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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결정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지방자치법 제91조 제2항 위헌소원

[전원재판부 2012헌바216, 2014. 1. 28.]

【판시사항】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임용권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부여하고 있는 구 지방자치법(2007. 5. 11. 법률 제8423호로 개정되고, 2012. 12. 11. 법률 제115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1조 제2항(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장 사이의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어긋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리는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장 사이에서도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리로서 실현되고 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는 정치적 권력기관이긴 하지만 지방자치제도가 본질적으로 훼손되지 않는다면, 중앙ㆍ지방간 권력의 수직적 분배라고 하는 지방자치제의 권력분립적 속성상 중앙정부와 국회 사이의 구성 및 관여와는 다른 방법으로 국민주권ㆍ민주주의원리가 구현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장 사이에서의 권력분립제도에 따른 상호견제와 균형은 현재 우리 사회 내 지방자치의 수준과 특성을 감안하여 국민주권ㆍ민주주의원리가 최대한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효율적이고도 발전적인 방식이 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임용권을 부여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은 지방자치법 제101조, 제105조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일반적 권한의 구체화로서 우리 지방자치의 현황과 실상에 근거하여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인력수급 및 운영 방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규율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지방의회 의장의 추천권이 적극적이고 실질적으로 발휘된다면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임용권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지방의회와 집행기관 사이의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침해할 우려로 확대된다거나 또는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

【심판대상조문】

지방자치법(2007. 5. 11. 법률 제8423호로 개정되고, 2012. 12. 11. 법률 제115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1조 제2항

【참조조문】

지방자치법(2007. 5. 11. 법률 제8423호로 개정된 것) 제90조, 제91조 제1항, 제92조, 제101조, 제105조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경기도의회대표자 의장 김경호대리인 홍익법무법인 담당변호사 한기찬 외 1인

당해사건 대법원 2011추49 조례안재의결무효확인 청구


[주문]


지방자치법(2007. 5. 11. 법률 제8423호로 개정되고 2012. 12. 11. 법률 제115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1조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11. 2. 23. ‘경기도 의회사무처 설치 조례 일부 개정안’ (이하 ‘제1 조례안’이라 한다) 및 ‘경기도 의회사무처 사무직원의 임용 등에 관한 조례안’(이하 ‘제2 조례안’이라 한다)을 각 의결하여 경기도지사에게 이송하였다. 제1 조례안은 청구인 소속 의원들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의원 1명당 계약직 지방공무원인 정책연구원 1명을 두고 정책연구원은 해당 의원의 요청에 따라 의장이 임면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2 조례안은 경기도 의회사무처 소속 지방공무원에 대한 임용ㆍ면직 등 인사권한을 의장이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기도지사는 위 각 조례안의 내용이 법령에 위반된다며 재의를 요구하였으나, 청구인은 2011. 3. 18. 제1 조례안 중 위 내용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일부 수정하고, 제2 조례안은 원안대로 재의결하여 확정하였으며, 이에 경기도지사는 2011. 3. 29. 지방자치법 제107조 제3항에 따라 위 각 조례안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대법원 2011추49).

청구인은 위 재판 계속 중 지방자치법 제91조 제2항 본문이 권력분립원리에 반하여 지방의회의 인사권 등을 침해한다며 위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대법원 2011쿠4). 대법원은 2012. 5. 24. 제1 조례안은 정책연구원을 두거나 보수를 지급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제2 조례안은 지방자치법 제91조 제2항 본문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당해사건을 인용하였고, 위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청구인은 2012. 6. 20. 제2 조례안과 관련하여 위 지방자치법 조항의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구 지방자치법 제91조 제2항 본문만을 심판대상으로 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나, 위 조항의 단서는 본문에서 규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지방의회 사무직원에 대한 임용권을 전제로 이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본문과 단서를 하나의 심판대상으로 보아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구 지방자치법(2007. 5. 11. 법률 제8423호로 개정되고 2012 12. 11. 법률 제115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1조 제2항(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지방자치법(2007. 5. 11. 법률 제8423호로 개정되고 2012 12. 11. 법률 제115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1조(사무직원의 정원과 임명) ② 사무직원은 지방의회의 의장의 추천에 따라 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명한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무직원 중 별정직ㆍ기능직ㆍ계약직 공무원에 대한 임용권은 지방의회 사무처장ㆍ사무국장ㆍ사무과장에게 위임하여야 한다.


