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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사법 제47조의2 위헌확인 등

[전원재판부 2008헌마638, 2010. 10. 28.]

【판시사항】

가.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 ‘이 법에 관한 것을 제외하고’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군인사법(1996. 10. 4. 법률 제1837호로 개정된 것) 제47조의2, 위 군인사법 제47조의2 및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에 근거한 국방부장관 및 육군참모총장의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 지시’가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나. 불온도서의 소지ㆍ전파 등을 금지하는 군인복무규율(1998. 12. 31. 대통령령 제5954호로 개정된 것) 제16조의2가 명확성원칙, 과잉금지원칙 및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군인사법 제47조의2는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는 이 법에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따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기본권 침해에 관하여 아무런 규율도 하지 아니한 채 이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으므로, 그 내용이 국민의 권리관계를 직접 규율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국방부장관 등의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 지시’는 그 지시를 받은 하급 부대장이 일반 장병을 대상으로 하여 그에 따른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함으로써 비로소 청구인들을 비롯한 일반 장병의 기본권 제한의 효과가 발생한다 할 것이므로 직접적인 공권력 행사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 및 지시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나.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 (이하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이라 한다.)는 국군의 이념 및 사명을 해할 우려가 있는 도서로 인하여 군인들의 정신전력이 저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라고 할 것이고, 규범의 의미내용으로부터 무엇이 금지되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예측할 수 있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 법령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군의 정신전력이 국가안전보장을 확보하는 군사력의 중요한 일부분이라는 점이 분명한 이상, 정신전력을 보전하기 위하여 불온도서의 소지ㆍ전파 등을 금지하는 규율조항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군의 정신전력에 심각한 저해를 초래할 수 있는 범위의 도서로 한정함으로써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지키고 있고,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으로 달성되는 군의 정신전력 보존과 이를 통한 군의 국가안전보장 및 국토방위의무의 효과적인 수행이라는 공익은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군인의 알 권리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다 할 수 없다.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법익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한다.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이 법률유보 원칙을 준수하였는지를 살펴보면, 군인사법 제47조의2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군통수권을 실질적으로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군인의 복무에 관한 사항을 규율할 권한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라 할 수 있고,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다소 광범위하게 위임하였다 하더라도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이와 같은 군인사법 조항의 위임에 의하여 제정된 정당한 위임의 범위 내의 규율이라 할 것이므로 법률유보원칙을 준수한 것이다.
재판관 조대현의 별개의견
국군 부대 내에 23종의 불온도서가 반입되는 것을 차단하라는 이 사건 지시는 23종의 도서를 불온도서로 지정함으로써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의 규범력과 결합하여 국군 장병을 직접 기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국군의 사명 수행의 특수성과 군복무관계의 특수성 및 군인의 지위에 대한 헌법의 특별한 취급에 비추어 보면, 이적단체인 한총련이 보내는 23종 도서의 부대 내 반입만 금지하고 있는 것이어서 군인의 정신전력을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서 위 지시는 청구인들의 알권리 등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재판관 김종대의 별개의견
국민의 기본의무 중 하나로서 헌법 제39조에 따라 국방의 의무를 실현하는 법령은 그 위헌성 심사를 함에 있어서는 오직 국방의 의무라는 기본의무를 부과한 목적이 정당한지 또 그 내용이 합리적이고 공평한 것이었는지를 따짐으로써 충분하다. 이 사건 규율조항은 군의 정신전력 강화의 필요라고 하는 의무부과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부과 내용이 기본의무를 부과함에 있어 입법자가 유의해야 하는 여타의 헌법적 가치를 충분히 존중한 것으로서 합리적이고 타당하며, 부과의 공평성 또한 인정할 수 있으므로 과도하게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강국의 반대의견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국군 장병들은 헌법상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선량한 국민으로서 국가는 이들의 기본권이 자의적으로 제한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군인사법 제47조의2는 ‘군인의 복무’라는 광범위하고 기본권 제한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분야에 관하여 아무런 한정도 하지 않은 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되며, 그 위임을 받은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 및 이 사건 지시는 위헌적인 위임조항에 근거하고 있어 그 자체로서 위헌으로서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송두환의 반대의견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수범자인 군 장병들로 하여금 과연 어떠한 도서가 금지되는 도서인지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적용 가능성을 널리 열어두고 있는 조항으로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며, 핵심적 정신적 자유인 ‘책 읽을 자유’를 제한하면서 금지대상이 되는 도서의 범위를 엄격하게 한정하거나 지정권자 및 객관적 사전 심사절차를 규정하는 등 공익의 달성을 추구하면서도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수단을 채택하지 아니한 채 자의적인 제한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으로서, 헌법상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위헌적인 복무규율조항에 근거한 ‘불온도서 차단’ 지시 역시 위헌으로서, 아무런 심사절차를 거친 바 없이 국방부장관 등이 일정 도서를 불온도서로 지정하여 군내에서 금지함으로써 군장병들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한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이므로 헌법재판소가 그 위헌성에 관한 판단을 명백히 하여야 한다.

【심판대상조문】

군인사법(1966. 10. 4. 법률 제1837호로 개정된 것) 제47조의2
군인복무규율(1998. 12. 31. 대통령령 제15954호로 개정된 것) 제16조의2 중 ‘불온도서’의 ‘소지ㆍ운반ㆍ전파ㆍ취득행위’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21조, 제37조 제2항
군인사법 제1조, 제2호, 제56조

【참조판례】

가. 헌재 1992. 11. 12. 91헌마192, 판례집 4, 813, 823
나. 헌재 2002. 6. 27. 99헌마480, 판례집 14-1, 616, 627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1. 박○웅

2. 이○범

3. 한○완

4. 신○수

5. 지○준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청맥

담당변호사 최강욱

청구인 지○준의 대리인 변호사 김원진 외 6인

피청구인1. 국방부장관

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구충서 외 5인

변호사 이헌

2. 육군참모총장


[주 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 중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에 대한 부분을 기각하고, 나머지 부분을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들은 사법시험 또는 군법무관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 교육과정을 마치고, 육군 법무장교로 임용되어 이 사건 심판청구 당시 군법무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2) 국방부장관은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 등에 근거하여 2008. 7. 22. 각 군에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 지시’를 하달하고, 이를 받은 육군참모총장과 공군참모총장은 2008. 7. 24. 육군본부 보안과 2136호 및 공군본부 군사보안과 4528호로 예하 부대에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 지시’를 하달하였다.

이에 육군 예하 부대인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은 2008. 7. 28. 정작과 780호로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 지시’를, 육군 제9715부대는 2008. 8. 4. 정보참모처 1242호로 ‘부대 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 지시’를 하급 부대에 다시 하달하였다.


(3) 청구인들은 국방부장관의 지시를 비롯하여 육군참모총장의 지시 등 군내의 불온도서 차단대책 강구 지시가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군인사법 제47조의2,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가 헌법상 포괄위임금지원칙 및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2008. 10. 2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 조항 및 관련 조항

(1) 청구인들은 군인사법 제47조의2(이하 ‘이 사건 법조항’이라고 한다),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 및 국방부장관의 지시, 육군참모총장의 지시와 이들 지시에 따른 각 군 예하 부대의 지시 등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그 중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는 규율대상을 불온유인물ㆍ도서ㆍ도화 기타 표현물로 열거하고, 그 행위를 제작ㆍ복사ㆍ소지ㆍ운반ㆍ전파ㆍ취득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청구인들이 이 사건 심판청구를 통하여 실제로 다투고 있는 것은 그 대상으로는 ‘불온도서’이고, 그 행위로는 소지ㆍ운반ㆍ전파 또는 취득행위이므로,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에 대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불온도서’의 ‘소지ㆍ운반ㆍ전파ㆍ취득행위’에 관한 부분으로 한정하기로 한다(이하 이 부분을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이라 한다).


(3) 한편 공군참모총장이 공군을 상대로 발령한 지시는 육군 법무장교인 청구인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주한 미8군 한국군 지원단 및 제9715부대가 발령한 지시 또한 소속 부대원이 아닌 청구인들과 관련이 없으므로, 청구인들이 심판을 구하는 지시 부분은 국방부장관 및 육군참모총장의 것으로 한정함이 상당하다(이하 이들 지시를 합하여 ‘이 사건 지시’라 한다).


(4) 결국 이 사건 심판대상은 이 사건 법조항,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 및 이 사건 지시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이고, 이들 심판대상 조항 및 관련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 조항>

군인사법(1966. 10. 4. 법률 제1837호로 개정된 것)

제47조의2 (복무규율)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는 이 법에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따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 군인복무규율(1998. 12. 31. 대통령령 제15954호로 개정된 것)

제16조의2 (불온표현물 소지ㆍ전파 등의 금지) 군인은 불온유인물ㆍ도서ㆍ도화 기타 표현물을 제작ㆍ복사ㆍ소지ㆍ운반ㆍ전파 또는 취득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를 취득한 때에는 즉시 신고하여야 한다.

○ 국방부장관의 지시

[별지1] 기재와 같다.

○ 육군참모총장의 지시

[별지2] 기재와 같다

<관련 조항>

군인사법

제1조 (목적) 이 법은 군인의 책임 및 직무의 중요성과 신분 및 근무조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그 임용ㆍ복무ㆍ교육훈련ㆍ사기ㆍ복지 및 신분보장 등에 관하여 국가공무원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 (적용범위) 이 법은 다음 각 호의 자에게 적용한다.

1.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ㆍ준사관ㆍ부사관 및 병

2. 사관생도ㆍ사관후보생 및 부사관후보생

3. 소집되어 군에 복무하는 예비역 및 보충역

제56조 (징계사유) 제58조의 규정에 의한 징계권자는 군인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때에는 징계의결의 요구를 하고, 동 징계의결의 결과에 따라 징계처분을 행하여야 한다.

1.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태만히 한 때

2.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

3. 그 밖에 이 법 또는 이 법에 의한 명령을 위반한 때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이해관계기관 또는 피청구인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요지

(1) 이 사건 법조항은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에 의하여 규율할 내용이 어떤 것인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두지 않은 채 이를 포괄적으로 위임하여, 군인복무에 관한 사항으로서 과연 어떤 것이 규율될 것인지에 관하여 예측할 수 없으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헌법 제37조 제2항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법률에 의하여 또는 근거하여 제한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바, 기본권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하여는 국회가 직접 결정함으로써 그 실질에 있어서도 법률에 의한 규율이 되어야 할 것인데, 이 사건 법조항은 군인의 복무에 관한 사항으로서 기본권 제한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면서 그 최소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하여 결정하지 아니한 채 이를 위임하고 있어 국회입법원칙과 법률유보원칙에도 위배된다.


(2)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이 사건 법조항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것으로서, 이 사건 법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 및 국회입법원칙 또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는 이상, 그와 같은 수권조항에 의하여 제정된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 또한 헌법에 위반된다.

또한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규율의 대상이 되는 불온도서에 있어 ‘불온’의 개념, 이를 규정하는 주체, 그 태양이 어떠한 것인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두지 아니한 채, 군인들에게 막연히 불온도서를 소지ㆍ운반ㆍ전파 또는 취득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그와 같은 도서를 취득한 경우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표현의 자유 등 정신적 자유를 제한하는 법령에서 엄격하게 요구되는 명확성원칙에 위반하는 조항이다.


