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판시사항】
[1] 당사자가 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민법 제689조 제1항, 제2항과 다른 내용으로 해지사유 및 절차, 손해배상책임 등을 정한 경우, 약정에서 정한 해지사유 및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당사자 간 법률관계도 약정이 정한 바에 의하여 규율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법인의 적법한 대표권을 가진 자가 하는 법률행위의 경우, 성립상 효과뿐만 아니라 위반의 효과인 채무불이행책임까지 대표기관이 아닌 법인에 귀속되는 것이 원칙인지 여부(적극) / 이때 법인의 대표기관이 법인과 계약을 체결한 거래상대방인 제3자에 대하여 자연인으로서 민법 제750조에 기한 불법행위책임을 지기 위한 요건 및 판단 기준
【판결요지】
[1] 민법 제689조 제1항, 제2항은 임의규정에 불과하므로 당사자의 약정에 의하여 위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내용을 달리 정할 수 있다. 그리고 당사자가 위임계약의 해지사유 및 절차, 손해배상책임 등에 관하여 민법 제689조 제1항, 제2항과 다른 내용으로 약정을 체결한 경우, 이러한 약정은 당사자에게 효력을 미치면서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함과 동시에 거래의 안전과 이에 대한 각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를 단순히 주의적인 성격의 것이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당사자가 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민법 제689조 제1항, 제2항에 규정된 바와 다른 내용으로 해지사유 및 절차, 손해배상책임 등을 정하였다면, 민법 제689조 제1항, 제2항이 이러한 약정과는 별개 독립적으로 적용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정에서 정한 해지사유 및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당사자 간 법률관계도 약정이 정한 바에 의하여 규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법인이 대표기관을 통하여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대리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민법 제59조 제2항). 따라서 적법한 대표권을 가진 자와 맺은 법률행위의 효과는 대표자 개인이 아니라 본인인 법인에 귀속하고, 마찬가지로 그러한 법률행위상의 의무를 위반하여 발생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대표기관 개인이 아닌 법인만이 책임의 귀속주체가 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민법 제391조는 법정대리인 또는 이행보조자의 고의·과실을 채무자 자신의 고의·과실로 간주함으로써 채무불이행책임을 채무자 본인에게 귀속시키고 있는데, 법인의 경우도 법률행위에 관하여 대표기관의 고의·과실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의 주체는 법인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법인의 적법한 대표권을 가진 자가 하는 법률행위는 성립상 효과뿐만 아니라 위반의 효과인 채무불이행책임까지 법인에 귀속될 뿐이고, 다른 법령에서 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인이 당사자인 법률행위에 관하여 대표기관 개인이 손해배상책임을 지려면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 등이 별도로 성립하여야 한다.
이때 법인의 대표기관이 법인과 계약을 체결한 거래상대방인 제3자에 대하여 자연인으로서 민법 제750조에 기한 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보기 위해서는, 대표기관의 행위로 인해 법인에 귀속되는 효과가 대외적으로 제3자에 대한 채무불이행의 결과를 야기한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법인의 내부행위를 벗어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사회상규에 반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그와 같은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대표기관이 의사결정 및 그에 따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의사결정의 내용과 절차과정, 침해되는 권리의 내용, 침해행위의 태양, 대표기관의 고의 내지 해의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689조
[2] 민법 제59조 제2항, 제114조, 제391조, 제750조
【참조판례】
[2]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6다37465 판결(공2009상, 211)
【전문】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주식회사 서영디앤씨(정정 전 상호: 서영디앤씨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광재 외 1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지원1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동욱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3 외 4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동욱 외 1인)
【원심판결】
광주고법 2017. 11. 10. 선고 2016나1587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지원1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및 피고 2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피고 3, 피고 4, 피고 5, 피고 6, 피고 7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피고 3, 피고 4, 피고 5, 피고 6, 피고 7에 대한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 지원1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고 한다) 제104조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게 업무를 위탁하거나 자문을 요청한 자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관계에 관하여 이 법에 규정된 사항을 제외하고는 민법 중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689조는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제1항), 당사자 일방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도시정비법에 의하여 조합설립추진위원회 또는 사업시행자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와 사이에 업무위탁 및 자문요청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앞서 본 민법 제689조 제1항, 제2항이 그대로 준용될 경우 당사자는 언제든지 위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상대방이 손해를 입더라도 배상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다만 상대방이 불리한 시기에 부득이한 사유 없이 해지한 경우에 한하여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지게 된다.
