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판시사항】
피고인이 동거하던 피해자의 목을 눌러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이 원심에서 이를 시인하였다가 환송 전 당심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빨래건조대 봉에 목을 매달아 자살한 것이라고 변소한 사안에서 원심에서 유죄, 환송 전 당심에서 무죄, 대법원에서 심리미진으로 파기환송되었다가 환송 후 당심에서 대법원이 심리미진으로 지적한 점들에 대한 심리 및 증거조사를 마친 후 환송 전 당심과 같이 다시 무죄판결을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동거하던 피해자의 목을 눌러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이 원심에서 이를 시인하였다가 환송 전 당심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빨래건조대 봉에 목을 매달아 자살한 것이라고 변소한 사안에서 원심에서 유죄, 환송 전 당심에서 무죄, 대법원에서 심리미진으로 파기환송되었다가 환송 후 당심에서 대법원이 심리미진으로 지적한 점들에 대한 심리 및 증거조사를 마친 후 환송 전 당심과 같이 다시 무죄판결을 선고한 사례.
【참조조문】
형법 제250조,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제325조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 사】
주성영
【변 호 인】
변호사 허노목
【원심판결】
대구지법 경주지원 1999. 1. 21. 선고 98고합21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의 점
이 사건은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과 피해자가 서로 엉켜 싸우다가 피해자가 넘어지면서 이마를 문틀에 심하게 부딪혀 사망에 이른 것으로서 폭행치사 내지 상해치사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여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심신미약의 점
피고인은 술에 취하여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점을 간과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형법 제10조 제2항의 적용을 잘못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다. 양형부당의 점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환송 전 당심 피고인의 변호인은 위와 같은 내용으로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였다가 환송 전 당심 제2회 공판기일에 결심된 후 1999. 5. 8. 변론재개신청서를 제출하면서부터 일관되게 피고인의 당초 경찰진술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빨래건조대 봉에 목을 매달아 자살한 것이어서 피고인은 무죄라고 주장하여 피고인이 무죄는 아니라는 취지의 위 항소이유서의 기재와 배치되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위와 같이 변경된 주장을 하였으므로, 위 변경된 주장을 항소이유로 볼 수는 없고, 다만 직권판단의 자료로 삼기로 한다.)
2. 이 사건의 진행경과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동거하던 피해자의 목을 눌러 살해하였다는 것인바, 피고인은 원심법정에서 사건 공소사실을 시인하였고,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10년을 선고하였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위와 같은 이유로 항소하여 환송 전 당심 제2회 공판기일에 결심되었다가 변호인을 통하여 이 사건의 진상은 피고인의 당초 경찰진술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빨래건조대(이하 '건조대'라 한다) 봉에 목을 매어 자살한 것이라는 내용의 변론재개신청서(공판기록 제1권 154면)를 제출하였고, 환송 전 당심은 변론을 재개한 후 변호인의 신청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부 법의학과(이하 '국과수 법의학과'라 한다)에 피고인이 한 위 자살변소의 가능성에 대하여 의견을 구하는 사실조회신청을 하고, 제4회 공판기일에 피해자의 사체를 부검한 의사 공소외 3에 대한 증인신문을 한 다음 다시 결심하였으며, 그 후 국과수 법의학과로부터 피해자의 사인은 스스로 목을 맨 '의사'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조회회보서가 오자(공판기록 제1권 263면, 이하 '국과수 사실조회회보서'라 한다) 피고인의 변호인이 다시 변론재개신청서(공판기록 제1권 270면)를 제출하였고, 환송 전 당심은 다시 변론을 재개한 후 변호인의 신청으로 현장검증(공판기록 제1권 388면)을 하고 국과수 사실조회회보서를 작성한 국과수 법의학과 의사 공소외 4에게 피해자의 사인에 대한 감정을 명한 결과 위 공소외 4로부터 국과수 사실조회회보서의 내용과 같은 취지의 '현장감정에 대한 소견서'란 제목의 감정서(공판기록 제1권 444면, 이하 '공소외 4의 감정서'라 한다)가 제출되자 다시 결심한 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직권으로 원심판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인정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1) 피해자의 사인이 기도압박에 의한 질식사인데, 피해자의 하악골부 및 갑상연골 부위에 손톱자국이 있으나 그 주변에 다른 불규칙한 표피박탈이나 피하출혈을 동반하지 아니하여 '액사'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2) 피고인의 목에 귀 후방부까지 색흔(索痕, '삭흔'의 오기로 보인다)이 형성되어 있는데, 공소사실에서 피고인이 양끝을 잡아 피해자의 목을 힘껏 눌렀다는 손수건은 길이 70㎝ 정도의 머리띠로서 보통 여자의 목 둘레 정도 크기의 물체를 매듭을 지어 묶었던 모양을 하고 있어 물체를 매었던 것으로 볼 수 있고 물체를 조을 수 있는 형태는 아니며, 따라서 그 물체가 목이라면 목이 조아지지는 아니하므로 색흔이 피해자와 같이 귀 후방부까지 형성될 수 없는 형태이고, 위 피해자의 목부분에 생긴 색흔은 전경부에서 측경부를 지나 후경부쪽으로 비스듬히 올라가는 모양으로 이러한 색흔은 끈으로 목을 