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방해[입찰방해죄에서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의 의미 및 피고인들의 행위가 담합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사안]
【판시사항】
입찰방해죄가 위태범인지 여부(적극) / 입찰방해죄에서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의 의미 및 가격결정뿐 아니라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방법’을 해하는 행위도 이에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입찰참가자들 사이의 담합행위가 입찰방해죄로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입찰참가자 전원 사이에 담합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여부(소극) / 방해의 대상인 ‘입찰’의 의미
【판결요지】
입찰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 기타의 방법으로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위태범으로서 결과의 불공정이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여기서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란 공정한 자유경쟁을 방해할 염려가 있는 상태를 발생시키는 것, 즉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상태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그 행위에는 가격결정뿐 아니라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방법’을 해하는 행위도 포함되고, 입찰참가자들 사이의 담합행위가 입찰방해죄로 되기 위하여는 반드시 입찰참가자 전원 사이에 담합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며, 입찰참가자들 중 일부 사이에만 담합이 이루어진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이상 입찰방해죄가 성립한다. 그리고 방해의 대상인 ‘입찰’은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입찰절차를 말하고, 공적·사적 경제주체가 임의의 선택에 따라 진행하는 계약체결 과정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참조조문】
【참조판례】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4도2581 판결(공2007상, 245),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7도5037 판결(공2008하, 949)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우송 담당변호사 박재권 외 1인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22. 6. 21. 선고 2022노116, 302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입찰방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서울시설공단은 2020. 5. 7. 전자자산처분 시스템인 온비드에 서울시설공단 수입공고 제2020-17호로 ‘서울특별시 영등포역지하도상가 상가단위 위·수탁(대부)계약’에 관한 입찰공고를 하였고, 피고인들은 2020. 5. 15. 15:00경 위 계약에 관한 입찰설명회에 참석하였다.
영등포역지하도상가의 기존 상인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 등은 위 입찰설명회에 기존 상인이 아닌 외부인(법인 포함)이 24명 참석한 것을 본 후, 그들이 영등포역지하도상가 관리자로 선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20. 5. 18. 주식회사 영등포역쇼핑센터 관리사무실에서 이사회 회의를 열어 ‘공소외 1 등과 피고인들 모두 투찰상한가격인 120%로 투찰하고, 개인이 낙찰되었을 경우 주식회사 영등포역쇼핑센터 법인이 관리한다.’는 내용의 의결을 하였고, 같은 날 모두 위 이사회의 의결에 대한 각서를 작성하고 공증을 하는 등 사전 담합하였다.
피고인들은 위 사전 담합에 따라 입찰에 참여하였고, 2020. 5. 19. 10:00경 실시된 입찰에서 피고인들과 공소외 1 등 및 외부인인 공소외 6, (주)제이○○○컴퍼니 총 12인이 모두 투찰상한가격으로 입찰에 응하여, ‘동일한 최고가격으로 입찰한 자가 2인 이상일 경우에는 무작위 추첨을 통해 낙찰자를 결정한다.’는 입찰 규정에 따라 무작위 추첨이 실시되어 피고인 2가 낙찰자로 결정되었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계로써 입찰의 공정을 해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위 입찰에서 경쟁을 통한 가격결정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위 입찰이 입찰방해죄의 입찰에 해당하지 않고, 위 담합이 입찰실시자의 이익을 해하거나 입찰참여자에게 부당한 이익을 얻게 하였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방법을 해하는 행위로 볼 수 없어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의 입찰방해 부분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입찰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 기타의 방법으로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위태범으로서 결과의 불공정이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여기서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란 공정한 자유경쟁을 방해할 염려가 있는 상태를 발생시키는 것, 즉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상태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그 행위에는 가격결정뿐 아니라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방법’을 해하는 행위도 포함되고, 입찰참가자들 사이의 담합행위가 입찰방해죄로 되기 위하여는 반드시 입찰참가자 전원 사이에 담합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며, 입찰참가자들 중 일부 사이에만 담합이 이루어진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이상 입찰방해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4도2581 판결 참조). 그리고 방해의 대상인 ‘입찰’은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입찰절차를 말하고, 공적·사적 경제주체가 임의의 선택에 따라 진행하는 계약체결 과정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7도5037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아래 사실을 알 수 있다.
1) 영등포역지하도상점가상인회(이하 ‘이 사건 상인회’라고 한다)는 서울시 영등포구 (주소 생략)에 있는 약 70개의 상가(이하 ‘이 사건 상가’라고 한다)에서 직접 사업을 운영하는 상인들을 회원으로 하는 단체이고, 이 사건 상인회의 회원들은 2010년경 이 사건 상가의 관리운영을 위하여 주식회사 영등포역쇼핑센터(이하 ‘이 사건 법인’이라고 한다)를 설립하였다.
