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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기)

[대법원 2022. 8. 25. 선고 2019다229202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1] 채권자대위권의 행사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이를 판단하는 기준
[2] 피보험자가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따라 요양기관에 진료비를 지급한 다음 실손의료보험계약상의 보험자에게 청구하여 진료비와 관련한 보험금을 지급받았는데, 진료행위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서 무효인 동시에 실손의료보험계약상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게 된 경우, 채권자인 보험자가 위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피보험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인 요양기관을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행사하는 형태의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무자의 자력 유무에 관계없이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일신에 전속한 권리가 아닌 한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민법 제404조 제1항). 권리의 행사 여부는 권리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채무자가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데도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려면 그러한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채권자의 권리를 보전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보전의 필요성은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내용,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가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의 자력 유무,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채권과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어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자기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
위 법리에 따르면,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우선 적극적 요건으로서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피보전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의 존재가 인정되어야 하고, 나아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것이 그러한 위험을 제거하여 피보전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여 주어야 하며, 다음으로 소극적 요건으로서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된다는 사정이 없어야 한다. 이러한 적극적 요건과 소극적 요건은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내용, 보전하려는 권리가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의 자력 유무, 피보전채권과 채권자가 대위행사하는 채무자의 권리와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2] [다수의견] 피보험자가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따라 요양기관에 진료비를 지급한 다음 실손의료보험계약상의 보험자에게 청구하여 진료비와 관련한 보험금을 지급받았는데, 진료행위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서 무효인 동시에 보험자와 피보험자가 체결한 실손의료보험계약상 진료행위가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게 된 경우, 채권자인 보험자가 금전채권인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피보험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인 요양기관을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행사하는 형태의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무자가 자력이 있는 때에는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채무자인 피보험자가 자력이 있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인 보험자가 채무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신의 채무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피보전채권인 보험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과 대위채권인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 사이에는 피보전채권의 실현 또는 만족을 위하여 대위권리의 행사가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등의 밀접한 관련성을 인정할 수도 없다. 만약 채무자인 피보험자의 자력이 있는데도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이는 채권자인 보험자에게 사실상의 담보를 취득하게 하는 특권을 부여하고, 법적 근거 없이 직접청구권을 인정하는 위험을 야기하며,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험자의 채권만족이 실현되어 채권자평등주의에 기반한 민사집행법 체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할 우려가 있다.
(나) 보험자가 요양기관의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가 무효라는 이유로 자력이 있는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은 피보험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다.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이흥구의 반대의견] 요양기관의 피보험자에 대한 진료행위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그 계약은 효력이 없다. 이러한 경우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 갖는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 대하여 갖는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채권자인 보험자가 자신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피보험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인 요양기관을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청구하는 채권자대위권 행사는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으로서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의 자력 유무와 관계없이 채권자대위권 행사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참조조문】

[1] 민법 제404조 제1항
[2] 민법 제404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공2020하, 1175)


【전문】

【원고, 피상고인】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도원 외 1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성문용)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9. 4. 4. 선고 2018나10787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뒤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와 쟁점 
가.  사안의 개요
(1) 원고는 다수의 보험계약자들과 실손의료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이다. 위 실손의료보험계약의 피보험자들은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트리암시놀른 주사 치료(이하 ‘이 사건 진료행위’라 한다)를 받고 진료계약에 따라 피고에게 진료비를 지급하였다. 원고는 실손의료보험계약의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청구에 따라 피보험자에게 진료비 전액이나 일부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2) 이 사건 진료행위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제9조 [별표 2]에 규정된 비급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이른바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해당한다.
(3) 원고는, 피고가 수진자인 피보험자들에게 행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가 무효이므로 피보험자들이 수령한 보험금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피보험자들에 대한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피보험자들을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하였다.
(4) 원심은, 이 사건 채권자대위소송의 경우에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이지만 채무자의 무자력 요건을 엄격히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아 이를 심리하지 않은 채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나.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채권자인 보험자가 채무자인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를 대위하여 요양기관의 채무자에 대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가 무효임을 이유로 제3채무자인 요양기관을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경우, 채무자의 자력과 관계없이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2.  보전의 필요성 인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대법원 판례
(1) 대법원은 오랜 기간 채권자대위권의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서, 채권자대위권이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보전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원칙적으로 채무자가 자력이 있다면 채권자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대한 집행을 통해 채권의 만족을 도모할 수 있으므로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행사하여 책임재산을 보전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부족하거나 없는 상태, 즉 채무자가 자력이 없어 일반재산의 감소를 방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견해를 밝혀 왔다(대법원 1963. 2. 14. 선고 62다884 판결, 대법원 1963. 4. 25. 선고 63다122 판결, 대법원 1976. 7. 13. 선고 75다1086 판결, 대법원 1993. 10. 8. 선고 93다28867 판결,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96783 판결 등 참조). 즉 대법원은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의 자력 유무를 채권자대위권 행사에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보아 왔다.
(2) 한편 대법원은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도, ① 유실물의 실제 습득자가 법률상의 습득자에게 보상금의 절반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의 보전을 위하여 법률상 습득자를 대위하여 유실자를 상대로 보상금청구권을 행사한 사안과 같이 피보전채권의 실현을 위하여 대위채권의 실현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경우(대법원 1968. 6. 18. 선고 68다663 판결 참조), ②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국가의 강박행위로 말미암아 명의수탁자(채무자)로부터 제3채무자(국가)와 그 외 제3자로 전전 이전되었는데 제3자가 선의여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각 등기청구권이 모두 이행불능이 된 사안과 같이 등기청구권인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가 이행불능에 따라 금전채권으로 변형된 경우(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39013 판결 참조), ③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골프장 신축 사업과 관련하여 투자하고 채무자는 그 투자금으로 제3채무자로부터 사업 부지를 매수하고 매매대금을 지급하면서 회원제 골프장 관련 인허가를 받지 못하면 투자약정과 토지 매매계약을 각각 해제하기로 정하였는데, 채무자가 그 인허가를 받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해제하지 않자 채권자가 채무자의 해제권을 대위행사하면서 원상회복으로 토지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한 사안과 같이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가 동일한 경제적 목적과 동일한 해제 사유를 매개로 결합된 특수한 경우(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4다89355 판결 참조) 등에서 피보전채권과 채권자가 대위행사할 권리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 등 그 밖의 특수한 사정에 비추어 채무자의 자력 유무와 관계없이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하였다.
(3)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인 부동산 공유지분에 대한 강제집행이 민사집행법 제102조 등의 제한으로 곤란한 경우에 채권자가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자력이 없는 상태인 채무자를 대위하여 공유물분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안에서,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판단 기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면서,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공유물분할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채무자의 책임재산의 감소를 방지한다거나 책임재산을 증가시킨다고 일반적으로 말할 수 없어 책임재산의 보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채권자로서는 여전히 채무자의 공유지분으로부터 채권의 만족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단순히 금전채권자의 채권 보전을 위하여 채무자의 재산뿐만 아니라 공유물 분할을 희망하지 않는 다른 공유자의 공유지분 전부가 경매되게 하는 것은 채무자를 포함한 공유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 등의 이유로 금전채권자는 자력이 없는 채무자를 대위한다고 하더라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부동산에 관한 공유물분할청구권을 대위하여 행사할 수 없다고 하여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일신에 전속한 권리가 아닌 한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민법 제404조 제1항). 권리의 행사 여부는 그 권리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채무자가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데도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려면 그러한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채권자의 권리를 보전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보전의 필요성은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내용,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가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의 자력 유무,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채권과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어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자기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따르면,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우선 적극적 요건으로서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피보전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의 존재가 인정되어야 하고, 나아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것이 그러한 위험을 제거하여 피보전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여 주어야 하며, 다음으로 소극적 요건으로서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된다는 사정이 없어야 한다. 이러한 적극적 요건과 소극적 요건은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내용, 보전하려는 권리가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의 자력 유무, 피보전채권과 채권자가 대위행사하는 채무자의 권리와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인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4) 이러한 판례의 흐름과 같이,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채권자대위권을 채무자의 일반재산의 감소를 방지하여 책임재산을 보전하기 위한 제도로 자리매김하고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위한 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의 인정 여부는 책임재산 보전이라는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을 바탕으로 판단하여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채권자가 금전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금전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경우에 대법원은, 채무자가 자력이 없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전의 필요성을 긍정하는 한편 채무자의 자력이 있는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채권과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되는 등 특수한 사안에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하였다.