조르는 경우에 볼 수 있는 색흔이 아니며, 목을 매달고 있는 상태에서 생길 수 있는 색흔이고, 위 색흔은 하나 뿐이며, 변경부의 경계가 뚜렷하여 머리띠로 목을 눌러서는 생길 수는 없고, 색상물(索狀物, '삭상물'의 오기로 보인다)이 색흔을 형성한 부위를 압박하는 시간 즉 피해자가 목을 매단 상태에서 상당시간이 경과하여야 생길 수 있는 것이며, 부검상 연부조직출혈, 골절, 안면부의 울혈 및 다수의 일혈점 등이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교사'의 색흔으로 보기는 어렵고 '의사'의 색흔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피해자의 죽음이 '의사'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이 실신한 피해자의 목에 머리띠를 묶어 어딘가에 목을 매달아 자살로 위장하였을 가능성이 없다 할 수 없으나, 피해자가 목을 매단 것으로 보이는 건조대 봉은 하중이 봉 중간에 작용할 때 26㎏까지는 굴곡되지 않고 견딜 수 있고, '의사'가 성립될 수 있는 경부의 압박의 정도는 끈이 좌우 대칭으로 작용되고 혈압이 170㎜ Hg인 것을 전제로 경정맥에는 2㎏, 경동맥에는 3.5㎏, 추골동맥에는 16.6㎏, 그리고 기관의 폐쇄에는 15㎏ 무게의 압박이 가하여지면 혈류 및 폐호흡이 차단되게 되는 사실과 피해자가 자의로 건조대 봉에 목을 맨 경우라면 마네킹으로 실험할 당시 건조대가 뒤틀리며 건조대 봉이 구부러지지 않고 빠져버린 환송 전 당심의 현장검증상황과는 다른 운동성향을 가질 수 있는 사실에 비추어, 피고인의 변소와 같이 피해자가 자살의 방법으로 '의사'를 선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4)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경찰, 검찰 및 원심에서의 진술은 '의사'로 봄이 타당하다는 앞서 본 사실과 피고인이 처음에 피해자가 자살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다시 상해치사의 취지로 진술하였고, 부검한 이후 원심에 이르기까지는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환송 전 당심에 이르러 다시 피해자가 자살하였다고 진술하여 진술내용을 바꾼 점, 환송 전 당심에서의 피고인의 다음과 같은 진술, 즉 경찰에서는 경찰관들의 폭행에 못이겨 허위로 자백한 것이고, 검찰에서는 검사가 범행을 부인하면 사형 내지 무기징역 등의 중벌을 면하기 어렵다고 하여 겁이 나서 자백하였으며, 원심에서는 자살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자백을 하면 친족간의 범행이므로 가볍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변호인측의 설득에 따라 자백하였다는 점 등에 비추어 믿을 수 없다.
다. 이에 대하여 검사가 환송 전 당심판결에는 채증법칙 위반 및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첫째, 피고인은 그 구체적인 경위에서는 일치하지 않은 점이 있다 하여도 사고 다음날인 1998. 8. 20. 범행을 자인하는 내용의 자술서를 작성한 이래 1999. 4. 20.자 환송 전 당심 제2회 공판기일에 이르기까지 무려 8개월 동안 자신의 범행에 의하여 그 처인 피해자가 사망하였다고 진술하다가 환송 전 당심 변론종결 후 범행을 부인하면서 피고인이 위와 같이 진술한 것은 경찰관의 폭행, 검사의 회유, 변호인의 설득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변소하고 있는데, 과연 그 주장과 같은 폭행, 회유, 설득을 당하여 그와 같은 진술을 하게 된 것인지의 점에 대하여, 둘째, 환송 전 당심의 현장검증결과 비록 마네킹에 의한 실험이기는 하지만 건조대에 목을 매단 즉시 건조대가 뒤틀리며 건조대 봉이 구부러지지 않고 빠져버려 피고인의 변소와 같이 피해자가 건조대에 목을 매달아 자살하기는 힘든 것으로 나타났는바, 과연 사람이 목을 맨 경우는 위 현장검증결과와는 다른 운동성향을 가질 수 있는지, 갖는다면 어떠한 운동성향이 가능하여 목을 맨 건조대 봉만 브이(V)자로 구부러질 수 있는 상황을 발생시킬 수 있는지의 점에 대하여, 셋째, 전경부 갑상연골 부위 4개소의 손톱자국, 우측 하악골부 하단 5개의 손톱자국 및 갑상연골 중앙부의 열창 등 스스로 목을 맨 '의사'라고 보기에는 맞지 않은 피해자의 상처 등에 대한 발생경위에 대하여, 넷째, ① 피고인은 피해자의 이마부위의 상처가 피해자의 목맨 부분을 가위로 자를 때 타일바닥에 떨어지면서 난 것이라는 취지로 변소하고 있는바, 과연 피고인이 주장하는 피해자 발견시의 피해자의 자세(공판기록 175면 참조)에 비추어 그와 같이 이마부위에 상처가 날 수 있는지의 점에 대하여, ② 피고인의 최초 진술이라고 볼 수 있는 변사보고서의 발견자 진술난(수사기록 5면)에는 피고인이 부부싸움 후 방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가 피해자가 없어진 것을 알고 찾은 결과 피해자를 발견하였다는 환송 전 당심 진술과는 달리 화장실에 피해 있다가 나와서 피해자를 발견하였다는 취지로 기재된 연유가 무엇인지의 점에 대하여, ③ 나아가 유일한 목격자일수도 있는 딸인 공소외 1의 원심법정의 진술 중 "사고 중간쯤부터 보게 되었다."는 진술(공판기록 74면)은 무슨 취지이고, 가위로 피해자의 목을 맨 부분을 잘랐다면 건조대의 휘어진 부분에 그대로 매달려 있음직한 손수건을 왜 공소외 1은 사고 당시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는지(수사기록 20면)의 점 등에 대하여 환송 전 당심이 더 심리를 한 이후에 과연 피해자가 자살한 것인지, 아니면 피고인에 의하여 살해된 것인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환송 전 당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환송 전 당심판결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환송 전 당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라. 