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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업금지등

[서울동부지법 2010. 11. 25. 선고 2010가합10588 판결 : 확정]

【판시사항】

전문수탁검사기관인 甲 연구소의 직원 乙이 경업금지약정을 하고 근무하다가 퇴사 후 경쟁업체에 입사하여 영업활동을 한 것이 경업금지약정에 위반한 것인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위 경업금지약정은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전문수탁검사기관인 甲 연구소의 직원 乙이 경업금지약정을 하고 근무하다가 퇴사 후 경쟁업체에 입사하여 영업활동을 한 것이 경업금지약정에 위반한 것인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乙이 영업활동과정에서 얻은 각 정보나 영업사원과 거래처 사이의 인적관계는 경업금지약정을 통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그 보호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라고 보이고, 더 나아가 위 경업금지약정은 근로자인 乙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로서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한 사례.

【참조조문】

민법 제103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전문】

【원 고】

재단법인 네오딘의학연구소 (소송대리인 변호사 남희웅)

【피 고】

【변론종결】

2010. 11. 4.

【주 문】

 
1.  원고의 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1. 피고는 2012. 11. 30.까지 서울, 고양시, 파주시, 광명시 지역에서,
 
가.  전문수탁검사기관 등 원고와 동종의 영업분야에서 원고의 경쟁업체 또는 피고 본인 기타 제3자를 위하여 검체검사 위탁업체를 모집하고 고객관리를 하는 등으로 영업행위를 하거나 그 보조업무에 종사하여서는 아니되고,
 
나.  원고의 영업직 종사 직원들에 대하여 원고 이외의 다른 전문수탁검사기관 등 동종의 영업분야에서 고용관계 또는 도급 기타 사업적 관계를 형성하도록 모집, 권유, 유인, 요청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이를 조장하여서는 아니되며,
 
다.  원고와 검체검사 위탁계약 관계에 있는 병원, 의원으로 하여금 원고와의 계약관계를 중단하고 원고 이외의 다른 전문수탁검사기관과의 계약을 체결하도록 권유, 유인, 요청하는 등 원고와의 검체검사 위탁계약관계를 상실, 중단, 변경시키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2.  피고가 제1항을 위반하는 경우 위반행위 1회당 1,000,000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
 
3.  피고는 원고에게 12,6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는 환자의 혈액과 체액 성분을 측정하는 등의 검체검사를 하는 장비와 인력을 갖추고, 자체적인 검체검사능력이 없는 병·의원들로부터 검체검사를 위탁받아 이를 수행해 주는 전문수탁검사기관이다.
 
나.  피고는 2003. 9. 15. 원고에 입사하여, 원고의 서울서부사무소에서 근무하다가 2009. 11. 30.경 퇴사하였는데, 거래처인 병·의원을 방문하여 검체검사를 위한 혈액, 체액 표본을 받아 원고의 연구소에 운반하고 그 후 검사결과를 거래처에 통보하는 업무 및 원고가 정한 범위 안에서 거래처와 할인율을 협상하고, 판촉비 지원 및 무료검사를 제안하는 등의 방법으로 거래처를 관리하며, 새로운 거래처를 모집하는 업무 등의 영업활동을 수행하였다.
 
다.  원고는 영업사원들로 하여금 일정 지역을 그 영업구역으로 지정하여 그 지역의 거래처를 담당하게 하였는데, 서울서부사무소의 담당지역은 서울(서부지역 10여개 구), 고양시, 파주시, 광명시이고, 피고는 퇴사 전 2년여 동안 고양시 일산 지역을 담당하였다.
 
라.  피고는 2003. 9. 19.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서약서를 제출하였다.
본인(피고이다)이 금번 귀 연구소(원고이다, 이하 같다)에 채용되어 근무하게 되었는바 다음 제 조항들을 준수할 것을 서약합니다.
3. 전근, 출장, 파견, 연수교육, 기타에 관한 귀 연구소의 인사명령에 대하여 이의 없이 복종하겠음.
4. 귀 연구소의 제반업무 보안관리에 항상 유의하며, 근무 중 지득한 연구소 기밀사항은 재직시 관계자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는 누설치 않겠으며, 퇴직 후에도 제반 연구소 기밀을 타인이나 경쟁업체에 절대로 누설치 않겠음.
5. 귀 연구소 재직시 사내외 교육을 통하여 습득한 특정지식 및 기술은 최소 3년간 귀 연구소에만 제공할 것이며 만일 퇴사시에는 3년간은 경쟁업체를 위하여 이를 제공하거나 이를 이용하여 귀 연구소와 경업행위를 하지 않겠음.
 
마.  피고는 2007. 7. 13. 다시 원고에게 ‘귀 연구소 재직시 업무수행과 사내, 사외교육을 통하여 습득한 제반지식, 기술 및 고객관계를 퇴직 후 2년 이내에 재직당시 근무하였던 지역과 동일지역(특별시, 광역시, 시, 군과 인접한 특별시, 광역시, 시, 군)에서 경쟁업체를 위하여 제공하거나 활용하지 않으며, 귀 연구소와 동종(수탁검사)업무 및 경업행위를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제출하였다.
 