 
나.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 발생한 부당이득반환채권과 보전의 필요성
피보험자가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따라 요양기관에 진료비를 지급한 다음 실손의료보험계약상의 보험자에게 청구하여 그 진료비와 관련한 보험금을 지급받았는데, 그 진료행위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서 무효이고, 동시에 보험자와 피보험자가 체결한 실손의료보험계약상 그 진료행위가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게 된 경우, 채권자인 보험자가 금전채권인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피보험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인 요양기관을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행사하는 형태의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무자가 자력이 있는 때에는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적극적 요건에 대하여 본다.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적극적 요건으로서 먼저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어야 하고,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위와 같은 위험을 제거하여 줌으로써 자기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는 데에 필요하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채무자인 피보험자가 자력이 있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인 보험자가 채무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신의 채무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에서 피보전채권인 보험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과 대위채권인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 사이에는 피보전채권의 실현 또는 만족을 위하여 대위권리의 행사가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등의 밀접한 관련성을 인정할 수도 없다. 만약 채무자인 피보험자의 자력이 있는데도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이는 채권자인 보험자에게 사실상의 담보를 취득하게 하는 특권을 부여하고, 법적 근거 없이 직접청구권을 인정하는 위험을 야기하며,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험자의 채권만족이 실현되어 채권자평등주의에 기반한 민사집행법 체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적극적 요건이 인정되지 않는다.
(가) 이 사건은 금전채권인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금전채권인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경우이다. 금전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는 사안에서 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에 의하여 채무자인 피보험자가 자력이 있다면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채권과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되는 등의 특수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없다.
1)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은 채권자가 민사집행법이 정한 강제집행의 방법으로는 구제받을 수 없거나 구제받지 못할 위험이 있을 때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금전채권자가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은 채무자에게 책임재산이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에 발생한다. 채무자인 피보험자가 자력이 있다면, 채권자인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책임재산에 대한 집행을 통해 채권을 실현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지 못할 위험이 없는 것이고, 따라서 피보험자의 일반재산의 감소를 방지할 필요도 인정되지 않는다.
2) 금전채권자가 단순히 채권회수의 편의나 실효성을 위하여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금전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경우에는, 보전의 필요성의 적극적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 보험자는 요양기관의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가 무효인 경우에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피보험자에 대하여 직접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하여 변제받는 데 아무런 법률상 장애가 없고, 자신의 피보험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집행채권으로 하여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압류하여 추심·전부명령을 받는 등으로 채무자의 일반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통하여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이 경우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은 피보험자에 대한 집행권원을 확보하는 절차와 피보험자의 책임재산에 대해 집행을 개시하는 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험자의 채권회수의 편의성과 실효성이 높아진다는 것에 불과할 뿐 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위와 같은 위험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나아가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가 채권 불만족의 위험을 제거함으로써 그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확보하는 데에 필요하다고 할 수도 없다.
(나) 이 사건에서 피보전채권인 보험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과 대위채권인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 사이에는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밀접한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1) 채권자대위권 행사에서 보전의 필요성을 위한 적극적 요건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채권과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 사이에 사실상의 관련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두 권리의 내용이나 특성상 보전하려는 권리의 실현 또는 만족을 위하여 대위하려는 권리의 행사가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등의 밀접한 관련성이 요구된다.
대법원은 2001. 5. 8. 선고 99다38699 판결에서 처음으로 피보전채권과 대위채권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 등을 이유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위 사안에서 채권자인 정유회사는 유류공급계약을 근거로 채무자인 한국도로공사에 대하여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특정 주유소에서 자신의 정유제품만을 공급받고 자신의 상표만을 표시할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었고, 이를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가 주유소 운영자인 제3채무자에 대하여 같은 주유소에서 다른 정유회사의 상표 표시를 철거하고 다른 정유회사의 제품을 판매하지 말 것을 요구할 권리를 대위행사하였다. 여기서 피보전채권과 대위채권은 모두 특정 주유소의 운영과 관련된 것으로서 대체성이 없는 작위채권 또는 부작위채권이고 두 채권은 목적과 수단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즉, 대위채권을 행사하는 것이 피보전채권의 실현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채권과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가 사실상 목적과 수단의 관계를 가지고 있거나 서로 담보적 기능을 하고 있을 때, 또는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나 그 목적물이 궁극적으로 대위채권자에게 귀속될 성질의 것이라고 볼 수 있는 특수한 관계가 있는 경우 등에서, 두 권리의 내용이나 특성상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만족이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의 실현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에,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고,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를 통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 이러한 위험을 제거하여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어, 이를 바탕으로 두 채권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채권과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의 종류, 발생원인, 목적 등에 동일성 또는 유사성이 있다는 사정은 사실상의 관련성일 뿐이므로 그 자체만으로는 채권자대위권의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위한 근거가 될 수 없다. 특히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금전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경우에, 금전채권자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대한 집행을 통해 채권을 실현하는 것이 우리 법체계상 원칙적인 방법이고, 채권자대위권은 채무자의 일반재산의 감소를 방지하여 책임재산을 보전하기 위한 제도인 점을 고려하여 볼 때, 채무자의 자력 유무에 관계없이 금전채권인 피보전채권과 대위채권 사이의 관련성 등을 이유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려면 채권의 상대효 원칙에도 불구하고 일반채권자로 하여금 채무자의 금전채권을 행사하도록 허용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정도의 밀접한 관련성이 요구된다.