[관련조항]

지방자치법(2007. 5. 11. 법률 제8423호로 개정된 것)

제90조(사무처 등의 설치) ① 시ㆍ도의회에는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사무처를 둘 수 있으며, 사무처에는 사무처장과 직원을 둔다.

② 시ㆍ군 및 자치구의회에는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사무국이나 사무과를 둘 수 있으며, 사무국ㆍ사무과에는 사무국장 또는 사무과장과 직원을 둘 수 있다.

③ 제1항과 제2항에 따른 사무처장ㆍ사무국장ㆍ사무과장 및 직원(이하 이 절에서 “사무직원”이라 한다)은 지방공무원으로 보한다.

제91조(사무직원의 정원과 임명) ① 지방의회에 두는 사무직원의 정수는 조례로 정한다.

제92조(사무직원의 직무와 신분보장 등) ① 사무처장ㆍ사무국장 또는 사무과장은

의장의 명을 받아 의회의 사무를 처리한다.

② 사무직원의 임용ㆍ보수ㆍ복무ㆍ신분보장ㆍ징계 등에 관하여는 이 법에서 정한 것 외에는 「지방공무원법」을 적용한다.

제101조(지방자치단체의 통할대표권)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고, 그 사무를 총괄한다.

제105조(직원에 대한 임면권 등)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소속 직원을 지휘ㆍ감독하고 법령과 조례ㆍ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임면ㆍ교육훈련ㆍ복무ㆍ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처리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지방자치의 근본이념과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리에 비추어 위헌이다. 헌법은 지방자치제도에서 기관대립형 구조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국가의 권력을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으로 분리ㆍ독립시키고 이들 기관 상호간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게 하는 ‘권력분립’이라는 헌법상의 근본원칙이 지방자치에 있어서도 그대로 관철된다. 의결기관과 집행기관을 분리ㆍ독립시켜 서로 견제ㆍ감시하게 하려는 권력분립의 원리에서 파생되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지방의회는 막대한 권한, 공무원, 예산을 보유하고 있는 단체장을 견제ㆍ감시하여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방의회 소속 공무원들의 인사권을 갖는 것은 단체장이 사무직원에 대한 임용권 등의 인사권을 통해 지방의회를 통제ㆍ장악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방의회의 인사권독립 보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지방자치제도의 핵심적 요소임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지방의회의 자주적 조직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고, 법률로써

도 폐지할 수 없거나 제한하더라도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헌법상 제도적 보장의 원칙에 어긋난다.


4. 판단

가. 심판대상조항의 연혁

1949. 7. 4. 법률 제32호로 제정된 지방자치법 제30조는 “지방의회에 서무를 정리하기 위하여 간사와 서기 약간인을 둘 수 있다. 간사와 서기는 의장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6ㆍ25 한국전쟁으로 곧바로 지방의회선거가 실시되지는 못했고, 1952. 4. 일부 지역에서 지방의회가 구성되는 등 진행되다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전인 1961. 5. 16. 군사혁명위원회 포고 제4호에 의해 지방의회는 모두 해산되었다. 그 후 1987년 현행 헌법 개정으로 제117조, 제118조에 지방자치제도가 규정된 이후 1991. 3. 26. 부터 지방의회 선거가 다시 실시되었다.

지방의회 사무직원과 관련하여 1988. 4. 6. 법률 제4004호로 개정된 지방자치법 제83조 제2항은 “사무직원은 지방의회 의장과 협의하여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이 조항이 1994. 3. 16. 법률 제4741호로 개정되어 “사무직원은 지방의회의 의장의 추천에 의하여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명한다.”로 변경된 후, 2006. 4. 28. 법률 제7935호로 개정될 때는 그 단서에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직원 중 별정직, 기능직, 계약직 공무원에 대한 임용권을 지방의회 사무처장, 사무국장, 사무과장에게 위임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되었다가 2007. 5. 11. 법률 제8423호로 개정시 제91조 제2항으로 옮겨졌다.