2) 이 사건 법인은 서울시설공단과 이 사건 상가의 관리운영을 위한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2010년경부터 2020. 6. 12.경까지 수탁자로서 상가 임대 등 이 사건 상가의 관리업무를 수행하였다.
3) 서울시설공단은 위 위·수탁계약의 기간 만료를 앞두고 2020. 5. 7. ‘이 사건 상가에 대한 상가단위 위·수탁(대부)계약’의 계약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하였다. 그 입찰공고에는 입찰설명회에 참석한 자 중에서 입찰 예정가격(1,121,244,000원) 이상 투찰상한가격(예정가격의 120%인 1,345,492,800원) 이하 범위 내에서 최고가격으로 입찰한 자를 낙찰자로 선정하되, 동일한 최고가격으로 입찰한 자가 2인 이상일 경우에는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된 자를 낙찰자로 결정한다고 기재되어 있다(이하 ‘이 사건 입찰’이라고 한다).
4) 이 사건 법인 등 6개 법인을 비롯한 총 35인이 2020. 5. 15. 위 계약에 관한 입찰설명회에 참석하였는데, 이 사건 상인회의 회원이자 이 사건 법인의 주주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등 7인(이하 ‘공소외 1 등 7인’이라고 한다)과 피고인들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5) 공소외 1 등 7인과 피고인들은 2020. 5. 18. ‘① 주주들은 단합하기로 약속하고, 외부에서 낙찰받으면 투쟁한다. ② 전원이 투찰상한가격으로 입찰하고, 이 사건 법인의 주주가 낙찰받으면 이 사건 상인회에서 법인 운영을 하도록 약속한다. ③ 위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부료 예정가격의 3배 이상의 배상을 책임진다.’는 내용(이하 ‘이 사건 합의’라고 한다)의 각서에 자필로 서명하고 위 각서를 인증하였다.
6) 공소외 1 등 7인과 피고인들, 이 사건 법인 및 외부인인 공소외 6, (주)제이○○○컴퍼니 총 12인은 2020. 5. 19. 이 사건 입찰에 참여하여 모두 투찰상한가격으로 입찰하였고, 무작위 추첨을 통해 피고인 2가 낙찰자로 결정되었다. 한편 이 사건 상인회는 위 9인의 입찰 비용을 모두 지급하였다.
7) 피고인 2는 2020. 5. 28. 서울시설공단과 계약대상을 점포 74개, 계약기간을 2020. 6. 13.부터 2025. 6. 12.까지로 정하여 이 사건 상가에 대한 상가단위 위·수탁(대부)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판단
1) 서울시설공단은 이 사건 입찰참여자의 자격을 입찰설명회 참석자로 제한하고, 입찰액의 하한을 예정가격으로, 상한을 투찰상한가격으로 정하였다. 입찰설명회에 참석한 입찰참여자들은 위 예정가격 이상 투찰상한가격 이하의 범위 내에서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입찰금액을 정하여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 입찰참여자들 사이에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 입찰은 입찰방해죄의 입찰에 해당한다. 한편 서울시설공단이 이 사건 입찰에서 입찰금액 외에 무작위 추첨도 낙찰자 선정 방법으로 정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이 사건 입찰을 통하여 적정한 가격결정이 이루어진 이후 최고가격 입찰자가 다수일 때 보충적으로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법에 불과하므로,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입찰에서 경쟁을 통한 가격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2) 또한 공소외 1 등 7인과 피고인들은 전원이 투찰상한가격으로 입찰하기로 하되 내부적으로 개인이 낙찰받는 경우 사실상 낙찰자를 이 사건 법인으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합의를 하였다. 이는 이들 사이에 입찰가격에 대한 담합을 통하여 다수의 최고가격 입찰자를 발생시키고 실질적으로 이 사건 법인만 이 사건 입찰에 참가한 것과 마찬가지임에도 이 사건 법인 외에 피고인들 및 공소외 1 등 7인이 입찰에 참가하는 외형을 가장함으로써 무작위 추첨 과정에서 이 사건 법인의 낙찰 확률을 높이고 그와 동시에 외부인인 공소외 6, (주)제이○○○컴퍼니의 낙찰 확률을 낮춘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합의는 이 사건 입찰에서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방법을 해하는 행위로써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3)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입찰방해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입찰방해죄의 입찰 및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피고인 1에 대한 파기의 범위
원심이 경합범으로 공소제기된 수 개의 범죄사실 중 그 일부에 대하여 유죄, 일부에 대하여 무죄를 각 선고하고 무죄 부분에 대하여는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유죄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과 검사 모두 상고하지 아니한 경우, 그 유죄 부분은 상소기간의 도과로 확정되는 것이므로 무죄 부분의 상고가 이유 있는 경우에도 그 무죄 부분만이 파기되어야 한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도140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도218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인 1에 대한 업무방해 부분은 상소기간의 도과로 확정되었으므로 입찰방해 부분만 파기한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입찰방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