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
【판시사항】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의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죄’에서 ‘추행’의 의미 /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이를 증명하는 방법으로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 있는 간접사실을 판단하는 방법 / 이는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인이거나 지적장애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2] 법관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를 종합하여 볼 때 공소사실에 관하여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법원이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 유지해야 하는 ‘성인지적 관점’의 의미 및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배척 내지 인정하는 방법
[4] 형사소송법이 공판중심주의의 한 요소로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내용과 취지 /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였고 그 내용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 등에 관하여 증거동의를 한 경우, 그중 일부만 발췌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11조의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죄’의 ‘추행’이란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폭력처벌법 제11조 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추행을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므로,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피고인의 나이·지능·지적능력 및 판단능력, 직업 및 경력,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구체적 행위 태양 및 행위 전후의 정황, 피고인의 평소 행동양태·습관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고, 피고인이 고의로 추행을 하였다고 볼 만한 징표와 어긋나는 사실의 의문점이 해소되어야 한다. 이는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인이거나 지적장애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서, 외관상 드러난 피고인의 언행이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이례적이라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고의를 추단하거나 이를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로 평가해서는 안 되고, 전문가의 진단이나 감정 등을 통해 피고인의 장애 정도, 지적·판단능력 및 행동양식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한 후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 당시 특정 범행의 구성요건 해당 여부에 관한 인식을 전제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에 이르러야 한다.
[2]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 무죄추정의 원칙은 수사를 하는 단계뿐만 아니라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형사절차와 형사재판 전반을 이끄는 대원칙으로서,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오래된 법언에 내포된 것이며 우리 형사법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이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라고 정한 것의 의미는, 법관은 검사가 제출하여 공판절차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여야 하고,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신을 가지는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공소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검사가 법관으로 하여금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로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가는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면서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여전히 검사에 있고,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자신의 주장 사실에 관하여 증명할 책임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를 종합하여 볼 때 공소사실에 관하여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형사소송법상 증거재판주의 및 검사의 증명책임에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
[3]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야 하므로,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지만, 이는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여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① 성범죄 피해자 진술에 대하여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 보더라도,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타당성뿐만 아니라 객관적 정황, 다른 경험칙 등에 비추어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② 또한 피고인은 물론 피해자도 하나의 객관적 사실 중 서로 다른 측면에서 자신이 경험한 부분에 한정하여 진술하게 되고, 여기에는 자신의 주관적 평가나 의견까지 어느 정도 포함될 수밖에 없으므로, 하나의 객관적 사실에 대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만을 진술하더라도 그 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항시 존재한다. 즉, 피고인이 일관되게 공소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직접적 증거가 없거나, 피고인이 공소사실의 객관적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고의와 같은 주관적 구성요건만을 부인하는 경우 등과 같이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만이 유죄의 증거가 되는 경우에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주장은 물론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 피해자 진술 내용의 합리성·타당성, 객관적 정황과 다양한 경험칙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에 이르지 않아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4] 형사소송법은 형사사건의 실체에 대한 유무죄의 심증 형성은 법정에서의 심리에 의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의 한 요소로서,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고 증명 대상이 되는 사실과 가장 가까운 원본 증거를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하며 원본 증거의 대체물 사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법관이 법정에서 직접 원본 증거를 조사하는 방법을 통하여 사건에 대한 신선하고 정확한 심증을 형성할 수 있고 피고인에게 원본 증거에 관한 직접적인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공정한 재판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사기관이 작성한 진술조서는 수사기관이 피조사자에 대하여 상당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문답 과정을 그대로 옮긴 ‘녹취록’과는 달리 수사기관의 관점에서 조사결과를 요약·정리하여 기재한 것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진술 경위는 물론 피조사자의 진술 당시 모습·표정·태도, 진술의 뉘앙스, 지적능력·판단능력 등과 같은 피조사자의 상태 등을 정확히 반영할 수 없는 본질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였고 그 내용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 등에 관하여 증거동의를 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거능력 자체가 부인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 내용이나 진술의 맥락·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그중 일부만을 발췌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함부로 허용할 수 없다. 특히 지적능력·판단능력 등과 같이 본질적으로 수사기관이 작성한 진술조서에 나타나기 어려운 피고인의 상태에 대해서는 공판중심주의 및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에 따라 검사가 제출한 객관적인 증거에 대하여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후 이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피고인 진술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를 근거로 이를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
【참조조문】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
[2] 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 제307조 제2항
[3]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4]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5도7102 판결(공2020하, 1550) / [2]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공2012하, 1367), 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도21231 판결(공2017하, 2258) / [3]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공2018하, 2294)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안혜정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법 2023. 9. 8. 선고 2022노140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자폐성 장애 등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다음과 같이 범행하였다.