(3) 이 사건 지시는 상위법령인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의 실시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을 규율하기 위하여 발령한 집행명령으로, 상호 결합하여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는 법규명령으로 기능한다.

또한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이 사건 지시와 결합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별도의 집행행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처분적인 법령에 해당한다.


(4) 이 사건 지시는 불명확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과 결합하여 표현의 자유 등 군인의 기본권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 지시가 열거하고 있는 23종의 불온도서 목록은 행정기관인 국방부의 자의적인 개념해석의 결과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지시가 가능한 것은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이 불명확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5)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과 이 사건 지시는 표현의 자유와 아울러 군인의 행복추구권, 학문의 자유, 알 권리 그리고 양심형성의 자유를 침해하고, 이 사건 지시에 의할 경우 개인의 소지품 내지 개인의 사생활 공간인 부대 내 숙소(BOQ)까지 수색ㆍ점검하여 불온서적의 수거를 강제할 수 있는바, 이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된다.


(6) 군인사법 제56조는 "징계권자는 군인이 이 법 또는 이 법에 의한 명령을 위반한 때에는 징계의결의 요구를 하고, 동 징계의결의 결과에 따라 징계처분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여 이 법에 의한 명령인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과 그에 근거한 이 사건 지시에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필요적인 징계라는 강제수단도 가지고 있으므로 군인에 대한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심하다.


나. 이해관계기관 겸 피청구인 국방부장관의 의견 요지

(1) 적법성에 관한 의견

(가) 이 사건 법조항은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 군인사법상 다른 조항 및 하위규범인 대통령령으로 규율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을 뿐, 기본권에 관하여는 직접 아무런 규율도 하지 않아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아니하므로, 군인사법 제47조의2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직접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나)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그 자체로 어떠한 기준에 의해, 무엇이 불온도서인지 구체화되지 않고, 국방부의 구체적인 지시를 통해야만 비로소 어떤 것들이 이에 해당하는지가 분명해져, 국방부장관의 불온도서 관련 지시가 있어야 비로소 구체화될 수 있는 것이므로, 그 자체만으로 직접 청구인들의 알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다) 군법무관은 임관 전의 법무사관 후보생 교육과정을 통해 군인사법 및 군인복무규율에 대하여 숙지하게 되는데, 청구인 박○웅 및 이○범은 2008. 1. 28. 입대하여 그 교육과정을 통하여 기본권 침해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이 경과한 2008. 10. 22.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으므로 이는 청구기간을 도과한 것이다.

또한 이 사건 법조항 및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이 청구인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군인신분을 취득한 시점이라 할 것으로서, 2006. 4., 2005. 4. 및 2003. 1. 법무장교로 임용된 청구인 한○환, 신○수, 지○준의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년이 경과한 후에 청구된 것이므로 이 또한 부적법하다.


(라) 명령ㆍ규칙 등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이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지므로(헌법 제107조 제2항), 행정입법에 대한 심사는 일반재판절차를 통하여 구체적인 규범통제의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

청구인들은 이 사건 지시 또는 이에 근거한 처분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그 과정에서 그 근거가 되는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를 다툴 수 있으므로, 이를 거치지 않고 한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헌법소원의 보충성에 위배된다.


(마) 이 사건 지시는 국방부장관이 예하 부대의 지휘관들에게 내린 공문으로, 행정기관의 내부적인 의사결정에 불과하고, 직접 국민의 권리의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지시는 예하 부대의 지휘관들을 수신자로 한 것으로서 그들을 실질적인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 청구인들과는 상관이 없으므로, 청구인들에게는 자기관련성이 없다.


(바) 이 사건 지시는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이거나 항고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하여 행정소송 등 구제절차를 거치지 않고 한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소원의 보충성에 위배된다.


(2) 본안에 관한 의견

(가) 이 사건 법조항 부분

1) 군인사법은 군인의 책임 및 직무의 중요성과 신분 및 근무조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그 임용ㆍ복무ㆍ교육훈련ㆍ신분보장 등에 관한 최소한의 사항을 그 자체로 규율하고, 군인의 복무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은 현실의 변화에 대응하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으로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에 위임의 취지가 있다.

이 사건 법조항은 그 위임문언만으로는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에 규정될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나, 군인사법의 목적 등 관련 법조항 및 헌법, 국군조직법, 병역법군형법 등 군 관련 법률에 비추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조항은 합리적 이유를 갖는 타당한 규율이라 할 것이고, 거기에 다소 포괄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 할 수 없다.


2) 또 군인사법은 군인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인 기본권의 실현과 관련된 부분에 대하여는 자세히 규율하고, 그와 같은 중요성이 없는 영역으로서 군복무의 태양과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규율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이를 들어 법률로써 규정할 것을 전적으로 행정입법에 맡겨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법조항은 의회입법원칙 내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 부분

1) 군 관련 법령상 불온도서는 이적성을 징표로 장병의 정신전력 또는 정신교육에 부적합한 도서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 의미 내용은 헌법 규정 및 군 관련 법령이 인정하는 군의 특수성을 고려한 법집행자의 통상적인 해석을 통하여 확정하기 어렵지 않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무엇이 금지되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 수범자가 충분히 알 수 있으므로, 개념의 불명확성으로 인한 위헌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2) 불온도서의 부정적인 영향력으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군인들이 이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고, 그와 같은 불온도서를 발견한 경우 이를 신고할 의무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에 의한 기본권 제한은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 할 수 없다.


(다) 이 사건 지시 부분

1) 군을 포함한 이른바 특별권력관계에 있어 일반적으로 법치주의가 적용된다 하더라도, 특정한 공법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특수한 법률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고, 또한 헌법 제39조 제1항에 의하면 국방은 의무로서 그 자체에 의하여 어떠한 권리가 도출되지 않는 것이므로, 군인에 대한 기본권의 제한은 헌법상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2) 이 사건 지시는 학문의 자유 또는 알 권리와 관련이 있을 뿐, 언론의 자유와는 무관하고, 또 해당도서를 영내로 반입하는 것을 금지할 뿐, 영외에서 어떠한 책을 읽더라도 문제 삼지 않으며, 진리탐구 그 자체를 방해하는 것도 아니므로, 학문의 자유 등도 문제되지 않는다.


3) 이 사건 지시는 헌법상으로 매우 중요한 공익인 국가안전보장을 도모하며, 장병들의 정신전력의 유지를 통하여 군을 보호하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그 수단 또한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유효한 것이다.


4) 이 사건 지시가 23종의 도서를 ‘취득’ 또는 ‘열람’하는 것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영내의 반입’만을 차단하고 있을 뿐이므로, 이로써 기본권의 제한에 필요한 수단의 범위를 넘었다 할 수 없고,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쉽게 상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지시는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지시에 의한 기본권의 제한은 경미한 반면 이를 통해 추구하려는 공익은 국가안전보장이라는 중대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익 균형성의 원칙도 충족하고 있다.


5)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양심의 자유와 관련이 없거나 간접적으로만 관련되는 것이고,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비주류의 또는 익숙하지 않은 이념이나 사상, 역사 등을 주제로 다룬 책을 읽기 원한다는 것인데, 이는 양심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포함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라는 중대한 공익을 고려할 때 양심의 자유가 양보해야 할 영역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지시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다. 이해관계기관 법무부장관의 의견 요지

이해관계기관 겸 피청구인 국방부장관의 의견과 대체로 같다.


3. 적법성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법조항 부분

법령조항 자체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그 자체에 의하여 직접, 현재, 자기의 기본권을 침해당하여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직접성이란 집행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령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긴 경우를 뜻한다(헌재 1992. 11. 12. 91헌마192, 판례집 4, 813, 823).

이 사건 법조항은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는 이 법에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따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기본권 침해에 관하여 아무런 규율도 하지 아니한 채 이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으므로, 그 내용이 국민의 권리관계를 직접 변동시키거나 법적 지위를 결정적으로 정하여 국민의 권리관계를 확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이 사건 법조항에 관한 부분은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 요건을 흠결하였다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 부분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군인들에 대하여 불온도서에 해당하는 도서의 취득 등의 금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바, 군인들은 이 사건 복무규율 조항에 근거한 어떠한 집행행위에 의하여 비로소 그러한 불온도서의 취득 등 금지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동 조항 자체에 의하여 직접 그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고 할 것이므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 및 공권력 행사성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지시 부분

이 사건 지시 중 국방부장관이 각 군에 내린 것은 그 직접적인 상대방이 각 군의 참모총장 및 직할 부대장이고, 육군참모총장의 것은 그 직접적인 상대방이 육군 예하부대의 장으로, 청구인들을 비롯한 일반 장병은 이 사건 지시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니므로, 이 사건 지시를 받은 하급 부대장이 일반 장병을 대상으로 하여 이 사건 지시에 따른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함으로써 비로소 청구인들을 비롯한 일반 장병의 기본권 제한의 효과가 발생한다 할 것이다.

청구인들을 비롯한 일반 장병의 기본권 제한은 하급 부대장의 구체적 집행행위를 매개로 하여 비로소 현실화된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지시 자체가 대외적 효력을 발하여 청구인을 비롯한 일반 장병에 대하여 직접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을 초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지시 자체는 군 지휘조직 내부의 행위로서 청구인들을 비롯한 일반 장병에 대한 직접적인 공권력 행사라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이 사건 지시 부분은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 요건을 흠결하였다 할 것이다.


라. 소결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에 대한 부분은 적법하고, 나머지 이 사건 법조항 및 이 사건 지시에 대한 부분은 부적법하다 할 것이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과 제한되는 기본권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군인인 국민이 자신이 선택한 도서를 자유롭게 소지ㆍ운반ㆍ전파 또는 취득하거나 부대 내에 반입할 수 없게 함으로써 헌법 제21조 등에서 도출되는 기본권인 알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서 ‘알 권리’란 모든 정보원(情報源)으로부터 일반적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처리할 수 있는 권리이고, 여기서 ‘일반적’이란 신문, 잡지, 방송 등 불특정다수인에게 개방될 수 있는 것을 말하며, ‘정보’란 양심, 사상, 의견, 지식 등의 형성에 관련이 있는 일체의 자료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출판되어 공중에 판매되는 도서 또한 불특정 다수인에게 개방된 매체라 할 것이고, 이러한 도서가 담고 있는 정보는 양심, 사상, 의견, 지식 등의 형성에 관련이 있는 자료라 할 것이다.