2006. 2. 21. 법률 제7849호로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14조(자치조직권에 관한 특례) 제1항은 “지방자치법 제90조 제3항, 제91조 제2항 …의 규정에 불구하고 제주자치도의 의회사무처에 두는 사무직원의 임용 및 절차, 부지사의 정수 및 사무분장에 관한 사항, 행정기구의 설치ㆍ운영기준, 지방공무원의 정원기준, 직속기관ㆍ사업소ㆍ출장소의 설치요건 및 하부 행정기구의 설치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도조례로 정할 수 있다. ”고 하여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예외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2006. 10. 18. 조례 제95호로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사무처 직원의 임용 등에 관한 조례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장이 의회사무처 소속 공무원의 임용권을 가지고, 임용은 시험성적ㆍ근무성적ㆍ경력평정 기타 능력의 실증에 의하여 행하되 공개경쟁시험 또는 특별임용시험에 의하며, 제주특별자치도 등 장과 협의를 거쳐 인사교류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나.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임명 등 현황

지방의회 중 시ㆍ도의회에는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사무처를 둘 수 있고 사무처에는 사무처장과 직원을 두며, 시ㆍ군 및 자치구의회에는 사무국이나 사무과를 둘 수 있고, 사무국ㆍ사무과에는 사무국장 또는 사무과장과 직원을 둘 수 있다(지방자치법 제90조 제1항, 제2항). 이때 사무처장ㆍ사무국장ㆍ사무과장 및 직원은 지방공무원으로 보한다(제90조 제3항). 지방의회에 두는 사무직원의 정수는 조례로 정하며(제91조 제1항), 구체적인 임명 과정을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정하고 있다.

2010. 6. 2. 동시선거일 기준으로 전체 지방의회 의원의 총수는 3,731명으로서, 그 중 광역의회인 시ㆍ도의회 의원의 수는 교육위원을 포함하여 843명, 기초의회인 시ㆍ군ㆍ구의회 의원의 수는 2,888명이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시의원이 114명, 구의원이 합계 419명이지만, 광역 중에서도 광주, 대전, 울산 등 시의원은 각 26명이다. 2011년을 기준으로 광역자치단체인 시ㆍ도의회만 보면, 사무직원 총수는 교육청 소속 교육위원회 직원을 포함하여 1,639명이다. 그 중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임용권이 있는 일반직 총수는 938명이고, 사무기구의 장에게 임용권이 있는 별정직의 수는 80명, 계약직의 수는 110명, 기능직의 수는 511명으로서 합계 701명이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사무직원의 수는 248명이지만, 서울, 경기, 부산, 제주, 인천, 경북 등 6개를 제외한 나머지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의 사무직원 수는 모두 100명 미만이고, 기초의회의 경우 그 수는 의회당 십 여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재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별도의 의회직렬 등이 구성되어 있지 않으므로, 지방의회 사무직원을 위한 별도의 공개경쟁임용시험에 의한 신규임용은 이루어지지 않고 일반적으로는 지방공무원 직군 및 직렬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소속 지방공무원들이 지방의회 파견 형식으로 지방의회 사무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그 방식은 ‘지방의회의 장의 추천에 따라 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명’하는 것이지만, 지방의회의 장이 추천하는 형식이나 내용은 일률적이지 않다. 경기도의회사무처 설치 조례도 “의장은 의회 사무처리의 지원을 위하여 경기도지사에게 그 소속직원의 파견을 요청할 수 있다.”(제6조 제2문)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추천을 위한 세부적인 내용은 규율하고 있지 않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그 소속 공무원의 임명 등에 관한 권한을 갖고(지방공무원법 제6조 제1항), 또 그 권한의 일부를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의회의 사무처장 등에게 위임할 수 있으므로(제6조 제2항), 지방의회 소속 공무원의 결원이 생기거나 파견 지방공무원이 복귀하는 경우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소속 지방공무원 중에서 ‘지방의회 의장의 추천’을 거쳐 파견 형식으로 지방의회 소속 사무직원으로 임명할 수 있다.


다.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

(1) 권력분립 원리의 적용과 지방자치제도의 보장

우리 헌법은 근대자유민주주의 헌법의 원리에 따라 국가의 기능을 입법ㆍ사법ㆍ행정으로 분리하여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하는 권력분립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제118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 제117조 제2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 제118조 제2항은 “지방의회의 조직ㆍ권한ㆍ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헌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존속과 조례 제정권 등의 권한, 지방의회의 존속만을 명시하고 그 밖의 지방자치에 관한 구체적 사항들은 법률에 위임함으로써, 지방자치제도의 보장에 관하여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입법자에게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과 형태에 대하여 광범위한 형성권을 인정하고 있다(헌재 2006. 2. 23. 2005헌마403 참조).

