 범죄에 대해서까지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고 볼 것은 아니다.
군인 등은 전역 등으로 그 신분을 상실하게 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 재직 중에 범한 죄에 대하여 일반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일반 국민은 특정 군사범죄를 범하여 일단 군사법원의 신분적 재판권에 속하게 되면 그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즉, 일반 국민이 군형법 제1조 제4항 각 호의 죄를 범한 경우에 그 전에 범한 어떠한 죄라도 아무런 제한 없이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한다면 군인보다 오히려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위와 같은 해석이 헌법 제27조의 정신에 부합하지 아니함은 다언을 요하지 아니한다.
3. 결론적으로, 군사법원이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특정 군사범죄를 범한 일반 국민에 대하여 신분적 재판권을 가진다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해당 특정 군사범죄에 한하는 것이지 그 이전 또는 그 이후에 범한 다른 일반 범죄에 대해서까지 재판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일반 국민이 범한 수 개의 죄 가운데 특정 군사범죄와 그 밖의 일반 범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보아 하나의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특정 군사범죄에 대하여는 군사법원이 전속적인 재판권을 가진다고 보아야 하므로 일반 법원은 이에 대하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 반대로 그 밖의 일반 범죄에 대하여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하는 것도 허용될 수 없다. 이 경우 어느 한 법원에서 기소된 모든 범죄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한다면 재판권이 없는 법원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임의로 재판권을 창설하여 재판권이 없는 범죄에 대한 재판을 하는 것이 되므로, 결국 기소된 사건 전부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지지 아니한 일반 법원이나 군사법원은 그 사건 전부를 심판할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2005. 7. 29. 법률 제7623호로 형법 제39조 제1항이 개정되기 전에는 일반 법원이나 군사법원 중 어느 하나가 경합범 관계에 있는 죄 전부를 심판하는 것이 경합범 가중에 관한 형법 제38조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위 형법 조항의 개정으로 사후적 경합범에 대하여 이미 확정된 죄와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선고하되, 필요한 경우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는 입법적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일반 법원과 군사법원이 각각 재판권을 행사하여 따로 재판을 진행하더라도 양형상 반드시 피고인에게 불리하다고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다수의 범죄에 대하여 하나의 재판에서 재판을 받는 것이 소송경제상 피고인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형사피고인이 적법한 재판권을 가진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야말로 적법절차원칙의 기본이므로 소송경제를 위하여 이를 포기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이와는 달리, 군사법원에 기소된 일반 국민에 대한 공소사실 중 군형법에서 정한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있는 범죄에 대하여 군사법원에서 신분적 재판권을 가진다는 이유로 그 범죄와 경합범으로 기소된 다른 범죄에 대하여도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있다고 본 종전 대법원의 견해(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도8253 판결 등)는 위 견해와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4.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예비역 육군 대령으로서, ① 육군사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9. 12. 17.경 외부 업체의 부탁을 받고 다른 업체에 대한 실험데이터를 도용하여 실험결과를 허위로 기재한 육군사관학교장 명의의 시험평가서 36장을 작성한 다음, 전역 후인 2010. 3. 19.경부터 2012. 5. 21.경까지 9회에 걸쳐 위 업체의 사내이사로서 위 허위 시험평가서 11장을 공사 입찰 담당자에게 제출하여 행사하고(허위공문서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 ② 2009. 10. 7.경 및 2009. 11. 18.경 육군사관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합계 300발의 탄환을 2회에 걸쳐 불출하여 외부업체 직원에게 전달함으로써 군용물을 절취하였으며(군용물절도), ③ 2011. 1. 13.경 허위 내용을 기재한 수입허가신청서를 방위사업청 직원에게 제출하고 그 허가를 받아 탄환을 수입함으로써 사위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화약류 수입에 대한 방위사업청의 허가를 받았다(방위사업법 위반).”라는 공소사실로 2016. 3. 2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고합215호로 기소되었다가, 제1심 계속 중 군사법원법 제3조의2에 따라 이 법원에 재판권쟁의에 대한 재정신청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과 소송기록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일반 국민으로서 그 공소사실 중 일반 범죄인 허위공문서작성죄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와 방위사업법위반죄에 대하여는 이를 관할하는 일반 법원에 재판권이 있을 뿐 군사법원법에 의한 신분적 재판권이 인정될 여지가 없으나, 특정 군사범죄인 각 군용물절도죄는 군형법 제1조 제4항 제5호에서 정한 죄로서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관할 보통군사법원이 전속적인 재판권을 가진다 할 것이고, 위 각 범죄들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경합범으로 함께 기소되었다고 하더라도 일반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그에 관한 재판권을 함께 가진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사건 중 각 군용물절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 재판권이 있다.