2) 이 사건에서 보험자와 피보험자가 가지는 각각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의 내용이나 특성에 비추어 보면 두 채권 사이에 존재하는 관련성은 사실상의 것일 뿐이고 피보전채권인 보험자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실현 또는 만족을 위하여 대위채권인 피보험자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의 행사가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등의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 보험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과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은 모두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의 효력 유무를 매개로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발생원인이 되는 사실관계에 일부 동일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위 두 채권의 발생원인에 일부 동일성이 있는 것은, 보험자가 실손의료보험계약의 약관을 작성하면서 피보험자가 특정 진료비를 지출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험사고로 구성하였기 때문에 보험사고의 발생을 구성하는 기초적 사실관계가 보험금 지급의 원인이 되는 진료계약의 사실관계와 직접적으로 연동되어 원인관계에서 관련성을 갖게 될 수밖에 없고, 나아가 보험자가 진료계약의 무효 사유를 파악하지 못한 채 단순히 피보험자의 진료비 지출에 따라 보험금을 잘못 지급함으로써 당초의 보험계약관계가 이른바 급부부당이득관계로 전환되면서 실손의료보험계약과 진료계약관계에서 발생한 일부 관련성이 부당이득관계에서도 여전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련성은 모두 사실상의 것이다.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보험자와 체결한 실손의료보험계약상 의무를 위반한 것도 아니고,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것이 보험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의 내용을 실현시켜 주는 수단이 되는 것도 아니며, 두 채권 사이에 담보적 기능이 예정되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 대하여 권리를 행사하지 않더라도 피보험자의 자력에 문제가 없다면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를 실현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 또한 위 두 채권은 각자의 의사에 따라 체결한 완전히 독립된 별개의 계약에서 정해진 내용에 기초하여 실현된 급부가 그 원인이 무효가 되어 각각 발생한 것일 뿐이다. 보험자가 갖는 부당이득반환채권은 보험계약자와 체결한 실손의료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요건으로 한다. 반면 피보험자가 갖는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가 강행규정인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법령을 위반하였고 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639, 2764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설시한 예외적인 유효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는 법리적 판단에 기초한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의 피보전권리와 대위채권 사이에 채권자가 후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전자의 실현 또는 만족을 위하여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피보험자와 요양기관 사이의 진료계약이 유효하여 실손의료보험계약과 진료계약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요양기관의 피보험자에 대한 진료비채권과 피보험자의 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채권 사이에는 발생원인 등에 관한 관련성이 인정되지만, 이를 이유로 피보험자로부터 진료비채권의 일부만을 변제받은 요양기관이 나머지 진료비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피보험자의 자력과 관계없이 그를 대위하여 보험자에게 일부 변제된 진료비에 관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 이는 진료비채권과 보험금채권의 발생원인 등에 관한 동일성이 사실상의 관련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과 같이 피보험자와 요양기관 사이의 진료계약이 무효이고 이와 관련하여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잘못 지급한 보험자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피보험자를 대위하여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법리는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다) 손해보험의 일종인 실손의료보험계약의 보험자가 보험금을 잘못 지급함으로써 입은 손실을 회복하기 위하여 피보험자의 자력과 관계없이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권리를 대위행사하게 하는 것은 보험자에게 피보험자의 일반채권자에 우선하는 사실상의 담보권을 부여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실손의료보험은 "피보험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인하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처방조제를 받은 경우 등에서 의료비 명목으로 지출한 진료비 및 처방조제비를 보상"하는 손해보험의 일종이다. 이 사건에서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 취득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약관에 정한 보험사고가 아님에도 보험자가 보험사고 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을 그르쳐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잘못 지급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손해는 보험자의 과실로 발생하는 전형적인 보험영업상의 손실에 해당한다. 그런데 보험자로 하여금 이러한 경우에 채권추심의 편의성과 실효성을 이유로 피보험자의 자력 유무와 무관하게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보험자에게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로 발생하는 영업상 손실에 대하여 사실상의 담보를 취득하게 하는 것이다. 보험자는 요양기관에 대한 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행사함으로써 피보험자를 채무자로 하는 집행절차를 생략한 채 곧바로 요양기관에 대하여 금전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받고 이를 집행권원으로 궁극적으로는 국민건강보험 제도 등을 이용하여 요양기관의 요양급여채권을 추심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과실로 발생한 영업상 손실을 위험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전보받을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보험자에게 실손의료보험계약이나 손해보험 제도, 국민건강보험 제도 등에서 당초 예정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사실상의 담보권을 부여하는 것은 피보험자의 권익을 희생시켜 실손의료보험계약의 보험자에게 일반채권자가 갖지 못하는 특별한 이익을 부여하는 것으로서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목적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다.
(라) 보험자가 피보전채권과 대위채권 사이에 사실상의 관련성이 있다는 사정이나 채권회수의 편의성과 실효성을 이유로 피보험자의 자력 유무와 관계없이 피보험자가 가지는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보면 이는 명시적인 법률의 규정 없이 채권자의 제3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채권의 상대효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
채권은 원칙적으로 상대적 효력만을 갖는 것이어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채권자는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직접 행사할 수 없다. 직접청구권은 채권의 상대효 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로서 특정한 권리관계에서 발생하는 채권자의 이익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하여 개별 법률에 특별한 규정을 두어 채권자로 하여금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특정 청구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발생한다. 우리 법체계상 민법과 상법 등에서는 전대에 동의한 임대인의 전차인에 대한 직접청구권(민법 제630조)과 책임보험에서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상법 제724조 제2항,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0조)을 규정하고 있고,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이라 한다) 제14조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은 직불합의 등의 법정 요건을 갖춘 경우 수급사업자(하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직접청구권은 이를 허용하는 개별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고, 그러한 명시적 법률 규정 없이 이를 인정할 수 없다.
보험자가 금전채권인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피보험자의 자력이 있음에도 그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인 요양기관을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보험자가 피보전채권의 만족을 위하여 제3채무자인 요양기관에 대하여 직접 이행을 구할 수 있는 직접청구권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채권의 상대효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우리 법체계 전체와 조화를 이룰 수 없다.
(마) 피보험자의 자력 유무를 따지지 아니한 채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통한 사실상의 우선변제 효과로 인해 채권집행에 있어 채권자평등주의 원칙에 기반을 둔 현행 민사집행법 체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할 우려가 있다.
보험자는 요양기관의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 인한 진료비 중 일부를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통상 보험자가 갖는 부당이득반환채권보다 피보험자가 갖는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액수가 더 크다. 따라서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 대하여 가지는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압류·추심하는 등의 채권집행을 통해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있다. 피보험자의 다른 일반채권자들이 위 채권집행절차에 참여하여 배당의 결과 보험자가 자신의 채권 전액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있기는 하나, 채무자가 자력이 있다면 다른 일반재산에 대한 추가적인 집행을 통하여 나머지 부분을 회수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이러한 절차적 번거로움은 우리 민사집행절차가 압류선착주의를 취하고 있지 않음에 따라 발생하는 결과일 뿐이므로, 이를 들어 책임재산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현재 실체법 영역에 규정된 채권자대위권 제도는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을 대위행사하는 사안에서 사실상 채권집행 제도의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채권자의 상계권 행사와 결합하여 채권자에게 사실상 우선변제의 권능을 부여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채무자의 자력이 있음에도 사실상의 관련성을 이유로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하게 되면,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위와 같은 사실상의 기능과 결합하여 민사집행법상 채권집행절차가 취하고 있는 채권자평등주의 원칙을 무력화하고, 부동산, 동산 등에 대한 집행절차와 달리 채권집행 영역에서만 사실상 우선주의가 적용되는 불균형한 결과를 발생시킴으로써 민사집행 제도 전반의 균형과 안정을 깨뜨리는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2)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소극적 요건에 대하여 본다.
보험자가 요양기관의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가 무효라는 이유로 자력이 있는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은 피보험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다.
(가) 권리의 행사 여부는 그 권리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편 피보전채권의 실현에 위험이 발생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이러한 위험을 제거하여 피보전채권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경우라면, 채무자의 위와 같은 권리를 희생하여 채권자의 채무자의 재산관리에 대한 간섭을 용인하는 것이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본질이기도 하다. 따라서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된다는 사정이 없을 것이라는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소극적 요건의 판단은, 피보전채권에 발생한 위험을 제거하여 자기 채권을 실현하려는 채권자의 이익과 고유의 재산관리권 행사를 간섭받지 않을 채무자의 이익을 비교형량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나) 대법원은 채무자가 자력이 있는 사안에서, ①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어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하여야 하는 상황에서, 채권자인 명의신탁자가 채무자인 명의수탁자의 손해배상에 갈음하여 위 이행불능에 책임이 있는 제3채무자에 대한 채무자의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행사하여 지급받는 것이 채무자의 의사에도 부합한다고 보았고(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39013 판결 참조), ② 채권자(수분양자)의 분양계약 해제로 채무자(분양자)나 제3채무자(신탁회사)는 분양 목적물인 부동산을 제3자에게 다시 분양하거나 처분하여 그 대금으로 사업비나 채무의 변제 등에 충당할 수 있으므로, 분양계약을 해제한 수분양자인 채권자가 분양자인 채무자의 신탁회사에 대한 사업비 지출 요청권과 같은 대리사무 약정상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채무자의 경제적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여(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3다71784 판결 참조) 일정한 경우에 한하여 보전의 필요성을 위한 소극적 요건을 인정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채권자가 자신의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무자력인 채무자를 대위하여 부동산에 관한 공유물분할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채권자로서는 여전히 채무자의 공유지분으로부터 채권의 만족을 얻을 가능성이 있고 공유물분할이 책임재산의 증감에는 실질적인 영향을 주지 않음에도, 공유자 중 어느 누구도 공유물의 분할을 희망하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금전채권자의 채권 보전을 위하여 채무자의 재산뿐만 아니라 다른 공유자의 공유지분 전부가 경매되게 하는 것으로서 채무자를 포함한 공유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등의 이유로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된다고 판단하기도 하였다(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보전의 필요성의 소극적 요건에 관한 이러한 판단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이익형량의 결과이기도 하다.