환송 후 당심은 환송판결에서 심리미진의 점으로 적시한 각 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심리 및 증거조사를 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심리미진의 점으로 적시한 첫째의 점에 대하여, 제8회, 제15회, 제19회 각 공판기일에 피고인의 자백경위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하고, 제14회 공판기일에 김종원에 대하여 증인신문을 하고, 대구교도소장에게 교도소 접견일지 등에 대한 사실조회촉탁(공판기록 제2권 585면)을 하고, 피고인의 변호인으로부터 피고인의 자백경위에 대한 참고자료(공판기록 제2권 689면, 1059면)를 제출받았고, 심리미진의 점으로 적시한 둘째의 점에 대하여, 제10회 공판기일에 공소외 4에 대하여 증인신문을 하고, 공소외 4에게 사실조회촉탁(공판기록 제3권 1290면)을 하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이하 '서울대 법의학교실'이라 한다)에 감정촉탁(공판기록 제4권 2153면)을 하고, 현장검증(공판기록 제4권 2192면)을 실시하였고, 심리미진의 점으로 적시한 셋째의 점에 대하여, 위 공소외 4에 대한 증인신문과 사실조회촉탁 및 위 서울대 법의학교실에 대한 감정촉탁 외에 공소외 3에게 사실조회촉탁(공판기록 제3권 1064면) 및 사실조회보완촉탁(공판기록 제3권 1285면)을 하였고, 심리미진의 점으로 적시한 넷째 ①, ②의 각 점에 대하여, 제8회 공판기일에 피고인 신문을 하고, 넷째 ③의 점에 대하여, 제11회 공판기일에 공소외 1에 대하여 증인신문을 하였다.
3.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피해자(여,39세)와 슬하에 15세된 딸 공소외 1을 두고 16년 정도 동거를 해온 사이로 약 8개월 전 대소변을 받아낼 정도로 노환이 깊은 피고인의 노모를 모시고 살면서부터 피해자가 자주 불만을 토로하여 피해자와 다투어 오던 중, 1998. 8. 19. 00:40경 경주시 강동면 유금리 1020의 2에 있는 (아파트명 및 동, 호수 생략) 피고인의 집에서 피고인의 이웃에 사는 공소외 5가 놀러와 피해자와 같이 술을 마시다가 피해자와 공소외 5가 싸움을 하는 것을 피고인이 말리면서 위 공소외 5를 두둔한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발길질을 하고 멱살을 잡는 등 시비를 걸어 잠시 안방 및 화장실로 피하였으나 계속하여 피해자가 덤벼들자 거실에서 서로 붙잡고 주먹으로 때리는 등 싸우다가 피고인을 때리고 도망가는 피해자를 뒤에서 발을 걸어 넘어뜨려 피해자가 베란다 창틀에 이마를 부딪힌 후 일어나 다시 욕을 하며 덤비자 순간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결의하고, 피해자를 손으로 잡아 거실 바닥에 넘어뜨리고 배 위에 올라타 두 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약 5분 가량 조르고 피해자가 힘이 빠지자 그 옆에 있는 손수건의 양끝을 잡아 피해자의 목을 약 10분 가량 힘껏 눌러 그 무렵 그 곳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기도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하게 함으로써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나. 피고인의 진술
피고인은 ① 1998. 8. 19. 경주경찰서 강동파출소에서 작성된 진술조서에서는 피해자가 건조대 봉에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② 같은 달 20. 피고인이 작성한 진술서와 경주경찰서에서 작성된 진술조서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서로 다투는 도중 피해자가 안방 베란다 창문으로 도망가다가 창문턱에 발이 걸려 건조대 봉 브이(V)자 홈에 넘어지면서 목에 심한 타박상을 입고 다시 베란다 바닥으로 넘어지면서 얼굴 앞부분에 상처를 입고 의식을 잃은 후 사망하였는데, 겁이 나서 피해자가 스스로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고 허위진술을 하였다고 진술하고, 위 진술조서에서는 더하여 건조대에 목을 매어 자살한 것으로 위장하기 위하여 건조대에 있던 손수건을 벗겨서 매듭을 만들고 부엌에 있는 가위를 가져와 절단해 두었고, 건조대 봉이 굴절된 것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서로 베란다 쪽으로 쫓고 쫓기는 와중에 건조대를 잡아 당겨 그렇게 된 것이라고 진술하여 각 살인의 범행을 부인하였고, ③ 같은 날 피해자 사체에 대한 부검 이후에 작성된 피고인의 자술서에서부터 3회에 걸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와 경찰 검증조서 및 2회에 걸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시까지 사소한 점에 있어 차이는 있으나 일관되게 '피고인과 피해자가 서로 엉켜 싸우다가 피고인이 피고인을 때리고 도망가는 피해자를 뒤에서 발을 걸어 피해자로 하여금 넘어지면서 베란다 창틀에 이마를 부딪히게 하여 이마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게 하였고, 그 후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더욱 거세게 달려들기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배 위에 올라타 약 5분 정도 목을 조르다가 옆에 있는 손수건의 양끝을 잡아 일자형으로 피해자의 목에 대고 약 10분 정도 눌러 살해한 후 피해자가 자살한 것으로 위장하기 위하여 손수건으로 피해자의 목을 묶어 베란다로 끌고 가서 베란다에 있는 건조대 봉을 잡아당겨 굴절시킨 다음 부엌에 있는 가위를 가지고 와서 목에 묶었던 손수건을 잘랐다.'라는 취지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여 각 살인의 범행을 시인하였고, ④ 원심법정에서도 검사의 신문에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시인하고 다만 변호인의 반대신문에는 피해자를 살해할 생각은 없었는데, 피해자가 피고인의 목을 조르는 상황에서 이를 벗어나기 위하여 저질러진 불가피한 범행이었다고 진술하였고, ⑤ 환송 전 당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재판장의 질문에 원심에서 사실대로 진술하였다고 대답하였으나 변호인의 신문을 통하여서는 항소이유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피해자와 싸우던 중 피해자가 넘어지면서 문틀에 이마를 부딪혀 사망한 것처럼 진술하였고, ⑥ 환송 전 당심 제2회 공판기일에 결심된 후 변호인을 통하여 변론재개신청서를 제출하면서부터 환송 후 당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경찰에서의 당초 진술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은 없고 피해자가 건조대 봉에 목을 매어 자살한 것이라며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피고인의 원심법정 및 제1차 변론재개신청서 제출전의 환송 전 당심법정에서의 각 진술, 공소외 1의 원심증언, 공소외 3의 환송 전 당심 증언, 검사 및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사법경찰관 작성의 검증조서, 환송 전 당심의 검증조서, 사법경찰리 작성의 사체검시결과보고서, 사법경찰리 작성의 부검결과보고서(의사 공소외 3 작성의 감정서를 요약하여 타이핑한 것임), 의사 공소외 3 작성의 감정서, 공소외 3에 대한 사실조회회보서 및 사실조회보완회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과학부 물리분석과 감정인 공소외 6, 공소외 7 작성의 감정서, 압수된 손수건 1장(증 제1호) 및 노란색 타월 1장(증 제2호)이 있는바, 환송판결에서 적시한 심리미진의 각 점까지 아울러 위 각 증거에 대하여 살펴 보기로 한다.