피고인은 2021. 6. 24. 23:15경 부산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에서 다대포 해수욕장역으로 운행 중인 1938호 전동차에서, 피해자 공소외인(여, 19세)의 옆자리에 앉아 피해자의 왼팔 상박 맨살에 자신의 오른팔 상박 맨살을 비비고, 피해자가 이를 피해 옆 좌석으로 이동하자 재차 피해자의 옆자리로 이동하여 위와 같은 방법으로 대중교통수단인 전동차에서 피해자를 추행하였다.
2. 원심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① 피고인의 지하철 내에서의 이동경로 및 신체적 접촉 정도 등에 관한 피해자 및 목격자의 진술 내용을 고려하면, 피고인 측이 제출한 소견서 등만으로는 자폐성 장애에 따른 ‘상동행동’으로서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제1심판결의 이유를 인용하면서, ②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 및 2급 지적장애인으로서 언어·사회성 등의 발달이 지연되어 사회적 관습과 규칙을 이해하고 내면화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2016년 실시된 피고인에 대한 심리평가결과와 수사과정에서의 일부 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에 비추어, 피고인의 지적 또는 의지적 상태가 자신이 한 행동의 사회적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의 상태에 해당한다고 볼 정도는 아닌 점, ③ 피고인이 피해자의 맞은편에 앉아 있다가 피해자 옆으로 옮겨 앉은 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점에 비추어 자폐성 장애로 인한 상동행동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추가적인 이유로 하여,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3. 대법원 판단
가. 관련 법리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11조의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죄’의 ‘추행’이란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5도7102 판결 참조). 성폭력처벌법 제11조 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추행을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므로,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피고인의 나이·지능·지적능력 및 판단능력, 직업 및 경력,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구체적 행위 태양 및 행위 전후의 정황, 피고인의 평소 행동양태·습관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고, 피고인이 고의로 추행을 하였다고 볼 만한 징표와 어긋나는 사실의 의문점이 해소되어야 한다. 이는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인이거나 지적장애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서, 외관상 드러난 피고인의 언행이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이례적이라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고의를 추단하거나 이를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로 평가하여서는 아니 되고, 전문가의 진단이나 감정 등을 통해 피고인의 장애 정도, 지적·판단능력 및 행동양식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한 후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 당시 특정 범행의 구성요건 해당 여부에 관한 인식을 전제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에 이르러야 한다.
2)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 무죄추정의 원칙은 수사를 하는 단계뿐만 아니라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형사절차와 형사재판 전반을 이끄는 대원칙으로서,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오래된 법언에 내포된 것이며 우리 형사법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도21231 판결 등 참조).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이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라고 정한 것의 의미는, 법관은 검사가 제출하여 공판절차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여야 하고,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신을 가지는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공소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검사가 법관으로 하여금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로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가는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인이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면서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여전히 검사에 있고,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자신의 주장 사실에 관하여 증명할 책임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를 종합하여 볼 때 공소사실에 관하여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형사소송법상 증거재판주의 및 검사의 증명책임에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
3)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야 하므로,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지만(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등 참조), 이는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여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 성범죄 피해자 진술에 대하여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 보더라도,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타당성뿐만 아니라 객관적 정황, 다른 경험칙 등에 비추어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나) 또한 피고인은 물론 피해자도 하나의 객관적 사실 중 서로 다른 측면에서 자신이 경험한 부분에 한정하여 진술하게 되고, 여기에는 자신의 주관적 평가나 의견까지 어느 정도 포함될 수밖에 없으므로, 하나의 객관적 사실에 대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만을 진술하더라도 그 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항시 존재한다. 