5. 그러므로 군사법원법 제3조의2 제1항, 제3조의3 제1항에 의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박상옥의 별개의견, 대법관 박병대,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의 반대의견과 대법관 이기택의 별도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6.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박상옥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군형법 및 군사법원법은 헌법 제27조에 기초하여 군인, 군무원 및 그 밖의 일정한 일반 국민에 대하여 군형법을 적용하여 군사법원에 재판권을 인정하고, 아울러 그들이 범한 다른 일반 범죄에 대하여도 군사법원에서 재판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군형법 및 군사법원법의 관련 규정들에 비추어 보면, 군형법상의 범죄 등과 같은 군사 관련 특수한 사유로 인하여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인정되는 경우(이하 이에 해당하는 범죄를 ‘군사 범죄 등’이라 한다)에 이는 고유의 재판권으로서 일반 법원이 행사할 수 없다고 볼 수 있지만, 군사 범죄 등이 아닌 일반 범죄를 범한 경우에 군사법원에 인정되는 재판권은 군사 범죄 등에 관하여 군사법원에서 재판이 이루어짐을 전제로 하여 함께 재판할 수 있도록 인정된 임의적인 것으로서 그에 대한 일반 법원의 재판권이 당연히 소멸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다수의견과 달리, 군사 범죄 등이 아닌 일반 범죄의 경우에는 군사법원의 재판권과 일반 법원의 재판권이 병존할 수 있고, 해당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재판권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대법원이 군사법원법 제3조의2에 의한 재정 절차에 의하여 그 재판권을 행사할 법원을 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 (1) 헌법 제27조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면서도(제1항), 군인·군무원 및 ‘대한민국의 영역 안에서 중대한 군사상 기밀·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군용물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와 비상계엄이 선포된 경우의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에 대하여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허용하고 있다(제2항).
(2) 그리고 군형법 제1조는 (가) ‘군인’에게 군형법을 적용하되(제1항), 그 군인은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 준사관, 부사관 및 병(兵)을 말하며 전환복무(轉換服務) 중인 병은 제외하도록 정의하고(제2항), (나) ① 군무원, ② 군적(軍籍)을 가진 군(軍)의 학교의 학생·생도와 사관후보생·부사관후보생 및 병역법 제57조에 따른 군적을 가지는 재영(在營) 중인 학생, ③ 소집되어 실역(實役)에 복무하고 있는 ‘예비역·보충역 및 제2국민역인 군인’에 대하여는, 군인에 준하여 군형법을 적용하도록 정하는 한편(제3항), (다) 군사상 기밀을 적에게 누설한 죄(제13조 제2항)를 비롯하여 제1조 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내국인·외국인(이하 ‘군형법 적용 대상 내국인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도, 군인에 준하여 군형법을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다(제4항).
(3) 나아가 (가)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은 ① 군형법 제1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에 규정된 사람(다만 제1호 각 목에서 정한 내국인·외국인은 제외한다. 이하 ‘제1호 해당 사람’이라 한다)과, ② 국군부대가 관리하고 있는 포로가 범한 죄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제1호 해당 사람’이 그 신분 취득 전에 범한 죄에 대하여도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고 정하며, (나) 군사법원법 제3조는 ① 계엄법에 따른 재판권과 ② 군사기밀보호법 제13조의 죄와 그 미수범에 대한 재판권도 군사법원이 가지도록 정하였다.