그러나 민법 제689조 제1항, 제2항은 임의규정에 불과하므로 당사자의 약정에 의하여 위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그 내용을 달리 정할 수 있다. 그리고 당사자가 위임계약의 해지사유 및 절차, 손해배상책임 등에 관하여 민법 제689조 제1항, 제2항과 다른 내용으로 약정을 체결한 경우, 이러한 약정은 당사자에게 효력을 미치면서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함과 동시에 거래의 안전과 이에 대한 각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를 단순히 주의적인 성격의 것이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당사자가 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민법 제689조 제1항, 제2항에 규정된 바와 다른 내용으로 해지사유 및 절차, 손해배상책임 등을 정하였다면, 민법 제689조 제1항, 제2항이 이러한 약정과는 별개 독립적으로 적용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약정에서 정한 해지사유 및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당사자 간 법률관계도 위 약정이 정한 바에 의하여 규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1)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가) 지원1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후 피고 지원1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으로 변경되었다, 이하 통칭하여 ‘피고 조합’이라고 한다)는 원고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선정하여, 2014. 11. 5. 정비사업에 관한 업무를 위탁하는 내용의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이 사건 용역계약 제9조 제1항은, 다음 각호의 사유가 발생하여 원고가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판명된 경우 피고 조합이 10일의 계약이행 기간을 정하여 서면으로 통보한 후 위 기간 내에 이행되지 아니하면 이 사건 용역계약의 일부 또는 전부를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각호의 사유로서 정당한 사유 없이 피고 조합의 업무상 지시에 불응하거나 용역기간 내 용역 업무를 완성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명백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제1호), 원고가 고의적으로 계약조건을 위반함으로써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제2호)를 들고 있다. 이 사건 용역계약 제9조 제2항에서는 피고 조합이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판명된 경우 원고는 충분한 계약이행 기간을 정하여 서면으로 통보한 후 같은 기간 내에 이행되지 아니하면 이 사건 용역계약의 일부 또는 전부를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용역계약 제11조 제1항은 피고 조합은 아래 각호의 사유로 원고에게 손해를 입게 하였을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각호의 사유로서 피고 조합이 본 계약서상에 규정된 자신의 협조의무 등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원고가 손해를 입은 경우(제1호), 피고 조합이 용역대행 업무를 제3자로 대체하거나 피고 조합의 귀책사유로 본 계약이 해제 또는 해지됨으로써 원고가 손해를 입은 경우(제2호), 피고 조합이 임의 처리한 업무에 의하여 발생한 사업지연으로 원고가 손해를 입은 경우(제3호)를 들고 있다.
다) 한편 이 사건 용역계약 제10조는, 원고는 본 계약상 시공사 선정 전까지의 사업추진비(계약이행보증금) 5,000만 원은 본 계약 체결 즉시 피고 조합이 지정한 그 명의의 금융기관 계좌로 입금하는 방식으로 대여하고 피고 조합은 이에 대한 영수증을 발급하되, 대여를 요청하는 피고 조합은 회의록을 반드시 첨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라) 원고의 감사로서 실질적으로 이 사건 용역계약의 체결을 주도한 소외인은 이 사건 용역계약 체결 직후인 2014. 11. 6. 당시 피고 조합의 대표자인 피고 2에게 이 사건 용역계약 제10조에 따른 계약이행보증금 5,000만 원을 입금하겠다면서 피고 조합 명의의 금융기관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고 요구하였다.
