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판시사항】
대출업체가 정한 절차에 따라 개인이 대출을 받은 경우 차용금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
【판결요지】
일반적으로 대출업체에 고율의 이자를 지급하여 금원을 차용하는 사람은 주로 변제자력이 부족하거나 신용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인데, 대출업체로서도 대개는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변제받지 못할 위험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를 감수하면서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그 대신 대출업체는 위험 감수의 대가로 고율의 이자 약정을 체결하는데, 때에 따라서는 대출업체가 위와 같은 이자수익을 얻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대출약정 체결에 나서기도 한다. 또한, 대출업체에서 금원을 차용하는 사람의 변제자력이나 신용상태에 관하여 평가하는 과정은 전문적인 인력과 장비를 갖춘 대출업체가 미리 정해놓은 절차에 따르는 경우가 보통이다. 따라서 대출업체로부터 금원 차용을 원하는 개인이 대출업체가 정한 절차에 따라 대출을 받은 경우 차용금 편취를 통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검 사】
김락현
【변 호 인】
변호사 강경철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8. 7. 25.경 부산 부산진구 (이하 생략)에 있는 ○○은행빌딩 6층 피해자 공소외 회사 사무실에서 성과 이름을 알 수 없는 그곳 대출 담당 직원에게 "신용대출금으로 1,067만 원을 빌려 주면 36개월간 원리금 균등 분할하여 매월 25일에 상환하겠다"라고 말하며 대출신청서를 작성하는 등 마치 정상적으로 대출금을 변제할 것처럼 행세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돈을 대출받더라도 약속한 날짜에 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피해자 회사 직원을 기망하여 피해자 회사로부터 즉석에서 1,067만 원을 교부받았다.
2. 피고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경찰에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이를 갚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대출금을 편취할 의사를 가지고 위 회사를 기망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3. 판단
가. 일반적 고려사항
일반적으로 대출업체로부터 고율의 이자를 지급하며 금원을 차용하는 사람은 주로 변제자력이 부족하거나 신용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인데, 대출업체로서도 대개는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변제받지 못할 위험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를 감수하면서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그 대신 대출업체는 위험감수의 대가로 고율의 이자약정을 체결하는데, 때에 따라서는 대출업체가 위와 같은 이자수익을 얻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대출약정체결에 나서기도 한다. 또 대출업체에서 금원을 차용하는 사람의 변제자력이나 신용상태에 관하여 평가하는 과정은 전문적인 인력과 장비를 갖춘 대출업체가 미리 정해놓은 절차에 따르는 경우가 보통이다. 따라서 대출업체로부터 금원 차용을 원하는 개인이 대출업체가 정한 절차에 따라 대출을 받은 경우 차용금 편취를 통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나. 구체적 판단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대출 당시 이미 운영하던 업체의 사정이 매우 좋지 않아 상당한 규모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던 사실, 부가가치세 납부기한이 다가오자 피고인은 그 납부를 위한 자금 융통 문제로 고민하다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위 회사로부터 대출을 받게 된 사실, 이후 피고인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는 등 그 형편이 더욱 어려워지자 결국 위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편, 기록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앞서 인정한 사실들만으로 피고인이 위 대출 당시 이미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있었다거나, 위 회사 또는 그 담당 직원을 적극적으로 또는 소극적으로 기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위 회사측으로부터 먼저 휴대전화로 "자영업자 저금리신용대출, 최고 삼천만 원"이라는 광고 문자메시지를 받고 위 회사를 찾아가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2) 위 회사는 피고인에게 사업자등록증, 국세·지방세완납증명서, 재무제표, 부가가치세과세표준증명서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였고, 그에 따라 피고인은 위 서류들을 제출하면서 위 회사 담당 직원과 상담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그 경제사정에 관하여 허위진술을 하였다거나 허위자료를 제출한 바는 없었다.
3) 특히 피고인은 위 회사 담당직원에게 자신이 신용카드회사로부터 현금서비스를 받은 채무가 있는데 이를 상환하는 중이고 그러한 채무가 많은 이유는 주식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였고, 공소외 회사도 피고인의 위 채무액수를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 이른바 ‘신용카드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상황인 것도 짐작하고 있었을 정도로(수사기록 30쪽), 피고인의 경제사정에 관하여 피고인이 위 회사에 제공한 정보는 진실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4) 비록 피고인이 대출금액과 관련하여 위 회사 담당직원에게 ‘3,000만 원을 대출해달라’라고 말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당초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하여 위 회사가 그와 같이 광고를 하였기 때문이지,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그 변제능력에 관하여 과장하기 위하여 그러한 액수를 언급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5) 이에 위 회사는 피고인이 제출한 위 서류들과 피고인에 대한 신용조회 결과 등을 종합하여 그 경제적 능력에 대한 조사를 거친 후 이 사건 대출을 결정하였고, 대출금액, 이자율 등 구체적인 대출약정의 내용도 위 회사가 결정하였다.
6) 위와 같이 결정된 약정이자는 연 23.9%, 연체이자는 연 34.9%의 고율이었다.
7) 피고인이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하게 된 것은 대출 이후의 경제상황의 변동, 특히 주식시장에서의 주가하락이 주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8) 피고인에게는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