알 권리가 공공기관의 정보에 대한 공개청구권을 의미하는 경우에는 청구권적 성격을 지니지만,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자유롭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경우에는 자유권적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서, 이 경우 그러한 권리는 별도의 입법을 할 필요도 없이 보장되는 것이므로, 일반적으로 정보에 접근하고 수집ㆍ처리함에 있어 알 권리는 별도의 입법이 없더라도 국가권력의 방해를 받음이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헌재 1998. 10. 29. 98헌마4, 판례집 10-2, 637, 645-648 참조).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출판ㆍ판매되는 일정한 도서에 대하여 취득ㆍ소지 내지는 부대 내의 반입 등을 금지하고 있는바, 이는 일반적인 정보원이라고 할 도서의 취득ㆍ소지ㆍ반입 등을 제한함으로써 알권리를 제한하는 것이고, 또한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공공기관의 정보에 대한 공개청구권과 관계된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자유로운 정보 수집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므로, 별도의 입법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보장되는 자유권적 성격의 알 권리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정보의 내용에 따라 이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하고 있는데, 국가권력이 일정한 학문적, 사상적 내용을 갖고 있는 정보에 대한 접근을 그 내용을 이유로 차단하는 경우에는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형성이 제한되어 학문ㆍ사상ㆍ양심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에 의한 알 권리의 제한은 이들 정신적 자유의 제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의 기본권 침해 여부

(1)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수범자인 군인들이 불온도서 등을 소지ㆍ운반ㆍ전파 또는 취득하여서는 아니 되고, 이를 취득한 때에는 즉시 신고하도록 규정하면서, 과연 어떤 도서가 금지된 도서인지에 관하여 단순히 ‘불온’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을 뿐 달리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의 ‘불온’의 개념이 과연 명확성원칙을 준수한 것인지가 문제된다.

(가) 명확성원칙이란 법령을 명확한 용어로 규정함으로써 적용 대상자 즉 수범자에게 그 규제내용을 미리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장래의 행동지침을 제공하고, 동시에 법 집행자에게 객관적 판단지침을 주어 차별적이거나 자의적인 법해석 및 집행을 예방하기 위한 원칙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원리에 기초하여 모든 기본권 제한입법에 요구되는 원칙이다(헌재 2002. 6. 27. 99헌마480, 판례집 14-1, 616, 627 참조).


(나)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에서 사용하고 있는 ‘불온’의 개념은 사전적으로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라고 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바, 이는 가치관에 기한 판단을 포함하는 것으로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의미를 표방하는 개념으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한편, 공산주의 체제인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국가안보상황은 매우 가변적이어서 이를 미리 예측하여 규율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이 정하는 분야인 정신전력의 영역은 고도의 전문적인 판단을 요하는 민감한 부분이 아닐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사항에 대하여 사전에 일의적으로 명확하게 규율하는 것은 그다지 쉽지 않고, 오히려 현실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불확정개념으로 규율할 필요성이 있다 할 것이다.


(다) 군인사법 제47조의2에 따라 군인의 복무 기타 병영생활에 관한 기본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군인복무규율은, 국민의 군대로서 국가를 방위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의 통일에 이바지함을 국군의 이념으로 하고(제4조 제1호),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보전하고 국토를 방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나아가 국제평화의 유지에 이바지함을 국군의 사명으로 규정하고 있는바(제2호), 이들 규정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이와 같은 국군의 이념 및 사명을 해할 우려가 있는 도서로 인하여 군인들의 정신전력이 저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여기에 규정한 ‘불온도서’는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해하거나,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내용으로서, 군인의 정신전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도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라)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국가안전보장의 사명을 수행하는 국군의 구성원인 군인을 수범자로 한정하고 있는바, 통상적인 법감정과 복무의식을 가지고 있는 군인이라면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의 규율내용을 이와 같이 예측하고 이를 행동 및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할 것이고, 또한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을 위반한 행위에 대한 징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에서도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적용에 의하여 보완될 수 있으므로 법집행당국의 자의적인 집행의 가능성 또한 크지 않다 할 것이다.


(마) 결국,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규범의 의미내용으로부터 무엇이 금지되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알 수 있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 법령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군인은 불온도서 등을 소지ㆍ운반ㆍ전파하거나 취득하여서는 아니 되고, 이를 취득한 때에는 즉시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알 권리 등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

(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군의 정신전력을 보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바, 정신전력이 국가안전보장을 확보하는 군사력의 중요한 일부분이라는 점이 분명한 이상, 그 목적의 정당성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또 국가안전보장과 직결되는 위치에 있는 군의 정신전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적표현물 등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해하는 도서로서 군인의 정신전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불온도서에 대한 군인의 접근을 차단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하여 해당 도서의 소지 및 취득 등을 금지하는 것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적절한 수단이 된다 할 것이다.


(나)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해하거나,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내용으로서, 군인의 정신전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한정된 범위내의 불온도서를 취득하는 등 행위를 금지하고, 그 인적인 범위 또한 군인들로 한정하고 있다.

기본권의 예외 없는 보장을 핵심으로 하는 오늘날의 법치주의 헌법 아래에서 군인이라고 하여 기본권 보장의 예외가 될 수는 없으나, 기본권의 보장도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그 기반으로 하는 것이고, 군인은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보장함을 직접적인 존재의 목적으로 하는 군 조직의 구성원이므로, 그 존립 목적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일반인 또는 일반 공무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기본권 제한이 가중될 수 있는 것이다.

군인들의 정신전력은 국가안전보장의 중요한 부분을 형성하는 것으로서,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해하거나,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등 군인의 정신전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내용의 도서가 군인들의 정신전력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한편, 일반적으로 도서의 소지ㆍ취득ㆍ독서 등은 개인적인 영역에 속하는 행위이지만, 집체생활을 하는 군인들에게는 구체적인 사회적 위험성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고, 또한 군의 정신전력을 해할 목적으로 도서를 소지, 취득하는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라는 군의 헌법적 사명을 수행하는 데 심각한 저해를 가져올 수 있는 경우에는 개개의 군인에 대하여 도서의 취득 등의 제한을 통하여 알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할 것이고, 또 이와 같은 제한은 필요한 범위를 넘거나 지나치게 광범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렇듯 군의 정신전력에 심각한 저해를 초래할 수 있는 범위의 도서로 한정하여 소지 및 취득 등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기본권의 제한에 있어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지키고 있다 할 것이고,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으로 달성되는 군의 정신전력 보존과 이를 통한 군의 국가안전보장 및 국토방위의무의 효과적인 수행이라는 공익은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군인의 알 권리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다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법익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한다.


(3) 법률유보원칙 위반 여부

(가) 법률유보원칙의 의의 및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

국민의 기본권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제한할 수 있으나, 그 제한도 원칙적으로 법률로써만 가능하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고, 그것도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법률유보원칙은 ‘법률에 의한’ 규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근거한’ 규율을 요청하는 것이므로, 기본권 제한의 형식이 반드시 법률의 형식일 필요는 없고, 법률에 근거를 두면서 헌법 제75조가 요구하는 위임의 구체성과 명확성을 구비한다면 위임입법에 의하여도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헌재 2005. 2.24. 2003헌마289, 판례집 17-1, 261, 269).

한편, 우리 헌법은 제75조에서 법률로 대통령령에 위임을 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헌재 1995. 11. 30. 91헌바1등, 판례집 7-2, 562, 591 참조).

그런데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에서 규율하고 있는 불온도서에 관한 기본권의 제한 가능성에 대하여 법률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거나, 그 범위를 정하여 위임하고 있지 않으므로, 군인의 복무에 관한 사항으로서 군인사법에 정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에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군인사법 제47조의2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는 것인지, 그 법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면,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이 법률유보원칙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나) 법률유보원칙 준수 여부

국방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명하복의 체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군조직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군인의 복무 기타 병영생활 및 정신전력 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부분은 행정부에 널리 독자적 재량을 인정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영역에 대하여 법률유보원칙을 철저하게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그와 같은 요구를 따르지 못한 경우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

또한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및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고(헌법 제66조 제2항), 이를 위하여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군을 통수할 권한을 가지는바(헌법 제74조 제1항), 대통령의 이러한 국군 통수작용은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행하여지는 것으로서, 여기에는 광범위한 유동성ㆍ긴급성ㆍ기밀성 등이 요구되고, 특히 남북한의 군사력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특수한 안보상황에서 이러한 요구는 더욱 절실하다.

군인들의 복무에 관한 사항은 군사적인 전략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동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사항을 현실의 변화에 대응하여 유연하게 규율하도록 하기 위하여 광범위하게 대통령령에 위임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할 것이므로, 군인의 임용, 복무, 교육훈련, 사기, 복지 및 신분보장 등에 관하여 국가공무원법에 대한 특례를 정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군인사법 제47조의2는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는 이 법에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따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조항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은 군인의 복무 기타 병영생활에 관한 기본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제1조), 군인들의 직무상의 다양한 의무 등 복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군인사법 제47조의2는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등에 관한 대통령의 헌법상 책무를 다하도록 하기 위하여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군통수권을 실질적으로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군인의 복무에 관한 사항을 규율할 권한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라 할 수 있고, 그 조항이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다소 광범위하게 위임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헌법 제75조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군인사법은 군인의 직무의 중요성, 신분 및 근로조건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국가공무원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바(제1조 참조), 국가공무원법의 공무원 복무관련 규정(제7장 제55조 내지 제66조)은 군인사법 제47조의2의 규정의 위임범위에 관한 해석의 지침을 제공한다고 할 것이고, 또한 군인사법 자체도 제47조에서 군인의 직무상 의무의 대강으로 충성의무, 성실의무, 위험 및 책임회피 금지, 직무이탈금지 등을 정하고 있으므로, 군인사법 제47조의2의 위임에 따른 군인복무규율에서 규정할 내용은 이러한 군인의 직무상 의무를 구체화하거나 이를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 및 국가공무원법상 복무관련 규정에 대한 특례사항 등이 될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군인사법 제47조의2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결국, 군인사법 제47조의2는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이와 같은 군인사법 조항의 위임에 의하여 제정된 정당한 위임의 범위 내의 규율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법률유보원칙을 준수하였다 할 것이다.


4. 결론

그러므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 중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에 대한 부분을 기각하고, 나머지 부분을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조대현의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 및 지시에 대한 별개의견,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김종대의 별개의견,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강국의 이 사건 법조항, 복무규율조항 및 지시에 대한 반대의견과 아래 8.과 같은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송두환의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 및 지시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5. 재판관 조대현의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 및 지시 부분에 대한 기각의견

가. 적법요건에 관하여

군인사법 제47조의2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지 않으므로 각하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수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나 국군 부대 내에 23종의 불온도서가 반입되는 것을 차단하라는 이 사건 지시는 23종의 도서를 불온도서로 지정함으로써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의 규범력과 결합하여 국군 장병을 직접 기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국군 장병의 기본권에 대한 직접침해성과 청구인들의 자기관련성이 인정된다고 생각한다.


나. 이 사건 지시의 취지ㆍ내용

국방부장관은 2008. 7. 15. 국군기무사령부로부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이라고 약칭함>이 현역 국군 장병에게 교양도서 23종을 보내는 운동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정보를 보고받고, 대법원에서 이적단체(利敵團體)라고 판시한 한총련이 현역 장병에게 도서보내기 운동을 벌이는 것은 국군의 정신전력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차단하기 위하여 2008. 7. 22. 각군 참모총장과 직할부대장에게 (한총련이 국군 장병에게 보내는) 23종의 도서가 부대 안에 반입되지 않도록 차단조치하라는 내용의 이 사건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2008. 7. 24. 육군 참모총장이 국방부장관의 지시 내용과 같은 내용을 예하 부대의 지휘관들에게 지시하였다.