(다) 피보험자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이유로 요양기관에 대하여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는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를 행사할 것인지 여부는 피보험자의 의사에 달려 있고 피보험자는 무자력이 아닌 한 그 행사 여부를 직접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진료계약은 개인의 신체 및 정신의 질병 등에 대한 진단과 치료 등을 목적으로 하는 위임계약이라는 특수성이 있고, 피보험자인 수진자와 의사 등 요양기관 사이의 관계에 따라 권리의무의 내용과 실현에서 다양한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진료계약에는 극히 사적이고 민감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생산이 필수적으로 동반되므로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동의 없이 진료계약과 관련한 개인정보가 공개되거나 타인의 소송자료로 사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여 볼 때 수진자인 피보험자가 실제로 요양기관을 상대로 진료계약이 무효임을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는 피보험자와 요양기관과의 관계, 진료의 목적이나 경위 및 결과 등 개인별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어서 피보험자가 당연히 요양기관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대위권리의 귀속자인 채무자의 결단 또는 선택의 자유를 통하여 비로소 대위권리가 실현될 수 있는 사안에서 채무자에 의하여 그러한 결단이나 선택권의 행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채무자가 대위권리를 행사할 것을 당연시하여 이를 채권자가 대위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기본적인 취지에 반한다. 그럼에도 보험자의 채권 행사 의사와 피보험자의 채권 행사 의사를 동일하게 보아 금전채권자일 뿐인 보험자로 하여금 자력이 있는 피보험자의 진료계약과 관련된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이는 피보험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다.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원고가 피보험자들에 대하여 가지는 부당이득반환채권은 금전채권으로서 이를 보전하기 위하여 피보험자들의 피고에 대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위하여 행사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피보험자들의 무자력이 요구된다. 이 사건의 경우 피보험자들이 무자력이라는 주장·증명이 없고 피보전권리의 실현 또는 만족을 위하여 대위권리의 행사가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등의 밀접한 관련성을 인정할 수도 없으며, 원고가 피보험자들의 피고에 대한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피보험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으므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보전채권과 대위채권 사이의 밀접관련성을 인정하고 채무자인 피보험자들의 자력 유무와 관계없이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적극적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아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채권자대위권의 행사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결론
다른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되, 이 사건은 대법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민사소송법 제437조에 따라 자판하기로 하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며, 소송총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이흥구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이 있다.
 
4.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이흥구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 갖는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 대해 갖는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 사이에 밀접관련성을 부정하면서 채권자인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가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고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에 해당하므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에는 찬성할 수 없다.
채권자대위권의 요건을 정한 민법 제404조 제1항 본문에서 말하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즉 보전의 필요성이란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의 실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을 뜻한다. 대법원은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로 채권자가 보전할 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 그 채권과 채권자가 대위할 권리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사안에서 채무자의 무자력(無資力)을 문제 삼지 않고 보전의 필요성을 넓게 인정하였다. 이 사건에서 갑자기 보전의 필요성을 엄격하게 인정하려는 다수의견의 태도는 채권자대위권에 관한 문언해석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자력 요건을 완화하여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허용 범위를 확대해 온 판례의 기본적인 방향과 배치된다.
요양기관의 피보험자에 대한 진료행위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그 계약은 효력이 없다. 이러한 경우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 갖는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 대하여 갖는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채권자인 보험자가 자신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피보험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인 요양기관을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청구하는 채권자대위권 행사는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으로서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채무자의 자력 유무와 관계없이 채권자대위권 행사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채권자대위권에 관한 법규정과 판례의 흐름
(가) 채권자대위권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는다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으므로 그 채권의 실현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권리이다. 채권자가 이러한 권리를 행사하는 한도에서는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에 개입하는 것이 허용된다.
민법 제404조 제1항은 본문에서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라고 정함으로써 채권자대위권의 행사요건을 아주 단순하게 정하고 있고, 그 단서에서 ‘일신에 전속한 권리’에 대해서는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예외를 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 규정에서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건으로 정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은 법률의 문언과 달리 채권자대위권이라는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헌법이나 법률을 비롯하여 정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채권자대위권의 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은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의 실현을 확보할 필요성을 뜻한다.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어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자기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보전의 필요성은 탄력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경우에 한정하여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인정 범위가 좀 더 포괄적으로 설정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나) 대법원은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로 채권자가 보전할 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는 채무자가 자력이 없어 일반재산의 감소를 방지할 필요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였다(대법원 1963. 4. 25. 선고 63다122 판결, 대법원 1969. 7. 29. 선고 69다835 판결 등 참조). 여기서 채무자에게 자력이 없다는 것, 즉 무자력은 일반적으로 총채권자의 채권을 변제하기에 부족한 채무초과 상태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채권자가 보전할 채권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과 같은 특정채권인 경우 채권자가 대위할 권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넓게 허용함으로써(대법원 1964. 12. 29. 선고 64다804 판결,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1다483 판결, 대법원 2001. 5. 8. 선고 99다38699 판결 등 참조) 채권자대위권의 행사요건을 완화해 왔다. 특정채권을 보전하는 것은 채무자의 무자력과는 상관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후 대법원은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도 ‘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할 때 피보전채권과 채권자가 대위할 권리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예외적인 사안에서 채무자의 무자력을 문제 삼지 않고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인정하였다(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52506 판결,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3다71784 판결,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4다89355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아닐 것이라는 요건을 고려하지 않고 피보전채권과 채권자가 대위할 권리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기도 하였다(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39013 판결 참조). 대법원은 위 사안들에서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으나,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도 구체적 타당성 있는 해결을 위해 기존 판례와는 달리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구하지 않고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허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은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기존 판례의 흐름을 정리하여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 고려사항으로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내용,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가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의 자력 유무,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와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의 관련성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는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이더라도 ‘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할 때 ‘채무자의 자력 유무’가 유일한 판단 기준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한 것으로서, 전체적으로 ‘무자력’을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요건으로 정하지 않은 민법 제404조 제1항 문언에 좀 더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 채무자가 무자력인 경우에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채무자가 자력이 있더라도 피보전채권과 대위할 권리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 등을 이유로 보전의 필요성을 긍정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이다.
금전채권 보전을 위한 채권자대위권 행사에서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구하며 보전의 필요성을 엄격하게 인정하려는 다수의견의 태도는 무자력 요건을 완화하여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범위를 확대해 온 판례의 기본적인 방향과 배치된다. 그런데도 이 판결은 위에서 본 대법원 2001다52506 판결이나 대법원 2005다39013 판결 등 기존 판례를 변경하지 않고 있다.
(2) 채권자인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해 갖는 피보전채권과 채무자인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 대해 갖는 권리, 즉 대위할 권리는 두 채권의 발생원인, 내용과 목적 등에 비추어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된다.
피보험자는 요양기관이 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하여 진료비를 지급하였고, 보험자는 피보험자에게 진료비를 보상하기 위하여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이때 진료행위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서 이에 관한 계약이 무효라면 피보험자는 요양기관에 진료비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보험자와 피보험자 사이의 보험계약은 진료행위를 대상으로 이를 보상하기 위하여 체결된 것이고(채권의 발생 근거), 피보험자와 요양기관 사이의 진료계약은 진료를 받기 위하여 체결된 것으로서(채권의 내용), 모두 진료행위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보험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은 모두 진료행위가 무효임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하였다. 따라서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으로부터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진료비 중 보험금에 해당하는 부분은 결국 보험자에게 귀속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두 채권은 발생과 그 원인, 채권의 내용과 목적에서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3) 이 사건에서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는 피보전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
채권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그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채무자가 제3자에 대해 채권 등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민사집행법에 따라 채무자에 대한 채권을 집행채권으로 하여 채무자의 제3자에 대한 채권을 압류·추심하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만족을 얻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가 채권자대위권에 관한 민법 제404조이다. 민법은 채권자가 제3자를 상대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법률 규정으로 민법 제404조를 두고 있다. 채권의 이른바 상대효 원칙은 채권자대위권을 적용하는 국면에서는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채권자대위권을 적용하는 단계에서 마치 채권자대위권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것처럼 채권의 상대효 원칙을 들어 채권자대위권의 적용 범위를 줄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이 민법은 민사집행법에 따른 채권 실현의 방법과 별도로 채권자대위권을 규정하여 일정한 경우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보전하여 채권자에게 사실상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민법에서 채권자대위권 제도를 둔 취지에 비추어 채권자대위권이 독자적 제도로서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사집행법상 강제집행 제도는 채권자에게 권리를 실현시켜 주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서, 민법이 규정한 채권자대위권이라는 권리의 행사를 금지하거나 제약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신의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행사하는 것은 자기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고 보아야 한다.