다. 위와 같이 헌법이 군인·군무원과 아울러 중대한 군사 관련 범죄를 범한 경우 및 계엄의 경우에는 일반 국민에 대한 군사법원의 재판권을 허용하고, 이를 반영하여 군형법에서 내국인·외국인에게 적용될 수 있는 죄를 개별적으로 정하며, 나아가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 및 제3조에서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군형법 적용 대상 내국인 등’을 포함한 ‘제1호 해당 사람’, 국군부대가 관리하고 있는 포로, 군사기밀보호법 제13조의 죄와 그 미수범 및 계엄법에 따른 재판에 대하여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고 구체적으로 정하면서 이와 관련하여 ‘신분적 재판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음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군사법원의 재판권은 군의 조직과 기능을 보존하는 데에 구체적 위험을 야기하는 중대한 군사 관련 범죄와 계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헌법과 법률에서 특별히 정한 것으로서 군사법원의 고유한 전속적 재판권으로 볼 수 있다(앞에서 약칭한 군사 범죄 등은 이러한 전속적 군사법원 재판권의 기초가 되는 범죄를 말한다).
라. (1) 한편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은 앞서 본 것과 같이 ‘신분적 재판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제1호 해당 사람’이 ‘범한 죄’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진다고 할 뿐, 그 ‘범한 죄’의 내용을 제한하고 있지 아니하다. 이에 비추어 보면, 군사법원의 재판권에 속하는 ‘제1호 해당 사람’이 제1호에 해당하게 된 후에 범한 일반 범죄에 대하여도 군사법원법이 재판권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군사법원법 제2조 제2항은 ‘제1호 해당 사람’이 그 신분 취득 전에 범한 죄에 대하여도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고 함으로써, 군사 범죄 등의 전에 발생된 일반 범죄에 대하여도 군사법원의 재판권이 미친다고 보고 있다.
(2) 군인·군무원이 아닌 일반 국민에 대하여 군사법원의 재판권을 제한하고 있는 헌법 제27조 제2항에 비추어 보면, 일반 국민이 범한 일반 범죄나 ‘제1호 해당 사람’이 그 신분 취득 전에 범한 일반 범죄에 대하여는 일반 법원에서 재판권을 가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형법 제37조 및 제38조는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여러 개의 죄를 경합범으로 보고 각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 이외의 동종의 형인 때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정하고, 또한 형법 제40조는 1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정함으로써,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여러 개의 죄에 대한 합리적인 양형을 도모하고 있는데, 이러한 합리적인 양형의 필요성은 ‘제1호 해당 사람’이 여러 개의 죄를 범한 경우라 하여 달리 보기 어렵다. 그리고 경합범 관계에 있는 여러 범죄들이 시간과 장소를 인접하여 같은 기회에 이루어져 대부분의 증거들이 공통되는 경우에, 그중 일부가 일반 범죄라는 이유만으로 실질적으로 함께 평가됨이 적절한 사건들을 분리하여 별도의 재판기관으로 하여금 나누어 재판하도록 하는 것은 적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피고인에게 결코 유리하다 할 수 없고 소송경제적으로도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위 규정들은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여 ‘제1호 해당 사람’이 범한 일반 범죄도 군사 범죄 등과 함께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군사법원의 재판권을 확장한 것이다.
(3) 따라서 이러한 군사법원의 재판권은 동시 재판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군사법원 고유의 재판권에 부수하여 인정된 것으로서, 군사 관련 범죄 및 계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군사 범죄 등에 대하여 인정된 군사법원 고유의 재판권과는 그 재판권 인정의 취지와 근거가 다르므로, 동시 재판의 필요성이 없거나 이를 고려함이 적절하지 아니한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재판권이 부정될 수도 있는 임의적인 재판권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군형법 및 군사법원법에 의하면 군인이라도 군인 신분을 상실하게 되면 ‘군형법 적용 대상 내국인 등’에 해당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 법원의 재판권에 속하게 된다. 이처럼 군사 범죄 등으로서 전속적인 재판권에 속하는 범죄도 신분의 변화에 의해 재판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군사법원의 재판권이라 하여 이를 일반 법원의 재판권과 완전히 단절·분리된 것으로 해석·취급함이 적절하지 아니함을 보여 준다.
마. 그러므로 일반 범죄에 대하여 군사법원법에 의하여 군사법원의 재판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일반 법원의 재판권이 소멸되지 아니하며, 군사법원의 재판권과 일반 법원의 재판권이 병존한다.