(1) 피해자의 사인과 관련된 공소외 3의 환송 전 당심 증언, 사법경찰리 작성의 사체검시결과보고서 및 부검결과보고서, 의사 공소외 3 작성의 감정서, 공소외 3에 대한 사실조회회보서 및 사실조회보완회보서 (환송판결에서 심리미진의 점으로 적시한 셋째의 점에 대하여)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에 있어 결정적인 증거는 사체 그 자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인정되는 사체에 관련된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보면, 위 각 증거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①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두 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약 5분 가량 조르고 피해자가 힘이 빠지자 그 옆에 있는 손수건의 양끝을 잡아 피해자의 목을 약 10분 가량 힘껏 눌러 피해자로 하여금 기도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하게 함으로써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라고 피해자의 사인이 '액사(손졸림사)' 내지 '교사(끈졸림사)'인 것으로 적시되어 있는바, 피해자를 직접 검시하고 부검한 의사 공소외 3은 부검 감정서(수사기록 188면)에서 '피해자의 사체는 제3자에 의한 교살체로 판단된다.'라고 하였고, 환송 전 당심 증언(공판기록 제1권 253면)과 환송 후 당심 사실조회회보서(공판기록 제3권 1064면)에서 "'의사(목맴)'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였다."라고 하였으며, 환송 후 당심 사실조회보완회보서(공판기록 제3권 1286, 1287면)에서 "피해자의 사인은 '액사'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환송 전 당심의 국과수 사실조회회보서(공판기록 제1권 263면)와 공소외 4의 감정서(공판기록 제1권 444면) 및 공소외 4의 환송 후 당심 증언(제10회 공판조서, 공판기록 제2권 715면)과 환송 후 당심이 명한 감정에 대하여 서울대 법의학교실의 교수 이윤성, 이승덕이 작성한 감정서(공판기록 제4권 2153면, 이하 '서울대의 감정서'라 한다)에서는 공통적으로 다음에서 구체적으로 살펴 보는 바와 같이 "피해자의 사인이 '액사'나 '교사'가 아니라 '의사'로 추정된다."라고 하여 위 공소외 3과는 배치되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데, 국과수 법의학과와 서울대 법의학교실에서는 비록 사체를 직접 검시하거나 부검을 한 것은 아니고 다만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모든 자료만을 근거로 의견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나 두 기관 모두 법의학에 관한 한 우리 나라에서 가장 공신력을 인정받는 기관이라 할 것이므로, 피해자의 사인에 관한 위 두 기관의 공통된 의견을 합리적인 근거없이 배척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 피해자의 사인을 '액사'로 볼 수 있는가의 점에 관하여 살피건대, 국과수 사실조회보서와 공소외 4의 감정서 및 공소외 4의 환송 후 당심 증언에 의하면, '의사 공소외 3이 발견한 피해자의 앞목 갑상연골 부위의 4개소와 우측 하악골부 하단의 5개소에서 발견된 소위 손톱자국은 표피박탈만 있지 출혈이나 피하출혈을 동반하지 아니하여 액흔(손졸림자국)으로 볼 수는 없고, 갑상연골 중앙부에 생긴 0.5㎝ 정도 크기의 출혈은 손톱자국에 의한 출혈인지 경부의 삭흔에 동반된 출혈인지 구별하기가 곤란하여 위 출혈만으로 사인을 논단할 수는 없으며, 위 9개소의 표피박탈과 갑상연골 중앙부의 출혈의 발생경위에 대하여는 피해자 자신에 의한 손상일 가능성과 목을 맨 변사자를 끌어내리기 위하여 끈을 자르는 과정 중에 생긴 것일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위 표피박탈과 출혈이 사망을 일으킬 정도로 목에 강한 압박을 준 외력일 가능성은 낮다.'라는 것이고, 서울대의 감정서에 의하면, "의사 공소외 3이 발견하였다는 9개소의 손톱자국이라는 것이 사진만으로는 손톱자국인지 아닌지 단정하기 어렵고, 변사자의 목에 있는 표피박탈이 손톱에 의한 것이라 전제하여도 목을 조르는 과정에서 생긴 것인지 아니면 변사자를 구호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인지를 구별하기는 어려우며, 손으로 목조른 행위로 사망하였다면 대개 피하출혈이나 근육출혈이 남으므로 표피박탈만으로 '액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갑상연골 조직 내부 중앙부 0.5㎝ 열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일반적인 '액사'의 경우에 비하여 출혈이 적다는 느낌이며, 표피박탈이나 위 0.5㎝ 크기의 출혈 등의 소견은 외력이 가해졌음을 나타내기는 하나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라고 보여진다."라는 것이므로, 위 9개소의 표피박탈과 위 0.5㎝ 크기의 출혈만으로 피해자의 사인을 '액사'로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 피해자의 사인을 '교사'로 볼 수 있는가의 점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2의 나.