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자)
【판시사항】
가. 혼동에 의한 채권소멸의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
나. 피해자의 보험회사에 대한 직접청구권이 있는 경우, 교통사고로 운행자와 동승한 그의 친족이 사망하여 손해배상채권과 채무가 상속으로 동일인에게 귀속되는 때 피해자의 운행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혼동으로 소멸되지 아니하는지 여부
다. 외국 거주 피해자의 가동년한 산정기준
【판결요지】
가.
민법 제507조가 혼동을 채권의 소멸사유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채권과 채무가 동일한 주체에 귀속한 때에 채권과 채무의 존속을 인정하여서는 안 될 적극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고 그러한 경우에 채권과 채무의 존속을 인정하는 것이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않기 때문에 채권·채무의 소멸을 인정함으로써 그 후의 권리의무 관계를 간소화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여겨지므로, 채권과 채무가 동일한 주체에 귀속하게 되더라도 그 채권의 존속을 인정하여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그 채권은 혼동에 의하여 소멸되지 아니하고 그대로 존속한다고 봄이 상당함에 비추어, 채권과 채무가 동일인에게 귀속되는 경우라도 그 채권의 존재가 채권자 겸 채무자로 된 사람의 제3자에 대한 권리행사의 전제가 되는 관계로 채권의 존속을 인정하여야 할 정당한 이익이 있을 때에는 그 채권은 혼동에 의하여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나. 자동차 운행 중 교통사고가 일어나 자동차의 운행자나 동승한 그의 친족이 사망하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에 의한 손해배상채권과 채무가 상속으로 동일인에게 귀속하게 되는 때에, 교통사고를 일으킨 차량의 운행자가 자동차 손해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하였다면,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속인이 되는 등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생존한 교통사고 피해자나 사망자의 상속인에게 책임보험에 의한 보험의 혜택을 부여하여 이들을 보호할 사회적 필요성이 있는 점은 다른 교통사고와 다를 바 없고, 다른 한편 원래 자동차 손해배상 책임보험의 보험자는 상속에 의한 채권. 채무의 혼동 그 자체와는 무관한 제3자일 뿐 아니라 이미 자신의 보상의무에 대한 대가인 보험료까지 받고 있는 처지여서 교통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상속에 의한 혼동이 생긴다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자기의 보상책임을 면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므로, 자동차 책임보험의 약관에 의하여 피해자가 보험회사에 대하여 직접 보험금의 지급청구를 할 수 있는 이른바 직접청구권이 수반되는 경우에는 그 직접청구권의 전제가 되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에 의한 피해자의 운행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상속에 의한 혼동에 의하여 소멸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피해자가 그 사고가 없었으면 앞으로 외국에서 계속 거주할 사정이었다면 그가 그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수입을 전제로 일실수입을 산정함이 상당하므로, 그 가동년한 또한 외국에서의 그것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가.나.
민법 제507조
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
제12조
,
상법 제724조
다.
민법 제763조(제393조)
,
섭외사법 제13조
【참조판례】
다.
대법원 1970.2.10. 선고 69다2039,2040 판결
【전문】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
안국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황주명외 2인
【원심판결】
광주고등법원 1993.8.20. 선고 93나229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피고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 1이 1991.1.9. 18:30경 자신의 소유인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여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소재 호남고속도로 회덕기점 195.8km 지점 하행선상을 진행중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켜 소외 1 및 위 승용차에 타고 있던 그의 언니들인 소외 2, 3이 그 자리에서 각 사망한 사실, 원고 1, 2는 소외 1, 2, 3의 부모이고 나머지 원고들은 위 망인들의 형제자매이며 소외 4(이 사건 공동원고였으나 제1심에서 소를 취하하였다)는 소외 3의 남편인 사실, 다른 한편 소외 1은 1990.12.11. 자동차보험사업을 하는 피고 회사와의 사이에 위 승용차의 운행 중 남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하여 위 망인이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은 손해를 피고 회사가 보상하여 주기로 하고, 만일 피보험자가 사망하여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을 경우에는 피해자가 직접 피고 회사에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자동차 손해배상 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 소외 2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부모인 원고 1, 2가 상속하였고 소외 3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위 원고들 및 남편인 소외 4가 각 상속하였는데 소외 4는 자신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소외 3의 소외 1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원고 1에게 양도하고 이를 피고 회사에게 통지한 사실을 각 인정하고, 소외 1과 피고 회사가 맺은 보험계약상의 피해자의 피고 회사에 대한 직접청구권 부분의 약정은 이른바 제3자를 위한 계약이므로 이 사건 사고의 피해자들인 원고들은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그 수익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사고로 말미암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원고 1, 2는 소외 1의 소외 2, 3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도 상속하여 소외2, 3의 소외 1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과 소외 1의 소외 2, 3에 대한 손해배상채무가 동일인들에게 귀속되었으므로 민법상의 혼동으로 모두 소멸하였고 따라서 피고의 의무도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즉 원고 1, 2가 소외 2, 3의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채권과 소외 1의 이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동시에 상속 또는 양도받게 되어 혼동의 효과가 발생하기는 하였으나, 자동차 손해배상 책임보험의 약관에 의하여 보험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직접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는 의무의 법적 성질은 피보험자나 그 상속인들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하는 