마) 그런데 피고 2는 소외인에게 이전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인 주식회사 국제도시에서 피고 조합의 금융계좌를 가압류할 우려가 있어 기존 금융계좌를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이에 소외인은 피고 2에게 피고 조합 명의의 다른 금융계좌를 개설하라고 조언하면서 2014. 11. 14. 09:30경 다시 피고 2에게 계약이행보증금을 입금하겠다고 하였으나, 피고 2는 이에 대한 확답을 하지 않았다.
바) 피고 조합은 그로부터 불과 30여 분 후인 2014. 11. 14. 10:00경 팩스로 원고에게 ‘입찰참여규정 제16조 제1항에 의하면 원고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선정된 즉시 계약이행보증금 5,000만 원을 추진위원회에서 개설한 통장에 입금하기로 되어 있으나, 총회 이후 한 달여가 지나도 이를 입금하지 않아 수차례 독촉하였음에도 여전히 입금되지 않아 해지 통보한다’는 내용의 용역계약 해지통보(이하 ‘이 사건 해지통보’라고 한다)를 발송하였고, 이는 그 무렵 원고에게 도달하였다.
사) 원고는 2014. 11. 14. 12:00경 피고 2를 통하여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금융계좌를 알게 되었고, 같은 날 15:12경 위 금융계좌로 5,000만 원을 입금하였다.
아) 피고 조합은 이 사건 해지통보 이후인 2014. 12. 31. 주식회사 위드미와 컨설팅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가 향후 법적 소송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를 해지하였고, 2015. 8. 14.경 주민총회를 개최하여 주식회사 우솔을 새로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선정하였다.
2) 그런 다음 원심은, 피고 조합은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자유롭게 이 사건 용역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원고가 손해를 입었더라도 배상할 의무가 없음을 전제로, 피고 조합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 사건 해지통보를 하고 용역대행 업무를 수행할 자를 원고에서 제3자로 임의로 변경하였으므로 이 사건 용역계약 제11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다만 이 사건 용역계약을 해지할 만한 부득이한 사유가 없었다는 이유로 민법 제689조 제2항에 따라 피고 조합은 그 대표자인 피고 2와 공동하여 원고에게 해지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원고와 피고 조합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용역계약 제9조 제1항은, 피고 조합이 해제 또는 해지를 할 수 있는 사유를 원고의 채무불이행과 관련된 내용으로 한정하면서, 10일의 계약이행 기간을 둘 것과 서면통보가 이루어질 것까지 절차적 요건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사건 용역계약 제9조 제2항에서는 반대로 원고가 해제 또는 해지를 할 수 있는 사유를 피고의 채무불이행에 관한 내용으로 정하면서, 위 제1항과 마찬가지로 충분한 계약이행 기간을 둘 것과 서면통보가 이루어질 것을 절차적 요건으로 두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용역계약 제9조 제1항, 제2항에서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 조합이 각자 해제 또는 해지를 할 수 있는 사유와 절차를 별도로 정해둔 것은, 당사자가 이 사건 용역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시키는 것을 앞서 본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로 제한하고자 하였기 때문으로 볼 여지가 있다.
2) 이 사건 용역계약 제11조 제1항은 피고 조합이 원고에게 손해배상을 하여야 할 사유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특히 그 제2호는 피고 조합이 그 책임 있는 사유로 이 사건 용역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시키는 것을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원인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위임계약의 당사자가 자유롭게 해지를 할 수 있고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해지한 경우에 한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한 민법 제689조의 규정과 양립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임의규정인 민법 제689조 제1항, 제2항은 원고와 피고 조합 사이의 약정에 의하여 그 적용이 배제되고, 피고 조합이 이 사건 용역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용역계약 제9조 제1항 각호의 사유 중 어느 하나가 존재하여야 한다고 볼 수 있다.