앞에서 본 것과 같이 일반 범죄가 군사 범죄 등과 경합범 관계, 상상적 경합 관계 또는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경우에 대체로 군사법원에서 함께 재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일반 범죄가 군사 범죄 등과 시간과 장소를 달리하여 무관하게 이루어졌고 일반 범죄가 공소사실의 주요 부분인 경우 등과 같이 범죄의 내용과 성격에 비추어 군사법원에서 일반 범죄를 함께 재판할 필요가 없거나 일반 법원에 의한 재판을 희망하는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강제함이 적절하지 아니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일반 범죄에 대하여는 군사 범죄 등과 분리하여 일반 법원에서 재판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제1호 해당 사람’에 해당함에도 그 사실이 밝혀지지 아니한 채 그 사람이 범한 일반 범죄에 대하여 일반 법원에서 재판이 이루어져 확정되었다 하여 그 사유만으로 재판절차가 위법하다고 할 수도 없다.
다만 이와 같이 일반 범죄에 대하여 군사법원의 재판권과 일반 법원의 재판권이 경합함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느 법원에서 재판권을 행사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군사법원법 제3조의2는 재판권의 유무에 관한 쟁의가 발생한 경우에 대법원이 이를 재정(裁定)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재정 절차는 단순히 재판권의 유무에 관한 판단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일반 범죄에 대하여 군사법원과 일반 법원의 재판권이 경합될 경우에 어느 법원에서 재판권을 행사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가려 최종적으로 재판권을 행사하는 법원을 정하는 판단을 포함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러한 재정 절차에 의하여 일반 범죄에 대한 재판권 행사 법원을 결정할 때에는, 일반 범죄에 대하여 군사법원에 재판권을 인정한 취지, 범죄의 내용과 성격, 피고인의 의사, 재판 분리 여부가 피고인에게 미치는 영향 및 소송경제적인 결과 등 해당 사건에 관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헌법이 보장한 공정하고 적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실현에 적합한 재판권 행사 법원이 어디인지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바.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대하여 살펴본다.
(1) 피고인은 예비역 육군 대령으로 군형법 제1조 제4항 제5호의 각 군용물절도죄를 범한 후 전역하여 현재 군인 신분을 상실한 일반 국민이다.
(2)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군용물절도죄는 ‘군형법 적용 대상 내국인 등’에게 적용되는 군사 범죄 등으로서, 피고인이 일반 국민이라 하더라도 군사법원이 전속적 재판권을 가진다.
(3) 그렇지만 나머지 공소사실인 허위공문서작성죄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와 방위사업법위반죄는 일반 범죄(이하 ‘이 사건 일반 범죄’라 한다)로서 이에 대해 군사법원과 일반 법원의 재판권이 경합한다.
이 사건 일반 범죄는 모두 위 군용물절도와 무관하게 이루어진 범행으로서 위 군용물절도와는 그 범행 내용 및 목적이 서로 다르며, 특히 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와 방위사업법위반죄는 전역 이후의 범행이어서 관련 증거들이 모두 군대 외부에 있고 일반 수사기관에 의하여 수사가 이루어졌음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일반 범죄를 반드시 위 군용물절도죄와 함께 재판하여야 할 필요성은 없다.
군용물절도죄는 군형법 제75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장기 5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이지만, 이 사건 일반 범죄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로서, 이 사건 일반 범죄를 분리하여 재판하더라도 군용물절도죄에 관한 법정형을 비롯한 양형을 고려하여 이 사건 일반 범죄에 적정한 양형을 할 수 있다고 보인다.
더욱이 이 사건은 현재 전체 공소사실에 대하여 모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소되어 재판 중인 상태에 있으며, 피고인은 일반 법원에 의한 재판을 원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일반 법원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 헌법 정신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일반 범죄에 대하여는 현재 재판이 계속 중인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계속 재판권을 행사하도록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사. 이상과 같이 이 사건에 관한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그 이유는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 둔다.
7. 대법관 박병대,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헌법 제27조 제2항은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은 대한민국의 영역 안에서는 중대한 군사상 기밀·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군용물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와 비상계엄이 선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일반 국민이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할 기본권과 자격 있는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기본권을 보장한 것이고 동시에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한계를 설정한 것이다. 따라서 일반 법원과 군사법원이 행사할 수 있는 재판권의 범위 역시 궁극적으로 이 헌법 규정과 거기에 담긴 헌법정신에 바탕을 두고 판단하여야 한다.