(2)항 환송 전 당심판결의 이유에서 살펴본 점 외에 공소외 4의 환송 후 당심 증언에 의하면, "사진에 나타난 삭흔(끈자국)으로 보아 눌려져 있는 시간이 5분 내지 8분으로는 부족할 것이고, 삭흔이 귀밑으로 비스듬히 올라가는 모양을 하고 있어 배위에서 삭상물(끈)로 눌러서 생긴 삭흔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라는 것이고, 서울대의 감정서에 의하면, "변사자의 끈자국은 전반적으로 선상이고 목 뒷쪽에서 끌려 올라가는 양상이며, 왼쪽이 오른쪽에 비하여 더 뚜렷한바, 이는 '의사'의 끈자국에 더 합당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수건을 길게 펴서 앞쪽에서 뒤쪽으로 압박하면 목옆으로 이어지는 기다란 끈자국이 생기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라는 것이므로, 피해자의 사인을 '교사'로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이에 대하여 검사는 상고이유서에서 피해자의 목부분에 생긴 삭흔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후 손수건으로 피해자의 목을 묶고 이를 잡아당기는 방법으로 거실에서 베란다까지 끌고가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고 주장하나, 공소외 4의 환송 후 당심 증언에 의하면, '단순히 사망한 피해자를 끌고간 시간만으로는 이러한 삭흔이 생기지 않는다.'라는 것이므로, 검사의 위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② 의사 공소외 3은 좌측두엽의 지주막하출혈을 주된 사인은 아니지만 부차적인 사인으로 본 반면, 국과수 법의학과와 서울대 법의학교실에서는 공통적으로 지주막하출혈을 사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고, 공소외 3이 본 지주막하출혈이 진성출혈인지에 대하여도 위 두 기관에서 공통적으로 회의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바, 이 점에서도 공소외 3의 부검 결과는 믿기 어렵다 할 것이다.
③ 뒤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건조대 봉의 지지력은 이 사건과 같이 봉의 중간에서 10㎝ 벗어난 지점에서 27.3㎏∼28.4㎏ 하중이 작용하여야 굴곡된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공소외 3은 환송 전 당심에서 '자신이 부검 전에 사고현장에 가보았는데, 이 사건 건조대 봉은 빨래 10㎏도 지탱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였다.'라고 증언하였는바, 공소외 3은 위와 같은 그릇된 판단에 기초하여 피해자가 건조대 봉에 목을 매어 자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확신한 나머지 타살이라는 예단을 가지고 이 사건 부검에 임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④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후 자살로 위장하기 위하여 어딘가에 목을 매단 것인가의 점에 관하여 살피건대, 공소외 4의 감정서와 공소외 4의 환송 후 당심 증언에 의하면, '자살로 위장하려면 다른 사인이 있어야 하는데, 피해자의 경우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 외에 다른 사인을 찾아볼 수 없고, 피해자를 살해한 후 건조대 봉에 매달기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아니할 경우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힘이 들것이다.'라는 것이고, 서울대의 감정서에 의하면,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 외에 다른 사인을 찾아볼 수 없고, 사망한 사람을 혼자서 매달려고 하면 그 과정에서 발꿈치나 엉덩이 등에 끌린 손상이 생기는데, 피해자의 사체에서는 이러한 손상을 확인할 수 없으므로 자살위장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후 자살로 위장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⑤ 의사 공소외 3 작성의 감정서에는 '피해자의 좌상결막 6개소, 우상결막 4개소에 일혈점이 발견되었다.'라고 되어 있음에도 국과수 사실조회회보서에는 피해자의 눈동자에 일혈점이 발견되지 아니한 것으로 상정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나 공소외 4의 환송 후 당심 증언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타살의 경우 눈동자에 무수한 일혈점이 나타나고, 공소외 3이 발견한 위 10개소의 일혈점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적은 수이므로 '의사'로 추정한다는 결론에는 차이가 없다."라는 것이므로, 국과수 사실조회회보서에 위와 같은 일부 오류가 있다 하여 결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⑥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한 경찰은 사법경찰리 작성의 사체검시결과보고서(수사기록 11면)에 기재된 8개항의 상황으로 보아 변사자가 타살당한 것으로 추정하였는바, 위 8개항의 각 점에 대하여 살피건대, 국과수 사실조회회보서와 공소외 4의 감정서 및 서울대의 감정서에 의하면, 첫째, 삭흔이 불규칙적이라는 점에 대하여, 삭흔이 양쪽으로 고르게 나 있지 않은 점이 '의사'에 배치되는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고, 둘째, 자살의 경우 혀가 돌출되는데 피해자의 혀가 돌출되지 않은 점에 대하여, 변사자의 혀끝 돌출 여부가 자살, 타살의 진단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고, 셋째, 눈동자에 일혈점이 형성되지 않은 점에 대하여, 눈동자에 일혈점이 없는 것(실제로는 10개의 일혈점이 발견되었으나 이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적은 숫자임은 앞서 본 바와 같음)은 오히려 '의사'에 가까운 소견이라는 것이고, 넷째, 이 사건 건조대 봉이 피해자의 몸무게를 지탱할 수 없을 것이란 점에 대하여, 다음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그것이 반드시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다섯째, 변사자의 턱뼈가 부러져 있고 이마 부분이 찢어져 피하출혈이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부검 감정서상 피해자의 턱뼈가 부러져 있다는 기록은 없고, 피해자의 이마 상처를 사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고, 