이 사건 지시는 국방부장관과 육군 참모총장이 각 예하부대의 지휘관에게 내린 것이고 모든 장병을 직접적인 수명자로 하는 것이 아니지만, 23종의 도서를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온도서로 지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그 부분은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의 규범력과 결합하여 모든 장병을 직접 구속하는 규범력을 가진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나 이 사건 지시의 요점은 (한총련이 현역 장병에게 보내는) 23종의 도서를 국군 부대 안에 반입되지 않게 차단조치하라는 것이므로, 현역 장병이 부대 밖에서 그 도서를 소지하거나 취득하거나 독서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취지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지시 중에는 23종의 도서를 취득하면 즉시 신고하도록 교육하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것도 부대 내 반입을 차단하는 대책의 하나로 지시된 것이므로, 23종의 도서를 부대 밖에서 소지하거나 취득하거나 독서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취지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의 규정이 이 사건 지시와 결합하여 장병들에게 실제로 적용되는 부분은 이 사건 지시에서 특정한 23종의 도서가 국군 부대 안에 반입되지 못하게 하는 한도에 그치고, 부대 밖에서 그 도서를 소지하거나 취득하거나 독서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지시와 복무규율조항이 이적단체인 한총련이 현역 장병에게 보내려고 하는 23종의 도서가 부대 내에 반입되지 않도록 차단하라고 지시한 조치가 현역 군법무관인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였는지 여부라고 할 것이다.


다. 국군의 사명과 군복무의 특수성

대한민국헌법은 전문에서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고,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는 국군을 설치하고(제5조 제2항, 제74조 제2항), 이를 위하여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지우며(제39조 제1항), 대통령에게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을 수호할 책무를 지우면서(제66조 제2항) 국군통수권을 부여하는(제74조 제1항) 한편,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고(제37조 제2항), 군인이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입은 손해의 배상에 대해서는 특별취급을 할 수 있도록 하며(제29조 제2항), 국가유공자ㆍ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은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제32조 제6항), 군인에 대해서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허용하고(제27조 제2항, 제110조), 비상계엄 하에서 군인에 대한 군사재판은 단심으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제110조 4항) 있다.

이와 같이 우리 헌법은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국군에게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사명을 부여하고 그러한 특수한 사명을 수행하는 군인을 일반인과 달리 취급하고 있다. 국군의 사명을 수행하려면 군인들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까지 위태롭게 하는 전투행위를 수행하여야 하므로, 국군의 사명 자체가 군인들의 기본권이 희생될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국가의 존립과 안전은 국민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기본토대이기 때문에, 기본권 보장의 기본토대를 확보하는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군인의 기본권은 특별한 제한을 받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국군의 사명 수행의 특수성과 군복무관계의 특수성 및 군인의 지위에 대한 헌법의 특별한 취급에 비추어 보면, 국군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군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가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 직접 규율하지 아니하고 국군통수권에게 개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위임하거나 군사지휘권에게 재위임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군인사법 제47조의2가 군인의 복무관계에 관한 사항을 일반 공무원의 복무관계와 다르게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개괄적으로 위임하였다고 하더라도, 군인의 사명과 복무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으로서 헌법 제75조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라. 청구인들의 기본권 침해 여부

국방부장관의 이 사건 지시는 국군 장병들의 지휘관으로서 (이적단체인 한총련이 보내려고 하는) 23종 도서의 부대 내 반입을 차단시켜 군인들의 정신전력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인다.

군인의 전투력 중 정신전력도 매우 중요하므로, 군인의 사명의식과 전투의지를 높이기 위하여 정신교육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정신전력을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국방부장관이나 육군 참모총장이 이적단체인 한총련이 현역 장병에게 특정 도서를 보낼 경우에 군인의 정신전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군인의 정신전력을 보전하기 위하여 그러한 도서의 영내 반입을 금지시킨 것은 군사상 필요한 범위를 벗어나거나 지휘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지시는 23종 도서가 과연 불온문서인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심사하지 아니한 채 이루어진 것이고 23종의 도서 중에 양서(良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적단체인 한총련이 현역 장병에게 23종의 도서를 보내려고 한다는 특별한 상황에서 그 23종의 도서를 일괄적으로 반입차단대상으로 지정한 것이고, 23종의 도서 중에는 군인의 정신전력을 해칠 우려가 있는 도서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이므로, 국군의 정신전력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고, 그 위법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지시는 한총련이 현역 장병에게 보내는 23종의 도서를 부대 안에 반입되지 않게 조치할 뿐이다.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는 불온도서의 소지ㆍ운반ㆍ전파ㆍ취득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 사건 지시가 불온서적으로 정한 23종의 도서를 부대 안에 반입되지 못하게 하는 한도에서만 청구인들에게 현실적으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고, 청구인들이 그러한 도서를 부대 밖에서 소지ㆍ운반ㆍ전파ㆍ취득하거나 읽는 것이 실제로 금지되었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지시나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에 의하여 군인 장병들의 알권리 기타 기본권이 침해되는 정도는 경미하다고 할 것이다.

청구인들은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가 모든 군인에게 소지ㆍ운반ㆍ취득 등을 금지하는 불온도서의 개념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고 주장하지만, 군인의 특수한 사명과 국인복무규율의 근본목적에 비추어 보면 불온도서는 국군의 사명을 수행함에 필요한 정신전력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도서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고, 이 사건에서는 특정된 23종 도서의 부대 내 반입만 금지되었을 뿐이므로, 불온도서 개념의 불명확성이나 금지행위의 광범성에 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마. 소결

결국 이 사건 지시와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부당하거나 과도하게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


6. 재판관 김종대의 별개의견

나는 이 사건 규율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의 구성에 있어서는 견해를 달리하므로,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가. 기본권과 기본의무의 관계

(1) 국가와 국민과의 헌법적 관계는 우리 헌법 제2장에 의해 권리와 의무라는 형태로 짜여져 나타나 있다. 국민의 기본적 권리의 보장과 그 제한에 관하여 헌법 제10조 내지 제37조가, 기본적 의무의 부과에 관해서는 제38조 및 제39조가 각각 규율하고 있다. 헌법이 국민의 권리의무를 이같이 나누어 규정하고 있는 뜻은, 우리 헌법은 국민의 관점에서 볼 때 기본권과 기본의무의 두 축으로 짜여 있고 국가의 관점에서는 기본권의 보장과 동시에 국가공동체의 보존ㆍ유지를 위한 재정력과 국방력의 확보라는 두 기본가치를 대등하게 결합시켜 놓은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국민의 기본권과 기본의무는 공동체의 보존ㆍ유지에 있어서 서로가 서로를 무시할 수 없는 보완ㆍ협조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국가공동체를 형성하고 보존ㆍ유지함에 있어 기본권은 사회통합의 무형적, 공감적 가치로서 기능하는 반면 기본의무는 유형적, 물리적 기초로서 기능하여 양자가 모두 필요불가결한 기능을 하므로, 그들 사이의 긴장과 갈등관계는 일방이 다른 일방의 우위에 섬으로써는 해결될 수 없고, 공동체 유지를 위해 합리적 조화점을 찾음으로써 해결될 수 있을 뿐이다.


(2) 이처럼 기본권과 기본의무는 국가공동체의 보존ㆍ유지라는 가치를 위하여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두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하므로, 국가가 국민의 기본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해 부과하는 구체적 의무설정행위와 기본권을 제한함으로써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의무의 설정행위는 동일한 차원에서 평가될 수 없다. 헌법상 국민이 부담하는 기본의무는 국가공동체의 보존ㆍ유지를 목적으로 하여 헌법이 직접적으로 설정한 의무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기본권을 제한할 때 국민이 부담하게 되는 수인의무와는 그 차원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법 제38조에 합치되는 납세의무의 부과에 대하여 재산권이나 영업의 자유 등으로 대항한다거나, 헌법 제39조에 부합하는 국방의무의 부과에 대하여 일반적 행동의 자유, 신체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을 이유로 대항하는 것은, 적어도 헌법이 설정한 기본권과 기본의무의 기본구도체계에 맞지 않는다[헌재 2004. 8. 26. 2002헌가1, 판례집 16-2(상), 141, 183-187 참조]. 그렇다고 하여 기본의무를 부과하는 입법을 함에 있어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소홀히 여길 수 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입법자는 기본권을 제한할 때뿐만 아니라 기본의무를 부과ㆍ설정함에 있어서도 항상 공동체의 최고 가치질서인 기본권 존중의 원칙을 충실히 반영해야 하겠기 때문이다.


나. 기본의무를 부과하는 법령에 대하여 적용할 위헌심사기준

(1) 기본의무 부과의 위헌심사기준에 대하여 우리 헌법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아니한 결과, 이는 헌법재판소의 헌법해석(헌법 제38조 및 제39조의 해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까지 헌법재판소는 기본적 의무부과의 뒷면에 서 있는 기본적 권리가 과잉제한되느냐의 여부(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비례심사)로 기본적 의무부과의 위헌 여부를 가려왔다. 그리하여 납세의무를 부과하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납세의무의 뒷면에 서 있는 재산권의 과잉제한이 되느냐의 여부로써 판단했고, 국방의무를 부과하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그 뒷면의 양심의 자유나 혹은 직업선택의 자유 등의 기본권에 대한 과잉제한이 되느냐의 여부로써 판단해 온 것이다. 이 사건의 다수의견과 반대의견도 이 사건 규율조항의 위헌성을 알권리, 사생활의 자유에 대한 과잉금지원칙의 적용을 통하여 심사함으로써, 위와 같은 전통적 심사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앞서 언급한 기본권과 기본의무의 헌법적 관계에 비추어 옳지 않다. 기본권과 기본의무가 국가공동체의 보존ㆍ유지를 위한 대등한 두 축이라면 기본의무 부과의 위헌심사기준을 기본권 제한의 위헌심사기준의 그림자로 삼아야 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 나는 기본의무 부과의 위헌심사기준으로 일응, ⅰ) 의무부과 목적이 국가의 유지와 보존을 위한 필요성에 있어야 하고, ⅱ) 의무부과 내용이 합리적이고 타당해야 하며, ⅲ) 의무부과방법이 공평해야 한다는 3가지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즉, 기본의무를 부과함에 있어서는, 그 목적이 세수의 증대를 통한 국가의 재정확보, 국방력 증대를 통한 국가보존과 유지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필요성에 있어야지 그 외 일체의 다른 목적을 가져서는 안되고(국가의 유지ㆍ보존을 위한 필요성의 목적), 세금을 부과하거나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설정된 부과내용이, 부과 목적과의 상관관계 하에서, 또다른 중요한 헌법적 가치인 기본권 존중의 원칙 등에 부합하도록 합리적이고 타당한 경계를 설정한 것이어야 하며(부과 내용의 합리성과 타당성), 부과수단이나 그 대상의 선택에 있어 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부과방법의 공평성).