나. 군사법원법 제2조에 의하면, 군사법원은 군형법 제1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에 규정된 사람과 국군부대가 관리하고 있는 포로가 범한 죄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진다. 그런데 군형법 제1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에 규정된 사람 중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적용대상자는 군인·군무원 등 행위자의 신분적 지위 자체로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 경우이지만, 제4항의 적용대상자는 일반 국민이 특정 군사범죄를 범한 경우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적 요소 때문에 군형법의 적용대상자로 규정된 것이다. 군사법원법 제2조가 조문의 표목을 ‘신분적 재판권’이라고 하고 있지만 내용상으로는 본래적 의미의 신분 자체로 포괄적으로 군형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위 제1항 내지 제3항의 경우와 특정 군사범죄를 범하였기 때문에 그 한도에서 군형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제4항의 경우는 본질적 성격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는 헌법 제27조 제2항이 군인·군무원은 범죄의 종류와 무관하게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도록 하면서 일반 국민은 특정 군사범죄를 범한 경우에 한하여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도록 하고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러므로 군인·군무원은 군형법상 범죄를 범한 경우는 물론 그 외의 일반 범죄를 범한 경우에도 당연히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게 되지만, 일반 국민은 특정 군사범죄를 범한 경우에 한하여, 그리고 그 범죄에 대한 재판에 한정하여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을 뿐이다. 따라서 가령 일반 국민이 특정 군사범죄를 범하여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을 지위에 있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이전 또는 이후에 범한 일반 범죄까지도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이유는 없다. 그러므로 군사법원법 제2조 제2항이 “군사법원은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사람이 그 신분 취득 전에 범한 죄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진다.”라고 한 것은 군인·군무원 등 행위자의 신분적 지위 자체로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 군형법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사람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제한하여 해석할 것이지 이를 제4항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그러한 해석은 헌법 제27조가 일반 국민에게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할 기본권 등을 보장한 근본정신에 배치되므로 위와 같이 합헌적 제한 해석을 함이 마땅하다. 이는 군인이 군 복무 중에 특정 군사범죄가 아닌 형법 등에 규정된 일반 범죄를 범하여 재판을 받을 상황에서 전역 등으로 군인 신분을 상실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 군사법원은 재판관의 구성 방법이나 관할관 확인 제도 등 여러 면에서 일반 법원과는 확연하게 달리 운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군인이 그 신분을 벗어난 이상 더 이상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 그런데 일반 국민이 군사법원의 재판권 대상인 특정 군사범죄와 일반 법원의 재판권 대상인 일반 범죄를 범하여 형법상 실체적 경합범 관계로 처벌받아야 할 경우라든가 동일한 기회에 여러 가지 물건을 함께 절취하였는데 그 가운데 군용물이 섞여 있어서 전체로서 단순 1죄로 처벌되어야 할 경우 또는 일정 기간 동안 단일한 범의로 여러 번에 걸쳐 절도 범행을 하였지만 그 전체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거나 상습절도에 해당하여 1죄로 처벌되어야 하는데 그 범행목적물에 군용물도 포함되어 있어서 그 범행 대상 물건에 따라 일반 법원과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나누어야 할지 아니면 하나의 법원에서 함께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할지를 정해야 할 때가 생긴다. 군인 등이 그 신분을 가진 상태에서 특정 군사범죄와 일반 범죄를 범하였는데 전역으로 군인 신분을 벗어난 경우에도 마찬가지 문제가 생긴다.