3)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바에 의하더라도, 사업추진비(계약이행보증금) 5,000만 원이 이 사건 해지통보 이전까지 지급되지 아니한 것은, 피고 조합의 이행거절 내지 협조의무 위반에 기인하였거나 피고 조합의 회의록이 첨부된 상태로 대여요청이 있어야 한다는 이 사건 용역계약 제10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으므로, 원고의 귀책과 결부된 이 사건 용역계약 제9조 제1항 각호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4) 이와 같이 피고 조합이 한 이 사건 해지통보에 관하여 이 사건 용역계약 제9조 제1항 각호의 사유가 충족되지 않았다면 이 사건 해지통보는 효력이 없게 된다. 그럼에도 피고 조합이 이 사건 해지통보 이후 원고를 용역 업무에서 일방적으로 배제시킨 채 다른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것은, 피고 조합이 원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정한 이 사건 용역계약 제11조 제1항 제2호의 사유에 해당될 여지가 많다.
5)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용역계약에 포함된 당사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에 의하여 임의규정인 민법 제689조 제1항, 제2항의 적용이 배제되었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심리를 하지 않은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러한 민법규정이 이 사건 용역계약에 그대로 적용됨을 전제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임의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기로 하는 당사자의 의사표시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상고를 받아들이는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 조합의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2. 피고 2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가. 법인이 대표기관을 통하여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대리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민법 제59조 제2항). 따라서 적법한 대표권을 가진 자와 맺은 법률행위의 효과는 대표자 개인이 아니라 본인인 법인에게 귀속하고, 마찬가지로 그러한 법률행위상의 의무를 위반하여 발생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대표기관 개인이 아닌 법인만이 책임의 귀속주체가 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민법 제391조는 법정대리인 또는 이행보조자의 고의·과실을 채무자 자신의 고의·과실로 간주함으로써 채무불이행책임을 채무자 본인에게 귀속시키고 있는데, 법인의 경우도 법률행위에 관하여 대표기관의 고의·과실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의 주체는 법인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법인의 적법한 대표권을 가진 자가 하는 법률행위는 그 성립상 효과뿐만 아니라 위반의 효과인 채무불이행책임까지 법인에게 귀속될 뿐이고, 다른 법령에서 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인이 당사자인 법률행위에 관하여 대표기관 개인이 손해배상책임을 지려면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 등이 별도로 성립하여야 한다.
이때 법인의 대표기관이 법인과 사이에 계약을 체결한 거래상대방인 제3자에 대하여 자연인으로서 민법 제750조에 기한 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보기 위해서는, 그 대표기관의 행위로 인해 법인에 귀속되는 효과가 대외적으로 제3자에 대한 채무불이행의 결과를 야기한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법인의 내부행위를 벗어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사회상규에 반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그와 같은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대표기관이 의사결정 및 그에 따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의사결정의 내용과 그 절차과정, 침해되는 권리의 내용, 침해행위의 태양, 대표기관의 고의 내지 해의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6다37465 판결 등 참조).
나. 그런데도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조합이 민법 제689조 제2항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뿐이라고 판단하면서도, 피고 2에 대하여는 이 사건 해지통보와 관련하여 민법 제750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이 충족되었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심리를 하지 않은 채 피고 조합의 위원장이던 피고 2가 이 사건 용역계약을 해지할 만한 부득이한 사유가 없음을 알면서도 해지하였다는 점만으로 곧바로 피고 2가 피고 조합과 공동하여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법인 대표기관의 손해배상책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피고 2의 상고를 받아들이는 이상 불법행위로 인한 피고 2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3. 원고의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상고에 관하여
원고가 제출한 상고이유서에는 피고 3, 피고 4, 피고 5, 피고 6, 피고 7에 대하여는 아무런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고, 상고장에도 상고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조합 및 피고 2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피고 3, 피고 4, 피고 5, 피고 6, 피고 7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 3, 피고 4, 피고 5, 피고 6, 피고 7에 대한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