(3)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위헌심사기준을 통과하면 그 기본권이 제한됨으로써 생겨난 의무의 부담이 과잉이냐 아니냐와 무관하게 합헌적 법률이 되듯이, 기본의무 부과법률이 위 위헌심사기준을 통과하게 되면 그로 인해 생겨난 기본권의 제한이 과잉이냐 아니냐는 따로 따질 것 없이 합헌적 법률이 될 것이다. 즉, 기본의무 부과가 위헌이 아니라면 그 의무부과에 따르는 기본권의 제한적 상황은 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다. 이 사건 규율조항의 위헌 여부

(1) 이 사건 규율조항의 성격

우선, 군인사법 제47조의2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이 사건 규율조항은,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제한하는 헌법 제37조 제2항 소정의 법령이 아니라 국방의 의무를 형성하는 헌법 제39조 제1항 소정의 법령의 성격을 가지므로, 종래의 기본권 제한 법률의 심사기준으로써 그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는 없고 위에서 본 기본의무 부과의 위헌심사기준을 적용하여 위헌 여부를 심사해야 할 것이다.


(2) 우리 헌법상 군의 목적과 사명

국가간에 전쟁이 일어나면 기본권의 전제가 되는 국가와 헌법의 존립이 위협받게 된다. 전쟁은 국가간 서로의 생존을 두고 벌이는 병력에 의한 싸움이고 이 전쟁의 결과에 따라 국가와 그 헌법의 존망이 결정되므로 국민이 국가와 헌법의 존립을 지키고 기본권을 보장받자면 반드시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존립을 보위해 내야만 한다.

우리 헌법은, 이러한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헌법의 존립을 지키기 위하여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부과한 뒤(제39조), 그 의무를 이행하는 조직으로서 국군을 창설했고(제74조),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국군의 신성한 의무로 규정했으며(제5조 제2항), 국군의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국가의 독립ㆍ영토의 보전ㆍ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막중한 책무를 부과하고 있다(제66조 제2항).


(3) 군의 특질과 지휘권의 중요성

군대의 구성원인 군인은 국외의 침략으로부터 오직 국가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서 훈련하고 대비하다가 전쟁이 발발하면 가장 먼저 목숨을 걸고 적과 싸워 승리함으로써 나라를 지켜야 할 1차적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 전투에서의 승리는 지휘관의 역할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전쟁의 성격과 상명하복의 조직원리가 절대적인 군의 속성상, 지휘관에게 전쟁의 승패 및 그에 의한 국가의 존망이 좌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휘관에게 이와 같은 막중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지휘관이 군대를 통솔ㆍ지휘함에는 전투를 당해서뿐 아니라 전투준비 단계인 평시에도 지휘관에게 포괄적 지휘재량이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군전력에는 유형적 힘뿐 아니라 무형적 정신전력도 포함되는 이상 군지휘관에게는 군인들의 정신무장을 강화하기 위하여 평소 군인의 복무내용 결정에 관해서도 다소 포괄적 재량권이 인정될 수밖에 없다.


(4) 기본의무 위헌심사기준의 구체적 적용

(가) 국가의 유지ㆍ보존을 위한 필요성의 목적

이 사건 규율조항의 제정 목적은 군의 정신전력의 강화이다. 군의 전력을 강화하는 것은 국방력을 증진시켜 국가의 안위를 보존하는 데 가장 핵심되는 요소이다. 따라서 군의 정신전력 강화를 도모코자 하는 이 사건 규율 조항은 국가의 유지ㆍ보존(안보)을 위한 필요성에 기한 것으로 그 목적이 정당하다 할 것이다.


(나) 부과 내용의 합리성과 타당성

1) 이 사건 규율조항에 의한 의무부과 내용은, "군인은 불온 … 도서를 … 소지ㆍ운반ㆍ전파 또는 취득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를 취득한 때에는 즉시 신고하도록" 하는 것인바, 그 내용이 국방의 의무를 부과함에 있어 입법자가 존중해야 할 헌법적 가치들을 충분히 고려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이었는지에 관하여 살펴 본다.


2) 첫째, 위 의무부과 내용이 국방의 의무를 부과함에 있어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였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복무기간 중 군인으로서 국가가 부여한 사명을 완수하는 데 어떠한 내용의 규율이 필요하고 유익한지는 군 전체의 복무기강을 확립하여 언제라도 국가의 안위를 도모함에 빈틈이 없도록 대비할 헌법상 책무가 주어진 군통수권자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아무리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국회가 국민의 의견을 백방으로 수렴한다 하더라도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군인의 병영질서와 이를 위한 복무규율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자세히 규율하는 것은 결코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사건 규율조항에 언급된 의무부과 내용이 법률의 형태로 규정되지 않고 대통령령에 위임되었다 하여 바로 위 의무부과가 합리성과 타당성을 결여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반했다고 할 수 없다.


3) 둘째, "명확성의 원칙을 존중하였는지"에 관하여 살펴 본다.

우선, ‘불온’도서가 어떠한 유형의 도서를 의미하는 것인지, 그 내용이나 표현이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불온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개념 자체의 의미를 이 사건 규율조항이 자세히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국가를 수호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하는 헌법적 사명을 가진 군 조직 내에서 군인의 복무규율 확립을 위한 한 내용으로 ‘불온’도서를 금지한 것이므로, 여기서의 불온성은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끼치고 헌법이 군에게 부여한 임무를 완수하는 데 필요한 군의 정신전력을 저해하는 표현물이라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혹시 다소의 불명확성이 있다 하더라도, 전쟁 대비를 지휘관에게 맡겨 두고 군인의 정신전력을 극대화할 책무를 그에게 부여하는 이상 군지휘관에게 불온성 판단에 관한 재량권을 맡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 규정이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4) 마지막으로, 의무를 부과함에 있어 "기본권 존중의 원칙을 충분히 존중하였는지"에 관하여 살펴 본다.

군인도 국민인 이상 전쟁과 전쟁준비에 직결되는 영역 외에서는 일반 국민과 같은 내용의 기본권 주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쟁이 나면 국가의 존립자체를 책임져야 하는 군의 헌법적 책임의 근원적 특수성 때문에, 전쟁시 또는 전쟁을 상시 준비해야 하는 복무기간 동안만큼은 일반 국민들과 같은 차원의 기본권 보장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군지휘관이 전쟁에서 지휘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병사들의 모든 기본권조차, 심지어 생명권조차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이상,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에 대비ㆍ훈련해야 하는 군 복무기간 동안은 지휘관의 판단여하에 따라 다소 광범위한 기본권 제한상황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군전력에 있어서는 유형적 물리력보다 무형적 정신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가볍지 아니하므로, 군지휘관에게는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정신무장을 통한 전력 극대화를 위해 군 전체의 사기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책은 읽지 못하게 한다거나 어떤 유형의 행동은 하지 못하도록 금지할 수도 있을 것이므로, 군지휘관의 이러한 지휘권 행사에 대해 일반 국민의 경우와 같은 내용의 기본권을 주장해 지휘권에 맞설 수는 없다. 이는 군지휘관이 할 수 있는 정훈교육의 일종으로서 그 지휘권의 당부 판단은 전력극대화를 위하여 군지휘관이 갖는 지휘명령권의 특수한 내용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일반 국민의 알 권리, 표현의 자유, 정신적 기본권을 갖고 접근할 수만은 없는 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규율조항을 통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불온도서의 소지ㆍ취득 기타 여하한 형태의 유통을 금지시키고 있는 것은, 헌법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부여한 책무와 권한에 비추어 합리적인 범위 내에 속한다고 본다.


(다) 부과의 공평성

한편, 위와 같은 군인의 권리와 의무를 논함에 있어서, 군인의 신분이면 장교, 하사관을 비롯한 직업군인이건 징집된 사병이건 큰 차이가 없다.

국방의 의무란 단지 군에 징집되어 의무복무기간 동안 복무하는 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역 이후에도 예비군 또는 민간인으로서 간접적인 병력을 형성하거나 군작전명령에 협력하는 방식으로 국민 전체가 부담하는 넓은 개념으로 해석되고 있으므로(헌재 1995. 12. 28. 91헌마80, 판례집 7-2, 851, 868 ; 헌재 2002. 11. 28. 2002헌바45, 판례집 14-2, 704, 710 등 참조), 징집된 사병이나 단기복무장교의 경우, 의무복무기간 동안은 국방의 의무의 전면적 적용을 받다가 전역 이후에는 예비군 또는 민간인으로서 간헐적으로 국방의 의무를 부과받을 뿐이다. 하지만, 장기복무장교나 준사관, 부사관과 같은, 소위 직업군인의 경우에는 의무복무기간을 넘은 장기간 동안, 또는 입대 초기부터 국가의 보존과 방위를 위한 핵심적 조직인 군을 자신의 직업으로서 선택한 자들이기에, 적어도 자신이 직업으로 선택한 군에서의 생활에 관해서는 여전히 국방의 의무의 전면적 적용 하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비록 직업으로서의 군 생활 영역 이외의 영역에서는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각종 기본권을 국가에 대하여 주장할 수 있고 그러한 기본권을 제한함에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적용하여 심사할 것이나, 자신의 직업과 관련하여 군 내부에서 부과되는 각종 부담이나 제한은 국방의 의무를 부과하는 일내용으로서 과해지는 것이기에 기본권을 제한하는 여타의 부담과 같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군에 지워지는 동일한 국방의 의무부과내용이 그 부과대상이 의무복무기간 중에 있는 자인지 직업군인인지에 따라 헌법적으로 달리 평가되는 모순을 피할 길이 없게 되므로 부당하다.

이 사건 규율조항의 내용은 군의 정신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군 전체의 사기와 단결을 저해할 수 있는 불온도서의 소지ㆍ취득 및 유통을 금지시키는 것으로서, 기본적으로 사병과 장교 간에 그 부과내용이나 부과정도를 달리 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성질의 국방의 의무부과라고 볼 것이다. 사병을 통해서든 장교를 통해서든 일단 군부대 내에 불온도서가 반입ㆍ유통된다면 군의 사기를 저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군통수권자가 이를 금지시키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취지에서 이 사건 규율조항은 사병과 장교를 차별하여 취급하지 않고 동일한 내용으로 의무를 부과하였으며, 의무가 부과된 대상자들 중 특별히 선별하여 차별적인 예외나 혜택을 부여한 바도 없으므로, 의무부과의 대상을 선택함에 있어서 공평성 요건도 충족하였다.


라. 소결

이 사건 규율조항은 복무기간 중 군인에게 국방의 의무를 부과하는 일내용으로서 기본의무 부과의 위헌심사기준에 따라 그 위헌성을 심사하여야 할 것인데, 군의 정신전력 강화의 필요라고 하는 의무부과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부과 내용이 기본의무를 부과함에 있어 입법자가 유의해야 하는 여타의 헌법적 가치를 충분히 존중한 것으로서 합리적이고 타당하며, 부과의 공평성 또한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그로 인해 불가피하게 생겨나는 기본권 제한의 점은 따로 심사할 필요 없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할 것이다.