만일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를 허용하지 않으면 보험자는 채무자인 피보험자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해야 하고, 피보험자는 다시 요양기관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해야 한다. 동일한 분쟁에 관련된 피보험자가 수백 명에 이르고, 수많은 피보험자를 상대로 직접 소액인 보험금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데에는 시간적·금전적으로 많은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이는 사법자원의 낭비로도 이어진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특히 보전하고자 하는 채권액이 소액인 경우에 보험자로서는 각각의 피보험자를 상대로 채권의 이행을 위하여 소를 제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동안 보험자가 각각의 피보험자를 상대로 임의 비급여와 관련하여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한 사례가 극히 드물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나아가 이미 보험자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아 요양기관을 상대로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 인한 진료비 반환을 구할 아무런 유인이 없는 피보험자를 분쟁의 당사자로 불러내는 것이 합리적인 분쟁의 해결수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에서 보험자가 다수의 피보험자들에 대한 소액의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고 다시 피보험자들이 요양기관에 그만큼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청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면, 보험자가 애써 이 사건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보험자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한다면 보험자가 보전하려는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는 것이 매우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보험자는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반복적으로 하는 요양기관에 대해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함으로써 자신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효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4)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피보험자의 재산관리에 부당한 간섭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채권자대위권 행사는 채무자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지 않고 채무자가 그 행사를 반대하는 경우에도 가능하다(대법원 1963. 11. 21. 선고 63다634 판결 참조).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일반 채권을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자가 보전하려는 채권의 발생 원인이 된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한 진료비를 반환받을 채권을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다.
진료행위가 위법하여 무효사유가 있는 경우, 건강보험의 가입자 등이 진료비를 돌려받는 방법은 원칙적으로 의사나 요양기관 등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 등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고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를 조사하여 해당 요양기관 등으로부터 무효인 진료행위에 대한 진료비를 징수한 후 이를 가입자 등에게 지급하는 것이다(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5항). 그러나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진료를 받은 피보험자는 진료행위가 이미 종결되었거나, 의사 등 요양기관과의 관계 등 다양한 면을 고려하여 요양기관에 진료비의 반환을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피보험자는 진료비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기를 원할 수 있고, 나아가 이후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 인한 진료비 반환을 받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이를 포기할 의사를 가졌을 것이라고 추단하기도 어렵다. 또한 피보험자는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보험자에게 받은 보험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사회통념상 자신이 직접 요양기관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의사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거절할 의사는 아니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만일 진료비가 다액인 경우는 더욱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직접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거나 장래에 청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보험자는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행사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가 피보험자의 재산관리에 부당한 간섭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보험자는 피보험자와 실손의료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실손의료보험계약에 따라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하여 보장할 수 있는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하여 이미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그 후 피보험자와 요양기관 사이의 진료행위가 무효인 진료계약에 기초한 경우에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에 관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고 다시 피보험자로 하여금 요양기관에 대해 진료비를 부당이득으로 반환받도록 하는 것이 당사자들의 의사나 거래관념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피보험자는 보험자가 진료행위의 당사자인 요양기관을 상대로 부당한 이익의 반환을 구하도록 하여 자신은 분쟁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한다고 보는 것이 피보험자의 의사나 거래관념에 부합하고 바람직하다.
이 사건에서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피보험자의 재산관리에 부당한 간섭이 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5)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보험자는 피보험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주로 지급명령 제도 등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융기관들이 소액 청구나 시효중단을 위해 지급명령을 이용하여 대량으로 처리하고 있다)를 할 것이다. 그런데 피보험자는 위에서 보았듯이 피보험자의 개인적인 이유나 요양기관과의 관계, 또는 소송 제기의 어려움 등 다양한 이유로 요양기관에 대하여 진료비의 반환을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른 한편으로는 피보험자가 직접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행위가 요양급여 대상인지에 관하여 확인 요청 등을 하여,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서 무효라는 확인을 받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하여 진료비를 반환받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실제로 사례가 매우 드물다. 따라서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한 요양기관이 그로 인한 부당한 이익을 그대로 보유하게 될 여지가 크다. 이렇게 되면 요양기관의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하여 현실적이고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법도 없게 되어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의 목적에 반하고 정의 관념에 비추어 보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6) 당사자들의 이익 상황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에서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긍정하는 것이 옳다.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의 입장에서든 진료비를 지출한 수진자의 입장에서든 요양기관이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 인한 이익을 보유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에서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요양기관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통한 이익을 보유할 정당한 권리자가 아니고 원칙적으로 이를 수진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정당한 권리자인 수진자가 위 돈을 돌려받는 방법은 요양기관을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구하거나 보험자가 수진자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것이다. 만약 수진자가 요양기관으로부터 직접 진료비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돌려받게 되면 수진자는 이를 다시 보험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돌려주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보험자가 수진자를 대신하여 요양기관으로부터 진료비 상당을 반환받을 수 있다고 본다면 이런 절차의 무의미한 반복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보험자는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이익이 크고, 이러한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은 수진자의 권리행사를 대신하는 측면이 강하다. 수진자 입장에서도 소송의 직접 당사자가 되지 않아 소송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고통을 막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에서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것은 당사자들의 이익에도 부합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이다.
(7) 다수의견은 보험자에게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도록 할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은 위에서 보았듯이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금전채권 보전을 위한 채권자대위권 행사요건에서 점진적으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범위를 확대해 온 판례의 태도와도 배치되므로 찬성하기 어렵다.
 
나.  이 사건의 해결
원심판결 이유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보험자인 원고와 실손의료보험계약을 체결한 사람들은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비염 개선을 위해 코와 목 주변 등 여러 곳에 트리암시놀른 주사 치료인 이 사건 진료행위를 받았다. 수진자들은 피고에게 진료비를 지급하였고, 원고는 수진자들에게 보험계약에 따라 진료비 전액이나 일부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이 사건 진료행위는 국민건강보험법령에서 정한 이른바 ‘법정 비급여 진료’에 해당하지 않지만, 피고가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수진자들과 비급여대상으로 하기로 합의하여 그 진료비용을 수진자들로부터 지급받았다.
원심은 이 사건 채권자대위권의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이지만 채무자의 자력 유무와 관계없이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원고가 채무자인 피보험자들의 피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보험자인 원고의 피보험자들에 대한 피보전채권인 부당이득반환채권과 대위할 권리인 피보험자들의 피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이 사건에서 원고의 채권자대위권 행사가 피보전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할 뿐만 아니라 피보험자들의 재산관리에 부당한 간섭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에서 채권자대위권에서 말하는 ‘보전의 필요성’을 긍정하여 채권자대위권을 인정한 원심판결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채권자대위권 행사에 있어 보전의 필요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으므로 상고를 기각하여야 한다(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해서도 간략하게 살펴본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진료행위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로서 강행규정인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서 정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 등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비채변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5.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
다수의견을 보충하면서 반대의견이 제시하는 몇 가지 논거들에 대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반박하고자 한다.