여섯째, 변사자의 무릎부분에 멍이 들어 있는 점에 대하여, 변사자의 무릎부분의 멍과 사인과는 무관하다는 것이고, 일곱째, 변사자가 목을 맨 손수건은 목을 감은 상태로 건조대에 매달수 없다는 점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의 목과 건조대 봉이 한꺼번에 같이 묶여져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다음에서 살펴 보는 바와 같이 운동용자전거 안장 위에 쪼그려 앉거나 운동용자전거 페달덮개 위에 올라 설 경우 건조대 봉에 목을 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여덟째, 자살의 경우 사정하게 되는데 팬티가 깨끗하고 머리카락이 여러 군데 뽑혀져 있다는 점에 대하여, 사정(남자의 경우)이 '의사'의 진단 근거는 아니고 부검 감정서상 머리카락이 여러 군데 뽑혀져 있다는 기록이 없으므로, 위 사체검시결과보고서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2) 피고인이 범행을 시인한 피고인의 원심법정 및 제1차 변론재개신청서 제출 전의 환송 전 당심법정에서의 각 진술, 검사 및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사법경찰관 작성의 검증조서 (환송판결에서 심리미진의 점으로 적시한 첫째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은 자신의 자백경위에 대하여, 경찰에서 자백한 것은 경찰관들로부터 똥을 쌀 정도로 무수한 구타와 고문을 당하여 이를 견디지 못한 나머지 허위로 자백한 것이고, 검찰에서 자백한 것은 검사가 범행을 부인하면 사형 내지 무기징역 등의 중벌을 면하기 어렵다고 하여 겁이 나서 허위자백한 것이고, 원심법정에서 자백한 것은 변호인이 피고인에게 범행을 부인하면 변호하지 않겠다고 하고, 피고인의 가족들도 피고인에게 차라리 범행을 시인하고 선처를 받으라고 설득하기에 이에 따라 허위자백하였고, 항소이유서와 제1차 변론재개신청서 제출 전의 환송 전 당심법정에서 피해자가 자살한 것이지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지 않았다는 주장(이하 '자살변소'라 한다)을 하지 못한 것은 가족들이 1심 재판과 같은 내용으로 재판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득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자포자기의 상태에서 재판이 끝나기 전에 자살변소를 하면 2심 변호인도 1심 변호인과 마찬가지로 변호를 거부할 것 같아 자살변소를 하지 못하고 있다가 환송 전 당심에서 변론종결된 후 부담없이 변호인에게 자살변소를 하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위 2의 나.(4)항 환송 전 당심판결의 이유에서 살펴본 점 외에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보면,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시인한 위 각 진술은 이를 믿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① 피고인은 자신이 경찰관들로부터 심한 구타를 당하여 똥을 쌌는데, 다른 경찰관이 팬티를 주어 갈아입었다고 주장하는바, 피고인이 '경찰'이라는 라벨이 붙어있는 팬티를 소지하고 있는 점(공판기록 제2권 707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② 피고인의 원심 변호인이 환송 후 당심법원에 사실확인서(공판기록 제2권 1061면)를 제출하였는바, 그 내용의 요지는, 첫째, 당시 피고인의 원심 변호인은 자신의 죄를 잘 뉘우치지 않는 피의자, 피고인에 대하여 일단 사건을 수임하였다가도 사임한 일이 자주 있었고, 둘째, 변호인의 기억에 변호인이 건조대에 목을 매어 죽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피고인에게 주장한 일이 있고, 셋째, 피고인의 진술은 전반적으로 당시 변호인의 변호사업 운영형태나 변호인 사무실의 분위기 등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이 이를 일부러 꾸며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넷째, 20년 넘게 법조계에 몸을 담아온 변호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피고인의 표정 등 여러 가지 정황에서 피고인이 진실되게 말한다고 믿을 수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변소는 타당성을 가진다는 내용으로서, 피고인의 원심에서의 자백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한다.
③ 피고인과 피고인의 동생인 공소외 2 사이의 1998. 9. 23.자 교도소 접견일지(공판기록 제2권 607면)에 의하면, 피고인과 공소외 2 사이에 공소외 2가 "변호사를 만나보니 이야기가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라고 하니 피고인이 "그러면 변호사를 바꿔주시오"라고 하였고,공소외 2가 "바꾸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일이 어렵게 되었습니다."라고 하니 피고인이 "변호사와 이야기한 것이 진실입니다. 변호사를 바꿔주시오"라고 대화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의 수사기관 및 원심에서의 자백 경위에 대한 변소가 이유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
④ 피고인의 가족들도 환송 후 당심법원에 인증서(공판기록 제2권 708면)를 제출하였는바, 그 내용의 요지는, "피고인의 원심 변호인이 피고인의 가족들에게 '피고인이 진술을 번복하여 변호를 맡지 않겠다. 무죄 주장을 하면 괘씸죄로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받는다.'라고 하기에 겁이 나고 걱정이 되어 피고인을 면회하여 '무죄 주장은 서류상 불가능하다고 할 뿐만 아니라 집안 불상사이고 하니 제발 가족들을 생각해서 억울한 일이 있더라도 피고인이 참고 희생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설득하였고, 2심에서도 '피고인이 억울하더라도 무죄 주장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 소개받은 변호사를 통하여 재판이나 잘 받자'라고 권고하였다."라는 내용으로서, 피고인의 원심에서의 자백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한다.
