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부존재확인
【판시사항】
채권자가 채무자의 채무 이행에 대한 수령을 거절하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고 그 의사를 뒤집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경우, 채무자는 채무를 이행하거나 그 이행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채무불이행 책임을 면하는지 여부(적극)
【참조조문】
【참조판례】
대법원 1976. 11. 9. 선고 76다2218 판결(공1976, 9498),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0다89050 판결
【전문】
【원고, 상고인】
포도시개발 주식회사 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기석)
【피고, 피상고인】
한국토지주택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신철 외 2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18. 6. 22. 선고 2017나15377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보충서면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와 대전도시공사는 대전 서구와 유성구 일대 총면적 6,109,000㎡에 대전 도안신도시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면서 서남부영농조합법인 등에 다음과 같이 사업지구 내 준주거용지인 이 사건 토지들을 매도하였다.
서남부영농조합법인에 2010. 8. 30. 준10-1 토지와 준14-1 토지를 1,855,036,800원(잔금지급일 2012. 8. 28.)과 2,041,608,000(잔금지급일 2012. 8. 28.)에 매도하고, 2010. 11. 26. 준15-1 토지를 2,318,962,400원(잔금지급일 2012. 11. 24.)에 매도한다. 2011. 3. 22. 원상가조합에 준12-6 토지를 1,163,037,500원(잔금지급일 2012. 9. 28.)에, 2010. 8. 30. 투상가조합에 준11-6 토지를 933,156,000원(잔금지급일 2012. 8. 28.)에, 2010. 8. 30. 포상가조합에 준13-3 토지를 968,814,000원(잔금지급일 2012. 8. 28.)에 매도한다.
매매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매도인이 책임질 사유로 인한 조성공사의 지연으로 토지사용시기가 지연되는 경우 매도인은 기납부한 매매대금에 대하여 제2조의 지연손해금률을 적용하여 산정한 금액을 매수인에게 지급하거나 매수인이 납부할 매매대금에서 차감하여 지급에 대신한다(제5조 제2항 본문). 매도인은 매수인이 매매대금(정산대금을 포함한다)을 완납한 후에 대상 토지의 소유권을 이전한다(제6조 제1항 본문).
나. 피고는 이 사건 토지들이 포함된 준주거용지 지구 내 34개 필지에 관한 기반공사 과정에서 대규모 암반을 발견했고 2011. 3.경 매수인들에게 이를 알렸다. 매수인들은 피고에게 암반을 발파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2011. 11. 14. 피고를 상대로 암반 제거비용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다. 원고들, 매수인들과 피고는 ‘원고들이 매매계약상 매수인들의 권리·의무를 승계하기로 하는 권리의무승계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들은 손해배상소송에 승계참가를 했다.
위 소송에서 제1심법원은 2014. 1. 8.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다(대전지법 2011가합12938). 위 판결은 항소와 상고가 기각되어 2016. 3. 10. 확정되었다.
한편 피고는 손해배상소송 중 원고들의 매매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주장하며 2014. 4. 11. 원고들을 피공탁자로 하여 해약환불금을 공탁했다. 공탁금에는 원고들이 지급한 매매대금에 연 5%의 비율로 계산하여 반환하는 이 사건 법정이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원고들은 그 무렵 이의를 유보하고 공탁금을 출급했다. 손해배상소송의 항소심은 피고의 매매계약 해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라. 손해배상소송 판결이 확정된 후 피고는 원고들에게 2016. 4. 28. 판결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모두 지급하고, 2016. 5. 31. 매매잔금 등을 2016. 6. 30.까지 납부하라고 통지했다.
2. 토지사용 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유무(상고이유 제1점)
가. 원고들은 피고가 원고들에게 매매계약 제5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토지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매매계약 제5조 제2항은 피고 귀책사유로 토지 조성공사가 지연되어 토지 사용시기가 지연되는 경우 적용되고, 피고가 매매계약 해제를 주장하여 원고들이 토지를 사용하지 못한 경우에 유추적용할 수 없다.