7. 재판관 이강국의 이 사건 법조항, 복무규율조항 및 지시에 대한 반대의견

나는 이 사건 법조항,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 및 이 사건 지시가 군법무관인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가. 현대 법치국가원리와 특별권력관계에서의 기본권 제한

(1) 고전적인 공법이론에 따르면 군인의 복무관계, 공무원의 근무관계, 수형자의 복역관계, 학생의 재학관계 등 이른바 ‘특별권력관계’에서는 ‘일반권력관계’와는 달리 법률에 의한 기본권 제한의 원칙이 존중될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오늘날 확립된 법치주의 헌법질서에서는 특별권력관계에서도 그러한 특별한 생활질서를 설정하고 유지하기 위한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일반국민에 대한 기본권 제한과는 다른 방법과 범위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기본권 제한에 관한 법치주의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론(異論)이 없다. 따라서 법률에 의한 기본권 제한, 기본권 제한에 대한 사법적 통제 등 법치주의의 기본원칙은 이른바 ‘특별권력관계’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2) 우리 헌법은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안전을 위하여 제5조 제2항, 제74조 제1항ㆍ제2항 등에서 군사제도를 창설하고, 제27조 제2항, 제39조 제1항ㆍ제2항, 제110조 제1항 내지 제4항 등에서 군인에 대한 특별한 헌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이와 같이 헌법이 직접 승인ㆍ설정한 특별권력관계로서의 군대와 복무관계에 있는 군인에 대하여는 특별권력관계를 설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일반국민에게 허용되지 아니하는 기본권 제한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남ㆍ북한이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상황에서는 군인의 기본권은 더욱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특별권력관계’에 있는 군인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의한 기본권 제한과 기본권 제한에 관한 사법적 통제라고 하는 법치주의의 기본원칙은 그대로 지켜져야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법조항의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법조항의 위임에 근거한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군인들에게 불온도서의 소지 및 취득 등을 금지함으로써 군인들의 ‘책 읽을 자유’ 등 정신적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고,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에 근거한 이 사건 지시는 불온도서의 구체적 지정과 해당 도서의 부대 반입금지 등을 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조항이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는 이 법에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군인의 복무에 관한 것 중 군인사법에 규정된 사항 이외의 부분을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지 아니한 채 모두 그 하위규범인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 및 이 사건 지시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그 전제로서 이 사건 법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인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1)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대통령령으로 입법할 수 있는 사항을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으로 한정함으로써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법률로 대통령령에 위임을 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법률에 의하여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다(헌재 2004. 11. 25. 2004헌가15, 판례집 16-2하, 267, 273).


(2) 군인사법은 군인의 임용, 복무, 교육훈련, 사기, 복지 및 신분보장 등에 관하여 국가공무원법에 대한 특례를 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인바(제1조), 군인들의 복무에 관한 사항으로서 복무의 구분(제6조), 장교 등의 의무복무기간(제7조), 현역정년(제8조), 임용 및 임용결격사유(제9조 내지 제15조), 장교 등의 보직(제16조 내지 제17조), 장교 등의 진급(제24조 내지 제26조), 전역 및 제적(제35조 내지 제43조), 신분보장(제44조), 휴가(제46조), 보수(제52조 내지 55조) 등 주로 직업으로서 군인의 복무에 관한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군인의 복무’라 함은 군인으로서 복무하는 직무ㆍ생활관계 일반을 의미하는 것으로 복무중인 군인의 법적 지위, 군인으로서의 생활관계 일반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분야라고 할 것인바, 이 사건 법조항은 이와 같은 광범위한 분야에 관한 규율에 관하여 아무런 한정도 하지 아니한 채 군인사법에 규정된 위와 같은 사항 이외의 부분을 모두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군인의 복무관계에서 수반되는 상명하복관계, 기밀성, 전문성 등에 의하여 많은 기본권 제한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음에도 이러한 문제에 관하여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예측가능하게 위임하지 아니하고 모두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에 위임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조항과 군인사법의 다른 규정 전체를 체계적으로 살펴보아도 군인의 기본권 보장 및 그 제한에 관한 윤곽을 짐작할 수 있는 아무런 단서를 발견할 수 없으며, 이 사건 법조항으로부터 대통령령에서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 과연 어떤 사항을 규정할 것인지를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


(3) 국방을 위하여 상명하복의 체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군조직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볼 때 군인의 복무 기타 병영생활 및 정신전력 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영역은 집행권에게 넓은 범위의 재량과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군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폭넓게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군인들의 기본권 제한에 관하여 입법자가 포괄적으로 하위규범에 위임하는 것은 헌법이 명령하고 있는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임형식이다.


(4) 결국, 이 사건 법조항은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 및 이 사건 지시의 법률유보원칙 위반 여부

(1) 국민의 기본권 제한에 관하여 반드시 준수해야 할 원칙인 헌법 제37조 제2항의 법률유보원칙은 ‘법률에 의한’ 규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근거한’ 규율을 요청하는 것이므로 기본권 제한의 형식이 반드시 법률의 형식일 필요는 없고 법률에 근거를 두는 방식으로도 가능하지만, 근거가 되는 법률은 헌법 제75조가 요구하는 위임의 구체성과 명확성을 구비하여야 한다(헌재 2005. 2. 24. 2003헌마289, 판례집 17-1, 261, 269 참조).

따라서 이 사건 법조항의 위임에 근거하여 군인들의 불온도서 소지 및 취득 등을 금지하고 있는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과 이에 근거하여 불온도서를 구체적으로 지정하고 해당 도서의 부대 반입금지 등을 명하고 있는 이 사건 지시는 군인들의 ‘책 읽을 자유’라는 정신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그 제한은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제정한 법률의 정당한 위임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2) 그런데 이미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조항은 법률에서 정할 사항을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지 않고 하위법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함으로써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위헌적인 위임조항에 근거하고 있는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 및 이 사건 지시 역시 규율내용의 위헌 여부를 따지기 전에 그 자체로서 위헌이라고 할 것이다.


라. 소결

국방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국군장병들은 위법한 행위 등 헌법공동체 질서를 침해함으로써 자신의 기본권 제한을 자초한 사람들이 아니라 공동체 수호를 위하여 헌법상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선량한 국민으로서 국가로부터 존중과 신뢰를 받아야 할 지위에 있다. 따라서 국가는 이들의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군 조직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충분히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기본권이 자의적으로 제한되지 아니하도록 그 제한의 기준과 정도에 관하여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직접 정하거나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대통령령 등 하위법령에 위임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조항,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 및 이 사건 지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모두 위헌으로서 군법무관인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8.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송두환의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 및 지시에 대한 반대의견

우리는 다수의견과 달리,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명확성 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고, 그에 근거한 이 사건 지시 또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 것으로서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한다.

가. ‘책 읽을 자유’와 군인의 기본권

(1) 정신적 자유의 핵심으로서의 ‘책 읽을 자유’와 그 제한

이 사건 복무규율 조항 및 이 사건 지시는 군인들이 책을 읽을 자유, 즉 자유롭게 읽을 도서를 선택하고, 그 선택한 도서를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 즉 독서는 사람이 그 생각의 폭을 넓히고 자유롭게 사상을 형성해 나가며 그 인격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긴요한 수단이며, 또한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어려움에 처하였을 때 정신적 평화를 추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책 읽을 자유’는 단순히 ‘알 권리’의 문제를 넘어서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제19조), 학문의 자유(제22조) 및 행복추구권 등 정신적 자유의 핵심영역에 위치하는 것이고, 정신적 자유의 최대한 보장은 우리 헌법가치의 핵심인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조건인 동시에 자유민주주주의 헌법질서의 전제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책 읽을 자유’에 대한 제한은 정신적 자유의 핵심에 대한 제한이 되는 것이므로, 그 제한에 관련하여 명확성의 원칙 위배 여부를 심사하거나 과잉금지원칙에 의한 비례심사를 함에 있어서는, 다른 어떤 자유 및 권리에 대한 제한에 있어서보다 더욱 엄격하고 신중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2) 현대 법치주의 국가에서의 기본권 보장과 군인의 기본권

현대 입헌주의 법치국가에서 기본권의 최대한 보장 및 그 제한에 관한 사법통제의 원칙이 모든 국민에 대하여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론이 없을 것인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조건인 정신적 자유권에 대한 보장에 관하여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 점과 관련하여, 군인의 정신전력을 강화하기 위하여는 일정한 정도 정신적 자유권 등 기본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는바, 분단과 휴전상태라고 하는 우리의 특수한 안보현실을 감안할 때 국가안보의 최전선을 담당하는 군인들의 정신전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점에 관하여 정작 중요한 것은 정신전력을 강화하는 올바른 수단과 방법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생각컨대, 우리 헌법질서가 기초하고 있는 사상의 자유시장의 원리, 민주주의 및 다원주의 원리에 대한 신뢰는 군인들의 정신전력에 관하여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진정한 정신전력은 정보의 통제와 차단 등 정신적 자유의 제한이라는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가치관에 입각한 정보를 폭넓게 접촉, 수용할 수 있도록 하여 사회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지적ㆍ사상적 능력을 배양할 수 있게 하고 그리하여 민주주의의 가치를 직접 체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진정으로 강한 정신전력이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우리의 군이 이와 같은 다양한 사고와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성숙한 자세를 보일 때, 그 구성원은 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할 수 있는 진정한 정신전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군의 정신전력 강화를 위하여 군인의 기본권이 제한되어도 무방하다거나 불가피하다는 견해에 대하여는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3) 헌법상 기본적 의무와 헌법 제37조 제2항 비례의 원칙(기본권에 관한 위헌심사와 헌법상 의무와의 관계)

한편, 이 사건과 같이 헌법상 기본적 의무(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여 부과하는 영역에서는 그 의무부과의 내용과 방법이 합리적이고 공평한지 여부만을 심사하면 되고, 그 외에 기본권제한에 관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심사는 불필요하다는 취지의 견해가 있으나, 이 역시 동의할 수 없다.

(가) 우선, 이 사건은 기본권을 내세워서 헌법이 정한 국방의 의무를 부정하거나 거부하는 내용의 사건이 아니다. 이 사건은 청구인들이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군복무 과정의 일환으로 병영생활을 함에 있어서 개인생활 영역으로서의 ‘책 읽을 자유’를 과연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한 문제일 뿐이다.

이러한 ‘책 읽을 자유’는 병력형성을 위한 징집명령 또는 군의 작전명령에 복종할 의무 등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문제, 즉 전형적인 국방의무로부터 직접 도출되는 영역이 아니고, 그에 수반되는 생활 영역에서의 기본권 제한의 문제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 있어서 기본권제한에 관한 비례심사가 불필요하다는 견해는 기본적 의무(국방의무)를 직접 부정, 거부하는 사안과 기본의무에 간접적으로 관련된 생활 영역에서의 기본권제한에 관한 사안을 구별하지 못한 견해라 할 것이다.


(나) 나아가 일반적 법리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헌법상 기본적 의무를 구체화하여 부과하는 영역에서는 기본권제한에 관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심사를 할 여지가 없다는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다.