군사법원법 제3조의2가 규정한 재정신청 제도는 바로 이러한 경우에 어느 법원에서 재판권을 행사할지를 대법원이 결정하도록 한 것이고, 대법원은 별개의견에서 들고 있는 바와 같은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자유재량으로 재판권을 행사할 법원을 재정하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재판 대상인 범죄에 특정 군사범죄와 일반 범죄가 혼재되어 있는 경합범의 경우에도, 범죄별로 재판권을 행사할 법원을 나누도록 할 것인지 여부는 대법원이 재정결정으로 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수의견처럼 반드시 그리고 언제나 특정 군사범죄는 군사법원, 일반 범죄는 일반 법원으로 준별하여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할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할 바에야 굳이 재정신청 제도를 두어 대법원이 결정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법률에서 곧바로 그와 같이 규정하거나 차라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아니하면 그와 같이 해석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다수의견은 군사법원법이 일부러 재정신청 제도를 둔 취지에 맞지 않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견에 의하면 단순 1죄나 과형상 1죄 또는 포괄 1죄 등의 경우에 마치 그 죄수가 여럿인 것처럼 일반 법원과 군사법원에서 나뉘어 재판을 받게 되거나 이중기소로 인한 기소의 효력 등 복잡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게 되고, 이를 피하려면 일반 법원과 군사법원 중 어느 쪽이든 그 재판권에 속하는 범죄행위에 대하여 먼저 기소하여 재판을 받으면 나머지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아예 기소나 처벌이 불가능하게 된다고 하게 될 터인데 그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실체적 경합범의 경우에도 범행 경위나 범죄사실의 상호 연관성 등과 상관없이 언제나 일반 법원과 군사법원에서 각각 별도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하면, 피고인의 헌법상의 권리라고 할 수 있는 적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호되지 못할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 논리를 마냥 관철할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일반 국민이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않을 권리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므로, 군인·군무원 등 본래의 신분적 요소가 아니라 특정 군사범죄를 범하였다고 하는 행위적 요소 때문에 군사법원의 재판권 행사 대상이 된 경우에는 그 특정 군사범죄 이외의 일반 범죄에 대하여는 일반 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한 것이 헌법 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그 경우에는 대법원이 재정결정을 함에 있어서도 특정 군사범죄와 일반 범죄를 분리하여 군사법원과 일반 법원에서 따로 재판을 받도록 하거나 특정 군사범죄까지 일괄하여 일반 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정할 수는 있지만, 일반 범죄까지도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되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 점에서 다수의견에 대한 별개의견과는 견해를 달리한다. 군인·군무원 등 본래의 신분적 요소 때문에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경우와 특정 종류의 범죄를 범했기 때문에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경우는 근본 성격이 다르므로 그에 상응하여 재판권을 행사할 법원을 정하는 것이 옳다.
라. 이와 같은 법리 해석에 따라 이 사건의 경우를 보면, 다수의견과 그에 대한 별개의견에서 설시하고 있는 여러 사정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은 군용물절도죄 부분을 포함하여 그 전체를 현재 재판 중인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무엇보다도 그것이 적정한 재판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 대한 재판권은 기소된 범죄의 내용과 상관없이 전부에 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재판권이 있다는 재정결정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을 밝혀 둔다.
8.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우리나라는 형벌권이라는 국가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조직으로서 일반 법원과 군사법원이라는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고 있고, 이 두 기관은 그 상고심을 모두 대법원에서 담당하여 법령해석의 통일을 기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그 조직과 운영상의 관련성이 없는 별개의 조직체이다. 국가형벌권이라는 하나의 국가권력을 행사하기 위하여 따로 조직되고 운영되는 두 개의 기구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 사람에 대하여 아직 재판을 받지 아니한 수 개의 범죄에 관하여 처벌함에 있어서 어느 기구가 그 직무를 담당하여야 하는지는 법리적으로 매우 어려운 문제일 뿐만 아니라 현행 법령이 이를 명확하게 정하지 아니한 관계로 해석의 여지가 넓은 편이다. 피고인으로서도 자신에 대한 국가형벌권 행사를 위한 재판기관이 어디인가가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법관, 공소권자, 소송절차와 증거법은 나를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를 정해 주기 때문이다.
가능한 해석은 다수의견과 같은 분리설과 일반 법원설, 군사법원설인바, 먼저 한 사람이 범한 아직 재판받지 아니한 수 개의 죄를 과연 다수의견과 같이 다른 형사재판권의 영역으로 나누어 재판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1) 누가 어떤 범죄행위를 하였다고 하는 것은 형사재판의 시작임과 동시에 그 결말이기도 하다. 범죄자가 누구인지를 떠나서는 적정한 형벌을 부과할 수 없으며, 수 개의 범죄행위 역시 이를 구분하여 따로따로 형사법적으로 적정하게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예컨대 갑이 A죄와 B죄를 범한 경우「갑과 A죄」및「갑과 B죄」로 나누어 이루어진 각각의 재판의 합계가「갑과 A, B죄」의 재판과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단순히 형량의 문제를 말함이 아니다. 요컨대 사람과 범죄를 일체로 하여서만 바른 형사재판과 형벌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국가가 한 사람의 수 개의 죄를 함께 평가함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굳이 나누어 형사사법의 이상으로부터 멀어져야 할 무슨 이유가 있는가. 국가도 피고인도 원치 않는다.