(3) 공소외 1의 원심증언 (환송판결에서 심리미진의 점으로 적시한 넷째 ③의 점에 대하여)
공소외 1이 경찰에서는 2회에 걸쳐 피해자가 사망하는 순간을 목격하지는 못하였지만 피해자가 자살한 것으로 안다고 진술하였다가 원심법정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음을 전제로 증언을 하고, 탄원서(공판기록 제1권 29면)도 제출하였지만 공소외 1의 환송 후 당심 증언에 의하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보면, 공소외 1의 원심증언도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① 공소외 1이 경찰에서 2회에 걸쳐 어머니가 자살한 것으로 안다고 진술한 근거는 어머니가 평소에 사는 것을 힘들어 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에도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고 하였기 때문이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원심법정에서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하였음을 전제로 증언하고 탄원서도 제출한 것은 아버지가 자백하였다는 사실을 알고난 후부터 아버지의 뜻에 따라 허위의 진술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② 원심에서 한 "처음에는 증인의 방에 있다가 사고 중간쯤부터 보게 되었습니다."라는 증언은 공소외 1이 방에 있어서 어머니가 사망하는 순간을 직접 보지는 못하였고, 아버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나가서 보았기 때문에 위와 같이 증언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③ 공소외 1이 어머니 사망 당시 베란다에 나갔을 때 건조대에 수건 끊어진 것이 걸려 있는 것을 보지는 못하였으나, 그것은 사고 당시 당황하여 어머니 구조에 열중하였고, 또 119차로 함께 병원에 갔기 때문에 머리띠를 볼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4) 환송 전 당심의 검증조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과학부 물리분석과 감정인 공소외 6, 공소외 7 작성의 감정서 (환송판결에서 심리미진의 점으로 적시한 둘째의 점에 대하여)
이 사건 건조대 봉의 지지력에 대하여, 위 감정인 공소외 6, 공소외 7 작성의 감정서(공판기록 35정)에 의하면, 길이 2m의 이 사건 건조대 봉은 하중이 봉의 중간에 작용하였을 때 약 27㎏∼28㎏에서 굴곡되고, 하중이 이 사건과 같이 봉의 중간에서 10㎝ 벗어난 지점에 작용하였을 때 약 27.3㎏∼28.4㎏ 이상의 하중이 작용하면 굴곡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고, 과연 피해자가 건조대 봉에 목을 매어 자살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여부를 실험해보기 위하여 환송 전 당심이 현장검증을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를 요약하면, 헝겊으로 사람 모양으로 제작한 52㎏ 무게의 마네킹을 건조대 봉의 끝에서 90㎝ 지점에 머리띠를 묶어 운동용자전거에 걸쳤다가 운동용자전거를 치우는 실험을 한 결과 건조대에 봉을 2개만 끼운 상태이거나 봉을 4개 다 끼운 상태이거나 두 번 모두 시간을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운동용자전거를 치우는 순간 즉시 건조대가 뒤틀리면서 건조대 봉이 약간 구부러진 채 건조대에서 빠져버리고 마네킹은 베란다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는 것인바,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각 증거만으로는 피해자가 이 사건 건조대 봉에 목을 매어 자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① 압수된 손수건으로 건조대 봉에 목을 맬 수 있는지 여부는 환송 전 당심 및 환송 후 당심의 각 검증결과 운동용자전거 위에 쪼그려 앉거나 운동용자전거 페달덮개 위에 올라 설 경우 충분히 목을 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공판기록 제1권 427, 428, 429면, 공판기록 제4권 2209, 2210면 각 사진 참조)
② 과연 사람이 목을 맨 경우는 환송 전 당심의 현장검증결과와는 다른 운동성향을 가질 수 있는지, 갖는다면 어떠한 운동성향이 가능하여 목을 맨 건조대 봉만 브이(V)자로 구부러질 수 있는 상황을 발생시킬 수 있는지의 점을 실험해보기 위하여 환송 후 당심이 재차 현장검증을 실시하였는바, 그 결과, 건조대에 봉 4개를 모두 끼우고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상황과 비슷하게 건조대에 빨래를 걸어 놓은 후 30㎏ 무게의 쌀포대를 안방 창문쪽으로부터 1번 봉의 끝에서 90㎝ 지점에 걸고 무게가 서서히 실리도록 손으로 쌀포대를 잡고 있다가 천천히 손을 놓으니 건조대 봉이 휘어졌고, 손을 놓는 즉시 건조대 봉이 브이(V)자 형태로 꺽어지면서 쌀포대는 지면에서 120㎝ 높이의 운동용자전거 안장 위에 얹혀졌고, 2, 3번 봉은 건조대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4번 봉의 한 쪽이 빠져나왔고, 운동용자전거를 치우니 약 1초 후 건조대 전체가 비틀어지고 1번 봉 일부가 건조대에서 빠져나오고 쌀포대는 바닥에 떨어졌으며, 이 사건 사고 당시 건조대 봉이 브이(V)자 형태로 꺽어진 부분의 높이가 지면에서 125㎝(수사기록 171면)이고 피해자의 신장이 151㎝(수사기록 186면)로서, 피해자의 신장 정도이면 지면에서 125㎝ 높이에 목이 매달릴 경우 피해자의 발이 충분히 바닥에 닿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환송 후 당심 검증결과를 종합하면, 피고인이 건조대 봉에 목을 매단 후 운동용자전거 위에서 서서히 내려설 경우 건조대 봉이 브이(V)자로 꺽어지면서 건조대 봉에 목을 매단 부분(건조대 봉의 꺽어진 부분)이 지면에서 높이 125㎝ 지점에 이르렀을 때 피해자의 발이 바닥에 닿아 버려 피해자의 체중 전부가 작용하지는 아니하여 건조대의 변형이 중단되고 따라서 봉도 건조대에서 빠져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할 것이다.