지방자치제도의 헌법적 보장은 한마디로 국민주권의 기본원리에서 출발하여 주권의 지역적 주체로서의 주민에 의한 자기통치의 실현으로 요약할 수 있고, 이러한 지방자치의 본질적 내용인 핵심영역(자치단체ㆍ자치기능ㆍ자치사무의 보장)은 어떠한 경우라도 입법 기타 중앙정부의 침해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중앙정부의 권력과 지방자치단체간의 권력의 수직적 분배는 서로 조화가 요청되고 그 조화과정에서 지방자치의 핵심영역은 침해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권력분립적ㆍ지방분권적인 기능을 통하여 지역주민의 기본권 보장에도 이바지하는 것이다(헌재 1998. 4. 30. 96헌바62).

현대사회에서 고전적 의미의 3권분립은 그 의미가 약화되고 통치권을 행사하는 여러 권한과 기능들의 실질적인 분산과 상호간의 조화를 도모하는 이른바 기능적 권력분립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는데, 지방자치제도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권력을 기능적으로 나누어 가짐으로써 오늘날 민주주의 헌법이 통치기구의 구성원리로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권력분립의 실현에도 기여한다(헌재 2007. 12. 27. 2004헌바98).

특히 지방자치단체 내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장 사이의 관계는, 헌법이 지방자치를 규정하면서 유독 지방의회의 존속을 명시하고 있고(헌법 제118조 제1항), 헌법 제118조 제2항에 따른 지방자치법이 우리의 지방자치제도를 형성하면서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상호 독자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상호 견제와 균형의 관계로 설명된다. 즉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법 제39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사항에 대해 의결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같은 법 제101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고 사무를 통할하는 집행기관이다. 이처럼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의사를 내부적으로 결정하는 최고의결기관으로 지방의회를 두고, 지방자치단체의 대표로서 외부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의사를 표명하고 그 사무를 통할하는 집행기관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두고 있다. 대법원도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과 지방의회는 서로 분립되어 제각각 그 고유권한을 행사하되 상호견제의 범위 내에서 상대방의 권한 행사에 대한 관여가 허용되는 것”(대법원 2000. 11. 10. 선고 2000추36 판결 등)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리는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장 사이에서도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리로서 실현되고 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는 정치적 권력기관이긴 하지만 지방자치제도가 본질적으로 훼손되지 않는다면, 중앙ㆍ지방간 권력의 수직적 분배라고 하는 지방자치제의 권력분립적 속성상 중앙정부와 국회 사이의 구성 및 관여와는 다른 방법으로 국민주권ㆍ민주주의원리가 구현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장 사이에서의 권력분립제도에 따른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리 역시 그 구체적인 실현은, 국회와 중앙정부 사이의 원칙적인 권력분립과는 달리 현재 우리 사회 내 지방자치의 수준과 특성을 감안하여 국민주권ㆍ민주주의원리가 최대한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효율적이고도 발전적인 방식이 되어야 한다.


(2) 구체적 검토

지방자치제도의 보장은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형성권이 인정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지방의회는 지방의회의원 개인을 중심으로 한 구조이며, 사무직원은 지방의회의원을 보조하는 지위를 가진다. 이러한 인적 구조 아래서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임용권의 귀속 및 운영 문제를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인 내용이라고 볼 수는 없다. 1991년 현행 헌법 개정에 따른 지방의회선거가 처음 실시될 당시 예상되었던 지방의회의원의 모습은 무급의 명예직이었으며[구 지방자치법(1988. 4. 6. 법률 제4004호로 개정되고 1989. 12. 30. 법률 제41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2조], 현재도 지방의회의원에게 각종 비용이 지급되기는 하지만 모두 의정활동비 개념이다(지방자치법 제33조).

서울특별시의회, 경기도의회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지방의회의 규모가 현저히 적다.

2011. 11. 기준으로 사무직원의 수는 서울특별시의회가 248명, 경기도의회가 172명일 뿐, 그 외 나머지는 광역의회의 경우에도 수십 명 규모에 불과하다. 기초의회는 경우에 따라 십 여 명 정도로 구성된다. 지방의회 소속 사무직원을 행정직군 중에서 다시 행정, 전산 등 직렬, 그 외에 다시 직류로 나누면 그 영역에 따라 더 소규모화 된다.