 
가.  반대의견은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채무자의 자력이 없어야 한다는 다수의견이 법률의 문언과 달리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민법 제404조 제1항 본문은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채권자가 언제든지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경우’, 즉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이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보전(保全)’은 사전적으로 ‘온전하게 보호하여 유지함’을 의미하는바,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라는 것은 채권에 대한 위험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대위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그 위험으로부터 자기의 채권을 온전하게 보호하여 유지하는 데 유효·적절함을 뜻하게 된다. 즉 민법 제404조 제1항이 요구하는 보전의 필요성은 채권에 대한 위험의 존재와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통한 위험제거의 효용성을 개념적 요소로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채권자는 채무자가 자력이 있다면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대한 집행을 통해 채권의 만족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피보전채권에 대한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결국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보전의 필요성’이란 통상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부족한 경우, 즉 채무자가 자력이 없는 경우를 의미하게 된다. 그러므로 금전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다수의견과 같이 원칙적으로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건으로 보는 것이 ‘보전의 필요성’을 규정한 민법 제404조 제1항 본문의 문언에 합치한다. 나아가 이러한 태도가 그동안 대법원 판례의 일관된 모습이기도 하다.
반대의견과 같이 채무자의 자력과 관계없이 두 권리 사이에 존재하는 사실상 관련성만으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견해가 오히려 민법 제404조의 문언에 반하는 해석이다. 반대의견이 말하는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 사이에 존재하는 관련성’이라는 개념은 ‘보전’이라는 말이 내포한 ‘채권의 위험’ 요소를 전제로 하지 않는 것이어서 이러한 관련성 개념에서는 민법 제404조 제1항이 정한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대위권리를 행사할 필요라는 개념 요소가 바로 도출되지 않는다. 반대의견은 두 권리 사이에 존재하는 발생원인, 내용과 목적 등의 관련성에서 도출되는 어떠한 규범적 요소가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는 요소를 만족시키는지, 두 권리가 그러한 관련성이 있을 때 금전채권인 피보전채권에 대하여 어떠한 위험이 있고 대위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그 위험을 어떻게 제거하여 주는지에 관하여 논리적인 설명을 하지 않는다.
다수의견은 이 부분을 이렇게 설명한다. 즉, 두 권리 사이의 관련성이라는 개념이 사실상의 개념을 넘어서서 채권자대위권의 성립 요건인 ‘피보전채권의 보전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두 권리가 사실상 목적과 수단의 관계를 가지고 있거나 서로 담보적 기능을 하고 있을 때, 또는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나 그 목적물이 궁극적으로 대위채권자에게 귀속될 성질의 것이라고 볼 수 있는 특수한 관계가 있는 경우 등과 같이, 피보전채권의 만족이 대위권리의 행사 및 실현에 달려 있을 것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이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완전한 만족을 얻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있고,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를 통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 그 위험을 제거하여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관계에서만 피보전채권에 대한 위험의 존재와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통한 위험제거의 효용성이라는 보전의 필요성의 개념 요소가 충족되어 두 권리 사이에 존재하는 밀접한 관련성을 근거로 하는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정당화될 수 있다.
반대의견이 이 사건에서 논리의 이면에 사실상 상정하고 있는 피보전채권의 위험은 동일한 분쟁에 관련된 피보험자가 수백 명에 이르고, 채권자인 보험자가 수많은 피보험자를 상대로 직접 소액인 보험금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데에는 시간적·금전적으로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즉 반대의견은 그 이면에서 채권회수의 편의성이나 실효성이 없음을 피보전채권의 실질적인 위험 요소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는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취지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채권자대위권은 피보전채권에 발생하는 이러한 종류의 위험을 회피하여 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나.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도 채무자의 무자력 요건을 완화하여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해 온 판례의 기본적인 흐름에 반한다고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일 때 원칙적으로 채무자가 자력이 없는 경우에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아래 (1) 내지 (3)의 매우 특수한 사안에서 두 권리 사이에 피보전채권의 만족이 대위권리의 행사 및 실현에 달려 있는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사정, 즉 밀접한 관련성 등을 이유로 극히 제한적으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대법원이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 없이 일반적으로 채무자의 무자력 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평가하는 반대의견은 오히려 채권자대위권의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대법원의 기본원칙과 방향에 반한다.
(1) 피보전채권의 실현을 위하여 대위채권의 실현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경우
대법원은 유실물의 실제 습득자가 법률상의 습득자에게 보상금의 절반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의 보전을 위하여 법률상 습득자를 대위하여 유실자를 상대로 보상금청구권을 행사한 사안에서, 법률상 습득자가 유실자에 대한 보상금청구권을 행사하여야 실제 습득자의 보상금청구권이 실현될 수 있다고 보아 실제 습득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인정하였다(대법원 1968. 6. 18. 선고 68다663 판결 참조). 이는 유실물법상 선박, 차량, 건축물 등 점유자만이 법률상의 습득자로서 유실자에 대하여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고, 실제 유실물을 습득한 자는 보상금의 50%에 해당하는 권리(피보전채권)가 있지만(제10조 제3항) 유실자에 대하여는 직접 이를 청구할 수 없어 법률상 습득자가 유실자에게 보상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이를 지급받을 수 없으므로 자기 몫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상 습득자의 유실자에 대한 보상금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 등기청구권인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가 이행불능에 따라 금전채권으로 변형된 경우
대법원은,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국가의 강박행위로 말미암아 명의수탁자(채무자)로부터 제3채무자(국가)와 그 외 제3자로 전전 이전된 사안에서, 제3자가 선의여서 명의신탁자(채권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과 명의수탁자의 국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이 모두 이행불능 상태가 되어 손해배상채권으로 전환되었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를 대위하여 국가에 대하여 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였다(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39013 판결 참조). 이 사안은 원래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 대한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명의수탁자를 대위하여 명의수탁자의 국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관계라는 점을 중시하여, 채권자와 채무자의 등기청구권이 동일한 원인으로 모두 이행불능이 되어 손해배상 형태로 변형된 경우에서도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여 행사할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대법원이 채권자의 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것을 채무자의 자력 유무와 관계없이 널리 허용하여 온 법리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3)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가 동일한 경제적 목적과 동일한 해제 사유를 매개로 결합된 특수한 경우
대법원은,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가 모두 골프장 사업이라는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계약 관계에서 비롯되었고 동일한 해제 사유를 갖고 있는 특수한 경우에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이 사안에서 채무자는 제3채무자와 사이에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채권자로부터 차용한 돈 30억 원으로 계약금을 지급하고 2010. 10.까지 위 토지에 회원제 골프장 관련 인허가를 얻지 못하면 매매계약을 해제하기로 약정한 후, 채무자가 제3채무자의 공동대표이사가 되어 채무자 본인 및 제3채무자의 대표이사 자격에서 채권자와 위 30억 원에 대한 투자약정을 체결하면서 2010. 10.까지 해당 토지에 회원제 골프장 관련 인허가를 얻지 못하면 투자약정을 해제하고 이를 반환하기로 약정하고 추가로 3억 원을 지급받았다. 이후 골프장 인허가를 받지 못하게 되었음에도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 대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하지 않자,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한 대여금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매매계약의 해제권을 대위행사하여 원상회복으로 위 33억 원의 반환을 구하였다. 대법원은, 채무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으로 33억 원을 반환받아 채권자에게 그 돈을 지급하여야 하는 관계에 있게 된 이상, 두 채권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피보전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이므로,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는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4다89355 판결 참조). 이 사안은 피보전채권인 대여금채권과 대위권리인 매매계약 해제권 등의 바탕이 된 각 계약 관계가 특정 토지에서 진행하는 골프장 사업에 대한 투자의 일환으로서 골프장 인허가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여 성립하였고, 이후 골프장 인허가를 받지 못하여 두 계약 모두 해제의 원인이 발생하였다는 점과 함께, 처음부터 당사자들 사이에 해제조건 성취 시 매매대금을 사실상 담보로 채권자의 대여금을 회수하게 하려는 의사였음에도 제3채무자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게 된 채무자가 이미 발생한 해제권을 행사하지 않음에 따라 채권자로서는 채무자의 매매대금반환채권이 책임재산으로 편입되지 않고 있어 이를 집행대상으로 삼을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다. 결국 이 사안은 이러한 특수성을 바탕으로 채권자가 채무자의 매매계약 해제권 등을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피보전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 인정되었다.