것이고, 피보험자나 그 상속인들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와 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의 관계는 부진정연대채무라고 할 것이며, 부진정연대채무자 1인에 관하여 생긴 혼동의 효력은 다른 연대채무자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 1, 2의 위 손해배상채무가 혼동에 의하여 소멸한다고 하더라도 위 자동차보험계약의 보험자인 피고 회사의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채무가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 민법 제507조 본문은 “채권과 채무가 동일한 주체에 귀속한 때에 채권은 소멸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혼동에 의한 채권의 소멸을 인정하고 있는데, 민법이 이처럼 혼동을 채권의 소멸사유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채권과 채무가 동일한 주체에 귀속한 때에 채권과 채무의 존속을 인정하여서는 안 될 적극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고 그러한 경우에 채권과 채무의 존속을 인정하는 것이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않기 때문에 채권 채무의 소멸을 인정함으로써 그 후의 권리 의무관계를 간소화 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므로 채권과 채무가 동일한 주체에 귀속하게 되더라도 그 채권의 존속을 인정하여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그 채권은 혼동에 의하여 소멸되지 아니하고 그대로 존속한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다. 민법 제507조 단서에서 채권이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인 때에는 혼동에 의한 채권소멸이 생기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며,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하거나 상속재산과 고유재산이 분리된 때( 민법 제1031조, 제1050조), 어음이나 수표 등 유가증권상의 채무자가 채권자가 된 때( 어음법 제11조 제3항, 제77조 제1항 제1호, 수표법 제14조 제3항) 등에는 이러한 혼동에 의한 채권소멸의 예외가 인정되는 이치도 같은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와같은 민법 제507조 본문과 단서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채권과 채무가 동일인에게 귀속되는 경우라도 그 채권의 존재가 채권자 겸 채무자로 된 사람의 제3자에 대한 권리행사의 전제가 되는 관계로 채권의 존속을 인정하여야 할 정당한 이익이 있을 때에는 그 채권은 혼동에 의하여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사건과 같이 자동차 운행 중 교통사고가 일어나 자동차의 운행자나 동승한 그의 친족이 사망하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에 의한 손해배상채권과 채무가 상속으로 동일인에게 귀속하게 되는 때에, 교통사고를 일으킨 차량의 운행자가 자동차 손해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한 경우의 문제를 살펴 본다면,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속인이 되는 등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생존한 교통사고 피해자나 사망자의 상속인에게 책임보험에 의한 보험의 혜택을 부여하여 이들을 보호할 사회적 필요성이 있는 점은 다른 교통사고와 다를 바 없고, 다른 한편 원래 자동차 손해배상 책임보험의 보험자는 상속에 의한 채권. 채무의 혼동 그 자체와는 무관한 제3자일뿐 아니라 이미 자신의 보상의무에 대한 대가인 보험료까지 받고 있는 처지여서 교통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상속에 의한 혼동이 생긴다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자기의 보상책임을 면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므로, 자동차 책임보험의 약관에 의하여 피해자가 보험회사에 대하여 직접 보험금의 지급청구를 할 수 있는 이른바 직접청구권이 수반되는 경우에는 그 직접청구권의 전제가 되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에 의한 피해자의 운행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상속에 의한 혼동에 의하여 소멸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라.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1이 피고 회사와의 사이에 위 승용차의 운행 중 남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하여 소외 1이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은 손해를 피고 회사가 보상하여 주기로 하고, 만일 피보험자인 1의 사망으로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을 경우에는 피해자가 직접 피고 회사에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이른바 직접청구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자동차 손해배상 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고, 그렇다면 원고 1, 2로서는 자신들의 딸들인 소외 2, 3의 소외 1에 대한 이 사건 손해배상채권과 소외 1의 소외 2, 3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아울러 승계하였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그 손해가 전보되지 아니한 이상 피고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위 손해배상채권의 존속을 주장할 정당한 이익을 가진다고 할 것이니 위 손해배상채권은 혼동으로 인하여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위 원고들은 피고에 대하여 위 보험계약에 기한 직접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마. 그러므로 원심이 원고 1, 2의 피고에 대한 직접청구권이 소멸하지 아니하였다고 한 것은 비록 그 이유에 있어서는 적절하지 아니하나 그 결과에 있어서는 정당하고, 위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이 혼동에 의하여 소멸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상고이유 제1, 2점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이 확정하고 있는 것처럼 소외 3이 1988.2.4. 일본인인 소외 4와 혼인하여 1988.3.8.부터 일본국 동경도에 거주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의 발생지는 우리 나라이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는 우리 나라의 법률이 적용되어야 함은 소론이 지적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위 최미숙이 이 사건 사고가 없었으면 앞으로 일본에서 계속 거주할 사정이었다면 그가 그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수입을 전제로 일실수입을 산정함이 상당할 것이므로, 그 가동연한 또한 일본에서의 그것을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 당원 1970.2.10. 선고 69다2039, 2040 판결 참조).
원심판결이 같은 취지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또 기록에 의하면 가동연한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도 수긍할 수 있으며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