즉, 피고인이 일관되게 공소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직접적 증거가 없거나, 피고인이 공소사실의 객관적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고의와 같은 주관적 구성요건만을 부인하는 경우 등과 같이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만이 유죄의 증거가 되는 경우에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주장은 물론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 피해자 진술 내용의 합리성·타당성, 객관적 정황과 다양한 경험칙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에 이르지 않아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4) 형사소송법은 형사사건의 실체에 대한 유무죄의 심증 형성은 법정에서의 심리에 의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의 한 요소로서,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고 증명 대상이 되는 사실과 가장 가까운 원본 증거를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하며 원본 증거의 대체물 사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법관이 법정에서 직접 원본 증거를 조사하는 방법을 통하여 사건에 대한 신선하고 정확한 심증을 형성할 수 있고 피고인에게 원본 증거에 관한 직접적인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공정한 재판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사기관이 작성한 진술조서는 수사기관이 피조사자에 대하여 상당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문답 과정을 그대로 옮긴 ‘녹취록’과는 달리 수사기관의 관점에서 조사결과를 요약·정리하여 기재한 것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진술 경위는 물론 피조사자의 진술 당시 모습·표정·태도, 진술의 뉘앙스, 지적능력·판단능력 등과 같은 피조사자의 상태 등을 정확히 반영할 수 없는 본질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였고 그 내용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 등에 관하여 증거동의를 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거능력 자체가 부인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 내용이나 진술의 맥락·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그중 일부만을 발췌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함부로 허용할 수 없다. 특히 지적능력·판단능력 등과 같이 본질적으로 수사기관이 작성한 진술조서에 나타나기 어려운 피고인의 상태에 대해서는 공판중심주의 및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에 따라 검사가 제출한 객관적인 증거에 대하여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후 이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피고인의 진술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를 근거로 이를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추행의 고의를 인정한 가장 중요한 간접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따라간 것처럼 계속 자리를 이동하였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이에 관해서는 “자폐성 장애로 인한 ‘빈자리 채워 앉기에 관한 강박 증상’의 발현에 불과하다.”라는 피고인의 주장 및 장애 상태와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발현 증상에 관한 이론적 근거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 피고인은 자신의 자리 이동경로나 경위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법정진술에 따르면 ‘피해자의 맞은편에서 피해자의 바로 옆자리로 이동하였다가, 피해자가 한 칸 옆으로 이동하자 다시 피해자의 바로 옆자리로 이동하였다.’는 것이지만, 한편 목격자의 법정진술에 따르면 ‘피해자의 두 칸 옆자리에 앉았다가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앉은 학생이 내리자 피해자의 바로 옆자리로 이동하였고, 그 직후 추행으로 보이는 행위가 시작되어 사진을 촬영하였으며, 피해자가 한 칸 옆으로 이동하자 다시 피해자의 바로 옆자리로 이동하여 추가로 사진을 촬영하였다.’는 것이다.
나) 피해자 맞은편에 앉은 목격자는 피고인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여 사진을 2회 찍은 후 지하철에서 내리는 피해자에게 이를 교부하기까지 하였는바, 피고인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이상하게 생각하였던 이유와 근거를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는 점에서 그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는 없다. 즉, ‘맞은편에 앉았다가 내 옆으로 이동하였다.’는 취지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지 않더라도, 위와 같은 목격자 진술 내용까지 더하여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 바로 옆자리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로부터 두 칸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었고, 이때까지 목격자는 피고인의 행동에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어릴 때부터 빈자리를 채워 앉는 것을 교육받아 반복된 학습에 따라 자리를 옮겼을 뿐이다.’라고 주장하였다. 피고인은 약 10년 동안 동일한 정신과 의원에서 작성한 심리평가보고서·소견서·사실확인서 등 객관적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였고, 이에 따르면 피고인은 2세 때 자폐성 장애로 진단을 받았으며 관련 법령상 지적장애로 인한 ‘중증장애인’에 해당한다. 자폐성 장애는 증상의 하나로 ‘정해진 절차를 엄격하게 고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이라는 주된 특성과 관련하여 특정한 순서에 따른 행동이나 의례적인 행동에 융통성 없이 집착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목격자 진술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두 칸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가 두 사람 사이에 앉아 있던 학생이 내리자 곧바로 피해자 옆자리로 당겨 앉았고, 이후 피해자가 다른 쪽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내림에 따라 한 칸 옆으로 이동하자 피고인은 곧바로 피해자 옆자리로 당겨 앉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자리 이동방식은 자신의 일관된 주장은 물론 자폐성 장애의 특성이나 증상과도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보이는바, 검사가 피고인의 장애 정도와 지적·판단능력 및 행동양식 등에 관한 주장을 배척할 만한 전문가의 진단 등 객관적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외관상 보이는 피고인의 자리 이동방식이나 이동경로가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이례적이거나 이상하더라도 그 행동이 ‘빈자리 채워 앉기에 대한 강박행동’일 가능성을 배제한 채 함부로 추행의 고의를 추단하거나 오히려 이를 고의에 의한 추행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로 인정하는 것은 형사 증명책임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2) 피해자가 피고인이 상박 중 일부를 고의로 비볐다고 생각한 것은 자폐성 장애로 인하여 피고인도 의식하지 못한 채 별다른 의미 없이 팔을 위 아래로 움직이는 ‘상동행동’의 일환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가) 피고인은 피해자와 상박 중 일부를 접촉한 사실이나 팔을 비비는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피고인이 팔을 비볐다고 생각한 이유에 대하여, 피해자는 ‘팔을 찌른다기보다는 그냥 돌린다고 해야 하나…’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목격자 역시 ‘처음에는 팔 전체를 누르듯이 대고 있다가 위 아래로 비빈 것 같다.’