바.  피고는 원고를 퇴사한 후 원고와 동종영업을 하는 의료법인 이원의료재단(이하, ‘이원의료재단’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일산 지역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후 원고의 일산 지역 거래처 몇 개가 원고와의 거래를 끊고 ‘이원의료재단’과 거래하고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호증, 갑 제11호증의 3(진술서, 갑 제11호증의 1의 기재에 의하면, 직장동료인 소외 1이 피고의 위임 하에 이를 작성한 사실이 인정된다), 을 제1, 2호증(각 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소외 2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피고는 위 2003. 9. 19.자 서약서 및 2007. 7. 13.자 서약서를 원고에게 제출함으로써 원고와 경업금지약정을 하였음에도, 퇴사 후 원고의 경쟁업체인 이원의료재단에 입사하여 종전 근무지인 일산 지역에서 이원의료재단을 위하여 영업활동을 하고, 원고의 영업사원들에게 이원의료재단으로 이직할 것을 권유하는 등 위 경업금지약정을 위반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일산 지역의 원고의 거래처 4곳이 원고와의 거래를 끊고 이원의료재단과 거래하기에 이르렀다.
2) 이에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청구취지 기재와 같은 위 경업금지약정에 따른 경업금지와 이를 위반한 경우의 간접강제 및 거래처 상실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액 중 일부 금원의 지급을 구한다.
 
나.  피고의 주장
위 경업금지약정은 직업선택의 자유, 근로권 등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단순한 영업사원에 불과한 피고에게 이를 적용하는 것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이다.
 
3.  판단
그러므로 먼저 위 경업금지약정의 유효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고,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참조).
 
나.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피고의 업무는 검사에 필요한 표본을 거래처로부터 수거하고 그 검사 결과를 거래처에 통보하며, 거래처의 요구사항을 원고의 승인을 거쳐 적절히 수용하는 등으로 기존 거래처를 관리하면서, 나아가 새로운 거래처를 모집하는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증인 소외 2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가 위와 같은 영업을 위하여 원고의 원가분석자료, 마진율, 거래처정보, 거래처명부(이하 ‘이 사건 각 정보’라 한다) 등을 열람하거나 숙지하고 있었던 사실, 전문수탁검사업계의 관행상 검사위탁계약의 체결 및 지속에 있어 거래처인 병·의원들과 전문수탁검사기관의 영업사원 사이의 인적관계가 중시되어, 어느 전문수탁검사기관의 영업사원이 다른 전문수탁검사기관으로 이직하는 경우 그 영업사원이 관리하던 거래처가 그 영업사원을 따라 다른 전문수탁검사기관과 거래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피고가 원고의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습득한 이 사건 각 정보는 이미 동종업계 전반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던 것이거나, 설령 일부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입수하는데 그다지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 전문수탁검사기관의 거래처인 병·의원은 여러 전문수탁검사기관 중 가격이나 서비스 등 경쟁력이 있는 조건을 제시하는 전문수탁검사기관과 거래를 하게 될 것이므로, 비록 원고의 기존 거래처라 하더라도 원고가 그 거래처들과 다른 전문수탁검사기관 사이의 거래를 막는 등의 방법으로 그 거래를 독점할 수는 없는 점, 거래처인 병·의원과 전문수탁검사기관 영업사원 사이의 신뢰관계는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데 불과한 점, 피고가 원고의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면서 특별한 영업비밀을 지득하였다고 보이지도 않는 점, 경업금지약정은 일반적으로 사용자에 비하여 경제적으로 약자인 근로자에 대하여 헌법상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그 생존을 위협할 우려가 있고, 특히 쉽게 다른 직종으로 전직할 수 있는 기술이나 지식을 갖지 못한 피용자는 종전의 직장에서 습득한 기술이나 지식을 이용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할 경우 그 생계에 상당한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각 정보나 피고 등 영업사원과 거래처 사이의 인적관계는 경업금지약정을 통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그 보호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라고 보인다.
이에 덧붙여 원·피고 사이의 경업금지약정은 경업금지기간도 비교적 장기인 2년이고, 그 지역적 범위도 재직시 근무한 특별시, 광역시, 시, 군에다가 그 외 인접한 특별시, 광역시, 시, 군으로 매우 광범위하며, 그 대상도 모든 동종업계를 포함하여 지나치게 포괄적인 점, 원고가 피고에게 위 경업금지약정과 관련하여 어떠한 대가를 지급하지도 않은 점, 위 경업금지약정에 의한 공공의 이익이 피고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여 얻는 이익보다 월등히 크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까지 합하여 보면, 위 경업금지약정은 근로자인 피고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로서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다.  따라서 원·피고 사이의 위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승표(재판장) 이봉민 이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