매매계약 제6조 제1항은 피고가 매매대금을 지급받은 다음 토지 소유권을 이전하도록 정하고 있다. 원고들은 2016. 4. 28. 손해배상소송에서 인정된 손해배상금을 모두 지급받았고, 이후 매매잔금을 지급한 다음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었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계약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준13-3 토지에 대한 매매대금 완납 여부(상고이유 제2점)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이 원고 주식회사 선공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원고 주식회사 선공은 피고에게 준13-3 토지의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했는데도 토지소유권을 이전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한다. 그러나 원고 주식회사 선공이 피고에게 준13-3 토지 매매대금 중 53,660,190원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 주식회사 선공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민법 제536조 제2항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매매잔금에 대한 지체책임 유무(상고이유 제3점)
가. 변제는 채무내용에 좇은 현실제공으로 이를 해야 한다. 그러나 채권자가 미리 변제받기를 거절하거나 채무의 이행에 채권자의 행위를 요하는 경우에는 변제준비의 완료를 통지하고 그 수령을 최고하면 된다(민법 제460조). 변제의 제공은 그때부터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면하게 한다(민법 제461조).
채권자가 채무자의 채무 이행에 대한 수령을 거절하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고 그 의사를 뒤집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경우 채무자는 채무를 이행하거나 그 이행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채무불이행 책임을 면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채무자는 채무내용에 따른 이행을 제공해야 채무불이행 책임을 면한다(대법원 1976. 11. 9. 선고 76다2218 판결,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0다89050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원고들이 피고에게 지급해야 할 매매잔금 등은 매매대금에서 선납할인액과 몰취한 계약금을 공제한 매매잔금과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할 이 사건 법정이자를 합한 금액이다. 피고는 2016. 5. 31. 원고들에게 위 금액보다 많은 금액을 지급하라고 최고했다. 즉 원고 포도시개발 주식회사에 1,803,055,990원보다 많은 1,867,898,510원, 원고 투도시개발 주식회사에 1,985,200,060원보다 많은 2,057,275,060원, 원고 원도시개발 주식회사에 2,227,186,370원보다 많은 2,302,375,170원, 원고 주식회사 선공에 준12-6 토지의 경우 1,129,156,970원보다 많은 1,173,301,980원, 준11-6 토지의 경우 909,845,790원보다 많은 946,828,270원을 최고했다. 그러나 피고가 원고들에게 최고액을 전부 지급하지 않으면 수령하지 않겠다거나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
피고는 2016. 3. 10. 손해배상소송의 판결이 확정되자 2016. 4. 28. 원고들에게 판결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모두 지급했다. 원고들은 2016. 5. 11. 또는 2016. 5. 12. 피고에게 매매계약 해제 등을 요구하며 매매계약의 이행을 거부하는 의사를 표시했고, 피고는 매매계약이 유효하다며 매매잔금 등의 지급을 최고했다. 피고가 최고한 금액과 원고들이 지급해야 할 금액의 차이는 최고액 중 3.4~3.9% 정도이다. 원고들은 피고에게 정당한 매매잔금 등을 지급하면 지체책임을 면할 수 있었고, 피고가 이를 지급받고도 원고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지체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원고들은 자기 채무의 이행을 제공하지 않았다.
다.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매매잔금 등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은 매매잔금에 대해 지체책임을 면할 수 없다.
원심판결 이유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으나, 매매잔금에 대해 지체책임이 없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한 결론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권자지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법정이자 발생 여부(상고이유 제4점)
이 부분 상고이유는 이 사건 법정이자에 대해 유효한 이행청구가 없었으므로 지체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심은 원고들이 이 사건 법정이자에 대해 악의 수익자로 된 2017. 4. 17.부터 민법 제748조 제2항에 따라 민법이 정한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법정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고, 이행청구에 따른 지체책임이 발생하여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6. 결론
원고들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