라고 진술하였다. 또한 피해자와 목격자는 모두 공소사실 기재 당시에는 피고인을 자폐성 장애인이나 지적장애로 인한 중증장애인으로 전혀 인식하지 못하였는바, 그 이유에 대하여 ‘피고인이 외관상 비장애인인 성인 남성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고개를 앞뒤로 왔다 갔다 움직이는 자폐성 장애인의 행동양태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 그러나 자폐성 장애의 특징 중 하나인 ‘상동행동’은 몸을 주기적으로 흔드는 등 특정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는 것인데, 이는 일정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반복적인 운동으로서 사람마다 구체적인 형태·양상·정도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특정한 유형의 상동행동이나 양태만을 전제한 후 피고인의 행동이 이와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상동행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것은, 검사가 자폐성 장애인으로서 피고인의 평소 행동양태나 습성에 대하여 별다른 증명을 하지 않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일관된 주장을 배척할 증거가 없음에도 함부로 추행의 고의를 추단하거나 이를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로 평가한 것이 되므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3) 한편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자폐성 장애에 따른 상동행동으로서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형사소송법상 증거재판주의 및 검사의 증명책임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가) 검사는 공소사실에 ‘피고인은 자폐성 장애 등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하였다.’라고 기재하였음에도, 피고인의 지적능력이나 판단능력에 관한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않은 반면,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약 10년 동안 동일한 정신과 의원에서 작성한 심리평가보고서·소견서·사실확인서 등 객관적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였다. 즉, 피고인이 위와 같은 증거를 제출하면서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이상, 추행의 고의를 포함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여전히 검사에 있는 것이지,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 부존재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제출한 객관적인 증거로 인하여 추행의 고의 존재 여부에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라면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지, 마치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 부존재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있는 것처럼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를 단지 부족증거로만 취급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나) 특히 피고인은 피해자 바로 옆에 앉기 전부터 양팔 소매를 걷은 상태였기에 이와 같은 옷차림은 추행 행위와의 관련성을 인정할 만한 정황에 해당하지 않고, 목격자의 진술이나 판시 각 사진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 쪽에 치우치거나 피해자에 기대어 앉지는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도 피고인의 체격에 비추어 상박의 일부가 맞닿은 상황 자체는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팔을 맞닿게 하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초래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행위 이외에 피해자에게 다른 언행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사실상 공개된 장소에서 다른 승객들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추행 행위를 시도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라고 볼 여지도 있고,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에 따른 피고인의 장애 수준 및 지적능력(IQ 45)·판단능력(사회적응능력 8세 6개월, 중등도 지체 수준)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특정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거나 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 피해자와 서로 상박의 일부가 맞닿아 있는 상태만으로도 피해자에게 불편함 또는 성적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볼 여지도 많아 보인다. 더욱이 자폐성 장애는 발달장애의 일종으로서 일반적인 연령 및 발달단계에 비추어 사회적 성숙이 더디게 진행됨에 따라 성적인 관심이나 행동이 없는 등 비전형적인 발달이 종종 나타나는데,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당시 약 15년 동안 수영선수로 활동하면서 약 8년 동안 수영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었으므로, 다수의 사람들과 신체적 접촉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수영장에서 훈련·수업 등으로 상당한 시간을 보내는 일상을 장기간 지속해 왔기에 성적 관련성이 있는 부적절한 성향이나 언행이 쉽게 드러날 수 있었던 환경에 광범위하게 노출되어 있었음에도 이와 관련된 문제에 연루된 적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위와 같은 사정에 더하여, 검사가 피고인의 성적인 관심의 존부 및 정도, 성적 관련성에 대한 지적능력이나 판단능력 등 장애상태에 관하여 별다른 증거를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와 같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여러 정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함부로 추행의 고의를 단정할 수도 없다.