③ 이 사건 건조대 봉의 지지력은 이 사건과 같이 하중이 봉의 중간에서 10㎝ 벗어난 지점에 작용하였을 때 약 27.3㎏∼28.4㎏에 불과하고, 환송 전 당심 현장검증결과 운동용자전거를 치우자 마자 건조대가 뒤틀리면서 건조대 봉이 약간 구부러진 채 건조대에서 빠져버리고 마네킹은 베란다 바닥에 떨어져 버렸고, 환송 후 당심 현장검증결과 손으로 지지하고 있던 쌀포대를 천천히 놓으니 건조대 봉이 브이(V)자로 꺽어진 채 쌀포대가 운동용자전거 안장 위에 얹혀져 있다가 운동용자전거를 치우자 약 1초 후에 건조대 봉의 일부가 건조대에서 빠져나오고 쌀포대가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건조대 봉에 52㎏인 피해자의 몸무게 전부가 작용할 경우에는 건조대 봉이 이를 지탱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할 것이나, 공소외 4의 감정서에 의하면, '마네킹을 매달아 보는 것으로 당시의 상황을 완벽히 재연하는 것은 어렵고, 살아있는 사람은 마네킹과 다른 운동 성향을 가질 것이며, 환송 전 당심 현장검증시 이 사건 사고 당시와는 달리 건조대에 빨래가 걸려있지 아니한 상태에서 실험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실험한 건조대 자체가 이미 이 사건 사고로 변형된 상태(실제로 공판기록 제1권 430면에 편철된 사진에 의하면 건조대의 한 쪽이 기울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음)이므로 건조대 봉에 목을 매다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는 것이고, 공소외 4의 환송 후 당심 증언에 의하면, '의식이 있는 사람은 자살을 시도하다가 매달리는 순간에는 사망을 피하려는 노력을 하였을 것이고, 그렇다면 힘이 분산될 것일 뿐만 아니라 재연이 안된다고 하여 건조대 봉에 목을 매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피해자는 지면에서 발이 완전히 떨어지지 아니한 상태이므로 피해자의 체중 약 50㎏ 전부가 작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라는 것이고, 서울대의 감정서에 의하면, '위 마네킹은 사람의 형태를 갖추었을 뿐이고 동일한 무게의 물체를 매단 경우와 같고, 사람이 목을 맨 상황과는 몇 가지 점에서 다르리라고 추정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사람이 목을 맨 상태라면 무게가 일시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고, 특히 발이나 무릎이 바닥에 닿을 수 있는 상태라면 마네킹을 매단 경우 반드시 이를 반영할 수는 없고, 목맴에서 반드시 몸무게 전체가 걸릴 필요가 없고, 신체의 일부 또는 대부분이 바닥에 닿아도 목매어 사망할 수 있다.'라는 것으로서, 공통적으로 건조대 봉에 목을 매어 자살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점, 환송 후 당심의 현장검증결과 쌀포대를 천천히 놓으니 건조대 봉이 브이(V)자로 꺽어지는 사실 및 건조대 봉이 이 사건 사고 당시와 같이 꺽어질 경우 목을 맨 피해자의 발이 바닥에 닿는 사실을 확인하였는바, 그 경우 건조대 봉에 피해자의 체중 전부가 작용하지는 아니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건조대 봉에 목을 매어 자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5) 기타 (환송판결에서 심리미진의 점으로 적시한 넷째 ①, ②의 각 점에 대하여)
환송판결에서 심리미진의 점으로 적시한 넷째 ①의 점에 대하여, 공소외 4는 환송 후 당심에서 '피해자의 이마 상처는 부딪힌 곳이 창문틀이나 베란다 바닥의 차이난 곳이나 모두 생길 수 있다.'라고 증언하였고, 서울대의 감정서에서도 같은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바, 공판기록 제1권 175면과 같은 피해자의 자세에서 피해자의 목맨 부분을 가위로 자를 경우 피해자가 그냥 주저앉거나 뒤쪽으로 넘어지지 아니하고 앞으로 넘어져 이마를 부딪히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으므로, 이 점을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환송판결에서 심리미진의 점으로 적시한 넷째 ②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고인이 경찰에서도 환송 전 당심 진술과 같은 내용으로 진술하였는데, 경찰에서 생략하고 기재하여 그렇게 된 것이다.'라고 진술(환송 후 당심 제8회 공판조서, 공판기록 제2권 560면)하고 있는바, 위 진술난의 크기가 그다지 크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변소대로 경찰관이 피고인의 진술내용을 요약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진술을 일부 누락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 외 압수된 손수건 1장(증 제1호) 및 노란색 타월 1장(증 제2호) 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미흡하다고 할 것이고, 달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6) 소결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인데, 건조대 봉에 목을 매어 자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추측과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정황증거만으로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하는 사체에 나타난 명백한 증거를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것이나,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