(4) 대법원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을 비롯한 판례를 통해 확인된 밀접관련성의 의미와 적용 범위
반대의견이 지적한 바와 같이 대법원은 특정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는 사안에서 대위권리의 행사가 피보전채권을 실현시키는 관계에 있는 경우 두 권리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을 근거로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를 넓게 허용하였고, 이어 위의 (2)와 (3)의 사안을 통하여 위와 같은 법리를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도 확장하여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를 인정하였다. 그렇다고 하여 대법원이 반대의견에서 말하는 것처럼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도 구체적 타당성 있는 해결을 위해 기존 판례와는 달리 두 권리 사이의 사실상 관련성만을 근거로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구하지 않고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를 허용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위 (2)와 (3)의 사안은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매우 특수한 사안으로서 대법원은 금전채권인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의 내용이나 특성상 보전하려는 권리의 실현 또는 만족을 위하여 대위하려는 권리의 행사가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등의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로 제한하여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를 인정한 것이다. 즉, 피보전권리와 대위권리가 모두 특정채권인 사안에서 두 권리가 상호 목적과 수단 등의 관계에 있을 때 밀접한 관련성을 근거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한 법리를 피보전권리와 대위권리가 모두 금전채권인 사안으로 가져온 것이다. 판례가 특정채권 사안에서 인정한 밀접한 관련성 개념과 금전채권 사안에서 인정한 밀접한 관련성 개념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특히 대법원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은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건으로 한 이전의 다수의 판례뿐만 아니라 무자력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위 (2)와 (3)의 판례 모두 변경대상으로 삼지 아니한 상태에서 보전의 필요성의 적극적 요건에 대한 판단 기준과 한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무자력을 요건으로 삼지 않은 위 (2)와 (3)의 판례의 의미를 분명히 한 것이다. 따라서 위 (2)와 (3)의 판례나 대법원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이 반대의견이 주장하는 정도의 관련성만으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  반대의견이 채권자대위권 성립의 근거로 삼고 있는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 사이에 존재하는 발생원인, 내용과 목적 등의 관련성은 매우 사실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그 자체만으로는 채권자대위권 성립의 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에 부적절하다. 이러한 불분명한 기준으로는 거래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다수당사자 간 법률관계를 합리적으로 규율할 수 없고, 하도급법 제14조,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등에서 규정하는 직접청구권에 관한 법체계나 채권의 상대효 원칙 등과 체계적으로 조화될 수도 없다.
(1) 반대의견은, 보험계약은 진료행위를 대상으로 진료비를 보상하기 위하여 체결된 것이고(채권의 발생 근거) 진료계약은 진료를 받기 위하여 체결된 것으로서(채권의 내용), 모두 진료행위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 보험자와 피보험자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이 모두 진료행위가 무효임을 원인으로 발생하였다는 점,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으로부터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진료비 중 보험금 상당 부분은 보험자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두 채권은 발생과 그 원인, 채권의 내용과 목적에서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므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말하는 위와 같은 관련성은 사실상의 개념일 뿐이다. 진료계약과 실손의료보험계약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에도 거의 동일한 정도의 관련성이 존재하는데, 그 경우에도 반대의견은 요양기관으로 하여금 수진자(피보험자)를 대위하여 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직접 청구할 권리를 인정할 것인지 의문이다. 즉, 요양기관이 수진자에 대하여 유효·적법한 진료행위를 하고 그 진료비의 일부만을 지급받은 상태에서 나머지 진료비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수진자의 자력 유무와 무관하게 진료비 일부 지출로 발생한 수진자(피보험자)의 보험자에 대한 실손의료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청구를 대위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인가. 이 상황에서 드러나는 두 채권 사이의 관련성의 내용 및 정도는 이 사건 사안에서 두 개의 부당이득반환채권 사이에 존재하는 관련성의 내용 및 정도와 거의 같다. 반대의견에 따른다면 이 경우에도 보전의 필요성이 긍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해석은 보험제도와 진료계약의 목적이나 특성에 맞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2) 현실 거래에서 갑에 대한 을의 채권과 을에 대한 병의 채권 사이에 상당한 관련성이 존재하는 경우는 많지만 그 정도는 매우 상대적이다. 특히 금전채권에서 이러한 관련성의 상대성이 뚜렷이 드러난다. 건물 신축을 위한 공사도급계약에서 도급인 갑에 대한 수급인 을의 공사대금채권과, 수급인 을로부터 일부 공사를 하도급받아 수행한 하수급인 병의 을에 대한 하도급대금채권을 예로 들어 본다.
반대의견의 논거에 따른다면 도급계약은 특정 건물의 신축·완공을 위하여 체결된 것이고(채권의 발생 근거) 하도급계약은 특정 건물의 신축·완공을 위한 전체 공정의 일부 또는 전부를 목적으로 체결된 것으로서(채권의 내용), 모두 특정 건물의 신축·완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 하수급인 병이 일부 공정을 수행함에 따라 기성고 부분에 관하여 발생한 수급인 을에 대한 하도급대금채권과 수급인 을의 도급인 갑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은 모두 하수급인 병이 자신의 비용을 들여 약정한 공정을 실제 수행함으로써 동시에 발생하였다는 점, 이로써 수급인 을이 도급인 갑으로부터 기성고 부분에 대한 공사대금으로 받게 되는 금원 중 하도급대금 상당 부분은 결국 하수급인 병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두 채권은 발생과 그 원인, 채권의 내용과 목적에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될 정도의 관련성이 있다. 도급계약과 하도급계약 사이의 이러한 관련성은 하도급계약의 목적이 바로 도급계약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관계에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고, 그 관련성의 정도는 이 사건에서 드러나는 두 개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의 그것과 비교하더라도 결코 덜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하수급인 병이 수급인 을로부터 하도급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에도 수급인 을이 자력이 있는 한 그의 도급인 갑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대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예외로는 특별규정인 하도급법 제14조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에 따라 직불합의 등의 법정 요건을 갖추어 도급인 갑에게 직접 청구하는 것이 인정될 뿐이었다.
그런데 반대의견은 두 채권 사이에 발생과 그 원인, 채권의 내용과 목적에서 존재하는 관련성을 근거로 채무자의 자력과 관계없이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위와 같은 건물신축공사를 둘러싼 하도급계약관계에서 하수급인 병이 자신의 하도급대금채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수급인 을의 자력과 무관하게 직불합의 등의 특별한 제약 없이 도급인 갑을 상대로 수급인 을의 공사대금채권을 청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해석이 과연 하도급법 제14조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등의 법체계와 조화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공사도급관계 외에도 전전 유통된 어음거래관계, 다양한 형태의 보증보험이나 재보험관계, 신용장 등을 매개로 한 물품 수출입 및 운송계약, 각종의 다단계판매거래, 홈쇼핑업체 등을 통한 물품의 대량유통거래 등 거래 현실에는 다수당사자가 유사 또는 동일한 원인관계나 목적을 바탕에 깔고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거래관계가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거래관계에서 일부 당사자 사이에 발생한 무효의 하자가 다른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의 효력에도 영향을 미쳐 이미 이루어진 급부가 부당이득관계로 전환되는 상황은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 사이의 사실상 관련성만을 근거로 채무자의 자력과 관계없이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를 인정하는 반대견해를 따를 때, 위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다수당사자 거래관계에서 어느 정도의 관련성을 기준으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지 혹은 인정하지 아니할지를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렵고, 전체 법체계 안에서 구체적으로 타당성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서지 않는다.