이와 같은 사무직원의 소규모성에도 불구하고 지방의회 의장에게 소속 사무직원의 임용권을 부여하게 된다면, 지방의회 의장으로서는 자체적으로 임용 등의 구조를 갖추거나 아니면 현재와 같이 지방공무원의 파견 형식으로 인력을 수급받아야 한다. 자체적으로 임용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별도의 의회직렬을 신설하지 않을 수 없는데, 광역 단위로 임용시험 등을 통한 신규임용 체계를 갖춘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직렬로 보면 직렬당 그 인원이 수십명에 불과할 수밖에 없어 일정 시기가 지나면 인사적체, 신규임용 저조로 인한 우수인력 확보의 어려움, 의회직렬에의 기피 현상 등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사무직원을 전문계약직의 형태로 단기 고용하는 방안을 강구해 볼 수 있겠지만, 그 역시 경력직공무원에 대한 선호 등 우리 사회의 고용구조상 수월치 않을 뿐만 아니라, 자칫 정치적 엽관주의가 만연할 위험성이 있다. 지방자치단체 소속 지방공무원을 파견하는 형식으로 인력수급을 하되 임용권은 지방의회 의장이 갖는다는 방식을 상정할 수 있겠으나 이 또한 현재 제기되는 문제점은 해결하지 못한 채 실제로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지 못한다면 파견되는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수준 저하 등과 같은 위험만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경우 조례에 의해 도의회의장이 소속직원의 임용권을 갖게 되었지만, 이는 제주도의 지역적ㆍ역사적ㆍ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도록 하여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의 적용 등을 통한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하고자 하는(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1조) 목적 아래 제주특별자치도에 한정하여 예외적으로 도입된 것이고, 따라서 위와 같은 조례를 가능하게 한 위 특별법 제14조 또한 ‘자치조직권에 관한 특례’일 뿐이다.

결국 신규임용 등 효율적인 인력수급의 측면에서 보면,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임용은 일정 규모를 갖춘 지방자치단체 소속 지방공무원 중에서 전보되거나 파견되는 등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지방의회 사무 담당 적임자에 관한 인사정보 또한 지방자치단체를 통할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집적될 수밖에 없으므로 그 적임자를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주체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적합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사무직원 임용권은 집행기관의 장으로서가 아니라 지방자치법 제101조 및 제105조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사무 총괄자로서의 소속 직원 임면권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지방의회와 집행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지방의회 사무직원 인력수급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지방의회 의장의 추천권’의 정상적인 행사에서 찾을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임용권을 부여하고는 있지만, 그 이전에 지방의회 의장의 추천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지방의회 의장은 사전에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대상이 될 수 있는 지방공무원에 대한 인사자료를 폭넓게 요청하고 이에 관한 정보를 추가로 수집한 후 소수로 집약된 추천명단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제출하여 위 추천권을 실질화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위한 인사정보위원회 등을 집행기관과 합동으로 구성하여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파견기간을 장기화하거나 그 기간의 연장, 단축에 관한 적극적 의견개진과 협의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지방의회에 전문적인 우수인력을 축적할 수 있다. 특히 파견된 지방공무원 역시 지방의회 의장의 명을 받아 사무를 처리하거나 또는 사무처장 등의 지시를 받아 사무를 처리하게 되므로(지방자치법 제92조), 그들에 대한 인사고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지방의회 사무 영역 내에서의 활력 강화, 전문성 고양 등이 보장되도록 지방의회를 운영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지방의회 운영에 적합한 우수인력을 지방의회에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추천권의 적극화, 실질화, 제도화는 모두 지방의회의 권한인 조례의 제정을 통해 가능하다.

지방자치법 제101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고 그 사무를 총괄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105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소속 직원을 지휘ㆍ감독하고 그 임면 등에 관한 사항을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지방자치법이 위와 같이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중앙정부와 국회의 관계와 같이 인적ㆍ물적으로 독립된 권력기관을 상정하기보다는 중앙권력으로부터의 자치라는 과제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 내에서는 집행기관의 장과 의회가 견제와 균형을 통해 협력ㆍ보완해 나간다는 원칙을 상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 구성에 관한 위와 같은 기본원칙은 헌법 제117조, 제118조의 취지를 우리 사회의 현재 상황에 맞게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임용권을 부여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은 지방자치법 제101조, 제105조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일반적 권한의 구체화로서 우리 지방자치의 현황과 실상에 근거하여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인력수급 및 운영 방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규율하고 있다고 할 것이고, 특히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지방의회 의장의 추천권이 적극적이고 실질적으로 발휘된다면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임용권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지방의회와 집행기관 사이의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침해할 우려로 확대된다거나 또는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