헌법이 국민의 기본적 의무를 규정하고 그에 기하여 국가가 법률로써 그 의무를 구체화하여 부과하는 경우에, 국민이 다른 기본권의 존재를 들어서 국가의 ‘의무부과 그 자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입법자에 의한 ‘의무부과 그 자체’가 아닌 ‘의무부과의 내용과 형식’에 대하여는 다른 법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과잉금지원칙과 명확성원칙 등에 근거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헌법상 기본적 의무의 구체적 형성의 일환으로 규정된 것이라거나 그와 관련되어 있다는 등의 사정은 그에 대한 비례심사, 즉 규율의 목적과 취지, 수단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균형성 등을 순차 검토함에 있어서 마땅히 감안하여야 할 사항이 될 것일 뿐, 기본권제한에 관한 헌법적 심사를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본래, 헌법상의 의무를 형성하는 국가작용과 기본권을 제한하는 국가작용은 불가분적으로 얽혀있어서 양자를 엄밀하게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헌법상의 의무를 형성하는 영역이란 그 실질에서 헌법상 의무만이 존재하는 영역이 아니라 헌법상의 의무와 기본권이 병존하는 영역으로서 이들 두 가지의 헌법가치가 서로 마찰, 충돌하는 영역인바, 이와 같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헌법가치들이 서로 마찰, 충돌관계에 있을 때 입법자는 각 헌법가치들이 공존하면서 최적의 상태로 실현되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고, 법률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규범조화적 해석을 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권과 헌법 의무 사이에 마찰, 충돌이 있는 경우에도 일방적으로 헌법상 의무만을 실현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양자를 조화시킬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여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권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그 목적에 비례하는 범위 내의 제한에 그쳐야 하는데, 이것이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이라는 것을 유념하여야 한다.

따라서, 오늘날 법치주의 헌법 하에서 모든 국가작용은 국민의 기본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한계 내에서 발동되고 형성되어야 하고, 이 점에 있어서는 국민의 의무의 영역을 형성하기 위한 국가작용이라고 하여 예외가 될 수 없다. 그와 같은 국가작용의 한계를 선언한 것이 바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이므로, 헌법상 기본적 의무를 형성하는 국가작용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이 선언하고 있는 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헌법상 기본적 의무를 형성하는 영역에 관하여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견해는 법치국가 원리 하에서의 기본권의 의미,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 비례의 원칙의 규범적 가치를 오해하고 있는 것이어서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나.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의 위헌성

(1)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의 명확성 원칙 위반

(가) 정신적 자유를 제한하는 법령과 명확성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이란 법률을 명확한 용어로 규정함으로써 적용대상자(수범자)에게 그 규제내용을 미리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장래의 행동지침을 제공하고, 동시에 법 집행자에게 객관적 판단지침을 주어 차별적이거나 자의적인 법해석 및 집행을 예방하기 위한 원칙을 의미한다(헌재 1992. 4. 28. 90헌바27등, 판례집 4, 255, 268-269 참조).

특히, 불명확한 법령에 의하여 정신적 자유의 영역을 제한하는 경우, 수범자로서는 과연 어떤 내용의 정신적 자유의 형성이 금지ㆍ제재대상이 되는 것인지에 관한 예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정신적 자유의 형성 전반을 스스로 억제하게 되는 심대한 위축효과를 초래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의견ㆍ견해ㆍ가치관이 형성될 가능성을 봉쇄하게 된다. 또한 불명확한 법령은 집행기관의 자의적 집행 가능성이 높아 정신적인 자유의 보장과 자유로운 발현을 기초로 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일반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우리 재판소는 언론ㆍ출판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 명확성의 원칙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엄격한 정도의 명확성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헌법원칙을 확립하였던바(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42 등 참조), 이는 정신적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 일반에 타당한 원칙이라고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과 명확성의 원칙 위반 여부

1)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이 사용하고 있는 ‘불온’이란 개념은 ‘온당하지 아니하다’고 하는 의미만 담고 있는 매우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이다. 따라서 과연 어떤 구체적인 사안이 ‘온당하지 아니한 것인지’ 여부는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 및 시대적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개념이다.

가사, 군인복무규율의 다른 조항 등 군인의 사명에 관한 법령 규정들을 감안하여 체계적인 해석을 시도하더라도, ‘불온’ 개념의 내용이 불명확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즉,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보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여야 할 사명’ 또는 ‘국제평화의 유지에 이바지하여야 하는 국군의 사명’ 등(군인복무규율 제4조 제2호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성적으로 음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도서’, ‘잔혹한 범죄를 상세하게 묘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도서’, ‘침략전쟁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도서’ 등이 과연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이 가리키는 ‘불온한 도서’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한편, 이 사건 북무규율조항이 규정하는 ‘불온 도서’에 해당하려면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의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 것인지, 그 정도에는 이르지 아니한 ‘체제비판적인 도서’도 포함하는 것인지, 체제비판에는 이르지 아니한 ‘정부 비판적인 도서’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더 나아가 ‘정부의 특정정책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있는 도서’까지 불온에 해당하는 것인지도 전혀 알 수 없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이 ‘불온’이라는 불명확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결과, 위 조항을 집행하는 기관들은 각각 그 주관적인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불온하다고 판단’하는 서적은 모두 규제할 수 있게 되어, 자의적 집행의 가능성이 매우 높게 되는 것이다.


2) 다수의견은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의 불온성은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해하거나,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내용으로서, 군인의 정신전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해석은 ‘불온’이라는 개념만으로는 도저히 도출하기 어려운 무리한 해석이라 아니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해석은 집행기관이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을 적용ㆍ집행하고 있는 현실과도 어긋나는 해석이다.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의 집행기관인 국방부장관은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에 근거하여 이 사건 지시를 발령하였는바, 이 사건 지시에는 상식적으로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해하거나,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도서라고는 판단하기 어려운 상당수의 도서를 불온도서로 지정하였다. 이는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의 불명확성 및 그로 인한 자의적 집행가능성을 보여주는 생생한 실례(實例)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이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의 자의적 집행 위험성과 그 위험성이 실제로 발현한 사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3) 결국,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수범자인 군 장병들로 하여금 과연 어떠한 도서가 금지되는 도서인지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적용 가능성을 널리 열어두고 있는 조항으로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2)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의 비례의 원칙 위반 여부

나아가,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핵심적 정신적 자유인 ‘책 읽을 자유’를 비례원칙에 위배하여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어 위헌이라 할 것이다.

(가)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을 규정한 목적과 취지는 아마도 ‘군 장병들이 불온도서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여 군의 정신전력을 유지,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진정한 정신전력은 정보의 통제와 차단 등 정신적 자유의 제한이라는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군 장병들로 하여금 다양한 가치관에 입각한 정보를 폭넓게 접촉, 수용할 수 있도록 하여 사회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지적ㆍ사상적 능력을 배양할 수 있게 하고 그리하여 민주주의의 가치를 직접 체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진정으로 강한 정신전력이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이 ‘불온 도서의 소지, 취득 등을 일체 금지’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정한 방법이라 할 수 없다.


(나) 나아가,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특정도서가 불온도서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한 판단의 주체 및 절차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하지 아니하고 있다. 따라서 국방부장관, 각 군의 참모총장 뿐 아니라 각급 부대의 지휘관도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의 불온성의 판단주체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들 각 주체는 아무런 절차도 거치지 아니하고 독자적으로 불온도서를 선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정한 도서가 불명확하고 광범위한 개념인 ‘불온’에 해당되는 것인지 여부를 아무런 사전절차 없이 국방부장관, 부대 지휘관 등이 각자의 주관적 가치관에 따라 판정할 수 있다면, 이는 군인들의 생각을 특정인의 판단에 의하여 통제할 수 있게 되어 사상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성이 높다. 이와 같은 규제는 기본권 제한 측면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정파와 집권세력을 초월한 국가안보의 추구라는 공익적 측면에서의 위험성도 있다고 볼 것이다.

가사 국가안보를 위하여 군인들의 ‘책 읽을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 경우에도, 규제대상이 되는 도서의 내용은 엄격하게 한정되어야 하고, 객관적 심사기관에 의하여 엄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서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정신적 자유의 중요성 및 그 제한이 공익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그와 같은 제한을 하기 위해서는 특정인의 선호 내지 사상적 편향성에 의하여 자의적으로 판단되지 아니하도록 중립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고, 객관적, 합리적 기준을 벗어난 제한에 대하여는 적절한 통제장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에 의하면, 국방부장관, 각군의 참모총장 뿐만아니라 각 부대의 지휘관들이 아무런 사전 심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군인이 읽어서는 아니 되는 도서를 지정할 수 있게 되는바, 이는 자유민주적 헌법질서 하에서 용인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볼 때,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금지대상이 되는 도서의 범위를 엄격하게 한정하거나 지정권자 및 객관적 사전 심사절차를 규정하는 등 공익의 달성을 추구하면서도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수단이 가능한데도 그와 같은 수단을 채택하지 아니한 채 자의적인 제한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으로서, 헌법상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 할 것이다.


(3) 소결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명확성 원칙 및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책 읽을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다. 이 사건 지시에 관한 부분

이 사건 지시는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직접 제한하는 공권력 행사이므로 이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적법한 청구이고, 나아가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을 비롯한 군인들의 정신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1) 이 사건 지시에 대한 심판청구의 적법성

(가) 다수의견은 이 사건 지시의 직접 상대방은 각 군의 참모총장 및 직할 부대장 또는 육군 예하부대의 장이며, 청구인들을 비롯한 일반 장병은 이 사건 지시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니기 때문에 이 사건 지시에 대한 심판청구는 직접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다수의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이 사건 지시의 규율내용이 담고 있는 기본권 제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나아가 상명하복을 원리로 하여 규율내용을 즉시 강제할 수 있는 군조직의 특성 및 이 사건 지시의 기본권 침해에 대한 실효적 구제 수단의 유무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판단이라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지시는 대통령을 보좌하여 각군 참모총장을 지휘ㆍ감독하는 국방부장관(국군조직법 제8조)의 지시, 국방부장관의 명을 받아 육군을 지휘ㆍ감독하는 육군참모총장(동법 제10조 제2항)의 지시로서, 그 규율대상은 모든 국군 장병들의 정신적 자유에 관한 기본권이다. 또한 이 사건 지시의 규율내용을 보면, 일반적ㆍ추상적인 지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불온도서 23종의 목록을 구체적으로 지정하여 그 소지, 취득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불온도서를 구체적으로 확정하여 금지한 부분은 그 지시의 직접적 상대방인 해당 부대장들에게 그 규율내용의 즉시 집행을 명하고 있어 엄격한 상명하복의 군 조직원리에 따라 그대로 실시될 것이 확정적으로 예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지시내용이 즉시 군 장병들에게도 전달, 공지되어 구속적 효력을 발휘한 것이므로, 위 지시에 기한 별도의 하위 지시를 기다릴 필요 없이 이미 직접적인 효력을 발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다) 한편, 이 사건 지시에 기한 소지품 조사, 내무검사 등 후속조치로서의 집행작용이 예상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지시에 대한 구제방법으로서 위와 같은 집행작용에 대하여 다투는 방법이 가능한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엄격한 상명하복의 명령체계 하에 있는 개별 군인으로서는 위와 같은 구체적인 집행작용에 대하여 행정소송 또는 헌법소원 등 소송을 통하여 다투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위와 같은 집행행위는 그 성질상 즉시 집행완료되는 것이어서 그 집행행위가 있기를 기다려서 다투는 것으로는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으며, 기본권 침해를 당한 청구인에게 불필요한 우회절차를 강요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 경우라고 할 것이다(헌재 1997. 8. 21. 96헌마48, 판례집 9-2, 295, 303 참조).