(3) 하도급법은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를 확립하여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보완적으로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에서 1984. 12. 31. 법률 제3779호로 제정되어 일정한 요건 아래 수급사업자가 발주자에게 자신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을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하였다. 이후 하도급법 제14조가 여러 차례 개정되면서 직불합의 외에도 원사업자의 파산, 부도 등 수급사업자의 직접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는 범위가 확장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건설산업기본법도 2007. 5. 17. 법률 제8477호로 일부 개정되면서 제35조 제2항에서 직불합의가 있는 경우 등 제한된 요건을 충족한 때에 발주자에게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의 하도급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할 의무를 부여하는 조항을 신설하였고 이후 하도급법과 유사한 개정 과정을 거쳤다. 하도급법 제14조,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의 입법 과정을 설명하는 이유는, 건설공사도급 및 하도급계약관계처럼 계약의 목적, 내용, 채권의 발생원인 등에서 관련성의 정도가 매우 큰 사안에서도 채권자인 하수급인이 자신의 하도급채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수급인의 도급인(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직접 행사할 수 있게 되기까지 입법 정책상 매우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왔음을 말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지난함은 채권의 상대효 원칙의 엄격함에 따라 채권자인 하수급인이 자신의 하도급채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수급인이 무자력이 아닌 한 그의 도급인(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직접 행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채권의 상대효 원칙을 무시하고 채권자대위권 행사라는 수단을 통해 거의 제한 없이, 즉 직불합의 등 하도급법 제14조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하수급인이 자신의 하도급채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수급인의 도급인(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직접 행사할 수 있다는 결론과 같다. 이러한 견해는 하도급법 제14조,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의 존재 의미를 무력화시키는 동시에 우리 법체계 전반을 아우르는 채권의 상대효 원칙과 직접청구권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어서 찬성할 수 없다.
 
라.  이 사건은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피보전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반대의견은 이 사건에서 동일한 분쟁에 관련된 피보험자가 수백 명에 이르고, 채권자인 보험자가 수많은 피보험자를 상대로 직접 소액인 보험금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데에는 시간적·금전적으로 많은 비용이 소요되므로, 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행사하지 않고서는 보험자가 보전하려는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는 것이 매우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한다. 반대의견의 언급처럼 이 사건에서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허용하지 않으면 보험자는 수백 명에 이르는 피보험자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해야 하고, 보험금을 반환한 다수의 피보험자 역시 진료비를 돌려받기 위하여 요양기관을 상대로 개별적으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해야 하므로 다수의 소송절차가 필요한 반면, 채권자대위권 제도를 이용하면 일거에 이를 해결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와 같이 보험자의 채권회수의 편의성이나 실효성을 이유로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자력 유무와 관계없이 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는 상태가 아님에도 보험자의 비용절감 및 채권회수의 편의성만을 이유로 보전의 필요성의 적극적 요건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당초 채권자대위권 제도를 통하여 제거하려는 ‘채권의 위험’의 범주를 부당하게 확대하는 것으로서 채무자의 책임재산의 보전이라는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목적에 반하고, 채권 실현의 유효·적절성의 의미를 분명히 한 대법원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도 반한다. 나아가 피보험자의 수가 많다거나 피보험자에 대한 채권액이 다액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보험자의 피보전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는 것이 매우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채무자 수의 많고 적음이나 채권액의 다소에 관한 기준이 불분명하여 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에 부적절하다. 도대체 어느 금액까지가 소액이고, 어느 금액을 넘어서야 다액이며, 몇 명의 당사자가 관여되어야 채권회수의 편의성과 실효성을 위해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는 다수당사자의 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앞서 본 바와 같이 거래 현실에는 실손의료보험계약 관계 이외에도 다수당사자가 관여하는 다양한 형태의 법률관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관계들에서도 실손의료보험계약의 보험자와 마찬가지로 채권이 소액이고 관련자가 다수라는 이유로 채권자의 채권회수의 편의성이나 실효성을 내세워 채무자의 자력과 관계없이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반대의견은 결국 보험제도가 갖는 순기능적 측면을 보호하기 위하여 보험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려는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이어서 일부 공감할 수 있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작동 범위를 설정하는 문제는 보험제도의 보호와는 무관한 것이다. 채권자대위권 제도는 사법상의 일반제도로서 보험계약관계뿐만 아니라 거래 현실에 나타나는 다양한 형태의 다수당사자 관계에 같이 적용되므로 구체적 타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 명확한 판단 기준을 요구한다. 보험제도의 보호를 위하여 보전의 필요성의 인정 기준을 불명확하게 하는 반대의견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마.  보전의 필요성은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고유한 목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실손의료보험 제도나 국민건강보험 제도와 관련한 정책적 목적을 위하여 채권자대위권 제도가 당초 예정하지 않은 영역에까지 보전의 필요성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반대의견은 이 사건에서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한 요양기관이 그로 인한 부당한 수익을 그대로 보유하게 되어 옳지 않고, 반면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허용된다면 요양기관의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한다.
반대의견의 지적처럼 요양기관이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 인한 이익을 보유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고 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요양기관이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 취한 부당한 이익을 보유하는 것에 대한 제재나 부당한 이익의 환수 문제는 국민건강보험법 등 관련 법령의 정비 및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업무지침의 보완 등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설계 및 운영 면에서 적극 고려하여야 할 사항이지 이를 들어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를 인정할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채권자대위권 제도는 일반 채권자들의 책임재산 보전을 위한 것이라는 고유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사법상의 제도임에도 공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의 개념을 해석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서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운영을 심각하게 왜곡할 우려가 있다.
또한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해당하는 진료비 상당을 돌려받을 권리자는 보험자가 아니라 수진자임을 망각해서는 아니 된다. 보험자가 잘못 지급한 보험금을 반환받고 싶어 하는 것은 자명하나, 그러한 보험자의 의사를 곧 수진자의 의사로 간주할 수는 없다. 수진자인 피보험자가 다양한 이유로 요양기관에 대하여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하여 진료비의 반환을 구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요양기관이 진료비 상당의 이익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보험자가 이를 용인하겠다는 의사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요양기관이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따른 이익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진료비를 반환받을 권리자가 아닌 보험자가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통하여 수진자인 피보험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 이익을 누리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바.  이 사건에서 피보험자가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반대할 의사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피보험자가 무자력이 아닌 이상 피보험자의 의사 또는 이익과 보험자의 그것이 같다고 추정하여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것은 피보험자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
반대의견은 피보험자는 진료비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기를 원할 수 있고, 수령한 보험금을 보험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를 면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요양기관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의사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반대할 의사는 아니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것에 관하여 각 피보험자의 개별적 의사를 획일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자료나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각 피보험자의 의사를 모두 동일한 것으로 추단하여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의 행사 여부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아니라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 진료계약관계는 의사와 수진자인 환자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질병의 진단 및 치료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단순히 금전과 의료서비스의 교환이라는 경제적 이해관계로만 볼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 그 진료계약에 따라 특정 진료행위가 이미 행해진 이후 국민건강보험법 등 공법상 법리에 따라 진료계약이 무효가 되더라도 의사와 환자의 개별적 신뢰관계나 진료행위의 경과나 질병치료의 목적 달성 여부 등에 따라 환자가 진료비의 반환을 구하지 않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
위와 같은 진료계약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피보전채권에 발생한 위험을 제거하려는 보험자의 이익과 자기 고유의 재산관리권의 행사를 간섭받지 않을 피보험자의 이익을 비교형량하여 볼 때, 피보험자가 자력이 없다면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의 행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보험자가 이를 대위행사하는 것을 수인하여야 하지만, 피보험자가 자력이 있는 경우에는 그가 진료비의 반환을 구할 것인지 여부 자체도 불명확한 상황에서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피보험자의 권리행사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다.
반대의견은 종래의 판례가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 사이에 밀접관련성만 있으면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아닐 것이라는 요건을 고려하지 않고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인정하여 왔다고 한다. 반대의견에서 지적한 판례가 채무자의 재산권 행사에 대한 부당간섭이 아니어야 한다는 보전의 필요성을 위한 소극적 요건을 명시적으로 판시하지는 않았지만, 해당 사안에서 명의수탁자의 상속인들은 제1심 공동피고로서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알았음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이를 바탕으로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보아 채무자의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아닌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여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39013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대법원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도 채무자가 무자력임에도 제3채무자에 대한 공유물분할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것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되므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허용할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적극적 요건 이외에 소극적 요건 역시 하나의 중요한 판단 기준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김재형(주심)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오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