4)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법정진술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부분에 한정하여 이를 그대로 진술한 것일 뿐 허위·과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일관성·합리성·타당성 등의 측면을 비롯하여 성인지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그 신빙성을 인정함에 별다른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반면, 피해자 진술에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만이 아니라 그러한 사실을 기초로 하여 피고인이 고의로 추행을 하였다고 판단한 주관적 의견이나 평가까지 상당히 포함되어 있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은 목격자 진술에 따른 피고인의 자리 이동경로,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에 따른 피고인의 자폐성 장애 및 중증장애 상태, 자폐성 장애로 인한 ‘빈자리 채워 앉기에 대한 강박행동’ 및 ‘상동행동’의 가능성, 피해자와 목격자 모두 공소사실 기재 당시에는 위와 같은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한 채 피고인이 당연히 비장애인임을 전제로 하여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그 행위를 평가한 점 등의 여러 정황을 더하여 보면,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에 이르렀다고까지 단정할 수 없으므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5) 피고인이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의 경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동의를 하였기에 증거능력 자체는 인정되지만, 원심이 그중 일부 내용만을 근거로 피고인의 진술태도나 지적상태·인지능력 등과 같은 피고인의 상태를 추단한 후 이를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가) 피고인에 대한 경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약 10면의 분량으로 1면당 3~4개의 질문에 대한 답변만이 간략히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의 속성상 피고인과 수사기관 사이의 문답 과정 그대로 기재된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관점에서 피고인에 대한 조사결과를 요약·정리하여 기재한 것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 ‘수사과정확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르면, 피고인에 대한 조사는 그 시작부터 조서확인 완료에 이르기까지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는바, 이는 피의자신문조서의 분량이나 내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답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피의자가 일관되게 혐의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에서 수사기관의 조사에 응하는 가운데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전체적인 내용이나 진술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중 일부만을 발췌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함부로 허용될 수 없다.
나) 피고인에 대한 경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의 진술 모습·표정·태도 및 진술의 뉘앙스, 피고인의 지적능력·판단능력 등과 같은 피고인의 상태나 조사 당시 상황 등을 정확히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그 한계가 뚜렷하고, 특히 이 사건의 경우처럼 지적장애인의 지적능력·판단능력 등 지적장애 상태와 의지적 상태 및 그것들과 범행 당시 행위와의 관련성에 대한 평가가 중요한 사안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경우 검사가 제출한 객관적인 증거에 대하여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후 이를 판단하여야 할 것임에도, 검사가 이를 뒷받침할 별다른 증거를 제출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피고인의 일관된 진술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내용만을 근거로 장애 정도 등 피고인의 상태를 추단한 후 이를 유죄의 근거로 삼는 것은 공판중심주의 및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에 반하는 것임은 물론 장애인의 지적능력·판단능력 등에 관하여 전문가의 진단이나 감정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함부로 재단하고 평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고인을 불리하게 취급하는 것이 되므로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자폐성 장애 및 지적장애인의 정형적 행태와 관련된 행위의 추행성 여부에 대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성폭력처벌법 제11조에서 정한 추행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