(라) 소결

이 사건 지시는 금지대상 도서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내려진 공권력행사로서, 그에 의한 기본권 제한은 이 사건 지시에 의하여 이미 확정적으로 예정되어 있고, 나아가 그 침해의 위험이 구체적으로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기본권 침해성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이 사건 지시가 직접성의 요건을 갖추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고 보는 것은, 이 사건 지시의 규율주체, 규율대상, 규율내용의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아니한 것인 동시에 달리 대안이 없는 실효적 구제수단을 부인하는 것이고, 따라서 이 부분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고 하는 다수의견의 견해는 타당하지 아니하다.


(2) 이 사건 지시의 위헌성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불온’ 도서라는 불명확한 개념을 기준으로 하여 군인들의 ‘책 읽을 자유’를 제한하여 명확성 원칙에 위반하고, 그 내용도 비례의 원칙에 위반한다는 점은 앞서 밝힌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지시는 이와 같이 위헌인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만으로도 위헌성을 면할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지시는 그 규율 내용에 있어서 군인의 정신적 자유의 보장과 한계라는 중대한 헌법적 쟁점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이 점을 검토하기로 한다.

(가) 이 사건 지시에 포함된 불온도서 목록

다수의견은 이 사건 규율조항의 ‘불온도서’는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해하거나,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내용으로서, 군인의 정신전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도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함을 전제로 이 사건 규율조항의 ‘불온’ 개념이 명확성 원칙을 준수하여 합헌적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지시의 불온도서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도서들을 살펴보면, 다수의견이 설시하는 제한적인 불온성은 고사하고,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불온성조차 인정하기 어려운 도서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 예컨대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저), ‘우리들의 하느님’(권정생 산문집), ‘지상에 숟가락 하나’(현기영 소설집) 등은 정부기관, 대표적인 학술단체, 언론기관 등으로부터 엄격한 심사를 통한 우수ㆍ추천도서로 선정되어 권장도서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도서들로서, 국가예산의 지원을 통하여 공공도서관에 비치하고 있는 도서들이다. 정부ㆍ학계ㆍ문화계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 우수도서로 추천되고 양질의 교양ㆍ학술도서로서 평가받는 이들 도서들이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해하는 도서로서 군인의 정신전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도서에 해당한다고는 도저히 인정하기 어렵다.


(나) 불온도서 지정의 절차

어떤 도서가 불온도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엄격하고 신중한 검토절차가 있어야 할 것이고, 그와 같은 심의과정 없이 불온도서 판정이 이루어지면 자의적 결정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국방부장관은 이 사건 지시의 불온도서 목록을 지정함에 있어 별다른 사전심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지시 발령 후에 뒤늦게 정훈문화자료심의위원회의 심의절차를 거쳤다고 하는바, 동 심의위원회에서의 심의ㆍ판단근거가 되었던 자료가 제출된 바도 없다.

다만, 국방부장관 측 대리인은 과거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판단받은 바 있는 ‘한국대학생총연합’이 군 장병들에게 ‘도서보내기 운동’을 전개한다는 첩보에 따라 장병 정신전력 저해요인을 제거하기 위하여 이 사건 지시를 발령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는바, 위와 같은 첩보가 과연 존재하였는지, 그 첩보가 정확한 것이었는지 여부 등이 명백히 밝혀진 바도 없을 뿐만 아니라, 가사 위와 같은 첩보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한총련의 활동에 대한 수사의 단서로 삼을 수 있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도서들이 불온도서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근거가 될 수 없고, 나아가 전 장병에 대하여 정신적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를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도 없다.

결국, 국방부장관이 이 사건 도서들을 불온도서로 지정하는 이 사건 지시를 발령함에 있어서 아무런 객관적, 중립적인 심사절차를 거친 바 없었던 것이 이 사건에서 다수의 우수ㆍ추천도서들이 불온도서로 지정되는 데 이른 것이라고 볼 것이다.


(다) 최소침해성 등 원칙 준수 여부

국방부장관은 이 사건 지시가 불온도서의 취득이나 독서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고, 병영 내 반입만을 통제한 것이므로 최소침해성의 원칙을 준수한 것이라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지시의 내용(별지1 참조)을 살펴보면, 위와 같이 불온도서의 병영 내 반입만을 통제하는 것을 넘어, 불온도서의 취득, 소지 등이 금지됨을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현역의 복무를 하는 일반사병의 경우 군대 내의 영내주거 및 내무생활이 의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정한 서적의 군내반입 차단이라는 조치는 그 자체로써 해당 도서의 독서를 금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군인이라고 하여도 일과시간 이후에는 자유로운 독서가 허용되어야 하고, 다양한 관점과 시각에 기초한 서적을 통하여 자유롭게 교양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이와 같은 다양한 독서를 통하여 군의 정신전력도 강화되는 것인바, 이 점을 상기하면, 국방부장관의 이 사건 지시는 군 장병들의 헌법상 기본권인 ‘책 읽을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군의 진정한 정신전력이라는 공익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라) 소결

결국, 이 사건 지시는 명확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는 위헌적인 법령조항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에서 위헌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규율내용 자체도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는 공권력 행사라고 아니할 수 없고, 위에서 이미 본 바와 같이 직접성의 요건도 갖추고 있으므로, 헌법재판소가 그 위헌성에 관한 판단을 명백히 하여야 할 것이다.

라. 결어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 및 이 사건 지시는 군인들의 정신적 기본권인 ‘책 읽을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별지1]

국 방 부

수신자 : 수신자 참조

제목 :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지시)


1. 관련규정/근거


가. 군인복무규율(대통령 제20282호)

16조의2 (불온표현물 소지, 전파 등의 금지)

※ 군인은 불온도서 등 표현물 소지 또는 취득 등 불가, 취득시에는 즉시 신고


나. 국군병영생활규정(국방부 훈령 600호)

제47조(물품반입 및 소지의 제한)

※ 외출, 외박 및 휴가로부터 귀영시 허가되지 않은 불온도서 반입 금지


다. 군사보안업무시행규칙(국방부훈령 제797호)

제216조(보안성 검토 책임)

※ 부대에 반입, 반출되는 모든 자료는 부서장이 보안성 검토 실시


라. 정훈ㆍ문화활동 규정(국방부 훈령 제790호)

제28조(정훈ㆍ문화자료 심의위원회)

※ 장병 전산교육 및 문화활동을 지원할 목적으로 획득하는 자료는 국방정책실의 ‘정훈ㆍ문화자료 심의위원회’ 심의/결정


마.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장관, ‘08. 7. 19.)


2. 부대 내에 불온서적 무단 반입시 장병 정신전력 저해요소가 될 수 있어 아래와 같이 차단대책을 지시하니 각급 부대장은 지휘관심 및 지도/감독을 강화하기 바랍니다.


가. 장병 정신교육

1) 관련 규정 및 불온서적 목록(붙임 참조)

2) 불온서적 취득 즉시 지휘계통 보고 및 지원 기무부대에 신고


나. 불온서적 반입여부 일제점검(사무실, 격오지, 독신자 숙소 포함)

1) 보안의 날 행사 또는 내무검사 등 부대별 지정, 시행

다. 개인별 부대 반입 통제(연중 지속)

1) 휴가 및 외출ㆍ외박 복귀자 반입 물품확인

2) 우편물 반입 시 간부 입회 하 본인 개봉/확인 등


붙임 : 불온서적 목록

┌────────┬─────────────────────┐

│구 분 │도 서 명 │

├────────┼─────────────────────┤

│북한찬양 │ 1. 북한의 미사일 전략 │

│ │ 2. 북한의 우리식 문화 │

│ │ 3. 지상에 숟가락 하나 │

│ │ 4. 역사는 한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

│ │ 5. 왜 80이 20에 지배당하는가? │

│ │ 6.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 │

│ │ 7. 통일 우리민족의 마지막 블루오션 │

│ │ 8. 벗 │

│ │ 9.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

│ │ 10. 대학시절 │

│ │ 11. 핵과 한반도 │

├────────┼─────────────────────┤

│반(反)정부, 反美│ 1. 미군 범죄와 한미 SOFA │

│ │ 2. 소금 꽃나무 │

│ │ 3. 꽃 속에 피가 흐른다 │

│ │ 4.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

│ │ 5. 우리역사 이야기 │

│ │ 6. 나쁜 사마리아인들 │

│ │ 7. 김남주 평전 │

│ │ 8. 21세기 철학 이야기 │

│ │ 9. 대한민국사 │

│ │ 10. 우리들의 하느님 │

├────────┼─────────────────────┤

│반자본주의 │ 1. 세계화의 덫 │

│ │ 2. 삼성공화국의 게릴라들 │

└────────┴─────────────────────┘



[별지2]

육 군 본 부


수신자 : 수신자 참조

제목 :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지시)


1. 관련규정/근거

가.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장관 지시(2008. 7. 17. 전략회의시)

나. 국. 보안정책과-2608(2008. 7. 22.)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지시)


2. 위 관련근거에 의거 각급 부대는 불온서적 무단 반입시 장병 정신전력 저해요소가 될 수 있어 아래와 같이 차단대책을 지시하니 각급 부대장은 지휘관심 및 지도/감독을 강화하기 바랍니다.


가. 관련규정

1) 군인복무규율(대통령 제20282호)

16조의2 (불온표현물 소지, 전파 등의 금지)

※ 군인은 불온도서 등 표현물 소지 또는 취득 등 불가, 취득시에는 즉시 신고


2) 국군병영생활규정(국방부 훈령 600호)

제47조(물품반입 및 소지의 제한)

※ 외출, 외박 및 휴가로부터 귀영시 허가되지 않은 불온도서 반입 금지


3) 군사보안업무시행규칙(국방부훈령 제797호)

제216조(보안성 검토 책임)

※ 부대에 반입, 반출되는 모든 자료는 부서장이 보안성 검토 실시


4) 정훈ㆍ문화활동 규정(국방부 훈령 제790호)

제28조(정훈ㆍ문화자료 심의위원회)

※ 장병 전산교육 및 문화활동을 지원할 목적으로 획득하는 자료는 국방정책실의 ‘정훈ㆍ문화자료 심의위원회’ 심의/결정


나. 장병 정신교육

1) 관련 규정 및 불온서적 목록(붙임 참조)

2) 불온서적 취득 즉시 지휘계통 보고 및 지원 기무부대에 신고


다. 불온서적 반입여부 일제점검(사무실, 격오지, 독신자 숙소 포함)

1) 보안의 날 행사 또는 내무검사 등 부대별 지정ㆍ시행


라. 개인별 부대 반입 통제(연중 지속)

1) 휴가 및 외출ㆍ외박 복귀자 반입 물품확인

2) 우편물 반입 시 간부 입회 하 본인 개봉/확인 등


붙임 : 불온서적 목록(생략: 위 국방부 장관 지시의 목록과 동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