이러한 논의는 수 개의 범죄에 대하여 통합된 처단형과 선고형을 정하여야 한다고 하는 형법 제37조 등에서 정하고 있는 경합범의 법리를 말하는 것이 아님을 밝혀 두고 싶다.
(2) 앞서 언급하였듯이, 일반 법원과 군사법원은 법률심인 상고심 법원을 함께하는 것 외에는 별도로 조직되어 운영되고 각각 고유한 형사재판권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하나의 국가권력을 두 기구에 나누어 분장하게 하는 것은 마치 국가의 부동산등기 사무를 두 개의 기구에 동시에 담당하게 함으로써 하나의 부동산에 관하여 각각의 기관에 의하여 작성된 서로 다른 내용의 등기부가 존재하는 것을 연상하게 하기도 한다. 적어도 소관 부동산을 구별하여 권한의 충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일반 법원과 군사법원도 마찬가지이다. 동시에 한 사람에 대하여 같은 국가권력 내지는 국가사무가 중첩적으로 작용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에 관한 명문의 법령이 없더라도 법원의 해석으로 이러한 상황을 피하여야 한다.
한 사람에 대하여 다른 재판권에 근거한 두 개의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어느 영장이 집행될 것인지를 오로지 현장에서의 현실에 맡겨 둘 수는 없다. 구속되어 재판을 받다가 보석으로 석방되었으나 다른 재판권을 가진 법원에서 구속하게 되거나, 또는 범죄사실 전체로 보아 마땅히 구속되어야 할 사람이 범죄사실이 양적으로 나뉘어 각각의 재판권에 속하게 됨으로써 어느 쪽에서도 구속하지 않게 되는 등의 현실은 형사법질서의 붕괴를 의미한다. 한 사람이 동시에 각각의 법정의 절차와 명령에 따라야 하는 불편과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같은 영역에서 조정됨이 없이 충돌적으로 행사되는 국가권력에 복종하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수의견과 같은 재판권의 분리는 국가 통치기구의 구성과 작용을 정함에 있어서 지켜져야 할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3) 현행법상 일반 법원과 군사법원의 재판권에 관한 규정은 헌법 제27조 제2항, 제110조 제3항에 근거한 군사법원법 제2조가 있다.군사법원법 제2조는 ‘신분적 재판권’이라는 표제 아래 제1항에서 “군사법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 범한 죄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진다.”라고 하면서 제1호로 ‘군형법 제1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을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사람이 그 신분 취득 전에 범한 죄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군사법원의 재판권의 대상을 규정하고 있는 군사법원법 제2조는 재판권의 대상을 범죄가 아니라 사람을 기준으로 구분하고 있다.
한 사람의 피고인에 관한 일반 법원과 군사법원 사이의 재판권의 분리를 전제로 한 법령은 찾을 수 없다.
(4) 다수의견과 같이 재판권이 분리된다면 각각의 재판에서 판결이 선고되고 확정되는 시기에 따라서 형법 제37조 등이 정하고 있는 경합범 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는 일이 적지 아니할 것이라는 문제는 차라리 작은 난점에 불과하다.
나. 이상의 논의를 기초로 하면 한 사람이 범한 특정 군사범죄와 일반 범죄에 대하여 다수의견과 같은 재판권의 분리는 타당하지 아니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나아가 일반 법원과 군사법원 중 어느 재판권에 속한다고 할 것인지는 재판권의 분리 문제 못지않게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이다. 다수의견 등 각 의견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헌법 제27조 제2항, 제110조 제3항과 군사법원법 제2조의 규정 등은 모두 군인 등이 아닌 국민은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에 대한 특별법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상 군사법원이 기소된 모든 범죄에 대하여 재판권을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 법원이 취해 온 견해를 변경할 이유가 없다.
결론적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관하여 재판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